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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래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를 모르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둠 속에서 방향감각 없이 절뚝거리는 것과 같다." 이 말대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미래란 먼 훗날에 오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미래냐 하는 사람도 있고 온통 과거에 얽매여 옛날이 좋았느니 어쩌니 하면서 뒤만 돌아보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제작년에 홍콩을 방문한 앨빈 토플러가 한 말이 새삼 기억난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미래는 항상 미래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금방 현실로 다가온다. 미래가 현재가 되고 또 과거로 바뀌면서 금방 새로운 미래가 나타난다. 따라서 미래를 잘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이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다 마찬가지이다. 행복한 삶을 원하는 개인, 성공적인 기업 경영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기업가, 국가사회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든 미래공부부터 하고 볼 일이다.미래 변화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워낙 다방면에 거쳐 복잡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구변화나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진전되고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는 무엇인가. 개별 국가 대신에 지구촌 정부가 탄생한다는데 과연 그럴 날이 올까. 미래는 온통 사이버 세상이 된다는데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인간의 삶은 결국 행복추구에 최고의 가치를 둘텐데 미래인의 행복은 어디에서 찾을까. 이런 식으로 살펴보자면 끝이 없다.인구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인구문제는 한마디로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출산 때문에 아무리 고령화 속도가 빨라도 인구는 곧 줄어들게 되어 있다. 얼마 안 있어 노동력이 줄면 생산활동이 축소될 것이고 뒤이어 인구가 줄면 구매력과 시장이 위축될텐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노동력 감소와 함께 시작되었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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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 아바타, 아이티 지면기사
[경인일보=]아마존의 와우라 족은 토기와 스테인리스 냄비를 함께 사용하며 발전기로 켜지는 텔레비전을 즐겨본다. 예전 브라질의 주요 수입원인 고무 채취에 동원됐던 마르보족의 상당수는 죽거나 마을을 떠났다. 여덟살 소녀 릴리아니의 엄마는 병으로 죽고, 아빠는 도시로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아마존 상류에 사는 마티스 족은 온 몸을 검게 칠하고 나뭇잎으로 몸을 감싼 어른이 회초리로 아이를 때리는 풍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매서운 회초리질이나 얼굴에 새긴 사나운 재규어 문양에도 불구하고 부족민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사냥꾼 비나는 간염 보균자이며, 그의 둘째 부인과 딸도 간염환자가 되었고, 큰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역시 간염으로 죽었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지상 최대 생물의 보고이며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위기를 그리고 있다. 만약 아마존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또 다른 행성을 찾아 고달픈 여행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에너지가 고갈된 미래 지구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날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매장된 자원을 얻기 위해 원주민인 나비족의 고향에 불을 지르려 한다. '아바타'를 보면서 '아마존의 눈물'을 떠올린 것은 판도라 행성의 자연이 아마존의 밀림을 닮았기 때문이고, 원주민들의 고향에 불을 지르는 짓거리가 바로 지금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바타'에는 '아마존의 눈물'에는 없는 '영웅'이 있다. 휠체어 신세로 다리를 얻기 위해 행성에 들어온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의 여인과 사랑을 하고 행성의 아름다움에 빠져 결국 행성을 구해낸다. 그런데 판도라의 자연을 파괴하는 주체도 백인이고, 그것을 구하는 주체도 백인이라는 설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의문에 대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영화 '아바타'가 "백인 메시아가 세계를 구한다는 우화를 강화시키는 백인 관점의 인종적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1492년에 콜럼버스가 첫 발을 내디딘 신대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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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지면기사
[경인일보=]미국의 작가 레이몬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소설엔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 한 쌍이 등장한다. 그들 부부의 아이가 세상을 뜬 것은 우연한 교통사고 때문인데, 그날은 마침 아이의 여덟번째 생일날이기도 했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사고 때문에 미리 주문해 놓은 생일케이크 따위는 잊어버린 채 슬픔에 빠져 있던 부부에게 제과점 주인은 왜 만들어 놓은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느냐며 화를 낸다. 제과점 주인은 당연하게도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래서 그들이 주문만 해놓고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는, 무책임한 손님들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작품 말미에 가서야 사정을 알게 된 제과점 주인은, 젊은 부부에게 사과하며 자신이 만든 롤빵을 내민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스토리로서만 바라보자면 어쩌면 제목 그대로 별것 없는, 밋밋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가 감동스러운 것은 슬픔과 허기를 같은 위치에 두고, 허기를 통해 슬픔을, 슬픔을 통해 허기를 이해하게 만드는 작가의 시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것이 뻔한 부부에게 내미는 롤빵은,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커다란 도움이 된다. 어쩌면 작가는 그 빵을 통해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아이의 엄마는 그 자리에서 롤빵을 세 개나 먹는 것으로 묘사됐다. 개인적으론 그 부분이 소설에서 가장 슬펐다. 아이를 잃고 롤빵을 세 개나 먹을 수밖에 없는 엄마. 그녀의 허기.지난주엔 일 년 가까이 지연되었던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은 그들이 세상을 떠난 지 꼭 일 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들의 장례식이 치러진 다음다음날, 어느 한 신문의 사설에선 유가족이 받은 보상금이 1인당 6억원이라는 액수를 강조하며, 그 대가를 대한민국 국민이 두고두고 치를 것이라고 일갈했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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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지면기사
[경인일보=]'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성추문은 2009년 연말 지구촌을 강타한 최대의 가십이었다. 적나라한 사생활 폭로로 한 인간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시각은 극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을 뿐 모든 것이 노출되어, 그동안 쌓아왔던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라는 찬사를 들었던 타이거 우즈는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단순한 개인의 일탈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함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판단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타이거 우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가정이 성립된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현역시절 도박과 여자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도박은 중독수준이었다. 그 이외에도 세계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스포츠스타들 중에는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결론은 극심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이다. 연예계, 정계, 스포츠계는 이등을 기억하지 않는 곳이다. 즉 승자독식구조이다. 승자독식구조는 참가선수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승리 아니면 죽음을 다오'이다. 승리는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일시적으로 안겨주긴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달콤한 열매'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끝없는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연예계 스타는 '자살의 그림자'가, 스포츠 스타는 '일탈의 그림자'가, 주목받는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의 그림자'가 운명처럼 드리워져 있다. 최고가 아니면 용서가 되지 않는 환경이 이들을 자극한다.원래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에서 출발했다. 근대 유럽에서 발전한 스포츠는 '유희성'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오락이나 재미와 관련이 깊다. 이러한 스포츠가 미국에 전파되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경쟁성'이 추가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세계질서를 장악하면서, 스포츠의 '경쟁성'은 미국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물론 강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지만, 스포츠는 미국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무한경쟁을 선언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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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산소 탱크, 가로수 터널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 18일 폐막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130여 나라 정상들이 참여한 그 규모면에서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세계의 환경운동가들 수만 명이 매일 회의장 밖에서 벌인 환경관련 시위만으로도 지구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두 번째 지구는 없다' '말만 하지 말고 지금 행동하라' '부자 나라는 기후변화의 빚을 갚아라' 등의 시위구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하는 양심,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의 마지막 희망 메시지, 그 절규만 같았다.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가 높은 굴뚝을 쳐다보며 우려했던, 인간 스스로 자초한 지구의 재난, 곧 인류의 멸망을 예언하는 여러 징후들은 남극 대륙의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해수면의 상승 수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무 심는 시기가 많이 앞당겨졌다든가, 강원도 영서지방에서는 그 식재가 쉽지 않던 주렁주렁 열매를 단 감나무들을 보면서 어찌 기후변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은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벌이고 있는 갖가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각종 녹색성장사업이야말로 지구 살리기는 물론 그것이 곧바로 우리 모두의 건강과 복지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녹색은 안전·진행·구급·구호 등을 뜻하는 안전색체로 통한다. 더 넓게 우리는 살아있는 자연만을 녹색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녹색이 곧 생명이며 그 구원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 녹색이, 생명의 원천인 자연이 죽어가고 있는 현장을 본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녹지의 걷잡을 수 없는 도시화는 물론 골프장 등 산림의 난개발로 수십년된 나무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구호가 왜 그리도 허황된 말로 들리는지. 자동차 한 대가 한 달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1년에 800그루 이상의 잣나무를 심어야 한다니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산 나무들의 그 주검이 어찌 예사로 보이겠는가.온실가스 배출, 그 공해를 줄이기 위한 답은 처음부터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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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뀔 때면 드는 생각 지면기사
[경인일보=]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글은 마치 수도사 같고, 설교투의 글이다. 참으로 역겹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번 글은 바로 이런 유의 칼럼이라서 독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한번쯤은 이해하기를 바라며….미국 유학시절 미네소타 대학에서 전문의 과정을 보낼 때 이야기다. 병원의 입원환자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 것은 한국사람이 꽤 많다고 느끼는 것이다. 회진할 때 누워있는 환자가 영락없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위 'Native American'(미국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인디언들이었다. 정말 너무나 똑같이 생겼다. 가끔 병원 백인의사친구들이 나를 "Are you native American?"이라고 물을 정도였다. 인디언 마을에 관광을 가서 보니 우리나라의 풍습과 비슷한 게 너무나 많은 것이었다.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 11월이면 나뭇잎도 떨어지고 싱싱하던 자연의 모든 생명 현상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때를 가리켜 '모두 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니 참 재미있다.우리는 해가 바뀔 때가 되면, 지난 일년의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미 흘러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과거가 모두 지나가 버렸다고 말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은 정말 그저 흘러가 버리기만 하는 것일까?우리가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뿐, 시간은 분명 무언가를 남기고 간다. 아름다운 추억, 슬픈 기억, 아쉬움, 새로운 희망을 뿌려놓고 간다.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듯이, 지난 일년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없다면 다가올 새해의 꿈도 없는 것이다. 나뭇잎이 떨어진 앙상한 숲은 보면서도 그 속에서 지난 시간의 의미를 찾아내고, 다가올 봄의 새싹을 미리 내다볼 줄 알았던 지혜로운 인디언들처럼, 시간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좀 더 겸허해지면 좋겠다.언제부턴가 나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획이나 희망을 세우기 전에 현재 내게 남아있는 것들을 먼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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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지면기사
[경인일보=]고교시절 기억 하나.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몇 년 앞두고 스포츠시설물에 대한 경비가 강화되던 시절.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시민운동장 담을 넘어 봄 정취를 사진에 담고자 했던 필자는 경비에 발각되어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 보안과에 넘겨졌다. 어린 고교생에게 고문은 없었지만, 하루 꼬박 걸린 담당형사의 모욕적인 수사방식은 지금도 치욕으로 남아있다.그날 이후 처음으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헌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그래도 이 나라가 조금은 자랑스러운 것이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이러한 원칙이 최소한은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국정치를 항상 비아냥거리고 난도질하지만 아시아국가 중에서는 민주주의 지수가 1·2위를 다투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보다 경제적 양극화와 불균형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대 언론사와 중소 언론사, 서울지역 대학과 지방 대학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는 그래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구호라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구호조차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선진국 운운하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기득권과 거대보수언론사들은 세종시로 일부 정부부처가 옮겨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수도가 분할된다느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느니 하면서 떠들고 있지만 실상은 '서울공화국'이 유지되어야 배를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묻고 싶다. 지구상 어느 국가가 수도에 이렇게 국부(國富)가 집중되어 있는지. 미국, 일본, 중국,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도와 지방간의 극심한 불균형에 대해 어떤 해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넘어 한 국가의 모든 명문대학이 한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인가. 지방 사람들이 기대를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지방경제는 오래 전부터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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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정부와 녹색성장 정부 지면기사
[경인일보=]정부나 회사나 할 것 없이 모든 조직체는 좋은 정체성 (Identity)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일 잘하고 회사가 돈 잘 벌면 되지 무슨 정체성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의 조직체 경영에 있어 정체성은 필수불가결하다. 모든 조직은 저마다 역사와 개성과 문화가 있게 마련이며 이를 반죽시킨 것이 정체성이다. 정체성이 없으면 조직은 오래가지 못하고 힘을 극대화시키기 힘들다. 좋은 조직은 자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조직원들을 담합시키며 환경에 반응한다.조직체 정체성의 전문가인 로렌스 애커먼은 좋은 조직체의 정체성을 위한 7가지 조건을 설명한다.첫째는 실존성이다. 조직체는 마치 사람 같아서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가 주어져야 한다. 나름대로 조직의 존재가치를 추구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 둘째는 개별성이다. 사람도 모두 다르듯이 조직도 자기만의 특색을 가져야 한다. 셋째는 일관성이다. 창업이나 출범 때부터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조직체가 변해도 면면이 이어지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넷째는 의지이다. 정체성은 앞으로 이 조직체가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는 가능성이다. 좋은 조직체의 정체성은 가능성을 내포한다. 사실 정체성 자체가 미래지향적이다. 여섯째는 관계성이다. 정체성에 의해 조직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다르게 설정되어야 한다. 조직체가 좋은 정체성을 가지면 아래, 위, 옆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관계 속에서 만난다. 마지막은 이해성이다. 조직체의 정체성이 남에게 쉽게 이해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체성도 너무 복잡하거나 애매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실패한다.뚜렷하고도 좋은 조직체의 정체성은 조직체 관리의 효율성을 최대화시킨다. 인사, 행정, 재무, 기획의 여러 정책들이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며 정책과 행동에 대한 설명을 명백하게 해준다.정부의 경우 정체성은 한 정권이 다른 정권과 달리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나를 보여준다. 정부의 정체성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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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정보의 노예로 키울 것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알아야 도둑질도 한다'는 속담이 있듯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라는 교육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표어는 우리네 교육열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상팔자다' 혹은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종이다' 등 때로 그 앎이 불러올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넌지시 경계하는 속담도 꽤 있다.아는 것이 병이 되지 않기 위해 알 것을 제대로 가려 알자는 이런 뜻의 말이야말로 정보화 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가 새겨들을 만하다.정보가 한 개인이나 사회변동의 원동력이 되는 사회를 정보화 사회라 한다. 국어사전에는 정보란 낱말을 '관찰이나 측정을 통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실제문제에 도움이 되도록 해석하고 정리한 지식이나 그 자료'로 정의하고 있다. 정보는 내가 앞서가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아는 일이며 무엇을 미리 헤아려 짐작하거나 그 중 어떤 것을 가려 뽑기 위한 판단의 결정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예측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 그 성찰과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보로 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결정적으로 훼방 놓는 그런 정보를 우리는 잡음정보라 일컫는다. 많은 정보 중에서 무엇이 유용하고 그 쓰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재빨리 알아내는 정보 마인드를 유연하게 작동시키는 것이 유익정보라면 잡음정보는 오히려 그 촉수를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유익정보도 그것이 너무 넘칠 때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감당하기 힘든 그 정보에 완전히 함몰되어 생각의 갈피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정보의 홍수, 정보의 공해가 정보화 사회에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그 무한량의 정보 온라인화 앞에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완전히 기가 죽었다. 무섭게 진화하면서 오직 빠른 기능만을 필요로 하는 첨단 기기 앞에서 사람들의 사고력은 점점 위축되거나 황폐화하고 있다. 특히 정보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누구보다 먼저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허겁지겁 마구잡이로 주워들으면서 그것이 모두 자기 것인양 착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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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의 증거' 지면기사
[경인일보=]전세계 80세 이상의 인구가 2050년에는 30명당 1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한국도 곧 노인왕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얼마 전 헬스클럽에서 가끔 만나던 분들과 골프를 쳤다. "윤 교수님과 골프 한번 쳐보는 게 소원"이라며 하도 익살을 부리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섰다.그런데 골프를 치는 내내 그들은 서로를 '김 영감' '이 노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다들 사회에서 한자리 하는 분들이니, 평소에는 '이 사장님' '김 이사님'으로 통했을 텐데 그날은 장난기가 발동해서인지 마치 노인정에서 만난 노인들처럼 서로 영감, 노인하며 재미있어했다.나도 그날만큼은 '윤 영감'으로 통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영감'이라는 호칭이 싫지 않았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어서일까?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영감이란 말이 오히려 정답게 느껴졌다.따지고 보면 나도 영락없이 영감이다. 이미 손자·손녀가 있고 환갑도 지났으니 할아버지가 아닌가. 조선시대 같으면 이미 황천객이 되어 제사상 받을 나이이고, 1950년대만 해도 틀림없이 뒷방 늙은이가 되었어야 할 나이다.그날 골프를 마치고 식사를 하면서, 하고 많은 호칭 중에 왜 하필이면 '영감'이냐고 물었다. 한 분의 대답이 참 명답이었다."늙었다는 세 가지 증거가 있는데, 첫 번째 부드러운 것이 딱딱해지고 딱딱한 것이 부드러워지며, 둘째는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안 할 것을 하고, 셋째는 금방 한 얘기는 잊고 3일 전 것은 기억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도 이런 증세가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영감이지요."속으로 꼽아보니, 다행히도 나는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한 가지도 해당되는 것이 아직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늙었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지 않는가.중국의 옛말에 '하루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명마도 늙어 쇠하면 걸음이 느려져서 둔한 말이 앞서게 되고, 영웅도 늙으면 보통 사람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새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