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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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부동산 투기봉쇄의 틈새 지면기사
1997년 4월 재벌서열 19위의 진로그룹 부도 이후 상업은행 등 채권단은 진로의 채권 1조4천659억원을 1천261억원에 캠코(자산관리공사)에 넘겼고 캠코는 이를 다시 채권액의 18%에 불과한 2천742억원에 골드만삭스, 도이치인터내셔널, 모건스탠리 등에 매각했다. 진로의 청산가치(3천억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매각이었다.2005년 6월에 진로소주는 3조4천288억원에 하이트맥주에 재매각되었다. 진로 채권의 70%를 지녔던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벼락을 맞았다. 골드만삭스는 7년 만에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당시 시장에 헐값 매물이 넘쳐났지만 국내 기업들은 입맛만 다셨다. 외자유치 지상주의의 속 쓰린 기억이다.최근 부동산시장에서의 역차별이 주목된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안정대책이 화근이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역대급 재산세, 종부세 폭탄에 모골이 송연한 것이다. 평생 고생해서 약간의 재산을 모은 흙수저 출신의 수많은 노인들은 수천만원의 종합부동산세에 정부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른다. 과중한 양도세와 취득세, 증여세에 대출규제는 설상가상인데 그 틈새를 외국인들이 파고드는 것이다. 정부 고강도 안정대책 틈새 파고든 외국인들국내 부동산 거래규모 비중 갈수록 커져 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규모와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국인 토지 보유는 2020년 현재 필지 기준으로 2011년 대비 2.2배 증가했으며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1.3배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외국인 보유 국내 토지면적은 2억5천674㎡로 전체 국토 넓이의 0.26%에 이른다. 여의도면적(2.9)의 88배로 2006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최대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인 53.3%, 중국인 7.9%, 일본인 6.5%, 기타 국적 25.2% 등인데 외국 국적의 교포들이 55.9%(1억4천356만㎡)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건수는 2010년 3천526건에서 2021년 1만7천368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해 토지보다 주택 선호도가 크다. 2021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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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단일화는 가치연대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면기사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사회갈등을 제도권 내에 드러내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과정이어야 하지만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에서는 그저 원론적 언급일 뿐이다. 게다가 분단과 군사정권, 좌파와 우파의 극단적 대결이 일상화되어 있는 한국 대통령 선거는 합의의 모색이 아니라 단순다수대표제에 의한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미국의 역사학자인 슐레진저가 닉슨 행정부를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지만 미국의 대통령제는 행정부에서 독립적인 입법부, 강력한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의 사법부의 존재로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을 제어해왔다. 그러한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면서 이러한 견제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선거는 더욱 적대적이고 갈등 친화적인 과정으로 치러진다.연대 주체들 공동정부 성격 제대로 규정하고정치적 성찰 없다면 현실정치 지향할 수 없어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공약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진영 대결이 강화되는 양상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를 빼놓을 수 없다. 후보 단일화는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때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이의 현안이다. 단일화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박빙의 경쟁에서 안 후보의 한 자릿수 지지율이 승패를 가른다는 얼개에서 가능하다.그러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 내지 하락 추세이고 안 후보는 윤 후보 지지에서 이탈한 보수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미 10%를 넘어 15% 수준으로 한 자릿수를 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안 후보를 꺾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 판도가 의외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누가 이기든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한 쪽이 승자와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뤄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역대 대선의 단일화 스토리가 입증하고 있다. 안 후보의 약진과 윤 후보의 정체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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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아스콘 졸업생'의 반전 드라마 지면기사
지난 연말, 권칠승(화성병)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에 중년 남성 2명이 들이닥쳤다. 화성지역 아스콘업체 대표라는 두 사람은 의원과의 면담을 요구하다 성명서를 놓고 갔다. 권 의원은 아스콘 업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지역 보좌관은 권 의원에게 사정을 전하겠다 하고는 답신이 없다고 한다. 대체 뭔 일인가.국내 기업 99%는 중소기업이다. 근로자는 전체 기업의 82.7%나 되는데, 매출은 절반(48.7%)이 안 된다. 중견·대기업에 치이고, 떠밀리는 열악한 기업환경을 숙명으로 안다. 외국인 노동자도 외면하는 인력난에 문을 닫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대다수 CEO는 성장이 아닌 부도·폐업을 걱정하는 처지들이다.역대 정부는 산업생태계 피식자인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려 정책수단을 가동했다. 1979~2006년 시행한 고유업종제도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법률로 보호해 시장확보와 사업기반 정착을 돕는 방어막이다. 중견·대기업을 문 앞에서 막아내기에 불공정 요인은 원천봉쇄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역시 대기업 진출을 막으려는 고육책이다.다른 장치로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이란 게 있다. 2006년 이후 전국 공공기관 입찰에 적용된다. 중견·대기업이 관급 시장에서 중소업체 몫을 잠식해 질식사시키는 뒤틀림을 막자는 취지다. 허약한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덩치 큰 애들 접근을 막아야 한다. 3년마다 갱신하는데, 620개 품목이 대상이다. 조달 규모가 17조원을 훌쩍 넘었다. 중견·대기업에 '20% 할당'… 中企 '초비상'업계 "줄도산 위기, 정부가 사지로" 철회 요구 전국에 520여 개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업체가 산재한다. 도로, 공항, 항만, 신도시 개발 등 SOC 사업에 빠지지 않는 감초격 건설자재를 공급한다. 20만명 종사자와 가족의 생계가 달렸다. 사회간접자본재인 탓에 공급 물량 대부분을 민간이 아닌 공공에 의존한다. 정부가 매년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 대상으로 묶는 이유다. 민간 물량 비중이 많은 레미콘은 중견·대기업도 일정 부분 관급 물량을 공급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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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가이샤의 것' 혹은 자율 지면기사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바리새인들이 로마황제인 가이샤(Caesar)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물어 예수를 딜레마 논법의 함정에 빠트리려는 질문에 대한 예수의 답변이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다고 하면 친로마파로 낙인찍어 매장시키고 반대로 바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 반로마파로 몰아 로마당국에 고발해서 예수를 제거하려는 음모였다. 여기서 예수는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답한다. 로마황제에게는 국법대로 세금을 내고 하나님께는 율법대로 번제를 올리라는 말이다. 세속적 의무와 종교적 의무를 명쾌하게 분리함으로써 바리새인이 쳐놓은 딜레마를 분쇄한 예수의 논리는 정교분리, 국가와 교회 혹은 사회와 종교적 진리를 분리하는 비유로도 유용하다.지난 11월, 연상호 감독의 6부작 드라마 '지옥'이 넷플릭스를 달구었다.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 '갯마을'에 이은 흥행작이었다. 드라마 '지옥'은 지옥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을 이용하여 세상을 통제하려는 종교집단과 그 광기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다룬 공포영화다. 느닷없는 지옥행 고지(告知)를 받은 사람들은 공황에 빠지고, 고지받은 사람을 지옥사자들이 살해하는 '시연(試演)' 장면들은 시청자들을 긴장시키고 시선을 화면에 묶어 놓는다. 새진리회와 같은 신흥종교와 심판 대행자인 '화살촉'이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극 중 지옥 사자의 외형이나 '시연' 장면은 저승사자의 모습이 아니라 조직폭력배들의 난동에 가깝기도 하고, 기괴함을 넘어 우스꽝스럽기도 한데 이 설정은 지옥 사자의 정체를 재난의 은유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려는 의도일 수 있겠다. 지옥 실현되길 바라는 '권선징악'적 상상은'공정' 아닌 불공정 세상에 대한 분노로 촉발 이 드라마의 이야기들은 지옥행 고지라는 재난을 맞닥뜨린 사람들이 겪는 천차만별의 혼란상으로,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떨다가 죽어가야 하는 억울한 피해자들이 있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돕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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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명언, 명문장들에 대한 성찰 지면기사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찬란한 업적·성공·권력·다복한 가정·돈·건강 등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영원히 기억될 많은 명언들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마음의 풍요를 꼽고 싶다. 우리는 과연 인생과 세상에 귀감이 되고 빛을 밝혀준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기억하며 또 간직하고 사는가.'법구경'·'노자'·'장자'·'논어'·'성경'·'탈무드'·'대종경' 등 세상에는 수많은 말씀과 명언들을 담은 경전들이 있다. 뿐인가. 위대한 정전급 고전들을 보면 무릎을 치며 탄복할만한, 또는 일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멋진 명문장들로 가득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든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작품들 속에서도 의표를 찌르고 세상사를 날카롭게 꿰뚫는 명문장, 명대사들로 가득하다. 사회 일각선 '정권 바뀐들 별수 있나' 회의론다르다 해도 '해 아래 새로울게 없음'이 본질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러시아 원어는 모르겠고, 이 말의 영역(英譯)은 'All happy families are like one another;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이다. 예전에는 그냥 멋진 문장이었는데, 살아보니 세상살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풀이하면 사람, 가정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나 조건은 비슷한데, 불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거나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는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불행의 이유는 단순하거나 일목요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가하면 최근에는 '모든 사람은 타인이며, 누구도 자신이 아니다'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일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지낼 날보다 지낸 날이 더 많은 나이가 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고 있다.또 '스물 세 살이오. 삼월이요, 각혈이다'란 이상의 자전적 소설 '봉별기'(1936)의 첫 문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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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난임 시술비 전액을 국비로 지면기사
세계인구 증가세가 거침이 없다. 1999년 60억명에서 10여년 만에 70억명을 돌파하더니 최근에는 80억명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1초에 약 4명의 아이가 탄생하는 지경이다. 유엔은 향후 20년 이내에 세계인구수가 10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온난화와 식량난, 생물다양성 상실과 분쟁, 고령화가 걱정이다.인구감소는 또 다른 고민거리이다. 세계 합계출산율이 1950년 4.7명에서 2.4명으로 60여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이 인구증가율 제로 수준인 2.1명을 밑도는 나라 수가 90개국 이상인데 조지아,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스, 스페인 등 33개국에서는 인구수가 줄고 있다.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구증가는 둔화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결혼시기도 늦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생산력이 줄고, 전체 소비가 감소하면서 투자유인도 추락한다.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세금부담 증가가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자극해 경제기반이 점차 약화된다. 인구증가보다 인구감소가 더 위험한 법이다.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는 '미래의 가장 큰 위기는 인구감소'라며 한국, 일본, 중국, 브라질, 태국, 이탈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스페인을 포함한 23개국 이상은 2100년까지 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 0.84명 '세계 최저'난임 인구도 23만여명 15년만에 배로 증가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선진국(OECD) 평균인 1.63명의 반토막에 불과한 0.84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연도별 출생자 수가 지난 2000년 63만여명에서 지난해에는 27만여명으로 20년 만에 무려 56.5%나 감소한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화대책에 20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곤두박질했다.지난 6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30년에 진도 9.0의 인구 대지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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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정치 담론이 사라진 기형적 대선 지면기사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한민국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 '톱 텐'국가에 진입했다고 했다. 국민소득 3만2천 달러, 경제규모 세계 10위, 안보분야에서도 세계 7위의 군사 강국, 과학·한류·복지 등에서도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지지 않는다. 아직도 부문에 따라 갈 길이 멀지만 선진국에 진입했거나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괄목할만하다.그러나 저출산, 심화되는 부동산과 자산의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노동과 자본의 대립, 세대와 젠더 문제 등에 기인하는 구성원 간의 원심력 증가 등이 선진국 시민이라는 사실과 괴리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세계 10위권의 위상을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가 사회 각 부문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해 나가지 않으면 국운 상승기의 대한민국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李·尹, 승자독식 대통령 권력 분산엔 함구네거티브·정치공학 난무 모두 패자될 수도 대선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의 정치구조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약속이나 한 듯이 현재의 승자독식 대통령 권력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제는 장기집권과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직선제를 관철시킨 절차적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1987년 13대 대선 이후 7번의 대통령 권력이 있었고 3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퇴임 후 불행이 구조화되는 형국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현행 대통령제가 갖는 구조적 모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과거 대선에서는 87체제의 수명이 다했다는 자각과 함께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화두가 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정당체제를 개혁하고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양대 진영의 극한 대결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당위마저 끼어들 틈이 없다.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고발사주 의혹 사건은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여야 모두 각자의 셈법에 따라 특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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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개미지옥(地獄)' 지면기사
2016년 말,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격하게 충돌했다. 성남시가 추진하는 청년 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3대 무상복지사업'을 두고서다. 남 지사는 강하게 비판했고, 경기도는 법원에 판단을 구했다. 정부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2년 뒤 선거에서 남 지사에 승리한 이재명 지사는 출근 첫날, 대법원 제소를 취하하라 지시했다.새 도지사의 취임 초 행보는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4년 임기 도정 철학과 기조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공직자들은 새 인사권자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긴장하고 집중한다. 그런데 첫날, 첫 행보가 전임자 흠집 내기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리품 챙기기였다. '시민 복지를 위해 시행한 정책을 제소한 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침해하는 복지 후퇴이자 지방자치 훼손'이란 비난은 덤으로.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20일 천하가 됐다.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으로 공짜통행을 강행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공익처분 행위가 '일산대교(주)에 참고 견디기 어려운 유·무형적 손해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사업운영자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려면 공익처분은 집행정지돼야 한다고 판단한 게다. 이재명표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 오락가락운전자들 희롱당한 느낌이라는데 '道 집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월 말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날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공문에 서명했다. 지난봄 이 후보는 해당 지자체장들과 함께 일산대교 요금소 앞에서 위력시위를 했다. 통행료 인하라면 모르나 전면 무료화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엔 귀를 막았다. 외려 마지막 만찬 테이블에 '공짜 메뉴'를 올린 것이다. '지사 찬스'에, 표심과 통행료를 바꿔먹는 매표행위란 비판이 거셌다.도(道)는 집요하다. 무료 통행이 재개되도록 협조하라며 운영자를 윽박지른다. 60억원짜리 임시통장을 흔들면서 손해 없도록 하겠다 유인을 한다. 다른 손으론 본안소송 카드로 협박한다. 통행료를 받는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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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곡 배정국 지면기사
출판사 백양당(白楊堂) 대표 배정국(裵正國)의 생애가 일부 복원되었다. 도쿄외국어대 야나가와 요스케의 '백양당 연구'(2018)덕분이다. 백양당은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 1950년까지 '상허문학독본'을 비롯한 이여성의 '조선복식고', '이상선집' 등 30여권의 단행본을 간행한 출판사였다. 백양당은 조선문학가동맹의 행사를 주관하거나 기관지를 발행하였으며, 임화의 시집 '찬가', 설정식의 '종', 김기림의 평론집 '시론'등을 출간했다.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 활동을 기록한 '약산과 의열단'은 배정국이 제안하여 박태원이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양당의 주요 출판물의 제호나 장정은 그의 손을 거쳤는데 전통문양을 활용한 능화판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출판문화사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필자는 1920년대 인천의 문화운동을 살펴보면서 제물포청년회 간부였던 배정국의 존재를 확인하였으면서도 그가 백양당 대표였다는 사실을 지난해에야 확인했으니 지역 연구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배정국의 아호 인곡(仁谷)도 인천을 염두에 둔 작명으로 짐작되거니와 그의 서울에서의 활동도 인천에서의 사회활동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배정국의 인천지역에서의 활동은 1920년대와 1930년대 중반에 걸쳐 있다. 그는 1923년 제물포청년회 대표로 활동하는 등 문예운동과 체육보급 운동을 전개했던 주역이었다. 출판사 백양당 대표였던 그의 생애 일부 복원제물포청년회 활동 등 문예·체육보급 주역 배인국은 인천 서경정(西京町)에 백양당(白楊堂)이라는 양복점을 창업하였으며 기미취인점도 운영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인천에서 제법 양복을 맞도록 지어주는 집'으로 '백양테라(테일러)'를 제일 먼저 거론할 정도로 상당히 이름난 양복점이었다. 1935년 배정국은 일본인 중심의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이탈하여 조선인 상공인 중심의 단체 결성에 나선다. 그가 인천상공인 대표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백양당 양복점 외에 미두(米豆)나 금융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것으로 짐작된다.1936년께 배정국은 활동무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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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한류문화의 빛과 그늘 지면기사
한류(韓流) 바람이 거세다. '겨울연가' ·'대장금'·'도깨비'·'기생충'·'BTS'·'블랙 핑크'·'오징어게임' 등 지난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지구적 존재감을 끝없이 강화해왔다.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에 한국 TV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류는 글로벌 시장의 초국가적 문화상품으로 성장했다. 한류란 K팝·K드라마·K뷰티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한국 대중문화를 가리키며 여기에 이를 동경하고 배우려는 현상까지 포괄하는 말이다.한류는 원래 중국에서 생긴 말이다. 중국의 '인민일보'에서 한국대중음악과 드라마에 열광하는 현상을 한풍(韓風), 한조(韓潮)라 비판하면서 이에 열광하는 자국민을 '하한쭈(哈韓族)'라 지칭하고 이 모든 현상을 총칭하여 '한류'라 명명했던 것이다. 때마침 불어 닥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1993년부터 한국정부는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문화가 가진 경제적 부가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령 1995년 김영삼 정부의 '영화진흥법'이라든지 1999년에 제정된 '문화산업진흥법' 등이 단적인 예다. 안팎의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한류는 동아시아의 차원을 넘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디지털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마침내 한류(the Korean Wave)라는 초국가적 대중문화로 도약했다. 199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번진 드라마들이 한류 1.0이라면 디지털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한 최근의 콘텐츠들은 한류 2.0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치열한 경쟁속 문화산업 이끄는 내공 축적기득권영향 없이 실력 갖춘 콘텐츠만 생존그러면 한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며 세계를 주도하는 이 압도적 현상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대략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첫째는 지역적인 것과 글로벌한 것을 잘 융합한 혼종성(hybridity), 둘째는 강한 호소력과 보편성, 셋째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서 다져온 우리 문화산업의 적응력과 응용력 등을 꼽을 수 있다.첫째와 둘째가 콘텐츠의 영역이라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