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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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인천 신청사와 루원시티 지면기사
인천시가 지난달 14일 '신청사 건립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본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시는 용역에 따라 현 청사부지가 신청사 최적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의 신청사 건립 용역은 내용과 절차 모든 면에서 수준 미달이다. 신청사 후보지 평가의 기준과 방법이 부적절하고, 전문가 및 시민과 단 한 차례의 토의도 없이 밀실에서 추진해 절차적 정당성마저 갖추지 못했다. 요즘 시쳇말로 '웃프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시청은 공무원만의 업무공간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인천시는 이번 용역에서 공무원의 출퇴근과 출장의 용이성만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도시와 경쟁해야 할 인천의 신청사에 걸맞은 국제적 상징성과 랜드마크 기능, 도시의 미래 비전, 그 어느 것도 담지 못했다. 특히 후보지의 배후인구를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준만으로 평가한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인천시는 1985년 인구 100만 시대를 맞아 당시 허허벌판이던 구월동으로 청사를 이전했고, 그 신청사를 발판 삼아 오늘의 인천을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평가기준이라면, 당시 구월동으로의 청사 이전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인구 300만명을 넘어 400만~500만 시대를 개척해야 할 인천의 신청사는 잠재력 있는 새로운 땅에 세우는 것이 당연지사이며 순리다. 아울러 인천시의 신청사 건립 용역은 절차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이번 용역은 작년 4월에 착수해 지난 14일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인천시민과 외부 전문가 누구도 참여하지 못했다. '입지선정위원회'와 같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민 참여기구조차 만들지 않았다. 신청사 입지 선정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번 용역은 그야말로 밀실행정, 탁상공론의 전형인 것이다.인천시는 현 청사부지를 신청사 건립의 최적지로 발표하면서, 나머지 후보지에 대한 균형발전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특히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에는 교육청과 인재개발원, 인천발전연구원, 종합건설본부, 보건환경연구원 등 공공시설을 모아 교육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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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책인서기: 남을 꾸짖음과 자기를 용서함 지면기사
동양의 고전에서 사람을 단순히 구분해서 말할 때 人과 己를 쓴다. 이 때의 人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남이란 뜻이고 己는 자기이다. 즉 남과 나, 나와 남의 관계로 사람들의 관계를 말할 때 쓰는 것이 己와 人이다. 대표적으로 修己治人이란 말도 자기를 다스리고 남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구의 70억 인구는 모두 己와 人으로 상대해서 표현 할 수 있다.최근에 외국인 승려가 한국 불교 조계종을 여러 각도에서 비판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해와 책망의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 송대의 재상 范純仁이 자식을 훈계하며 한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꾸짖는 데는 밝고 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에는 어둡다. 그러니 너희들은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누구든 어느 분야이든 비판과 책망은 성장에 필수적인 거름이다. 그러나 大學이란 책에서는 그 전제를 달아놓았다. "자기 몸 안에 품고 있는 것이 남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남을 훈계할 도리는 없다." 己와 人은 큰 틀에서 보면 국가 간의 문화일 수도 있다. 한국엔 한국의 종교문화가 있고 그 속엔 극복해야할 요소와 지켜나가야 할 요소가 혼재되어있다. 충분한 이해가 없는 비판은 한편으로는 비난으로 들리기 쉽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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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융합적 도시재생만이 살아 남는다 지면기사
다양한 시민 집단들이 모여아이디어 융합하면 '혁신' 보여그 곳 역사문화유산과 같은전통성·정체성을 기반으로차별화 된 공간으로 개발한다면창조적 도시 경쟁력은 '성공적'속초 대포항 어느 식당가에는 "포켓몬이 여기서 많이 잡혀요, 이리 들어오세요"라는 현수막이 붙었다고 한다. 대포항에서 포켓몬을 수십 마리씩 잡았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사람들이 '포켓몬고'에 열광하고 있다. 이 게임은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해 증강현실(AR)로 구현했다. 실제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아낸다는 설정이 기가 막히다. 일본 닌텐도 자회사 포켓몬컴퍼니가 만든 모바일게임 '포켓몬고'를 두고 포켓몬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이라고 한다. '포켓몬고' 개발회사인 나이앤틱의 최고경영자 존 행크(John Hanke)가 지구촌 곳곳의 위성지도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어스'를 만들어 놓았기에 지도위에 '포켓몬고'를 중첩과 융합시키는 일이 가능했다고 한다. 예술에서도 융합은 다방면에서 일어났다. 일찍이 19세기 후반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버르토크, 코다이, 레스피기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음악가들 작품에서도 융합이 폭넓게 나타났다. 그들은 구름, 바람, 향기, 물과 같은 움직이는 대상의 인상을 두루 섞어 음악에 담으려 했다.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파리 전역에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을 건립하는 계획을 '그랑프로제(Grands Projets)'로 융합해 파리 곳곳에 스며들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그랑프로제로 인해 노트르담사원과 루브르궁, 라데팡스, 국립도서관, 팡테옹, 베르시지구 재생, 마들렌 사원 등 파리시의 고전적 아름다움에 현대적 도시건축미가 융합된 새로운 파리시의 브랜드 이미지가 창출된 것이다.디자인과 산업을 융합해 새롭게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하는 장소도 나타난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환유의 풍경'이라는 브랜드슬로건으로 동대문운동장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패션상권의 경제적 가치와 도시건축 디자인을 융합하면서 디자인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전통시장도 융합을 통한 변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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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무한경쟁 속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 지면기사
2010년부터 기업MOU 통해 일자리 2만6천개 창출투자유치 성공위해 긴장감과 인내하는 노력 중요 달콤한 결실 맺으려면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 필요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 이미 성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자치단체간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주민의 복리를 책임지고 있는 행정의 역할과 책임은 그만큼 커져 가고 있다.과거, 무슨 이유에선지 중앙정부 관료들 사이에선 금기어(?)로 인식되었던 '지방정부'라는 말이 요즘 자연스레 '자치단체'라는 명칭으로 대신해 사용되고 있는 것 역시 시민의 삶에 미치는 지방행정의 파급효과가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확장됐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이러한 무한경쟁 속에서 안성시는 '기업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인구 30만 자족도시 도약의 핵심전략으로 삼고 지난 6년간 한결같이 투자유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일자리 창출은 모든 자치단체의 공통 목표이자 숙제다. 일자리는 최상의 복지이며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근원이기 때문이다. 목표가 같기에 유치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라는 늪에 빠지면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자치단체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안성시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24개 기업과의 MOU를 통해 투자액 총 6조1천억원, 일자리 2만6천여 개 창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단 1%의 투자 가능성만 있어도 발 벗고 찾아가 홍보하고 노력한 공직자들의 땀과 열정의 결실이다. 물론 MOU 당시 계획했던 투자규모와 고용이 그대로 다 실행된 것은 아니다. 투자를 완료한 사업장도 있고, 단계별 투자확대를 진행 중인 곳도 있으며,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일각에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며 기업의 잘못과 행정의 부족함을 탓하기도 한다. 고용불안과 청년실업을 해결해야 하니 다급하고 불안한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기다리는 사람은 목이 마르다. 하지만 직접 우물을 파는 기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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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자의 소리] 국부가 유출되는 대출사기를 막는 방법 지면기사
약 2년전 "서민을 울리는 대출 빙자 사기 이젠 그만 당하자"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투고를 한 적이 있다.돌이켜보면 2년전이나 지금이나 대출을 빙자한 사기는 오히려 줄지 않고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하루 평균 경찰서를 방문하는 피해자가 4~5명은 된다.피해금도 전보다는 커지고 수법도 다양하다. 전에는 말투가 어리숙한 조선족을 고용하였으나 이젠 내국인이 중국으로 건너가 대출 사기에 가담하여 말투나 용어 등으로는 실제 대출회사 직원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국내에 있는 정상적인 대출회사나 캐피탈을 이용하고 대출회사의 상품과 전화번호도 도용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대출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 대부분은 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제적 약자인 서민, 학생, 영세민들로 혹시 대출사기가 아닐까 반신반의 하면서도 급한 마음에 통장과 현금카드를 넘기고, 신용회복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뜯긴다.대출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통장과 현금카드, 휴대전화는 다른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으로 가입한 일명 대포물건이다.우선 대출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대출을 해 준다는 전화가 오면 바로 끊고, 문자가 오면 연락하지 않으면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하여 얼마를 대출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 대출 사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직접 대면하지 않고 담보나 신용 없이 누가 나에게 전화상으로 몇백만원, 몇천만원 대출을 해 줄까"만 생각하면 대출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계성 (안성경찰서 수사과 경제수사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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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정치인도 달라져야 한다 지면기사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말과 행동의 일치를 유난히 강조하셨다. "내 생각이 옳다면 남의 생각도 옳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남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고 그를 미워하는 속 좁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정부 수립 이후 국회에서는 매일같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 국회하면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패거리 싸움터로 국민의 머릿속이 채워지는 슬픈 기억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그리스 시대 유명한 웅변가였던 데모스테네스는 치부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간수의 도움을 받고 풀려나서 아테네를 벗어나 애기나 섬으로 망명을 해 조용히 여생을 보내려고 했다. 데모스테네스는 가르침을 구하는 청년들에게 "사람으로 태어나 정치가란 할 일이 못된다. 만일 정치가가 되는 길과 죽음으로 이르는 길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여러분은 후자를 택하라. 정치에는 항상 중상, 모략, 시기, 질투, 증오와 거짓이 따라다닌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그것을 알았다면, 나는 죽음으로 가는 길을 택하였을 것"이라면서 정치를 말렸다고 한다.이 같은 현실은 국외로는 터키의 군부 쿠데타와 북한의 김정은 압제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판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구를 막론하고 나도 잘못 할 수 있으며 남도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뜻과 같지 않다면 적으로 돌려 세워 타도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 잘못된 관습을 벗어나지 않는 한 진보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가 없다.우리는 서로서로 생각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비록 의견은 다르더라도 상대의 존경과 의견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해야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천만 가지 생각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나라 사랑과 민족적 애정만은 하나일 것이다. 이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면 서로의 다른 생각이 자극을 주어 오히려 나라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사드 문제는 단순히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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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해외에서 만난 한류의 뿌리 지면기사
카자흐스탄 거주 13만 고려인아리랑·도라지 불러 가슴 뭉클한국말·요리·음악 등 관심 높아무슬림이면서 다른 종교도 존중이해와 관용 정신 인상적우리민족 우수성 재발견 계기수원의 한 문화원과 국제 민간교류단체의 주선으로 휴가 기간에 가족을 동반한 20여명의 일행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카자흐스탄의 최대도시이자 구 수도였던 알마티를 거쳐 현 수도인 아스타나 일대 주요 시설 기관과 현지 가정을 방문하여 만찬과 선물교환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해 카자흐인 64%, 러시아인 24%, 기타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제 공화국이다. 국토면적 남한 27배, 인구 1천770만명, 1인당 국민소득 1만3천 달러, 가용소득 2만 달러를 상회하는 자원부국이다. 그 중 일제시대에 구소련으로 건너간 고려인(카레이스키)이 1937년께 카자흐스탄 평원에 강제이주해 정착한 고려인 2·3·4세대가 현재 카자흐스탄에 13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 고려인 수는 전체인구의 약 0.6%에 불과하지만 정부 부처 고위관료, 주요 은행장, 전자, 건설, 유통업계 기업인 등 사회 상류층에 다수 진출해 있다. 고려인의 높은 교육열과 성실성, 명석함과 화목한 가정 등으로 백 수십 개 소수 민족 중 가장 존중받는 민족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알마티에서 한국 스님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만난 70대 고려인 할아버지는 손자손녀가 현재 서울의 대학교에서 유학중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필자와 연결시켜 주기도 했다. 50대의 한 아주머니는 한민족 특유의 명랑하고 구성진 표정으로 아리랑과 도라지를 불러주기도 했다. 낯선 무슬림 국가에서 고려인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지키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수도인 아스타나에 소재한 한국문화원장에 의하면 한국말과 요리, 음악 등에 관심이 높고 배우려고 하는 카자흐스탄 인들이 많다고 한다. 2017년에는 고려인 이주 80주년 기념으로 카레이스키의 활동 및 한류문화를 소개하는 기념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마침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카자흐스탄 수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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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문화적 유산' 한국도자재단 해체를 반대한다 지면기사
한국 및 세계 도예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도자재단을 해체한다는 소식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지난 수년간 한국도자재단은 국제적으로 높은 위상을 갖는 권위 있는 기관으로 부상했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많은 도예가들이 한국도자재단이 개최하는 행사들을 보기 위해 경기도를 방문했고, 또한 지역 도자문화산업을 촉진시키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함은 물론, 전 세계에 경기도를 대한민국의 문화적 관문으로 인식시키고 홍보해 온, 경기도에게 중요한 존재다.특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전시는 최고수준이고, 전시 도록도 뛰어난 사진 작가가 찍은 작품 사진들이 실려 정성이 가득하다. 국제학술회의, 마스터 클래스, 장작가마 소성으로부터 대규모 설치 작품까지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는 워크숍, 포퍼먼스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비엔날레 기간 중 개최된다. 또 한국도자재단이 주최하는 국제공모전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사다. 전 세계 예술가들은 국제공모전이 가장 효과적인 예술 지원 활동 프로그램의 한 형태로 보고 이를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주관하는 한국도자재단이 해체된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다.나의 동료인 히데오 마즈모토(교토 세이카 대학교수)도 한국도자재단이 처한 상황을 듣고는 한국도자의 힘과 미를 느끼게 하고 일본에도 없어 부러움의 대상인 한국도자재단이 없어진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으며, 자크 코프만(국제도예협회 회장) 역시 수많은 노력과 지식이 축적된 한국도자재단이 없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고, 쥬디 슈왈츠(국제도예협회 부회장)는 한국도자재단은 가장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며, 재단을 해체하는 것은 15년간 축적된 모든 경험과 전문성을 상실하는 실수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만약 '문화적 유산'(한국도자재단)을 잃는다는 것은 크게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며, 이는 뉴욕이 자유의 여신상을 철거하는 것, 또는 인도가 타지마할을 파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부디 한국도자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경기도가 이처럼 경솔한 제안을 재고해 주시기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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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의 나무이야기] 선비의 지혜와 절개를 상징하는 회화나무 지면기사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8월, 꽃이 만발한 봄을 피해 이맘때쯤 가지 끝에 황백색의 자잘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바로 선비의 지혜와 절개를 상징하는 회화나무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콩과에 속하는 넓은 잎 큰키나무인 회화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란다. 높이 30미터, 직경 2미터까지 크게 자라는 회화나무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함께 우리나라 5대 거목중 하나이다.회화나무는 가지를 많이 쳐서 넓게 자라며 어린가지는 푸른색을 띠는데 비비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잎은 아까시나무와 비슷하며, 꽃은 꽃대가 휠 정도로 많이 피는데 밀원이 부족한 한여름에 꿀벌들에게 인기가 높다. 열매는 9~10월에 노란색으로 익으며 둥근 씨앗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는 꼬투리모양으로 독특하다.회화나무는 한자로 나무목과 귀신귀를 합친 괴(槐)로 쓰는데 괴의 중국 발음이 '회'이므로 회화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지방에 따라서 회나무·해나무·호야나무 등으로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흔히 회화나무를 '학자수' 또는 '선비목'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는 중국의 과거시험 중 진사시험의 시기가 회화나무꽃이 필 즈음이었기에 '괴추(槐秋)'라 부르기도 하고, 과거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합격을 기원하는 뜻으로 회화나무를 심는 등 이런 관행이 송나라까지 이어져 회화나무는 사대부와 학자,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화나무는 영문명도 같은 뜻인 스칼라 트리(Scholar Tree)이다. 회화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최고의 길상목으로 손 꼽아왔는데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인물이 난다고 귀하고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아무 곳에나 심지 못하게 했다. 특히 집안 앞마당에는 보통 나무를 심지 않던 우리 선조들은 회화나무만큼은 앞마당에 특별히 심었고, 심지어는 옛 선비들이 집을 옮겨갈 때 이삿짐 목록에 집어넣을 정도로 회화나무를 무척 아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회화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유교문화의 핵심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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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나체족 지면기사
벗음으로 오히려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벗어버리면 덜렁거리는 남근도질척이는 사랑의 입구도그림자일 뿐이다.김왕노(1957~)인간 존재는 본질적으로 최소한의 물질을 취하고 보유해야 살 수 있기에, 욕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무소유는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가지려고 하지 않는 것, 소유 자체의 부정이 아니라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욕망의 바닥은 집착이며, 이 집착의 근원지를 찾았을 때, 그토록 욕망했던 물질에서 해방될 수 있다. 물질은 보이지 않는 욕망의 실체이며, 물질의 채움과 비움은 욕망의 움직임이 된다. 욕망에 매여 있는 한, 소유에서 다른 소유에로 나아 갈 뿐 욕망의 벗어남은 불가능하다. 소유를 끊고 대상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물질에 관계하는 '대상없는 마음'이 필요하며 대상을 동기화시킬 때 최적화될 수 있다. "벗음으로 오히려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라는 역설이야 말로 있음의 욕망을 모두 벗고 자유로운 상태에 이른 경지다. 따라서 감추고 있었던 '덜렁거리는 남근'과 '질척이는 사랑의 입구'로 음부만 남기는, 전라의 형상은 '무소유의 이미지'인 줄 모른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김왕노(1957~)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