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의 서사(敍事)가 사라진 대선정국 지면기사
"지금 우리를 분열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 홍보가들과 정치 선동자들, 정치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오늘 밤 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진보의 미국, 보수의 미국은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2004년 미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깜짝 등장한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념비적인 연설을 한다. '담대한 희망'으로 명명된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서사와 미국의 서사를 일치시킨다. "웃긴 이름을 가진 빼빼 마른 아이가 미국에 자신의 자리가 있음을 믿었던 그 희망"이 "(미국이라는) 이 나라의 기반"이라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라는 아프리카 이름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유색인 상원의원으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된 자신의 서사가 미국이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모든 미국인에게 미국의 가치를 일깨웠다. 국민을 국가에 결속 시켜야 할 지도자들이네거티브 오염·고발사주 의혹 등 분열 참담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오바마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은 후의 심경을 이렇게 밝혀놓았다. "나는 젊고 검증되지 않은 신참을, 흑인일 뿐 아니라 이름 자체에서 낯선 인생사가 연상되는 사람을 믿어달라는 힘든 일을 미국 국민에게 요구했다. (중략)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회를 줬다. 정치 서커스의 소음과 잡담을 뚫고 그들은 뭔가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나의 외침을 들었다. 내가 늘 최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내 안에 있는 최상의 것을 알아봐 주었다. 그것은 우리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국민으로 묶여 있다고, 선의를 지닌 사람들이 뭉치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오바마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들의 창조주가 부여한 이양할 수 없는 권리를 타고났다"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증거로 자신을 내세웠고, 20
-
[윤상철 칼럼] 언더독, 아웃사이더, 그리고 반민주주의 포퓰리스트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는 그야말로 총탄 없는 전쟁이다. 온갖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심지어 정치공작까지 공공연하게 횡행하고 있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치적, 정책적 논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어설픈 도덕논쟁이 선행한다. 뒤처져 있던 언더독 여당 후보가 부상하고, 제3지대 아웃사이더 후보가 제1야당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그 전쟁은 훨씬 복잡해졌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대선 이후의 상황을 더 우려하기도 한다.2016년 미국 국민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존중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독단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일부 미국인들이 우려한 대로 트럼프집권은 미국 민주주의의 쇠퇴를 가져왔고 그 상흔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미국 헌법이 트럼프와 같은 선동가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로 200년 넘게 견제와 균형의 매디슨 시스템은 지탱되었으며, 남북전쟁과 대공황, 냉전과 워터게이트도 이겨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정치체제가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과거 미국 사회에 견제와 균형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당 간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력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한편, 이제는 배타적 진영논리와 뿌리깊은 양극화가 이러한 정치적 자원들을 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확인하였다. 트럼프 집권 美 민주주의 쇠퇴불러국내도 미래를 위한 대선 논쟁 뒷전국민들 내부 주류 재생산 거부 상황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현 정권은 정권 내내 상대 정당을 적폐로 규정하고 그 청산과 개혁(?)을 고집했다. 그 결과 태극기부대와 이른바 대깨문이 주도하는 극단적인 진영갈등이 정치를 지배했다. 더불어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정책은 소득과 자산 모두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양대 정당은 그들 간의 선거경쟁결과와 무관하게 대중적 신뢰를 잃어갔다. 그 결과 여당은 비주류세력에서 자신들의 후보를 내야 했고, 야당은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해야 했다.
-
[전호근 칼럼] 끈 지면기사
올림픽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패럴림픽이 지난 9월5일 폐회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간간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방송으로 접했지만 경기를 즐기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패럴림픽에 대해 알아야 할 100가지'라는 글을 읽었다. 그중 흥미롭게 읽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패럴림픽'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전치사 'para'와 'olympic'의 합성어로 'para'는 '곁에' 혹은 '함께'라는 뜻이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나란히 나아가는 대회이며 두 대회는 함께 존재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역대 패럴림픽 출전 선수 중 헝가리의 제커스 팔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최초이자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펜싱으로 동메달을 땄고 1991년 버스사고를 당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에 출전해 휠체어 펜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주의 사격 선수 리비 코스말라는 74세의 나이로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해 최고령 패럴림픽 참가자로 기록되었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열두 차례 패럴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아홉 개를 포함, 모두 열세 개의 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올림픽과 함께' 라는 뜻시각장애 육상·사이클참가 선수는끈연결 가이드와 한몸으로 질주한다 패럴림픽만의 독특한 경기 규칙도 흥미로웠다. 육상경기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팔이나 손을 가느다란 끈으로 묶어 연결한 가이드와 함께 달린다. 마찬가지로 시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참가하는 사이클에서는 앞자리에 타는 파일럿이 방향을 알려준다.가장 놀라웠던 내용은 2016년 리우에서 열렸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육상 1천500m T13 등급의 기록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패럴림픽 1천500m 결선에서 1위에서 3위를 기록한 선수들은 직전에 열린 리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더 빠르게 달린 것이
-
[이재우 칼럼] 코로나 종식 시나리오 지면기사
2019년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집단 폐질환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년8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유행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쉽게 변이할 수 있다. 최근에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는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서 전파속도가 천 배 이상 빨라서 이미 전 세계에서 우세 감염 바이러스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장기화로 많은 희생자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영업 종사자들은 경제적 붕괴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몹쓸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쯤 종식될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종식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코로나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로 대박멸 시나리오이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대응 가능한 동거 시나리오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이고, 세 번째는 고통스러운 동거 시나리오이고, 마지막 시나리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유행 지속 시나리오다. 인류 괴롭히는 몹쓸병 언제 멈출까시나리오는 4가지… 첫번째 대박멸두번째는 대응가능한 위드 코로나 시나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백신의 효과, 백신 접종, 치료제 개발이고, 두 번째 요소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와 같은 비의학적 대응이다. 코로나 대박멸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 집단면역이 형성되거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비의학적 대응이 효과를 발휘할 때를 말한다. 이 경우에 우리는 코로나19를 박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류가 희망하는 미래이고,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와 동거하는 위드 코로나 시나리오다. 코로나 백신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지만 완전히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없으며 전 세계인은 조금 완화된
-
[방민호 칼럼] 코로나 병동에서 생각한 삶과 역사 지면기사
코로나19에 걸려 꼬박 열흘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중증환자들만 끼는 고유량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살지 죽을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며 인생은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곱씹었다.삶과 죽음을 다투는 사나흘이 지나 완연히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친구라고는 유튜브밖에 없었다. 잠들어 있거나 비몽사몽으로 깨어 있거나 간에 창밖에 무음으로 돌아가는 세상과 연결되는 수단은 휴대폰 유튜브밖에 없었던 것이다.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다. 대통령 선거에 관련된 뉴스들은 아예 관심이 가지 않았다. 딴 세상 얘기 같았던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고 하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얘기한 지 불과 몇 달만에 정부가 무너졌다고도 했다. 그런 것들도 '내 세상' 바깥의 일만 같았다. '내'가 지금 당장 살고 죽는데 대통령 선거든 아프가니스탄이든 다 먼 얘기들처럼 들렸던 것이다. 감염후 꼬박 열흘… 죽다 살아났다바깥에선 대선·탈레반등 역사속 삶내가 죽는데 병상에선 먼나라 얘기 꿈을 꾸듯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유튜브는 저절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병자호란 때 이경석이라는 문인이 있었다고 했다. 주전파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인조 왕이 남한산성에서 '농성'을 하다시피 하다가 끝내 견디기 어려워 세자와 함께 삼십 리를 걸어서 삼전도에 나아가 청 태종에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하기에 이른다. 그네들은 자기 나라 황제의 공덕을 기리는 글을 써서 비문으로 남길 것을 요구하는데 이때 이 삼전도비를 쓴 사람이 이경석이라고 했다.여러 신하들이 쓴 글 가운데 그중 이경석이 쓴 글이 과장이 적다고 해서 청나라에 보냈지만 그들이 화를 내면서 글을 고칠 것을 요구한다. 이에 인조가 이경석을 '타일러' 조정의 명운이 달렸으니 문장을 다시 쓸 것을 명하는데, 그렇게 해서 이경석은 역사의 치욕으로 남겨진 비문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어려서 형에게 글을 배운 이경석은 그 형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이 글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런 한은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고 했다. 나는 병든
-
[이남식 칼럼] 대학재정의 개선을 위한 제언 지면기사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하여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의 감소와 13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학등록금 동결로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연간 예금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그나마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기금운용 수익이 축소되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대학의 기부금을 낸 기부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이 2016년부터 대폭 줄어들게 되어 고액기부 또한 줄어들게 되었으며,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2019년 기준으로도 등록금 대비 48.5%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는데 이 중 25.1%는 국가장학금이고 교비장학금이 20.1%에 달해 최근 10년 사이에 원래 교비의 10%였던 장학금이 20%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사실상 등록금이 10% 인하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진학 학생 계속 줄고등록금 13년째 동결 대학재정 위기기금 운용도 금리인하로 수익 축소 여기에 대학들마다 보다 높은 기금운영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안을 찾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되었다. 최근 7개 대학이 옵티머스 펀드나 라임펀드, 그 외의 부실한 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심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경고 징계를 받게 되었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으로 이사회 및 대학에 기금심의운영위원회를 설치하여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하였으나 실제로 대학이나 학교법인에 기금운영을 책임질만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투자에 대한 책임 부담으로 현실적으로는 대학의 기금을 원금을 보장받으며 정해진 수익을 내는 은행예금 등에 소극적으로 묶어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매우 부럽기만 하다. 얼마 전 작고한 예일대학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Chief Investment Officer)인 데이비드 스웬슨의 경우 1985년 10억 달러 수준의 기금을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229억 달러로 연간 13.4%, 특히 1997~2008년에는 연간 16.3%의 수익을 거둔 예일모델을 만들어 미국대학 기금운영방식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상위권 미국대학들은
-
[윤인수 칼럼] 국민 수준에 못 미치는 대선 후보 경쟁 지면기사
제20대 대통령직을 향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전쟁 같은 정쟁이 한창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은 문심(文心) 획득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 수호 경쟁으로 시작된 세력 다툼이, 이재명·이낙연의 '명낙대전'으로 좁혀지면서 상대를 지우기 위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강팔라졌다. 지역감정, 조폭연루설, 노무현탄핵 방조, 욕설녹취, 음주운전 등 상대의 원죄를 묻고 여죄를 들추어내는 전면전으로 살벌하다. 이재명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낙연은 동의하면서도 이재명의 도지사 사퇴를 양심의 문제로 강요한다.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입당하면서 진흙탕이 됐다. 초현실적인 성취로 보수진영의 기린아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는 과도한 다변과 새털 같은 행보로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실정과 실책이 즐비한 임기 말 정권과의 유리한 싸움 대신, 당 대표인 자가 대표임을 증명하려는 무의미한 시비에 몰두한다. 자존심에 집착해 대의를 잃는 청년의 오류를 바라보는 지지층은 불안하다. 윤석열은 잇단 실언으로 대선주자급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메시지의 진의와 맥락 전달에 번번이 실패하는 언어의 한계가 위험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대어를 가두기에 너무 작은 연못이고, 윤석열은 메기인지 돌고래인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여야 주자 모두 정치 철학 빈약·정책 빈곤민주당 정권 비판적 평가 피하며 질문 외면 대한민국은 선출된 대통령 권력으로 민주주의의 정체성과 국민의 삶을 이어가는 나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거나 극복하거나 청산하는 과정을 누적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하다못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 정치적 악업을 기어코 청산하고, 경제성장의 업적은 계승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김대중 정권의 남북협력 기조는 여야 후속 정권이 모두 이어왔다. 민주화를 성취한 87체제 이후엔 수차례의 정계개편으로 민주화 진영과 경제성장 세력이 섞이면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양립시키는 상식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핵심도 문재인 정권의 유산 처리이다. 대선주자들
-
[윤상철 칼럼] 정명(正名), 제자리 찾기 지면기사
유가의 '정명(正名)'사상은 원래 '이름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즉 이름과 실상이 서로 부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회과학의 관점을 취한다면, 어떤 이름이나 직함이 그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 혹은 기능적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탈근대사회 혹은 탈진실사회로 오면 다분히 규범적이고 기능주의적이고 정당성 있는(legitimate) 이름은 사라지고 만다.과거에 우리 사회가 극심한 정치사회적 위기에 처하면, 권위주의 정권과 야권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종교적 사회원로들을 만나면서 그 해결의 출구를 찾았다. 그 원로들은 정치적 파벌을 초월한 품격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화 이후에 그러한 원로들은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이 이제 그 원로들을 찾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뒷배경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원로로 삼는다. 그 원로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는 책략만 돋보인다. '6인회', '7인회', '원탁회의' 등은 실재하는지조차 모호하였다.산업화와 민주화는 경직되고 단편적인 사회를 훨씬 자유롭고 복잡하게 변화시킨다. 더 많은 집단들과 개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만큼 문제도 다층적이고 그 해법도 섬세해야 한다. 그만큼 더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그 전문가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 역시 높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전문가들이 정치적 포퓰리스트들의 병풍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나아가 스스로 포퓰리스트가 되고 있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정책적 합리성을 결여한 정치적 선택들에 대해서 전문가들도, 정부관료들도 더 이상 맞서지 않는다.사회운동은 어떠한가? 환경운동가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과학적 분석보다는 위기담론으로 대처하여 스스로의 성가를 높이려는 아마추어들인 경우가 많다. 지구가 소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돌이켜보지 않고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만을 외친다. 저렴한 전기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기후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여성운동과 여성가족부가 성폭력피해자와 여성인권유린 사태에
-
[전호근 칼럼] 패배라는 이름의 승리 지면기사
어젯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떠나갈 듯 커다란 함성을 들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도미니카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어낸 순간이었다. 함성 소리를 듣고 승리를 직감한 나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전율했다."아, 우리가 이겼구나!"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대회를 강행한 만큼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당장 일본만 해도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터라 인류의 축제는커녕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우려했던 대로 수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개회 전 조직위원장이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하더니 음악 담당자 또한 과거의 동급생 집단 따돌림 가해 행위를 자랑스레 떠들다가 물러났으며 급기야 개폐회식 연출 담당자마저 여성 외모 비하 논란으로 사퇴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우려, 열악한 시설의 선수촌, 국제 규격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경기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으며 선수촌에 들어온 선수들의 잇따른 코로나 확진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대회에 출전해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선수가 속출했다.그럼에도 이번 올림픽을 실패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장에서는 과연 올림픽이라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올림픽을 이끌어 가고 있는 주인공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아니고 국제 올림픽위원회도 아닌 올림픽에 참가하여 땀 흘리는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라 하겠다. 말도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 개막우려대로 수많은 문제 드러났지만선수들 명승부 이어지며 짠한 감동 스포츠 경기란 으레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눈물로 마무리되기 십상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통쾌한 승리보다 더 낫게 패배한 모습에서 얻는 감동이 더 컸다. 아직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지만 명승부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장면이 있다.올림픽 탁구 대표 선
-
[이재우 칼럼] 디지털 대전환과 융합 지면기사
우리는 디지털이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세상을 엄청나게 바꿀 것처럼 보이고, 메타버스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세계를 더 빨리 우리 곁에 오게 하였으며 그 어떤 세대도 경험하지 못한 대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고들 말하며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디어디에 투자해야 하며, 이런저런 인력이 앞으로 몇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오늘날 과학기술은 매우 빨리 변한다. 많은 디지털 기술 중에서 진정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그 기술이 메가 트렌드로 발전할 수 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많은 미래 예측 기관에서 우리 사회를 선도할 과학기술을 매해 발표한다. 디지털 분야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미래 모빌리티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정부도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면서 관련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에 2025년까지 38조5천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러한 막대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된다면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나라, 세계적인 기술예측기관, 국제기구에서 예측하는 디지털 기술이 서로 다르고 부상하는 기술에 대한 예측 또한 서로 다르다. 가트너는 매해 전 세계의 이머징 기술을 발표한다. 가트너의 하이프 곡선은 기술의 출현으로부터 기술버블의 형성, 거품이 꺼지고 기술의 생존 여부에 따라 매해 기술의 성장을 예측한다. 최근에 이머징 기술로 제시한 것으로 적응형 머신러닝, 개인형 5G, 시티즌 트윈, 책임 있는 AI, 매립형 AI 기술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으며 설명 가능한 AI(XAI)는 거품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가트너의 하이프 곡선을 살펴보면 AR Cloud, 나노 3D 프린팅, 엣지 AI, AI PaaS 등이 이머징하고 있는 기술이며 5G는 거품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온다. 불과 3년 사이에 하이프 곡선에 나타났던 기술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들이 제시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