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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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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변호인 지면기사
영화속 변호인과는 다르게40년전 그 변호인은학생들에게 중형 구형되자충격받고 변론에 나섰지만재판도중 끌려나가 구속 되는사법사상 초유의 사태 벌어져요즈음 영화 '변호인'이 선풍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이 영화는 학벌도, 배경도 없는 상고 출신의 한 변호사가 기득권 사회의 따돌림 속에서 등기·세금 전문 변호사로 돈만을 향하는 삶을 이어가다가, 우연찮게 시국사건을 맡은 후 인권변호사로 변해 가는 상황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기승전결의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송강호 등 배우들의 열연 외에,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데는 다른 외부적 요인도 작용했다.우선 이 영화의 모티브가 전두환 독재정권 초기 대표적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이라는 점, 그리고 그 피의자들을 변호한 사람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실제적 상황이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0여 년 전 전두환 독재정권의 폭압통치가 오늘의 헌법 유린, 국민 무시로 새롭게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 국민들의 울림이 일파만파 파동친 결과 수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었으리라 추측된다.그런데 왜 '변호사'가 아니고 '변호인'인가? 변호사는 '일정한 법적 자격을 가지고 의뢰자를 위해 민사·형사 소송에 관하여 활동하며 기타 일반 법률사무를 다루는 전문적 직업법률종사자'를 말하고, 변호인은 그 중 '형사 피고인의 변호를 맡는 변호사'이다. 곧 형사사건으로 인신을 구속당하여 자기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법률적 지식을 동원하여 그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주장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변호인이다.그러므로 당연히 모든 변호사는 변호인이 될 수 있다. 소정의 수임료를 받고 형법 등에 규정된 형사범을 변호하면 변호인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 형사범에 대해서는 그냥 변호인으로 수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영화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처럼 독재정권 시절 권력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사건의 수임이 줄어들어 부의 축적은커녕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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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거리의 정치를 하려는가? 지면기사
국민들은 정부가 잘 돌아가고이를 견제하라고 만든국회가 제몫을 다해주길 바란다서로 자기편들을 거리로 끌어내투쟁상태로 몰고 가는이런 정치를 원하는건 아니다새해가 코앞인데.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넘기기가 겁난다. 한해 내내, 온기가 넘쳐야 할 거리가 권력을 뺏고 뺏기지 않으려는 투쟁의 장으로 변했다. 급기야는 철도를 운행해야 할 기관사들마저 거리에 서더니, 쟁투의 깃발과 목소리가 서울 도심 곳곳의 세밑 거리를 채웠다.새해를 희망차게 마주하고 싶은 거야 누구나 가지는 소망이다. 하지만 이대로 한해를 보내면 그렇게 될까? 더 지겨운 갈등과 더 역겨운 권력투쟁이 거리를 메우지 않을까 두렵다. 처음에는 댓글사건이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머리 허연 야당 당수가 여름철에 국회를 박차고 나와 찬바람이 불 때까지 거리를 지켰다. 한 종교단체의 따뜻한 구호와 이름 모를 선행들로 넘쳐나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이 거리로 나섰다. 망발을 한 두 야당의원을 규탄한다는 게 이유였다.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모택동이 한 말이다. 이것을 이젠 '권력은 거리에 있다'고 바꾸어야 할까보다. 거리는 사람들이 사는 실재적 공간이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에겐 국민이요, 모택동에겐 인민이다. 국민당 정부와 전쟁을 벌이던 장정의 시기 그가 기댈 곳은 당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농민들 밖에 없었다. 그는 농촌에 혁명근거지를 만들고, 농민들로 수혈한 혁명군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모는 군대에 3대 규율과 8대 행동수칙을 제정해 농민들을 수탈할 수 없도록 하여 농민들의 마음을 샀다. 예를 들어 행동수칙 1조는 "자려고 인가에서 빌려온 문짝은 제자리에 걸어놓아야 한다" 이다. 권력자들의 오랜 수탈을 지겨워하던 농민들을 권력투쟁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중국을 공산화했다. 그런 그의 말로도 행복하지 않았다. 정상국가를 버리고 홍위병에게 거리를 내맡기는 실수에서 비롯된다.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는 영불의 절대왕권과의 투쟁에서 시작된다. 혁명의 시기에 대중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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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국민이 꿈꾸는 크리스마스 지면기사
소외계층 목소리 듣기위해대통령과 집권 여당은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고야당도 대결 논리에서 벗어나대한민국호가 전진할 수 있게손을 맞잡아야 한다며칠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어느 종교를 믿건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생각하며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크리스마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타할아버지다. 산타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이 여러 곳 있지만 대표적인 곳이 핀란드의 로바니에미라고 한다. 핀란드하면 산타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여성지도자 타르야 할로넨의 나라이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던 타르야 할로넨을 알아보는 것이야말로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정치인 타르야 할로넨이 대통령이 되는 길은 험난했다. 핀란드는 남녀평등의식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대통령은 21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할로넨은 2000년 핀란드 대선 투표에서 남성후보였던 에스코 아호를 51.2% 대 48.8%로 가까스로 이겼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 대선 투표 결과까지 201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너무도 비슷하다. 할로넨 대통령의 핀란드는 승승장구했다. 12년간의 재임기간동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많은 핀란드 국민들은 할로넨을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선물'로 기억하고 있다.크리스마스가 다 되어가지만 한국 사회가 심상치 않다.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물은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은 끝도 없는 논쟁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다. 사회적으로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파업이 최장기간 계속되어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불안정한 상태이고 북한의 국지적 도발도 예상되고 한다. 방공식별구역 이슈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도 부담이다.경제와 사회적 통합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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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대중매체님들' 지면기사
대중매체들은 젊은이들이서로 '안녕 하십니까'를 묻고나섰다고 중계하고 있지만그들의 심중을 설명하지 않고제대로 응답하지 못한채질문들만 되풀이해줄 뿐이다'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자보 스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붙은 대자보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이웃한 이들이 퍼서 날랐고, 이어 토론에 불붙인 결과다. 과거 학생운동 당시의 고전적 수단이던 대자보가 갖는 의미가 강하게 되살아난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전연 닿지 않을 것 같은 뉴미디어와 접속되면서 절묘한 '미디어 믹스'가 이뤄졌다. 성공적 '미디어 믹스'는 사회에 무관심하다던 대학생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었고, 자신이 처한 조건을 고민하고 토론하게 만들었다.절묘한 '미디어 믹스'와 함께 공감을 이끈 질문 또한 유효했다. 2013년 말 최고의 히트작이라 일컫는 '응답하라' 드라마와 묘한 짝을 이루어 공감을 유도해냈다. 강한 주장, 교조적 말투를 비켜나며 누구든 응답을 피할 수 없을 만큼의 공감적 질문을 해냈다. 안녕하냐는 질문은 '답답하지 않으십니까' '나 혼자만 그런가요'의 함의를 깔고 있는 공감형 질문이었다. 응답을 비켜가면 도대체 면이 서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이었고 등을 은근히 강하게 떠미는 찰진 질문이었다.공감을 기반으로 하고, 성공적 '미디어 믹스'를 곁들이면 누구든 의제 설정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음을 '안녕' 사건은 말해주고 있다. 대중매체의 의제 설정 권력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안녕들 하십니까'가 조직된 개인들이 아닌 답답한 마음을 가진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에 호응하는 일이 SNS로 일파만파로 번져간 사건으로 보자면 대중매체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아니다. 대중매체는 의제 설정하는 개인들의 움직임을 받아 적기 바쁜 필기자의 존재로 추락했다고 할까. 질문 않고, 의제를 내세워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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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전라도일 거야" 지면기사
권력에 밉보이면고향도 바뀌는 세상개인정보 유출 조심한다지만관리소홀 대량 유출 심각유명인·공인은 신상털기 예사한심하고 치사하고 더럽다30여년 전만 해도 개인정보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름과 주소가 기재된 두툼한 전화번호부가 굴러다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고, 명함에 버젓이 집 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찍어 넣은 사람도 흔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 즈음은 금융실명제도가 실시되지 않을 때여서, 보통의 사람들은 건강보험,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의 발급 시 관공서에서 요구하는 서류, 학교에 입학할 때나 취직하여 직장에 내는 인사자료 정도에나 개인정보를 기술하면 되었고, 그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되거나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요즈음은 어디에서나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금융 관련 일을 처리하자면 당연히 신분증을 제시하고 꼬박꼬박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관공서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기관이나 조직의 홈페이지에 의견을 올리려 해도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에도 매번 개인정보를 밝혀야 하고, 백화점에서 상품을 할부 구입하려 해도 영락없이 개인정보를 요구받는다.그런데 개인정보는 그 제공된 곳에 가만히 모셔져 있지 않다. 폐기된 서류뭉치에 섞여 재활용 쓰레기장을 굴러다니기도 하고, 온라인 세상에 넘쳐 떠돌기도 한다. 이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수집하여 상품의 홍보, 판매에 이용하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지만,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라도 악용되면 개인적, 사회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진해서, 또는 어쩔 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그 정보가 유출될까 보아 노심초사한다.그러나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개인정보는 이래저래 유출된다. 장삼이사들의 개인정보는 금융기관, 이동통신사 등의 관리 소홀로 대량 유출되어 합법 비합법적으로 이용당한다. 스캔들에 휘말린 유명 인사들의 개인정보는 누리꾼들의 집단 '신상 털기'로 까발려진다. 그리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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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이전 지평리탄약고 처럼 하면 안된다 지면기사
다른 군사시설과 달리위험성 크고 비선호 시설은이전 결정을 공개해야 하고후보지 결정후 마지막에지역주민을 무마하려는방식은 버려야 한다경기도 사람들은 군사시설이 늘어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군사시설이 들어서면 재산권 행사도 어렵고 지역발전도 더디게 되는데다 경기도에는 이미 군사령부 1개, 군단급 부대 7개, 사단급 부대 30개 등 전군의 약 40% 가량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원도의 횡성군에 있던 탄약고를 양평군 지평면으로 옮긴다고 한다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발단은 이렇다. 군은 지난 5월 양평군에 '59탄약대대 현대화사업'을 한다고 인허가 서류를 냈다. 하지만 사실은 횡성에 있던 탄약고를 옮기려 한 것이고, 제1군수사령관과 횡성군수가 참석한 기공식까지 열었다. 그 과정에서 양평군과 협의 한번 없었다. 그 뒤의 일은 뻔한 것이다. 지평면의 주민들은 이전저지비상대책위를 만들고 국방부와 횡성군에 항의하고, 양평군이 제 할 일도 못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양평군수와 군의회도 나섰고, 국방부는 주민들과 이제부터라도 협의하지 않고는 이전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지평리는 6·25전쟁 때 전황을 역전시킨 지평리전투로 유명한 곳이다. 1951년 당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를 지평리에서 막느냐 못 막느냐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달려있었다. 1951년 2월 13일 밤 중공군은 3개 사단을 앞세워 원형진지를 구축한 미23연대(프랑스대대 배속)를 공격했다. 하지만 미군의 폭격과 적절한 지원군 투입으로 3일 간의 격전이 끝나자 진지주변은 중공군의 주검으로 넘쳐났다. 이 전투를 통해 유엔은 한국 국토 사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김국헌의 다시 쓰는 6·25 참조). 양평군 지평리에는 이를 기념하는 전적비가 있고, 주민들은 이를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축으로 알고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런 곳에 우리 군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군 탄약고는 지하형, 이글루형, 지상형 등의 3종으로 설계된다. 현재는 대부분 지상형인데다가 습기에 취약하여, 추진장약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고 탄종특성별로 관리되지 못하기에 군은 탄약고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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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7 지면기사
6·29선언의 주역이었던학생들과 문민정부의 탄생을보았던 사람들은 어느덧 40대,한치 양보없이 무한표류 하는지금의 '대한민국호'를 구하는건'40대의 힘' 밖에 없어 보인다1994년을 조명한 케이블방송 드라마가 인기다.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막장드라마처럼 이상한 전개와 결말이 없는데다 우리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서다. 이 드라마의 기획자가 1994년을 조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4년의 시대적 상황은 드라마 내용보다 더 복잡했다. 김영삼 정부가 문민정부의 탄생을 내걸었지만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있어서는 안 될 성수대교 붕괴사태가 있었고 이듬해에는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었다. 이 두 사고는 모두 인재(人災)였다. 기업인의 부도덕한 탐욕과 공무원의 무사안일이 만들어낸 참사에 우리 모두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된 것이다.2013년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케이블 방송의 20여 년 전 드라마 상황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한국정치는 '대선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념정글'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15일에서 17일사이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자. 여야의 대치국면 책임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라는 의견이 18.8%, '민주당'이 23.8%였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55.9%로 가장 높았다(전국 1천명 유무선 RDD 전화조사, 95%신뢰수준 ±3.1%P). 대선과정 의혹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필요하지만 대통령 선거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분노가 폭발 직전임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이미 세 가지 경고를 했다. 첫째는 NLL(서해북방한계선)은 대한민국 영토로 사수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응답했다. 둘째로 NLL과 관련한 대통령 기록물 열람에 대해서도 정쟁의 불씨가 될 것이므로 추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셋째로 지난 8월말 국정조사가 끝난 뒤 정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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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장과 동네 마실 지면기사
현대 도시인은 구성원간 대화가줄어들어 신뢰도가 하락하고공동체의식도 형성 안된다이젠 비생산적 냉소를 거둬내고마을·고장·동네 제대로 갖추는일을 삶의 첫과제로 삼아야 할때공동체 삶에 대한 언급이 점차 늘고 있다. 아예 공동체 혹은 코뮨이란 이름을 달고 일상을 영위하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그에 대한 이론도 늘뿐 아니라 정교해지고 있다. 그런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 삶이 공동체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와 비슷한 말에 속하는 고장, 마을, 동네 등의 단어는 사라지거나 혹은 그 함의를 바꾼 채 존재하고 있다. 고장이란 말은 사라진 듯하고, 동네란 말 속엔 '잠자는 곳' 정도의 함의만 담겨 있을 뿐이다. 결핍된 것에 대한 욕망의 결과로 우리는 오매불망 건강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갈구하고 있다.한국 사회보다 더하진 않겠지만 대체로 많은 나라들에서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다. 사회가 선진제도를 갖춘다 하더라도 과거보다 그 운용이 원활치 않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 공동체 의식이 담기지 않으니 좋은 제도조차도 빛을 좀체 보지 못함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웃한 사람들끼리 동네 걱정을 나누는 일이 점차 줄고 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최소한으로 이웃을 사귀는 것에 그치고 당장의 이익이 개입되지 않으면 외면해버리는 개인주의적 습속이 주요 일상으로 자리잡았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공동체 문제를 낭만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당장의 삶을 윤택하거나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나홀로 볼링'이란 책을 통해 로버트 퍼트남은 공동체 문제가 얼마나 절실한 현실 문제인지 알리고자 했다. 미국의 대부분 마을 어귀에는 볼링장이 있었다. 그곳은 늘 사람들로 붐비던 사교장이었다. 공을 굴리고 맥주를 나누며 마을 걱정도 하고, 서로 안부를 묻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그곳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볼링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뿐만 아니라 혼자 볼링 치는 사람도 늘었다. 퍼트남은 이 같은 현상을 '사회적 자본'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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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식 김치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봄까지무르지 않는사각사각 경기도 김치,요즘은진한, 짭조름한 맛,전라도식 김치에 밀려무나 배추에 양념을 넣지 않고 통으로 소금에 절여서 묵혀두고 먹는 김치를 흔히 짠지라고 하는데, 황해도, 함경남도 지방에서는 김치 자체를 짠지라고도 한다. 또 경기도 지방에서는 무를 절이지 않고, 소금을 조금 넣어 삼삼하게 담근 김치를 싱건지라고 부른다. 오이를 짠지 비슷하게 담근 것은 오이지다. 이밖에 부추도 고춧가루와 젓갈로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지방에 따라 부추김치를 솔지 또는 정구지라고 한다. 장아찌는 무, 배추, 오이 등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 숙성시킨 저장식품을 말한다. 우리의 옛 조리서에는 장아찌를 장으로 담근 김치, 곧 '장지'라고 적고 있다.짠지, 싱건지, 오이지, 솔지, 정구지, 장지(장아찌) 등에 붙은 '지(찌)'란 무엇일까? '지'는 16세기 김치의 옛말인 '딤채'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김치의 이름이다. 고려 중기의 시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김치 담그는 것을 '염지(鹽漬)'라고 했는데, '지(漬)'는 '적실 지, 물에 담글 지'로 풀이되므로 곧 '지'가 김치임을 추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려 말기가 되면서 '지'는 사라지고 '저(菹)'가 김치를 뜻하는 말로 떠오른다.'딤채'라는 말은 조선 초기에 보인다. 1525년 '훈몽자회'는 저(菹)를 '딤채 저'라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 '딤채'는 무엇일까? 이때의 김치는 고춧가루와 젓갈을 쓰는 오늘날의 김치와는 달리, 소금에 절인 채소에다 마늘 등 몇 가지 향신료만을 섞어서 채소의 수분이 빠져나오고, 채소 자체는 소금물에 침지(沈漬)되는 형태이거나, 동치미처럼 소금의 양이 많으면 마침내 가라앉는 형태였을 것이다. 여기에서 김치는 가라앉은 채소 곧 '침채(沈菜)'로 불리고, '침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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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 좌 우 날개로 난다' 지면기사
새들은 좌우날개로 잘 나는데왜 여야는 제쪽만 옳다거나잘됐다는 식의 논법으로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가?균형 맞추며 비행하는 철새처럼한국정치도 지혜로웠으면…이제 겨울새들의 계절이다. 수만 ㎞를 지치지 않고 날아오는 두루미나 청둥오리 떼가 반갑다. 그 가냘픈 몸으로 무리가 우두머리를 앞세워 기류를 제 것으로 만들어 오는 저것들이 대견하다. 서로 협동하는 무리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티격태격 사는 모양새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새들이 보면, 우리한테 한수 가르쳐주고 싶지 않을까.특히나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권을 보면 새들이 뭐라 할까? 공무원 개인의 정치개입 사건으로 끝나야 할지, 행정체계의 조직적 정치개입으로 보아야 할지. 이것을 두고 정국이 좀처럼 풀리질 않는다. 야당이 연일 공세수위를 높여가자, 여당은 대선불복이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다 한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에 대해 책임자를 찾아 처벌해달라고 하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야당이 지난 대선패배를 자신의 잘못에서 찾기보다, 외부에서 찾는 것이 꼴사납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도 군색하기는 피차일반이다. 기류라는 현실적 조건에 맞추어 좌측 행렬이 늘어났다가 우측행렬이 늘어났다가를 반복하는 철새 떼를 보면, 현실의 정치리더십이 아쉬워 보인다. 우두머리새가 이끄는 모습도 부럽고, 그를 따르는 철새들도 부럽다.우주에서 보면, 철새 떼의 무리에 비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행정체제도 대통령이 나서서 좀 실타래를 풀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해외외교에 나서기 전에 국내정치의 갈등해법을 찾고 나서기를 바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계속되는 정쟁에 지겨워지고 먹고사는 일이 급해진 탓이다. 그래서 유럽순방 직전에 국정원 의혹 철저 조사 후 문책하겠다는 의지표명을 한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청와대 회의에서 전공노와 전교조의 선거개입이 더 문제라고 맞받아친 것은 과연 시의적절했나 하는 의심이 간다. 장군멍군하는 식으로 이쪽도 잘못했으나, 저쪽의 잘못이 더 크다는 식으로 핑퐁게임을 유발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