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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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대한민국의 미래상 지면기사
누구나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래의 희망 직업을 물어보았을 때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의사, 3위는 교사, 4위는 크리에이터, 5위는 프로게이머였다고 한다. 반면 고등학생은 1위 교사, 2위 간호사, 3위 과학자 및 연구원, 4위 군인, 5위 의사였다. 초등학생의 경우에 크리에이터와 프로게이머가 상위에 속해 있는 것이 이채롭다. 고등학생일수록 안정성이 큰 직업이 대부분 상위를 차지했다. 시대, 장소, 연령에 따라서 사람들의 미래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심지어 한 개인의 미래상도 나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인의 미래상은 사회의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발전에 따라서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도 시대·장소·연령별 달라발전·합리성 고려 선호 미래상가변적·불확실 탓 예측 어려움 개인이 아닌 단체, 기업, 정부조직, 사회, 국가 미래상의 변화를 살펴보면 흥미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어떤 조직에 속해 있으면 그 조직의 표어, 이념, 목표, 비전 등을 볼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의지가 강하게 실린 비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익을 목표로 하는 조직은 그 기관의 성격에 따라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 좀 더 시야를 넓혀서 국가의 미래상을 살펴보자.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50년 후에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해보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5천만 국민마다 모두 다른 미래의 모습을 그릴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모습은 5천만 개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미래의 모습을 묶어서 분류해 보면 그 숫자를 줄일 수 있고 대다수 국민이 선호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이러한 미래상을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선호 미래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정하고 모든 국민이 잘사는 세계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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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다시 신분혁명을 해야 지면기사
옛날에 음서제도라는 게 있었다고들 한다. 고려시대에는 5품 이상 관리의 자제들에게 무시험으로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조선시대 들어서는 2품 이상 관리의 자제들에게 그런 특전들을 주었다고 한다. 부친, 조부의 음덕을 입어 벼슬아치가 되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선발된 이들을 음관이라 불렀고 일반적으로는 당상관 이상의 요직에는 오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것은 원칙이었을 뿐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고 한다.현대 이전의 일, 아득한 옛날의 일이라고 하겠지만 필자에게는 이게 옛날 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요즘 대통령 선거 시즌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개혁' 공약이 등장하는 가운데 급기야 행정고시를 없앤다는 말들도 나왔다. '고시'라는 말이 붙은 게 사법고시, 외무고시가 있었지만, 바뀌거나 없어졌고 '행시'만 남은 것이, 그마저도 없애자는 것이다. 요즘은 공약이 난무하는 대선 시즌'행시'마저 없애겠다는 말이 있다 한편으로는 맞다. 20대 어린 나이에 '고시 패스'라고 해서 5급 공무원으로 나서는 게 바로 이 고시다. 시험 하나 잘 봤다고 경험 많고 실무 잘하는 7급이나 9급들 위에 앉는 게 좋다고만 할 수 없다. 능력을 쌓고 성실히 일하면 누구나 진급할 수 있고 더 나은 위치에 갈 수 있으면 나쁠 일은 없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행시마저 없어지면 이제 '없는 집' 자식들은 어떻게 빛을 볼 수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행시마저 없어지면 '개천에서 용 났다'는 이야기는 이제 '고어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이다.좋은 취지에서 시작하지만 결코 그렇지 못한 것을 여러 곳에서 본다.예를 들면 중·고등학교의 '수시평가'만 해도 그렇다. 학생도 힘들고 교사들도 힘든 것 말고 무슨 실효성이 있나. 대학을 성적순으로만 들어가지 않게 하자, 사회봉사도 할 줄 알고 책도 좀 깊고 넓게 읽은 인재를 뽑자는 게 수시평가요, 수능시험이다. 그러나 어디 뜻대로만 되었던가? 국어능력 평가는 국어교과서, 문학교과서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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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이재명 vs 윤석열, 무당파가 결판낸다 지면기사
20대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지표는 야당이 유리하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을 압도한다. 이상한 건 이재명과 윤석열의 지지도가 호각세라는 점이다. 두 사람을 향한 비호감 여론은 60% 안팎으로 엇비슷하다. 무당파 여론이 두 사람을 진영에 가두어 놓고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누가 최악이고 차악인지 간을 보는 형국이다.집권세력의 내로남불에 절망하고 무기력한 제1야당에 실망한 여론으로 인해 정당 권력은 진공상태가 됐다. 기득권 열외지대에서 입지전적 스토리를 쌓아 온 이재명과 윤석열이, 진공의 봉인을 풀고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을 접수한 배경이다. 급히 먹은 떡은 체하기 십상이다. 정치적 압축성장에 가려졌던 두 사람의 이면이 뒤늦게 드러났다. 무당파 여론은 두 사람을 각자의 진영에 봉인해 놓고 차근차근 지켜보기로 작정했다. 내로남불 與에 절망하고 무기력 野에 실망교체가 유지 여론 압도에도… 지지 호각세 이재명은 대장동으로 이미 많은 걸 잃었고, 더 많은 걸 잃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형수욕설,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설, 김부선도 극복한 이재명이 대장동 올무에 발목이 단단히 걸린 것이다. 앞선 스캔들은 가족사요, 개인사였다. 사과와 반성, 신체검사와 무대응으로 모면할 수 있었다. 여론도 혀를 찰지언정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끊지는 않았다. 대장동은 다르다. 민간인 몇 명이 설계를 통해 조 단위의 이익을 독식했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라는 해명은 힘을 잃었다. 측근이 아니라고 부정당한 유동규가 최측근이라고 공인받은 정진상과 마지막 통화를 나누었다. 이재명의 해명들은 의심받고 있다.이재명은 장점인 정책인지감수성을 발휘해 대장동 탈출을 시도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음식점 총량제, 청년을 위한 자발적 포퓰리즘 선언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한다. 하지만 대장동은 한밤중 타오르는 모닥불 같다. 꺼질 때까지 가릴 수 없는 불빛이다. 여론은 그의 정책보다 대장동의 결말에 더 집중한다.이재명이 본인 의지의 산물인데 비해 윤석열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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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 XR(Extended Reality 확장된 현실)이 바꾸는 세상 지면기사
코로나19와 더불어 2021년을 달군 키워드 중의 하나가 메타버스 아닌가 한다. 최근 전 세계 30억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었다고 한다. 재미교포 2세로부터 3천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회사명을 사들였다는 재미있는 뉴스도 함께 보도되었는데 개인정보유출, 편향적 알고리즘 등으로 많은 논란 가운데 이제 페이스북이 사명까지 바꾸면서 메타버스로, 미래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2014년에 20억 달러를 들여서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하였고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미래를 현실화하고자 호라이즌과 같은 소셜미디아 VR, 그리고 워크룸과 같은 VR미팅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미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메타버스로 지향하고 있다. 다만 가상세계 속에서 몰입과 몰아의 경지를 최초로 경험하게 한 것은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게임이다. 온라인 모바일 게임은 가상의 현실로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여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자아를 실현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게임들이 메타버스를 지향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이 게임플랫폼 안에서 광고, 상거래, 이벤트 등으로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어 과연 메타버스가 소셜플랫폼과 게임플랫폼 어떤 쪽이 대세가 될지 흥미롭다. 2003년 VR안의 커뮤니티에 아바타를 통해 참여하는 세컨드라이프가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이내 시들해진 경험이 있다. 당시만 해도 기술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가상세계를 구축하거나 아바타를 만드는 기술이 조악하여 가상세계에서 현실감을 느끼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 VR세계가 차갑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XR 스튜디오, 대형LED 스크린에배경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서 촬영 하지만 실시간그래픽스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HMD의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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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 근거없는 신뢰, 묻지마 지지 지면기사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이미 치르고 있다. 각 정당들은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내부 경선의 과정에 있다. 정당의 당원이나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정당 경선과정에 참여하면서 잠재적인 예비후보들을 둘러싸고 온갖 논란들을 일으키고 있다. 도덕적 검증의 와중에 다양한 이슈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사법적 판단을 거쳐 규명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처리하거나 꼬리 자르기를 하거나 나중으로 미뤄지기도 한다. 과거 수서사건이나 BBK사건, 그리고 현재의 대장동 사건 등처럼 뒤로 미뤄지거나 최소한으로 무마된다. 그 결과 유권자 시민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곤 한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 여당 지지자의 80%는 '국민의힘' 게이트라 생각하고, 야당 지지자들의 80%는 이재명 게이트라고 생각한다. 사법적인 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쉽게 그 향방을 알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법률적 일탈을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과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이슈들은 정치적 지지의 제한된 기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무슨 판단 기준을 가지고 정치인이나 정당을 신뢰하고 지지하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국민도 경선 참여… 이미 대선 돌입대부분 이슈 사법적규명 가능 불구모호 처리·지연·꼬리 자르기 무마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는 대한민국은 저신뢰국가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사법체계 등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의 수준도 OECD 최하위권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탓인지 사기, 무고, 위증 등의 범죄가 가까운 나라 일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지지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역사의 종말'의 저자로 유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경제 활동의 대부분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며 사회적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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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 중학교 점심시간 지면기사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전학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서울에서도 부촌인 동네에 있었는데 학교 주변에 학교보다 큰 집들이 많았다. 학교에서 바라다보이는 어느 집에 건물과 건물 사이로 구름다리가 걸쳐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대도시의 학교생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때 만난 선생님들은 학생을 가르치려는 열정이나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학생들이 잘 따르지 않았다.3학년이 되어서 만난 기술 과목 신언규 선생님은 담임이기도 하셨는데, 내가 여러모로 존경했던 분이다. 당시 나는 라디오 키트 조립에 열심이었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여쭈었고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라디오의 작동 원리까지 친절하고 명쾌하게 일러주셨다. 선생님을 더욱 존경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언젠가 가정환경 조사 시간에 한 친구가 부모의 직업을 말하지 못하고 쭈뼛거리자 선생님은 이렇게 물었다."아버님이 노동자이신가요?""…예.""감추거나 부끄러워할 것 없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상투적인 말이었지만 선생님은 이때만은 평소와 다르게 존댓말을 쓰면서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담긴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말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고 노동자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그때였으며 일하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때 비로소 알았다. 2학년때 서울의 부촌으로 전학왔다가장 나쁜기억중 하나는 점심시간도시락 반강제 빼앗아 먹던 친구탓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학교 주변에는 폭력 서클이 많았고 어쩌다 그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몇 대 맞을 각오를 해야 했으며 실제로 그런 순간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그럼에도 나름의 선은 있었다. 주먹 쓰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아이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학교는 주먹 쓰는 아이들과 공부하는 아이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는 공부하는 쪽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폭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했지만 그렇다고 공부하는 아이들과 친했던 것은 아니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여럿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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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칼럼] 국가 난제와 미래전략 지면기사
1776년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가 즉위하던 시대에 조선사회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의 수와 조직 시스템의 수를 2021년인 오늘날의 물건의 수와 조직 시스템 수와 비교해 보자. 조선시대에 없었던 물건들이 더 많아졌으며 사회의 조직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고 고도화하였다. 오늘날 사회의 복잡성은 정조시대의 복잡성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도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3월9일에 제20대 대통령이 뽑힐 것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많은 후보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미래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 난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국가 난제에 대한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선출된다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난제를 STEEP(Social, Technological, Economical, Ecological, Political) 관점에서 살펴보자. 사회 기술 경제 생태 정치적 관점서저출산·감염병·온난화·미중 갈등은우리만이 아닌 후손도 마주할 문제 먼저 사회적 난제로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양극화가 가장 당면한 문제이다. 2020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37로 자연적인 감소가 진행될 것이다. 인구의 순감소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경제활동 인구의 1인당 부양비율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반대로 인구수 감소로 인한 치열한 경쟁의 감소, 일자리 선택 기회 확대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구의 수는 얼마일까? 저출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26년에 65세 이상 인구는 20.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연기금의 고갈, 고령 의료비용의 증가, 사회 소비의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반대로 고령산업의 활성화, 바이오 헬스와 로봇 산업의 발전을 전망할 수 있다. 양극화는 부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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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 했던 팬덤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기호((嗜好) 수준을 넘어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운명을 결정할 정치 결사로 진화했다. 조국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진보의 표상이 감추어왔던 볼품 없는 민낯은 민망했다. 진보진영은 반성과 성찰 대신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표적으로 삼아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여당은 이를 민심으로 받들어 윤석열의 검찰을 박해했다.서초동 공간에서 조국은 예수와 맞먹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유시민은 정경심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이라 주장했다. 이 공간에서 발언권을 얻어 조국 무죄를 외친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친 덕분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조국 팬덤이 같은 질량의 윤석열 팬덤을 창조했다. 윤석열이 여당의 표적이 되자, 갈 곳 없던 보수층과 중도층이 표적 뒤로 줄을 섰다. 권력 작용의 반작용이 현직 검찰총장을 대권 후보로 밀어 올렸다. 조국 팬덤이 검찰총장으로 끝났을 윤석열의 운명을 바꾸었다. 팬덤 정당·정치지도자 운명 결정체로 진화그러나 묵언 민심은 결정적 순간 훅 들어와 한국 정치는 맹신적인 팬덤에 갇혔다. 강력한 팬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팬덤의 정치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보장해 줄 인물에게 집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여당 팬덤 연합체들의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는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로 판단했고, 조국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조국 대체제로 지목했다. 이재명의 손가락혁명군이 여당 내 팬덤을 천하 통일했다.확정된 권위를 허물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투표 집계를 시비 걸어 경선 불복에 버금가는 저항에 나섰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당 지도부가 경선 투표 결과를 수정해 결선투표를 결단하는 순간 당은 쪼개진다. 정치적 자살을 결단하는 바보는 이 판에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다. 무엇보다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희망봉으로 선택한 팬덤 연합체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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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 지면기사
문학 쪽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평론가들, 작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이다.사전에서 이 말은 이렇게 설명된다.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지기를,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 관점에서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러한 개념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원래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을 바꾸어 보자는 주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말 표현·용어 사용 차별·편견 없게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서 사용 시작 거금 20여 년 전쯤 일본 문단 얘기를 들으니, 특정계층이나 신분에 속한 사람들, 특정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소설 작품 같은 데서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 편견이 내포된 말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표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금기시되었다는 것이다.미국에서 1980년대에 확산되기 시작한 이 흐름을 필자는 1990년대 후반의 일본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인데, 2010년쯤 되자 한국문학은 젊은 문학인들을 중심으로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는 듯한 경향이 나타났다.그런데 한국문학에서 이 말은 '문학은 정치다'라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류의 인식과 단단히 결합된다.랑시에르는 문학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한 사회의 감성 체제를 새롭게 하고 그럼으로써 기존의 체제에서는 보이거나 말해지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나타내고 표현해 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사실주의 예술이 예전에는 재현 대상이 되지 못했던 노동자, 농민들을 예술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새롭게 해주었다는 식일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감성 체제를 부단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는 감성의 분할과 재분할을 이야기했다.그런 것이 한국문학에서 이러한 담론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한다는 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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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 K-콘텐츠와 대중문화예술 종사자 지면기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K-팝으로 우리나라에서 기획 제작한 음악, 뮤직비디오, 대규모 공연 등이 글로벌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것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더불어 또다시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K-콘텐츠의 원동력은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예술이며 이 분야에 종사하는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 코미디언, 성우, 뮤지컬 배우, 연주자, 가수, 댄서, 모델, 공연 예술가)들과 대중문화예술제작스태프(기획, 촬영, 미술, 음향, 편집, 보조연기자) 등의 피나는 노력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성과를 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전세계 인기코로나 미디어콘텐츠 소비 큰 변화대중문화예술 총체적 규모 2배 늘어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장 피해를 입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는 하나 다른 한 편으로는 양극화, 즉 글로벌 OTT에 편입되는 콘텐츠와 그렇지 못한 콘텐츠의 종사자들 사이에 엄청난 소득의 차이가 예상되기도 한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월평균 개인소득은 180여만원에 불과하며 연기자가 154만원, 무용가가 128만원, 대중문화예술제작스태프의 경우에는 월평균 240여만원에 불과하여 예술인의 41.8%, 그리고 스태프의 19.3%는 다른 소득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은 커지고 자본은 넘쳐나는데 실제 이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처우가 너무 낮은 것이 현실이다.물론 콘텐츠의 속성상 승자독식의 구조가 있어 대중적 인기에 따라 스타에게 성과배분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열정 페이가 강요되는 분위기의 개선이 이러한 기회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콘텐츠 제작 자체가 프로젝트성이고 대중문화예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