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러시아의 역사적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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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러시아의 역사적 반전 지면기사

    1941년 9월 말 독일군대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를 봉쇄했다. 러시아인들의 문화적 긍지인 레닌그라드를 함락시키면 소련 장악은 시간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그 와중에서 히틀러는 소련 농무성 응용식물분류국의 종자은행 탈취를 시도했다. 육종학의 선구자인 러시아의 니콜라이 바빌로프 박사가 전 세계 64개국에서 발품을 팔아 확보한 신품종 17만여 씨앗들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는데 히틀러는 정복지인 러시아 서쪽에 독일인 농업이민을 위해 우량종이 필요했다.독일군이 가장 탐을 낸 품종은 서양인들의 주식인 감자였는데 당시 종자은행에는 바빌로프가 남미의 안데스산맥을 누비며 확보한 6천 품종 이상의 감자 수천 킬로그램이 보관되어 있었다. 연구원 60여 명과 인근 주민들은 독일군의 눈을 피해 10만여 점 이상의 표본과 5t의 각종 식량 종자들을 헤르첸가 44번지의 허름한 건물로 옮기고 직원 3∼5명씩 교대로 24시간 감시했다. 독일군의 장기봉쇄에 따른 식량난과 혹한, 그리고 쥐들과의 전쟁이 연구원들을 피폐케 했다. 1942년 1월 바빌로프의 제자이자 가장 연장자인 드미트리 이바노프 연구원은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으로 쌀이 가득 찬 포대들에 둘러싸인 채 숨을 거두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바노프가 굶어 죽어가면서도 자신이 지키던 쌀은 단 한 톨도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일군의 봉쇄는 1944년 봄까지 900여 일 동안 계속되었는데 종자은행의 연구원 30여명이 이바노프처럼 먹거리로 가득 찬 식량창고 안에서 굶어죽었다. 900여 일의 봉쇄기간 동안에 러시아인 수십만명이 아사했다. 16C 스비아토히르스크 라브라 수도원 전소러軍, 우크라 침략 보물급 문화재 파괴 약탈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국립 자연공원 내에 위치한 스비아토히르스크 라브라 수도원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전소(全燒)되었다. 이 수도원은 16세기에 건축된 우크라이나 정교회 3대 성지 중의 하나로 매년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방문했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군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 곳곳의 문화유적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 버지니아박물관은 위성추

  • [경인칼럼] 정치개혁 실종과 정당 패착은 어디에 기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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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정치개혁 실종과 정당 패착은 어디에 기인하나 지면기사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4년 동안 네 번의 전국 선거가 있었다. 평균 매년 한 번 꼴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선거에 의해 정권을 구성하고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다. 지방정치는 주민자치의 원칙에 따라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구성한다. 민주주의는 기회비용이 많은 드는 제도다.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 대표를 선출하고 이들의 각축이 정치불신을 키우지만 이 또한 현실정치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규범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2년 가까이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없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으면 정치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소신껏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여야 정당이 당내 권력투쟁에 매몰되어 오만해지고 독선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도 반성하지 않고 독단과 진영에 갇혔던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패배를 보면 선거가 있다고 민심에 조응하는 것도 아니다. 제8회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완승이라고 하지만 정권 출범 3주만에 치러진 탓에 여권은 평가를 받을만한 이렇다 할 대상도 없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대선 패장 당사자와 당 대표가 출마하고 대선 직후 성찰과 쇄신을 뒤로 한 채 검수완박의 무리한 추진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데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포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의 아성이자 전략적 투표 성향과 정치관여도가 높은 광주에서 37.7%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왔을까. 여야 혁신위, 의제 삼을 개혁메뉴 차고 넘쳐논쟁속 계파 형성땐 갈등 마다할 이유 없어원론적이지만 선거의 존재이유는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다. 여기에 정치공학과 각종 이슈, 구도와 바람, 인물 등의 요소가 복잡다기하게 얽히면서 선거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구성된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수단으로서의 선거 본연의 의미가 상실된 채 정치공학과 정치인들의 탐욕이 목적이 되어버린 목적과 수단의 도치가 정치의 현주소다. 민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정의가 공허하지만 최소한의 정치

  • [경인칼럼] '정치 추경(追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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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정치 추경(追更)' 지면기사

    전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통장에 정부 지원금이 꽂혔다. 지역별로 시차는 있겠으나 6·1지방선거 전 일단락될 전망이다. 직종과 피해 규모를 따져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371만명이 수혜를 받는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거리 두기로 생계가 버거운 서민들이 단비를 맞았다.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인 코로나 손실보상은 여정이 고단했다. 이달 중순께 주겠다는 정부 계획보다 보름 남짓 늦어졌다. 여·야 셈법이 달라 산통(産痛)이 요란했다. 여당은 지방선거전 지급을 원했고, 야당은 지방선거 뒤로 미루려 했다. 표심에 미치는 득실이 달랐기에 타협이 쉽지 않았다.여야 합의 시점이 절묘하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역제의한 야당은 심상치 않은 여론에 더는 버티지 못했다. 눈치를 살피다 계양을에서 예상 밖 접전 중인 이재명 후보가 윤허(允許)하자 서둘러 회군했다. 국회 전반기 마지막 날 타결되면서 선거 전 집행됐다. 야당은 사전선거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야가 절반씩 주고받은 셈이다. 일정이 촉박해 지방선거 이후 집행될 것이란 야당 예측은 빗나갔다. 정부·여당은 치밀하게 대처했다. 관련 부처 직원들은 휴일에도 비상근무를 했다. 전국 동시 처리를 위해 전산망을 확충하고 간편 인증 기능을 보완했다. 정부는 30일 이른 아침 국무회의를 열어 집행 절차를 매조지했다. 본회의 통과 9시간 만이다. 같은 날 오후 통장에 지원금을 쏘아댔다. 야당의 허를 찌른 전광석화다. 직전 정부가 국무회의 개회 시간을 늦춰가며 '검수완박' 법안을 완결지은 장면과 오버랩 된다.소상인·자영업자 정부지원금 선거전 수혜야, 심상치않은 여론에 버티지 못하고 합의 60조원 넘는 추경은 역대 기록을 뛰어넘는다. 국가부채가 늘고, 물가를 자극하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거둬들일 세수 초과분 53조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국고에는 아직 쟁이지 못한 미수금이다. 한국은행에서 꿔다 쓰고 연말에 갚기로 했다. 국채발행에 따른 부담을 덜고, 비난을 피하려는 뻔한 꼼

  • [경인칼럼] 계양산에서 부른 정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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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계양산에서 부른 정조의 노래 지면기사

    정조 임금이 김포의 장릉을 참배하고 부평과 인천, 안산을 거쳐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한 행차는 꽤 알려져 있다. 또 정조가 활을 쏘았다는 어사대와 활을 쏘고 난 뒤에 손을 씻었다는 욕은지(浴恩池)에 대한 이야기도 인천에 전해지고 있다. 백발백중의 활쏘기 실력으로 문무 겸전했던 정조가 부평의 관리들과 활을 쏘고 시상도 했던 모양이다. 이 행적은 계양구의 부평초등학교 교정에 표지석으로 남아 있어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그런데 정작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정조가 부평과 인천을 지나면서 계양산과 소래산 풍경을 읊은 두 편의 칠언절구다. 계양산 노래에서는 계양산의 아름다운 산빛을 묘사하고 온 고을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 뒤에 앞으로 백성들이 잘살고 공평한 정사를 펼치고 이어나갈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었다.(桂陽山色極嬋娟 百里秋登上上田 民富政平斯可矣 誰能更續武城絃) 이 시는 정조의 뛰어난 언어 감각과 순발력도 나타나 있다. 부평(富平)이라는 지명은 본래 넓은 들판이라는 정도로 해석되는 지명이다. 정조는 지명에다 '민부정평(民富政平)', '잘사는 백성과 공평한 정치'라는 정치적 과제와 이상사회의 비전을 부여한 것이다. 부평은 그만그만한 땅이름이 아니라 정조의 통치철학과 이상사회를 내포한 개념어로 승격한 것이다. 그리고 '무성현'의 고을 '현(縣)'자를 악기의 줄을 의미하는 '현(絃)'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도 절묘하다. 악기의 줄은 예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문화정치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래산 군자봉 아름다움에 감탄해 남긴 詩'어진 정치' 구현할 숨은 군자 간절함 담아내 정조는 서얼이나 지방선비, 중인이나 농민과 같은 신분이 낮은 소민(小民)을 보호하는 나라인 '민국(民國)' 건설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다. 노비제도 개혁 정책과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진적인 농법과 농업경영을 실험했다. 궁을 떠나 행차할 때마다 연도에서 마주친 백성을 가까이 불러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직접 묻고 해결하기도 했다. 이 시의 '백성을 잘 살게'라는 구절은 백성을 굶주리

  • [경인칼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공간의 정치학
    칼럼

    [경인칼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공간의 정치학 지면기사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과 생활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다. 시간은 시간대로 공간은 공간대로 우리 일상 속에 있다. 그런데 시간도 공간도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이며 정치다. 전 근대시대 우주의 시간인 달력은 오직 황제의 소관이었고, 공간 또한 철저하게 정치와 이념에 따라 조성됐다. 전 근대사회의 도시공학이자 공간의 정치론으로 '주례' '고공기(考工記)'를 꼽을 수 있다. 우리의 서울, 한양도 이 '고공기'에 따라 만들어졌다. '고공기'를 보면, 도성의 공간은 좌묘우사(左廟右社)와 전조후시(前朝後市)가 원칙이다. 군자남면(君子南面)이라 해서 왕성을 남향으로 짓고, 왼편에는 종묘를 오른편에는 사직단을 두었다. 그런가 하면 한양 도성의 사대문도 음양오행론에 입각해 명명됐다. 한양의 정문인 남대문은 남쪽을 뜻하는 글자인 '예(禮)'자를 따서 숭례문으로, 동대문은 동쪽을 뜻하는 '인(仁)'자에 풍수적 비보 차원에서 갈지자를 추가하여 흥인지문으로, 서대문은 서쪽을 뜻하는 '의(義)'자를 따서 돈의문으로, 북대문 역시 북쪽을 뜻하는 '지(智)'자를 따서 홍지문으로 그리고 한양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시간을 알려주던 종각은 중앙을 의미하는 '신(信)'자를 취하여 보신각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서울은 물론 경복궁이나 미국의 백악관 등 모두 그 나라, 그 사회의 정치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공간의 정치학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를 놓고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그 논란과 별개로 모두가 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 현재의 모습으로 조성된 것이다. 또 대통령 집무실도 집무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나라의 정치철학과 국격을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한양 도성 사대문 음양오행론 입각해 명명용산 이전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아쉬움 그런 청와대가 갑자기 시민의 휴식처로 탈바꿈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는 이를 공약 사항이며 탈권위 소통 행보의 일환이라 밝히고 있으나 국민들의 다수는 청와대를 방문해 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이 집무실을 옮길 필요까지 있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청와

  • [경인칼럼] 정치 양극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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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정치 양극화 비용 지면기사

    세계를 경악케 했던 지난해 1월 6일 미국 연방의사당 난입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달 26일 미 하원 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중에 공청회를 개최해서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최종보고서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수천여 명의 미국 판 태극기 부대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증 작업을 저지하고자 워싱턴DC의 민주주의 성지(聖地)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경찰 1명과 시위대원 4명이 사망했다. 백인우월주의가 비호감 선거로 표출되면서 미국의 자부심을 짓밟았다.지난 3월 9일에 치러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잡음 없이 마무리되었다. 0.73%p의 근소한 표차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개표종료 직후에 즉각 패배를 선언한 것이다. 1년 전의 미국 대선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미국처럼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가 아니었기 때문일까?모 유명 시사주간지가 지난달 중순에 심층 분석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와 정책선호도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비호감 당파성은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특정 후보가 싫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더 선명했다. 내 편이 아니면 평생 동지라도 서로 간의 말 섞기를 꺼리는 실정이니 말이다.글로벌 시장경제 붕괴·부의 불평등 늘어나정치지형까지 변화… 韓, 국가재정 큰 타격 청년세대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부설 비교조사연구소의 '월드 벨류 서베이'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1981년부터 5년마다 한 번씩 세계 100여 국가 사람들의 가치관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한국의 16∼24세 1천200명 대상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는 '노력을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8%로 20년 전보다 무려 2.5배나 높았다. 2차 조사(1990∼1994년)의 경우 동일한 질문에 대한 한국 청년들의 응답 비율은 8.4%였다. 같은 질문에 대한

  • [경인칼럼] 신구 권력 모두에게 절제의 규범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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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신구 권력 모두에게 절제의 규범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5년 전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헌법 절차에 따른 탄핵과 파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 여파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에 의한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이론이 정치공간에서 그대로 실현되어 정권교체를 가져왔다. 그 정권이 닷새 후면 윤석열 정권과 임무를 교대한다.문 정권 임기 초반의 적폐수사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구호는 실현되지 않았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검찰개혁이라는 문 정권의 공약과 맞물리면서 진영간의 극단적 대결을 가져오고 그 여파는 민주화 이후 최초로 10년 주기의 정권교체설을 무력화시켰다. 그 앙금은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을 닷새 앞둔 현재 새로운 양상의 진영 상호간의 대치로 구체화하고 있다. 문 정권과 윤 당선인의 '통합' '협치'는 정치적 수사로도 인용되지 않는다.20대 대선의 표차가 불과 24만표였고, 대선 직후의 지방선거는 양측의 교착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지만 양쪽 정권의 행태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차기 정권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반복해서 발신하고, 후임 정권은 현재 정권을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이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고 쏟아낸다. 퇴임·후임 정권, 서로 비판 서슴없이 쏟아내대통령 집무실·검수완박·인사청문회 격돌 신구 권력의 갈등이 이 정도로 첨예한 적은 없었다. 문 정부 초의 적폐수사의 잘 벼린 칼이 정권을 향하자 검찰권력은 악마의 상징이 됐고, 결국 정권의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을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2019년 이후의 정치상황은 구성의 치밀함이 내장된 한 편의 정치소설과 다름없다.'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갈등하고, 검수완박·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 [경인칼럼] '공정'과 '상식'을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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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공정'과 '상식'을 다시 묻는다 지면기사

    '스티브 유'는 가수 유승준(45)의 다른 이름이다. 미(美) 국적을 얻어 병역을 피했다 2002년 이후 국내 입국이 막혔다. 2003년 지인 부친상 때 잠시 귀국했으나 더는 기회가 없었다. 비자발급이 번번이 불허되자 소송을 내 2020년 승소했다. LA 영사관은 이후에도 사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스티브의 사익보다 공익 가치가 더 중하다고 본다. 이달 말 총영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20년도 넘었는데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에,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代價)란 주장이 맞선다.한국사회에 뒤끝 고약한 3대 비리가 있다. 입시, 병역, 취업이다. 양형에 실정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앞선다. 청와대 비선 실세 딸이 명문대에 특례 입학했다, 모녀가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몰렸다. 뒷배라는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국 전 서울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로 낙마했다. 주작은 없었다고 버텼으나 여론은 나빠졌고, 진영으로 갈린 찬반시위가 극렬했다. 수년 사이 장관 후보자 여럿이 자녀 문제로 불명예 퇴진하거나 임명되지 못했다.'검수완박' 파고에 가렸으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는 가볍지 않다. 입시와 병역문제를 관통한다.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 시절 자녀 2명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아들의 경우 논문 작성에 관여한 교수가 면접관이 돼 평가를 매겼다. 대학은 특별전형으로 대구·경북대학 출신을 50% 넘게 뽑았다. 교육부와 대구시가 권고한 지역 인재 할당은 30% 이상이다. 이 전형은 4년간 이어지다 지난해 폐지됐다. 정호영 후보자 아들·딸 꼬리 문 의문 부호조국 前장관의 "부정 없었다" 판박이 양상 청문회를 앞두고 속보가 이어진다. 아들이 불합격한 이듬해 지역 인재 특별전형이 신설됐다. 딸은 특정 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았다. 아들이 함께 썼다고 이름을 올린 논문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공저자 가운데 유일한 학부생이다. 검찰에 고발한 경북대는 논문 기여도가 20%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아들은 경북대

  • [경인칼럼] 투표율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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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투표율의 사회학 지면기사

    제8회 지방선거가 40 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일 전후에 관심거리로 부상했다가 곧 사라지는 '계절성' 화제가 있다면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선거 캠페인 끝 무렵에만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후보자별 지역별 세대별 투표율이 당선의 유불리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거니와 투표 당일 지역별 투표율이 시시각각 보도되어 이목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천은 경기도와 함께 각종 선거에서 전국적 투표 경향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주목받는 한편 투표율은 저조하다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20대 대선에서도 인천시의 투표율은 74.8%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5위를 기록해서 투표율 '만년 꼴찌'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받았다. 인천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시·도는 제주(72.6%)와 충남(73.8%)뿐이었다. 한편 지난 7대 지방선거의 투표율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은 55.3%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게 나타나 인천시에서는 투표율 제고를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투표 참여 美·獨·英 비해 높은 편불참 원인은 명분·이유 절실하지 않기 때문 그런데 투표율이 정주의식이나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지만 그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인천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투표율을 보인 부산이나 충남, 제주도의 경우를 정주의식이나 지역정체성 부재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천시민들의 투표율과 관련 조사보고서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나 이 역시 근본적 투표율 요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복합적 결과를 지적한 것에 가깝다. 정주의식 요인론은 동어반복에 불과하고 계몽주의적 대책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므로 차라리 객관적 요인을 찾는 것이 낫다. 투표율은 높은 것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투표율이 낮다고 비난하거나 자조할 이유는 없다. 투표권은 유권자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투표에 참여하여 의사를 밝히는 것만큼 투표하지 않는 것도 의사 표시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정치 행위에는 투표 불참과 기권이 이외에

  • [경인칼럼] 수화(手話)를 배워보자
    칼럼

    [경인칼럼] 수화(手話)를 배워보자 지면기사

    지금 우리는 엄청난 축복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를 모르고 있거나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정말 그런가. 불교의 '사십이장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 사람 몸을 받는 중에도 남자 되기 어렵고 비록 남자가 되었을지라도 육근을 완비하기가 어렵다(得爲人難 旣得爲人 去女卽男難 旣得爲男 六根完具難)'. 지금 보면 다소 성 차별적인 언사로 볼 여지도 있지만, 이 말의 본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려운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하고 또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몸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려운데, 사지 육신이 온전하게 태어나 살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큰 은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매 순간을 긍정하며 행복한 줄 알고 살라는 것이리라.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가 아프거나 편도선만 부어도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위장병이 나도 정상적인 식사가 어렵다. 또 퇴행성관절염이나 척추협착증만 와도 걷는 일도 어렵고 난감한 일이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면 병마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불평 불만하지 말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자 다짐하곤 한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말하고 보고 듣고 밥 먹고 잠자고 걷고 하는 당연한 일들이 실로 당연하지 않은 어마어마한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평소엔 장애인 편의시설 관심없이 지나쳐어쩌다 점자책 등 접해도 무심하게 넘어가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잠시의 각성일뿐 살다보면 이를 까맣게 잊게 된다. 그러다가 누가 큰일을 당하여 문병, 문상을 가면 다시 이런 깨달음과 순간의 반성이 찾아오곤 하나 이내 다시 긴 망각 속에 빠져들고 만다.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하고 머무르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추는 일(行住坐臥語默動靜)이 큰 축복이요, 행복임을 알아 무리한 욕심 내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는 삶의 지혜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올해 아카데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