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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동 지면기사
1966년 9월, 한국비료공업이 일본에서 다량의 사카린 원료를 밀수입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을 때 일이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관계장관들을 소환하여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등을 추궁했다. 또한 관련자 전원의 즉각 구속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대정부 질의 두번 째 날인 9월 22일, 마지막 질의자로 단상에 오른 무소속의 김두한 의원이 국무위원석에 무언가를 내던지며 이렇게 외쳤다. “…이것이 도적질해 먹는, 국민의 모든 재산을 도적질해서 합리화하고 합리화시키는 이 내각을 규탄하는 국민의 사카린 올시다. 그러니까 이 내각은 고루 고루 맛을 보아야….” 그때 그가 내던진 것은 비닐봉지에 담아 미리 준비해두었던 인분(人糞)이었다.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에서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소동들이 벌어지는 건 비단 한국 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5월엔 소위 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국회에서도 무척 재미있는 정치쇼가 벌어졌었다. 상원의원 세 사람이 제 각각 황소같은 누런 개 한마리씩을 끌고 의사당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한 의원이 자신이 끌고 온 개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우리는 지금 잃어버린 법안을 찾고 있단다. 예산안과 무역법안들도 찾아야 해. 실종된 법안들을 찾아 물고 와.” 이들은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공화당의 역점 법안들이 야당인 민주당에 의해 부결, 폐기되는 일이 잦자 민주당의 ‘당리당략적 행태’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같은 일을 벌였다고 한다.한국 국회의 ‘오물투척 사건’이든 미국 국회의 ‘개 등원 사건’이든 정상적인 국회라면 결코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도 안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은 왠지 후련하기만 하다. 어쩌면 더러 더러 그같은 해프닝이 일어나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꼬일 때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40여일 혼수상태에 빠졌던 우리 국회가 힘겹게 원구성을 마쳤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긴긴 식물국회 기간에도 아무런 소동이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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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자대회 지면기사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03년이다. 이 실험은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해안에서 몇 명의 신문기자에게 공개됐다. 그러나 이를 세계적 쾌거로 알아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라이트 형제는 1908년 과학기술이 앞선 유럽의 프랑스로 건너가 다시 실험비행을 했고 이를 공인받았다. 랭뮤어는 1914년 진공관을 개발함으로써 지금은 미국 과학기술의 역사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 그는 과학자로서 미국인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20세기초 미국의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나 인식은 이처럼 비참했다.이 뿐만이 아니다. 1930년 창설된 미국의 프린스톤 고등연구소의 초대소장 A 플래스너는 저명한 과학자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 각국을 순방했다. 그러나 유럽 학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 일류대학의 교수 연봉이 유럽수준에 비하면 빈약하기 이를데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배금주의 사상이 만연,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었는데도 유럽에 비하면 전반적인 생활수준이나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는 초라했다. 이러한 미국이 과학기술의 1등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부터다. 히틀러와 나치스정권의 박해로 유태계 과학자들의 대거 이주와 전쟁을 통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한 미 연방정부가 과학기술 개발을 민간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정지출을 확대한데 힘입은 것이다. 미국이 지금 세계 유일의 초강국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과학기술의 개발과 투자의 덕분이다.오늘날 한국은 20세기초 미국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청소년층의 이공계대학 기피현상, 과학기술인들의 해외이주 급증 등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냉소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가지 눈에 띄지 않는 한 학술대회가 조용히 열리고 있어 주목을 끈다. 8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세계 한민족 과학기술자 종합 학술대회'가 바로 그것. 이번 학술대회가 단순한 정보교류의 장(場)에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들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이들에 대한 사회 경제적 우대분위기가 조성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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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연속 지면기사
큰 피해를 준 태국 태풍 라마순(Ramasoon)이 가고 이번엔 미국 태풍 차타안(Chataan)이 온다고 한다. 그 다음엔 '메이드 인 베트남'의 할롱(Halong) 차례다. 장차는 우사기(토끼), 토카게(도마뱀) 등 일본 태풍도 오고 개미, 수달, 노루 등 한국 태풍과 도라지, 갈매기 등 북한 태풍도 올 것이다. 하지만 이름만 14개국별로 10개씩 붙였을 뿐 '출생지(地)'가 아닌 '출생해(海)'는 다르다. 우리 나라에 오는 태풍은 필리핀 동부 남지나(南支那)해 출신인 타이푼이고 북인도양 출생이 사이클론, 북대서양 카리브해나 멕시코만 발생이 허리케인이다.태풍 표기도 일본은 1946년 상용한자 채택이래 '台風'이다. 중국도 '台風'이라 쓰고 '태풍 내습'도 거꾸로 '태풍 습래(襲來)'라고 한다. 하지만 초속 20∼60m의 태풍은 역시 '큰 바람 태(颱)'자 '颱風'으로 써야 두 개의 '風'자가 무서워 보인다. 순수 우리말로는 큰센바람, 노대바람(全强風), 왕바람이다. 그런데 태풍보다도 풍력 계급이 높은 강풍도 있다. 초속 29m 이상의 구풍, 싹쓸바람이다. 그런 바람이 우리 땅엔 7∼8월에 오지만 350명이나 사망한 작년의 필리핀엔 11월6일에 왔고 금년 1월13일에도 불어닥쳤다.신비로운 건 풍신(風神), 풍백(風伯), 풍륜(風輪), 비렴(飛廉) 등 바람의 신을 연상케 하는 태풍의 눈이다. 숱한 조류와 곤충 등이 직경 40∼50㎞의 태풍의 눈, 그 둥근 지붕 모양의 허브(hub) 구름(軸雲) 속 고요한 무풍 통로를 통해 평화스레 이동하기도 한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소용돌이 광풍 속의 바람의 신, 바다의 신은 무섭지만 그 신이 돌리는 맷돌 구멍 또는 마녀의 배꼽 같기도 한 그 눈동자만은 자애롭다는 반어(反語)가 아닌가.또한 큰 피해 없이 지독한 가뭄과 폭염만 해소, 거둬 가는 효자태풍도 있기는 있다. 94년 8월2일의 돌연변이 브렌던과 8월10일의 더그호가 그랬다. 하지만 대부분의 태풍은 '오셨다' 하면 그 타격과 피해가 크다. 태풍과 토네이도만 막을 수 있어도 그 때가 바로 과학문명의 신기원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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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뒤지면… 지면기사
전 동독의 국가평의회 의장 에리히 호네커는 1912년 독일 자르지방에서 공산당원인 탄광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8세때 당기관지를 배달했고 17세에 정식 당원, 1년간 모스크바 유학, 나치스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나는 공산당에 들어 간 것이 아니고 공산당원으로 태어나 공산당원으로 자랐다”고 말하곤 했다.1989년 10월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행사 때의 일이다. 행사에 참석키 위해 동독을 방문한 전 소련의 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호네커에게 말했다. “역사에서 뒤떨어지는 자는 벌을 받는다오.” 그러면서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권했다. 그러나 호네커는 동유럽의 우등생인 동독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거절했다. 그는 고르바초프와 만남 직후인 같은달에 18년 동안 군림해온 최고권력자의 자리에서 쫓겨났다.동독 탈출자들을 사살한 살인죄로 90년 독일통일후 살인죄로 기소된 그는 소련으로 피신했으나 92년에 독일로 강제 송환돼 베를린에서 169일간의 옥중 생활을 했다. 이듬해 독일 헌법재판소는 암으로 죽음에 가까워진 그에게 중형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된다며 그를 가족이 있는 칠레의 산티아고로 추방하는 배려를 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81세로 사망했다. 사망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공산주의 시대는 다시 온다. 그때는 독일에서도 공산주의가 승리한다”고 말했다. 역사의 흐름을 따르지 않다가 자멸한 자신의 고집을 호도하기 위해서 였을까.최근 북한의 서해 연평도 해역 침범과 우리측 경비정에 대한 무력공격이 우발적이었다는 주장과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의도적 도발이라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우발적이건 계획적이건 분명한 것은 북한이 우리측에 선제공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북한의 군사 최고 책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사전에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역사를 거스르는 북의 서해 도발과 잇단 주민의 집단 탈북, 그리고 폐쇄정책 고집 등 13년전의 동독과 호네커를 닮은 지금의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고르바초프는 뭐라 예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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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한 국민 지면기사
2000년 1월, 일본의 총리 자문기구인 ‘21세기 일본의 구상’이 자못 야심찬 국가전략 기획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세기엔 변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아래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비롯한 사회시스템 의식 전반의 철저한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 열쇠로 과감한 세계화와 개인의 창의력 북돋우기를 제시했다. 또한 이를 위한 최우선의 핵심과제로 영어의 제2공용어화를 내세웠다. 인터넷 등을 통한 국제화 정보화로 영어가 이미 국제통용어로 된 이상 이를 국민의 실용어로 삼아야만 21세기 정보문화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마치 제2의 메이지유신이라도 다짐하듯 사뭇 비장한 각오가 엿보이기도 했다. 그후 그같은 구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영어교육에 대해서 무척이나 심혈을 기울여온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어 이제 많은 일본인들의 영어실력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 수준 향상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그런데 지나치게 외국어 교육을 강화한 탓일까. 최근들어 부쩍 늘어난 외국어 외래어 범람에 정작 자신들의 언어인 일본어가 무척 혼란스러워졌다고 법석들이다. 문부성에선 외국어 외래어 남용에 제동을 걸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까지 한다. 이달 중 설치될 그 위원회에서는 외국어 및 외래어를 일본어로 갈아치운 사례집을 작성, 배포할 임무를 맡게 된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서점가에는 ‘소리내어 읽어보는 아름다운 일본어’ 등 전통적인 일본어의 감각을 되살리려는 갖가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도 한다.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꽤나 분주한 모습들이다.외국어 및 외래어 범람이라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겪어오는 현상이다. 진작에 일본보다 훨씬 더하면 더했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일본처럼 뒤늦게나마 모국어를 지켜내자며 법석을 떠는 모습들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역시 우리는 남다르게 포용력과 이해심이 넓고 깊을 뿐 아니라 점잖고도 침착한 국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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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잡이 지면기사
왼쪽 뇌에 언어와 논리력의 중추가 있고 오른쪽 뇌에 직관력과 감성력의 중추(신경)가 있다면 셰익스피어와 아인슈타인 등은 '좌뇌(左腦)잡이'라고 할 수 있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피카소 등은 '우뇌잡이'라고 할 수 있다. 눈도 오른 눈을 잘 감고 조준하면 왼눈잡이 사격 선수, 왼눈을 질끈 감고 총을 쏘면 오른눈 총잡이라지만 단연 오른눈잡이가 많다. 왼귀잡이도 있다. 88년 일본 준텐도(順天堂)대 의학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전화 교환원 100명 중 58명, 호주는 55%가 왼귀잡이였다. 특이한 건 100명 중 16명이 청력과 상관없는 오른귀잡이라는 사실이다.세계 인구의 10∼15%라는 왼손잡이는 어떤가. 오른손은 왼쪽 대뇌반구(大腦半球)가, 왼손은 오른쪽 대뇌가 관장하기 때문에 예술가 왼손잡이가 많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왼손잡이였고 피카소와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도 왼손잡이였다. 히틀러와 트루먼, 포드, 카터, 부시, 클린턴 등도 마찬가지고 베이브 루스와 장훈, 장효조 등 야구선수도 왼손잡이다.한데 왼손잡이 스포츠 선수를 일컫는 '사우스포(southpaw)'라는 말은 왼발잡이에게 더 적합한 듯싶다. 'paw'가 개, 고양이 등 발톱 있는 발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왼발잡이 'left footed'가 '서툴다'는 뜻인 것도 왼발잡이에겐 물론 아니다. 축구는 단연 왼쪽 날개의 왼발잡이 슛에 달렸다. 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부터가 왼발잡이였고 78년 아르헨티나 우승 역시 왼발잡이 켐페스 덕이었다. 브라질엔 더 많다. UFO 슛이라 불리는 강슛으로 유명한 카를루스와 이번 월드컵 우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히바우두도 왼발잡이다. 프랑스엔 로베르, 폴란드엔 크리잘로비치, 멕시코엔 이에로가 있지만 영국엔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고 한다.대∼한민국 4강 주역들도 왼발 슛에 능하다. 폴란드전의 황선홍, 포르투갈전의 박지성 골도 왼발 슛이었고 이탈리아전의 설기현, 터키전의 이을용 동점골도 왼발 슛이었다. 그런데 누가 왼발잡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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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쑤어서… 지면기사
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은 빚을 두려워 한다. 당장 급할 때는 단감같겠지만, 그건 결국 두고 두고 갚아 나가야할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런 사람들만 사는 게 세상은 아니다. 더러는 남의 돈 빌려쓰는 일을 되레 즐기는 이들도 없지 않다. 빌린 돈으로 치부하고 흥청망청 잔치도 벌인다. 그러다가도 정작 갚을 때가 되면 ‘배 째라’는 식으로 뱃심을 내민다. 그리고 그럴 때 피해는 으레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서둘러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엄청난 돈이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투입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하지만 금융부문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처음 공적자금을 사용할 때만 해도 국민들은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느만큼 자금이 투입되면 금세 금융이 살아나고 기업들도 회생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틈만나면 ‘더 이상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은 없다’고 공언하면서도 찔끔찔끔 쏟아부은 금액이 5년새 자그마치 156조원에 이르도록 표나게 불만을 나타내지는 않았었다.그런데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무디스사가 실로 놀라운 평가를 내렸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79개 주요 금융거래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70위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했다는 일본의 66위 보다도 훨씬 처지는 수준이다. 놀라운 건 그 뿐이 아니다. 얼마 전 정부는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 중 무려 69조원이나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공적자금 채권의 이자 지급을 위해 재정융자 특별회계에서 빌려준 18조원까지 합치면 손실 금액이 87조원으로 는다고도 한다.애초부터 구조조정 방법이 잘못 선택된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쏟아부은 156조원으로도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야말로 누군가 몇몇이 ‘빚낸 돈으로 잔치하고 치부했다’는 얘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기껏 ‘죽 쑤어서 누구 좋은 일’만 시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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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지면기사
교육부가 초중고교의 학생 체벌기준을 마련, 각급 학교에 참고토록 시달하자 이를 두고 교사 학부모들간에 찬반 양론이 무성하다고 한다. '학생에 체벌을 할 때 손발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남학생은 엉덩이, 여학생은 허벅지만 때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1인당 체벌횟수와 회초리 크기까지도 정하는 등 구체적이다. 교육부는 이를 2학기부터 교사들이 참고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일선학교에서는 지금까지 관례상 참고사항이 아닌 강제지시나 다름없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태도들이다.수년 전부터 학생에 대한 과잉체벌로 교실안에서 불상사가 잇따르자 학생들의 112신고가 끊이지 않는등 교실안 풍경이 살벌함과 삭막한 공간으로 변하기에 이르러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이해된다. 우리말 속담에도 '자식이 귀하면 매 한 대, 미우면 떡하나'라는 말이 있다. 또 빌리 그래햄목사도 “아이들이 당신에게 고의적으로 불복종할 때 그때는 신체적 행동, 즉 체벌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자녀나 학생교육에 회초리의 필요성은 동서양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교육학자들은 매라는 것은 체벌을 받아야 하는 학생의 뉘우침을 유도하고 다른 학생들에 대해 경각심을 함께 불러일으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에 대한 감정적 체벌을 피하기 위해 △교사가 화가 났을 때 △술을 마셨을 때는 절대 매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체벌을 하더라도 △매를 든 이유를 확실히 설명해주고 △체벌후 적절한 시간이 지나서 사랑의 표현이 뒤따라야 하며 △절대 얼굴이나 머리부분을 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부모라면 자기 자식에 회초리를 든 후 뒤돌아 서서 가슴 아파하고 맘속으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녀를 때린후 얼마안돼 사랑의 사인을 보내는 게 부모들의 마음이다. 매라는 것은 이처럼 애정이 담겨 있어야 교육의 효과도 크지 않은가 싶다. 회초리에 사랑이 담겨져 있지 않다면 체벌의 기준을 정한다 해도 그것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흉기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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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지면기사
32개국 중 4등. 월드컵 성적표다. '그래도 잘했다'는 평은 준결승전 패배 때와 마찬가지다. FIFA 랭킹 40위가 일약 4등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한데 어제 일본 요코하마(橫濱) 경기장에서 벌어진 결승전 말고 같은 날 또 하나의 치열한 축구 경기가 부탄의 수도 팀푸(Thimphu)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지난 2월 FIFA 랭킹 202위에 오른 부탄과 꼴찌인 203위의 몬트세라트가 A매치를 벌인 것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축구 성적은 4/203-203개국 중 4등인 것이다.4/203…대단한 우등이다. 전국민의 기립박수 감이고 커튼 콜 감이다. 최고의 찬사 사인으로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는 것(Two thumbs up)도 있다. 또 훌리건, 약물 복용, 과격 시위, 교통 대란 등이 없는 4무(無), 5무의 월드컵을 마친 대∼한민국도, 붉은 악마도 전 세계인의 기립박수 감이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보도가 아니더라도 이번 월드컵의 최대 수익국은 대∼한민국이고 경제 효과만도 16조라고 한다. 세계 언론의 대∼한민국 보도 홍보 효과도 상상을 넘는다.스포츠 종합지 Sportiva(集英社)와 넘버(文藝春秋社) 등 일본서 창간 또는 출간된 축구 관련 잡지와 단행본만도 100종류가 넘고 홍명보의 자서전 등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출판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마음을 훔쳐버렸다(stolen)”는 히딩크…그에 대한 유머만도 얼마나 유쾌했는가. “그가 사는 곳은 송종국(國)이라는 나라의 설기현(縣)인데 김병지(池)를 지나 이운재(峙)를 넘어야 하고 박지성(城) 안에 유상철(鐵)이라는 합금으로 지은 집에 살며 하는 일은 김남일(業)이다” “일손을 놓게 한 업무방해죄, 심장마비 촉진죄, 도로교통 마비죄, 수면방해죄, 피를 말린 상해죄 등 그는 사법처리돼야 한다”는 등.지상 최대의 축제는 끝났다. 허전하고 허탈한 평상으로 모두가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는 과연 다음 월드컵에도 축구 강국으로 지속될 것이며 이번 대회의 엄청난 이득과 교훈, 긍정적 신호가 흔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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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郞自大 지면기사
공자의 75대 직계자손이라는 공건(孔健)이라는 사람이 있다. 중국 청도에서 태어나 산동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90년대 초 일본의 한 화보사에 근무하면서 중국에 관한 여러권의 책을 집필,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다. 그는 ‘중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책에서 중국인에 관하여 알아둬야 할 3가지를 이렇게 썼다. '중국인은 첫째 질투심이 많고, 둘째 남에 대한 경계심이 많으며, 셋째 투쟁심이 강하다'. 이 세가지를 알고 중국인에 접근하면 상담도 쉽게 풀린다고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인은 체면을 더 귀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또 중국인의 처세명언 중에는 사기(史記)의 고사에서 인용한 야랑자대(夜郞自大)라는 말이 있다. 야랑은 중국 서남쪽에 있는 땅 이름이다. 지금의 귀주성과 운남성 일대에 걸쳐 있는 지역으로 그곳에는 한나라시대에 여러개의 독립된 나라가 있었다. 이 가운데 야랑은 진(眞)나라와 함께 한나라로부터 왕을 책봉 받을 만큼 가장 큰 나라였다. 나라가 커 봤자 한나라의 일개 군보다 작았다.어느날 한나라의 사신이 야랑에 갔을 때 야랑의 왕이 “한이라는 나라는 우리 야랑보다 큰가?”라고 물었다. 한나라의 사신은 이 말을 듣고 어처구니 없어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야랑자대는 여기에서 유래돼 자기 분수를 모르고 자기를 스스로 크게 생각하며 으스대는 자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오늘과 내일, 월드컵 축구 3·4위전과 결승전이 대구와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것을 끝으로 한달간에 걸친 지구촌 대 축제는 막을 내린다. 모든 나라가, 또 공동개최국인 일본도 한국의 4강 진출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중국만이 한국의 4강 진출을 두고 ‘한국의 음모와 신화’라고 욕설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결승진출이 좌절 됐을 때는 “이제 악몽은 끝났다”고 혹평한 언론도 있다. 공건이 말한 중국인들의 몸에 밴 질투심 때문인지, 축구에 관한 한 우물 안 개구리 식 야랑자대의 모습인지 정말 그 속내를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