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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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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지면기사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 1926년 파리와 똑같아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 인천도 존재하는가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것 빠뜨렸는지 불안화가 나혜석에게 파리는 충격이었다. 2년 가까운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5년이 지나서 쓴 글에서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실은 글이다. "별과 같이 길이 뻗쳐났다. 그리고 건물이 삼각형으로 되어 자못 아름답다. <중략> 어디를 가든지 도로 좌우편에는 병목(병木)이 있고 중앙은 차마도(車馬道)로 목침만큼 한 나무로 모양 있게 깔고 좌우에 인도가 있고 거기에는 매 칸에 하나씩 수도가 있어 아침마다 물을 뽑아 길을 씻어내려 유리같이 되어 있다." 그녀가 본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다. 1853년 이전만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길 위로 시궁창물이 넘쳤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오스만 남작을 지사로 임명했다. 그에게 도시구조 개혁을 지시했다. 중세도시 잔재 그대로였던 파리가 근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이때부터다. 오스만은 1870년 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대적인 개조사업을 통해 파리의 골격과 외양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나혜석이 본 청회색 아연 지붕과 베이지색 벽면의 건물들이 즐비한 '빛의 도시' 파리는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이때의 파리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1926년 기준 287만1천명. 외국인 체류자를 제외한 오늘의 인천 인구와 같다. 빛의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특히 도시빈민들 머리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20년에 걸쳐 파리가 뜯어고쳐지는 동안 그들은 공사판 소음과 먼지 속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후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제외하고. 현대의 모든 도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르 코르뷔지에는 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던 건축혁명가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 [기고]사계절 안전파수꾼, 시민들 앞에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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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사계절 안전파수꾼, 시민들 앞에 약속한다 지면기사

    1991년, 처음 소방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해이다. 같은 해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소방의 날'은 119를 상징하는 11월 9일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실제로 불조심에 관한 기념행사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11월을 불조심 강조 기간으로 정하고 각종 캠페인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1963년부터는 내무부가 주관해 유공자 표창 등 소방의 날 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후 필자가 임용되던 해 '소방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첫걸음을 같이 했기 때문에 '소방의 날'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 '소방의 날'이 벌써 54번째를 맞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소방조직의 역사는 오래전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26년 2월 15일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아궁이의 불씨가 바람을 타고 외부로 날아가 건물에 옮겨붙었다. 이 불로 당시 한양 면적의 20%가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 다음날에도 불이나 수백 채의 집과 건물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계기로 세종은 피해자를 구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웠다. 이때 신설된 것이 방화조직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이다. 이를 시작으로 1431년 최초의 소방대라 할 수 있는 금화군(禁火軍)이 만들어졌다. 이름과 형태는 조금씩 변했지만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결과 화재의 진압과 예방을 담당하는 오늘의 소방에 이르렀고, 현재 수원소방서 전 직원들은 계절을 잊은 채 근무하고 있다. 흔히들 10월과 11월은 붉게 물든 단풍과 선선한 바람으로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방관에게는 가을을 즐길 틈이 없다. 11월은 가장 바쁜 달이자, 긴장해야 하는 달이다. 오죽하면 '불조심 강조의 달' 이라고 정했을까.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기구로 인한 가정에서의 화재가 증가하고, 또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부주의로 인한 산불 발생률도 높아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서면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 발생 건수는 눈에 띄게 증가한다. 때문에 국가적으로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각종 캠페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손이행권:  공순한 마음으로 권력을 행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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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손이행권: 공순한 마음으로 권력을 행사하라 지면기사

    현대 사전적 의미로 보면 권력은 남을 지배하는 힘을 말한다. 이렇게 권력을 이해하고 말면 남을 지배하기 위한 마음만을 부추기게 되어 여러 가지 추태를 만든다. 한자로 보면 권력의 권(權)은 저울추를 말한다. 권은 전통적 저울대의 한쪽에 걸거나 저울판에 올려놓는 일정한 무게를 지닌 쇠이다. 이 저울추는 물건의 무게에 따라 추를 바꾸거나 위치를 이동시키며 무게를 잰다. 이렇게 저울추를 바꾸거나 이동시킬 때의 척도는 저울대의 평평함이다. 저울대가 기울지 않고 평평하면 저울질을 잘 한 것이고 저울대가 기울면 저울질을 잘하지 못한 것이다. 즉 '평형(平衡)'이 저울질의 합당성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권력(勸力)이란 저울추가 지닌 힘으로 저울대를 기울지 않고 평평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힘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무얼 뜻할까? 백성들의 삶이 한쪽으로 기울면 권력을 한쪽으로만 쏠리게 잘못 쓴 것이고 백성들의 삶의 질이 평등해서 기울어지지 않으면 권력을 균형(均衡)감 있게 잘 쓴 것이다. 이것이 대학에서 공자가 말한 평천하(平天下)에서 '平'의 뜻이다. '내말 한마디면 너는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자는 남을 지배하고자하는 의미의 권력자일지는 모르나 진정한 권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진정한 권력자란 백성의 삶을 기울어트리지 않고 평등하게 만드는 자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겸손하고 공순할 수밖에 없으니 권력을 행사하는데 공순한 마음으로 할 수밖에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수요광장]기후변화 시대의 요구, 탄력형 물 인프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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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기후변화 시대의 요구, 탄력형 물 인프라 구축 지면기사

    기후변화 대응은 완화 못지않게상승 온도에 대비 적응전략 필요배수·관로·저수형태 등 변화로다른 나라보다 먼저 능동적이고과학적 접근으로 발전한다면세계 물산업 주도하는 기회 생겨2010년, 2011년 및 2014년에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중심지인 광화문, 강남역과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OECD에 속한 국가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의 여러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나라, 선진국 대열에 속하여 물, 전기, 도로 등 각종 사회적 인프라는 이미 완비되었고, 그 기초 아래 첨단산업만 발전시키면 되는 나라로 인식해 왔던 터라 우리나라의 심장부가 이처럼 폭우나 산사태에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에 국민 모두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내 홍수나 큰 가뭄 등 재해가 나지 않자 우리의 뇌리 속에 이와 같은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다시 큰 재해가 일어나면 그때서야 '누구의 책임이다',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또다시 난리를 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좀 더 차근차근 실태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 문제는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와 다르다. 강수의 계절적 치우침이 심하고, 지역적 차이도 크다. 인구는 많고, 국토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아 1인당 가용수량이 세계평균의 5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도시화가 심화해 물을 사용하는 지역과 물을 담수하는 지역도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에 확장된 도시가 많아 지하에 깔린 인프라가 계획적이지 못한 곳이 많다. 이를 어떻게 잘 보완하고 잘 관리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기도 하다.물 인프라는 여러 인프라 중에서 변동성이 특히 강하다. 언제 어느 정도 비가 올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

  • [김준혁의 역사산책]다산과 박대통령의 숫자 18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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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혁의 역사산책]다산과 박대통령의 숫자 18의 차이 지면기사

    다산 정약용에겐 18이란 특별한 숫자가 따라다닌다. 국왕 정조와 함께 조선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18년이었고, 정조의 죽음 이후 유배를 갔던 시간이 18년이었다. 그리고 유배지 강진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죽을 때까지의 시간이 18년이었다. 그래서 다산에게 18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다산 정약용만큼이나 18이란 숫자가 따라다니는 인물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18이란 숫자는 사실 그녀의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18년 집권하다가 부하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은 이후 18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다가 1998년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되었다. 18이란 숫자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게 18이란 숫자가 다시 인생에 다가왔다.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18년이 되는 2016년인 올해 그녀의 소울메이트로 이야기되는 최순실로 인하여 인생의 최고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금요일 국민들에게 최순실 파동으로 인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파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그녀의 최측근들인 정호성 등 비서관 3명이 18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다산 정약용의 18과 박근혜 대통령의 18이란 숫자는 같은 의미일까? 동양 유학의 최고 저서라고 평가받는 것이 공자가 마지막에 완성한 '주역(周易)'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최고의 경전으로 평가받는 주역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주역은 64괘로 구성되어 있어 그 내용마다 의미와 쓰임이 다르다. 64괘중 18번째 괘는 '산풍고(山風蠱)'란 괘다. 위에 산이 있고 아래에 바람이 있어 좀이 먹어 썩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듯해지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썩어서 부패하여 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썩는 것일까? 산(山)은 간방(1시 방향)으로

  • [기고]친절한 노신사의 도움 간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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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친절한 노신사의 도움 간직하며… 지면기사

    우리는 서울시청역 안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 아내와 나는 방금 막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강남역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우리는 그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우리가 원하는 장소로 바뀌는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시간은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찮게도 어느 한 친절한 노신사에 의해 그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꽤 노쇠해 보였지만 인자한 미소를 갖고 있었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가 우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몇 분 뒤, 우리는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늘어가는 좌절은 지난날 버지니아 여행에서 얻었던 지혜에 대한 의심과 함께 사라져 가고 있었고, 의심 또한 낯선 땅에서 낯선 이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었다.이 일은 2015년 3월에 일어났다. 이 일이 있기 전, 난 워싱턴 D.C 외곽 북버지니아에 있는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그 친절한 노신사 이후로도 나와 내 아내는 친절한 한국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않고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곤 했다. 그들의 친절은 나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한 여자는 남편과 아이들을 잠시 두고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우리를 태워다 주었다. 한 자전거 가게 주인은 내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한 달 이전부터 내 자전거를 무료로 검사해 주었다. 한 버스 운전기사는 우리가 잘못된 정거장에서 내리는 것을 막고 올바른 정류장으로 안내해 주었다.이러한 일들은 계속되었다.내가 한국 조지메이슨대학교에 온 지 세 번째 학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족 및 친구들과 미국에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내부인과 나는 늘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직 답하기 쉬운 질문이다. "따뜻하다", "편안하다", "매력있다"라는 말은 아직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이다. 이 단어들은 단지 우리의 경험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겪은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한국에 오고 난 후 21개월 동안 겪었던 일 중 다른 사람들에게 나

  • [자치단상]300만 인천시대 발전 원동력은 '중구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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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300만 인천시대 발전 원동력은 '중구 재생' 지면기사

    中관광객 인천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요내항 고도제한 등 규제 철폐로 투자 촉진시켜야시, 항만·공항 특성 살리는 마스터플랜 실천 시급인천시 인구가 300만명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인구가 300만명을 넘은 곳은 서울과 부산 단 두 곳뿐이다. 앞으로 행정구역 개편 등이 없는 한 우리나라에서 인구 300만명 규모의 대도시는 탄생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구 300만명을 돌파함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경제, 문화, 정치, 행정 등 모든 분야에걸쳐 인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때마침 FTA 발효로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 인천에 엄청난 기회다. 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 현실상 내수시장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천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천 내항을 중국 여러 도시와의 교역중심 거점으로 삼고, 자연 친화적 개발을 해야 한다.2015년도 통계자료를 보면 한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중국인은 590만명이 넘는다. 국제여객 제2터미널이 준공되면 지금의 약 2배(연 1억명) 이상의 내외국인 이용이 예상된다. 인천시는 이러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관문인 중구에서 먹고, 자고, 쇼핑하고, 무역할 수 있도록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공유하고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인천의 뿌리인 중구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세계 최고의 인천공항과 인천항, 용유·무의 지역의 천혜의 자연환경, 대한민국 유일의 개항기 문화유산, 월미도 등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궁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 내항 전체를 세계적인 미항(美港)으로 만들어 중국 주요 도시와 항로를 확대하고 13억 중국 관광객들이 인천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원도심의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하지만 관광과 무역, 쇼핑 등을 위해 인천이 아닌 서울 등 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국인들이 들어오는 관문인 우리 중구에 그들이 먹고 잘 수 있는 중저가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고, 각종 무역환경을 제

  • [시인의 연인]텔레비전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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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텔레비전 Ⅰ 지면기사

    박남철(1953~2014)백지 위에 사각형 '텔레비전 Ⅰ'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198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표출된 민주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좌절시키면서 등장한 신군부 정권은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screen, sport, sex 또는 speed'에 의한 3S 정책을 사용했다. 이런 3S 정책은 세계적으로 부당하게 권력을 수립한 통치자가 국민을 조정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이른바 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을 감각과 운동으로 분산시키기 충분한 자극 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텔레비전은 이러한 국가의 문화적 폭력을 그대로 담고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백지 위에 스크린 이미지―네모만을 그려놓고, 제목을 '텔레비전 Ⅰ' 이라고 쓰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이 시에서 정권이 자행하는 폭력의 얼굴과 실체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고통받는 국민들을 '바보의 방'에 몰아넣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강요하고 유린하는 현실이, 우리를 또 다시 차가운 길 위에 세우며 분노하게 만든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박남철(1953~2014)박남철 作 '텔레비전 1': 백지 위에 사각형 선만 그려놓고 국가의 문화적 폭력을 풍자함.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월요논단]대통령 하야 후 6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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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대통령 하야 후 60일 지면기사

    광화문의 함성 일부 정치인과기득권세력 동반퇴진 책임 물어야자칭 여야 대권후보들 예외 아냐부패세력 다시 권력 못 잡도록미래 대비하는 첫 출발점 돼야준비 안됐다면 불행한 역사 반복'하야, 탄핵, 제 2선'. 한치 앞이 어둠이다. 주말 저녁 회의장. 잠깐 나와 문자를 보냈다. '광화문은'. 즉각 현장이 전달된다. 쪽지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은 시도 때도 없다. 마음이 붕 떠있다. 일에 집중되지도 않는다. 몸은 인천에 있어도 마음과 눈은 광화문에 있다. 긴박하게 전달되는 소식이 사실인가는 다음문제다. 지난 4일에도 대통령의 대국민 생방송을 보기 위해 TV를 켰다. 문자가 왔다. '대통령 대국민성명서'. 시작 20분 전이다. 소식도 빠르다. 그러나 시작 2분전. 그 성명서는 가짜라는 전언이 다시 전해졌다. 온갖 상상력 역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대통령을 향한 소식들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가 더 걱정이다. 대통령의 2선 후퇴. 그것은 거국내각을 의미한다. 향후 대규모 집회시위가 분수령이다. 거국내각은 여야와 대통령의 합의를 의미한다. 상황이 급박하면 결단은 빨라질 수 있다. 그것은 미래 권력을 위해, 여야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이합집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탄핵.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그러나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성향을 볼 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탄핵이 진행되면 이해가 상충되는 국내외 세력들이 그 틈을 파고들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갈등이 새로운 형태로 증폭될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하야. 머뭇대던 대권주자들조차도 앞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권력과 기득권 세력의 시각에서 보면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대통령의 잘못이 추가되고, 국민의 저항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검찰이 주요 혐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지라 추가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헌정사의 시각에서 보면 '하야'가 가장 위협적이다. 하야는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 문제

  • [발언대]노인요양병원 안전관리, 소방·병원 함께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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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노인요양병원 안전관리, 소방·병원 함께 고민해야 지면기사

    생명연장의 꿈이 실현되어 인간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산업화와 고도성장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데 육아 대책은 따라가지 못하고 인구절벽시대의 한국은 저출산 등으로 몸이 아픈 노부모를 혼자 부양하기가 힘들어 노인주간보호센터나 노인요양병원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그러나 노인요양병원의 화재 안전관리는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요양병원 화재는 초기진화 대응도 중요하지만 요양병원 특성상 화재예방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2014년 5월 28일 새벽에 발생한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는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한 대형재난사고였다. 당시 30분만에 화재가 진압됐음에도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요양병원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가 대부분이고 침대매트리스 등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가구가 많은 점과 심야시간대 병원 당직자 3명만이 근무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대형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런 측면에서 볼때 요양병원 운영자 및 종사자의 안전의식이 대형재난을 막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화재 초기 발견자는 요양병원 관계자들이고 초기대응 또한 관계자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재진압 및 인명대피 활동에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초기대응 실패는 대량의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피난층에 배치하고 야간당직자를 늘리고 남성 직원을 배치하는 등의 실질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모든 당직자는 소화기 및 옥내소화전 사용법과 인명대피 계획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사람이 패닉에 빠지면 잘 아는 것도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재 시 "119 전화번호가 뭐야?"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매번 반복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을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교육훈련 또는 각종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인지하지만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신속한 출동과 대응을 위해 지역 의용소방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양병원은 시내보다는 외지에 위치하여 119안전센터와 원거리에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