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특별기고] 외국인력제도 효율적 운영 지면기사
먼저 밝힌다. 필자도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 관심이 많다. 자주는 아니지만 주말에 봉사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정기적으로 기부도 한다. 하지만 현재 중소기업에서 활용하는 외국인력제도와 관련해서 현장에서 보면 답답한 점이 많아 기업인을 대표해서 푸념을 좀 해야겠다.우리나라가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게 된 취지는 중소기업이 국내에서는 도저히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서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도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는 만큼 본국보다 상대적으로 후하게 주자고 해서 설정되었다. 경제도 사회도 환경은 늘 변하기 마련이라 그에 따라 제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가 성장하면 임금도 올려야 하고 처우나 복지도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최근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 제도가 왜 도입됐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먼저 임금을 보자. 우리나라는 외국인력에게도 최저임금을 동등하게 적용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대부분의 외국인은 국내에서 번 돈을 최대한 아껴 본국에 송금한다. 얼마전까지는 그렇게 열심히 몇 년만 일하면 본국에 집도 사고 한밑천 잡을 수 있다 하여 각국에서 서로 오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각국의 물가와 급여수준은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외국인력에 대한 임금을 일률적으로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보다 본국의 임금수준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어떨까? 가령 그 나라에서 받는 임금의 200% 수준으로 정하고 여기 생활에 필요한 최소경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또한, 임금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에 연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같은 인력이라도 전문성을 가질 때까지 초기단계에서 일정기간 연수생 형태로 임금을 차등화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기업이 성과를 낼 때 과실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되고 성장이 정체된 시기에는 임금을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동참해야 동료의식도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매년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올리고 최저임금에 연동해서 임금이 정해지는 경직적인 체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체류기한도 그렇다. 일률적으로 5년으로 정하지 말고 기업에서 열심히 근
-
[발언대] 음주운전, 중대한 범죄 인식해야 지면기사
교통조사계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숱한 사고와 사건을 접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언제나 후회와 변명을 남기며 여파도 크다. 술을 마시고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다. 그나마 후회와 변명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음주운전 이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작년 한해 경기 북부지역에서만 1천496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2천645명이 부상을 당했다. 주변에서 음주운전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도 목격하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음주운전이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미약하고 사회적으로도 음주운전을 관대하게 봐 넘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음주운전의 재범률이 높은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음주 운전자를 직접 조사하고 사고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지난달 검찰과 경찰의 음주운전 처벌강화 방안이 마련된 것은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재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음주운전 처벌강화 방안 중 동승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동승자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겠다는 의지이다. 음주운전 행위를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막고 그 차에 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해 차량 몰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0.1% 이상 운전자에 대해 특가법(위험운전치사상죄)을 적용하는 방안도 음주운전을 중대한 범죄로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경찰 자체적으로도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속을 출근 및 낮 시간대로 확대해 언제든 음주단속이 이뤄진다는 인식을 넓혀나갈 것이다. 대검찰청도 음주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구속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운전자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원인 제공자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형사처벌 범위가 넓어진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음주 사실을 알고도 차량(열쇠)를 제공하거나,
-
[경인칼럼] 박태환을 볼 수 있을까 지면기사
'3년간 국가대표 자격박탈 족쇄' 불공정한 재기의 룰스물일곱 살 선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데…대가 치르고 반성한다면 '재기 허락되는 사회' 올까?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았던 남자축구가 예선 탈락하자 우스갯소리가 유행했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 수영하게" "축구장에 물 얼려라. 김연아 피겨하게" 이 대회 수영 남자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아시아선수가 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72년만의 일이다. 세계 수영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건장한 체격에 맑은 눈빛을 띠고, 수줍은 표정을 짓는 박태환은 단박에 '국민 남동생'이 됐다. 박태환의 시작은 불운했다. 열다섯 살 소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한국선수단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러나 물속에서 킥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실격 당했다. 부정출발이었다.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뭐야? 쟤?"하고 어이없어 했다. 자신도 경기장 화장실에서 두 시간이나 울다 나왔다고 한다. 실은 심판의 실수와 선수단의 무지가 합작해 빚은 해프닝이었다. 심판이 "준비(Take your marks)"라고 지시하면 선수들은 출발대 앞부분에 적어도 한 발을 걸친 채 정지자세를 취한다. 그 다음 출발신호가 울린다. 그런데 당시 심판은 선수들이 정지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돌연 "제자리로(Stand please)"라고 지시했다. 경기중단 선언인 셈인데, 국제수영연맹의 출발규칙에도 없는 내용이다. 잔뜩 긴장해있던 박태환이 그 소리를 출발신호로 잘못 들었던 것이다. 물에서 나온 박태환은 실격이라고 생각했다. 뒤늦게 심판이 불렀지만 어깨를 늘어뜨린 채 탈의실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한국선수단은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판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른들은 무지했고, 소년은 상처를 입었다.똑같은 장면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재현됐다. 결과는 달랐다. 중국의 수영영웅, 박태환의 라이벌 쑨양은 남자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에 물에 뛰어들었다. 부정출발로 판정되면
-
[수요광장] 물 복지와 아시아 인프라 지면기사
경제적 차이·사는 지역 상관없이누구에게나 좋은 물 마실 권리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복지'우리나라 나아가 전 아시아인들충분하게 혜택 받을 수 있도록물 관련 인프라 확립 앞장서야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이 방한 중이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최초로 직선제 정권교체를 이룬 첫 서민대통령으로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국가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남다른 열성을 보인다. 각종 인프라 구축현장을 찾아 진척사항과 문제점 등을 확인하며 관련 공무원을 독려하는 것이 일상이 되다시피 하고 있단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6개국 105개 기관 300여명이 참석한 아시아물위원회 1차 총회에서 위원회 창립회원인 인도네시아의 공공주택부장관이 개회식 불참을 알려 왔다. 조코위 대통령 현장방문을 수행해야 해서 저녁에나 참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인프라 구축에 대한 조코위 대통령의 관심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조코위 대통령의 방한이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필자는 가끔 수많은 복지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아픈 분들에게는 충분한 의료 혜택이, 젊은이들은 일자리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혜택이, 생활여력이 약한 노인들은 은퇴 후 생활보장이,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보육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복지 혜택인가를 선뜻 고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먹고 마시는 것부터 충족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복지여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아시아 빈국이나 아프리카 등지를 방문하거나 TV 현장르포를 통하여 마실 물이 없어 몇 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오고 그마저도 깨끗한 물이 아닌 걸 보게 된다. 저런 물을 마시고 견딜 수 있을까? 오염으로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닐까? 안타까움이 많다. 사람이 어떤 물을 마셔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는 가끔씩 이의 중요성을 잃어버린다. 누가 깨끗한 물, 건강한 물을 마셔야 하는가?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대인호변: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화한다 지면기사
주역에서는 개혁이나 혁신 혁명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革卦가 있다. '고칠 革'의 택화혁괘(澤火革卦)는 못과 불이 서로 만나 못물은 아래로 흘러내리며 불을 끄려 하고, 불은 위로 타올라 못물을 말려서 없애려하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이 증발해 없어지든 불이 꺼지든 둘 중의 하나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혁명의 뜻도 있다. 계절의 변화로 보면 革卦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에 해당하는데,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면서 기후가 싸늘해져 그 급격한 기후변화를 실감하기 때문에 그렇다. 짐승들도 가을철에 접어들면 털갈이를 하는데 두껍게 듬성듬성 나있던 털을 가늘고 촘촘한 털로 바꾼다. 겨울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가을철 털갈이를 하는 것인데 그 털이 너무 가늘기 때문에 추호(秋毫)라는 말도 생겼다. 주역에서는 이처럼 미래를 대비해서 몸에 난 털을 완전히 바꾸는 동물처럼 제대로 혁신하는 모습을 호변(虎變)이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외형만 고치는 모습을 혁면(革面)이라고 하는데 마음은 전혀 고치지 않고 낯빛만 고친다는 뜻이다. 개혁이나 혁신을 하는데 小人은 혁면(革面)만 하고말지만 大人은 호변(虎變)을 한다는 것이다. 기왕 혁신을 하려면 완전히 뜯어고치는 호변(虎變)을 해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자치단상] 국립문학관 하면 항상 '군포' 지면기사
개방적이고 편리한 교통·접근성 뛰어난 입지조건국내 대표성 위상·문학진흥 등 '취지 100%' 부합시민·문학계 7년여 전부터 필요성 제기 유치활동전국의 문학인들뿐만 아니라 군포시를 비롯해 다수의 자치단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던 '국립한국문학관' 건립부지 공모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25일까지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신청을 받겠다고 공표했습니다. 2020년에 개관·운영한다는 것이 문광부의 계획이며 군포를 포함해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의 관심은 국립문학관 우선협상 대상 후보지 선정에 집중돼 있습니다.과연 국립문학관은 어느 지역에 건립돼야 최선일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직'을 신념으로 삼아 생활했고, 행정적 판단을 내릴 때 정직을 저울로 삼아 옳고 그름을 판단해 왔습니다. 이번 국립문학관 유치와 관련해서도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정말 군포에 유치하는 것이 최선일까?"라는 여러 번의 자문과 고민을 통해 나온 답은 "그렇다"입니다.문광부의 발표에 따른 국립문학관 주요기능 및 추진 방향, 건립 후보지 입지 여건을 살펴보며 이런 판단은 객관적 확신으로 강화됐습니다. '문학인, 문학단체, 국민 누구나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공간 지향', '대중교통 여건, 접근의 양호성'은 국립문학관 건립 추진 방향과 입지 여건입니다.군포는 이런 조건들에 딱 맞는 도시입니다. 얼마 전 개최한 '책나라군포 철쭉축제'는 공중파 방송 3사 외에도 다수의 언론에서 조명을 받았습니다. 도심 속에 20만 그루에 달하는 철쭉군락지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기 편하다는 사실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전철 1호선과 4호선이 군포를 통과하며, 30여개의 광역·시내 노선버스 등을 이용해 편리하게 군포를 찾을 수 있습니다.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얼마 전 개통한 수원~광명 고속도로, 국도 47호선 등을 통해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오기 좋은 여건입니다.또 건립 후보지 입지 여건 중에는 '자연재해 및 기타 재
-
[시민기자의 눈] 홀로 계신 엄마를 생각하며 지면기사
지난 5월 6일 엄마를 보고 왔다.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혼자 사신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한테 연락하지 않았다. 멀리 사는 딸이 간다고 하면 엄마는 만사 제쳐놓고 장을 보고 음식을 할 테고 싸줄 먹거리까지 챙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밤늦게 도착해 오롯이 엄마와 둘 만의 시간을 가졌다. 난생 처음 손을 꼭 잡고 밤새 엄마의 얘기를 듣고 맞장구를 쳤다. 엄마는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엄마의 뇌 회로가 연결 됐다 안 됐다 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반복된 이야기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먼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식사는 잘하세요?" 엄마한테서 나올 말을 뻔히 내다보면서…. 한데 엄마는 평소 하던 "잘 먹는다. 걱정마라" 대신 "나는 굶는 걸 잘한다. 젊었을 때부터 익숙해서 굶어도 잘 견뎌" 라는 게 아닌가. 일순, 둔중한 뭔가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엄마 젊었을 적엔 시절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라고 하려다 그만뒀다. 평생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가 당신만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음을 알기에. 게다가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구판장이나 구멍가게도 없어진 지 오래됐고 마트는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다. 먹거리를 사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 번 오가는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시간을 맞춰야 하고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언니가 자주 들른다고는 하나 한계가 있을 터였다.새벽 무렵, 엄마는 잠이 들었고 나는 냉장고를 점검하고 엄마 머리맡에 놓여있는 전화번호부를 뒤적였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트와 우유대리점, 식당 등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했다. 엄마에게 필요한 것을 주문 배달할 심산이었다. 이럴 때 중국에서 신종사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부모님 방문 서비스'(수고비를 받고 자식들을 대신하여 부모님을 찾아뵙는 방문서비스)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개운치 못한 자식 역할이기는 하겠지만…. 아쉬움을 가득 안고 집에 돌아와 어버이날 아침, 엄마
-
[발언대] 규제에도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면기사
최근 전경련이 발표한 '2016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개혁 추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규제개선 체감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는 법령개정 등 규제개혁의 신속한 후속조치를 꼽았다.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지연 처리 되는 것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일 것이다.지난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16년 규제정비종합계획에 따르면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신설규제에 대해서 10인 미만 기업에게는 최소 3년간 원칙적으로 면제하고 3년이 지난 후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제를 유지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소기업에 대해서는 규제의 전부 면제 또는 일시 면제 등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 차등화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업규모에 따라 규제준수 비용에 큰 차이가 있다는 규제의 역진성을 고려한 조치다. 예를 들어 법령위반으로 1천만원의 과태료를 처분받는 경우를 가정하자. 규모가 크고 재정상태가 여유 있는 기업은 약간의 손실 정도로 마무리가 되겠지만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단기 자금경색으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은 새로운 정보에 취약하다. 새로 도입되는 규제에 대해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할 전문인력도,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설비를 마련하거나 외부에 위탁할 비용도 언제나 부족하다. 정부에서 법령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나 고시를 하고는 있지만 공청회에 쫓아다닐 시간도 없고, 개정안을 봐도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소규모 기업에 대한 취약점을 고려할 때, 신설규제에 대한 소기업 대상 3년간 규제면제 제도는 적극 환영할 만하다. 다만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장밋빛 계획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뿌리내리려면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되어 중소기업의 규제부담을 줄여주는 장치로 활용되기를 중소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김면복 (사)한국소호진흥협회 인천지회장김면복 (사
-
[시인의 연인] 묵념 5분 27초 지면기사
묵념 5분 27초 황지우(1952~)소통의 방식은 소리―언어에만 있지 않다. 소리를 제거하고 난, 침묵―언어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1952년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라는 작품은 공연을 위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가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랐으나, 무대에서는 아무런 연주가 없었다. 객석에서 관객들의 술렁임만 감지될 뿐 무대는 4분 33초 동안 침묵과 고요만이 흘러가다 연주가 끝났다. 때로는 '침묵의 언어'―기의와, 말해야 되는 '시적 언어'―기표 사이에서 '5분 27초'라는 '고요한 묵념'만이 '진실한 소리'를 들려줄 때가 있다. 이 때 '묵념'을 수용하면서 '침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나는 말할 수 없으므로 양식을 파괴한다. 아니 파괴를 양식화 한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폭력적 세계에서 상식을 깨버린 '파괴적 언어'는 일상적인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를테면 1980년 5월 27일 광주에서 계엄령이라는 비정상적인 법칙과 이에 따른 희생자들을 묵도하게 함으로써 언어의 정보적 기능은 사라진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고요함 속에서 배치되는 정적의 사태 속에서 '혼란의 진실'과 '통증의 모순'을 웅전하게 된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윤중강의 음악살롱] '한국재즈 100년사'(박성건 지음) 지면기사
재즈는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한국' 재즈라고 하면 달라진다. 잘 모르거나,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재즈의 역사에 관해 체계적인 정리가 이뤄지지 못한 탓도 있다. 한국재즈와 관련해서 얘기할 때도, 몇 명의 특정인물과 몇 개의 특정장소에 치우쳤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해 줄 책 한권이 나왔다. '한국재즈 100년사'란 종이책이다. 저자 박성건이 대단하다. 그간의 재즈와 관련한 신문과 잡지를 섭렵했다. 그의 눈에는 신문기사뿐 아니라, 신문광고까지도 소중했다. 재즈와 관련된 인물들과 만나면서, 거기서 한국재즈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어낸 것 같다. '한국재즈 100년사'는 그의 이런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재즈애호가들은 이 책을 통해서 한국재즈의 시공(時空)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 책은 이 땅에서 재즈를 위해 애썼던 많은 인물들을 불러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장르가 대중에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개인이나 국가가 후견인(patron)이 돼 줘야한다. 조선의 재즈에선, 백명곤이 그런 역할을 했음을 알려준다. 1930년대, 조선의 음악은 매우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그런 역할을 했던 인물이 김해송(1911~1950)과 손목인(1913~1999)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음악인을 능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크게 인정을 받은 두 음악인들의 활약에 관해 소상히 알게 해준다. 1960년대 이후의 재즈는 어떠했을까? '카바레'란 말을 언급하는 것이 편치 않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동화카바레의 김광수악단과 은성카바레의 엄토미악단을 통해 한국의 재즈음악이 점차 전문성을 획득했음을, 이 책은 당당하게 밝힌다. 호텔의 나이트클럽과 함께, 한 때 인기절정이었던 한일회관과 뉴욕회관이 실상 재즈음악의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했음을 알려준다. 당시 국도극장에서 공연했던 극장식 쇼가 결국은 재즈음악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도 확인하게 해준다.한 때 재즈라는 음악은 정치적으로 불온(不穩)한 것이었고, 재즈의 소통공간은 사회적으로 불륜(不倫)의 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