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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지면기사

    이상기온으로 꽃샘바람이 매섭더니 봄꽃이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순으로 피지 않고 함께 피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꽃대궐 차린 것처럼 지천으로 피어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내년에도 살아서 이 꽃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겨우내 죽은 고목처럼 보이던 시커먼 벚나무에서 순백의 꽃망울을 터트리며 어느날 갑자기 활짝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비를 바라보니 1천여년전의 한탄이 옛 이야기가 아니다."…정국추추황(庭菊秋秋黃) 뜰의 국화는 해마다 노란 꽃인데 / 자모년년백(慈母年年白) 어머님의 머리는 해마다 희어지네 / 세세년년화상사(歲歲年年花相似) 해마다 꽃은 같은 꽃이건만 / 년년세세인부동(年年歲歲人不同) 해마다 사람 얼굴은 같지 아니 하구나…."제행무상(諸行無常)으로 세월과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한 중국 당(唐)나라 때 유정지(劉廷芝)가 지은 시〈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 '흰머리를 슬퍼하는 늙은이를 대신하여'〉의 한 구절이 송곳처럼 마음을 찌른다. 그런데 이 명시의 작시(作詩) 배경에는 사연이 많다.어느 백화만발(百花滿發)한 봄날 유정지가 시상을 가다듬던 중 '금년에 꽃이 질 때 안색(顔色)이 변하니, 내년 다시 꽃필 때는 누가 있으랴' 하는 시구(詩句)가 떠올랐다. 마음에 들지 않아 망설이던 중 '해마다 해마다 꽃은 같은 꽃인데, 해마다 해마다 사람은 다르네'. 이 시구가 마음에 들어 앞의 시구를 써 한편의 시를 지었는데 바로 이 시다.에 따르면, 당나라 초기의 시인이며 유정지의 외삼촌인 송지문(宋之問)이 이 구절을 보고는 절창(絶唱)이라 탄복하며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해 잠시 허락하였다가 거절하자, 화가 난 송지문이 하인을 시켜 조카를 흙 주머니로 압살했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30세도 안된 젊은 유정지의 비극이 이 아름다운 시구에 숨어 있다. 수은등에 비치는 벚꽃 이파리들이 달빛을 머금었다가 하롱하롱 낙화(落花)하는 모습을 보며 상념에 젖는다. 이 봄이 지나가면 그만큼 내 얼굴도 늙어갈 것이다. 해마다 새로 피는 꽃의 모양은 같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달라진다. 내년에도 꽃은 피겠지만 누가

  • 우리가 꼭 투표를 해야하는 이유

    우리가 꼭 투표를 해야하는 이유 지면기사

    물론 이 글이 문자화되어 독자 손에 들어갔을 때는 투표가 한창 진행중일 것이다. 19대 총선기간 동안 나는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정책 방향과 해결해야 할 지역 과제 개발에 참여했고, 선거 즈음해서는 시간이 되는대로 아침 출근 전 한시간씩 아주대학교 앞에서 투표를 참여하라는 1인 시위를 했다. 투표 참여를 권하는 내게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무관심, 정치 혐오적인 태도, 심한 경우 진저리치는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들과 선거 관련 대화에서도 대부분 투표를 통한 정당 선택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무관심하거나 언론 보도의 프레임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은 정당과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려 한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과 자살에 관한 기사가 신문을 장식한다. 요 며칠은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하다. 또 일가족 자살 사건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우리나라 언론이 살인자나 자살을 다루는 보도 태도는 그 원인을 우울증, 가족 불화 등 개인사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 해결책도 그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가장 극단적 모습인 살인과 자살이 집권 정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면 매우 의아해할 것이다. 최근 제임스 길리건(James Gilligan)이라는 미국 정신의학자가 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이희재 옮김, 교양인 2012)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그 출발이 전혀 다를 것 같은 자살과 살인이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같은 요인 아래 동시에 움직이는 사회 현상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우리를 맞닥뜨리게 하고, 특히 이런 문제는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의 결과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정치과 폭력치사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00년부터 매년 국립보건통계원이 '인구동태통계자료'를 낸다고 한다. 길리건은 통계가 시작된 1900년부터 이 책의 저술을 위해 자료이용이 가능한 2007년까지 108년동안

  • 다산의 꿈, 백성의 나라

    다산의 꿈, 백성의 나라 지면기사

    이번 주 토요일은 다산 선생의 묘제(墓祭)가 있는 날이다. 다산 선생이 돌아가신 날이 결혼한 지 60주년이 되는 회혼일인 1836년 2월 22일인데 당시 양력으로 4월 7일이었다. 그래서 다산연구소에서 이날을 기려 해마다 다산 선생의 생가 위편 언덕에 있는 묘소에서 묘제를 지내고 있다. 다산 선생의 묘제를 앞두고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이 한창 국민을 위한 선량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 기간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하여 자신을 내던지겠다고 목청 높여 외치는 이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가득하지만 과연 이들중에 진정한 목민관이 몇이나 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 그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사는 시대가 '성인(聖人)의 도(道)'가 땅에 떨어진 시대라고 말이다. 백성들을 위한 선하고 정직한 마음과 정책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너무도 많이 목민관을 하고 있어 백성들이 고통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흑산도에 유배가 있던 둘째형 정약전 선생에게 보낸 편지는 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 세상은 더 이상 썩을 데가 없습니다." 세상이 하도 썩어 있어 더 이상 썩을 곳이 없다는 다산의 탄식은 그 당시 상황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하여 해야 할 책무를 잃어버리고 강한 자에는 굴복하고 약한 자를 강압하는 행태를 보이는 인간들이, 조정과 지방 관리와 이들과 결탁한 토호, 장사치 등이 나라에 가득했기 때문이다.다산의 자조와 탄식은 계속되었다. 호랑이와 매는 사나워서 사람과 동물을 잡아 먹으나 배가 부르면 옆에 사람과 동물이 있어도 사냥하지 않는데,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 관리들은 욕심이 끝이 없어서 백성들을 착취하여도 배불러하지 않고 끊임없이 착취하여 자신의 이익을 얻는다고 하였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백성을 위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할 자들이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그들을 착취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으니 성인의 도는 땅에 떨어졌고, 세상은 썩을대로 썩어 더이상 썩을 곳이 없게 된 것이다.그래서 다산 선생은 목민심서 서문에 수령이

  • 춘설을 뚫고 나온 새싹들

    춘설을 뚫고 나온 새싹들 지면기사

    이번 학기 학생들과 미국문학을 공부하면서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을 읽고 있다. 자연이 자신의 집이었던 소로의 세계를 직접 느끼고 싶어 가까운 양재천을 향해 집을 나섰다. 느닷없이 연무 같은 '춘설이 난분분하니' 설풍에 눈앞이 아득하다. 발길 가는 대로 한참을 걷다보니 거짓말처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식물들이 하얀 눈꽃송이 옷을 입고 연두색 새싹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나온 것들이다. 새삼 자연의 경이를 깨닫는다.소로는 에머슨과 더불어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초절주의자이면서 동양사상에 깊이 심취한 바 있어 노장(老莊)의 무위,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그가 생전에 소유한 것이라고는 보트를 제외하고는 텐트 하나뿐이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세속적 명리를 멀리하고 28세가 되던 1845년 고향 메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를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았다. 소로 자신이 스스로에게 말하듯 그는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 구태여 소로에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가 자신의 저서 '월든'에서 시종 강조하고 있는 '단순함'과 '느림'의 미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월든'에는 오늘날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남보다 앞서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우리들이 귀 기울여야 할 의미 있는 대목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문명생활이라고 하는 복잡하고 험난한 바다 한 가운데 있다. 국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조직체가 되어 있어 자기가 쳐놓은 덫에 스스로가 걸려든 형국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사치와 낭비, 목표 부재로 인하여 거의 파산 지경에 이른 이 국가와 가정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구제책은 단순함과 뚜렷한 목표의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무질서하게 난립해 있는 우리 정부의 수많은 정책 과제들, 행정부가 바뀌면 조령모개 식으로 언제든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 고조되는 한반도의 핵위기

    고조되는 한반도의 핵위기 지면기사

    담담타타(談談打打) 타타담담(打打談談). 상대가 강할 때는 회담하자며 대화하는 척하고, 약할 때는 가차없이 때리는 마오쩌둥(毛澤東) 전법이다. 그는 '한 톨의 불씨로 광야를 불태운다'며 소수의 중국공산당원을 이끌고 1924년 쑨원(孫文)을 설득해 1차 국공합작으로 공산세력을 확대했다. 이어 대장정(大長征)으로 미화된 2만 5천리 패주(敗走)로 정강산까지 쫓겨가 오합지졸로 만신창이가 된 공산당을 1936년 장제스(蔣介石)와의 2차 국공합작으로 재건, 정세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전략가였던 그는 마적떼 수준의 유격대 홍군을 팔로군으로 키우며 국민당과 두 차례 국공합작(國共合作)에 성공, 1949년 국민당을 대만으로 내쫓고 중국을 창건했다. 북한은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담담타타 타타담담이라는 통일전선 전략전술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정권 수립 후 지속적으로 대남 적화전략에 원용하고 있다. 적화통일을 전략적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 북한은 그동안 '도발한 뒤 회담을 통해 대가를 얻고, 다시 도발하는' 타타담담 담담타타식의 전형적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북-미 대화의 새로운 '국면'으로 나타난 베이징의 2·29 회담에서는 북한의 '담담'으로 미국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미국의 식량 공급 대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플라토늄 농축활동 잠정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식량지원 모니터링 등'을 북한이 약속하자 성급하게 6자회담 재개 등이 기대됐지만 김일성 사망 직후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아니나 다를까,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했던 북한은 2·29 합의문 발표 16일 만에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 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설정한 북한이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위성으로 위장해 발사하겠다며 '타타'를 선언하고 나서자 한국과 미국은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이라고 경고했고, 중국 러시아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타타담담을 그때

  • '老-老 케어' 지원할 방법은 없나

    '老-老 케어' 지원할 방법은 없나 지면기사

    5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노인문제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당장 이야기의 시작은 노후 준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80대를 넘어서는 부모님 문제가 화제가 된다.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는 해방과 전쟁, 분단을 경험하였고, 농촌에서 태어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뼈가 부서져라 일해 자식을 가르쳐 온 세대들이다.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현재 노인 세대는 당신들의 노후는 자식들이 책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 왔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자식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살고 싶어도 이미 그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요즘 노인 가구 유형을 보면 소위 자식의 부양을 받는 3세대 동거 가족 유형은 드라마에서조차 낯설고, 대부분 노인들은 혼자 살거나 부부만이 세대를 이루어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의 출발은 수명은 연장되지만 건강 나이는 연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후기 노년기에 갈수록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끊임없는 보살핌으로 생활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런 문제에 세심하게 대응할 만큼 우리 사회는 준비가 덜 돼 있다. 현재 노인복지정책 및 사회서비스의 한계가 가족 안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미치는 사회적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대책을 세우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비공식 보호 제공자의 보호역할과 보호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사회복지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노인 당사자의 욕구와 노인 돌봄자의 변화하는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서비스가 극히 일부에게만 제공되는 한계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책 내용에서도 그렇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서도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여전히 사적 영역이고 가족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고가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심한 경우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노인들은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 질병 정도가 중해 등급을 받아 요양시설이나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면 장기요양보호제도

  • 수원시 공직자들의 '희망도시 만들기'

    수원시 공직자들의 '희망도시 만들기' 지면기사

    다산 선생의 문집을 읽다보면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그분의 시에 처참한 백성들의 모습이 너무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 관리들의 탐학이 극에 달하였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백성들 수탈에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그 가렴주구를 다산은 가슴 한쪽이 파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그 가슴 아픈 시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바로 '애절양(哀切陽)'이다. 군역 의무에 대한 터무니없는 세금에 항거하기 위해 스스로 남근(男根)을 잘라낸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내의 슬픈 모습을 그린 시가 바로 애절양이다. 다산은 이 모습을 보고 끝내 '관리들의 탐학으로 반드시 나라는 망할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다. 결국 90년 후에 그의 예언대로 되고 말았다.왜 나라가 망했냐고 물어보면 필자는 망설임없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종과 민왕후, 고위관리 등 국가 지도자들의 무능력과 사치, 그리고 지방에 근거를 둔 수령과 하급 이서배들의 부정부패로 망했다라고! 실제 조선이 망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결국 나라를 운영하는 관리들의 잘못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 참혹스런 36년의 치욕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그래서 관리, 즉 오늘날 공직자들의 인식과 행동이 나라를 안정시키고 더불어 발전시키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나라라고 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왜냐고? 실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모든 사업을 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며, 국가 주도를 진두지휘하는 사람들은 공직자들이다. 이들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좋은 정책을 세우면 나라와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것이고, 이들이 거짓과 부정으로 가득하다면 나라와 국민들은 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들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공직자들이 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인문학적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중요시 여겨야만이 지역과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중요시 여기지 않으면 절대로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사람을 사

  • 동아시아 시대와 한국학

    동아시아 시대와 한국학 지면기사

    지난 2월 18~19일 국립대만대학 인문사회고등연구원이 주최한 동아시아 연구 심포지엄을 다녀왔다. 국립대만대학이 그간 대만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해오던 심포지엄에 올해 처음으로 한국을 포함시켜 명실공히 동아시아학이라는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고자 한 것 같다. 대만에서의 동아시아 연구는 주로 일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으며 이는 청일전쟁 이후 대만이 일본의 최초 해외 식민지가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동아시아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잘 알고 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필자는 한국학이 처음으로 심포지엄에 포함된 것을 두고 동아시아학의 종주국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을 일본 학자들과 대만, 중국의 학자들의 태도에는 사소한 듯하나 복잡하고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명의 한국 학자 중 필자는 21세기가 동서 융합의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동서양의 사유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흔히 동양이 인간과 자연, 나와 너, 그리고 정신과 물질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는 일원론적인 사유를 보인다면, 서양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혁명적 선언이 함의하듯 생각이 존재를 정의한다는 이성중심주의적인 이원론적 사유가 지배적이다. 사상이 감정을 앞서고, 정신이 물질의 우위에 있는, 그리하여 나는 너와 분리되고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게 되는 서양의 이원론적 사유는 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수정되기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유럽 문명의 붕괴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성의 황폐함을 목도한 일부 유럽의 지성은 그 근본적인 원인이 타자를 지배하고 자연을 착취하려는 이성중심주의적이고 인간중심주의적인 이원론에 있다고 진단하여 나와 너를, 정신과 물질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을 동일시하는 일원론적 사유만이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간의 소외를 극복하게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도달하였다.필자가 주목한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 역시 뜻있는 선비들이

  • 지도자 선택이 국운(國運) 좌우

    지도자 선택이 국운(國運) 좌우 지면기사

    흑룡의 해라고 유난히 떠들썩하게 시작된 금년도 벌써 2월이 다 가고 있다. 어느 해나 어렵고 시끄럽지 않은 해가 없는 나라였지만 금년은 향후 10여년 국가의 명운(命運)을 가를 중차대한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역사적인 전환기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20년만에 동시에 치러지는 정치적 빅 이벤트가 열리는 해다. 한마디로 무대와 배우가 바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이런 시대적 분기점에서 여야는 사활을 걸고 집권전략을 펴고 있다. 연일 경쟁적으로 선심성 정책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발표되는가 하면 예산의 뒷받침은 아랑곳하지 않는 각종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강이 없는데 다리를 논다'는 식의 공약(空約)은 물론이고 어설픈 정책들이 남발되고 정치권은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한창이다. 언론도 천방지축으로 정당들이 쏟아내는 정제되지 않은 공약이나 정책을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다. 양시양비론으로 선심성 공약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며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식의 보도자세다. 정책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능동적 선거보도가 아닌 워게임 중계하듯 경마식(競馬式) 보도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전망이고, 국내적으로는 기업실적 부진과 가계부채 증가 등 국가재정도 악화되는 등 국제환경과 나라 살림은 녹록지 않은데 선거를 둘러싼 국론 분열 등 정쟁의 과열현상은 나침반을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불안감을 자아낸다. 한·미 FTA를 둘러싸고 공수(攻守)가 바뀐 여야 대결은 국익앞에 일치단결해도 힘이 부족한 판국에 적전분열현상을 드러내고, 표만을 의식한 부산저축은행 관련법 처리는 법치주의 근간을 훼절시키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 분명하고 치열한 성찰 없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야 할 각종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지역사업에 예산을 끌어온 것을 전리품인양 내세우고 있다.'한 인물이 한 나라를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한다'는 말처럼 북한은 카리스마를 가진 독재자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공백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3대 세

  • 정지된 세상, 그러나 급격히 변화하는 인도

    정지된 세상, 그러나 급격히 변화하는 인도 지면기사

    인도 여행 동안 우리를 태웠던 버스 뒤쪽에 'Incredible'이라는 글자가 아주 큼직하게 적혀있다. 우리네 상식으로 보면 이 글자는 별로 쓰고 싶지 않은 글자이지만 인도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상징으로 이 단어를 쓰는 듯하다. 그렇다. 정말 모르겠는 것이 인도 모습이었다. 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잘 모르겠는 것이 인도다. 70년대 한국사회 모습인가? 아니 그 이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50년대 모습인가라고 생각하고 보면 한편으로는 2012년 오늘 세계를 선도해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고, 자연에 순응하고 그 일부분으로 살아가는 모습인가 하고 보면, 자연을 적당히 조정할 줄 아는 모습들이고,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순례자들을 보며 오로지 신을 추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하고 보면, 각자의 삶을 위해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가족을 위해 일하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기도 하고 하여튼 잘 모르겠고 혼돈스러운 것이 지난 보름간 내가 만난 인도의 모습이다. 물론 겨우 보름간 주마간산으로 돌아본 그 넓은 땅을 어찌 한두 마디로 표현하냐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한 국가(지역)는 그곳에 처음 간 사람이 가장 잘 표현하고, 살고 있는 사람이 가장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여행에 맛을 들일 만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인도 여행을 꿈꾼다. 나 역시 일상의 때를 벗고 싶거나 사람에 지쳤을 때 떠남의 공간으로 항상 인도를 꿈꾸어 왔다. 여러 차례 계획을 세웠지만 그 때마다 이런저런 일로 못 나섰다. 그러나 2012년 1월 역시 총선, 대선이 있는 한국 역사의 변곡점이 될 중요한 시기라 주변 눈치도 보이고, 맡은 일도 있어 선뜻 나서기 어려웠지만 모든 것 내려놓고 영혼의 땅 인도로 훌쩍 떠났다.내 인도여행은 힌두인의 성소 인더스 강변에 자리한 바라나시에서 시작했다. 첫 인상은 '놀람' 그 자체였다. 떠나기 전 충실히 자료를 읽기도 하고 여행기를 읽기도 하고, 영화도 몇 편 보고 여행길에 올랐지만 첫 느낌은 그 모두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우선 너무 많은 사람에서, 그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