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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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새로운 구(區)명칭에 거는 기대 지면기사
도시 정체성 확립과 브랜드화로 '애향심 고취'다양한 사업 추진 경제 활성화로 '지역발전' 한몫낙후된 변방 아닌 '고유의 멋 지닌 도시' 재탄생요즘 동구가 떠들썩하다. 50여 년 만에 동구의 얼굴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가진 각자의 이름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불리는 호칭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나타낸다. 행정구역 명칭 또한 사람의 이름과 다르지 않다. 자치구는 법인격이 부여된 지방정부이기 때문에 전국에 단 하나뿐인 고유의 얼굴이어야 한다.동구라는 명칭은 1968년 구제(區制)가 처음 실시될 당시에 단순히 인구 규모에 따라 나누고 인천시청(현 중구청)을 기준으로 방위 명칭을 부여하면서 비롯됐다. 동구라는 이름은 전국에 6곳이나 돼 광역시를 앞에 붙이지 않으면 어느 도시인지 전혀 구별할 수 없다. 또한, 인천시 영역이 넓어지면서 동구는 동쪽이 아닌 서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다.구(區) 명칭 변경에는 각종 서류와 표지판 정비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고, 시행 초기 생소함에 따른 불편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동구가 명칭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구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고유이름을 가짐으로써 도시의 정체성 확보와 브랜드화를 추진할 수 있고, 주민들의 애향심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시대에 지역 브랜드화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도시경영의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동구는 인천의 종갓집으로 근대화와 산업화, 문화의 선도도시였다. 하지만 외곽중심의 신도시 개발에 밀려 도시 기능이 쇠퇴했다. 이에 따라 인구수는 1980년 16여만 명에서 7만여 명으로 줄었고, 노령인구 비율은 17.2%로 인천 자치구 중 제일 높으며, 인천시 전체 공폐가의 3분의 1인 670여 채가 동구에 위치하는 등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위기 속에 민선 6기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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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짝 지면기사
우리 서로 도장 찍은 맹종(盲從)의 종신 보험평생 저축해둔 그리운 흉터들을한쪽이 도질 때마다 갸륵하게, 덮어주는,이승은(1958~)반쪽은 한쪽에서 나오며, 한쪽은 반쪽으로 완성된다. 반쪽이 반쪽을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짝을 이루는 것이다. 짝을 찾아가는 것은 원래의 자리를 회복하는 과정이지만, 분열된 상태에서 반쪽은 언제나 불완전한, 불안정한,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짝이 된다는 것은, 자기를 온전하게 '자기라고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로'를 '우리' 안에 편입시키는 '짝의 공간'에는 선과 악을, 옳고 그름을, 참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죽는 날까지 순종하는 것인바, 서로의 이름을 새긴 "맹종盲從의 종신 보험"에 낙관을 찍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그리움도 흉터도 애증으로 축적되면서 낡아가는 반쪽이 반쪽을 "갸륵하게, 덮어주는" 당신도 한쪽에서 나온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이승은(1958~)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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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국악×재즈= 월드뮤직 지면기사
음악은 '허세'다. 조금은 그렇다. 한국에서, 60년대와 70년대는 클래식이 그랬다. 80년대와 90년대는 재즈가 그랬다. 이런 음악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적 허영심을 만족하는 기재가 되었다. 물론 모두 그랬다는 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국악이 어쩌면 '허세'인지 모른다. 자신이 국악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무릇 음악인이라면 국악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심리가 있다. 클래식과 현대음악, 재즈와 월드뮤직을 한다는 음악인들이, 국악을 소재로 해서 쓴 작품은 꽤 많다. 그러나 양과 질은 결코 비례하지 못했다. 신현필이라는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있다. 그를 재즈에 국한할 수 없다. 그간 경험하고, 지금 지향하는 음악이 재즈라고 할 순 없기에 그렇다. 지난해 '대중음악인을 위한 국악작곡 아카데미'(국립국악원)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발표된 곡 중에서 신현필의 곡은 유일하게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았다. 피아노만큼 만만한(?) 악기가 또 어디있으랴? 이 악기 하나로 재즈적 화성을 모두 커버할 수 있지 않은가? 그의 작품은 또한 국악연주가들이 땀을 삐질 흘리면서 연주하게 만들었다. 국악적인 곡이 아니라서 그랬을까? 그 반대다. 국악적 리듬(2분박과 3분박)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신선하게 접근했다. 비유컨대, 2차방정식을 잘 푸는 학생에게 이제 3차방정식의 문제를 내 준 셈이랄까? "국악은 어떻게 월드뮤직이 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평생의 숙제다. 나는 월드뮤직을 이리 정의한다. "지역음악의 특수성과 세계음악의 보편성이 잘 융합된 음악이다." 국악연주자와 타 분야 음악인들이 만날수록, 특수성과 보편성이 조화로울 수 있다. 신현필에게서 그런 씨앗을 발견한다. 'Hauzikhas Connection'이란 음반에는 '한오백년'이 실렸다. 그가 프로듀서를 하고, 색소폰으로 연주했다. 인도음악가와 함께 작업을 했다. 사랑기(인도현악기)와 타블라(인도 타악기)가 등장한다. 재즈를 전공한 이들이, 자국의 민속음악을 이용해서, 월드뮤직을 지향하고 있다.국악이 월드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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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더 나은 삶을 요구할 권리, 인간의 권리 지면기사
1%의 군림하는 사람들이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는 헛된 것먹고 살 것만 있으면 되는 삶빚이 있어야 파이팅 하는 삶에우리가 동의해선 안된다"민중은 개, 돼지이다. 출발선상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이 나라 교육정책의 심장부,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취중진담'이다. 격분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다. 먼저 사람을 동물에 견주는 비속어 같은 표현이 거슬린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입에서 나올 수 있고 인간이라고 당연히 인간 이외의 동물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니 이야말로 취중에 가능한 욕설로 치고 듣는 민중 입장에서 마주 욕설하며 한바탕 싸우고 나면 될 일이다.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표현에 들어있는 진실이다. 2016년 현재 한국사회를 함축하는 상징으로 '수저'가 있다.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하더니 이제는 무(無)수저까지 등장했다. 인간은 다 같은 인간이고 모두 평등하다고 배웠다. 열심히 살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라고 배웠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임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주인의식을 갖자며 사원을 가족이라고 부르던 회사들은 형편이 어려워지자 제일 먼저 노동자를 해고했다. 최고학력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승진해도 금수저 오너일가보다는 아래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인정하는 절망의 표현이 바로 이 '수저론'이다. 이 신계급론이 아직은 자조 섞인 비유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이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타고 난 경제적 기반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다는 절망이 정착하면 어찌될지 상상만으로도 두렵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명백한 계급이 성문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여 우리는 세상에 요구할 수 있다. 출발점이 달라도 저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라! 능력이 달라도 저마다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하라! 요구할 수 있어야만 한다.이는 특히 교육부가 할 일이다. 성장기에 저마다 소질을 계발하고 스스로 인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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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천재들의 무용담과 보편가의 시대 지면기사
한분야 맞춤형교육 '위험' 그 직업 없어지면 낭패필요할 때 새분야 진입 가능한 '적당한 소양' 필수지식총량 커지는 시대엔 보편가 생존 가능성 높아전문가(specialist)는 한 우물을 파서 특정 분야의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며 미지의 영역을 탐험한다. 노벨과학상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상도 전문가들의 성취에 주는 상이다.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항상 조화롭게 협력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맡기고 그들의 지적 생산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통상 좋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여겨진다.만능가 또는 보편가(universalist)는 분야의 경계에 제한받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자와 수학자와 과학자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으니 보편가들의 세상이었다.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은 이런 보편성의 재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아르키메데스는 그 박학다식함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인데, 고상한 지식도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정약용과 비교할 만하다. 중세 유럽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상당히 지속되어 다빈치나 파스칼처럼 미술가이자 수학자이고 과학자인 사람들이 출몰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이런 분야들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인체를 잘 그리려고 하다 보니 해부학의 전문가가 되었고, 파스칼은 풍경을 잘 그리려고 하다 보니 원근법의 원리를 사영기하학으로 발전시켰다. 이건 수학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모든 선분이 유한한데 반해서, 무한의 개념을 기하학에 도입해야 여러 모순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각성한 것이다. 지식의 총량이 폭발 지경인 현대에는 이러한 보편가의 전통이 계속되기 힘들다. 보편가라고 하면, 당연히 특정 분야에 국한했을 때는 그 깊이가 얕을 것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훈수꾼의 역할에 그칠 테니까.세상에 예외는 항상 있다. 20세기 마지막 보편가라고 불리는 폰 노이먼은 전설적인 수학자로서 대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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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기도 외국인관광객 유치, 면세점 확충이 방안 지면기사
경기도는 올해 초 고양 킨텍스 등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대규모 전시시설(MICE 시설)에 면세점을 허가토록 관세청에 건의했다. 현재 관세청장의 보세 판매장 운영 고시에는 광역단체 단위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30만명 증가할 경우 신규 면세점 특허를 내줄 수 있도록 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30만명 씩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에 따라 도내 면세점 추가 개설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건의안을 제출한 것이다.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현재 전국에는 서울 9개, 제주 3개, 부산 2개, 인천 1개, 경기 1개의 시내 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특히 서울 시내 면세점은 지난해 6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 지금도 서울 도심이 공회전 차량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앞으로 이 문제를 포함해 서울시의 교통 체증 및 숙박 시설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경기도에는 2013년 218만명, 2014년 185만명, 지난해 176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도내 관광지 별로는 파주 임진각, 용인 에버랜드, 용인 한국민속촌, 파주 제3땅굴, 수원화성 등 순으로 많이 찾았다. 이러한 관광객 방문 현황과는 다르게 수원 1곳에서만 면세점을 허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도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와도 물건을 사며 돈을 쓸 곳이 거의 없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적극 반영한 품목이 입점된 수요 맞춤형 시내 면세점 확충이 필요하다. 2013년 12월 개장한 경기도의 유일한 시내 면세점은 향수, 화장품, 가방 등 52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그러나 해외 고가 브랜드의 입점이 무산되면서 고객 유인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어렵게 됐고 무늬만 면세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경기도를 방문하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의 필수 코스는 면세점이다. 도가 제출한 건의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근 3년간 193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경기도에는 많으면 4개까지 면세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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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청년 전세임대' 청년의 주거독립을 응원합니다! 지면기사
독립할 나이가 됐어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또 이와 유사한 신조어로 니트족(NEET)이라 하여 일하지 않고 일할 의욕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지칭하기도 하며 이외에도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5포세대(취업, 인간관계), 7포세대(집, 희망) 그리고 N포세대(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까지 요즘 청년들의 상황을 빗대어 수많은 신조어가 난무하고 있다.'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김난도 교수의 말처럼, 또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많은 방황과 고민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만의 꿈을 찾고 또 이를 추구하는 것이 청춘만의 특권이자 숙명이라 할지라도, 유독 한국과 일본의 청춘들을 지칭하는 자조적이며 비하적인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은 아마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저출산과 노령화라는 공통된 사회적 환경변화 속에서 더욱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반영한 때문이라 생각한다.정부는 이런 청춘들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고자 지난 4월 28일 발표한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 방안'을 통해 기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청년전세임대주택으로 확대 개편하고 수도권 3천60호를 포함한 5천호의 청년 전세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입주자격은 사업 대상지역내 대학 재학생으로서 타 시· 군 출신 대학생이며 취업준비생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후 2년 이내인 사람으로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여야 한다.대학생의 경우 신청자의 대학 소재지와 동일한 시 ·도 내 주택을, 취업준비생은 신청자의 부모 주소지를 제외한 전국의 주택(전용면적 60㎡이하)에 대해 전세보증금 8천만원 한도로 지원하며 이번 달 11일부터 13일까지 LH 인터넷 홈페이지(apply.lh.or.kr)를 통해 신청을 받아 8월 12일께 당첨자 발표를 할 예정이다.물론 청년 전세임대주택이 작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유일하고 완전한 해결책도 아니고,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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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자연 서정의 미학적 가능성… '청록집' 발간 70주년을 맞아 지면기사
1946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청록파 3인의 기념비적 시집자연을 재현한 독자적 성취이자우리말 리듬과 이미지를예술적 형상속에서 구현한해방직후 가장 빛나는 '사화집'3인 시집 '청록집(靑鹿集)'은 1946년 6월 6일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을유문화사는 1945년 12월 민병도, 정진숙, 조풍연, 윤석중에 의해, 해방되던 해인 을유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출판사이다. 세칭 '청록파'로 기억되는 세 분의 시인이 펴낸 이 기념비적 시집은, '자연'을 현대시의 중요 대상으로 재현해낸 독자적 성취이자, 우리 말의 리듬과 이미지를 높은 예술적 형상 속에서 구현한 해방 직후의 가장 빛나는 사화집이다.일제 말기에 이들을 '문장'으로 등단시킨 정지용은 해방기에 조선문학가동맹과 거리를 현저하게 좁히면서 활동하였다. 하지만 그는 식민지 시대의 화려했던 시사적 자취와는 다르게 별다른 시적 진경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지용은 후배 시인들에게 여전히 깊은 숲이자 커다란 그늘이자 발생론적 역상(逆像)으로 존재했다. '청록집'이라는 시집 이름 역시 정지용의 '백록담(白鹿潭)'(1941)과 뚜렷하게 마주보는 형국을 취한 것이다. 5년 터울의 흰색과 청색의 뚜렷한 마주보기는 '청록파'의 발생론과 분기(分岐)를 동시에 보여주기에 족한 것이다. 그러다가 정지용은 1948년 1월 정음사에서 나온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문에서 자신이 "8·15 후에 부당하게 늙어간다"라고 썼다. 해방 후 자기 시 세계에서 한 발짝도 진척을 보이지 못했던 그는 후배 시인의 유고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분향하며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라고 외쳤지만, 그 '무시무시한 고독'은 그 스스로의 몫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정지용은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하다가 단독정부가 서자 보도연맹에 가입하는 등 굴곡 많은 고독한 세월을 보냈다.해방 직후 을유문화사에 취직한 박두진은 '문장' 출신 시인들의 사화집을 계획하였다. 김종한은 타계하였고, 박남수와 이한직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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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상의 전환, 오산 맑음터공원 캠핑장 지면기사
오산시에 6일 개장한 '맑음터공원 캠핑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캠핑장은 까산이(까마귀)존에 잔디사이트 4인용 33개, 매화존에 데크사이트 4인용 20개 등 텐트 53개와 캐러밴 4동이 설치됐다. 오산시가 시조를 비둘기에서 까마귀로, 시화를 개나리에서 매화로 바꾸어 까산이존과 매화존이 설치됐다.오산의 '맑음터공원 캠핑장'은 오산천변 환경사업소 부지에 마련되었다. 환경기초시설인 하수처리장 주변에 야영장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자 초기에는 '말도 안 된다'며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시 공무원들은 선진사례를 조사하고 자료를 연찬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고 이제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치고 만석, 만실을 앞두고 있다.과거에 캠핑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겼다. 1970년대 시골에는 검정 미제(美製)천으로 텐트를 만들고 석유 버너에 밥을 해먹으며 10일 이상 야영을 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당시 캠핑은 무전여행과 한 조를 이뤄서 청춘들의 번뇌를 삭이는 과정이었다.요즘에는 1박2일이나 2박3일 동안 현대적 장비를 갖추고 안전한 곳에서 캠핑을 하는 젊은 부부가 많다. 자라나는 어린이, 생각이 깊어지는 중고생들에게도 부모와 함께하는 '캠핑장 1박2일'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참교육의 결정체라고 본다. 단체생활을 통해, 야영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알고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특히, 노련하고 경험 많은 이웃집 가정의 1박2일을 보면서 학교나 사회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적 교육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양보와 배려를 배우고 삶의 의미를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사방팔방이 나일론천 한두 장으로 마주한 이웃을 어떻게 대면하고 어찌 생각할 것인가 하는 착한 고민을 할 것이다.이웃집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를 벤치마킹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말로 '맑음터공원 캠핑장'에 마련된 벤치에서 옆집 부자의 이야기, 건너편 부녀·모자·모녀의 대화를 듣는 기회는 공동 캠핑장에서만 가능한 엄청난 사회적 교육이다. 시멘트 벽돌과 철근, 철판으로 가로막힌 가장 가까이 살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302와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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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브렉시트와 한국 농식품 수출 지면기사
한국식품은 건강식으로세계에서 인정 받고 있어영양과 기능성 강조하고고급화 전략 추구한다면영국시장은 농식품 수출에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EU에 잔류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영국국민들이 탈퇴를 선택하자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요동쳤다. 다행히 경제적 혼란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다른 부문에 미칠 후폭풍은 남아 있다. 재투표를 하자는 청원 서명이 400만명을 넘어서고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등 브렉시트 결정에 반발하는 영국국민도 매우 많다. 무엇보다 국민투표를 통해 드러난 영국 내 세대갈등 봉합이 심각한 과제이다. 브렉시트를 반대한 영국 청년들은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기성세대들이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청년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우리나라도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 달러화 강세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식품 가격 인상, 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농가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산 낙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탈퇴협상에 2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EU는 우리에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규모가 큰 상대국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도 5년째가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로부터 약 38억 달러의 농축산물을 수입했고, 4억5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영국과의 교역규모는 수입 3억3천만 달러, 수출 3천700만달러 수준으로 비중이 EU 전체의 약 10% 정도다. 전체 농축산물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으나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 우리 농식품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출농가와 농식품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현장농가와 농식품업체가 예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