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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정상회담과 한미동맹 외줄타기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미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진정한 G2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1990년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은 유일한 슈퍼파워였으나,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먼저 소련은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었으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이며 연간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을 뛰어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둘째 소련과 미국은 서로간의 교류와 대화를 극소화하고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냉전을 치렀지만, 현재 중국과 미국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에서 나타났듯이 경제적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은 서로 최대교역국 중 하나이며 중국은 미국 부채의 약 10.5%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국채 최대 보유국이기도 하다. 셋째 소련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부유럽에서 다수의 위성국가를 갖고 있어 불안정한 블록을 이루고 있었지만,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1을 갖고 있으면서 문화적으로는 수천 년 동안의 통일을 이루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양분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이들이 나눈 대화와 협상 그리고 공동성명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제대로 해석하는데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양 정상들이 나눈 북한 관련 안건과 중미 간에 채택된 공동성명 제18항이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타임즈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주석이 주요 안건이 논의되는 소규모 비공식 만찬에서 북한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고 보도하였다.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비공식 만찬에서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우려표시를 중국도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입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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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초년생, 키높이의 기적을 이루다 지면기사
[경인일보=]2년 전 소극장에서만 10만 관객을 동원했던 '민들레 바람되어'를 21일부터 다시 공연한다. 최근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미친 존재감'이란 칭호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정보석씨가 주인공 남편 역을 함께 하기로 했다. 정보석씨를 처음 만난 건 1989년께 대학로에서 내가 막 연극 배우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나는 하이네밀러의 '청부'란 연극에 출연했고 운좋게 포스터에 기주봉, 김학철 등 대선배들과 함께 나오는 행운까지 얻었다. 그런데 그때 선배들과 함께 찍은 포스터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포스터상에 나는 긴 의자에 앉고 그 뒤로 키가 조금 큰 김학철씨와 키가 작은 기주봉씨가 서있는 그런 구도였다. 기주봉씨의 키와 나의 앉은키가 별 차이 없이 포스터에 비쳤다.이 포스터를 보고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문열 원작, 곽지균 감독, 정보석 주연의 '젊은날의 초상'이란 작품에 운동권 친구 역으로 나를 보자는 것이었다. 조연급이었으나 신인인 나로서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꽃단장을 하고 충무로에 있는 영화사를 찾았다. 나를 기다리던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영화사 관계자들은 일제히 청바지에 운동화 신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아무 말 없이 서로 얼굴을 보며 작은 소리로 뭐라고 대화를 나누셨다. "키가 좀 작지않나." "좀이 아니라 역할하고는 안 맞는데, 많이 작아" "운동권 학생이 굽 높은 구두를 신을 수도 없고…" "그런데 얼굴은 좋네"(캬~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촬영감독이신 정일성 촬영감독님의 말씀이셨다). 결국 주인공 정보석씨가 180㎝가 좀 넘는 상황이라 다른 조연으로 좀 작은 듯하니 조금 큰 사람을 구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나원참, 사람 키를 고무줄처럼 늘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키 때문에 이 좋은 기회를 놓치는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얼굴(?)은 된다면서요, 키는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뭐 이런 소리들이 머릿속에서 맴맴거리고 그 순간 참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보자는 약속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마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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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지면기사
[경인일보=]BC 6세기에 중국에 살았던 노자는 도덕경이라는 책을 저술하며 동양사상의 형성에 막대한 공헌을 하였다. 유가(儒家)의 사상이 인륜의 규범과 정치의 근본을 다룬 것이라면, 도가(道家)는 일반 대중의 삶에 대한 이치를 밝힌 것이라 우리 서민에게는 더욱 밀착된 고전이다. 도를 깨달아 덕을 얻는 내용으로 된 도덕경은 서른 세 장의 도경(道經)과 마흔 네 장의 덕경(德經)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경의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 도덕경 전체의 내용을 암시한다. 이런 글귀이다."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길이라 부르는 길이 다 길이 아니며, 이름이라고 하는 이름이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라는 이 문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원리나 법칙 그리고 지식의 체계나 현상들이 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 명구가, 내가 관련하는 건축과 디자인의 세계를 생각하면 너무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요즘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마치 시대의 화두가 된 듯하다. 성장한계에 부닥친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디자인에서 찾고, 모든 도시들이 디자인위원회를 앞다투어 신설하고 도시 디자인을 최우선의 정책으로 삼아 골몰하는데…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대거 그 일들에 참여하게 되니 건축가인 나로서는 반갑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과연 이 모든 일들이 디자인에 대한 본질을 알고 그 많은 전략과 정책을 생산해 내는 것일까? 나는 여러 곳에서 실제 진행된 디자인의 실상을 보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겉가죽의 분칠에 몰두하고 몇 가지 세련된 집기의 설치로 디자인이 다 되었다고 우기는 게 그렇다. 세계의 디자인과 문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급속히 변모해 나가는데, 우리만 '세계디자인수도'니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니 하는 허무한 레토릭으로 자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삼성이나 엘지가 그토록 휴대전화 사업에 몰입했어도, 애플은 아이폰을 내세우며 압도적 격차를 만든 게, 바로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정의로 거둔 승리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디자인은 19세기 산업혁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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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먹고 갈비 트림 지면기사
[경인일보=]새해 첫 날의 일이었다. 얼어붙은 길에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뒷바퀴가 헛돌며 비실비실 미끄러져 내려가던 차는 드디어 길 옆 개골창에 처박힐듯 아슬아슬하게 멈춘다. 미사 시간은 십여 분 앞으로 다가오는데 성당을 눈 앞에 두고 차가 움직이지를 못하니 이를 어쩔 것인가. 새해 첫 미사를 천주교 성지에서 드리기 위해 충북 진천의 깊은 산 속까지 찾아왔는데 자동차가 새해 첫날부터 너 죽고 나 죽자가 아닌가.성지로 전화를 했다. 어떻게든 미사라도 드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에 수녀는 성지 관리인의 트럭을 보낼테니 타고오라고 했다. 공사장비가 가득한 트럭에 간신히 엉덩이를 붙이고 겨우 성지에 도착했다. 서둘러 성당으로 올라가자니 가득하게 눈이 쌓인 주차장 한 옆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바라보였다. '배티(梨峙)성지가 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것을 축하한다'는 신자들의 현수막이었다.지자체가 지역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여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효과를 찾자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이곳 배티성지의 김웅렬 신부가 한 표본이 될 수 있다. 김 신부가 감곡성당을 맡아 성모님을 위한 성지로 가꾸어 가면서 전국에서 감곡 매괴성당(매괴는 장미꽃이라는 뜻)을 찾는 천주교 순례자가 하루 4천명을 넘는 날도 있었다. 한 성당을 찾아 조그만 지방 도시에 하루 4천명이 몰렸다면 이건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수치로 이야기할 일이 아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수익만도 얼마였겠는가. 그래서 김 신부가 감곡을 떠나 이곳 배티성지로 부임하게 되었을 때 감곡의 식당 주인과 택시 기사가 '신부님이 가시면 우리는 어쩌느냐'고 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문화의 힘이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여주는 좋은 예의 하나다.지역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새롭게 조명하고 다듬어서 기리는 정책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도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고유문화와 제3세계의 지역문화에 눈을 돌리는데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그 문화재의, 그 가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사려 깊은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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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대권 행보'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경인일보=]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예상외로 빨라지고 있다. 박 전대표는 지난 20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한국형 복지모델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정책을 구상하게 될 싱크탱크 성격의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켰다. 박 전 대표는 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새로운 국가발전의 기로에 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대권용 정책연구원을 발족시킨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다 큰 틀 속에서 보면 박 전 대표의 정책연구원 발족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책 경쟁을 통해 대선 과정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 2007년 대선은 정책이 실종된 채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으로 시작해서 검찰의 BBK 수사로 끝난 선거였다. 물론 대선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도덕성에만 맞추면 정책 없는 선거로 빠지기 쉽고 선거가 끝나도 여운이 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 발기인의 79%가 대학교수 등 학자들이고, 현역 의원은 단 한사람만 참여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박 전 대표가 연구조직 출범을 정치와 곧바로 연결시키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은 후보 대선 캠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책을 맡아 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관행은 경선이 끝나고 나서도 후유증이 심각했다. 친이-친박간의 내전은 계속되었고, 도저히 당을 같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향해 저주하고 주저 없이 칼을 겨눴다. 이런 고질적인 한국적 병폐를 타파한다는 차원에서 캠프를 현역 의원 중심이 아니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것은 박근혜식 정치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연구원은 발기인들이 매달 내는 5만원씩의 회비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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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방지위한 국제적합의 가능한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인류는 산업혁명 이래 지난 200여년간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하여 지구온도가 상승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였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온실가스의 배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할 경우 21세기 말까지 지구온도는 최대 6.5도, 해수면은 5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는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감소, 홍수 및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을 야기하여 자연재해를 유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환경부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 상승률은 세계 평균의 약 2배, 제주도 주변의 해수면 상승은 세계평균의 약 3배에 달하고 있다. 급속한 기온의 상승은 집중호우와 태풍을 유발하여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2천여 명에 달하며 열대병인 말라리아 환자는 1994년의 5명에서 2007년에는 2천227명으로 증가하였다. 금년에도 이상한파와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전 세계는 1992년 지구온난화방지 국제협약을 체결하면서 인류가 온난화 방지를 위하여 공동 노력할 것을 합의하고, 특히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래 석탄과 석유의 과다소비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일차적인 책임이 자신들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우선적으로 온실가스의 배출 감소에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1997년 일본 교토 총회는 국가별 법적 구속력 있는 감축목표를 명문화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고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규정하였다. 교토의정서는 경제여건, 기후변화의 파급효과, 자연적인 여건 등이 상이한 전 세계 180여개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합의 도출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의 감축을 약속함으로써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최대 과제인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 인류 역사상 큰 의미가 있는 회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금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교토 의정서협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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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건강한 진화를 위하여 지면기사
[경인일보=]휴대전화는 사람들을 매우 바쁘게 하지만 그 정도의 번거로움 때문에 휴대전화가 가져다주는 '정보 황홀경'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냉장고의 프레온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온실효과를 가져오지만 우리는 냉장고가 선사하는 서늘하고 시원한 맛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한다. 자동차의 공해는 더욱 결정적이다. 그렇다고 누가 예전처럼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겠는가? 인간은 기계문명을 선택하면서 유기적 삶과 멀어져 갔다. 평화보다는 매력적 고통을 선택한 것이다. 즉 문명은 인간에게 삶의 평화보다는 매력을 선사하였으며, 기계문명이 가져다 준 온갖 편이성들은 삶을 매력 덩어리로 보이게 하였다. 게다가 문명의 속성인 집단주의는 숙명적으로 도시를 탄생시켰고, 과거 전원적이고 친환경적인 것들로부터 인간을 격리시키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그것이 문명의 짓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재앙임을 잘 알고 있다.텔레비전은 반세기 이상 활자문화, 독서문화를 타격하다가 정보를 무한대로 확장시킨 인터넷에 의하여 거꾸로 타격 당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황제는 이제 더 이상 텔레비전이 아니라 실시간 인간의 두뇌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온갖 정보매체이다. 텔레비전을 24시간 켜 놓아야 심리적 위안감을 갖던 인간들은 이제 텔레비전 대신 인터넷을 하루 종일 켜 놓고 정보 황홀경에 탐닉한다. 문명은 흡사 대중문화의 속성과 같아서 과거 시대의 우상을 가차 없이 청소해 버린 뒤 새로운 우상을 탄생시키고, 신앙처럼 숭배한다. 문명은 그런 것이다. 희랍시대에 문자가 처음 등장하자 문자가 인간의 기억력을 망칠 것이라며 문자사용을 적극 반대한 학자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사실은 플라톤이다. 그러나 플라톤도 결국 나중에 문자로 제자를 교육하였고, 문자가 역사를 보관하는 기발한 장치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테네의 아카데미에서 제자를 가르칠 때 문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치적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플라톤의 명성과 체면을 겨우 유지하였다.명예나 긍지, 민족애는 참 소중한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이를테면 명예나 긍지, 민족의 뿌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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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사가 진정한 용기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달 23일 북측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이로 인해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부상자도 나왔다. 남측은 22일부터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진행중이었고, 북측은 이 훈련은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항의하는 전화통지문을 수차례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측의 의례적인 항의라고 생각해 무시하고 사격훈련을 했다고 한다. 휴전 이후 남북이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포격전을 벌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민간인 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주민이 다치고 집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국민들치고 우려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우리측 대응과 관련, '상황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뭐였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을 겸해서 말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을 문제삼으며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니까 2~3배 대응 교전규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도 저쪽을 못 때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그러나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사태 발생 이후 확전과 관련한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황급하게 진화작업에 나섰고, 국방장관은 오후가 되자 "대통령이 확전을 막아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고 바로 말을 바꿨다. 필자는 대통령이 확전 방지를 강조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확전을 해도 무방하니 마음껏 폭격하라고 말했다면 이 나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이 다시 도발한다면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전면전 확대에 대한 질의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의 국가적 경제 사정이나 정치적 승계 등 내부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북측은 자신들의 영해 내에서 사격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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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라 지면기사
[경인일보=]북한은 왜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감행했을까?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전에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면밀히 고찰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올해 북한은 3월 천안함 폭침, 5월과 8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11월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와 연평도 기습 포격 등 이례적인 행동들을 취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김정일의 두 차례 중국 방문은 3대 세습체제를 인정받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북한은 철저하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북한은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핵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고, 뒤이어 연평도를 기습 포격했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개혁·개방 충고나 6자회담으로의 복귀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독자적인 무모한 행보를 계속 취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북한의 최대 현안은 3대 세습 체제 구축이 아니라 핵 무장을 통해 주체 국가로 거듭나 2012년에 강성 대국을 완성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일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일본이 핵을 갖게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표면상으로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강조하고 북한의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중국의 이중적 태도에 북한은 저항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전술을 구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북한은 2006년 10월에 중국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1차 핵 실험을 단행했고, 이어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했다. 따라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이 할 수 없이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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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가격 인상과 정책조정 기능의 상실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흡연율 감소를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가격의 적정수준에 대한 대안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작으로 담배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검토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민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문제이며, (담배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정부 고위공무원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담배가격 인상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점과 과연 행정부 내에 정책수립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이다. 복지부가 담배가격을 인상하려는 주요 이유는 첫째, 흡연율의 감소를 통하여 흡연이 주요 원인인 암,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여성층,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 복지부는 담배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얻어지는 추가적인 수입을 일반재정의 지원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확충과 질 향상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셋째, 흡연은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비흡연자들에게도 건강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를 가지므로 국가가 금연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대하여 행정부의 관련부처,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갖는 이견은 담배는 습관성이 있는 기호식품으로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추가 수입이 흡연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만 국한되어 활용되는지 확실치 않으며 오히려 일반재정에서 지원되어야 하는 복지부의 사업들을 편의상 담배가격 인상으로 발생되는 수입으로 운용하려는 의도가 많으며 이는 재정의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 부처의 정책은 다른 부처에도 직·간접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