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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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올봄 중국발 미세먼지는? 지면기사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시속 145㎞의 '눈 폭탄'이 미국 중부 이북 지역을 강타했다. 미국 인구의 70% 이상인 2억4천여 명이 혹한에 시달려 최하 64명이 사망했다. 1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수천 편의 항공기가 결항되었다.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의 산악지방은 12월24일 기온이 최저 영하 46도로 급강하하고, 캐나다 북서부에서는 영하 53도를 찍는 지역도 나왔다.기상학자들은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북미 대륙으로 남하한 탓으로 진단했다. 극소용돌이는 북극에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겨울철에 가장 강해지고 차가워진다. 정상적인 경우 극소용돌이는 지상 10㎞의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에 갇혀 남하하지 못하고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러나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아래로 늘어지면, 제트기류를 따라 극소용돌이도 함께 남하하면서 북반구에 극한의 냉기가 엄습한다. 극소용돌이의 이동속도가 빨라지면 극소용돌이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수 시간 내에 기온이 수십 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상기후는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수 주일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지구온난화 전세계 기상 재난 갈수록 빈발세계 최대 석탄 소비 中, 코로나로 경제 주춤 극소용돌이의 남하 원인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아직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배적인 학설이 미국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 스티브 바브러스 박사가 주장한 북극지방의 온난화가 극소용돌이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간에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종교계에선 기상현상을 신(神)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과학의 접근을 불허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가뭄, 폭우, 혹서, 폭설, 혹한 등의 기상재난이 갈수록 빈발하며 지구온난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평균 0.6도 상승했다. 과거 1만년 동안의 상승 폭이 1도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00년 동안의 기후변화는 심상치 않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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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공천제도의 혁파없이 정치개혁은 요원하다 지면기사
새해의 정국은 지난해보다 여야의 대립구도가 한층 격화될 것이다. 내년에 22대 총선이 있고 정국 대치가 완화될 어떠한 구조적, 물리적 요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여야의 격돌은 어느 시기보다 극심했고, 여야 모두 강경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라고 하지만 강성 지지층에 포획된 정치가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정치가 아무런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야 정치인들이 정치권력의 탐닉에 동원되는 객체로 전락하다시피한 데다 유권자의 정치적 효능감과 에너지도 고갈된 듯하다. 올해는 기승전 총선으로 도배가 될 것이 뻔하고 한국정치는 한 번 더 퇴행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 자명해 보인다. 금리, 물가, 경기, 빈부심화, 안보위기 등 대내외적 위기가 극한의 상황으로 가고 있음에도 정치는 연초부터 여당의 전당대회에서의 윤심의 향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미시적 정치에 매몰되어 있고, 제1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허우적거리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가 자신들의 소명의식을 망각하고 오로지 선거머신으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정치개혁 차원에서 논의되는 제도적 논의들은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법 개정을 통한 선거제도의 혁신이다. 양당지도부, 공천권 장악 정치인 총선 의식주류그룹 눈에 들기 위해 정치기능인 전락 권력구조 개편은 수명이 다한 87체제의 종식과 맞물려 있다. 지금의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4년 중임제와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권력구조 개편이 그것이다. 그러나 5년 단임을 4년 중임제로 바꾸면 지금의 정치적 후진성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숱한 요인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는 한국정치의 모순은 권력구조를 바꾼다고 나아질 수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리고 지금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다수의 횡포의 문제를 안고 있는 다수결 정치가 이상적인 합의제 민주주의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의 거대양당제의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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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광교(光敎)의 '다윗' 지면기사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이 국감에서 폭로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거짓이었다. 핵심 인물인 여성 첼리스트를 조사한 경찰의 결론이다. 당의 얼굴이 면책특권 뒤에 숨었다. 대변인은 진보 성향 언론사에서 20년 넘게 기자로 일했다. 법조를 출입했고, 사회부장을 했다고 한다. 그 신문도 팩트(Fact)가 불명확한 기사를 지면에 싣지는 않았을 테다.취재한다고 다 기사가 되는 게 아니다. 쓰지 않아서, 쓰지 못해서, 혹은 쓸 수 없어서 수첩에만 남겨진 기록이 더 많다. 한 꼭지 기사가 독자에 전달되기까지 촘촘한 협업체계가 가동된다. 각 부서에서 채택된 소재는 편집회의에서 지면 배치, 방향, 크기, 형태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스트레이트(Straight), 박스(Box), 아니면 해설 달린 스트레이트 등등. 이후 기사 송고, 데스킹(Desking), 편집, 교열을 거쳐야 지면에 실리는 것이다. 제작과정에서 팩트 체크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반복돼 오류 가능성을 줄인다. 그래도 때로 '기레기'란 불편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인터넷 언론사 대표기자 박종명과는 일면식이 없다. 지난해 세상을 들썩이게 한 대장동 사건을 특종보도했다. '화천대유는 누구껍니까'란 기사는 MB의 '다스는 누구껍니까'를 연상케 한다. 칼럼인지 해설인지 두리뭉실한 이 기사로 대선판을 흔들었다. 출고하기까지 말 못할 고충에, 용기가 필요했을 게다.고발인, 수원시 방음터널 지원금 부당 제기7만명 구상 신도시 10차례 설계변경 누더기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그를 인터뷰한 중앙지 논설위원 칼럼을 봤다. 비슷한 시기, 그가 작성한 두 꼭지의 광교신도시 관련 기사를 접했다. 웰빙타운 방음 터널 지원금과 절차상 위법성, 광교 개발이익금 사용 문제를 따져보자는 내용이다. 출처는 제보라고 한다.제보자는 수원시청 직원은 물론 기자들도 알만하다. 지난해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소유한 건물이 광교~북수원 민자고속도로 건설로 소음피해가 예상되자 민원을 냈다. 벌써 십수 년 전 일이다. 무슨 까닭인지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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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천개항 140주년을 돌아본다 지면기사
계묘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2023년은 제물포 개항 14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개항은 근대의 일대 분수령이다. 개항은 외국과 통상을 할 수 있게 항구를 개방하여 외국 선박의 출입을 허가한다는 뜻이지만, 역사적으로 개항은 쇄국에서 벗어나 외국과 국교와 통상관계를 체결하게 되고 정치, 경제, 문화 전분야의 지각변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개항은 강대국의 문호개방 요구로 체결한 불평등 조약에서 시작했다. 중국은 영국과 1, 2차 아편전쟁을 치르고 난징조약(1842), 톈진조약(1858)과 같은 불평등조약을 체결하고 개항했으며 일본은 미국의 동인도함대 사령관 매슈 페리제독의 요구에 굴복하여 미일화친조약(1954)을 체결하고 개항하였다. 인천개항은 일본이 일본 군함 운요호와 조선군 사이에 벌어진 포격전의 책임 배상을 요구하며 이뤄진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1876)'에 근거하여 1883년 1월1일에 이뤄졌다. 강대국, 문호개방 요구 불평등 조약 시작점日이 일으킨 전쟁터·군수지원 등 역할 강요 개항 이후 세 나라의 운명은 갈라졌다. 중국은 서구열강의 반식민지로 전락했지만, 일본은 근대국가체제를 신속히 정비하여 이웃 나라를 식민지화하는 제국으로 탈바꿈했다. 조선은 개항 이후 '구라파의 일원'을 자처한 일본의 식민지로 떨어졌다. 개항 이후 조선은 일본이 일으킨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1937년 중일전쟁, 1941 태평양전쟁에 휘말려 들어가 전쟁터가 되거나 각종 군수 지원이나 징병 등으로 전쟁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요당했다. 40년 전 인천개항 100주년 행사도 돌아보자. 당시 인천시는 각종 공연과 개항 가장행렬, 100주년 기념 사료 편찬, 100주년 기념 사진자료집을 발간했으며 11억원을 들여 연안부두 입구 교차로에 개항100주년기념탑도 세웠다. 그런데 개항100주년기념탑은 상징성과 역사성 논란에 휩싸였고 안전성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2003년에 철거되고 말았다. 인천개항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지 않은 탓으로 22억원의 혈세와 사회적 비용을 '탕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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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한국 정치, 이제 바꾸자 지면기사
한국 정치와 시스템에 대해서 이제 허심탄회하게 고민해볼 때가 됐다. 사회의 모든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 판을 짜고 물갈이하면 좋겠다. 우리 대한민국은 경제·대중문화·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 세계 10위권 국가로 발돋움했고, 많은 국민들도 피부로 느끼며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딱 한 분야. 국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영역이 있다. 바로 정치다.국민들이 문제가 많다고 느끼는 대목은 현행 대통령제와 임기, 국회의원의 권리와 숫자 그리고 지자체와 지자체 의원들에 대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현 대통령제는 국민투표로 선출만 되면 무조건 5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현저하게 낮고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통한 탄핵 외는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다. 또 5년이란 임기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다. 국민적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 대통령에 선출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5년이란 시간은 재앙이며 너무나 긴 시간이다. 반면 자질이 뛰어나고 국정운영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5년 단임으로 임기를 제한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암묵적으로 공감하고 있듯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줄이고, 중임을 허용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 소환을 좀 더 용이하고 쉽게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 5년 임기… 자질 따라 길거나 짧아개헌으로 줄이고, 중임 허용 제도 개선 필요 현 정치제도는 크게 네 가지다. 아랍 등 일부 국가의 군주제, 우리와 미국 같은 대통령 중심제, '영국은 의회의 어머니다'는 말대로 의원내각제 이른바 내각책임제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그리고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 하에 대통령이 임명한 수상이 행정수반으로 일하는 혼합방식(이원집정부제)의 프랑스 등이다. 물론 모두 다 장·단점이 있다. 대통령제에서 행정부의 정책과 방향이 입법부 다수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 심각한 정치적 갈등이 빚어지고 의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가 생겨날 수 있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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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가치관 전도(轉倒) 시대 지면기사
일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7%의 2배를 훌쩍 넘어 선진국 1위를 기록했다. 정년을 한참 넘긴 나이에도 3명 중 1명꼴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노인은 건강하다. 또한 국민연금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여서 주목되나 월 30만원에도 못미치는 공공근로가 대부분이다.민간에서 제공되는 일자리도 최저임금 이하가 대부분이지만 노인들은 오늘도 일거리를 찾는다. 고령층 빈곤이 결정적 이유이다. 2018년 기준 한국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 빈곤율은 43.4%에 이른다. OECD 1위로, 회원국 평균 15.7% 대비 무려 3배 가량 높다. 은퇴하고도 일터에 다시 나가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현실이 한국 고령층 고용률을 끌어올렸다.한 세대 전만 해도 성인이 된 자식들이 부모 공양에 소홀하면 불효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요즘에는 자식들이 부모의 빈곤을 방치해도 흉이 안 된다. 장례(葬禮)문화도 급변했다. 화장(火葬)률이 1993년의 19.1%에서 2021년에는 90.1%로 한 세대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사람의 신체는 부모가 물려준 자산이어서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자신을 낳고 키워준 부모의 시신까지 태워 없앤다. 결혼관도 빠르게 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기를 맞은 청춘남녀의 혼인은 일생에서 가장 큰 통과의례였으나 근래 들어 비혼족(非婚族)이 격증한 것이다. 결혼 후 자녀를 낳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식까지 확산 중이다. 모 공중파 TV의 주말 예능프로인 '나 혼자 산다'는 10년 가까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고령층 빈곤' 일하는 노인들 크게 늘어나화장률·비혼족·무자녀계획 결혼관도 급증 오랜 기간 동양 특유의 공동체사회를 지탱해온 유교적 가치관이 퇴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국내에서 스타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 미혼의 한 일본인 여성은 정자은행의 도움으로 백인 아들을 출산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체외수정, 대리모와 대리부, 유전자 편집 등에 대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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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달도 차면 기운다 지면기사
한국 정당정치를 상징하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다. 이 중에서 '적대적 공생'이란 단어만큼 한국정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은 없다. 여당과 제1야당의 거대정당이 독과점 체제 하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며 자신들의 권력에 탐닉하는 구조를 의미하는 말이다. 익숙한 구조이지만 현재의 정당체제만큼 적대의 수위가 높은 적은 없었다.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요소 중 중요한 것은 관용과 절제의 규범이다. 그리고 정당의 '문지기'기능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에서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증오의 정치는 정치기능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여야 어느 정당도 정치적 양극화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정치가 갈등의 조정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기는커녕 자신들의 기득권과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서 당 지도부의 생각에 맹목으로 추종하는 지금의 정치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정치 자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들 정당 민주주의 따위 관심 없어거대 양당, 정치 양극화 편승 '공천의식 탓' 정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만 보고 하는 정치에 익숙해 있다. 진영 내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극적 발언과 비이성적 언어를 쏟아내고 저급한 담론을 생산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단순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영 내의 '투사'가 되기 위해 계산된 저질 발언을 배설하듯이 내뱉으면 언론은 이를 연일 보도하고 방송은 이들을 불러서 백해무익한 논란을 확대 재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억지와 견강부회, 논리의 비약만이 남는다. 민생과 한국사회의 균열축으로서의 담론과 쟁점들은 사라지고 저급한 지라시 수준의 언어들이 정치라는 이름으로 횡행한다.여야 정치지도자는 물론 국회의원들은 정당의 민주주의의 제도화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정당 기능이 제도화되려면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한 어떠한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치현실이다.여야 거대정당들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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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체육 자치', 체육인들 손에 달렸다 지면기사
지난달 울산 전국체전 개·폐회식을 보면서 민선 체육회장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개회에 앞선 간담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마주한 건 광역단체장이 아닌 시도 체육회장단이었다. 시·도지사 자리가 체육회장으로 바뀐 거다. 폐회식에선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이 시상대에 올라 종합우승기를 휘둘렀다. 전(前)엔 도지사가 광(光)을 냈다. '대한민국 체육 자치'를 상징하는 장면이다.체육진흥법 개정에 맞춰 2020년 전국 광역·기초단체 체육회가 민선 시대를 열었다. 지자체장이 관행적으로 겸했던 시·도, 시·군·구 체육회장 자리가 민간에 넘겨졌다. 체육인들이 정치권에 휘둘리고, 체육회가 단체장의 선거조직으로 전락한 세태를 바로잡자는 취지다. 과거엔 시·도 체육회장이 상급기관장인 대한체육회장을 아랫사람 보듯 했다.민선 체육회장은 쓸모가 많은 자리다. 정치인은 더하다. 이런저런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한다. 체육계 인사들과 만나 친목을 다지고,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전반으로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다. 광역의회나 단체장 출마를 위한 디딤돌로 이만한 게 없다. 재임 중에도 사퇴하지 않고 총선, 지선에 나설 수 있다. 낙선한다 해도 복귀하면 그만이다. 출마 기탁금이 2천만~5천만원이나 되고, 매년 기부금을 내는데도 입후보자들이 괜히 줄을 서는 게 아니다. 2018년 개정 체육진흥법, 자치 정신 '허점'예산편성 권한 여전히 지자체·의회 움켜줘 친위대를 잃게 된 단체장들은 입이 쓰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후견인을 내세우는 꼼수를 썼다. 지역마다 도지사, 시장, 군수가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후보자들도 단체장과의 각별한 인연과 지원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곳곳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이런 연유로 단체장과 체육회장의 갈등은 필연일 수 있다. 경기도가 대표 사례다.민선 1기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에 후보자 3인이 나섰다. 이재명 도지사가 특정 후보를 민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체육인들은 이원성 후보를 택했다. 경기도생활체육회장을 역임하며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이 지사와 체육회가 바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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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수주(樹州)' 아호 양도기 지면기사
부천시가 올해 수주(樹州) 변영로를 기념하는 수주문학관을 열었다. 별도로 세운 기념관이 아니지만, 고강동 선사유적지 공원 내에 수주도서관을 개관하면서 2층에 변영로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부천시에는 변영로를 기념하는 다리, '변영로교'와 그의 작품 이름을 딴 공원인 '봄비공원'도 있다. 변영로에 대한 부천 문인들과 부천시의 관심은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것이지만, 그의 아호 덕도 크다. 그런데 '수주'는 변영로의 것이 아니라 본래 그의 큰형 변영만의 아호였다. 변영만은 우당(遇堂), 곡명(穀明), 산강(山康)을 비롯한 여러 이름을 썼는데 그중 가장 아끼는 것이 수주였다. 변영만의 절친이었던 벽초 홍명희는 수주라는 아호를 쓰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수주'와 같은 큰 땅이름을 개인 이름으로 삼는다는 것은 '과대망상증'이 아니냐고 질타했다니 벗의 아호에 대한 품평으로는 의외이다. 옛 문인들 가운데 자신이 태어난 향리나 인근의 산천명을 아호로 삼은 예가 적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너무 큰 땅을 아호로 삼아 이를 자대(自大)라고 보았거나 지방주의나 향토주의에 대한 특유의 경계심이 발동되었을 수도 있겠다. 원래 '수주'는 변영로 큰 형 변영만의 아호부천 옛지명 정의 '민족문화대백과' 고쳐야 벽초는 변영만을 '수주'라 부르지 않고 '우당'이라고 불렀지만 변영만은 '수주'를 고수했다. 변영만이 스스로 부평군의 고려시대 때 지명인 수주로 불리기를 자처한 이유가 고향 땅이 주는 아늑함과 함께 '나무와 숲의 땅'이 지니는 깊고 무성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수주'라는 아호를 양도해 달라는 동생의 갑작스런 요구에는 무너지고 말았다. '수주'를 달라는 요청에 형이 얼마나 곤혹스러웠던지 '약 오륙 분' 동안이나 주저했지만 결국 수주를 동생의 요청대로 양도한다. '수주' 아호를 놓고 '오륙 분' 갈등했던 1928년 초의 사건을 ''수주'라는 별호를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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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훈민정음'과 보진재(寶晉齋) 지면기사
한글은 우리 문화의 정수요, 으뜸이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을 지닌 '훈민정음'은 문자의 원리와 제자 등이 모두 밝혀진 세계 유일의 책이다. '훈민정음'은 천지인(天地人) 삼재를 따서 모음 즉 홀소리를 만들었고, 발음 기관의 형상을 따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하여 자음 즉 닿소리를 만들었다. 글자에도 오행(五行)이 있는데, ㄱ·ㅋ은 목(木)이요, ㄴ·ㄷ·ㄹ·ㅌ은 화(火)며, ㅇ·ㅎ은 토(土)이고, ㅅ·ㅈ·ㅊ과 ㅁ·ㅂ·ㅍ은 각각 금(金)과 수(水)에 해당한다. 그리고 삼재사상을 따르고 있는 모음은 하늘(·), 사람(ㅣ), 땅(ㅡ)을 상징한다.'훈민정음 해례본'은 1세대 국문학자인 천태산인 김태준의 제자 이용준이 발견하고 이를 당대 최대 수집가이자 문화재 지킴이였던 간송 전형필에게 전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상주본 훈민정음'은 안타깝고 초조하게도 골동품 수집상과 문화재청의 지루한 밀당 속에서 아직 국민들의 품으로 안기지 못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서문·예의편·해례편으로 구성훈민정음 해례본 최초 영인 인쇄한 '보진재'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 민족을 넘어, 세계의 기록물 유산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국민들과 교육현장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1946년 조선어학회가 간송미술관의 협조를 얻어 보진재(寶晉齋)에서 출판하면서부터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은 1946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최초로 영인한 책이다. 크기는 가로 21㎝×세로 30.5㎝에 전통적인 오침안(五針眼) 선장(線裝)이다.'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대왕의 서문과 예의편(例義篇) 그리고 해례편(解例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례편은 제자해·초성해·중성해·종성해·합자해·용자해에 정인지 서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례본' 말미에 '자헌대부 예조판서 집현전 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 신하 정인지'라는 기명과 함께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上澣)이라는 날짜가 밝혀져 있어 이를 근거로 지금처럼 10월9일을 한글날로 확정할 수 있었다. 참고로 정통 11년 상한을 양력으로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