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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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얼리 블루머 전성시대 지면기사
지난달 말 중국 정부는 영리목적의 사교육에 철퇴를 내렸다. 2017년 HSBC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부모 가운데 자녀들에게 과외교육을 시키거나 과거 사교육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93%로 세계평균(63%)보다 월등하게 높을 정도로 중국은 세계 최고의 사교육 국가이다. 초·중학생의 월 사교육비는 우리 돈으로 90만원 이상인데 중산층은 평균 18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이 1만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너무 과했다. 저출산 타개를 위한 중국정부의 고뇌가 읽혀진다.영재훈련, 알고리즘 이용 돈벌이 안성맞춤사교육산업,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어 그러나 미국의 얼리 블루머 신드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얼리 블루머란 일찍 꽃이 피는 식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영재 혹은 신동(神童)에 비유된다. 뉴욕의 유아교육학원인 콜럼비아문법학교의 1년 수업료는 3만7천 달러(4천300만원)로 한국의 로스쿨이나 의과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싸지만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서너 살짜리 아이들은 3개의 도서관과 6개의 음악교실, 7개의 화실에서 아주 빡빡한 교육과정을 밟는데 이 학원은 "당신의 아이를 15년 후 명문대에 입학하게 해 주겠다"며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유아교육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프뢰벨의 가르침에 따라 엄마들은 자신의 젖먹이를 기꺼이 고난의 행진 대열에 밀어 넣는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내신성적 1등급 및 만점에 가까운 SAT(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 리더십과 사회참여에서 탁월한 수행평가업적이 요구된다.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고등학생 자녀의 개인 레슨을 위해 연간 5만 달러(5천700만원) 정도를 흔쾌히 지불한다. 시간당 1천 달러의 수업료를 받는 스타강사도 등장했다. 자유의 나라 미국이 청소년들의 입시지옥으로 변했다.얼리 블루머 광풍(狂風)의 롤 모델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다. 상류층이 모여 사는 시애틀 교외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빌은 고교 학업성적이 극히 우수했을 뿐 아니라 그 와중에서 인근 워싱턴대학 실험실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날밤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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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캠프 정치의 보완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민주화 이후 공공 부문과 국가 기구의 공직은 물론 각 부처의 정책결정에 전문가 그룹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자문그룹과 위원회 등이 많아져서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여야 정당 추천 정무직 공직도 증가하여 집권당이 아니더라도 야당과 네트워크가 있으면 언제든 공직에 편입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인력 충원 구조는 인재를 다양하게 중용하여 시민사회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그러나 공직 진출을 의식하여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에 유리한 편향된 발언과 의도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인사들이 고위직 공공 부문에 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일상적으로 지적되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뿐만이 아니라 정치참여가 일부 엘리트 그룹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권력추구는 현실정치의 동력이지만 한국정치가 엘리트 그룹 간 공직을 얻는 기회의 장으로 인식된다면 정치의 본령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다양한 출신들 대선 경선 캠프 속속 진입상식 넘는 정치적 수사들·네거티브 생산 내년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여야 주자들의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전문가와 전임 정부 인사 등 다양한 출신의 인사들이 경선 캠프에 진입하고 있다. 5년 주기로 나타나는 일이어서 낯선 현상은 아니지만, 여야 대선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기 때문인지 유난히 캠프 정치가 전면에 노출되는 양상이다.대선 경선에서 과격하고 상식을 넘는 정치적 수사와 네거티브는 대선 주자보다 캠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 후보의 과거 행적과 일회성 발언을 공방의 소재로 삼으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캠프에 소속된 다양한 층위의 인사들은 캠프 내에서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말을 쏟아낸다. 특히 다음 총선의 공천을 의식하는 인물들은 후보의 경쟁력보다 자신의 인지도를 의식하는 경우마저 없지 않다.여야 경쟁은 물론 같은 정당 내의 후보들 사이에서 검증을 빌미로 상대의 흠결을 부각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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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지사 찬스, 지사 보험 지면기사
유능한 장수는 아군만 아니라 적의 장단(長短)을 손금보듯 한다. 지형지물을 꿰뚫고, 장점을 극대화해 이기는 싸움을 한다. 고구려 장수 양만춘은 탁월한 지략으로 안시성을 지켜냈다. 공격하는 쪽보다 방어군이 절대 우세한 공성전(功城戰)에 능했다. 성을 공격하려면 방어군의 5배 넘는 병사와 화력이 필요하다. 당 태종 이세민은 버티기에 나선 고구려군을 궤멸하려 토성까지 쌓았으나 함락하지 못했고, 한쪽 눈을 잃었다. 제풀에 동진(東進)을 포기하고 퇴각했다. 당나라는 국운이 기울었다.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직(職)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자당 경쟁자도 공정한 경선을 위해 마땅히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지사라는 프리미엄에 도민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거다. 이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지사냐, 대선 후보냐 택하라면 지사의 길을 가겠단다. 이재명의 '경기지사직' 두고 정치권이 시끌아직은 성을 나와 대적할때 아니라고 판단 국민의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후보 등록과 함께 사퇴했다. "도정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과 당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제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다"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깨끗하게 사퇴하는 것이 덜도 더도 아닌 나의 양심이자 공직윤리'라며."도지사 역할을 형식적으로 할 수도 없고, 지사직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는 원 후보 말은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지지율 1%의 답답한 흐름에, 난국을 돌파할 비책도 마땅치 않았다. 중원 싸움에 외딴 섬이 고립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수성(守成)이 아닌 전장의 심장부로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단기 필마로 진격하는 용기가 됐을 뿐이다.이 지사는 반대 행보다. 성문을 잠근 방어망이 견고하다. 국지 도발은 신경 쓰지 않겠다며 근력을 키운다. 가끔 말싸움에 끼어들다 이제는 응하지 않겠다며 귀를 닫았다. 구설에 휘말리거나 헛발질하는 우를 피하겠다는 심산에서다. 공격자들 예봉은 무뎌지고, 맥이 빠진다.이재명은 전국 최대 광역단체장에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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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문화유산이 불편하다 지면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 왜곡을 개선하라고 경고했다. 일본이 2015년 6월 '군함도'(端島·하시마섬) 등 7곳의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을 포함한 23곳의 근대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약속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조치' 미이행에 대한 비판 결정문을 채택한 것이다. 일본의 기만적인 세계유산 등재는 이번만이 아니다. 히로시마 원폭 돔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당시,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과 핵전쟁의 참혹함을 증거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세계문화유산 지정 후에는 평화 가치를 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입은 전쟁의 피해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심지어 우익의 재무장론을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해왔다. 일본의 기만행위만 질타할 때가 아니다. 역사와 기억을 대하는 우리 사정도 그리 떳떳지 않기 때문이다. 강화도 관방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무산개항장 문화지구·캠프마켓도 논란 이어져 인천시는 강화도 관방유적의 가치를 알리면서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일본 군함 운요호의 침략현장인 강화 초지진과 미국 태평양 함대가 조선 수비군을 궤멸시킨 광성보를 비롯한 강화도 관방유적은 조선후기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여러 세계열강과의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들로, 세계유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016년 문화재청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잠정목록까지 제출하였지만 강화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경사'가 있었지만, 한국 최대 규모의 강화갯벌은 정작 포함되지 못했다. 주민들의 어업활동 위축을 우려한 강화군의 반대 때문이다.개항장 문화지구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에는 구청장이 개항장 문화지구 일대의 건축물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인천시에 건의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2015년에는 중구 주민들이 식민지기에 건축된 일본식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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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꼭 이렇게 바꿔보자 지면기사
남자도 더울땐 양산 '여성만' 고집 고정관념메모지 포스트잇 접착제 사용 대박쳤듯이일상의 작은 것도 바꾸어 나가는 노력 중요모두가 행복한 삶 위해 수시로 시행·적용을작은 생각들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있다! 우리 머릿속에는 하루에도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명멸하지만, 쓸모 있는 생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오만가지 생각들 가운데서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섬광 같은 생각들도 나온다.이 작은 생각, 혹은 아이디어가 일상과 세상을 바꾼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육상경기 종목의 하나인 높이뛰기에서 널리 애용되는 배면도약법은 포스 베리가 창안해낸 것이다. 이 방법을 처음 사용했을 때 그는 온갖 비난과 비웃음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1968년 올림픽에서 그가 배면도약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메모지의 대명사인 포스트잇은 실패한 접착제였다. 잘 붙었지만 잘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됐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오자 모두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는 그 특성을 살려 수시로 붙였다 뗄 수 있는 메모지용 접착제로 사용하여 대박을 쳤다.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진정한 의미는 명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상황 속에서 맥락에 따라 주어진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때 그가 활용한 예시가 바로 토끼-오리 그림이다. 본래 이 그림은 1898년 조셉 재스트로가 착시그림(optical illusion)으로 개발한 것인데, 이를 비트겐슈타인이 언어철학의 예시로 활용하면서 더 유명해졌다.우리에게도 살아가면서 바꾸면 좋을 것 같은 일상의 관습들이 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비가 오는 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옆 사람 옷에 빗물이 묻지 않도록 젖은 우산은 꼭 접자. 또 만원버스나 전철에서 백팩 가방을 앞으로 메면 통행에 불편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버스나 전철을 탈 때 먼저 창가 쪽으로 앉으면 다음 사람이 자리에 앉아가기가 편해지며, 빈자리에 앉을 때 그냥 털썩 앉는 것이 아니라 양옆의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거나 양해를 구하고 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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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고용연장과 청년실업 지면기사
저출산 따른 인구절벽, 노동절벽으로 귀결연금액 늘어나는 만큼 국가재정 부담 줄어인구 逆피라미드화 생산인구 감소등 악순환노동·연금·복지·재정 등 대수술 시급하다정년연장 문제는 노사갈등, 세대갈등,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양날의 칼이어서 언급 자체가 부담스럽다. 그런데 임기 1년도 안 남은 문재인정부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정년연장이 아닌 고용연장 방침을 설계 중이다. 정년퇴직 이후 65세까지 계속 근무를 허용하는 대신 임금 인하, 재고용, 정년 폐지 등은 기업자율에 맡기는 것이 골자다. 공론화와 실행작업은 차기정부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내년 대선에서 중장년과 노동계 표심을 잡으려는 꼼수(?)란 비난이 부담이나 시의성(時宜性)이 요구되는 난제(難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탓이다. 국민연금 수급연령(62세)이 2023년부터 63세로 상향조정된 때문이다. 내후년 이후부터는 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5년마다 한 살씩 올려 2033년에는 65세로 높아진다. 정년퇴직을 현행 60세로 유지할 경우 은퇴 직후의 '소득 보릿고개'만 연장된다. 귀족노조의 정년연장 투정(?)은 언감생심이고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은 고민이 깊다.기획재정부가 고용연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은 노동절벽으로 귀결되어 근로소득 세수입 감소가 불문가지인데 복지지출은 더 커질 예정이니 말이다. 고용연장은 국민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근로기간이 1년 더 연장될 때마다 은퇴 후 국민연금 급여가 1.2%씩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국가재정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이다.저출산, 고령화가 화근이다. 지난 10년 동안 10대 청소년 인구는 194만명이 감소한 반면, 60대 인구는 무려 278만명이 증가했다. 전체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가 작년부터 고령층에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10년 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설상가상이다. 80대 이상 인구는 2011년 말 103만명에서 지난달 말에는 204만명으로 증가했다.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인구의 역(逆)피라미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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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네거티브는 이기는 길이 아니다 지면기사
윤석열, 모든층 아우른다는 발언과 반대방향민주당, 예비경선 '이재명 對 반이재명' 구도대선, 시대정신 관통 의제 발제하는 쪽 승리여야 후보군, 적극적 정책 개진 찾기 어려워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어떠한 변수와 상황이 돌발할지 알 수 없지만 선거 초반을 관통하고 있는 구도는 정권교체론이다. 선거 막판까지 이 구도가 유지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도전 선언 이후 엑스파일 논란과 7월2일 윤 전 총장 장모 구속 등 부정 요인에도 불구하고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심판정서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승부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상대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비교적 약체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망가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이명박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선거구도를 넘지 못한 결과다. 반면 선거에서 결정적인 부분이 선거 프레임이지만 프레임을 담아낼 만한 인물과 그릇이 빈약하다면 프레임을 통한 승리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대선 초반의 전반적 평가는 여야 후보 모두 포지티브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여당 경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견제를 위한 의혹 제기와 부자연스런 네거티브가 주를 이뤘고 야권의 최강 후보인 윤 전 총장은 반문재인의 안티 테제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압도적 승리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보수, 중도는 물론 진보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4일 이 지사를 향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발언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의 기시감을 느낄 정도의 퇴행적 이념 공세다. 선출직인 현역 경기도지사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겠는가.선거 속성상 여야의 경선이 본격화할수록 정당 차원의 네거티브 공방은 물론 진영 내부의 후보에 대한 비난전도 고조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토론회에서도 두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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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로켓 배송' 쿠팡이 어쩌다 지면기사
이천 물류센터 화재 소방관 순직·늑장대응 인권·노동권 침해에 업주·거래업체엔 갑질소비자들 잠재된 불만 폭발 탈퇴·불매운동MZ세대, 비즈니스에 휴머니티·진정성 요구자정 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상품을 받는다. 멤버십(와우)에 가입해 월 2천900원을 내면 3천원 저가품이라도 공짜로 로켓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 쿠팡(Coupang)이 바꾼 혁신 배송 시스템이다.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해 첫 거래일 시가 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업계 예상 55조원을 훨씬 웃도는 호성적이다. 국내 증시 기준 삼성전자에 이은 서열 2위다.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NAVER)와 카카오를 단숨에 뛰어넘었다.지난해 쿠팡은 네이버에 이어 국내 온라인 상거래 시장 점유율 2위가 됐다. 미국 아마존, 중국 타오바오, 일본 라쿠텐과 동급 대접을 받는다.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인물이 됐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학과 경제학을 배웠고, 잡지를 창간해 매각한 이력을 지녔다. 떡잎부터 달랐다는 칭송이 요란하다.쿠팡의 핵심 코드는 최저가 상품을 다음 날 새벽 문 앞까지 배달하는 '로켓 배송'이다. '가장 싸고, 빠르게'는 한국인 정서에 최적이다. 김 의장은 빨리빨리 심리를 파고들어 매년 30% 넘는 성장세를 견인했다. 지난해만 7천억원, 누적 적자 4조원이 넘는 기업이 미래가치로 주목받는 이유다.쿠팡이 복병을 만났다. 이천 마장 물류센터가 발화점이다. 5일 동안 꺼지지 않은 불길에 수천억 자산이 잿더미가 됐고, 소방관이 순직했다.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와 늑장대응이 논란이 됐다. 선풍기 뒹구는 지하 작업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노출됐고, 잠재했던 불만 요인이 한꺼번에 분출됐다. 소비자 탈퇴·불매 운동에 가속도가 붙는다.로켓 배송에 가려진 근로자 인권과 노동권 침해 현장은 참담하다. 수년 사이 과로한 배송기사가 잇따라 숨졌다. 휴대폰을 압수당하고, 관리자 눈치를 보며 화장실에 간다는 여성 근로자들 증언은 충격적이다. 배송기사가 배정된 물량을 소화하느라 끼니도 거르는 실태가 알려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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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늑대들을 불러내는 '공정' 주술 지면기사
청년들 절망적 현실 실력주의의 토양 때문일자리 없는 42만명 미래 생각할 여유도 없어文정부 무임승차 부추기는 정당 여겨질 뿐토론배틀, 옳다는것 입증 못하면 모두 패배자제1야당 국민의힘이 30대 청년 정치인 이준석을 당대표로 내세우는 파격을 연출했다. 이 파격이 보수정치의 환골탈태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높다.통합이 아니라 공존을 강조한 그의 당대표 수락 연설은 신선했다. 샐러드볼을 사례로 들면서 '다움'의 강박을 버리자는 주장이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다문화주의 또한 후한 점수를 받을만했다. 기존의 보수와는 결이 다른 합리적 보수의 등장이 다른 정당의 개혁을 촉발하고 한국 정치의 낡은 지평까지 혁신하기를 희망해 보는 것이다.문제는 이준석 대표가 내세운 보수의 '공정' 가치이다. 그가 당대표 취임 후 추진한 '미스터트롯' 방식의 대변인 선발과정은 '공정' 가치의 후광이 되고 있다. '미스터트롯'은 영웅신화처럼 무명의 인재가 최고 가수로 되어가는 서사 구조를 하고 있는 드라마틱한 공개 오디션이다. 대중음악 스타들의 심사, 현장 관객의 투표, 시청자들의 문자투표까지 최고가수가 탄생하는 흥미진진한 과정은 코로나19 위기로 지친 국민들에게 최고의 위안이었다.그러나 이 오디션 프로의 즐거운 경연과 개인이 경험하는 경쟁을 동일시하는 것은 환각이다. 전자가 게임을 모방한 즐거운 놀이라면 후자는 삶의 정글에서 갑질과 차별을 감내하며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투이기 때문이다.단거리 경주에서 출발선이 다르면 어지간해선 순위가 바뀌지 않듯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경기의 승패도 결정된 것이다.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실력양성론'도 그랬다. 독립을 위해서는 독립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진화론의 적자생존론에 기초한 것이었다. 조선의 식민지화는 독립 역량이 부족한 탓이라는 책임론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일본제국을 식민지국가가 추월할 수 없으니 독립은 불가능하다는 자가당착까지 내포하고 있었다.'공정'은 관점에 따라 다르다. 진보의 공정은 개인이 처한 누적된 불평등을 보정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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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부끄러움을 위하여 지면기사
하늘 속여도 자기 마음을 속이지는 못하는 법성폭력·대형참사 등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이 상황 타개하기 위해 법 조항 촘촘히 짜고CCTV 확충보다 부끄러움 회복이 더 중요세월이 가니 머리로 이해하던 것을 이제는 가슴으로 알게 된다. '맹자' 진심편에 등장하는 군자삼락(君子三樂)도 그렇다. 맹자는 '부모님께서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탈하며, 하늘을 우러러도 고개를 숙여도 부끄러울 게 없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을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는 군자가 아닌 보통사람들도 바라는 바요, 정말 행복한 일이다.열 가지 좋은 일보다 한 가지 나쁜 일이 없으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가족이 무탈하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그러다가도 문득 현실과 마주치게 되면 노후대책이 조금 확실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자녀들이 괜찮은 직장을 갖고 앞가림을 하고 또 뭐가 어쨌으면 좋겠고 하면서 자잘한 바람들이 자꾸 추가되어 삼락(三樂)을 훌쩍 초과하게 되니 군자로 살기는 영 틀렸다.그런데 이것이 꼭 내 탓만은 아닌 까닭은 지금은 경제적 가치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물신주의 시대이기 때문인데, 평생을 출가수행자로 사신 분은 현재 사회가 선천의 음 시대를 지나 물질이 개벽된 양 시대이기 때문이기에 더 그렇다고 설명하신다.알다시피 한국의 민족종교들은 19세기 세도정치와 삼정의 문란 같은 내우(內憂)에 제국주의의 침탈이라는 외환(外患)의 상황에서 민중적 갈망과 불안을 치유하는 대안으로 등장했다.특히 동학에서 시작된 개벽 담론은 후속주자인 증산교·대종교·보천교·원불교 등 신종교의 핵심 교리로 자리 잡게 된다. 하늘과 땅이 새로 열린다는 개벽사상은 우주질서를 재편하는 삼계개벽(三界開闢), 문명개벽(文明開闢)에 개벽사상의 결정판인 정신개벽론(情神開闢論)으로 발전한다.이들 개벽사상의 공통점은 억압되었던 것들이 주인이 되고 삐뚤어진 우주의 질서가 바로 선다는 것으로 과학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를 이루고, 약자(弱者)가 주체가 되며, 겸양이나 부끄러움보다는 적극적인 것이 환영을 받는 양시대(陽時代)가 된다는 것이다.그런데 양시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