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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우선 조달제도’ 진정한 취지 농심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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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우선 조달제도’ 진정한 취지 농심에서 시작 지면기사

    협동조합, 학교급식 납품 입찰 단계부터 ‘제동’축산농민들 제도 본격 시행 앞두고 ‘불안감’학생들 안전한 먹거리 위협하는 일 없어야소기업·소상공인들의 구매촉진과 판로지원을 위해 도입된 ‘중소업자 우선 조달제도’가 예상치 못한 늪에 빠져 최근 법 개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에게 조달 구매 시 일정 금액 범위를 이들만의 고유영역으로 인정해 계약 우선권을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계약금액 기준 1억 원 미만으로 비교적 영세 영역에서 일반제품을 공공기관과 조달계약 체결 시 이들만의 리그로 만들어주자는 것이 입법 내용의 핵심이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무차별 시장 진입을 막고 혹시 있을지 모를 규모 기업의 시장 간섭을 아예 차단하고자 만든 것이다.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 규모 경제가 판치는 최근 시장 흐름속에 기 눌린 소상공인, 소기업 등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법 취지야 말로 정말 환영받아 마땅하다.다만 법 시행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나와 아쉬움을 남긴다. 일정 계약금액 영역에 농민을 대변하는 생산자단체(협동조합)가 납품하는 비교적 큰 덩어리의 축산물 등이 계약금액 초과 구간으로 예외없이 밀려나야 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농민들의 자조 조직에 따른 특별법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의 학교급식 납품이 입찰 참가 단계부터 제동에 걸리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그 강도가 시행청의 제도 이행 권고 공문 한방에, 한 달 동안 무려 도내 15개 학교의 납품 계약이 취소되고 38개 학교에서 급식 입찰 참가를 제한받고 있다니 놀랍다. 더욱이 도내 축협의 학교 급식납품 사업의 99%가 영향을 받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축산 관련 조합들이 생계(운영)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사육두수가 아직은 전국 평균을 웃돌 정도로 지역 경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도내 축산농가들 역시 이 제도 본격 시행에 앞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질 향상 보조금과 장려금까지 지원해가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공을 들여온 경기도와 생산자 단체들의 그간

  • 블랙 프라이데이 에서 폭스바겐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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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프라이데이 에서 폭스바겐을 엿보다 지면기사

    기대 훨씬 못미치는 할인율·제한된 품목 ‘실망’쇼핑객들 “배신감에 시간만 낭비했다” 불만획기적 개선없인 소비자들 신뢰에 큰 타격 입어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뉴스 키워드를 꼽는다면 ‘폭스바겐’ 그리고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닐까 싶다.폭스바겐 사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진 데서 비롯됐다. 전 세계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파문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형국이다.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세일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의 한국판 할인 이벤트다. 지난 1일 시작돼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기획했다.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고 처음 맞은 주말, 한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던가. 쇼핑객들은 북적거리는데 정작 살 물건이 눈에 띄지 않는다.자동차 분야의 폭스바겐 사태와 소비문화 분야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어떤 공통적 요소를 찾는 것은 억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폭스바겐 사태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수학에 빗대면, 일종의 교집합의 빗금이다.우선 배신감이다. 폭스바겐 그룹이 어떤 회사인가? 도로에 ‘비틀’ 한 대라도 지나가면 행인들이 선망의 눈으로 그 물방개를 닮은 차를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기술력과 디자인 그리고 독일 특유의 장인정신을 부러워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스코다·람보르기니·벤틀리·포르셰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이 회사는 지금 소비자를 속인 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쇼핑하라’는 슬로건에 이끌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을 찾은 한국의 소비자들도 적잖은 배신감을 맛보았을 터다. 알뜰 쇼핑족임을 자처하는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득템’을 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 일색이다.다음으로 ‘신뢰의 상실’이 엿보인다. 배신감에 이은

  • 인천관광공사 출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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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관광공사 출범에 부쳐 지면기사

    인천미래 달렸다고 할만큼 중요한 조직 ‘부활’ 성과 집착하거나 특정인위한 기구 될까봐 ‘걱정’ 도시특성 재검토등 관광자원 꼼꼼히 파악해야 얼마 전 편집국 후배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옛 기찻길과 근대건축물 이야기가 나왔다. 후배는 늦은 여름휴가를 전북 군산으로 다녀왔다면서 얘기를 꺼냈다.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던 수탈 기지였다. 그때의 건물 몇 채가 아직도 남아 당국은 근대박물관을 설립하고 그 주변의 일본식 건물을 관광자원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기찻길도 패키지 여행코스인데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후배는 서서히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의 근대건축물이나 기찻길은 그 규모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인천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인데, 인천은 왜 그런 관광코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느냐는 것이었다.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인천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어느 도시보다 많이 서린 곳이다. 계속된 도시개발에 수많은 이야기의 장소들이 날아가 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선 철길의 시작점부터가 인천 아닌가. 경기도 여러 곳의 쌀이며 소금이며 각종 자원을 수탈해 인천항을 통해 끌어내려고 만든 수인선의 그 옛날 대합실이 다 사라졌지만 인천에는 유일하게도 아직 남아 있다. 근대건축물은 또 어떤가. 중구 개항장 일대는 여전히 국내 최대의 근대건축물 단지로 꼽을 만하다. 이뿐이 아니다. 인천은 잠시 둘러만 봐도 한반도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긁히고 패인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강화도를 빙 두른 관방유적이 그렇고, 부평의 미군부대 터가 그렇다. 인천대교와 영종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모든 이야깃거리가 당장에라도 호출하기만 하면 달려나가겠다는 듯이 웅크리고 기다린 지 오래건만 이제껏 누구 하나 그 격에 맞는 부름을 하지 않았다. 엊그제 인천관광공사가 새롭게 출범했다. 4년 전 인천시 산하 기구 통폐합 때 사라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관광전문 여행사 비슷한 느낌이지만 실은 그 두 어깨에

  • 안전불감증에 쓰러진 타워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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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불감증에 쓰러진 타워크레인 지면기사

    관계기관 관리·감독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공기 단축위해 중량·작동 속도도 안 지켜 하부점검 부실 등 기본 무시한 ‘전형적 인재’ 하루 평균 6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경인선(인천역~구로역) 부평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전철 선로를 덮쳐 공사현장 작업자 3명이 다친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시공사 관계자는 물론 관할 자치단체인 부평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코레일 등 관련 기관의 무관심과 방관 등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각 기관 사이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이 타워크레인을 쓰러뜨렸다는 얘기다. 다행히 사고가 난 시각에 이 곳을 운행하는 열차가 없어 대형 참사는 면했지만, 주택이 밀집한 다른 방향으로 넘어졌다면 애꿎은 시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어야 할 판이다. 이날 경인선 승객들은 퇴근시간대 교통지옥을 겪어야만 했다. 건축물 높이가 31m 이상인 경우 시공사는 타워크레인 설치 시방서를 포함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토록 돼 있다. 그러나 신축 중인 오피스텔은 30m(10층짜리) 건축물로 설계돼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크레인 역시 3t 이상인 경우 국토교통부에 건설기계를 등록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의 크레인은 2t이어서 관리·감독 대상에서도 빠졌다. 사고가 난 현장의 크레인은 ‘철도보호구역’을 이동하며 작업했다. 그런데도 부평구와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의 감독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안전법에는 선로 30m 이내(철도보호구역)에서 굴착·건설 등의 작업할 때 시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신고해야 하고, 공단은 현장에 대한 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건설현장과 선로 간의 거리가 30m 이상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철도시설안전법 상 건설현장이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걸 주장하고 싶은 게다. 경찰은 공사현장과 선로 간의 거리가 32~33m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건설현장에서 벗어나 철로 방음벽 옆에 있던 이동

  •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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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지면기사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큰 관심 ‘자살률 OECD 1위’ 오명 벗기위한 지원책 시급 가정이 ‘생명 소중함’ 깨닫고 자살예방 앞장서야 “어둠속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걷는 우리가 있습니다.” 지난 11일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해질 녘 수원 광교공원에는 10대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세계자살예방의 날(10일)을 맞아 본보와 수원생명의 전화가 공동주최한 ‘해질 녘서 동틀 때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행렬이다. 1천500명의 사람이 삽시간에 공원을 가득 메웠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이 행사는 자살예방 범시민캠페인이다. 자살충동을 느낀 어떤 이에게는 우울증을 더해주기라도 한 듯 음산한 가을비가 내려 참가자들 얼굴에는 이 행사가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자각할 정도로 의연함이 묻어났다. 80대 한 노인은 “지난 3회 대회까지 모두 참가했다”며 “고독감과 우울증 등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데 아직 피지도 못한 10대 청소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나 같은 노인도 생명의 소중함 때문에 이 행사에 또 참가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 오명국가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다양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탓에, 자살 1위 오명국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기도만 해도 지난 2013년 자살 사망자는 총 3천368명. 10만명당 27.9명, 하루에 무려 9.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자살예방센터가 설립된 곳은 10개 자치단체가 고작이다. 도내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연천군·포천시에조차 자살예방센터가 없다. 임시방편으로 정신건강증진센터 내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이 없어 실질적인 자살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자살예방센터가 설치된

  • 사회·국민적 관심만이 쌀 재고문제 해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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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국민적 관심만이 쌀 재고문제 해결 가능 지면기사

    빵·육류등 대체 먹거리로 ‘쌀 수급불균형’ 초래 올해 재고량 10~20% ‘출혈 판매’… 문제 심각 쌀 가공산업 육성위한 과감한 지원책 시급 쌀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 마음에 고향 같은 푸근함을 준다. 쌀이 이처럼 일반인들에게 애착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는 보릿고개 시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과의 공감된 정서의 영향도 컸을 것이란 생각이다. 쌀의 소중함은 그만큼 우리의 정서적 가치와 늘 함께 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소중한 쌀이 넘치는 재고로 최근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을 이전 원료곡 부족만 걱정했던 경기미 역시 이 분위기에 자유롭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 등 관련 기관들은 지난해 연말 이후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해 왔다. 밥 대신 빵과 육류, 심지어 과일까지 다양한 대체 먹거리가 그만큼 식단에 친숙해 있는 상황에서 매년 늘어난 쌀 수확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문제를 만든 것이다. 쌀밥이 식사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지냈던 시대에서나 가능한 수요도 없을 터이니 답답한 지경이다. 모든 것이 식생활 서구화, 먹거리 다양화 등 국민 식생활 변화가 만들어낸 총체적 결과인 셈이다. 쌀 소비 감소가 업계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지 이미 오래나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울림이 적어 걱정이다. 국민 1인당 지난해 연간 쌀 소비 규모는 65.1㎏으로 10여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도 모자라 오는 2025년도에 소비량이 52.5㎏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은 농업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농협의 쌀 재고량은 8월 말 현재 3만2천t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5천t 재고량에 비해 소폭 늘어난 물량 정도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질(質)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올 재고량은 지자체와 농협 등이 나서 10~20% 정도(수매가 기준)의 출혈 판매를 마친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자연 소비가 컸던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의 2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농림·어업 소득이 전기대비 12.2%

  • 영혼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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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묻다 지면기사

    기계적 일상에 순치된 자기반성의 의미 두명의 의사통해 ‘직업인의 영혼’ 진지하게 고민 정치·교육·복지… 우리 사회 절실한 수식어구 언젠가부터 ‘영혼 없는’이라는 수식어구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영혼 없는 박수, 영혼 없는 진행 등 다소 부정적인 표현에 자주 쓰인다. 기자 또한 ‘영혼 없이 산다’는 말을 가끔 내뱉곤 한다. 기계적인 일상에 순치돼버린 데 대한 자조적 표현이다. 물론 자기반성의 의미도 담고 있다. 얼마 전 직업인의 영혼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아들의 진료차 들른 병원에서였다. 의사는 거침이 없었다. 중학생 환자를 앞에 두고 그 의사는 친절하게도(?) 끔찍한 수술과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순간 겁에 질려 사색이 된 녀석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녀석이 받을 충격에 걱정이 앞섰다. 아이를 애써 진정시키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면서도 의사의 거침없는 소견발표는 그치지 않았다. 그 소견이 100% 정확하다 하더라도 의사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게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문을 나서면서 녀석은 “다리에 나사를 박아야 하느냐”며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물론 그 의사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팩트(fact)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먼저 보호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게 옳았다. 우리 사회에서 미성년자는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보호의 대상 아니던가. 온전치 않은 밤을 보내고 다음날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고 나서야 일가족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밀검사를 해봐야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저 같으면 하나도 걱정 안합니다.” 전날과 확연히 다른 의사의 말은 배려를 넘어 ‘구원’이었다. 다시 전날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진료실을 나올 때 귓전을 스치던 말, “MRI는 꼭 찍어봐야 합니다.” 상업적 수완은 있을지 몰라도 그에게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영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각기 다른 영혼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영혼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의사였다. 성장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 남북 축구
    데스크칼럼

    남북 축구 지면기사

    7년만에 평양서 열린 U-15대회 ‘긴장속 성공’다양한 종목 교류 ‘남북 스포츠강국’ 발돋움해야北, 대화의 장 유도 ‘통일 향한’ 지속적 노력 필요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 평양에서는 뜻깊은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지난 21일부터 4일간 북한 평양에서 성공적으로 마친 제2회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된 이번 국제유소년축구대회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도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남북 유소년들이 대회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특히 국제유소년축구대회 개막 하루 전인 20일에는 북한이 연천군 중면 지역의 야산에 포격을 하는 등 도발을 감행해 자칫 축구대회가 취소되는 상황도 예견됐었다. 그러나 남북 축구관계자들은 민간 교류차원에서 열리는 이 대회를 잘 마무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고, 남북이 군사적 대치 속에서도 이 대회를 훌륭히 치러냈다.그동안 남과 북의 축구교류는 민간차원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물론 그 중심에는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있었다. 남북 유소년축구팀은 지난 2006년 평양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지속해서 교류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2008년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서울과 평양에서 경기를 갖지 못했고, 대신 제 3국인 중국(쿤밍)에서 주로 교류전을 펼쳐왔다.한국과 북한땅이 아닌 제 3국인 중국에서도 남과 북의 축구경기는 험난의 연속이었다. 제 3국 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축구관계자들은 내부 지령을 철저히 따랐고, 남과 북의 유소년축구대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연기 또는 취소돼 선수들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북체육교류협회는 북한을 설득했고, 대회 마지막 날 남북축구가 성사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다.경기도와 연천군도 남북 축구교류에 한 몫 거들었다. 지난해 11월 연천군에서 열렸던 제1회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는 북한 4·25체육단의 유소년축구팀이 한국땅을 밟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북한 유소년들은 남북체육교류협회의 후원으

  • 내가 종군기자라면
    데스크칼럼

    내가 종군기자라면 지면기사

    인천상륙작전 취재 유명세 탄 美여기자 ‘히긴스’영화처럼 전쟁터 묘사했지만 냉정함 잃지 않아우리도 남북분단 상황 직시하고 차분할 필요온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무박 4일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전쟁으로 치닫던 남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 무드에 빠져들고 있다. 손뼉을 치며 환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냉정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생각하자니 마냥 신기해할 일도 아니다. 치열했던 싸움이 그저 한판 끝났을 뿐이다. 남북관계는 그동안 70년 가까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사이클을 오갔다. 일종의 예측 가능한 패턴까지 생겼다. 대결상태가 극한까지 치달으면 곧 해빙무드로 돌아서고는 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우리측 지역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가 터지고, 대북 확성기가 11년 만에 가동되고, 다시 우리 땅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지고, 그리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하는 요 며칠간은 마치 종군기자라도 된 듯싶었다. 일반 기자들이 가져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가 냉정함인데, 수많은 주검의 현장에 선 종군기자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한국전쟁의 가장 유명한 종군기자는 미국 뉴욕 헤럴드트리뷴의 여기자 마거릿 히긴스(Marguerite Higgins)라고 할 수 있다. 히긴스는 특히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현장 취재로 유명세를 탔다. 히긴스가 당시를 묘사한 글이 2001년 9월 15일 상륙작전 기념일에 맞춰 출간된 ‘인천은 불타고 있는가’란 책자에도 실렸다. 승국문화재단이 자료집 형태로 발간한 이 책에는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히긴스의 종군기가 실렸다. 이 글 중에 히긴스의 전장(戰場)에서의 냉정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상륙) 얼마 후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낙조는 처음에 희미했으나 점점 선명해졌다. 녹색의 해병 머리 위를 비췄는데 그 빛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이 기술적으로 만들 수 없는 찬란한 빛이었다. 사실 이 낯선 낙조는 부둣가의 화염과 결합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관을 이루었다.’ 히긴스가 전쟁을 마치 영화 관람하듯 취재했다고 볼 수 있는

  •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수
    데스크칼럼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수 지면기사

    상아탑에서 제자 상습 성추행·폭행 등 몹쓸짓학생들 취업위한 스펙·학점 강박관념에 짓눌려파렴치 교수들 독버섯처럼 번져… 자정운동 절실남북 간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으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묻히고 갈 뻔한 대학교수의 여제자들 상습 성추행 사건이 폭로됐다. 앞서 전국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잇따라 교단에 있는 교사들의 성추행 관련 대책을 발표한 때이기도 하다. 교사들의 성추행 관련 사건들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아래 문제의 교사는 교단에서 영구 제명하는 특단 조치가 내려지는 등 강경책이 쏟아져 나왔다.지성의 꽃 상아탑인 대학이 일부 교수들의 제자 폭행과 성추행 등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교수와 제자 간 성추행이나 폭행 등은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사회 심각한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여제자가 교수를 연민해서 벌어지는 감상적인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여제자를 학생이 아닌 성적 도구로 삼는 파렴치한 자가 대학의 교수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시대상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최근 경인일보가 특종보도한 오산대 여제자들 상습 성추행 기사는 남북대치 국면의 이슈 블랙홀 상황에서도 언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대학 김모 겸임교수가 자신의 학과 여학생들을 종강파티 등 빌미로 찜질방·노래방에서 신체 부위를 더듬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은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사건은 경찰에서 첩보를 입수하고 한 달여 동안 해당 학과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3명의 여학생으로부터 김 교수의 몹쓸 짓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김 교수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표를 내서 받아들였고, 뒤에 경찰로 부터 성추행 사실을 통보받아 학교 측은 전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다.대학 측은 특히 김 교수가 정식 교수가 아닌 겸임교수로 징계위원회 등의 대상이 아니어서 사표수리 외에 달리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져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른 대학에서 겸임교수가 아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