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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 지면기사

    얼마 전 오사카에 잠깐 다녀왔다. 오사카대학에 가서 조선어문학과 교수들을 만나고 한국문화원에 들렀다가 한류 붐을 타고 새롭게 관광지가 되었다는 한인타운에도 갔었다. 더운 여름날 일본인들의 친절한 환대는 매우 고마웠다. 오며가며 택시도 타고 버스나 전철도 탔다. 지하철에서는 남에게 방해가 될까봐 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휴대전화는 아예 터지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나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전철에 빈 좌석이 드문드문 있는데도 사람들이 앉지 않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이 의아해서 지인에게 물었더니 일본 사람들은 서로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해서 6인용 좌석이지만 대개는 5명이 앉는다는 것이었다. 친구 사이에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고 늦은 시간에는 전화도 조심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는 일본인들이 전철에서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은 좀 낯선 것이기도 했다.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흐름이나 민족적 특성 등에서 여러 모로 차이가 있다. 남다른 경쟁의식 또한 그 특성 중의 하나로 본다. 더구나 가까이 있기 때문에 경쟁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듯도 하다. 얼마 전 올림픽 한일축구경기도 양국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이번 여름동안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어느 때보다도 한일관계에 관심이 쏠렸다.우리는 가까운 나라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을 알고 동시에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의 역사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한국전쟁 이후로 줄곧 양국의 국교가 단절되어 있다가 1965년 6월 한일협정이 맺어지면서 양국의 국교가 회복되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서 야기되는 문제들도 많이 있지만 쉽게 흥분했다 잊어버리는 우리의 감정적 대응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류 열풍을 비롯해서 민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두 나라가 가까워질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 일본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국중심적인 반면 일본인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외국인에게도 참 친절하다. 이

  • 기후변화와 탄력적 홍수 방어

    기후변화와 탄력적 홍수 방어 지면기사

    며칠전 태풍 볼라벤 및 덴빈 때문에 온 국민이 긴장했었다. 비바람으로 인하여 농작물의 피해가 컸고 제주도를 비롯한 서·남해안 일대는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 피해도 대단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 7월에는 서울 심장부인 강남역이 물에 잠겨 통행이 제한되었고 인천의 곳곳에서도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사실 장마기간 동안이나 태풍으로 인한 재해는 이미 예고된 재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몬순지역에 속하여 매년 6~9월까지 4개월동안 1년 강우의 3분의2가 내리는 특성이 있고, 장마후에는 거의 매년 수차례의 태풍이 내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같은 홍수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며 기후변화로 인하여 그 강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공동 해결과제가 되었으며 거의 모든 나라가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각종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특히 강우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는 강우강도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며 비가 적은 지역에는 강우량도 적어지는 경향을 보여 과거보다 물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강우강도의 증가는 과거 설치된 시설의 부족을 가져와 곳곳에서 홍수 범람이 일어나고 있다. 인천을 예로 들면, 기후변화로 인하여 강우강도가 10년마다 5%정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강우강도 증가에 따른 홍수문제는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홍수를 비롯한 각종 재해 대책을 수립할 때 네덜란드의 사례를 종종 인용하곤 한다. 네덜란드는 전국토의 반 이상이 바다의 수위보다 낮아 홍수 배제나 바닷물의 역류방지 문제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빗물 배제를 위한 하수도 설계기준으로 10~30년 빈도의 강우를 채택하고 위험성이나 중요도가 높은 강이나 댐의 경우 100년이나 200년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경우 1천250년 빈도까지 늘려가면서 홍수대책을 세워왔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 밤길이 무서운 요즘, 근본적 대책 필요

    밤길이 무서운 요즘, 근본적 대책 필요 지면기사

    연일 세상이 뒤숭숭하다. 길거리를 거니는 것이 두렵다. 좀 늦은 시간에 한적한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갈 때는 몸이 조이는 느낌이다. 어둠을 피해 걷지만 자꾸 뒤를 힐끔거리게 된다. 아파트에 도착했다고 그 긴장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낯선 사람과 타는 것이 두려워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집에 들어와서도 문이 잠겼는지 또 확인한다. 이런 증상이 나만 있는 것일까? 최근 수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불특정인에 대한 폭력 사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소위 '멘붕' 상태다. 삼삼오오 모이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 끔찍한 사태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긴장한다. 그러면서 밤길이 안전한 나라라고 했던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험악해졌는지 한탄을 한다. 배트맨이 나타나 자기가 활동하던 도시 '고담'을 지켜주듯이 우리도 이 불안사태에서 어서 놓여나기를 기대하지만 아직 뾰족한 묘안이 없는 것 같다. 우선 정부가 최근 일어나는 사태의 심각성 인지도 부족하고, 더 문제는 다분히 사건을 일으킨 개인적 요소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 대안은 범죄와의 전쟁을 통한 재소자 늘리기 정책이나 경찰력 증가, 거미줄처럼 촘촘한 CCTV 설치 등인데 과연 작금의 심각한 우리사회 병적 상황을 통제와 억압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몇 달 전 나는 이 칼럼을 통해 책을 한 권 소개한 적이 있다. 미국의 근·현대 100년간 일어난 살인율과 자살률을 연구한 보고서(제임스 길리건(2012)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로 다시 그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자살 소식이었다. 가족 동반 자살을 포함해 각종 사건 연루자, 공직자 등의 자살 소식은 참으로 황망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실제 언론을 통해 들리는 우리나라 자살 소식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계가 답해 주었다. 2010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천명당 0.31명으로 OECD회원국 평균 0

  • 효인문학 캠프, 희망의 미래를 만든다

    효인문학 캠프, 희망의 미래를 만든다 지면기사

    지난 8월 15일은 광복절이면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 날이었다. 바로 정조대왕께서 승하하신 날이었다. 1800년 6월 28일에 돌아가셨으니 212년 기일이 바로 그날이었던 것이다. 그날 아침 일찍 정조대왕과 사도세자의 원찰인 용주사에서 특강이 있었다. 용주사에서는 수원화성오산의 화합을 위한 산수화 상생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청소년을 위한 효인문학캠프를 인근의 한신대학교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제2교구라는 큰 사찰임을 뛰어넘어 우리나라 전 사찰중에서 효찰대본산으로 이름이 높은 절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효인문학캠프를 일부러 효의 대명사인 정조대왕께서 승하하신 날로 잡아 정조와 다산의 삶과 효행을 알리고자 하였다. 그런 마음씀씀이가 너무도 고마웠다. 60여명을 대상으로 효인문학캠프를 진행하기로 기획하였는데 무려 8배가 넘는 500여명이 신청을 하여 어렵게 선발을 하여 진행하고 있다는 교육 담당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이 어려운 주제의 캠프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신청을 하였구나 하고 말이다. 청소년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한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 신청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신청을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아주 타락하지는 않았다는 반증이었다.오전 7시20분부터 진행된 강의 시간에도 똘망똘망한 눈빛을 발산하는 녀석들은 정조와 다산의 효행과 리더십에 깊이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선의 국왕이 된 정조, 정조를 보좌해서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삶은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였다. 질문도 예리하고 진지하였다. 이 캠프가 이들을 바꾸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자질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녀석들이 훗날 이 나라를 이끌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하고 정조대왕의 능인 건릉으로 향했다. 정조의 승하일에 건릉을 참배하는 것이 오랜 일이었기 때문이다.9시가 조금 넘은 그 시간에 융건릉은 고요 그 자체였다. 아침에 비가 많이 왔던 일기 때문이었는지 더욱 고요했다.

  • 아폴론의 눈물과 런던 올림픽

    아폴론의 눈물과 런던 올림픽 지면기사

    폭염과 더불어 런던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기록적인 열대야도 우리 선수들의 탁월한 기량에 열광하는 가운데 물리칠 수 있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일요일 장대비를 뚫고 예술의 전당으로 '루브르박물관전'을 보러 갔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화와 전설을 중심축으로 고대 유물들과 그것을 새롭게 재해석한 후대의 작품들을 함께 소개하는 전시회였다. 신화란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의 이야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신화를 모티프로 현대적 의미를 재구성해왔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강력한 힘을 지닌 신화 속의 신들에게서조차 사랑하고 질투하고 증오하고 그리고 실수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며 허물투성이인 나 자신을 은근히 정당화해본다.18세기 프랑수아 르무안의 작품 '올림포스'가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궁전으로 일컬어지는 올림포스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가운데 최고의 신 제우스가 자신의 상징인 독수리를 옆에 둔 채 중앙을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에 결혼의 여신인 아내 헤라, 그리고 제우스의 딸인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있다. 한 편의 작품 속에서 사랑과 결혼과 전쟁이라는 인류 역사의 파노라마를 보는듯하여 몽상에 빠져 있던 중 홀연 '아폴론과 다프네'가 눈에 들어온다. 오비드의 '변신 이야기'의 극적 일화가 묘사되어 있는 아름다운 님프 다프네와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 이야기. 왜 화살에는 황금 화살과 납 화살이 있는 것일까? 비극적 운명의 사랑 이야기가 여기에서 탄생된다. 활을 만들고 있던 사랑의 신 에로스는 백발백중 명 사냥꾼인 아폴론에게 활을 포기하라는 조롱을 당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에로스는 아폴론에게 황금의 화살을 쏘아 다프네를 사랑하도록 하는 한편 다프네에게는 납 화살을 쏘아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하도록 했다. 사랑에 빠져 필사적으로 다프네를 쫓아다니는 아폴론의 끈질긴 구애가 두려워진 다프네는 아버지인 강의 신에게 자신을 월계수로 변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사랑하는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한 순간 아폴론은 눈물을 흘리며 맹세한다. "지금부터 내 머리는 너의 잎으로 장식하고,

  • '안철수 파워' - 분노를 잃어버린 세대의 반란

    '안철수 파워' - 분노를 잃어버린 세대의 반란 지면기사

    입에서 젖 비린내가 난다는 구상유취(口尙乳臭)는 1969년 11월 8일 당시 42살이던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가 '40대 기수론'을 주창하고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서자 야당 원로였던 60대 유진산 신민당 부총재가 내뱉은 독설이었다. 1년 뒤 신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YS와 45세의 김대중(DJ) 의원, 48세의 이철승씨 등 40대 기수 세 명이 대결했다.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긴박한 경선에서 DJ가 YS를 꺾으면서 40대 기수론은 30여년 지속된 양김시대를 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17년생으로 44세에 집권해 53세였다. 50세인 안철수 돌풍이 이어지면서 표현은 다르지만 기성 정치권의 비판은 안 교수가 백면서생으로 구상유취라는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안 교수가 '안철수의 생각' 출간 직후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예능프로 출연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해 대세론으로 여론조사에서 4년여 부동의 1위인 박근혜 후보를 3.9%p 앞서 48.8%의 지지율을 보여 돌풍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존 정치 불신이 높아가면서 안철수로 대변되는 신진세력의 급부상은 여-야당의 존재와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의 사고, 기존 관행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정치판에 투영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 현상은 정치 패러다임 전환으로 정치게임의 룰을 바꾸는 극단적 변환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를테면 구세대 기존 정치인들은 출마선언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이라든가, 독립문, 광장시장 등 대부분 공간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장소를 선택해서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출사표를 올렸다. 캠프마다 참석자 숫자를 부풀려 발표하지만 대중동원은 무의미하다. 이에 반해 안 교수는 힐링캠프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 수백만명에게, 그것도 기자 출신의 여교수가 인터뷰 형식으로 쓴 자신의 저서를 소개한다면서 자연스럽게 출마의지를 애매모호한 화법을 동원해 밝혔다. 재미와 흥행을 도모하는 정치의 쇼(Show)화가 미디어의 상업성에

  • '돈'이라는 연가시에 감염되어

    '돈'이라는 연가시에 감염되어 지면기사

    어느 때부터인가 영화를 감상할 때는 영화 팩트보다는 그 영화를 제작한 감독의 의도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더 관심이 가면서 영화를 좀 더 인문학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만 좇는 영화는 잘 안 보게 된다. 물론 시원스럽게 한바탕 웃었다면 그것으로 몇 천원의 가치는 있겠지만 그조차 없는 영화는 정말 돈이 아까울 때가 많다. 최근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이 영화는 개봉 2주 만에 350만을 동원했다는 '연가시'이다. 이미 극장가는 바람이 한번 훑고 지나가 심야 시간만 상영을 하는 관계로 늦은 시간에 열대야를 피하면서 조금은 한가로이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다. 충분한 메시지를 담은 내용과 화면을 꽉 채운 영상미, 그리고 리얼한 배우의 연기가 충분히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떠오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메뚜기, 사마귀 등과 같은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변종을 만들어 인간이 감염된 이후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으로 뛰어들도록 해 익사시킨다는 것이다. 짧은 잠복기간과 치사율 100%,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가는 '연가시 재난'은 대한민국을 초토화시킨다. 사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자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하는 국가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하지만, 이성을 잃은 감염자들은 통제를 뚫고 물가로 뛰쳐나가려고 난리를 치는 가운데 가족에게 무관심했던 제약회사 영업직원인 한 가장은 아내와 자녀들이 연가시에 감염된 것을 알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영화의 스토리는 이어진다. 영화 자체만 보자면 재난 영화다. 실재 존재하는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변종되면 인간이 감염되지 않을까라는 가정 속에서 본다면 분명 재난 영화다. 특히 몇 년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플루가 돼지 감염에서 시작되었다는 황당한 초기 발표를 생각하면 뭐 그리 황당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 때도 연가시처럼 제약회사 음모론이 있었던 걸 기억해 본다면 더욱

  • 태양광 에너지의 도시만들기

    태양광 에너지의 도시만들기 지면기사

    지난 주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터키에 다녀왔다.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서구와 아시아 문명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땅이었던 터키 문화에 대한 동경을 늘 가지고 있다 좋은 기회를 맞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 도착한 이스탄불에서 그야말로 놀라운 유산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비록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엔 성당으로, 뒤이어 이슬람 성전인 모스크로 사용된 소피아성당과 블루모스크, 그리고 오스만투르크 지배자인 술탄들의 궁전은 그 규모가 어머어마하여 필자뿐 아니라 함께 답사를 간 연구자들 모두에게 놀라움을 주었다.하지만 필자는 터키 전역을 여행하는 10일동안 터키에 남아있는 그리스, 로마와 오스만투르크의 유적보다 더 놀랍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전국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이었다.터키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이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전 세계의 3분의1의 영토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광대하였다.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체로서 패전국으로 전락하였기 때문에 그 많은 영토들을 승전국들에 의해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남북한의 4배 가까운 영토를 보유하고 있다.이러한 역사적 자연적 기반을 지니고 있는 터키는 엄청난 에너지 자원과 문화자원을 가지고 현재 1인당 GNP는 1만 달러가 안되지만 G20에 들어있는 강국으로 발전하였고, 유엔의 예상에 의하면 2030년엔 미국과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 제1의 국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석유자원을 비롯한 모든 자원이 풍부하고 경제가 향상되고 있는 이 나라가 화석에너지를 지양하고 미래 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전국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로 평가되고 있는 이스탄불에서도 대형 빌딩에서부터 개인 가정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지중해로 이어지는 길가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도 태양광 전지판은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다. 처음 어색했던 도시 경관이 오히려 태양광에너지 전지판으로 인해 새로운 도시 경관이 구축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 전지판들은

  • 백석 시 열풍과 '나타샤 병'

    백석 시 열풍과 '나타샤 병' 지면기사

    "전 나타샤가 아니에요." 모처럼 수원화성박물관을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백석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누군가 백석이 수원 백씨라는 새로운 사실을 이야기하자 '나타샤'는 누구인가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평생을 백석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자야'가 당연히 그 시의 주인공 '나타샤'일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나타샤가 다른 여인일 수도 있다고 누군가가 말하자 잠시 모두 귀가 솔깃해진다. 그러나 백석과 함께 톨스토이의 대하소설을 영화화한 '전쟁과 평화'를 함께 보고 나오면서 백석이 자야에게 "당신은 나의 나타샤야"라고 했다는 말로 나타샤의 정체는 일단 확인되었다. 그 후 모든 여성이 나타샤가 되고 싶어 했다고 하자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빙수를 하나 시켜 나누어 먹으려는 우리 부부에게 함께 자리한 분이 '두 분이 다정하게 나눠 드세요'라고 말한다. 필자가 "전 나타샤가 아니에요"라고 유머를 던지자 좌중에 또 다시 웃음이 퍼진다. "한 번도 제게 '당신은 나의 나타샤야'라는 말을 안했거든요." 여성들은 모두 나타샤가 되고 싶어하는 '나타샤 병'이 있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근 문학계에 이상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른바 백석(1912~1995) 열풍이다. 이 기류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그가 걸어온 문학적 노정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올해는 백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백석 문학전집'이 출간되고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백석 문학축제 열기가 뜨겁다.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해방 후 북에 남아 있었던 탓에 분단체제 중 그의 존재는 문학사에 등장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공백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의 문학이 우리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1988년 납북·월북 문인 해금 조치 이후이며 최근 들어서야 그가 1995년 1월에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금 이후 그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타올랐다. 백석을 주제로 한 석·박사 논문만 총 600여 편

  • 역사는 반복되는가 - 러시아와 얽힌 조선의 비극

    역사는 반복되는가 - 러시아와 얽힌 조선의 비극 지면기사

    아는 만큼 보고, 본 만큼 안다고 했던가?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이지만 일주일 동안 다녀온 러시아의 풍물과 정경, 그리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러시아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공산혁명의 성지요, 베이스캠프로 공산당의 심장부였던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라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성자 베드로의 도시'와 '표트르 대제의 도시'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 '문화의 고도(古都)'였다. 2003년 5월 27일로 도시 창건 300주년을 기념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네바강 위에 '성스러운 로고스'로 세워진 화강암 도시이자 인공문화도시였다.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옮긴 뒤, 1917년 10월에는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던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성공한 진원지가 되어 새로운 사회주의가 시작된 이곳에 예수님의 흔적이 곳곳에 보존되고 있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칼 막스 말대로 하나님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유물론을 신봉하는 공산주의 종주국 심장부에 공산당 지배 70년을 받고도 예수님을 그리는 러시아정교의 흔적이 성당에 그대로 곳곳에 보존돼 있고, 신자들과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참배하고 있었다. 숱한 순교자들을 냈고, 정교회 재산을 몰수하고 성경 등 종교서적을 불태우는 등 철저한 종교탄압이 자행된 역사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피터대제가 러시아를 유럽의 제국으로 만들기 위해 발틱해를 바라보고 있는 늪지대에 조성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될 정도로 많은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었다. 러시아 발레의 본산인 마린스키극장을 위시해 1년 내내 오페라공연이 끊이지 않는 예술의 도시로 도시전체가 예술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련시대 공산혁명의 비조인 레닌이 죽자 1924년 그의 공적을 기리는 뜻으로 도시 이름을 레닌그라드로 변경했다가 1991년부터 옛 이름을 되찾았다는데, 혁명과 전쟁의 참화속에서도 도시의 건물을 포함한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유럽보다 더 고색 창연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