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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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준비 없는 초솔로사회 지면기사
'초솔로사회'란 '독신으로 살아가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의 비율이 지배적인 사회'로서 지난 2017년에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면밀하게 분석한 각종 자료들을 근거로 일본은 2035년에 '솔로' 비율이 전 국민의 48%에 육박할 것이라며 '초솔로사회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단정했다.조혼인율이란 개념이 있다. 1년간 신고된 총혼인건수를 해당 연도의 연앙(年央)인구(7월1일)로 나눈 비율로서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를 뜻한다. 이 비율이 2012년 6.5에서 2015년에는 5.9로 가파르게 줄더니 2021년에는 3.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매년 결혼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함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도 일본처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것이다.혼자 사는 1인 가구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주민등록상 1인 세대수가 2010년 414만가구(전체 가구수의 15%)에서 2021년 9월 말에는 936만7천439세대로 사상 처음 전체 세대의 40%를 돌파했다. '솔로로 살아가기'를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지는 의문이나 1인 가구가 대세인 점은 분명하다. 통계청은 "청년층이 분가한 뒤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 현상과 고령화 속 사별 등으로 1인 가구 증가 폭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하지만 국내에서도 비혼(非婚)이 일반화되면서 초솔로사회 문턱에 들어섰다. 매년 결혼건수 급감 日처럼 필수아닌 선택고령화 등으로 혼자사는 인구 빠르게 증가 그러나 솔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든 혹은 불가피하게 외기러기가 되었든 외로움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근래 일본의 독신 할머니들 중에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일부러 경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가기도 한단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도소 직원들의 돌봄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공중보건국장 비멕 머피는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전 세계로 퍼진다며 우려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한 연구진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급증했다고 밝혔다.과학 저널리스트인 리디아 웬디스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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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진실 규명과 정치보복 지면기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프레임이 한국정치 주변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지난 정권을 보복하기 위해 없는 혐의를 조작하고 과장하여 반대 정당을 묵살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다. 불법을 저질렀느냐의 여부가 핵심인 사건에서 수사 전체를 정치보복으로 보는 건 설득력이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면서 민주당은 야당탄압과 정치보복이라며 전 당력을 동원하여 검찰 수사에 맞서고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장동 사건 뿐만이 아니라 서해공무원피격 사건, 북한어민북송사건 등도 지난 정권과의 연관하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정권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여야간의 전면전도 불가피해졌다. 대장동 사건과 북한 관련 사건들이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하게 된다면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단적 대치로 치닫게 된다. 지난 정권과 관련한 수사가 정치 전체를 규정하는 현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여야의 적대적 대치가 일상이 된 지는 오래지만 여야의 대립이 지금처럼 수사와 관련하여 전방위적 전선을 형성한 것은 그 예를 찾기 어렵다. 서해공무원 피격·탈북어민북송·대장동 사건각기 다른 성격 사건수사 '보복이냐'가 문제 수사와 정치 모두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황이다. 서해공무원피격 사건과 탈북어민북송사건, 지난 대선을 관통했던 대장동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러한 사안을 보는 몇 개의 관점이 있다. 첫째, 각기 다른 성격의 사건 수사가 과연 지난 정권에 대한 보복이냐의 문제다. 한국정치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이 부단히 작동하고 있고 실체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를 규정하는 주요변수가 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박 정부에 대한 무수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이를 둘러싼 진영간 대결은 정치의 상수가 되었다. 그리고 보수정권이 다시 들어섰다. 박근혜 탄핵에 절망했던 보수가 다시 권력을 차지함으로써 박근혜 탄핵, 조국 사태 등으로 서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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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오산시민은 왜 공분(公憤)하는가 지면기사
30년을 넘어선 지방자치의 취약점은 토착비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단체장의 오만과 독선, 무능, 오판은 때로 부패보다 더한 악취를 낸다.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가 합세해 짬짜미하면 일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눈치 빠른 공직자는 뒷배를 좇아 줄을 서고, 단체장과 정치인 심기만을 살핀다. 수백억, 수천억 원 혈세를 허투루 쓰고도 '내 주머니 아니다'는 표정은 괜한 만용이 아닐 터이다.지역 시민단체가 지난달 오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에 따른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시청 공직자를 처벌하고 지역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백억 혈세를 헛되이 쓰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직자와 정치인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왜 공분(公憤)하는가.수백억 혈세 헛되이 쓴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정치권·공직자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해 오산시는 2008년부터 서울대병원 유치에 공을 들였다. 수도권 남부와 충청을 아우르는 의료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면서다. 장밋빛 희망가에 전역이 들썩였다. 표심을 잡을 대형호재라 직감한 정치권도 맞장구를 쳤다. 경기도가 병풍을 서고, 관·학이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시는 2010년 4월 내삼미동 사유지 103필지 12만3천여㎡를 매입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는 시점에 덜컥 500억원 넘는 토지를 사들인 것이다. 그 해 시 예산이 3천700억원이다.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대학은 건립비용 3천억원에, 연간 운영비 300억원 지원을 요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병상을 늘려야 해 재정 여력이 없다며 갑질을 했다. 수년 동안 나대지로 방치된 수만 평 땅을 보다 못한 시는 주말농장으로 개방했다. 수백억 병원부지에 고사리손으로 무, 배추, 고추, 상추가 심어졌다.2016년 유치계획이 무산됐다. 수년째 혼사를 미루던 연인이 이별하자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시는 환매를 하는 대신 다른 궁리를 했다. 책임을 면하려는 공직사회와 비난 여론이 부담인 지역정치권의 이해가 상통했다. 병원부지를 드라마세트장으로 임대하고 안전체험시설, 미니어처박물관을 설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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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디아스포라 예술도시의 가능성 지면기사
풍성한 문화행사들로 모처럼 가을답다. 축제와 공연행사들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신명으로 위로하고 다채로운 전시행사들이 우리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특별한 전시회, '코리안 디아스포라-한지로 접은 비행기'를 열고 있다. 한국이민사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이다. 국내외에서 주목받아 온 18인의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독특한 미술 전시회였다. 함께 열린 북콘서트 '종이 비행기(A Ricepaper Airplane)'의 작가 게리 박(Gary Pak)과의 대화도 뜻깊었다. 소설 '종이 비행기'는 사진신부로 하와이로 간 평안도 출신 외할머니의 삶을 중심으로 하와이 이민가족 3대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사 소설이다.이 같은 해외동포의 예술활동의 결과는 국적 국가의 예술에 귀속되지만 우리 문화의 요소가 바탕에 담겨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의 세계화이며, 또한 한국 문화와 다른 문화와 접촉하여 생성한 다문화 창조물이기도 하다.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Pachinko)'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이유를 생각해보자.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이주한 재일교포 1세대로부터 3세대에 이르기까지 3세대에 걸친 이주자의 신산한 삶을 다룬 코리안 디아스포라 영상물이다. '파친코'의 성공은 인종적 배타성이 강한 일본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이주자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는 데에 대한 평가겠지만, 디아스포라 현상의 보편화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전쟁 난민을 뜻하던 디아스포라는 이제 그 배경과 무관하게 모국을 떠나 살아가야 하는 이산과 이주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로 인한 이농과 도시화, 이주노동의 증가도 디아스포라 현상이다.풍성한 문화행사들 삶 되돌아볼 기회 부여'파친코' 주목엔 디아스포라 보편화 영향도 인천시가 2027년 개관할 인천시립미술관의 특화전략을 '디아스포라(Diaspora)'로 결정한 것은, 인천이 대표적 이민과 이주민의 도시라는 점을 주목한 결정이다. 1883년 제물포 개항 이후 중국과 일본 서양인의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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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난득호도(難得糊塗)의 교훈 지면기사
청나라 때 문신 판교 정섭(1693~1765)은 서예가로 이름이 더 높다. 우리들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서예사에서 우뚝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난득호도'란 글귀는 정판교의 글씨 중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작품의 하나다. '난득호도'는 말 그대로 '어리석어지기 어렵다'는 뜻인데, 생각할수록 뜻이 깊다. '난득호도'와 관련해서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 온다. 판교가 산둥 지방에서 벼슬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허름한 모옥(茅屋)에서 하루를 묵어가게 됐다. 자신을 그저 어리석은 늙은이(糊塗老人) 유생(儒生)이라고만 소개한 주인집 노인이 글씨 한 점을 부탁해오자 판교는 즉석에서 '난득호도'라 써주고 자신이 3단계의 과거시험을 모두 급제했음을 알리는 이력을 쓰고 난 다음 노인에게도 빈자리에 발문 하나를 써달라고 했다. 그러자 노인은 원시 일등·향시 이등·전시 삼등이라 썼다. 알고 보니 노인은 조정에서 고위직을 지내다 은퇴한 문신이었던 것이다. 이에 자신의 교만을 크게 뉘우친 그는 평생 '난득호도'를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전한다. 판교가 이 '난득호도'에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숙하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숙해지기는 더 어렵다. 한 생각 버리고, 한 걸음 물러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리니 도모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된 응보가 올 것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쓰고 평생 자신의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고 한다. 내처 판교는 흘휴시복(吃虧是福), 즉 '손해를 보는 것이 곧 복'이라는 작품도 쓰고 설명도 달았다. 대통령 실언 정치공방 국민들 답답하기만영빈관 번복·이준석과 다툼 등 지지율 바닥 세월이 흘러 호도(糊塗)란 말은 이제 '어리숙하게 살자'는 겸양의 뜻은 사라지고, 본질을 감추고 흐리고 덮어버린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난득호도'의 호도란 말이 호도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실언과 욕설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치적 공방 차원을 넘어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발의, 통과되고 청와대의 해명도 나왔다. '××'란 욕설의 대상이 미국이 아닌 한국 국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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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건강보험과 비용 병폐 지면기사
"돈을 내놓을래, 목숨을 내놓을래."미국의 악명(?) 높은 보건의료 현실을 비꼰 미국 한 카툰의 묘사이다. 현대 국가의 정부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은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조국(天助國)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암 치료를 받다 파산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파산의 66%는 의료 관련 문제에서 비롯되고 이 때문에 해마다 약 50만명씩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밀려난다. 미국의 수많은 서민층 청년들이 단순히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군에 입대하는 지경이다.독일인의 90%는 병원비 청구서를 구경할 일조차 없고 프랑스에서는 환자가 많이 아플수록 의료보험 보장이 더 커진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건분야 지출은 1970년의 6.3%에서 2018년에는 17.9%로 증가했으나 보건산업의 생산성 제고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영국의 1인당 보건비 지출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영국인은 미국인보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산다. 미국 병원들은 '더 높은 효율성'을 구실로 합병에 합병을 거듭하지만 의사 등 직원들의 급여만 눈덩이처럼 커질 뿐 실효성은 의문이다. 병원을 위한 현금인출기가 되어버린 노인 환자들은 대개 병원의 소득원 역할을 하는데 이런 환자들 다수는 의료보험을 통해 보조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증가에 무관심이다. 생산성은 별로인데 의료비만 급증하는 것이다. 건보재정 2018년 적자 전환후 3년 연속 진행적립금 2029년 소진… 2040년엔 678조 누적 보건부문에 국한하면 한국은 천국(天國)이다.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못 받는 국민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달 말 일부 척추병원들의 '추석맞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비 할인' 광고들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정부가 뇌, 척추 등 질환 MRI에 건강보험 적용을 허용한 것이 발단이다. 수십억원의 MRI 장비를 사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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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정치는 언제 제대로 기능할까 지면기사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 충돌 지점에서 접점을 만들어냄으로써 희소한 가치를 배분하는 것이 정치다. 이러한 원론적 정의가 아니더라도 정당들은 다수파가 되고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을 부각시키며 정치는 결국 갈등 축을 중심으로 형성된다.갈등 축의 형성은 흔히 프레임을 짜는 문제와 직결된다. 민주 대 반민주, 전쟁 대 평화, 기업 대 노동의 구도 등 프레임은 수없이 많고 선거구도를 짜는 문제는 선거전략의 핵심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국면을 바꾸는 것은 갈등을 치환함으로써 가능하다.결국 정당이 경쟁구도를 만들고 갈등을 조직화해서 선거에 임하고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 갈등이 해결의 단초를 열어가게 하는 것이 정치다. 투표는 갈등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두 거대정당, 尹정부 들어 대립 날로 심화야, 당대표 범죄혐의 비호… 여, 내부 분란 1987년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그해 말 치러진 13대 대선과 1988년의 13대 총선 때 등장한 4당 체제의 지역구도로 전환됐다.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합당이 거대여당인 민주자유당을 탄생시키면서 지역구도 역시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로 짜여지고, 이때부터 지역주의 정치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이렇듯 갈등의 치환은 정치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정치가 어느 정도의 편향성을 띨 수밖에 없고 선거도 이의 연장에서 치러진다. 그러나 한국정치처럼 경쟁하는 두 거대정당이 거의 모든 사안에서 충돌하고 의견이 다른 것은 갈등의 조직화를 통한 선거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현재 여당과 야당의 대립과 갈등은 어떤 쟁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윤석열정부가 들어서고 여야의 대립 정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두 정당의 경쟁 축이 민생이나 경제와 관련된 이념 차이에서 연유한다면 이는 정상적 갈등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문제가 경쟁의 축이 되고, 정당의 선거전략의 일환에서 갈등 축을 적절히 형성함으로써 선거승리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갈등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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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택시 대란'과 '농막(農幕) 호구' 지면기사
# 택시대란이다.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가 심각하다. 차가 모자란 게 아니라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 없다. 법인택시 10대 중 6대는 차고지에 있다. 코로나 창궐 이후 배달 앱에 인력이 몰리면서 택시기사들이 썰물처럼 빠졌다. 노동강도와 수입이 비교불가다. 노동시장의 급격한 수요변화에 택시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개인택시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늦은 밤엔 택시를 볼 수 없다고 아우성인 연유다.2020년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다. '승차공유서비스를 막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차량공유서비스 '우버'가 출현한 지 10년도 넘었으나 국내에는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선보인 '타다'는 업계 반발과 정부 규제에 막혔다. 렌터카에, 기사를 채용하는 꼼수를 동원했으나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자동차가 등장했는데 정부가 마차업자 편을 든 결과다.택시대란을 잠재우려면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 탄력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우버는 자기 차로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공유서비스다. 수요가 많으면 요금이 오르고, 공유 참여자가 늘어나 공급 부족을 해소한다. 반대의 경우 요금은 내리고 공유 차량은 줄면서 수급의 균형을 맞춘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요금 인상과 부제 해제를 검토 중이다.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고, 요금 부담만 커지게 된다. 뻔한 해법은 외면하면서 비책을 찾겠다며 엉뚱한 곳을 헤집고 있다. 수요 따라 공급 탄력성 높이는 시스템 필요정부, 균형발전 운운 올가미 걷어내지 않아 #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6·1 지선 당시 여당의 경기지사 후보였다. 선거기간 광주 오포읍 롯데칠성음료 공장에 들렀다가 기막힌 얘기를 들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사이다를 대전으로 옮겨 보관한 뒤 다시 수도권으로 실어온다는 것이다. 공장 옆 슈퍼도 왕복 200㎞ 넘는 물류단지를 오간 사이다를 판다.오포공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규제에 막혀 40년 넘게 확장하지 못했다. 천막까지 둘러 적재공간을 넓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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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마음의 붓'으로 그린 균여의 세계 지면기사
마음의 붓으로 그린 부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난 여름 고려 향가를 다시 읽다가 발견한 '보현시원가'와 그 첫 작품 '예경제불가(禮敬諸佛歌)'의 첫 구절이 불러낸 질문이다. 향가라면 '삼국유사'에 실린 신라향가 부터 생각하고 고려향가는 그저 불교의 포교 수단으로 지은 '이념 문학'으로 치부해온 태도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학계에서 고려향가의 문학성보다는 향찰식 표기를 연구하는 언어 연구 대상으로 삼아 오거나 10구체와 삼구육명(三句六名)이라는 향가의 구성적 특성에 관심을 기울여 온 관행도 핑계 감이다. 고려 향가의 문학성에 집중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로는 숱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향찰식 표기 체계를 충분히 규명하지 못한 사정도 있다. 그런데 '보현시원가'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 창작 동기가 화엄경의 보현행원품을 노래로 지어 부르기 위한 것이어서 작품별 주제가 뚜렷한데다 11수의 향가를 최행귀가 한시로 모두 번역해 두었기 때문이다. 신라 향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독이 쉬운 편이다. 그중 '예경제불가'는 '마음의 붓으루/ 그린 부처님 앞에/ 절하는 이 몸'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마음의 붓으루(心未筆留)'라는 표현이 평범한 듯 절묘하다. 마음의 붓으로 그린 부처는 실제 붓으로 그린 불화도 아니고, 돌이나 쇠 같은 가시적 재료로 만든 불상도 아니다. 그렇다고 상상 속의 부처와도 다르다. 균여가 노래한 '마음의 붓으로 그리는 부처'는 차라리 진리를 구하는 간절한 마음의 실천 과정에 가깝다. 즉 완성된 부처에 대한 숭배가 아니라 미완의 현재불이나 그려내야 할 미래의 부처에 '구세(九世)가 다하도록 절하겠다'는 구도자의 마음 가짐이다. 그려 낼 미래 부처에 절하겠다는 마음가짐'예경제불가'서 법계는 우주론적으로 확장 표현기법으로 보면 '마음의 붓으로 그린 부처'는 이중 은유이다. 은유의 기본적 원리는 추상적 비가시적 개념을 가시적 감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의 부처'나 '마음으로 그린 부처'라고 표현했었다면 이 시의 가치와 감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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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동몽선습'을 보다 지면기사
우리나라에서 나온 교과서로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동몽선습(童蒙先習)'이다. 서당에서 '천자문'을 익히고 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동몽선습'이다. '천지만물 가운데서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다(天地之間 萬物之衆 唯人 最貴)'로 시작하여 오륜(五倫)과 중국사 그리고 고조선에서 조선의 건국으로 이어지는 한국사로 마무리되는 이 책은 서당의 학동(學童)들이 배우는 초급 한문 교재였다.'동몽선습'은 인쇄본과 필사본 등 수량이 많아 아직은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 책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인사동 고서점에 나가면 '동몽선습'에 '통감', '서사삼경' 등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책들이었다.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 '박통사 언해' 등도 수북이 쌓아놓고 권당 1만원 헐값에 판 적도 있었다. 그때는 주로 TV 사극이나 영화 소품용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팔려 나갔다. 과외선생과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필요한 책들을 사고 용돈이나 충당하던 시절인지라 이런 흔한 책들에까지 미처 손이 갈 여유는 없었다. 만일 30년 전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열일을 제쳐놓고 몽땅 구입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가장 오래된 교과서누가·언제 저술했는지 아직 밝혀지지않아 '동몽선습'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누가, 언제 저술했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자는 중종 때 군자정(軍資正)을 역임한 박세무(朴世茂)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조 때 나온 '해동문헌총록'의 김안국(金安國)의 저작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김안국을 저자로 내세우기도 한다. 서지학자 남애 안춘근(1926~1993) 선생은 1543년 윤인서(尹仁恕)가 쓴 발문에 저자가 민제인(閔齊仁)으로 기록되어 있는 판본을 근거로 민제인 저작설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는 박세무 저작설에 민제인·김안국 등의 저작일 가능성을 함께 언급하는 방식으로 논란이 봉합(?)돼 있는 상황이다. 안춘근 선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 재학할 당시인 1980년대 말인데,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