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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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눈] 잘못된 음주문화, 과감히 고치자 지면기사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음주문화라고 하면 첫째 원샷, 둘째 폭탄주, 셋째 2·3차 술자리 정도를 꼽는다.음주가 사람을 사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빨리 취하기 위한 목적이 돼버린 것이다. 더욱이 1차로 끝내지 않고 술자리를 옮겨가며 계속 잇는 버릇은 필히 고쳐야 한다. 젊은날, 다음 날 출근하여 술자리 차수 많음을 자랑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돈 낭비에 시간 낭비, 건강까지 해치고 도움이 되는 것은 별로 없었다. 여기에다 내 것을 나누기라도 하듯 꼭 술잔을 돌린다. 간염 예방 등을 위해서라도 자기 잔을 사용해야 하나 여러 사람과의 친목을 도모한다며 자리를 옮겨가면서 술잔을 주고 받는다. 결국 처음엔 사람이 술을 먹지만 차츰 술이 사람을 먹게 되고 나중에는 술이 술을 먹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지나친 음주는 일탈행위를 불러온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기도 하고 스스로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물론 우리의 잘못된 인식도 한 몫 했다. '주량과 업무 능력은 정비례한다' '술 대접 잘하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잘 맺는다' '술 자리도 엄연한 직장생활의 연속이다' 등. 음주를 처세술의 수단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니 억지로라도 술자리에 참석해 잘못된 음주문화에 동참한 것은 아닐까?요즘들어 직장별, 지역별로 음주문화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바로 '112', '119'문화인데 '1차, 한 종류의 술로 2시간 이내' '1차, 한 종류의 술로 9시 이전에' 술자리를 마치는 것이다. 금주 청정구역을 선포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공원이라든가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의 음주를 조례로 금지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술은 일반적으로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분을 돋우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를 받기 위해 마신다. 예부터 우리 선인들의 음주 풍습은 전통적으로 심신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어른께 공경의 예를 갖추고 남에게 실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잘못된 음주문화, 과감히 고쳐야 한다. 술을 강권해서는 안 된다. 원샷, 폭탄주, 술잔 돌리기 등은 이제 사라져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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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도시에서 정의를 묻다 지면기사
정의로운 도시가 되려면도시개발 정책의 단계별 목적이누구를 위해 부와 효율성을추구하는지 따지고 민주적 참여사회경제적 다양성 모색혜택의 공정분배 원칙 뒤따라야스크린도어를 안고 절규하다 낭떠러지로 내몰린 19세 청춘. 구의역 사고는 비정규직, 갑질, 안전 불감증, 불평등, 양극화 등 우리 도시의 총체적 불의(不義)가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법원 퇴거명령을 받고 현실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청년. 이는 도시 복지 분배상의 부정의(不定義)한 정책·주거복지 전달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는 도시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과정 속에서 구현되어야 할 목표이다. 정의로운 도시란 도시정책이 부유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공정하게 혜택을 주는 도시이다. 롤스(Rawls)의 정의론은 자유 기회 부 그리고 자기 존중과 같은 가치있는 재화의 공정한 분배와 연계된다. 따라서 그의 정의론은 결과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도시정책이나 개발 사업(도시개발사업, 도시재생사업, 도로철도사업 등)은 사업의 구상> 계획> 타당성검토> 대안평가> 집행 이라는 장기간의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단계별 정의, 즉 과정(절차)상의 정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그 동안 서울시의 뉴타운과 재개발은 원주민을 몰아내고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키는 해악을 끼쳐왔다. 조합설립, 사업계획, 타당성 검토, 설계, 시공에 장기간이 걸리는 사업이 시장이 바뀌어 추진동력을 잃자 사업이 지연되면서 건설 회사들이 빠져나가고, 조합들은 운영난에 힘들어 하고 있다. 이 바람에 동네는 조각조각 부서졌다. 현재 대부분의 뉴타운 구역들이 해지가 되었다. 아직 살아 있는 구역에서는 사업추진이냐 포기냐를 놓고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정 지도자나 사업 관계자들이 나몰라라하고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의로운 도시행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상인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임차인과 소비자가 밀려나고 있다. 젠트리피케니션이란 임차자가 가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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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정신지운: 정신이 운이다 지면기사
일상에서 운이 좋았다거나 운이 좋지 않았다거나 하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운 타령을 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이 運七技三(운칠기삼)이다. 일의 성패는 재주보다 운이 더 좌우한다는 뜻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면 정말 그렇다고 공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굿럭(good luck)이라고 행운도 빌어준다. 운(運)은 차(車)를 움직여가는 뜻이다. 차를 타고 나가다가 맑은 날씨에도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나면 잘못 움직인 것으로 운이 좋지 않은 것이고, 폭우를 뚫고 움직였는데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면 잘 움직인 것으로 운이 좋은 것이다. 내가 움직이고 세계가 자연이 움직이는 것이 다 運이다. 나의 움직임이 잘되면 내 운이 좋은 것이고 세계의 움직임이 좋으면 세계의 운이 좋은 것이고, 우주의 움직임이 좋으면 우주의 운이 좋은 것이다. 그렇긴 해도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운은 세상과 우주의 운과 연계되어 움직인다. 그래서 운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궁금해 하고 점을 쳐보기도 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세상의 움직임은 세상 사람들의 움직임이고 세상 사람들의 움직임은 반드시 그들의 정신(精神)의 움직임과 맞물려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의 운(運)을 알고 싶다면 나의 정신의 움직임을 성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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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국회 특권 포기의 '역설' 지면기사
사회 부조리·부패 도려내는 입법·제도화 '정치의 몫'정치가 '악의 축'으로 매도 될수록 회생불능에 빠져변혁 실종으로 연결돼 결국 기득권만 공고히 구축헌법 44조와 45조는 의원들에게 회기중에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구금되지 않을 권리와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을 권리를 부여했다. 이른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었다. 200개에 달한다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정비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개선한다고 여야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9대 때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와 무단결석 의원 세비 삭감 등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제정, 국회윤리감독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관련법안들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 문재인 후보도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의 제한 등을 공약했다. 권력구조의 형태가 어떠하든 입법부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구이며 구성원인 의원들도 헌법기관으로서 권한과 책무를 갖는다. 그러나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위상과 권위는 특단의 변혁이 없이는 회복 불가능으로 보인다. 정치가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정치불신은 정치적 냉소와 허무주의의 팽배로 연결되고 있다. 소득 격차는 계층 분화와 맞물리고, 이는 사회적 증오와 대립으로 귀결하고 있다. 배려와 관용은 '사치'가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본질적 모순이라고 치부하기에 한국사회의 원심력의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치가 사회적 균열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각자도생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심화되고 확산되는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경쟁의 대상이다. 경쟁이 공정한 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람을 분노하게 한다. 배려와 양보, 관용과 공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사회적 병리를 부채질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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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골든타임을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지면기사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쓰여지고 있다. 경제 회생, 정부정책 실효성 등 여러 분야에서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쓰여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아마 재난의 초기대응 분야일 것이다. 응급처치법에서의 심정지 환자 골든타임 5분과 '운명의 90초룰'이라는 항공사고 골든타임 등 분야별로 시간만 다를 뿐 각종 사건·사고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하지만 주변에서 골든타임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지난 2015년 전국평균 구급차의 경우 출동 후 5분 이내 도착률은 48%, 소방차는 59%였다. 화재는 5분이 경과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면적이 급증하고 심정지 환자는 5분이 지나면 소생률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소방당국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현실적으로 약 절반은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한다.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대원들은 출동 시 소음에 가까운 사이렌을 울리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곡예 운전을 하지만,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장애 요인에 부딪쳐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다. 꽉 막힌 도로에서 소방차는 사이렌만 울릴 뿐 속도를 못내고, 심지어는 소방차가 지나가도록 다른 차가 양보해 준 자리에까지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운전자도 있으며, 사고현장 인근에 와서는 골목길 불법 주·정차 등으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한 채 걸어서 현장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장애요인들을 없애기 위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각종 캠페인을 통해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고,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에만 골든타임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위를 차지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며 예전에 비해 소방차에 양보운전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내 가족이 아픈 게 아니니까', '우리집에 불난 게 아니니까' 같은 개인적인 이유로 '길을 비켜달라고 아우성'인 소방차의 사이렌을 단순히 시끄럽기만 한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지는 않고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차와 같은 긴급차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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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변화는 '민심의 명령' 지면기사
구태 정치·특권에서 벗어나 '민생 챙기라'는 특명시민 눈높이 맞춰 열린 시정 펼치는 책임정치할 때희망이란 믿음 하나로 변하고 행복한 도시 만들것시대가 부여한 변화! 이것은 민심의 명령이다. "풍요로움을 추구하다 절망하는 삶을 살지 말고 매일 아침 기쁨이 샘솟는 세계를 꿈꾸기 바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재임 중 남긴 명언의 한 구절이다. 2010년 이후 5년 재임동안 그가 공식적으로 신고한 전 재산은 폭스바겐의 1987년식 비틀 자동차 한 대뿐이었다. 그는 평소 검소하고 알뜰하게 살면 내가 하고 싶은 데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것이 자유라고 했다. 그는 가난했지만 남미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 우루과이를 가장 부자 나라로 만들었던 시대정신은 바로 '국민을 섬기는 깨끗한 열린 정치'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정치권을 바라보며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불쑥 무히카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기만을 열망한다.2016년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은 '변화'이다. 빈부격차의 변화, 특권의 변화, 세대 간 변화를 통한 더 행복한 대한민국의 번영이다. 나 자신 지난 선거를 통해 구리시장이라는 이 자리에 오른 것도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즉 민심은 한 장 한 장의 투표용지를 통해 큰 파도를 일으키며 변화를 선택했고 미래를 향해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민심은 그렇게 '화'가 나 있었다. 더 이상 구태정치, 특권의 낡은 사고에 멈추지 말고 민생을 챙기라는 것이다. 세상은 천재지변을 일으키며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을 능가하고, 인공장기를 복제해내는 3D프린터, 사람 없이도 운전하는 무인자동차 등이 인간 기존 삶의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이제 정치도 지방자치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시민의 편에 서서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열린 정치, 열린 시정으로 책임 의무를 실천할 때다. 이를 위해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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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시적인 미세먼지 대책 지면기사
2012년 10월 하순, 중국 북동부 지역에 극심한 스모그가 발생해 학교는 물론 도로와 주요 공항이 폐쇄된 적이 있다.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 하얼빈 시의 가시거리는 20m 이하였고, 헤이룽장 성의 모든 고속도로도 폐쇄되었다고 한다. 석탄과 디젤유 그리고 나무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운 결과로, 크기가 2.5㎛(PM2.5) 이하의 입자상 물질의 농도가 ㎥당 1천㎎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최대 권장수준의 40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였다. 이 같은 미세먼지는 일반인은 물론 어린이와 고령자 특히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대기환경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16년 환경성능 지수(EPI)에 따르면 국내 공기 질 수준은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3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공기 질의 세부 조사항목 중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도 174위를 기록해 꼴찌를 기록한 중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몇 주 전 국내 최고높이를 자랑하는 123층 건물의 꼭대기에 오를 기회가 있었다. 대도시 전체가 둥그런 회색 띠로 둘러싸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이런 현상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나마 비교적 시야가 좋은 날이라는 안내인의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최근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환경문제라는 인식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3일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 경유차 관리 강화,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저감 및 신산업 육성 등의 정책수단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에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실효성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었고, 정부는 급기야 비판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먼저, 보다 철저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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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112신고 가장 중요한 정보는 '신고자의 위치' 지면기사
경기청 종합상황실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경기청으로 접수되는 112신고 건수가 하루 1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신고내용 또한 "집 앞에 죽은 고양이가 있어 무섭다"는 신고부터 "찹쌀떡 장수의 찹쌀떡 판매 소리가 시끄러우니 해결해달라"는 등 매우 다양하다.굳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경찰의 직무범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찰은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에게 그 내용을 불문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112로 접수되는 모든 신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112신고 총력대응 체계'를 구축하여 신고 접수 및 해결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 속에서도 경찰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하지만 경찰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112신고 시 최전선에서 출동하는 지구대 근무자인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현장 경찰관들은 '112신고 요령'을 모르는 국민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네, 경찰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 경찰이죠? 제가 맞았어요. 이사람이 절 때렸어요. / 네, 경찰이 바로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시죠? / 이 사람이 절 때렸어요. 제가 지금 붙잡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빨리. / 신고자분, 조금 진정하시고요. 신고자분과 가장 가까운 경찰을 신속하게 보내 드릴께요. 계신 위치가 어디시죠? / 여기 ○○동 이에요. 빨리 오세요 빨리. / 신고자분, 지금 눈앞에 보이는 큰 건물이 있나요? 간판 상호나 전화번호도 좋구요. 가까운 전봇대 일련번호도 좋습니다. 신속한 출동을 위해 정확한 위치를 좀 알려주세요. /이처럼 112신고를 하는 피해자들은 매우 흥분한 채 본인이 당한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에 급급하지 정작 신고자의 현재 위치를 먼저 말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상황실 요원이 흥분한 신고자를 진정시키고 '현재 위치'를 신고자로부터 이끌어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결국 출동시간의 지체로 이어진다.신속한 출동은 112신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대한민국 경찰은 출동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단축하기 위해 순찰차 신속배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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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언론은 사회의 목탁 지면기사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삼라만상 일깨우는 목탁처럼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 비추며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 일깨우는 언론으로서혼탁한 사회 등불되고 청량제돼야깊은 산중 호젓한 산사에서는 새벽 3시경 절 마당과 법당을 돌며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울려 퍼진다. 수도하는 도량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천지 만물을 일깨우는 도량석(道場釋)이다. 청정한 도량을 여는 목탁은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통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속을 파내어 만든다. 고요한 마음으로 두드리면 맑은소리를 내는 목탁은 욕심에 흐려지고 게을러진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그 생김새도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다.동이 트기도 전 새벽녘에 문간을 두드리는 또 하나는 조간신문과 함께 찾아오는 세상 소식이다. 30여 지면에 가득히 펼쳐진 나라 안팎 뉴스, 최신 정치·경제·과학 정보와 다각도의 논평, 화려한 컬러판으로 소개되는 문화·예술·스포츠 소식들이 현관 앞에 나날이 배달된다.조간이 배달되는 시간도 대략 새벽 3~5시경 인시 무렵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중에 사람이 깨어나는 시각이다.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에 차례로 깨어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이다. 사람을 깨우며 새 날을 연다는 점에서 속세의 조간신문과 산사의 목탁소리는 서로 상통하는 듯하다. 현대 언론은 사실 보도와 지식 정보의 전달, 논평과 비판을 통하여 무지한 대중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사회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어두운 세상을 일깨워 수도 정진으로 인도하는 목탁의 울림소리에 비견되곤 한다. 신문은 속세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용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목탁은 번다한 세상사에 지치고 흐려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 고요한 청정심으로 인도한다. 사회의 공기(公器)이지만 경쟁 사회 속에 하나의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이 당면한 문제는 높은 구독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방에 난립하여 언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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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무자화(無字話) 지면기사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 조오현(1932~)일상적 언어로 말하는 것 보다, 말해진 것이 많으며, 말해진 것 보다, 말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성적 언어로는 해독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말해 온 것'보다 '아직 말하지 못한 것'들이 무수하다. 그렇다고 사물의 본질은 문자로 정리되고 언어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의 세계는 말로 전할 수 없다"라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경우와 같이 무자화(無字話)는 이미―없는 것을, 지금―있는 것으로 알고 호명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의 이름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름은 문자에 불과하고, 나라는 이름의 문자는 제도 속에서 편철된 것이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는 실체와 고유한 삶도 없다. "강물도 없는 강물" 위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뗏목다리'를 타고, 우리도 모르게 '강물에 떠내려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오늘이 그렇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조오현(1932~)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