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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브랜드와 글로벌 경쟁력

    도시 브랜드와 글로벌 경쟁력 지면기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국가브랜드 선언을 하고 이듬해 초 국가브랜드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간 다양한 활동으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오는 8월말엔 국가브랜드 종합박람회가 열려 세계에 자랑할 브랜드 상품과 박세리, 김연아 등 한국을 빛낸 인물들이 총망라될 것이다.두말 할 것도 없이 국가브랜드가 올라가면 국가 신인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올라가 이로인한 국부(國富) 창출이 엄청나다.얼마 전 밤잠을 설치게 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성공은 우리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고 국가브랜드에도 큰 공헌을 할 것이라 믿는다.앞으로 초대형 국제 행사들이 줄줄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니 우리의 저력에 자긍심마저 느껴진다. 9월에 열리는 대구 국제육상선수권대회 역시 일반의 옅은 관심과 달리 세계 3대 스포츠로 더 국민적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여수 엑스포,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부산 영화문화의 전당 개관 등은 그저 바라만 보던 세계 축제가 앞마당에서 펼쳐지니 격세지감이다.이제는 도시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천여개가 넘는 축제들을 정비해 수준을 높여야 하는 단계다. 먹고 나면 여운이 없는 소모성 축제나 축제를 위한 축제는 지양(止揚)되어야 한다. 통영 윤이상 국제음악제나 함평 나비축제 등 성공한 축제가 적지 않지만 반드시 유명 축제가 아니어도 소박한 생활축제도 살아났으면 한다. 삶과 밀착된 축제야 말로 축제의 정신을 꽃피울 수 있기 때문에 민간으로 옮겨 가는 물꼬를 터주었으면 한다.엊그제 중국은 조선족 아리랑을 문화유산에 등재한다하여 우리를 황당하게 했다. 이들은 벌써 6~7년 전부터 면밀하게 작업을 해왔고 아리랑뿐 아니라 혼례 풍습 등 여러 세속을 자기네 것으로 만들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는 말한다. 바야흐로 눈에 보이는 영토전쟁만 전쟁이 아니다. 연성(軟性) 국토인 '문화영토' 확보를 위한 싸움이 더 치열할지 모른다.우리 경제와 외교력이 크게 신장한 만큼 국가브랜드위원회 혼자서만 한국을 알릴 것이 아니라 지자체도 도시 브랜드 위원회를 결성해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면

  • 대학교육, 값뿐만 아니라 질도 보자

    대학교육, 값뿐만 아니라 질도 보자 지면기사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로 모든 국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이미 무역, 경제분야에서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문화면에서의 한류열풍도 서서히 퍼지고 있다. 국민이 힘을 합해 노력해야 할 다음 영역은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대학교육개선이 아닌가 싶다.최근에 한 세계대학평가기관에서 나온 대학평가를 보면 서울대가 50위를 기록하고, 대부분 상위대학들이 100위권 안팎을 차지한데 그치고 있다. 이것이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단면을 보여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첫째, 세계적으로 우수한 학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건실한 대학이 많이 존재해야 한다. 한국 휴대전화가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발전되기 위해서는 폭넓은 내수시장이 필요했듯이, 노벨상을 타거나 세계에서 인정받는 학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대학은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지식정보산업에 필요한 인력 창출에 도움이 된다. 지식정보산업이라 하면 언론, 광고, 통신,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데이터 베이스, 네트워크, 컨설팅, 금융 외에도 온갖 분야에서 정보와 지식을 생산 관리 분배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를 의미한다.대학 수의 증가로 필요 이상의 고학력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필요한 학력을 갖춘 사람이 없어서 외국에서까지 인력을 수입하는 경우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짜 문제는 고학력이 아니라 어떤 것을 어떻게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대학 4년동안 전공 공부를 무시하고 고시합격이나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만 매달렸다면 이것은 급변하는 미래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보다는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자격증의 보호아래 경쟁이 없는 무풍지대에서 안일을 도모하는 졸업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둘째,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배움에 대한 욕망이 큰 한국학생들은 대한민국의 축복이다. 한국은 선진국의 문물을 빨리 배워서 물질적 경제 성장을 짧은 시일내에 이뤘다. 한국이 이제는 지식산업에서 한 수 가르칠 입장이

  • 영웅과 달인

    영웅과 달인 지면기사

    '장자'에는 포정이라는 도살의 달인이 나온다. 19년 동안 소를 잡았더니 칼날이 닳지 않는 경지에 올랐단다. 뼈와 살의 사이, 근육과 심줄의 결에는 미세하나마 빈 공간이 있다. 칼이 그 빈 틈새를 타고 지나갈 정도로 기술이 무르익다 보니, 수천마리 소를 해체하여도 날이 무뎌지지 않더라는 것. 임금이 그의 소 잡는 장면을 보고서 문득 '놀라운 기술이로다!'라며 찬탄하였더니, 의연히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올시다!'라고 응수했다는 사람. 2천300년 세월이 흐른 오늘 다시 읽어도 통쾌하다.하나 포정의 자부심을 염려하는 눈길도 있어왔다. 소를 잘 해체하는 기술에 '도'라는 영예를 부여할 수 있다면, 사람을 잘 죽이는 기술 역시 '도'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다. 전국시대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뜻 모르는 백성들을 전쟁터로 몰아가는 것을 앙민(殃民), 곧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는 짓이라고 한다. 단 한번 전쟁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해도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맹자) 장자에게 '도'란 기술적 차원에서 이른 말이다. 이 사상을 일본이 이어받았다. 기술마다 도라는 이름이 붙는 까닭이다. 검도, 유도, 다도, 궁도 등등. 바둑의 수승한 경지를 기성(碁聖)이라 칭하고, 에도시대 전설적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검신(劍神)으로 추앙받는다.반면 맹자에게 '도'란 윤리와 도덕의 범주에 속한다. '도'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정의를 실천할 때 얻는 이름이지 고작 절륜한 기술에 붙이는 명칭일 수 없었다. 맹자의 사상은 조선이 이어받는다. 개인행동이든 나라의 정책이든 '의· 불의'가 판단 기준이었다. 이 속에서 의병과 의사(義士)가 나올 수 있었다. 안중근은 이런 전통의 마지막 불꽃이다.최근 KBS에서 방영된 백선엽 장군의 이력을 두고 시비가 분분하다. 그가 6·25전쟁에서 거둔 전공은 혁혁하다. 그의 무공을 덮을만한 군인은 현대사를 털어 없을 듯하다. 그런데 그의 출발은 일제하 직업군인을 기르는 봉천군관학교에서였다. 더욱이 그는 잔학한 살해를 일삼은 간도특설대의 장교였다. 그는 여기서의 활동

  • "나는 돈 대학생이다"

    "나는 돈 대학생이다" 지면기사

    강의실에서 만나던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등록금 인하를 소리치고 있는 이 여름, 대학교수라는 자리는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면서 자괴감이 밀려드는 때는 많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던 날, 이른 아침 교정에 들어선 나는 학교 박물관 벽을 온통 가리듯이 걸려 있는 북한의 인공기를 보았었다. 왜, 누가 여기에 오늘 이 깃발을 거는가. 그때의 자괴감이라니. 그러나 이 여름에 느끼는 자괴감은 그때와는 또 다르다.내 과목을 수강하는 꽤 많은 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열리는 반값등록금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나선 제자 가운데는 윤호도 있었다.지나간 겨울, 윤호가 모 재단으로부터 등록금 전액장학금을 받게 되었을 때였다. 추천서를 써 준 나에게 휴대전화로 장학증서를 찍어 보여 주면서 '엄마가 막 울고 난리 났어요.' 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던 윤호, 바로 그 윤호가 광화문에서 열리는 등록금 인하 시위를 다녀온 것이다.'저요, 그날 일찍 가서 처음에는 종이컵에 초를 꽂는 가내 수공업을 맡았어요. 그러다가 남자가 무슨 초를 꽂느냐며 끌고 가는 바람에 스피커 설치하는 일을 했어요'라며 그는 웃었다.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하라' 그것이 그가 들었던 피켓이었다.대학생들이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자신들의 의사표출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일이 사라진 지 몇 년이 된다. 그러다 보니 이른 봄 개나리꽃이 필 때나 반짝하다가 마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놓고 '개나리 시위'라는 이름까지 붙은 요즈음이다. 윤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교정에는 여름이 한창이었다. 그 푸름 속에서 그가 하는 말이 마른 나뭇잎처럼 아프게 가슴에 쌓였다.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는 해도 그는 학교가 끝나면 독서실로 가서 새벽 2시까지 독서실 관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면서도 학교강의가 없을 때는 또 '스마트폰 애플 운영'이라는, 휴대전화에 TV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일을 시간제로 한다. 하루 다섯 시간밖에 잠을 못 자는 생활인 것이다.자신은 등록금 걱정만은 안 해도 되게 장학금을 받지만 그 장학금은 '나 혼자만을 생

  • 반값등록금 논란과 백년대계

    반값등록금 논란과 백년대계 지면기사

    [경인일보=]반값등록금 논란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지난 6월10일 서울 광화문 거리는 수만 명의 대학생과 청년 그리고 시민들이 나서서 반값등록금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은 매주 금요일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는 날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하였다.그러나 여기에 대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려면 정부보조를 통해 세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는 국민의 세금을 올리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런데 대학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국민 모두가 반값등록금을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반값등록금이 논란이 된 것은 현 정부의 선거공약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서 물리적으로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이야기였다고 말해 논란에 모호함을 더해주고 있다.그러면 한국의 등록금 실태는 어떠한가. 2010년 4년제 일반대학 기준 연평균 등록금은 국립 444만원, 사립 754만원이다.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등록금 부담률이 소득 대비 10분의1인 반면, 한국은 학생 대부분이 국민소득의 3분의1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어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보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부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특히 소득 하위 10% 가구의 경우 연간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은 97.9%에 달한다.이렇게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대부분의 대학들(사립대학)이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보조금 또는 지원금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을 재구성(책정된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하거나 정부예산을 늘리는(세금을 더 거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모두 쉬운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반값등록금 문제가 부각된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점점 높아져가는 청년실업률 그리고 빈부격차 등으로 사회적 불만들이 다른 식으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과거 대학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출세를 좌지우지하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준비하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준비하며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배우 유지태를 소개한 김에 영화제 얘기를 한 번 더 해보려 한다. 내가 집행위원장을 맡아 이끌고는 있지만 영화제의 방향과 주제, 그리고 상영되는 영화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되풀이해서 말을 나누어도 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지난 2회 영화제 때의 일이다. '저 달이 차기 전에'라는 작품이 상영되고 감독과 관객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파업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현 정부 들어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다룬 소재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실무진들이 상영작들을 정해 보고했을 때 이 작품뿐만 아니라 용산사태를 다룬 작품까지, 정부와 경기도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는 영화들이 여러 편이어서 솔직히 적잖이 걱정이 되었다. 영화제가 경기도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나로서는 당연한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날 관객과의 대화를 지켜보고 나서 나의 걱정은 순전히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대부분 어른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던 중간에 한 남자 고교생이 손을 들고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 하지만 지나치게 노동자의 입장만 대변한 것은 아닌가? 사측의 입장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질문 하나에, 그리고 그 질문에 반응하는 다른 관객들의 모습에 나는 내가 영화제를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원칙이 여전히 올바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지원을 아끼지 않되 내용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문화 행위로서의 영화 창작과 그 행위의 결과물이 소개되는 장으로서의 영화제, 이 모두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영화제 시작 전 이미 경기도와 공유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실제 한 사회의 문화가 융성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사회의 주류 질서는 잘 갖추어진 기존의 체계에 흠집을 내고 틈입해 들어오는 비판의 목소리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항원과 항

  • 부동산공동체

    부동산공동체 지면기사

    [경인일보=]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도시라고 한다. 인류의 문화에 어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도시가 담당했다고 하는 이 말의 전제에는, 도시는 자연적으로 태동된 게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며 또한 언제든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도시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잉여생산물의 교환설이 유력하다. 자기 집에서 경작하고 재배한 생산물의 양이 자급자족 수치를 넘게 되자, 다른 필요한 물자와 바꿀 목적으로 조성된 장소가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도시의 역사는 약 일만 년으로 추정하는데, 이스라엘의 제리코(BC 9000년경)나 터키의 차탈휘크(BC 7000년경)에서 발굴된 공동 주거지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이다. 이 일만 년의 도시역사 중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 인류의 10%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 도시집중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게 되었고, 2050년이 되면 4분의 3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도시는 매력적이다. 도시에는 수많은 기회와 동기가 있으며 욕망과 기억이 교차하고 성공과 좌절이 순간마다 존재하여 전혀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도시를 의미하는 영어에는 시티(city)와 어반(urban) 두 가지 단어가 있는데, 같이 도시를 뜻하지만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시티는 일종의 사회적 성격이 강한 반면, 어반은 그 사회를 근간으로 하는 물리적 환경을 의미한다. 서로 모르는 이들이 모여 공동체적 목적을 공유하는 어떤 사회와 그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적 구성이 합쳐서 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건물들의 집합인 어반은 만들기가 쉬운 반면에, 시티는 대단히 어렵다.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이 각개의 특출한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규칙에 합의하고 공유해야 하는데, 이를 이루기가 여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우리의 세종시가 그 좋은 예다. 아직도 여러 문제가 잔존해 있지만, 세종시가 왜 그렇게 뜨거운 이슈가 되어 국론을 사분오열시켰을까. 정파

  • 완전 개맛이다

    완전 개맛이다 지면기사

    [경인일보=]토요일 오후, 학교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서였다. 옆자리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던 여고생 가운데 하나가 킬킬거리며 소리쳤다. '와, 완전 개맛이다'.음식을 놓고 개맛이라니. 맛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 그런 소리쯤으로 알아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개맛이라고 외친 여학생은 황홀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게 아닌가.요즈음 청소년들 사이에서 개라는 말이 일으키고 있는 이변의 하나다. 이들이 쓰는 은어(隱語) '개맛'을 '개 같은 맛' '못 먹을 맛' 정도로 알아들어서는 안 된다. 그 반대다. 정말 너무 맛있을 때 내지르게 되는 탄성의 하나가 '개맛'이기 때문이다.은어가 만들어지는 원칙에는 기존어휘를 대치, 첨가, 삭제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저 옛날 군대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골병들기 십상이라는 뜻에서 공병대를 '골병대'라고 불렀던 것은 대치된 것이고, 이마빡을 '마빡'이라고 하는 것은 삭제의 경우가 된다. 그 가운데는 순서를 바꾸는 치환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도 있다. 가짜를 '짜가'라고 하는 게 그것이다.이렇듯 은어는 그 형성부터가 구성원이나 또래집단 이외에는 알아들을 수 없도록 그들만의 강한 유대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이해를 같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특수한 언어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은어는 자기들만의 깊은 소속감 속에 비밀을 유지하고 친밀감을 더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그러나 '개맛'의 경우는 특이하다. 통상 우리말에서 개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그 원형보다 질이 떨어지거나 열등하다는 뜻이 된다. 복숭아는 좋은 과일이지만 개복숭아는 먹어 볼 것도 없는 과일이다. '개 싸대듯' 한다고 하면 쓸데없이 함부로 쏘다니는 게 되고, 사람 알기를 '개 콧구멍으로 안다'고 하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 경우다. 어디 그뿐인가. '개고생'이라고 하면 고생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이고, 사람을 함부로 치고 때릴 때 '개 패듯' 하거나 '개 잡듯' 한다고 한다.이렇듯 개라는 접사가 붙으면 상황은 나쁜 쪽으로 돌변한다. 그런데 바로 이 개가 놀랍게도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연 다른 의

  • 김정은 방중오보와 지피지기

    김정은 방중오보와 지피지기 지면기사

    [경인일보=]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중국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일제히 보도하였다. 이러한 오보는 통신사가 이날 오전 9시14분 '김정은 투먼 통해 방중' 소식을 긴급 타전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정부 당국 그리고 북한 전문가들도 오보가 오보를 낳는 집단 오보를 만드는데 한 몫 하였다. 통신사의 보도가 있은 후 방중 주체가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문의가 정부 당국에 몰리자,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동안의 정황으로 봐서 오늘 새벽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안다. 단독 방문인지, 김정일과 같이 갔는지는 좀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은 혼자 간 것으로 보이며 방문지는 베이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정은 방중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자 대부분의 언론은 김정은 방중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9시간 지난 그날 오후 5시 중국 헤이룽장성의 무단장 시내 호텔에 김정일이 머물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단독 방중 보도는 사실이 아닌 오보가 되었다.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임을 상기할 때 이러한 집단적 오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오보가 북한 관련해서는 유독 많고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오보가 난무하는 한 북한의 실체는 더욱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며 올바른 대북정책을 세울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왜 북한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오보와 황색저널리즘에 가까운 보도가 난무하는 것일까? 북한의 폐쇄성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보도가 대중에게 나가기 전 더욱 신중하게 정황을 파악하고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 양태는 결코 올바른 보도의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면 북한에 대한 정황은 무엇인가?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겠다고 벌써 오래 전부터 공언해왔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그리고 노동신문과 같은 공식

  • 아름다운 청년 유지태

    아름다운 청년 유지태 지면기사

    [경인일보=]김동호(부산영화제명예집행위원장), 이순재, 안성기, 최불암, 임권택 감독, 김덕수(사물놀이), 송승환, 성악가 김동규, 윤도현, 김제동, 강산에, 오지혜, 유지태, 하지원, 유승호 등등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내가 경기공연영상위원회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그리고 경기도문화의전당 일을 할 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적극 참여해 주고 지지해 주었다. 이렇게 문화예술계의 훌륭한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건 나의 인맥 덕이라며 나를 치켜세워 칭찬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이 분들 중 친분이 두터운 분도 있으나 일을 하면서 처음 만난 분도 계시며, 그런 분들에게 행사의 취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고 이해시키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을뿐더러 나 역시도 많은 발품을 팔아야했다. 그 중에 나를 지속적으로 감동시키는 한 후배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작년 제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파주상공회 조찬모임 후 직원들과 영화제 트레일러(영화제를 알리는 홍보영상) 연출을 논의하다가 유지태라는 이름이 나왔다. 아침 이른 시간이고 내가 아는 유지태는 항상 예의가 바르지만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일처리 또한 깔끔하고 정확한 친구여서 쉽게 수락하지 않을텐데 하는 맘으로 후배지만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바로 전화가 왔다. 영화제에 대해선 이미 사전 지식이 있어 설명은 필요 없었다. 결론은 트레일러 감독 제안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다는 얘기였다. 사실 영화제트레일러는 주로 감독들이 연출해 왔고 적은 제작비이기에 스태프들마저도 의미를 갖고 봉사하다시피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관례인데 영화배우가 단편영화 연출경험이 있긴 하지만 적잖은 시간과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작업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그것도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작년 8월 파주 DMZ 부근 햇볕을 피할 수도 없는 폭염 속에 30명의 스태프와 연출에 열중하는 유지태를 보며 또 한번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올해 들어 제3회 영화제를 준비하며 영화제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집행부 조직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