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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386은 왜 대선후보가 없는가? 지면기사
1980년대 학생운동세력이 2000년대 본격적으로 정치에 진출하여 386으로 불렸다. 386세력의 정치권 진출과정을 보면 이들에 대한 기대도 컸기에 정치권 진입도 특혜를 받았고, 정치에 들어와서도 특별대우를 받아 원내에 쉽게 진입했다.어느덧 세월이 흘러 386세력은 586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과정에서 50대 또는 60대에 진입한 586세력이 대중적 정치 지도자나 대통령으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들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세대 인구수가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기에 세대적 지원도 클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386세력의 등장을 보면서 첫 등장부터 창대했으니 현재 586에서는 당연히 더욱더 창대하리라 전망했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은 사라지고 있다. 정치권 등장부터 창대했으나 기대 사라져계몽적 사명감에 민심 대하는 태도도 달라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각 당 어디에도 586 유력 대권주자는 없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강을 형성하는 이낙연이나 이재명 모두 과거 학생운동권 386이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원희룡 등이 있지만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등 유력 주자에 밀리고 있다. 이는 386세력이 대중적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그렇지만 386세력이 많이 진출한 민주당은 당과 정부에는 자리를 잡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의 위치는 대중적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성취라기보다는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민주당 내 관계에서 주어지는 측면이 크다. 이는 달리 말해 386세력의 집단적 성취다.김영삼·김대중은 이미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고, 61년생인 오바마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대통령을 하고 물러났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생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왜 386세대에서 대중적 정치인 또는 국가 리더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나 원인분석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 원인을 이들 386정치인의 민심 또는 여론을 대하는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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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을밤에 생각한 것들 지면기사
가을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밤의 서늘한 기운을 품은 풀벌레 소리의 데시벨이 부쩍 높아졌다. 불을 켜지 않은 채 풀벌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데, 그것은 마치 영원의 저쪽에서 보내는 신호 같다. 몸 안의 가장 작은 뼈인 추골, 침골, 등골 등을 통해 이 소리가 전달된다. 이 청각의 기적을 타고 가을밤의 쓸쓸함과 멜랑콜리가 몰려온다. 물론 내 상태는 항우울제인 프로작을 삼켜야 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19세기 초 런던 거리에는 약 4만개의 가스등이 켜졌다. 헤드랜턴도 손전등도 없던 시절 작가 디킨스는 불면 때문에 축축한 습기와 안개가 짓이겨진 어둠이 유령처럼 떠도는 런던 거리를 쏘다녔다. 촛불과 고래기름을 써서 어둠을 밝히던 시대는 빠르게 지나갔다. 백열구가 나오고 산업사회로 진입한 뒤 인공조명들이 밤을 장악한다. 그리고 빛공해와 소음에 의해 밤은 잠식되었다. 이론적으로 인간은 밤하늘에서 3천개의 별을 식별할 수 있다지만 많은 별과 은하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빛과 어둠의 순환주기가 깨졌다. 많은 양서류와 파충류들이 이것에 영향을 받아 생태적 교란에 빠졌다. 밤은 낮의 노동·근심으로부터 해방시켜줘달이 뜨면 고요·쓸쓸함·멜랑콜리를 맞는다 우리 영혼 깊은 곳에는 밤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저 선사시대 인류의 뇌에 눌어붙어 있던 두려움이 유전된 탓이다. 밤마다 맹수들이 포효하고, 재앙은 어디서 덮칠지 몰랐던 시대에 밤은 지옥의 휘장이었다. 밤이면 소등과 통행금지가 시행되던 중세 때까지 밤은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는 위험한 시간으로 인지되었다. 악령들이 출몰하는 미지와 불가사의의 시간, 갖가지 범죄들이 들끓는 시간에 인류는 전전긍긍했다. "밤은 인간 최초의 필요악이자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자주 출몰하는 두려움이다."(로저 에커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현대에 와서야 밤에 덧씌워진 사악한 이미지가 벗겨지고, 인류는 밤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밤은 어둠의 시간이다. 밤은 개와 늑대가 분별이 안 되는 땅거미 질 때 시작한다. 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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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천년 음식을 만드는 스토리텔링 지면기사
현대인들은 출근길에 인터넷 뉴스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주제별로 모아 놓으니 이곳에서 골라서 볼 수 있다. 오늘은 '학교도 이렇게 일찍 안 갔다'라는 인터넷 뉴스에 관심이 간다.우리가 별다방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제법 근사한 상품이 나오는 날이란다. 커피 300잔을 130만원을 내고 먹으면 받을 수 있는 여행가방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돈을 다 지불하고 커피는 한 잔만 마시고 가방을 받아 갔다는 내용이다.무엇이 숱한 사람들을 별다방에 매달리게 하는가. 그 비밀은 이야기다. 이곳에 가면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똑같은 맛을 유지하고 매장이 넓어서 쾌적하며 응용소프트웨어를 깔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인데 '스토리의 과학' 저자 킨드라 홀은 "스토리가 있으면 저항이 사라지고,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도 그 음식점에 가고 싶어지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아도 그 향수가 사고 싶어지고,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이 제품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기업에서도 생산하는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은 제품뿐만 아니라 음식분야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천년을 살아 내려온 요리도 있으니 다름 아닌 동파육이다.소동파 詩 '저육송' 돼지고기 찬미 노래지만실제로는 동파육을 만드는 방법 읊조린 것 소식은 중국 북송대의 문인이자 철학자로서 우리에게는 소동파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소식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기나 긴 시간 유배생활을 하게 되는데 후베이성 황주(黃州)에 단련부사라는 보잘 것 없는 직책으로 좌천되어 5년간 머무르게 된다.그의 시를 보면 황주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황주로 온 지 2년은 하루하루가 곤했다. 마정경이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불쌍히 여겨 군에 청하여 땅 몇 마지기를 얻어주어 농사를 지으면서 근근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땅이 너무 황폐해지고 가시덤불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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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선(善) 자원론 지면기사
선배 변호사와 함께 현장검증을 가게 되었다. "윤 변호사, 한 달에 얼마나 벌어?" 내 수입을 솔직하게 말했더니 "나보다 수입이 세 배나 많구먼!"하고 놀라는 것이었다. 부장판사를 지낸 그의 수입이 초짜 변호사인 나보다 훨씬 적다니…. 나도 놀랐다. 경력이든 인맥이든 내놓을 것 없는 나에게 그 선배가 비결을 물었다.판검사도 한 적 없던 내가 사무실을 열자 사람들은 브로커라도 써야 사무실 유지라도 할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업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내 사무실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법조 고위직 출신이나 브로커를 쓰는 사무실에 가보면 손님이 북적북적했지만 무슨 배짱인지 그런 변호사는 되고 싶지 않았다. '진실하게 대하면 돈 잘번다' 체험 또 체험착한 마음 가지면 세상 잘 살수 있다는 확신 그러던 어느 날 두 부인이 찾아와 남편들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더 큰 죄를 저지르고 구속되었다며 "석방시킬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사건을 맡으면 직원 월급도 주고 월세도 낼 수 있었다.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남편의 죄가 커서 힘들겠습니다." 모처럼 찾아온 고객을 놓칠 것이 뻔했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한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변호사님! 이 사건 맡아주세요." 의아해 하는 나에게 그 부인은 말했다. "법무부 장관,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도 만났어요. 수임료만 많이 주면 석방시킬 수 있을 듯이 말했습니다. 내가 바보입니까? 나는 세운상가 일등 장사꾼입니다. 얼굴만 봐도 거짓말하는지 정직하게 말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어요. 변호사님은 믿고 맡길 수 있겠어요. 비용은 얼마 드리면 되나요?" 200만원이라고 하자 부인은 100만원권 수표 30장을 내밀었다. 어차피 선임료로 쓰려고 가지고 다닌 돈이라며. 1987년 당시 3천만원이면 강남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이었다. 나는 내가 말한 수임료만 받았다. 부인은 날마다 "돈이 더 필요하지 않으세요?"라며 전화로 물어왔다. 전 재산 700만원으로 전세 살고 있던 처지였지만 나는 끝내 그 돈을 받지 않았다. 다른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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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대선,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지면기사
과거 민주당이 선거에 패할 때마다 한 말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미 운동장이 기울어져서 민주당으로서는 선거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자기변명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정당지지율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보수·중도·진보 이념성을 말한다. 따라서 민주당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은 사회가 보수화 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는 민주당으로서는 개혁도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진보가 소수라서 선거에 졌다는, 달리 말해 패배의 탓을 국민에게 돌리는 논리였다. 그러나 보수로 기울어졌던 이념의 운동장이 박근혜 정부 탄핵을 거치면서 다시 진보우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부터는 보수 정당에서 반대 논리로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자신들의 선거 패배를 변명하기도 했다. 서울·부산 재보선·국힘 당대표 경선이후현재 보수·진보 격차 '3.2%p' 오차범위내 그럼 왜 정치이념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하는가? 이는 이념지표, 정당지표, 지지율·득표율을 나무에 비교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나무에 비유하면, 이념지표는 뿌리, 정당지표는 줄기, 지지율이나 득표율은 과일에 해당된다. 따라서 자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가 튼튼하게 착근이 되어 있지 않으면, 비료나 영양분을 아무리 공급해도 수확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줄기도 마찬가지다. 줄기가 튼튼해야 영양공급이 원활하고 많은 수확을 지탱할 수 있다. 따라서 여론에서 진보·보수 구도에서 밀리면 정당지지율도 밀리고 후보지지율 또는 선거 득표율도 밀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 그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과거 우리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전에는 보수 우위였다. 그러나 87체제 이후 차츰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룬다. 90년대 한길리서치 이념 조사에 의하면 보수·진보가 25∼30%, 중도가 25% 내외로 보수·진보간 5%p 이상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비율은 노무현정부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항상 대선에서 보수·진보진영간 경쟁은 박빙이었다. 이 무렵 이념의 구도를 국민이 만들어준 '황금률'이라 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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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매너는 승리보다 더 값지다 지면기사
스포츠는 인간의 신체가 감당하는 중력과 무게 그리고 속도의 한계를 시험한다. 운동선수들은 강건한 신체로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제 시간과 노력을 다 바친다. 그들은 근육을 단련하고 운동 기량을 가다듬느라 숱한 낮밤을 연습으로 지새운다. 운동선수에게 기량의 양질 전환은 혹독한 연습의 반복과 그 누적에서 나온다. 승리는 피와 땀과 눈물뿐만 아니라 자기 희생을 감당한 자, 즉 자기를 불사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자 그 열매다. 그런 까닭에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극의 순간은 우리를 열광으로 이끈다. 지금 도쿄에서는 2020년 하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림픽은 한 해나 늦춰졌다. 결국 올림픽은 무관중 경기로 열렸는데, 벌써 '최악의' 올림픽으로 꼽힐 만큼 탈도 말고 뒷말도 많다. 하지만 폭염과 여러 난관 속에서도 각 나라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과 집중력, 담대함, 열정은 감동 그 자체다. TV중계로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며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휴먼드라마에 가슴이 더워질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은 무더위마저 잊게 하는 즐거움이다. 젊음의 솟구치는 기개와 단련된 육체가 뿜는 열정과 흥분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는 게 싫지 않다.이동경의 악수 거절… 조구함의 배려·존중올림픽은 평화·우정 쌓는 '세계인의 축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분패했다.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모은 우리 축구대표팀에게는 불운하고 아쉬운 경기였다. 우리나라는 1948년 이래 축구에서 뉴질랜드에 진 적이 없다. 그런 뉴질랜드에 패배한 선수들이 받은 충격과 아픔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경기가 끝난 뒤 뉴질랜드의 크리스 우드 선수가 패배로 어깨가 처진 이동경 선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이동경 선수는 악수를 거절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방송을 탔다. 아차, 싶었다. 이동경 선수는 나쁜 매너로 구설수에 오르며 비판을 받았다. 이겨야 할 경기에서 진 탓에 실망하고 기분이 나빴겠지만 이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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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8월 문어에게 배우는 지혜 지면기사
인간은 만물의 영장, 큰소리치고 살지만…보이지않는 세균·바이러스에도 맥을 못춘다때마침 다양한 생존법의 문어 다큐를 보며어려운 시대 나는 어떤 역량을 쌓아야할까지구상의 사람들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면서 큰소리를 치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큰소리를 치기는커녕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책을 보면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전투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밀집된 곳을 좋아하는데 우리는 산업화 도시화를 핑계로 점점 더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으니 균들은 늘 사람들 곁에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적(?)을 파악하고 싶지만 정작 그들은 우리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미물이다.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사는 것은 기본이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살아야 하니 내 안에 어떤 능력을 길러야 이 시대를 살아낼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운동해서 몸 온도를 높이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일뿐인 듯하다.사회적 관계가 줄면서 컴퓨터를 통해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보는 일이 점점 많아졌는데,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바다에 사는 문어를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내가 문어를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정월 전남 완도의 전복 가두리양식장이다. 그때 양식장에 가서 전복을 가두어둔 틀을 들어 올렸는데 전복의 주 먹이는 놀랍게도 다시마였다. 비싼 전복을 먹을 필요 없이 다시마만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켜켜이 싸인 다시마 틈 사이로 문어가 전복을 먹고 있었다. 현지인 말에 따르면 완도에서는 전복보다 문어를 더 귀한 음식으로 친다는 것.문어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계절 별미인데 안동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문어를 제사상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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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내 인생 최고의 보물 지면기사
변호사 일 접고 글쓰며 뮤지컬 만들기 시작손해 뻔한데 되레 풍요로운 삶이 나를 맞아비경쟁 가치로 가면 '경쟁가치는 덤'에 믿음네덜란드 친구 '경쟁없는 삶'에 자부심 갖길며칠 전 네덜란드에서 온 그를 처음 만났다. 한국에 왜 왔느냐고 물었더니 반도체에 회로를 넣는 첨단장비 업체인 유럽 본사에서 삼성에 기술 지원하러 왔다고 했다. 그 첨단장비가 없으면 삼성도 TSMC도 반도체를 못 만든다고 했다. 자기 회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0%라서 '경쟁자가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경쟁자가 없다!" 그의 말에서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그러나 기술은 발전하지 않는가. 언젠가는 그 회사에도 경쟁자가 생길 것이다. 당분간 경쟁자 없는 회사에 다녀도 저렇듯 의기양양한데 그가 언제나 경쟁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면?나는 대학 졸업 후 어두컴컴한 고향 집 구석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사법시험 수석이니 최연소니 3관왕이니 하며 신문에 오르내리는 친구들을 보면 내 자신이 더욱 초라해졌다. 내가 뒤늦게 합격한들 친구들 뒷자리만 쫓아다닐 것 아닌가. 이미 경쟁에서 뒤처진 인생이었다. 법학 책을 펴면 머리만 아파 왔다.어느 날 집 안에 있던 낡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가치에는 경쟁 가치와 비경쟁 가치가 있다'. 그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돈, 권력처럼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쟁 가치는 이 세상에 한정되어 있는데, 아름다움이나 선함은 공기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비경쟁 가치라는 것이다. 내가 1등을 차지하면 남이 못하는 것은 분명했다. 순간 나는 내가 갖게 되면 남이 갖지 못하는 경쟁 가치를 위해 발버둥 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해도 남들 역시 얼마든지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미소를 보내도 누구나 미소 지을 수 있듯이…. 그러고 보니 나는 뒤처진 인생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에게 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어릴 적 오르던 뒷산 바위를 찾았다. 먼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이 안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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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역사전쟁, 남침·북침 지면기사
정치 승리위해 모든 수단 정당화 그릇된 생각미래세대 교육까지 정쟁 도구화 더욱 안돼교육에 관여한다면 객관적 사실로 이뤄져야용어 혼란 잘못된 조사 정치프레임화 없어야2013년 6월11일 서울신문은 진학사와 함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6·25전쟁을 북침으로 응답했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이전에도 남침·북침논쟁은 있었지만 서울신문 여론조사가 마치 1차 세계대전에서 '사라예보의 총성'과 같은 트리거 역할을 했다.이 조사보도가 나가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남침·북침 역사전쟁이 정치권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역사전쟁은 전교조 교사가 북침을 가르쳤다는 주장과 함께 당시 국사교과서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인정하는 '검인정' 대신 국가 단일사관에 의한 '국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쟁으로 불붙었다.8년이 지난 올 6월에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국민들에게 당시 서울신문이 했던 같은 보기문항을 제시하고 6·25의 남침·북침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선생님께서는 6·25전쟁이 남침이라 생각하십니까? 북침이라 생각하십니까?'로 물은 결과 남침이 54.5%, 북침이 33.9%, 기타 7.0%, 잘 모르겠다가 4.6%로 나왔다. 이어 질문을 달리해서 물어봤다. '그럼 용어가 혼란스러우시면 남한과 북한 중 누가 6·25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그 답은 '북한이 일으킨 전쟁'이 90.7%였다.2013년 당시에도 서울신문 조사가 잘못됐다는 반론조사가 있었다. 교육전문지인 희망교육이 서울지역 학생 1천499명을 대상으로 '6·25 한국전쟁은 누가 일으켰나'라는 질문에 답변 내용을 '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남한이 일으켰다'라고 제시하자 89.4%가 '북한이 일으켰다'고 답했다. 서울신문 조사와 완전히 상반된 조사가 나왔다.즉 '6·25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로 질문하면 다수는 전쟁을 일으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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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콩국수를 먹으며 생각한 것들 지면기사
한가지 음식 만들려면 많은 과정·정성 필요빈곤 시달리던 때와 달리 요즘 먹거리 풍부생활방식도 빨라져 패스트푸드 자주 애용삶은 더 조악해지고 미각 즐거움 잃게될 듯무더위로 입맛을 잃는 여름철 한 끼 음식으로 콩국수 만한 게 없다. 콩국수는 봄가을에도 먹을 수 있지만 여름 콩국수만큼 그 진한 풍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콩국수 만드는 법은 단순하다. 백태콩을 찬물에 불려 한소끔 끓인 뒤 믹서에 간 콩국물에 국수를 말고, 채 썬 오이와 볶은 통깨, 삶은 달걀 반쪽을 갈라 고명으로 얹는다. 오이나 통깨가 없다면 열무김치를 얹어 먹어도 그 조합이 나쁘지 않다. 얼음을 띄워 차가워진 콩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더위쯤은 거뜬하게 견딜 수 있다.누구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사람은 식물같이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영양소를 만들어낼 수 없는 탓에 생명 유지를 위해 외부 물질을 몸 안에 들여야 하는 까닭이다. 무언가를 먹는 것은 제 몸의 바깥에서 구한 물질을 몸 안으로 들여 몸의 일부로 바꾸는 일이다.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제 몸 안에 들인 음식으로 제 몸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에서 사람은 평등하다. 음식은 생명 유지의 바탕이고, 건강과 삶의 질을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는 한에서 이것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고 크다."배추는 굵은 소금으로 숨을 죽인다/미나리는 뜨거운 국물에 데치고/이월 냉이는 잘 씻어 고추장에 무친다/기장멸치는 달달 볶고/도토리묵은 푹 쑤고/갈빗살은 살짝 구워내고/아가미 젓갈은 굴속에서 곰삭힌다/세발낙지는 한손으로 주욱 훑고//안치고, 뜸들이고, 묵히고, 한소끔 끓이고/익히고, 삶고, 찌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리고/비비고, 푹 고고, 빻고, 찧고, 잘게 찢고/썰고, 까고, 갈고, 짜고, 까불고, 우려내고, 덖고/빚고, 졸이고, 뜨고, 뽑고, 어르고/담그고, 묻고, 말리고, 쟁여놓고, 응달에 널고/얼렸다 녹이고 녹였다가 얼리고//쑥 뽑아 든 무는 무청부터 날로 베어 먹고/그물에 걸려 올라온 꽃게는 반을 뚝 갈라 날로 후루룩/알이 잔뜩 밴 도루묵찌개는 큰 알부터 골라먹고/이른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