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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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살맛 나는 세상의 조건 지면기사
서울의 모 장례식장에서 상주 A씨가 모친상을 치르면서 고인이 즐기던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인근 음식점들에 주문했다가 황망한 경험을 했다. 한 식당에서는 닭볶음탕 1인분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다른 분식집 사장은 손수 된장찌개를 싸들고 빈소(殯所)로 찾아와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편지와 조위금까지 전달한 것이다.지난달 주요 일간신문에 소개된 내용이다. 한 문상객이 상주에게서 전해 들은 미담(美談)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것이 발단인데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거짓말이다", "요즘 이른바 훈훈한 사연으로 '돈쭐'나는 음식점들이 많아서 그걸 노린 마케팅이 아니냐"는 등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돈쭐'이란 '돈'+'혼쭐'의 변형된 신조어로 '혼쭐이 나다'라는 원래 의미와는 달리 정의로운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의미이다.기자 B씨가 해당 음식점들을 찾아 직접 확인한 결과 이 식당 주인들은 상주는 물론 유가족들과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유족의 애통함을 이용해서 매출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상주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연을 접한 젊은 네티즌들은 "아직 세상은 따뜻한가 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람의 작은 선행이 주변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사회적 자본 부정적 측면보다 순기능 더 커한국, 사회자본지수 세계 23위 '고단한 삶' 자본의 종류에는 통상적 의미의 물질적 자본과 인적 자본 그리고 사회적 자본이 있다. 사회적 자본은 아직 개념 정립이 덜 된 상태이나 대체로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신뢰와 사회단체 참여(네트워크), 사회규범, 사회구조 등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통합한 개념으로 물질적 자본, 인적 자본처럼 생산활동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사회적 자본을 사회구성원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해 조정과 협동을 촉진하는 규범, 신뢰, 네트워크 등으로 정의했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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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진영의 정치가 선거를 왜곡시키고 있다 지면기사
1992년 14대 대선 이후 15대 대선부터 지난 19대 대선까지, 2007년 17대 대선을 제외하곤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은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렸다. 15대 대선은 1.52%p 차로 진보 승리, 16대 대선 역시 1.96%p 차로 진보의 승리, 17대 대선은 보수가 큰 표차로 이겼지만, 18대 대선 역시 3.94%p 차이에 불과했다. 19대 대선은 문재인 후보가 41.09%를 얻어 2위인 홍준표 후보의 24.04%와 차이를 벌렸으나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볼 때 보수 진영인 홍준표 후보, 안철수 후보의 21.42%, 유승민 후보의 6.76%를 합치면 52.22%, 진보 진영은 문재인 후보와 진보 후보인 심상정 후보를 더한 표가 47.26%로 역시 박빙의 승부로 볼 수 있다.내년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진영 대 진영의 첨예한 대결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적대적 공생으로 정치적 이기주의를 충족해 온 양대 진영은 보수와 진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세력이 아니다. 오로지 이익과 이해를 공유하는 직업적 정치집단일 뿐이다. 대선 국면에서 유권자의 기억에 남는 잔상은 무엇인가. 정치기술자들 갈라치기로 지지자 결집 나서유권자는 적대적 정치 공고화 수단으로 전락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사건이 대선 이슈를 빨아들이고 검찰 수사가 대선 정국을 지배하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 이는 여야 정당들에서 다른 후보보다 흠결이 많고 문제적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주도권을 차지하고 유권자 역시 적대와 증오의 정치에 편승한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공간에서 정책과 이념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선거에는 정당, 정책, 인물, 구도 등의 변수가 승패를 좌우한다. 어떠한 변수가 보다 지배적인가는 선거 당시의 정치상황과 각 요인 간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선거구도, 이른바 프레임은 선거 전체를 관통한다. 내년 대선의 프레임은 정권교체론 대 정권유지론이다. 정권 획득을 두고 쟁투를 벌이는 권력투쟁이 선거이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적 구도이지만 재작년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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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강천보 해체 말라' 지면기사
2006년 7월16일, 이기수 여주군수는 남한강 제방과 군청 상황실을 오가며 밤을 지샜다. 취임 3주가 지나지 않아서다. 강 수위가 한계치인 11m에 근접하면서 저지대는 이미 잠겼고, 전역으로 번질 기세였다. 다행히 장대비는 잦아들었고, 다음날 범람 위기에서 비켜났다. 그해 여름 여주엔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연이어 발령돼 공포지수가 극에 달했다.경기도 변방 출신으로, 도청 국장과 고양 부시장을 지낸 이기수는 민선 군수에 당선돼 금의환향했다. 30년 넘는 공직 경험을 살려 고향에 봉공(奉公)하자 다짐했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팔당상수원을 위한 거미줄 규제에 묶여 지역경제는 엉망이었다. 지역을 옥죄는 수도권정비법과 상수원보호법은 기초단체장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철벽이었다. 수년 주기(週期) 홍수피해는 설상가상. 1978년, 1990년 대홍수는 중·장년 주민에 악몽이 됐다. 4대강 정비사업후 여주에선 수해걱정 덜어주민 "환경부, 보철거 수순 밟으면 강력투쟁" 여주 읍내를 관통하는 남한강 제방은 낮고, 하상이 높아 우기에 취약했다. 지천과 지류로 역류해 저지대가 잠기는 수해가 반복됐다. 군수가 됐어도 해결 방도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언론 인터뷰에서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주민들이 해마다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수해 현장을 찾은 야당 대표와 도지사에 홍수방지 예산을 달라 사정하면서 안되면 군비를 몽땅 쓰겠다며 생떼를 썼다.2년 뒤 이명박 정부는 22조원이 넘는 예산으로 4대강 정비사업에 나섰다. 남한강엔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가 설치됐다. 강 준설로 골재(모래) 5천만㎥가 채굴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포보~강천보 구간에서만 3천100만㎥를 파냈다. 사업이 끝난 2013년 이후 여주 관내에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역에선 수해 걱정은 덜었다고들 한다.이달 중순, 강천보 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환경부 장관 방문에 맞춰 주민과 지역단체가 시위를 벌인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DB하이텍, OB맥주, SK하이닉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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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오징어게임'이 열어젖힌 지옥도 지면기사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콘텐츠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다룬 이 드라마는 9월17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이래 24일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고 1억1천만가구 이상이 시청했다. 253억원의 제작비로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여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BTS와 '기생충'에 이어 한류가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세계인들이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이 영상물이 놀이라는 점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유희 본능과 추억을 자극하는 각종 놀이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456명의 게임 참가자 중 최후에는 한 사람만 살아남는 데스 게임이다.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긴장감도 고조된다. 여기에 실종된 형을 찾기 위한 황 형사의 추적이 병행되면서 미스터리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 유희 본능과 향수에다 서바이벌의 긴장감, 미스터리의 호기심까지 버무린 융합 서사인 셈이다. 규칙위반 처단·비리 묵인·폭력 살인도 방관'권력의 선택적 정의' 극중 현실 공정치 않아 이 드라마는 놀이와 현실을 병치하면서 놀이 속에 숨겨져 있던 현실이라는 지옥도를 제시하고 있다. 게임의 참가자들은 잔인한 게임이 두려워 현실 세계로 나갔다가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게임장으로 되돌아온 사람들이다. 놀이는 전쟁이나 현실에서 기원하거나 모방한 경우가 많지만 놀이에서 그 기원을 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희본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관습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놀이와 현실의 불가역성은 부정된다. 명함의 전화번호로 놀이판과 현실 세계를 오고 가는 '통로'가 열리자 현실보다 더 리얼한 현실의 미니어처가 펼쳐진 것이다.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를 비롯한 세계의 언론들은 '오징어 게임'을 한국사회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심각한 빈부격차,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웃도는 가계부채,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에 대한 청년들의 냉소적 무관심 등이 오징어 게임 열풍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 현실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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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면기사
'짱구는 못 말려'는 인기 있는 일본 만화다. 원작자인 고(故) 우스이 요시토는 이 만화로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짱구는 천하의 말썽쟁이에, 어른들을 바보로 만드는 놀라운 센스에 기상천외한 장난으로 실소를 머금게 한다. 짱구네는 전형적인 일본의 소시민 가족이다. 짱구 아빠는 허름한 와르르맨션 아파트에 살면서 만년 계장에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런데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일본경제가 예전 같지 않자 갑자기 짱구 아빠는 찌질한 소시민 아빠가 아니라 어엿한 집 한 채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기득권층으로 격상됐다. 그러면 찌질한 소시민 짱구 아빠는 로또에 당첨된 것도 아니고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득권층이 되었을까.취업난·긴 실업기간… 우리 젊은이들 현실정부의 양적완화든 적극적인 복지정책은 비밀은 일본경기 침체와 경제정책에 있다. 아베 정부가 적극 추진한 양적 완화는 일시적으로 꺼져가는 경제에 불을 지피는 순기능을 하였으나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안고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본정부는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등의 정책으로 물가를 잡고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줄여왔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청년들은 저임금에 임시직 알바를 전전하는 '프리터 족'이 됐다. 당연히 일본의 청년들에게 집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고, 결혼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여기에 여성들의 지위 상승과 능력이 넘치는 알파걸들의 등장은 일본 청년들을 초식남으로 만들어 버렸다.사회적 변화와 경제의 모순을 청년층에게 전가시켜 버린 꼴이다. 그러니 이 청년들에게 짱구 아빠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기득권 선배다.'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나 같은 경제 문외한인 소심한 글쟁이는 양적 완화나 정부가 채무를 늘리는 정책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알다시피 1차 대전 직후 독일 정부와 리더들이 국가 채무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한 초인플레이션 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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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취업시즌의 단상(斷想) 지면기사
1천300년전 매화꽃 피는 음력 2월 과거시험 합격자 발표 날에는 중국 당나라 장안성 동남쪽 곡강(曲江) 일대가 시끌벅적하다. 진사(進士) 급제자를 위한 축하연회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응시생 수는 수천 명이나 합격자는 서른 명 남짓이어서 장안의 권문세가와 부자들이 아들딸을 이끌고 급제자들을 구경하려고 몰려들어 더 혼잡하다. 이 곡강연(曲江宴)에서 사윗감을 고르기 위해 몰려든 고관대작들의 화려한 수례행렬은 점입가경이다. 이날 장안의 다운타운에는 불합격자 수천 명의 넋두리와 눈물도 끊이지 않았다.과거(科擧)는 유가(儒家) 지식인사회에서 부귀공명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흙수저에게 과거급제란 로또 대박보다 더한 기회여서 '개천 용' 일화도 비일비재했다. 재수, 삼수는 기본이고 10년, 20년 심지어 평생을 시험에 매달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갈수록 과거시험과 재력(財力) 사이의 상관관계도 높아졌다. 권력계층 자식들의 '아빠찬스'는 금상첨화였다. 거듭된 낙방 끝에 승려로 전락한 한산(寒山)은 "백도 없고 돈도 없어 과거에 떨어졌다"고 탄식했다. 헬조선에서 안정적 먹거리인 '철밥통' 인기최고의 엘리트집단 공무원 숫자 점점 늘어 중국발 과거문화는 몇 백 년 후에 한반도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젊은 청춘들 중에서 과거시험에 매달렸다 낭패한 과거폐족들이 수두룩했다. 오죽하면 과거급제를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한 등용문(登龍門)에 비교했겠는가.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법고시 도전 9년 만에 겨우 합격했단다. 과거제의 유산인 사법, 행정, 외무고시 중에서 현재는 5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행정고시만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외무고시는 2013년에, 사법고시는 2017년에 각각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 대신 교사임용고시, 7·9급 공무원고시, 군무원고시, 소방공무원고시, 경찰고시 등 낯선 용어들이 새로 생겨났다. 사시, 행시 합격자 출신들이 자존심 상해(?)할 수도 있지만 중·고등학교 교사 선발시험인 교사임용고시는 경쟁률이 치열하다. 해마다 대학들이 캠퍼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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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선거 이전에 의혹이 규명되어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대선에 참전하면서 대선 본선까지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길과 연대의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안은 한국 대선에서 낯선 방법이 아니다.우선 후자의 대표적 예가 1997년 15대 대선의 DJP 연대다. 김대중과 김종필의 내각제를 고리로 한 연대는 호남과 충청의 지역연합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당시의 선거환경에서 호남 유권자의 집결만으로 김대중의 집권은 불가능해 보였고 내각제론자인 김종필도 대통령제로는 권력의 정상에 오를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지역 카리스마를 가진 두 사람이 내각제 개헌에 합의함으로써 가치보다는 실리를 택한 전형적 선거공학에 의한 연대가 이루어졌고, 선거 이후 김종필이 공동정부의 정치적 지분을 갖는 국무총리로 임명됐지만 이후 두 세력의 연대는 깨졌다. 전자는 지난 4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안 대표와의 단일화의 예이다. 안 대표는 주지하듯이 여러 차례 단일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만약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4월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약속은 어떠한 명분으로 번복할 지도 궁금하지만 결정적 장애는 아니다. 약속을 번복하고 출마한 예는 한국정치사에서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사법 심판받는 대통령 더이상 선출돼선 안돼가려진 범죄 퇴임후 '반드시 단죄' 값진 교훈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정치교체를 선언하고 제3지대란 용어도 거부하면서 기존의 정치문법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선거를 통한 레이스를 공식화했지만 특정 세력과의 연대 여부를 포함하여 대선 방정식에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지 미지수다.민주화 이후 7번의 선거가 있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이 당선됐고 보수와 진보가 정확히 10년씩 권력을 주고받았다. 이 공식에 의하면 20대 대선은 여당이 당선될 것이다. 조국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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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일산대교 '공짜' 따져보니 지면기사
김포와 고양·파주를 잇는 일산대교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 1천200원이다. 1.84㎞ 다리를 건너는데 ㎞당 652원을 부담한다. 수도권 순환고속도로(㎞당 109원)의 5배,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당 60원)의 11배나 된다. 2008년 개통 당시 2만여대에 그쳤던 통행량은 지난해 7만대를 훌쩍 넘었다. 요금이 비싸다는 불만은 어제오늘이 아니나,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인근 김포대교를 이용하려면 20㎞ 넘게 돌고, 20~30분 허비해야 한다. 출퇴근길 1분만 지체돼도 마른 침을 삼켜야 하는 게 직장인들이다. 10년 넘게 원성을 산 일산대교가 이르면 내달부터 무료로 전환된다. 경기도가 공공처분 방식으로 운영사에 보상비를 주고 운영권을 회수한다. 2천억원 넘는 보상금 절반은 도(道)가, 나머지는 3개 지자체가 분담하기로 했다. 무료화를 선언한 날 이재명 경기지사는 '교통기본권'을 외쳤고, 김포·고양·파주가 병풍을 섰다. 통행료, 도민 세금으로 대체 공정한지 의문패소땐 과다비용 지불 혈세낭비 비난 직면 이 지사는 운영권자인 국민연금을 '배임, 사기죄로 처벌받아 마땅한 부도덕한 집단'으로 본다. 통행료 수입에서 고리(高利)의 대출이자를 떼고, 손실이 났다며 통행료를 올리고, 도민 세금으로 수익보전을 받는다 맹공한다. (주)일산대교 단독주주인 국민연금이 자기대출로 최대 20%까지 금리를 적용하고, 최소운영수익보장금(MRG) 보장에 따라 연간 40억~50억원 지원금을 받는 행태를 비판한 거다.이용자들은 '공짜'에 환호할지 모르나, 따져볼 게 많다. 우선, 수혜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내야 할 통행료를 도민 세금으로 대체하는 게 공정한지 의문이다. 연금 수익을 가로채 국민 모두에 피해를 주는 게 맞느냐는 주장도 있다.보상액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 국민연금은 7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수익금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지루한 소송전이 예상되는데,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 소송에선 지자체가 모두 패소해 원금과 이자, 기대 수익금까지 토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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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평화정원과 평화도시 지면기사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관계나 남북 간의 대화 모색이 타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면이다. 북한은 아직 트럼프식 일괄타결과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를 절충한 바이든식 '실용적 접근법'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착의 늪에 빠진 것은 북미 간, 남북 간의 신뢰 기반이 부재한 탓이며 조정자의 부재 탓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조정자'를 자처했지만 트럼프의 대북 드라이브를 제어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갖지 못했으며, 개성공단 문제나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 정부 해법을 관철하지도 못했다. 북미협상이 공전되면 남북관계도 폐색되는 양상이 반복돼왔다. 그러니 지방정부 나름의 교류협력 사업을 계획해봐도 남북관계의 진전이나 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종속변수에 불과했다.북미협상이 남북관계를 규정하고 남북 정부의 대화 진척이 지방정부나 민간의 교류협력사업을 좌우하는 전형적 내려먹임 구조이다. 남북관계가 북미 관계를 보완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해야 하고, 지방정부도 창의적 접근법으로 남북관계를 보완하고 역진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지방정부 차원의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교류협력에서는 빅딜 만이 능사가 아니다. 하노이에서 북미협상의 결렬이 긴 교착으로 이어졌듯이 일괄타결식 협상은 실패의 확률도 높고 깊은 후유증을 남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지속적이고 다양한 교류가 교착을 타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교류가 축적되고 확대된다면 자연스레 역진을 방지하는 스냅백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남북 교류협력에서 지방의 특성과 조건을 고려한 자율성과 분권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 지방 남북교류협력 사업 자율성 줘야인천시, 강화 볼음도에 첫 '평화정원' 추진 인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평화정원 조성사업'은 주목할만하다. 인천시, 인천도시공사, 인천시교육청 등의 기관이 힘을 모아 강화도 일대에 '평화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생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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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코로나 시대의 지역문화예술 지면기사
우리는 모두 '지역'에서 산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모두 지역민이거나 지역의 문화예술인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또는 세계로 향하는 소통구조를 확보하고 있느냐 아니냐, 나아가 그럴 기회를 부여받을 만큼의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있느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코로나19, 정확히 말하자면 코비드19(COVLD-19)의 장기화는 전국 규모의 경제나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으며, 문화예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후의 경제적 보루인 국가재정을 투입하면서까지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나 예술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지역문화예술로 국한시켜 놓고 보더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에 따른 예술인 지원정책은 예술인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이나 광역 또는 기초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긴급재난지원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했던 공공미술뉴딜사업 등이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예산 규모도 그러하거니와 예술인들이 피부로 체감할 만큼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 다양한 지원 불구 예술인들 피부로 체감못해예산편성 효율성·적절한 집행인지 따져봐야 그런데 지금 예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코로나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지역문화예술의 정책과 문화예술계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과 어려움이 코로나로 인해 조금 더 가속화한 것뿐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무작정 예산을 늘리고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예산 편성의 효율성과 실정에 맞는 적실한 예산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하고, 만일 이 부분이 미심쩍다면 현장의 문화예술인들 목소리를 듣고 그 의견을 청취하고 자문을 받아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 의견 청취가 자문회의를 구성하고 결과보고를 문서형태로 남기고 하는 복잡한 행정적 절차나 편의주의에서 벗어나서 전화라든지 SNS를 활용한다든지 하는 보다 신속하고 실제적인 방식으로 진행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현재 우리의 방역 체계는 철저한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