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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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자연' 인간과 '국민' 인간 지면기사
사람은 자연스러운 소산으로 탄생국가의 재산되고 권리·의무 짊어져청년·장년·노인… 삶의 시간 '훌쩍'어느쪽이 되든 '죽고 사는 일' 없는평화롭고 헛웃음 짓는 세상됐으면드디어 봄이 온 것 같다. 오는 것 같기만 하고 꽃샘추위에 날씨가 한참 흐리고 짓궂더니 이제야 뼈에 스며드는 한기도 가시고 산에 들에 꽃 천지다.진달래 하면 늘 생각하는 것은 저 북한산 진관사 계곡의 진달래꽃 사태다. 진달래꽃은 철쭉과 달리 무더기무더기 피면 제맛 아니건만 이상하게도 진관사 계곡 그늘에 늦게 오는 진달래꽃은 무리져 피어도 헐하지가 않다.언제 피었지 싶게 봉천고개 오르는 언덕에 샛노란 개나리가 황사 공기 속에서도 새 생명다운 빛을 낸다. 나무에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달리는 개나리의 초록빛 없이 노란 꽃들을 보면 그렇게 흔하디흔하건만 천해 보이지 않음은 왜일까 생각하게 된다.봄이라도 계절이 이제 막 바뀌어 천지의 기운이 달라 보이는 요맘때쯤 되면 사람은 역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로구나, 겨울이 아무리 좋아도 역시 봄이 좋아 사람들은 이렇듯 새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려니 한다.봄이 이렇게 온 천지에 다가와 사람들로 하여금 봄빛을 즐기라고, 생명이 새로 맞는 새 계절을 누리라고 할 때, 서울대입구역 사거리를 지나다 보니, 아하, 선거철이구나 싶게 하는 각 당의 운동원들 모습이 보인다.어째서 이렇게 관심이 가지 않는 건지, 아침에도 무슨 무슨 후보들 지지율이며 동정 얘기가 인터넷 다음(daum) 뉴스 기사들 맨 윗단을 장식하고 있었건만, 들어가 볼 생각은 하지 않고 결말까지 알려주는 유튜브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클릭하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단일화다, 뭐다 해서 꼭 시선이 안 갔던 것만은 아닌데 막상 다 결정되고 보니 이제 뭔가 새로운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정신을 가다듬고 이번 선거만은 선거다, 어느 당이다, 누가 맞다 하는 얘기에 정신 다 쏟지 말고 이 아름다운 봄이 왔다 가는 하루하루의 동정에 눈과 귀를 잘 기울여 보겠다고 생각한다.사람은 세상에 날 때 이 세상에 가득한 옷이며 신발이며 어느 하나 가진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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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메타버스에서의 자산관리 지면기사
새로운 메타버스시대 따라가려면실감콘텐츠관련분야 기술개발 시급코로나로 예술·엔터테인먼트 산업신기술과 융합되는 시기 더 빨라져한류콘텐츠에 도입 영향력 키워야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거래플랫폼 기업인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통하여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혜를 누리게 되었다. 아직까지 엄청난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 코로나라는 변수가 없었더라면 과연 이러한 뉴욕증시의 상장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지금까지 막연히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 여기던 많은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현실세계와는 평행인 또 다른 디지털 트윈의 세계이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지배법칙 (또는 세계관)을 가지는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는 바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며 원본과 복사본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원본의 권리를 보존하며 아이덴티티를 지켜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권리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를 위하여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하여 왔지만 콘텐츠와는 독립적으로 복사를 방지하거나 사용기간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하여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함으로써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영구 보존하고, 그 소유권을 탈중앙화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그동안의 암호화폐는 본질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 실체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NFT의 경우에는 게임, 음악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거래되는 모든 아이템의 거래에 사용될 수 있으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예술경매시장을 뒤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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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누가 시대정신을 구현하나? 지면기사
보선후 대선에 모든 관심 집중될것누구는 배제, 누군가를 동원한다면집권해도 사회 균열·갈등 심화시켜'국민참여 정치공동체' 외면한다면또다시 광적인 '빠정치'만 낳을 수도바야흐로 정치의 시대가 왔다. 4월7일 보궐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대통령선거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오래전부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정치인들과 더불어 검찰총장 출신의 새로운 후보가 거론되고 있고, 이제까지와 다르게 다크호스의 등장도 점쳐지고 있다. 그들과 사회세력, 정당과 지지자들이 어울려 향후 1년간은 모든 관심과 언론기사가 대통령선거에 집중될 것이다. 이미 후보들은 선거공약에 가까운 주장이나 정책들을 내걸고 있다. 한 후보는 기본소득을, 다른 후보는 안심소득을, 또다른 후보는 공정과 정의를 내걸고 있다. 다 듣기에 좋은 말이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 내걸 만한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새로운 대통령은 시대정신과 부합하거나 국가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노련한 한 정치인은 천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짧은 정치적 연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오르거나, 대통령직의 수행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를 말할 것이다.먼저 한국의 대통령들이 시대정신을 스스로 잘 구현했는지를 돌이켜 보기로 하자.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이었고, 박정희는 경제산업화와 민족통일, 전두환은 정의사회구현, 복지사회건설, 선진조국창조, 노태우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 김영삼은 민주주의와 군정종식, 김대중은 평화적 정권교체, 노무현은 특권과 기득권 타파, 이명박은 경제살리기,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였다. 우파의 대통령들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사회만들기를 시대정신으로 보았고, 좌파의 대통령들은 특정한 사회적 대상에 대한 비판 혹은 배제를 통한 새로운 사회 만들기였다. 우파의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슬로건으로 사회적 통합의 구상을 말했던 데 반해, 좌파의 대통령들은 사회적 균열을 포착하되 통합된 사회는 제시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였다. 우파의 대통령들은 국민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였지만 이에 따르지 않는 국민들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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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이재명 對 윤석열 지면기사
대항해 선두경쟁 유지하려면 바다 읽어야대중의 집단적 지성·감성이 '시대정신' 예고대권이라는 신대륙에 인도할 가장 큰 바람그 바람 못 찾으면 민심의 바다는 좌초시켜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직 보너스를 톡톡히 챙겼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로 1위에 올랐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로 2, 3위를 기록했다. 14.9%였던 1월 지지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총장직을 던진지 나흘 만에 터진 상종가다. 검찰총장 징계 정국이 끝나면서 흐릿해졌던 정치적 존재감이 사직서 한 장으로 훨씬 선명해졌다. 이 지사가 유탄을 맞았다. 총장 징계 정국이 종료되면서 윤석열이 여론의 시야에서 멀어지자 모든 여론조사들이 차기 대권후보 1위로 그를 지목했다.군주민수(君舟民水). 지도자는 민심의 바다에 뜬 배다. 민심의 바다는 너울성 파도가 유난히 심하다. 배는 파도 속에 가라앉아 솟았다 가라앉았다 반복하며 항해해야 한다. 파도의 이랑에 올라탔다 환호하고 고랑에 처박혔다 절망하는 얇은 인격으로는 민수(民水) 항해가 불가능하다. 영국인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대신 그의 정적에게 국가재건을 맡겼다. "전쟁에서는 한 번 죽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 처칠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윤석열이 뜬다고 이재명이 절망하고, 이재명이 주춤한다고 윤석열이 우쭐할 일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는 금언은 여러 번 살 수도 있다는 역설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대권을 향한 대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요체는 파도에 전복돼서 침몰하지 않는 것이다.이 지사에게 윤석열은 항해의 끝에 마주할 파도다. 천운이 따른다면 윤석열 파도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집권여당의 승인이 관건이다. 경선이라는 파도를 무사히 넘어야 한다. 민심의 너울보다 당심의 너울이 더욱 고단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친문 핵심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치른 이 지사다. 경선은 치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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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푸른바다거북의 오디세이 지면기사
석달간 3800㎞ 귀향길 성공한 거북언젠간 제주 모래톱 찾아 산란 기대온 바다에서 멸종 않고 살아갔으면인간은 우주에서 그리워하기 보다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것 궁리해야푸른바다거북은 해양 생물 중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운 동물의 하나로 꼽힌다.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푸른바다거북은 큰 것은 등딱지의 길이가 150㎝, 몸무게가 20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대형에 속하는 종이며, 자연상태에서 수명이 80년을 넘을 정도로 장수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등딱지가 아름다운 초록빛이라 푸른바다거북으로 불리는 이들은 본래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태평양 등 전 세계의 바다에 고루 분포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에서도 자주 발견될 정도로 흔했다.우리나라 인근에 사는 푸른바다거북은 일본 오키나와 해안에서 알을 낳고 일부는 한반도 남쪽 해안이나 동해안 쪽으로 올라와 서식하는데,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2009년까지 겨우 26마리가 발견되었을 뿐이며 최근에는 지난 2019년에 죽은 개체가 포항에서 발견된 이래 더 이상 살아있는 개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 이들은 한때 개체수가 수백만 마리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개체수가 급감하여 대부분 국가에서 보호조치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푸른바다거북의 개체수가 급감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광범위한 해양오염이라고 한다. 실제로 폐그물에 걸려 익사하거나 비닐을 해파리로 착각해 흡입했다가 숨이 막혀 죽은 바다거북이 여러 차례 발견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서식처를 보호하고 해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바다거북은 적어도 1억5천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바다 곳곳을 누비며 살아왔다고 하니 6천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종했던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았고, 기껏해야 몇 백만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지구 생물의 주인공 역할을 해왔다고 하겠다. 그런 바다거북이 지금 인간의 무책임함 때문에 생존이 위협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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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일하는 시간 줄이기가 복지 지면기사
취업자 1인 年노동시간 1993시간OECD 평균보다 '260시간' 많아현명한 사회는 일하는 시간 줄여복지비 지출은 줄이고 생산성과행복을 늘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원숭이를 기르던 노인이 식량이 부족해지자 아마 원숭이에게 아침과 저녁으로 4개씩 주던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기로 했다. 원숭이가 아침에 4개 먹던 것을 3개 준다고 반발하자 노인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기로 하니 원숭이가 만족해했다는 이야기다. 합은 7개로 똑같은데 먼저 4개를 준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하는 어리석음을 꾸짖고 있다. 그럼 우리 인간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던 것을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는 것으로 바꿔도 합이 7개로 같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바뀌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침에 1개 덜 받았는데 저녁에 1개 더 줄 것인지 불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뢰의 정도에 따라 변경을 수용하는 정도가 차이가 날 것이다.이 비유를 이렇게 대치해보면 어떨까. 한 사회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이 있다. 그런데 8명만 취업자이고 하루에 10시간 일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80시간의 생산활동이 이뤄진다. 취업자 8명에게서 세금 1씩 걷어 일이 없는 빈곤한 2명에게 4씩 생계 보조금을 준다. 그런데 한 노인이 다르게 바꾸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취업자 8명이 10시간씩 일하던 것을 8시간 일하는 것으로 줄이고, 나머지 2명도 8시간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10명 모두 8시간 일하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동일하게 80시간의 생산활동이 일어나 경제 규모는 변동이 없다.이전의 취업자는 소득이 10에서 8로 줄지만 일이 없던 2명의 복지비로 나가던 세금 1이 줄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만 감소한다. 일이 없던 사람도 복지비로 4를 받던 것에서 일해서 8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전의 취업자는 소득이 10에서 9로 줄었지만, 노동시간이 2시간 줄어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된다.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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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슬기로운 격리생활 지면기사
고독의 시간 겁 먹을 일 절대 아냐스스로 눈을 감는 순간이 곧 '명상'사랑·의미라는 세계 보이기 시작'시간 어떻게 보낼까' 두려워 말고눈부터 감으면 지혜 발견할수 있어주위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인 한 분은 본인의 감염으로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감염되어 정신적 패닉 상태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어 업무상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이 모두 자신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14일 동안 생업을 포기하고 격리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그 미안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중 일부는 감염까지 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 시대의 아픔을 더욱 더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수많은 지인들이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물론 격리생활은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슬기롭게 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천주교 수도회 전통에는 일부러 독수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이 있습니다. 불교 스님들도 1년에 두 차례 여름과 겨울에 한 달 정도 독거 수행을 합니다.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재속 신부로 있는 저도 1년에 2주일은 독수 피정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종교인들은 왜 이런 홀로 침묵하는 시간을 일부러 가질까요?사람은 가끔 홀로 침묵 중에 자신 만을 바로 보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삶의 맛을 더 맛나게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현대인들은 그 전 시대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또 따로 혼자의 시간을 갖는 일이 무슨 이유가 있을까 싶지만 독거한다고 모두 혼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보고서를 써도 상대와 교신하고 있는 것이고 게임을 해도 영화를 즐겨도 거기에 나는 없습니다. 고독의 시간이라는 것은 상대 없이 오로지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입니다.30대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에게 누구나 욕망이 있고 조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내가 욕망껏 사는 것이 무슨 죄입니까?" 이 친구는 말려도 그렇게 살 친구이기 때문에 저는 한 번 지칠 때까지 욕망껏 살아보라고 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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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강한 자'가 되어라 지면기사
거짓 권력에 나약하게 굴복 안돼한 인간으로 존립해야 하기 때문각인된 트라우마 치유 어렵지만자기 스스로 자신 버리지 않는 한아무도 영원히 고립시킬 수 없다'학원 폭력'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요즈음이다. 이 말은 듣기만 해도 나의 폐부를 찌른다. 백석의 시에 나오는 몽둥발이로 살아야 했던 어려운 시절의 일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대학원 가서 힘센 선배 하나가 군대 휴가를 나왔다. 후배들은 이 선배가 반갑다고 신사리까지 나가서 실컷들 술을 마셨다. 1차가 끝나고 2차로 가려고 이동 중에 지금은 없어진 신림극장 앞에서 사달이 났다. 요즘 후배들 '네 가지'가 없다고 일렬횡대 '헤쳐 모여'를 시킨 것이다. 다들 극장 앞에 일렬로 죽 늘어섰을 때 그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뺨을 한 대씩 후려갈기며 내 쪽으로 왔다. 나는 네 번째쯤 서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맞지 않겠다고 했다. 이러려고 대학원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일렬횡대는 무너져버렸지만 그로부터 시작된 시련 아닌 시련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자를 맵게 다스리는 야만적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라고 할 수 없으니, 이런 일은 대학 입학 직후에도 있었다. 같은 학교를 나와 같은 대학에 왔다고 선배들이 뜨겁게 환영을 해준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한 달이나 지났을까, 한국 사회, 특히 학교나 군대 어디에나 있는 이 관행이 고개를 들었다. 선배들이 부른다고, 밤에 기숙사 뒤편 공터에 모이라 해서 가자 바로 앞에서 말한 것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미 각목이 몇 자루 준비되어 있었고, 일단 엎드려 뻗치라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뜨겁게 친해지려면 이런 통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때도 나는 맞지 않겠다고 일어섰다. 그로부터 동창회는 가깝지 못한 '공동체'가 되고 말았다.자신이 체제를 운영하고 그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를 향해 완력을 휘두르고 아무렇게나 욕설을 내뱉고 술잔을 끼얹거나 뺨을 때리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벌인다. 이렇게 해서도 굽히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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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지면기사
물리적 현실 적용 가상세계 집합체삶이 확장되고 새로운 가치들 창출공연예술 설자리 완전히 잃은 요즘실감나는 콘텐츠로 현실 무대 넘어전세계인에 보여줄 '감동무대' 가능그래픽카드와 기계학습에 효과적인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를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회장이 2020년 10월 GPU개발자 대회에서 한 기조연설 제목은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물리적인 이동이나 집회가 제한되다 보니 자유로운 여행이나 만남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것은 변화의 방향보다 변화의 속도라는데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들이 모바일로 시장을 보고 줌(Zoom)으로 화상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아우르고 넘어서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이를 달리 메타버스라 표현하며 초월한다는 의미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말이다. 가상과 현실이 완전히 융합되는 미래를 꿈꾸는 것으로, 엔비디아에서는 기술적으로 XR이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옴니버스'라 하여 내놓게 되었다.컴퓨터그래픽으로 현실과 구별이 안 되는 가상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자 각종 게임이나 가상의 세트에서 영화를 찍어서 아바타나 알라딘 같은 라이브액션 영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ASF(가속연구재단·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의 정의에 의하면 메타버스란 가상화된 물리적 현실(중력, 재질, 텍스처, 색상, 소리 등)이 적용된 실존하는 가상세계들의 집합체로서 증강-시뮬레이션의 축과 외부와 내부의 2X2 메트릭스로 분류해 보면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가상세계 그리고 거울세계로 나뉜다.포켓몬으로 익숙해진 증강현실 세계는 물리적 공간 위에 가상세계를 중첩시켜 마치 요사이 모든 영상에 자막이 첨부되어 편이성과 정보성을 높이는 것처럼 현실세계에 각종 정보가 확장되는 것이다. 라이프로깅의 세계는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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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 지면기사
거짓말로 대한민국 양심에 좌절한 국민들'법률 차치' 법·정치 동격인식 정치적 의심자신이 '삼권분립 한 축'임을 스스로 부인대법원 사법정신 훼손 당사자가 치유해야지난해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진보진영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런 긴즈버그가 자신의 생애에 흔치 않은 오점을 남겼다.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그가 당선되면 이민 가겠다"고도 했다. 연방대법관의 정치발언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긴즈버그는 "경솔했고 후회한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우리 같았으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다. 대법원의 밤은 촛불로 대낮처럼 환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긴즈버그의 사과로 넘어갔다.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웬만한 정치 시비로 깨지지 않는다. 미국인은 연방대법관들을 정의의 화신(Justice)으로 존칭한다. 연방대법원장(Chief Justice)은 정의의 수장이고, 8명의 연방대법관(Associate Justice)은 각자가 정의의 일원이다. 미 헌법 3조는 '선한 행동을 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 대법관의 임기를 보장한다. 악한 행동을 할 리 없다는 믿음으로 종신직을 보장한 것이다.트럼프는 재임 중 한 판사가 자신의 이민정책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놓자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공식 성명으로 답했다. "미국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모든 이들을 공평하게 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의 비범한 집단만 존재할 뿐이다." 연방대법관은 정파가 임명하지만 정파를 초월한 정의의 수호자로 신뢰받기에 연방대법원은 권위를 유지한다. 트럼프를 아무리 미워해도, 트럼프가 법정에 서면 정의에 따라 공평하게 판결할 것이란 신뢰가 있다. 긴즈버그가 죽음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우리 대법원도 그랬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겪고서도 대법원은 권위를 존중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