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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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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매직 그리고 청테이프 지면기사
[경인일보=]얼마 전, 어느 모임 뒤풀이 자리에서 학생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나온 대화의 대부분은 오직 하나,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이 압도적인 품질을 가졌다는 말부터, 와이파이(Wi-Fi)가 되는 카페와 그렇지 못한 카페, 앱 스토어에서 구입한 기상천외한 프로그램까지, 학생들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속보들을 충실하게 전해 주었다. 평소 얼리어답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시대에 뒤처지지는 않는다고 자부하면서 살아왔었는데, 이런, 이젠 정말 구닥다리 세대가 되어버렸구나. 속으론 그렇게 찔끔, 했으면서도 겉으론 계속 어디선가 주워들은 '4G 스마트폰' 운운하면서 아는 체를 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우리 세대와는 다른 그들만의 활력이고, 그들만의 세대의식이자 특권이겠구나,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렇게 인정하기도 했었다.그런 인정이 다시 뒤바뀐 건, 지난 달 서울 어느 사립대 재학생인 김예슬 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밝힌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 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공개 자퇴서를 읽게 된 이후부터였다. 내가 유심히 본 건 그녀의 자퇴서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그녀의 글씨, 그 자체였다. 그녀는 왜 많고 많은 형식 중에서도 굳이 '대자보'란 구세대의 대화창을 사용했을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나 트위터도 아닌,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대자보를 이용했을까? 그것이 나는 궁금했고, 며칠 동안 계속 그 의문을 머릿속에 품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그 이유를 내멋대로,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공개 자퇴서'를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렸다고 치자. 그러면 그 다음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아마도 대자보 보단 더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그녀의 글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은 사실 뻔하다. 그녀를 옹호하는 댓글들과, 그녀를 비난하는 댓글들, 양비론의 댓글들과, 농담의 댓글들이 속속 그 아래에 달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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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군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지면기사
[경인일보=]천안함이 침몰된 지 1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원인규명도 중요하지만 역시 생사확인이 우선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이번 사태를 보며 아쉬운 것은 군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황브리핑이나 사건개요는 군 최고책임자 또는 관련 참모총장이 직접 하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초기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듯 보이다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슬그머니 군에 미루고, 군도 대변인만을 통해 짧게 발표하고 통제하기에만 바쁘다.천안함 침몰사건은 처음부터 군이 전권을 가지고 조치를 취하고 관할해야할 업무이자 영역이다. 사건이후 하루 이틀정도는 정리가 되지 않아 '상부지시'를 기다린다거나 대응에 신중을 기할 수 있지만, 정보공개 및 상황진척에 대한 브리핑이 너무 더디다. 생존자들에 대한 언론취재 및 기자회견 금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안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공개 못 할 뭔가가 있다고 오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군과 관련된 문제는 군이 제일 전문가 집단 아닌가.청와대 지하벙커에 모인 안보관계 장관회의 면면을 보라. 누가 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일단 대통령부터 총리, 국정원장, 대통령실장, 정책실장까지 군 면제이다. 군 면제 자체가 문제된다는 것이 아니라 빨리 해결하라고 다그칠 수는 있어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이 국민의 공복(公僕) 즉 공공영역 및 정치영역에 서비스하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얼마 전 "내가 제일 보기 역겨운 모습은 자신은 병역을 안 한 공직자들이 검은 옷 입고 국립묘지에 가서 엄숙한 표정 지으며 분향하는 꼴"이라며, "그것이 내가 현 정권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무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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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의 경제학 지면기사
[경인일보=]인구 문제는 미래예측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 실제로 인구의 미래는 미래를 이해하는데 있어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인구에 관한한 통계를 바탕으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앞으로는 인구 규모 자체가 그 나라의 경제활동에 갈수록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인구와 질 높은 인적 자원을 가진 인도가 미래에는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얼마 후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월등하게 많은 인구에 근거하는 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가? 한국 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하여 그 이후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경제활동인구, 즉 노동력은 그보다 앞서 2016년을 고비로 하여 감소한다고 한다.우리나라 인구의 미래는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로 요약할 수 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노인인구가 많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출산율이 낮아 전체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곧 앞으로 젊은 인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현상이 가져 올 결과는? 다시 말해 인구가 줄어들면 그 나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한마디로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구가 줄면 노동공급도 줄고 시장에서의 구매력도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인구감소는 경제의 양면 즉 수요와 공급, 모두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활동 자체가 둔화될 소지가 크다.이런 말이 있다. '지진이 일어나기 1년 전부터 개미가 달아나고, 인구가 줄어들기 10년 전부터 기업이 달아난다'. 인구 감소가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웃 일본의 예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일본은 일찍이 1990년대 초부터 노동력이 줄어들기 시작,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것이다. 현시점에서 일본의 문제는 잃어버린 10년이 벌써 잃어버린 20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우리가 지금 바짝 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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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세대'의 안타까운 몸부림 지면기사
[경인일보=]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에 태어난 'G세대(글로벌세대)'는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하고,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로 다져진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한 그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캐나다 밴쿠버의 동계올림픽 스타들이 보여주듯 재기발랄하면서도 구김살 없는 건강함을 보여준다. 그 중에는 이미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에 편입된 젊은이들도 있다.반면, G세대의 몇 년 선배뻘이 되는 198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들이 중학생때 겪은 '외환위기'는 부모의 직업을 위기에 빠뜨렸고, 대학생때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신들의 취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한때 'N세대(정보화 세대)'라고 불리며 게임과 인터넷과 핸드폰과 MP3의 주구매자였던 그들은 이제 20대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을 뜻하는 '88만원 세대'가 되고 말았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는 동안 그들의 가정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기업은 신규채용을 줄였고, 경제 양극화는 취업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좌우하던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됐다. 요즘은 졸업장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스펙'이 있어야 한다. '학점 4.0 이상, 토익 900점 이상, 어학연수…'.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듯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스펙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스펙을 갖추려면 돈이 든다. '토익시험 응시료, 영어학원이나 어학연수 수업료, 취업 잘되는 학과 복수전공을 위해 대학을 더 다닐 경우 지불해야 할 추가등록금…'. 그 많은 돈을 누가 내는가? 부모들의 등이 휜다. 좋은 스펙을 갖추도록 뒷받침할 경제력이 부모에게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비슷한 실력의 젊은이 사이에서 취업의 성패가 갈린다.게다가 정부가 등록금 지원은 갈수록 줄이고 학자금 대출을 확대해서 많은 대졸자가 빚을 안고 사회에 나온다. 빚을 갚기 위해 비정규직이나 인턴이란 꼬리표를 감수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규직 취업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개인은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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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이냐, 급식이냐 지면기사
[경인일보=]예전에 살았던 아파트 단지에선 한때 이런 일이 있었다. 부녀회를 통해 아파트 정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분수대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것이 주민협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것이었다. 장기수선충당 이익잉여금인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순 없으나 건설자금은 충분히 마련된 상태이니, 보기에도 좋고 여름에도 시원한 오색 분수대 하나쯤 단지 안에 만들자는 것이 몇몇 주민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안건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을 야기했는데, 반대하는 쪽의 의견은 간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겹주차에 단지 외곽 주차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분수대가 말이 되는 소리냐, 그럴 공간이 있다면 차 한 대라도 더 세워놓자 였다.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아서, 분수대는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만드는 게 아니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 정서에도 좋다, 분수대 공간이라는 게 기껏 해야 차 세 대 정도 주차할 크기인데, 별 다른 영향도 없다 등등이었다.양 진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각각의 의견을 적은 A4지를 붙여놓았고, 서명을 받겠다는 둥, 다수결로 하자는 둥,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 마주보고 달렸다. 물론 나 같은 전세 세입자에겐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 일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의 어떤 사안들과도 닮은 점이 있어, 엘리베이터 앞에 설 때마다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문제는 역시 일의 선후가 될 터인데, 어떤 쪽에 더 가치를 둘 것인가, 어느 의견이 더 긴급한 것인가에 따라서 각자의 입장이 바뀌는 모양이었다.영업용 차량을 모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주차문제는 당장의 생존권에 해당되는 위치까지 오를 수 있는 일이었고, 분수대를 설치하자는 사람들은 먹고사는 일 못지않게 삶의 질 문제 또한 중요하다고 보는 쪽이었다. 결론이 나기 전에 이사를 해, 분수대가 세워졌는지 그 반대가 되었는지 알 순 없으나, 내심 나는 분수대가 세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처음엔 그것이 삶의 질 문제보다 생존권을 우선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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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금메달, 자본과 주류의 인정' 지면기사
[경인일보=]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21회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회되었다. 우리나라는 금6, 은6, 동2개로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쇼트트랙에 한정되었던 메달이 빙상 전 부문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등 빙상 전 부문에서 금메달을 동시에 획득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밖에 없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등 설상부문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여기에서 질문 하나. 역대 동·하계올림픽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유독 김연아의 금메달에 가장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제'(女帝), '여신'(女神)으로까지 '추앙'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독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하기 때문이어서, 아니면 김연아가 너무 미인이라서. 피겨 불모지에 나타난 천재에 대한 경의(敬意)인가. 아니다. 거기에는 '화폐'라는 숨은 그림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백인, 귀족'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특히 설상종목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스피드스케이팅도 장거리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을 제외하면 20위권 안에 랭크된 나라는 모두 서방 선진국이다. 1992년부터 채택된 우리나라가 유독 강한 쇼트트랙은 '이방인의 스포츠'일 뿐이다.장면 하나. 1992년 세계쇼트트랙 선수권대회가 미국 덴버에서 있었다. 우리나라는 남자 전 종목을 석권하고, 여자부문도 개인종합 1위를 했다. 그럼에도 당시 개최도시 덴버의 지역신문에서도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그래도 세계선수권인데 개최도시, 지역언론에서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은 백인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돈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쇼트트랙은 동계종목 중에서도 소외받는 종목이었다. 주류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이 가지는 함의는 서구주류 언론의 관심이다. 역대 동·하계올림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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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인생을 설계하라 지면기사
[경인일보=]얼마 전 공기업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곧 임기가 끝난다기에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별 계획이 없다면서 이제 나이도 60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쉬어야겠다고 하였다. 지금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판에 30년을 쉬지 않고 일했으니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쉬겠다고? 앞으로 얼마나 살 것 같은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90까지는 살텐데, 30년을 쉬겠다고? 그건 과거에 70정도 살다가 죽을 때나 하던 소리가 아닐까?그렇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이다. 과거의 사고에 갇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나이가 60이 된 사람은 일생을 통틀어 볼 때 절반밖에 일하지 않았다. 앞으로 30년이나 남은 인생을 두고 일할 생각은 않고 놀 궁리나 하고 있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지난 1960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52세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에는 80세가 되었다. 요즘은 매년 0.5세씩 올라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면 앞으로 90세, 100세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문제는 오래 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각자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 방법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지금부터 남은 인생을 제대로 설계하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기 인생을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어떤 미래학자가 이런 말을 하였다. 미래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 없이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도 각자의 인생은 전개되고 삶은 이어진다. 그런 인생의 미래를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라고 하자.한편 인생은 각자가 가고 싶은 미래, 즉 바람직한 미래(desirable future)가 있다. 미래설계는 결국 가능한 미래를 바람직한 미래 쪽으로 근접시키려는 노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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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어떻게 할 것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초·중등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서울시, 경기도, 대전시, 광주시 등 일부 시·도 단체장이나 교육감 후보들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자 이에 대한 찬반으로 선거판이 달구어지고 있는 것이다.찬성하는 쪽에서는 지금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무료급식을 하는 것은 대상 학생과 급식비를 내는 학생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위화감이나 그 학생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아픔을 생각할 때 교육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매년 1조5천억원에서 최고 1조8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데 한정된 교육재정을 무상급식으로 돌리다 보면 다른 교육예산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교육정책이 후퇴할 거라고 주장한다.이에 대해 찬성쪽에서는 무상급식은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학교에 내는 급식비에서 절감된 돈이 가계의 지출에 활용됨으로써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층과 중산층의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임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우려하는 예산문제도 다른 부문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의 지출을 줄여서 국민의 세금 부담 없이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니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이에 대해 반대쪽은 강경한 어조로 무상급식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중들에게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2월 4일자 사설에서 '무상급식 다음엔 공납금 공짜 공약,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 대학입시 추첨제 공약이 차례차례 또는 한꺼번에 등장할 것이다…. 아첨꾼 정치인들은 불평등과 빈부격차라는 사회의 그늘을 비집고 독(毒)버섯 돋아나듯 돋아난다'고 썼다. 같은 날 '동아일보'의 사설도 '국민을 속이고 국가에 해독을 끼치는 공약을 남발하는 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이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포퓰리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의 예를 들어 좌파의 복지정책이 국가를 부도사태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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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이유 지면기사
[경인일보=]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점은 2016년부터이다. 그해부터 우리나라는 고교졸업자수보다 대입정원이 더 많은 사회에 접어들게 되며, 생산가능 인구 또한 하강곡선을 그리며 감소하게 된다. 그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통폐합이나 퇴출의 과정을 통해 사라지게 될 것이며, 기업 또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파산 절차를 밟게 되는, 우울한 현상을 곳곳에서 목도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학교나, 하나의 기업이 사라지게 되면, 단순히 그 구성원들만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곳을 기반으로 삶의 터전을 닦아오던 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식당 주인들이나 문구사 주인들, 원룸임대업자, PC방 주인들 또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한데, 여기서의 학교나 기업은 주로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지역을 소재로 한 곳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는 지난 몇 년 간의 수도권 인구 유입 통계자료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수도권으로선 별 문제가 없는 것이 자연인구수가 아무리 감소한다고 해도, 그것을 감내해줄 사회적 인구 유입 증가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을 최소한 몇 년이라도 더 지연시킬 수 있을 거란 얘기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출산율 증가 대책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은 대개가 비수도권 지자체들이고, 장학제도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지방대학들이다.따지고 보면 2016학번이 되는 친구들이 태어난 해는 바로 1997년, 이 땅에 가브리엘 천사처럼 IMF 구제금융이 당도한 해였다. 그 순간부터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분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이 땅의 출산율 감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싶다면 우선 그 시기에 대한 보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야 외환보유고가 세계에서 몇 번째이니 우리끼리 서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사실 이 땅에 남기고 간 IMF의 내상은 결코 간단치가 않은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땅의 광고에서 '부자되세요'라거나 '대박나세요'라는, 이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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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법원 논쟁 누가 반성해야 하나 지면기사
[경인일보=]공부와 운동병행이라는 시대적 경향으로 인해 최근 달라진 체육계의 현상 중 하나가 운동선수 출신들의 고시합격이다. 물론 아직은 그 숫자가 4~5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중·고 시절 운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최하위권의 성적을 받았다 하더라도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고시도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보여주었다. 합격한 이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공학이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겠지만, 사회과학영역이라 '체력'을 믿고 도전했다고 한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외우기만 하면 된다는 뜻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고시합격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법고시 합격생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최고 엘리트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판사와 검사이다.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찰과 법원의 논쟁을 보면서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다. 적어도 엘리트 집단끼리의 논쟁이라면 보다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검찰과 법원의 마찰 과정에서 전혀 상관없는 '우리법연구회' 문제가 뜬금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미네르바,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야간 촛불집회,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전교조 시국선언, 강기갑 민노당 대표, 피디수첩 사건은 모두 우리법연구회와 무관한 판사들이 선고했다.법원이 어떤 집단인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가치에 충실한 대표적인 집단이다. 왜냐하면 사법부는 기존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진보적이라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미국 또한 예외 없이 사법부는 보수적이다. 게다가 판사는 독립적이긴 하지만 판단의 준거는 기본적으로 판례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과거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일반 판사가 선고한 7건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면, 답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때문이다. 논쟁의 핵심은 기소내용에 대한 법리적 문제가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없는 집단을 마녀 사냥하는 것이 21세기 선진인류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물론 검찰은 '정치적 판결'이라 주장하면서 법원에 불만을 토로했지, '우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