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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치솟는 소주값, 가격변동제는 어떨까 지면기사
'국민 술'로 불리는 소주 가격의 상승세가 무섭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1병에 3천원하던 소주가 이제는 5천~6천원은 기본이고 강남 일부 식당에서는 1병당 7천원까지 책정했다.소주 가격의 인상은 원료 가격의 상승과 맞물려있다.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 값은 올해 평균 9.8%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7.8% 올라 2년 연속 가격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주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 360㎖의 공장 출고가는 1천247.7원으로 81원가량 올랐다.아무리 출고가가 올랐다고 해도 국민들은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 인상에 공감하지 못한다. 고작 81원 올랐을 뿐인데 소비자 판매 가격은 3천~4천원이 올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영업자들은 소주 가격 책정에는 단순히 공장 출고가의 상승뿐만 아니라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공요금과 인건비 등의 상승분도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또 밑반찬의 재료도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공기밥도 수십년전 1천원 받았던 가격을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등 다양한 고려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휘발유·경유 가격처럼 시세에 따라 소주가격을 변동하는 것은 어떨까.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모든 주유소 앞에는 오늘의 휘발유·경유 가격을 안내하고 운전자들은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닌다.소주 가격을 정하는 요소는 자영업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양하다. 다만 정부가 최근 공공요금 동결 및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국산 증류주에 일종의 세금할인율 개념인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소주에는 22.0%의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돼 공장 출고가는 1천115원으로 떨어진다. 한 번 올랐던 외식 물가는 떨어질 줄 모른다. 다만 소주만큼은 제반 비용이 하락했을 때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처럼 변동을 주는 것은 어떨까.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운전자들처럼 애주가들이 소주 가격을 보고 음식점을 찾아다닐 수 있게 말이다. /서승택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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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멀어지는 내 집 마련 지면기사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분양가 상승세가 매섭다. 치솟은 건설자재, 인건비,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돼서다.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올라오는 입주자모집공고문을 보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분양가가 여실히 느껴진다. A건설사가 이달 분양에 돌입한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천 중리 택지개발지구에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인데, 최고가 기준 전용 84㎡ 공급가 5억1천580만~5억2천130만원 수준이다. 3.3㎡ 당 평균 분양가는 1천500만원 가량이다.이는 해당 건설사가 동일 택지 내에서 4개월 전 분양한 단지와 5천만원 이상 차이나는 금액이다. 지난 7월 A건설사는 이천중리 택지개발지구에 아파트를 신규 공급했다. 당시 전용 84㎡ 최고 공급가는 4억6천480만~4억7천960만원,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400만원 수준이었다. 동일한 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이지만 몇 달새 가격이 5천650만원 뛰었다. 급등한 공사비가 반영됐다는 게 건설사의 설명이다.파주 운정신도시 분양가도 눈에 띈다. 부동산 급등기 시절, 운정신도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호재를 타고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곳이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기를 거치며 집값이 하락했으나 최근 GTX 개통이 임박하면서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다.최근 분양에 돌입한 H건설이 와동동에 공급하는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전용 84㎡ 공급 최고가는 7억9천990만~8억880만원에 달한다. 운정신도시 대장주 동패동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 84㎡ 19층 주택은 이달 7억5천만원에 실거래됐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된 셈이다.경기도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가파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869만원으로 전년 대비 18.4% 올랐다. 전국 3.3㎡당 평균 1천801만원을 뛰어 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은 0.2%, 인천은 0.1% 하락을 기록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수도권 중 경기도만 크게 올랐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예비청약자들의 곡소리가 커진다. 실제 아파트 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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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경기도리그' 되는 2024시즌 K리그2 지면기사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2에 참가하는 13개 팀 중 6개 팀은 경기도 연고 팀이다. K리그2 경기도 연고 팀은 기존 5개 팀에서 수원 삼성의 강등으로 모두 6개가 됐다. 2024년에는 K리그2에서 절반에 가까운 경기도 연고 팀이 K리그1 승격을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치게 됐다. '경기도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2로 강등된 수원 삼성이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큰 관심이다. 수원 삼성은 K리그 팀 중 팬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홈 경기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에도 수많은 수원 삼성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모습은 K리그 팬들이라면 다 안다. K리그2 강등으로 자존심이 상한 수원 삼성은 K리그1 승격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된다.김포FC도 2024시즌 K리그2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김포는 올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원FC에 합산 스코어 1-2로 아쉽게 패해 K리그1 승격에 실패했다. 김포가 프로 3년차인 2024시즌에도 '돌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K리그2에서 잔뼈가 굵은 부천FC1995와 FC안양도 리그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다년간의 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성남FC도 반전을 노린다. 올 시즌 정규라운드에서 승점 44(11승 11무 14패)를 기록하며 9위에 올라 주춤했던 성남은 2024시즌 더 나은 성적에 도전한다.올해 정규라운드에서 승점 25(6승 7무 23패)로 12위에 머물렀던 안산 그리너스FC는 하위권 탈출을 꿈꾼다. 이처럼 2024년 6개의 경기도 연고 팀들이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승부가 프로축구 팬들 앞에 펼쳐진다. 경기도 연고 팀들이 이끄는 2024년 K리그2는 그 어느 때보다 박진감 넘치고 주목도 높은 시즌이 될 것이다. /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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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숭고한 마지막을 위해 지면기사
숭고한 마지막을 위한 과정에서 반드시 동반되는 것이 고인을 장사(葬事)하는 절차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90%가 장사방법으로 화장을 이용하는데 비해 해당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미 전국 각지의 봉안당은 포화상태며 화장로 또한 예약이 밀려있어 유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장례 날짜를 늘리거나 먼 곳으로 고인을 모시고 원정화장을 떠난다.양평군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관내 화장률이 92.6%에 달하나 화장장이 없어 모든 주민이 원정화장을 간다. 또한 지역주민 우선 이용 지침 때문에 관내에 시설이 없는 양평주민들은 화장로를 구하지 못해 노심초사하기 일쑤다.이렇듯 장사시설의 필요성은 제기되나 화장장 추진은 결코 쉽지 않다. 화장장은 '기피시설'이란 인식 때문이다. 아직 주민 대부분은 화장장이 환경오염과 부동산 가격 하락을 동반한다고 인지하며 옛적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정서적 불편함은 이를 더욱 심화시킨다.게다가 군은 3년 전 화장장을 추진하다 주민 반대로 인해 공모를 신청한 마을이 자진 철회하는 사건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외쳤던 말은 "군수와 담당자 나와라"였는데, 당시 다른 문제를 제하더라도 소통이 중요한 사업에서 제기된 '소통부족' 문제는 군이 다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흔을 입혔다.그랬던 양평군이 11월 말, 화장장 재추진을 공표했다. 공모를 통한 모집방식으로 큰 틀 또한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엔 순서가 달랐다. 주민설명회부터 개최하고 군수가 마이크를 먼저 잡았다. 환경과 부동산 등 우려에 대한 대책도 브리핑했다. 추진하고 설득하는 방식에서 설득하고 추진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아직 취재 도중 '화장장에서 뼛가루가 날리지 않냐'는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다. 화장장 추진은 이런 간단한 오해를 푸는 것부터다. 군이 끈질긴 소통을 통해 숭고한 마지막을 위한 공동체적 합의에 도달하길 바란다.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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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평범한 비극 지면기사
인생의 슬프고 애달픈 순간. 한순간 나락으로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혹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순간. 벼랑 끝에 몰려 죽음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순간. 이 경우들을 '비극'이라고 부른다.비극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연극이나 소설에서는 상황을 고조시켜 비극의 서사를 절묘하게 표현한다.형태를 뒤틀어 비극의 처참함을 담아내는 예술 작품과 달리 우리 주변의 비극은 지극히 평범하다. 지난 4월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앞을 서성거렸다. 하루아침에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곳이 제격이었다. 1시간 정도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을 때쯤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노인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담배를 입에서 떼지 않았다. 담뱃불이 다 꺼질 때면 새 담배를 물었다.평생 목수 일을 하며 마련한 집이라고 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빚 하나 없이 장만한 전셋집에서 아내와 함께 노후를 보내려고 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느냐. 좀 알려달라"고 처음 본 사람에게 물을 정도로 간절했다. 그때 노인이 짓던 표정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그리고 지난 8월 후배 기자가 전세사기 피해자 중 유명을 달리한 한 노인을 취재했다. 이 노인은 집에서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이 집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을 때 아내는 생계를 위해 요양병원에서 밤새 와상 환자를 간병하고 있었다.이달 초, 취재차 지난 기사를 참고하다 지난 여름 유명을 달리한 노인이 목수 일을 하며 평생 모은 돈으로 전셋집을 장만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봄에 만난 노인과 이름, 생김새, 하는 일, 아내의 직업까지 모두 같았다.그의 몸에서 풍기던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날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더 줬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평범한 비극이 소설보다 더 처참하게 느껴졌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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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언제까지 서울의 찬가만 부를텐가 지면기사
29년 만에 KBO리그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의 대표적인 팀 응원가 가운데 '서울의 찬가'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패티 김이 1969년에 부른 이 노래는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렵니다'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데, 산업화 초기 서울의 밝은 분위기를 잘 담아낸 곡이다.노래가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서울을 원하는 정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여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 정서에 불을 댕기기 위해 김포의 서울 편입론을 꺼내 들었다. 서울 편입추진위원회를 발족한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서울의 찬가'를 불렀다고 한다. 야당은 '주민 의견을 따르겠다'는 애매한 입장만 던져둔 채 불길이 잦아들길 바라는 눈치다.역설적이게도 윤석열 정부는 올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월에는 부산에서 '지방시대 선포식'을 열었고, 이달 초에는 대전에서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지역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다 함께 잘 살아 보자"고 했다.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대통령의 발언과 상충한다. 서울로 집중될수록 다 함께 잘 살기는 어려워진다. 집중과 균형은 함께 갈 수 없다. 집중은 위계를 형성하고, 위계는 서열을 동반한다.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것이 성공의 잣대가 된 지금이 과연 바람직한가. 매일 서울로 출퇴근 전쟁을 벌이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더 불행해진다.서울을 중구와 종로, 용산 등 국가 주요기능이 위치한 일부 지역만 남겨두고 과감히 줄이는 건 어떨까. 나머지 지역은 고양시 은평구, 하남시 강동구, 인천시 강서구 등으로 재편해보자는 의미다. 혹자는 뜬구름 잡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서울시 김포구도 뜬금없긴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표 한 장과 맞바꾸려는 얄팍한 생각은 거두고, 어떡하면 국민들이 조금은 덜 치열하게 살아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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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문화유산과 함께 산다는 것 지면기사
풍납토성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계기는 유명하다. 1997년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백제 토기를 대거 발견한 이형구 교수가 지금의 문화재청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도시개발에 제약이 생겼고,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시각 사이에서 문화유산의 발굴·보존 등을 두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여전히 문화유산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곤혹스러움을 안겨준다. 최근에는 한 유적지 발굴 현장에 동행 취재 요청을 했다가 땅 주인이 기사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를 접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우리나라는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사실상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듯하다. 지키고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 하나와 개인의 재산을 침해하는 골치 아픈 존재라는 것 하나다. 문화유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경제적인 부분이 바탕에 있다. 개발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면 조사를 진행하고 마무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니 그만큼 손해이고, 개인의 입장에서도 재산권 행사에 여러 제약이 생기게 되니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제재에 초점이 맞춰진 문화재 관련 법들을 강화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그만큼 문화유산과 사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국 에든버러에 취재를 다녀온 뒤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문화유산과의 공존이었는데, 에든버러는 이 부분을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 지역 주민들은 살아가는 곳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인식하고, 도시는 철저하게 세워진 지침 아래 주민들을 위한 방향의 개발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 손대지 않고 보기만 해야 하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넘어 그곳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이 담보된다면, 두 개로 갈라져 버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같은 지향점을 향해 맞닿을 수 있을까.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umj@kyeongin.com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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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권한과 책무 지면기사
장례식장은 불편하다. 기자라는 신분으로 장례식장을 찾을 때면 항상 발걸음이 무겁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계속해서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떠한 죽음 앞에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살피는 게, 자칫 무기가 될 수 있는 기사를 쓸 권한을 가진 기자들의 책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한에 따른 책무가 주어지는 건 비단 기자만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그에 맞는 권한과 책무가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권한이 클수록 뒤따르는 책무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최근 국민의힘이 꺼낸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란을 보며 정치인 권한과 책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행정구역 개편은 절차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 청취 등 이해관계를 풀어가는 공론화 과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되기까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권 집중 해소와 상반된 '메가시티 서울'로 확대되는 만큼 지역, 시민의 혼란을 줄이려면 숙의 과정이 필수다.여당은 물론 김포시장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추가 편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들은 '지역 주민이 원할 경우'라며 혹시 모르니 발만 살짝 담갔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다면 주민투표가 대표적인 방법인데, 주민투표법상 총선을 비롯한 공직선거법 적용받는 선거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주민투표를 할 수가 없다. 내년 총선이 지나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한 것인데, 상당수 시민이 이번 논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치적 이해관계'라고 일축하는 이유기도 하다.이번 논란뿐인가. 허무맹랑한 공약이 난무함을 보며 또 선거가 다가오는구나를 느낀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 정치인들은 수많은 권한을 누린다.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역의 혼란을 부추기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가볍게 입을 떼서는 안 되는 것 또한 그들이 누리는 권한에 따른 책무다. 가벼운 입은 닫고, 자신이 가진 책무를 무겁게 여기는 정치인은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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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역할·기능 재정립 기로에 선 지역사랑상품권 지면기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인천시 지역사랑상품권 '인천e음'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그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할 기로에 섰다.지역사랑상품권은 팬데믹으로 침체한 상권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재정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는 평가가 교차한다.인천시는 최근 인천e음 캐시백 내년도 본예산을 1천54억원으로 올해(2천19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축소 편성했다. 서울 등 전국 지자체가 긴축 재정 기조에 접어들었지만, 인천시는 내년도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확대 재정 기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천시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다른 요인보다도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증액 의결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규모는 비슷한 상황이었던 전년과 비교했을 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줄어든 예산에 맞춰 인천e음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캐시백 비율과 지급 한도액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문제는 인천e음 캐시백 조정이 자금의 역외 유출, 지역 소비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있다. 실제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은 캐시백 등 혜택에 비례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이후 안정기에 접어든 상황을 들어 지역사랑상품권 캐시백 비율 확대 등을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인천e음이 전국 최대 규모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역 빅데이터 수집·분석, 정책·정보 제공 등 공익성에 초점을 둔 생활 플랫폼 기능도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인천시는 인천e음 예산이 재정 건전성이라는 기조 속에 운용되더라도 지역화폐에 내재한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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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전세사기? 또 나올 줄 알았으면서 지면기사
서울 강서부터 인천 미추홀, 대전, 화성 동탄, 구리 등에 이어 최근 수원까지. 발생지를 모두 기억하기 힘들 만큼 대규모 전세사기나 깡통전세에 따른 피해나 우려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세사기 의혹'이라는 똑같은 꼬리표를 달고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는 사례들의 등장 순서와 지역은 제각각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들에겐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멈출 줄 모르던 주택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해진 지난해 하반기. 그전까지 계속된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은 임대인 등 투자자들의 각종 투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후 꺾일 줄 모르던 상승 곡선이 미끄러져 내려가자 한때 무모했던 투자자들은 그제야 몰아치는 세금 체납, 쌓여가는 은행 이자, 온데간데없는 신규 세입자 등 문제를 맞닥뜨린다. 미리 알았는지 몰랐을지, 무책임한 임대인들은 수습 불가 수준의 채무를 쌓아놓고 난 뒤에야 이를 임차인들에게 떠넘기고 잠적한다.이상한 건 누구나 이 같은 사례가 왜 멈추지 않는지 다 알면서, "언제 어디서든 또 나올 거"라고도 말하면서, 정작 그 피해 가능성을 전수조사해 단 하루라도 미리 대응하도록 해줄 행동에 나서진 않는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임대인에게 '배신 통보' 당해 피해를 눈앞에 둔 임차인들을 위한 지원책에만 몰두할 뿐 당장 내일이라도 추가로 나타나 새로운 피해 지원책을 요구할 임차인들을 미리 찾아내는 데엔 관심이 없다. 이미 앞날이 캄캄해진 피해자들을 구할 지원책을 찾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이들을 돕는 변호사들이 하나같이 "보증금 전부를 돌려받긴 사실 어렵고, 절반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숨기지 않는 만큼 추가로 나타날 수 있는 예비 피해자들 피해만큼은 최소화할 방법도 찾자는 것이다.정부·지자체, 관계기관들은 이미 예비 피해자들과 계약 맺은 임대인들의 실거래자료, 피해 가능성 있는 다주택자들 정보, 거액의 근저당이 잡힌 건물들의 자료를 모두 갖고 있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