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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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지구도 휴식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코로나사태 글로벌경제활동 위축봉쇄 조치 도로·항공 교통량 감소NASA "세계 대도시 대기질 개선"사람유발 지구의 진동 평균 50%↓도시민 공기·식물 중요성 깨달아인간의 활동이 멈추거나 줄어드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다. 당장 대기가 개선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도 확 줄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우한 등 중국 중부 산업지역에서 일산화질소 농도가 평소보다 10~30% 낮아졌다고 한다. 한국 역시 공기 질이 좋아진 영향을 받았다. 멀리 인도 북부에서는 30년만에 160㎞ 떨어진 히말라야 산봉우리를 볼 수 있었다. NASA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전세계 주요 도시지역의 대기 질이 개선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대도시에서 이산화질소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호흡기 질환 감소로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이는 물론 봉쇄조치와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에너지 사용의 감소, 특히 교통의 감소에 기인한다.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절정인 2020년 3월에서 5월 사이에 미국, 호주 및 독일 등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은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전세계 항공기 운항도 5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66% 급감했다.대기 질이 좋아진 것 이외에 우리가 못 느끼는 또 다른 현상도 나타났다. 지진이 감소한 것이다. 벨기에 왕립 천문대가 주도한 전세계 5곳의 기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3~5월 사이에 인간에 의해 유발된 지구의 진동(지진, 지각 소음)이 평균 50% 정도 감소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지각 소음'의 감소가 더욱 두드러졌다. 지각 소음은 지구 내 진동으로 지진, 화산 및 폭탄뿐만 아니라 여행 및 산업과 같은 일상적인 인간 활동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한 왜곡 진동없이 지구의 자연 진동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람이 유발한 소음과 자연 신호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자연 재해를 경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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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나, 이재명 좋아질 뻔했어" 지면기사
대법 판결후 주택난 해결·종부세 폭탄 등정국 현안에 '사이다 발언' 쏟아내자 깜짝"장사꾼도 손실 감수" 무공천 언급땐 압권이틀후 "의견과 주장은 달라" 변심에 실망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후,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해 발언을 쏟아내자 모두 깜짝 놀랐다. 이 지사의 '사이다 본능'이 더 강력하고 신선해졌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판결 다음날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되는 걸 로또에 비유하면서 "집값은 못 잡고,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대안도 제시했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재개발이나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역시 대치동 '일타 강사' 뺨치는 발언이었다.종부세 폭탄과 관련해서도 사이다 발언이 이어졌다. "비싼 집에 사는 게 죄인가. 집값 올랐다고 마구 세금을 때리면 안 된다. 주택은 가격보다 숫자, 숫자보다 실거주 여부를 따져 중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계속 이어졌다. "실거주 1가구 1주택이 고가라는 이유로 압박하고 제재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집 한 채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던 50· 60대들은 이 지사 말에 감동했다.이 지사의 정치감각이 '천부적'이라는데 누구나 동의한다. 홍준표 의원보다 두 수 정도 위라는 말도 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열광시키는 방법을 이 지사는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을 넘어 중도층까지 아우르기 위해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고 있다. 자신의 발언이 불러올 파장도 분명 예상했을 것이다. 그 다음 날 발언은 정말 압권이었다. 이 지사는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울·부산시장 공천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지사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그분(이낙연)은 엘리트 출신이고 난 변방의 흙수저"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과의 차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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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원수는 내 운명 지면기사
사람이 살면서 한번 척을 지게되면 화해를 시도해도 회복이 쉽지않다서로 잘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용서 차원서 상대방 생각하기 때문미워할 바엔 곁에 두고 사는 지혜를가끔 신자들과의 모임에서 묻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원수진 사람이 없는 분 계십니까?" 원수진 사람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사업을 같이 하다가 돈 문제로 친구와 적이 되기도 하고 연애 중에 상대가 신의를 저버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직장 동료가 자기를 헐뜯고 다닌 걸 뒤늦게 알고 척을 지기도 하고 고부간의 갈등으로 시댁과 원수가 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꼭 드러내놓고 다투지 않더라도 내 마음 안에서 이미 관계를 끊어버리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한번 척을 지게 되면 나중에 화해를 시도한다 해도 관계가 회복되는 예가 거의 없습니다. '잘못은 상대에게 있고 나는 용서하려는 차원에서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잘못도 있다고 인정한다 해도 거기에는 이런저런 변명이 붙습니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상대가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지적을 하면 화해하려는 마음은 더 큰 분노로 바뀝니다. 일전에 미술인들과 미술 시장 활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의 낙후된 어느 지역에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재건축을 진행한지 15년이 되도록 진전이 안 돼 곧 계획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는 흉가나 다름없이 방치되어 있었지요. 만일 미술인들이 이 헌 아파트를 싼값에 한 채씩 매입한다면 더 이상 젠트리피케이션에 위협받지 않는 것은 물론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신나게 이런저런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재건축 조합이 극적으로 다시 살아나서 우리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이 일에 앞장섰던 저와 집행부는 마치 사기꾼처럼 몰려 비난을 받았지요. "천주교 신부여서 믿고 함께했는데 이게 뭐냐! 신부도 사기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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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새로운 좀비 영화 '반도'의 충격 지면기사
개봉 5일만에 180만 관객 흥행돌풍코로나19 대유행 맞물려 가히 리얼현대 두개의 역설 인문학적인 문제산 시체 '좀비' 죽은듯 사는 '무젤만'원한 이념 여전 누가 과연 좀비인가흥행돌풍이라고 한다. 개봉 닷새만에 벌써 18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2016년 유일한 천만 돌파 영화 '부산행'에 이어 이번 좀비 영화도 심상찮은 조짐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떻기에 이런 바람이 불었을까?이 영화는 한반도에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퍼져 난리가 나면서 시작된다. 뭔지 모르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좀비가 되는 것이다. 그럼 좀비란 무엇이냐? 하면 간단히 말해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의 민속 신앙, 부두교 신앙에서 유래한 이 살아있는 시체는 '반도'나 '부산행'에 따르면 영국에 건너간 저 루마니아 괴물 드라큘라처럼 사람 목을 물어뜯기도 하고, 그러면 물린 자도 괴물이 되어 버린다.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나머지 한반도는 좀비 세상이 되어 버렸다. 좀비가 사람들을 물어뜯어 모두들 몹쓸 병에 걸려 정상인들이 다 사라질 정도로 좀비 세상이 되어버린 한반도를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좀비들로 폐허가 된 마지막 피난선을 타고 홍콩으로 건너간 지 4년만에 고립된 한반도로 되돌아가게 된 강동원 분 '정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개체수'가 엄청난 좀비들뿐이다.그런데, 미래공포영화라 할까 액션 스릴러라 할까 모를 이 '반도'는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전한 미래형은 아닌 것 같다. '북한'에서는 한반도 '남한'이 좀비 세상이 되어 버리자 아예 문을 닫아걸어 버리는데, 사실 진짜 좀비들이 더 만연, 창궐하는 곳은 저쪽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 이 영화의 한 가지 난센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쪽에 지금 좀비가 창궐하는 것은 사실은 사실이니 크게 나무랄 수는 없다. 아무튼 좀비들, 이 살아있는 시체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게 한반도를 뒤덮어 서울이며 인천이며 피할 곳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는 모티프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세계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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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疫病:감염병)'과 '한의약'
모든 의학의 역사는 역병과 투쟁의 역사다. 한의학 역시 역병(疫病), 즉 감염병의 실체를 밝히고 적절한 방역(防疫)의 방법을 찾고,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를 연구하며 발전해 온 의학이다.작년 연말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와 전세계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다시 끊이지 않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이 코로나19 역시 새로운 역병(疫病)이다. 역병의 창궐은 재난상황이다. 재난 앞에서 인류는 모든 정보를 교류하고 힘을 합하여 대응해야 한다.필자도 '코로나19 한의전화진료센터'에 봉사자로 참여하여 외국인환자도 비대면진료하고 여러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본인이 참여한 서울진료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20여명의 한의사와 20여명의 한의대생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많은 코로나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5월말 기준으로 전체코로나 환자의 20%이상이 한의진료를 경험하게 되었고, 만족도 또한 매우 높게 나왔다. 코로나 19의 한의진료는 WHO의 권고사항이다. WHO는 2020년 2월에 에볼라 치료제로 유명한 렘데시비르, 신종플루때 나왔던 아비간,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퀴닌, 코로나19를 극복한 사람들의 혈장을 이용한 혈장요법과 더불어 각국의 전통의학을 Immediate Therapeutics로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코로나 19에 대한 진료매뉴얼과 진료지침서를 만들고 시시각각 업데이트하면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양한방 협진 체제가 잘 운용되는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한의학적 치료를 가미해 많은 효과를 내고 있으며, 보고에 의하면 85%의 확진자들에게 한약을 투여해 완치 기간을 앞당기고 있다.한의학은 인류의 오랜 질병의 역사와 함께해 왔고 역병(감염병) 치료를 위한 많은 솔루션을 축적해 왔다. 이미 후한(後漢)시대 장중경의 상한론(傷寒論)과 청대(淸代)의 온병학(溫病學)을 위시해 많은 의서를 통해 역병의 생성과 그 발전, 소멸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역병의 기전은 물론 상세한 치료법까지 모두 구축해 놓고 있다. 그리고 현대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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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백선엽, 박원순이 남긴 질문 지면기사
하루사이 유명 달리한 진보·보수진영 명사집권여당, 朴시장은 功·白장군엔 過 부각여성계·野 반발 부르고 국민통합기회 날려文정부·與 최종답안 국민·역사가 지켜볼것공교롭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두 명사가 하루 사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장맛비 속에 어제 진보 진영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장으로 영면에 들었다. 한국 시민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내일엔 보수진영의 백선엽 장군이 육군장으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 낸 호국 영웅이다. 광화문 광장엔 두 사람의 빈소가 나란히 차려졌다. 박 전 시장의 빈소는 서울시가, 백 장군의 빈소는 보수 청년단체가 세웠다. 조문객은 진영으로 분리됐다.박 전 시장과 백 장군의 죽음엔 얼룩이 묻었다. 박원순의 얼룩은 개인적이다. 죽음의 방식과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성추행 고소를 덮었다. 백 장군의 얼룩은 역사적이다.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전쟁 영웅의 고별 행보가 어지러워졌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정권의 태도가 중요했다.청와대는 두 죽음에 모두 입을 닫았다. 대신 집권여당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장례에 거당적으로 참여해 박 전 시장의 공(功)을 앞세웠다. 당 홈페이지 전면에 추도 성명을 내걸었고, 거리 곳곳에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는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백 장군에겐 침묵으로 과(過)를 부각했다. 신분을 숨긴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개인적 얼룩엔 관대했고, 백 장군의 역사적 얼룩엔 엄정했다. 정권이, 집권여당이 정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선양함으로써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는 정치적 분쟁을 일으켰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자체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공인의 선택으로 합당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남겨진 성추행 고소인이 논란의 핵심이다. 피고소인 박 전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졌지만,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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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 지면기사
지나친 개입으로 부동산광풍 시작아직도 '세금으로 해결' 망상 빠져결국 도심공급 늘어나야 가격 안정국민들 권한 위임 받은 정치·행정시장기능 회복되도록 심기일전을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삶을 살면서 과거의 삶이 얼마나 귀중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모든 뉴스 매체에서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동산 광풍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정말 아파트 한평(3.3㎡)이 1억원을 넘고 엄청난 부동자금이 투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니 21번의 대책이 아무 소용이 없는, 그리고 더 높은 강도의 대책이 발표되는 가운데 그저 오랫동안 한곳에 살아온 분들에게도 천문학적인 보유세나 종부세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패닉에 빠지게 되었다.2017년 이 정부의 출범 이후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인 정책을 강력하게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나 돌이켜보면 징벌적인 의도를 가지고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일을 그르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구체적으로 정확한 경제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나 강남의 아파트 재개발로 인하여 큰 수익을 얻게 되자, 재개발 가능 아파트에 대한 투자로 가격이 오르고 2만~3만가구의 재개발로 인한 이주세대가 전세금을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정책의 출발은 재개발을 막아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 하였으나 오히려 공급이 줄어 가격 상승을 촉발하였고 도심이 아닌 외곽지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2019년에만 45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리고, 이는 다시 부동산시장의 시드 머니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실제적인 부동산의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 (decoupling)가 엄청나게 발생되는 투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다 하니 공급이 더욱 위축되고 가격이 오르니 너도나도 저금리에 빚을 내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심리가 발동된 것이다. 시장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 가격 결정기능이 지나친 정책적 개입으로 말미암아 군중심리가 작용하여 그 기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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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적'과 동침하는 민주주의 지면기사
다수를 존중하고 소수를 배려하는'자유민주적 질서'가 체제운영원리선거통해 권력의 정당성 상호인정특정이익 추구땐 사회적반발 초래복원시키려면 엄청난 희생 불가피대한민국의 정치체제는 헌법 전문에 이어 제4조에서 반복되듯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전문의 내용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국가의 목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체제운영원리는 오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담겨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반한 질서'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헌재의 판례에 따르면 '모든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이다. 즉, 헌법에는 체제 운영의 기본 원리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정의는 찾기 어렵다. 이렇듯 광의의 방어적 정의로 인하여 어떤 체제운영원리가 수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해산에서 볼 수 있듯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상황과 국민의식을 살펴보면, 민주적 기본질서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민주주의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일정한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적과의 동침'이다. 화해불가능한 적도 있고, 적인지 친구인지 불명확한 대상도 있고, 이해를 같이 하는 친구도 있다. 그러한 관계가 항상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상황에 따라서 적이 친구로 될 수도 있고 친구가 적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황에서 가능하면 더 많은 친구를, 가능하면 더 적은 적을 두고 있을 때에 더 안전하고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적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추구했던 실험들은 결국 국가체제 자체를 붕괴시키거나 국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렸다.민주주의는 특정한 세력이 주장하는 선과 정의를 실현하는 체제가 아니다. 그러한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장단기적 목표들을 서로 합의해내고 실현하기 위한 형식적 규칙들이다. 적과의 갈등을 풀어내는 제도화의 방식이다. 잠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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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 지면기사
美흑인살해 촉발 BLM운동 확산속이들에 맞선 All lives matter시위얼핏 들으면 포괄된 가치의 말이나'발화된 상황' 안맞을땐 조롱의 뜻말은 자격있는 사람이 외칠때 진리지난 5월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시민을 무릎으로 눌러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살해당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는 숨지기 직전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했고 이후 여러 차례 '엄마'를 불렀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를 찾았던 것이다. 그를 살해한 경찰관은 그 말을 듣고도 "말을 할 수 있다면 괜찮은 건데?"라고 조롱하며 무릎의 힘을 풀지 않았고 결국 조지 플로이드의 숨은 끊어지고 말았다.마지막 순간에 어머니를 부르는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은 어머니 앞에서 자식을 죽이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일이다. 인간으로서는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이 야만적인 살인사건은 한 시민이 소셜 미디어에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관이 백인이었고 살해 당한 시민이 흑인이었기에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한국사회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하여 BLM(Black lives matter) 해시태그운동에 동참했다.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며 인종 차별 반대 시위에 맞섰다.얼핏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말은 아무 문제가 없을뿐더러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말보다 오히려 더 나은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두의 생명' 안에는 '흑인의 생명'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란 그 말이 발화된 상황과 떼어놓을 수 없다. 어떤 말이 진리에 가깝기 위해서는 그 말이 나오게 된 상황이 그 말과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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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백종원이 어때서 지면기사
거대與 야당몫 법사위 꿰차며 협치 와르르원구성 난항 국회 공전 이유는 윤석열 제거와중에 김종인 '대선후보 백종원' 발언 시끌경제 알고 유머까지 겸비… 안될 이유가 ?거대여당 민주당이 원 구성을 끝내면 당론 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웃음이 나왔다. 법안이야 뚝딱 통과시키겠지만,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여서다. 176명이라는 거대여당, 여기에 친여 성향 의석수까지 포함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굳이 법안까지 만들며 요란을 떨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유례없이 단독개원을 한 후, 야당 몫이던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빼앗으며 스스로 '협치'를 무너뜨렸다. 그로 인해 원 구성은 난항을 겪고, 국회는 개점 휴업상태가 됐다.민주당이 체면도 내팽개친 채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이유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거기엔 윤석열 검찰 총장과 공수처가 있었다. 윤 총장 쳐내려는 민주당의 집착은 의원들의 언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5선 의원인 당 최고위원부터 초선의원까지 합창하듯 윤 총장에게 조롱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그럴수록 '윤석열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걸 뒤늦게 깨달은 이해찬 당 대표의 만류가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눈치 빠른 국민들이 이를 알아차렸고,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면서 '윤석열 제거작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그런데, 윤 총장이 집중포화를 받던 지난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느닷없이 "(대선후보로)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때요?"라고 말을 꺼내 정치판을 뒤집어 놓았다. 통합당 초선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을 논하며 백종원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백종원을 꼭 짚어 대통령 후보라고 한 발언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 커서 일반인이거나 또는 백종원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백종원으로 낙점된 양,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은 '유명인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