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방민호 칼럼] '자유'에 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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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자유'에 관해 생각한다 지면기사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사람이 누릴 자유를 나무에 비유자신의 삶의 영역 지키며 살아가줄기·가지 '향상성'은 중요한 가치남에 의존하지 않고 가로채지 않아다시 정치의 계절이 성큼 다가들었다. 언제인들 이 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때 있었으랴만, 바야흐로 바싹 다가온 정치는 아주 큰 일임에 틀림 없다.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정부 요인을 선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까지 나라가 두어 번은 몸을 이리저리 뒤채일 판이다.그래서 더욱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가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고, 그보다 더 밑바닥, 더 근본적인 일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잔뜩 긴장하지 않으면 또 그 '정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말 테다.그렇기는 그러하나, 요즘 이 정치에 오르내리는 말, '자유'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됨을 어찌할 수 없다. 이 말을 가지고 어느 편 드는 정치 대신 삶의 원리에 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두 번 정도 열독한 적이 있다.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다 잊었다. 확실한 인상 하나, 그것은 이 책을 쓴 사람이 '자유'에 관하여 근본적인 성찰을 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자유'는 그러니까 여기에 '이즘'을 붙여 자유주의라고 환원해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하늘이 내리고 땅이 길러주는 사람의 권리와 다름 없다.이 밀의 논의에서 흥미로운 것 하나, 그는 사람이 누려야 할 이 '자유'라는 것을 나무의 자유에 비유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당장 이렇게 생각할 법하다. 발도 달리지 않은 나무가 무슨 자유가 있으며, 이런 나무를 비유의 매개체로 삼아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냐? 그런데 이 비유가 성립할 수 있음을 그는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제 그의 논의를 필자가 수용한 방식대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나무는 저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신의 삶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간다. 한 나무가 다른 나무를 침해하지 않으니, 이런 타자의 삶의, 그

  • [윤인수 칼럼] 정권의 님비가 된 수도권매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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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정권의 님비가 된 수도권매립지 지면기사

    환경부 '대체지 공모' 최종적으로 실패했다생폐물 직매립·건폐물 금지 등 변죽만 울려사용연장 의지 분명한데 솔직히 말 안한다결단 고통 '차기'로 미뤄… 국민 기억할 것환경부가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에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수도권 쓰레기를 매립하는 인천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신매립지였다.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 선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3천억원의 인센티브를 걸었지만 지난 1월 1차 공모에 응한 지방자치단체는 전무했다. 지난 9일 마감한 재공모도 마찬가지였다.천문학적 인센티브에도 신매립지 공모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자명하다. 자기 지역에 쓰레기매립지를 들여오는 시장·군수는 주민소환에 걸려 바로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선출직에 영원히 나설 수 없는 지역의 원흉이 될 수 있다. 3천억원의 주민 이익 보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더욱 중요하다. 자치단체들이 환경부의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비웃었던 배경이다. 환경부는 "추가공모는 없다"고 밝혔지만 '할 수 없다'가 정답이다.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직전 환경부는 2026년부터 현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모아 그대로 매립하는 대신, 재활용품을 선별한 뒤 남은 쓰레기를 소각해 재만 묻으라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는 생활폐기물량을 80~90% 감축할 수 있고, 그만큼 사용기간은 연장된다는 얘기다. 공모 실패 직후엔 수도권매립지에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를 검토한다고도 했다. 실행하면 생활폐기물보다 훨씬 큰 매립 감축 효과가 발생하고,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은 더욱 늘어난다. 환경부는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을 연장할 폐기물 감축 대책만 만들어 놓고 대체매립지 확보는 손을 놓아버렸다.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6년부터 소각재만 매립하려면 소각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매립지를 희망하는 시·군이 없듯이, 지자체 소각장을 반기는 읍·면·동도 없다. 경기도에는 내구연한이 다 된 소각장들이 즐비하다. 지자체들

  • [이남식 칼럼]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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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식 칼럼]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 지면기사

    UNCTAD는 지난 6일 한국 지위를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50여년만에 지위가 바뀐 유일 국가문제는 경제 성장 외 시민 의식 필요'문화의 힘'으로 진정 행복한 나라를지난 7월6일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1964년 UNCTAD가 설립된 후 개도국그룹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31개 국가가 속한 그룹 B는 32개국으로 늘어나게 되었다(UNCTAD에는 아시아·아프리카 98개국 그룹 A, 선진국 32개국 그룹 B, 중남미 33개국 그룹 C, 그리고 러시아·동유럽 25개국 그룹 D로 구성됨).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수출드라이브로 산업화가 속도를 내었으며 산업화의 그늘에서 희생되었던 국민들의 자유를 회복한 민주화를 60여년 만에 동시에 이룩한 지구상에 유일한 나라- 이 땅에서 베이비부머로 태어나 이러한 변화를 직접 함께한 나에게는 참으로 감회가 깊은 사건이 아닌가 한다.선진국이라 함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가에 비하여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제도, 과학기술, 의료 복지 교육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앞선 나라를 일컫는다.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성장 외에도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모든 국민의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이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인류사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와 책임의식이 결여된다면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어렵다고 본다.선진국 진입을 맞아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의 일부를 상기해 본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

  • [윤상철 칼럼] 대통령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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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대통령을 뽑는다? 지면기사

    이제 차기 대통령선거까지는 불과 9개월이 남았다. 집권을 꿈꾸는 대선 후보들이 여야를 통틀어 2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여느 대통령 선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우리 사회의 운영, 진로, 대안, 나아가서 이른바 시대정신이나 그 실현의 방식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단순히 정치적 권력만을 원할 수도 있고, 새롭게 고양된 국가와 국민을 만들기 위하여 헌신할 수도 있지만 상호 중첩되어 있는 상황에서 쉽게 판별할 수는 없다. 존경할 만한 자질도 무용할 수 있고, 권력의지만으로는 국민에게 무의미하기 마련이다.대선 후보들은 먼저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중적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동원하는 한편 교수, 언론인, 전직 관료 등 전문가들을 폭넓게 동원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냄으로써 유권자 대중의 관심을 유도한다. 이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거나 장차 정치인 혹은 임명직 관료를 꿈꾸고 있는 정치적 계급들이다. 후보들은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권위의 기반을 확장하고자 한다.이어서 혹은 동시에 도덕적 검증과 정책적 검증이 진행된다. 각각 소속 정당과 국민 전체를 향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소 엇박자가 나기 마련이다. 당내 파벌의 소속과 충성도가 거론되기도 하고, 특정 정치적 사건에서의 대응 전력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민심과 당심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상황에서는 다소 복잡한 정치과정이 진행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관 청문회에서 거론되는 부패비리전력, 친인척비리, 범죄경력 및 품성 등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에게 중시되는 도덕성 검증기준은 이미 기존의 인사청문회에서 현재의 여권에 의해 묵살되었던 탓에 대선후보에게도 제대로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정당 간 경쟁에 의해 후보의 경쟁력을 우선하다 보면 도덕성 기준은 형해화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국민들의 감성적인 성향과 진영논리가 횡행하다 보면 더욱 미미해질 수도 있다.더불어 후

  • [전호근 칼럼] 눈썰매장의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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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눈썰매장의 공정 지면기사

    아이들 어렸을 때 눈썰매장에 갔다도시서 먼곳 사람 적으니 재미 덜해그런데 동네아이들 입장 놀라운 변화환호성에 다른 아이도 덩달아 신바람무료 핀잔 쫓겨났지만… 더 큰 공정 봐아이들이 어렸을 때 경기도 가평에 있는 눈썰매장에 간 적이 있다. 방학기간이었지만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서너 가족이 눈썰매장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대도시의 혼잡한 썰매장과는 달리 위쪽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차례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바로 썰매를 탈 수 있어서 좋았다.나도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타며 즐겼는데 사람이 적은 만큼 놀이의 재미도 덜했다. 뭔가 시끌벅적 신나는 분위기가 부족했던 탓이다. 썰매를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위쪽으로 무심히 올라가던 중 울타리 바깥쪽에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눈썰매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림새로 보아 부근 동네에 사는 아이들 같았는데 아무래도 눈썰매장 입장료를 낼 돈이 없어 구경만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입장료를 대신 내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비용이 만만찮은데다 아이들이 꼭 그렇게 해주길 바랄 것이라는 확신도 들지 않아 별도리 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는데 잠시 후 그 아이들이 썰매장으로 들어왔다. 알고 보니 썰매장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돈을 받지 않고 아이들을 입장시켜 주었던 것이다.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그 아이들이 썰매를 타면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하자 조용히 썰매를 타던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갑자기 다른 시공간이 열린 것처럼 눈썰매장에 생기가 돌았다. 그렇게 아이들의 즐거움이 무르익어 가는 듯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문제는 먼저 와서 놀고 있던 아이들의 부모들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동네 아이들에게 물었다."너희들 입장료 냈니?""아뇨. 아저씨가 그냥 들여보내 주셨어요.""왜 그랬지? 그럼 돈 내고 들어온 사람들은 뭐가 되니?"뜻밖의 핀잔을 들은 아이들은 잠시 후 풀 죽은 모습으로 썰매장을 떠났다. 눈썰매장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고

  • [이재우 칼럼] 청년의 미래, 변화를 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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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청년의 미래, 변화를 갈망하다 지면기사

    젊은층 지지 이준석 야당대표 선출'우리는 뭘 해 먹고 살지' 분노 표출벼랑경쟁에 집값 급등 더 큰 박탈감공정경제·평등사회로의 요구 반영창업국가 등 세대 초월 해법 마련을6월11일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로 이준석씨가 뽑혔다. 이준석씨가 당 대표에 출마하고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는 이러한 바람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경선이 시작되자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2위인 나경원 후보와 큰 차이를 벌리면서 당 대표에 선출되었다. 왜 이러한 바람이 일어났을까?세대를 구분 짓기 어렵다. 어디서 세대의 경계를 나누어야 할까? 요즘 청년세대란 말이 핫한 용어로 등장하였다. 청년세대는 대개 젊은 20~30대 청년을 지칭하며 이들은 젊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특징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젊은 세대가 이준석을 지지한 것 같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 한마디가 그 이유인 것 같다. "우리는 뭘 해 먹고 살지?" 이 물음을 주변 젊은이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이 단 한마디의 질문 속에 청년세대의 불안감과 분노가 서려 있다. 젊은 세대는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 채용에 실패하면 취업 재수를 해야 하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비정규직이나 알바로 생활을 꾸려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20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가장 기본적인 복지권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은 요원하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더욱 힘든 생활을 한다. 국가 전체의 삶이 중진국 이상에 도달함으로써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최근 집값의 급격한 상승은 청년세대에게 더 큰 박탈감을 불러왔다. 한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미래가 청년들에게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준석 현상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86세대라 일컫는 민주화 세대는 진보든 보수든 이미 기득권층이 되었으며 그들의 국가경영정책은 젊은 세대

  • [윤인수 칼럼] 시대와 악수한 이준석, 여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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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시대와 악수한 이준석, 여당은··· 지면기사

    30대 대표, 한국 정치사의 전대미문 대사변민심 설레고 정치권 요동… 與에 까지 여파첫 행보는 국민과 소통 보수의 과거와 단절지켜보는 시선은 따뜻… 이젠 민주당 차례다30대 야당 대표 이준석.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번도 없었던 전대미문의 대사변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준석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은 기운에 민심은 설레고 정치권은 요동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치솟고,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대선주자 박용진이 약진한다. 이준석 효과가 야당은 물론 여당에 미친다.이준석은 13일 백팩을 메고 지하철과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동네 카페에서 안철수와 만나 합당문제를 논의했다. 공식일정 첫날인 14일엔 아침 일찍 대전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참배했다. 대전에서 곧바로 수백㎞ 떨어진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의 역사적 상처에 공감하고, 전두환을 비판했다.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야 늦은 오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체와 상견례를 마쳤다.동작동 현충원은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참배 1번지다. 대통령이 되려는 자나 된 자, 보수나 진보정당의 대표들이 독립지사와 역대 대통령의 묘역에서 역사적 유훈과 통합의 리더십을 새긴다. 이준석은 이를 뒤로 물렸다. 대신 대전 현충원에서 천안함, 연평해전 등에서 산화한 당대의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소외된 유족들과 함께 눈물 흘렸다. 광주에서는 오늘의 아픔에 동참하고 과거의 상처에 공감하고 보수의 과거와 단절했다. 그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민심과 소통한다. 36세의 나이라 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이렇게 무섭다.북한에 유훈통치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유훈정치가 있다. 진보나 보수나 과거에 집착한다. 진보는 민주화운동 역사 전체를 전유하면서 울타리 밖의 정당과 국민을 반민주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한다. 노무현의 비극으로 결속한 진영은 '내 편'에게만 마음의 문을 연다. 문재인과 조국을 향한 열렬한 편애는 그들이 노무현의 유훈을 계승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보수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 [방민호 칼럼] 아, 아버님이 어머님 거 사러 오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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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아, 아버님이 어머님 거 사러 오셨구나! 지면기사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다는 어머니노인 인구가 많은 집 근처로 나갔다젊은점원은 '온갖 질문' 친절 응대중 뒷 목 땀에도 혼자 척척 밝은 표정나도 한참 걸려… 세상은 아직 살만어머니께서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다고 하셨다. 당장 바꾸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옛날에 속 많이 썩힌 게 죄스럽기만 하다. 어머니 신분증만 있으면 어디서도 살 수 있는 휴대전화다. 집 근처에서 웬만한 것으로 장만해 드리자, 생각한다.독바위역에서 불광역까지는 서울은 서울이지만 아직도 중소 도시 정취가 난다. 이런 소리도 주민들 들으시면 집값 떨어지는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정겹다는 뜻이다. 떡집이 많은 것은 옛날 사람이 많이 산다는 뜻이다. 노인분들이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네다. 한가한 거리를 구경꾼처럼 걷다가 휴대전화 대리점 중에 그래도 좀 크다 싶은 대리점으로 들어간다. 베스트 뭐라는 이름을 가졌다.젊은이 하나가 노인 두 분을 응대하고 있다. 역시 옛날 분들이라 하나를 설명해도 자꾸 되묻는 통에, 아예 저쪽 탁자에 가 앉아서 기다리기로 한다. 휴대전화 하나 개통하는데 얼마나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지 모른다. 휴대전화 종류는 얼마나 많고 약정은 또 얼마나 많은가.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두 분이 나가시고 내 차례가 된다. 나가시던 분들이 다시 들어와 깜빡하셨다는 듯 또 뭔가를 물으신다.대리점원이라고는 토요일에 젊은이 한 사람뿐이다. 나이는 한 서른쯤 된 것 같다. 참 끈기가 있다. 말끝마다 예, 예, 그렇지요 등등 공대를 하는데 시쳇말로 요즘 젊은이 같지 않다.드디어 내 차례다. 내가 그를 향해 썩 다가선다. 그가 '아버님, 어떻게 오셨어요? 아버님 휴대폰 바꾸시려고요?' 한다.순간적으로 허를 찔린 기분이다. 내가 벌써 '아버님'으로 불릴 나이가 됐나? 하기는 지난 번에 고혈압으로 늘 다니는 내과에 가서도 같은 소리를 듣기는 했다. 오랜만에 혈액검사를 하려는데 평소에 안 보이던 간호사가 나를 보고 '아버님 이쪽으로 오실게요'한 것이다. 공대법과 명령법이 교묘하게 결합된 이 '오실게요', '하실게요'

  • [이남식 칼럼] 콘텐츠 시장의 게임 체인저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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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식 칼럼] 콘텐츠 시장의 게임 체인저 OTT 지면기사

    다양한 OTT 콘텐츠제작사 시장 주도시청자 잡기 오리지널 확보경쟁 시작드라마·영화·음악·웹툰 장르 확장콘텐츠가 미래산업 가능성 보여줘전 국민적 지지와 호응 필요한 때다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일컫는다.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Public internet)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애플TV 등이 기존의 방송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온디맨드 방식으로 골라보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바일 폰을 비롯한 다양한 단말기에서 이어보기가 가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송출권을 가진 공중파 방송들이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OTT의 출현으로 오히려 콘텐츠 제작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형태로 갑을 관계가 바뀌고 있다. 각각의 OTT서비스들이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이 시작되었다. 현재 공표된 것으로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원, 네이버가 3년간 3천억원, 카카오도 3년간 3천억원, 티빙이 3년간 4천억원, KT도 3년간 4천억원, SKT가 3년간 3천억원 등이며 해외 OTT들 중 넷플릭스가 21년에 6천억원, 디즈니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적어도 5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며 애플TV는 이민진 작가의 파칭코를 드라마로 제작하여 한국시장에 진출하려 하며, HBO MAX,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도 모두 한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이 한 해 수조원으로 늘어나 향후 작가, 연출가, PD, 연기자 등 이 분야의 종사자들에게는 정말 희소식이 아닌가 한다.그동안 드라마의 외주제작은 원가의 70~80%를 방송사로부터 방영권료 형식으로 받고 저작권(IP)은 방송사에 귀속되고 20~30%의 차액은 드라마 제작사가 직접 협찬, PPL 등의 부가수익을 창출하여 맞추어 왔는데 일반적으로 드라마 작품당 -7%의 적자를 보는 구조였다. 그러나 글로벌 OTT가 외주제작을 하

  • [윤상철 칼럼] 이른바 "이준석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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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이른바 "이준석 현상" 지면기사

    구체적인 현실 인식하는 수준 높고마냥 수구 기존 보수들과 많이 달라사람들 촛불정부의 '민주개혁' 실망양대 정당 기대감 없는 세력 돼버려이제 국민들 변화할 사람에게 의지최근 야당인 국민의힘 당 대표선거를 둘러싸고 언론의 관심은 이준석 후보에 집중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른바 '이준석 현상'을 우리 사회의 큰 변동의 징후로 지목하고 있다. 그가 국회의원 경험조차 없는 30대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도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몰린다. 대통령 후보들의 동정이나 여론조사마저 한 정당의 단기 대선용 당 대표 선출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그가 본선에서도 그 기세를 더하여 고리타분한 보수정당의 수장으로 자리 잡는다면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 언론인은 '이준석 현상' 때문에 '그 당이 재미있어졌다'고 말한다. '수구꼴통'으로 불렸던 정당이 재미있고, 역동적이고, 기대마저 드는 정당이 된 것이다. 이준석이라면 대통령과도 기념사진 이상의 뭔가를 만들어내고, 야권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국민의힘 입당을 마냥 주저하지 않으리라 지적한다. 국회의원 한 번 당선된 적이 없어서 '구상유취'한 '정치적 미성년자'라고 하기엔 그만큼 모든 사안에 대해 일관성도 있고 구체적 경험적 대안도 있는 그리고 누구와도 토론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너무 편파적이어서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관리를 하지 못할 거라 우려하기도 하지만, 진중권이나 박근혜를 대하는 그의 자세에서 불공정성을 찾기 어렵다. 너무 젊어서 국회의원들이 대표로 모시기는 어려워 당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한다. 나이든 대표 밑에서도 별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직업국회의원들이 굳이 나서서 할 일도 없다. 가끔 그에게 '가볍고 싸가지 없는' 우파 유시민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재능과 언변이 뛰어나 말하기를 즐겨할 뿐, 정말 '싸가지 없는' 토론 상대자를 사회자에게 떠넘기는 수준의 예의를 보여주곤 했다.정치인으로서 그에게 사람들은 무슨 기대를 할까? 그는 일단 머리가 좋고 말을 잘하고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