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경지이오: 다섯 가지로 경영하라 지면기사
오늘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다. 다툰다는 '쟁(爭)'이란 글자는 한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그것을 잡으려 하는 두 손을 그린 글자이다. 내가 잡으면 상대는 떨어지고 상대가 잡으면 내가 떨어진다. 냉엄한 현실이다. 싸움은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지만 적극적으로 또는 마지못해 싸워야할 때가 있다. 나라 뿐 아니라 한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전국시기 활약한 손자(孫子)는 싸움을 할 때는 다섯 가지의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를 하고 그것을 충분히 갖추면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하였다. 그가 말한 다섯 가지란 도(道)와 천(天)과 지(地)와 장(將)과 법(法)이다. 천(天)은 천기(天氣)로 낮과 밤이나 추위와 더위 같은 시기적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地)는 지세(地勢)로 높고 낮은 높이나 멀고 가까움의 거리, 평지와 험지, 넓은 지역과 좁은 지역 등의 지리적 위치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將)은 그 싸움을 이끄는 장수의 덕량을 말한다. 지혜와 신의와 어짊과 용기 그리고 엄숙함을 갖추면 부하들을 움직여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법(法)은 일종의 잘 짜여진 관제(官制)를 뜻하는데 규칙에 맞게 일정하게 운용해야 그에 맞추어 싸움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4가지에 앞서 가장 먼저 말한 도(道)란 무엇일까? 손자는 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道)는 백성들에게 전쟁의 명령을 내릴 때 위의 뜻과 함께 하여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면 같이 죽고 같이 살고자하여 속임이 없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손자가 꼽은 전쟁의 제일 원칙인 도(道)는 바로 백성의 동의(同意) 즉 민의(民意)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경인칼럼] 인천의 정치적 민도(民度)가 낮다고? 지면기사
출신지역 안 가리고 정당도 편애않는 '고유의 성향'지역발전·나라살림 잘 할것 같으면 '지지하는 특성'이번에도 그 특유함 나타나니 함부로 평가 안 하길인천이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5년부터다. 이 해 2월 12일 실시된 제 1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인천은 대구와 함께 당당히 시·도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의 하위 행정단위가 아닌, 직할시로서의 인천 투표율이 공식적으로 집계됐다. 당시 인천 인구수는 131만2천여 명, 확정선거인수는 81만3천500여 명이었다. 277개 투표구에서 투표가 진행된 결과 80.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투표율 84.6%보다 3.9%P 낮은 수치였다. 13개 시·도 가운데 충북이 90.4%로 일등을 차지했고, 인천이 꼴찌였다.투표율과 관련한 인천의 '흑역사(黑歷史)'는 이렇게 시작된다. 4년 뒤인 1988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투표율 70.1%로 서울 69.3%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이제 임기를 끝내는 19대 국회의원들을 선출했던 2012년 총선의 득표율은 51.4%, 다시 꼴찌였다. 12대부터 19대까지 모두 여덟 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인천은 꼴찌 3번, 꼴찌 바로 윗자리를 5번 기록했다. 영남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호남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인천은 늘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최하위 투표율과 함께 인천의 선거를 특징짓는 것은 여당으로 향하는 표심(票心)이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인천 유권자들은 지역구 7석 가운데 6석을 여당인 민주정의당에게 몰아주었고, 1992년 14대 총선에서도 민주자유당에게 5석을 주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11석으로 늘어난 지역구 의석 가운데 9석을 신한국당에게 안겨주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0년 16대 총선 땐 새천년민주당에게 6석을 주어 우세승을 거두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에게,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기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에게 지역구 1
-
[수요광장] 바흐와 헨델의 차별화된 브랜드마케팅 지면기사
바흐는 자신의 영역에만 집중반면 헨델은 다양성으로 접근현대의 복잡한 기업 경영은전문화가 기초된 다각화로융합적 시너지효과 내지 못하면급변하는 환경 낙오될 수밖에음악은 고된 일로 힘들 거나 일상이 지루할 때 우리를 감싸주고 보듬어 준다. 매혹적인 음악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폭넓게 해석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도와준다. 이런 관점에서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부르는 바흐와 헨델의 음악은 사람들이 꼭 빠져 들어가도록 온몸과 오감으로 다가간다. 그럼 이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들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흐'(Bach)는 독일말로 '시냇물'이란 뜻인데, 베토벤은 "바흐는 시냇물이 아니라 거대한 바다"라고 말했다. 바흐는 독일 이외의 지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뿌리를 둔 토착형 작곡가이다. 바흐는 궁정과 교회를 위한 음악을 만들며 비교적 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오르간 음악을 배웠고, 비발디의 협주곡 악보를 구해서 공부했다. 바흐의 바이마르까지의 삶은 연주자, 쾨텐과 라이프치히 시절은 작곡가로 구분된다. 바흐는 내면의 가치에 집중된 삶을 추구한다. 바흐의 음악은 음악에 내포된 의미와 강열함으로 사람을 이끈다.바흐의 음악에는 절제와 섬세함의 미학이 있다. 바흐의 집중력과 완벽성에서 나온 음악들은 점차 인기를 얻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바흐의 기독교 음악 작품인 '수난곡(Passion)'이 음악 리스트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바흐는 특정영역에만 집중하여 자신만의 브랜드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바흐와 대조적으로 헨델은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다녔다. 젊은 무명 시절 헨델은 이탈리아로 유학하여 교황청의 신부들을 매료시켰다. 그 후 헨델은 함부르크로 돌아와 오페라 '알미라'로 대성공을 거둔다. 헨델은 당시 글로벌 시각을 지닌 유일한 음악가였다. 그에게는 '위대한 작센인'이란 브랜드가 따라 다녔다. 그 후 런던에서 1년간 왕실과 귀족을 위해 활동하게
-
[깨소금] 나라의 주인은 투표하는 유권자 지면기사
정책학의 창시자인 해롤드 라스웰은 공공 정책은 곧 정치이며 정치는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가에 대한 결정이라고 봤다.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이러한 정치적 결정을 완성하고 그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다. 정책, 정치, 그리고 선거는 하나의 몸통이며 행정과 정책의 주체 혹은 객체가 되는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오늘은 4월 13일 제20대 총선이 실시되는 날이다. 지난 1985년 제12대 총선에서 기록했던 84.6%의 높은 투표율을 기점으로 과거 총선 투표율은 두 번의 총선에서 반짝 소폭으로 반등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가장 최근 선거인 지난 19대 총선의 54.2%와 지난 12대 총선 투표율을 비교한다면 무려 30%나 떨어지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총선 투표율인 7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투표율 하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가? 정치적 허무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실태는 정치권력에 대한 평가를 포기하고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은 당선자의 권력에 부여되는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즉 유권자의 이익을 대표해줄 수 있는 대리인의 권위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정치권력의 리더십이 도전받기 쉬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투표율 저조는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을 어렵게 하며 공정한 경쟁의 정치적 프레임을 균열시키고 국론의 분열과 계층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에선 다분히 감상적이며 이상적인 시각에 기초해 투표를 기권할 권리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결코 해결이 녹록지 않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면 선거 참여는 나라의 주인으로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책무이자 권리임을 인식하게 된다.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거 당국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참정권 행사의 여러 장벽을 허물기 위한 재외국민 투표나 사전투표 제도 실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
[자치단상] 도심 복판 통합예비군 훈련장 짓는 국방부 지면기사
산곡동 예정지 반경 3㎞이내 주민 40여만명 거주주민들 도시외곽 이전 알고 있었는데 뒤통수 맞은꼴시, 명확한 입장 밝히고 정부도 계획 백지화해야요즘 인천시 부평구 곳곳에서 매일 매일 통합예비군훈련장의 부평이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통합예비군훈련장 부평이전반대 협의회'를 비롯해 부평지역 각종 자생단체 회원들이 화창한 날씨에 꽃놀이를 마다한 채 서명 작업에 나선 것이다. 지난 주말도 여성단체 회원들은 가족까지 함께 나와 서명을 받았다.이미 반대 서명자가 23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인천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는 물론, 시·구의원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그간 수천 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예비군훈련장 부평이전반대 집회와 가두 행진이 수차례 열렸고, 거리엔 '국방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각종 현수막이 휘날리는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 아직까지 국방부는 인천 도심 한 복판인 부평구 산곡동 일대에 예비군 통합훈련장을 설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대대급(시·군·구) 단위로 설치돼 있는 예비군훈련장들을 연대 및 여단급 단위 예비군훈련대로 통합하겠다는 방침아래 경기도 김포와 부천을 비롯하여 인천의 주안, 공촌, 계양 등 6개의 예비군 훈련장을 통합, 부평구 산곡동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평은 인구밀도가 전국 230개 지자체 중 15위로 매우 조밀한 도시이고 더구나 산곡동 예비군훈련장 예정지 반경 3㎞이내에 40여 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인근에 31개의 유치원 및 초·중·고가 밀집해 있는 거주지 중심지역이다.따라서 평소에도 교통 체증이 심각한 지역인데 이곳에 사격장을 만들어 하루 평균 예비군 1천500~2천 명, 1천대의 차량이 몰려들게 한다면 학생들의 학습권과 주민들의 생활권은 어떻게 책임질 작정이란 말인가?우리가 통합예비군훈련장의 부평구 이전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주민들은 훈련장 예정부지에 있는 3보급단 부대가 곧
-
[기고] 장애인체육, 함께 만들어야 할 생산적 복지 지면기사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병들지 않고 부상 없이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게 가능할까? 현재까지 의학기술로는 힘들 것 같다. 누구나 죽기 전 장애를 입을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인 셈이다. 실제 등록 장애인 250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43.3%를 차지하고 50세 이상은 무려 74%에 달한다. 따라서 장애인이 살며 부딪히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일인 것이다.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88.9%가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가 원인이며, 장애인 가구는 283만가구로 추정된다. 갑자기 중도장애를 당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에도 큰 시련이 닥친다. 심지어 이혼, 자살 등 극단적 선택으로 가족해체 위기로 치닫는다. 뿐만 아니라 만만치 않은 의료비 부담도 뒤따른다. 지난 1년간 장애인의 78.3%가 치료나 재활, 건강관리 목적으로 정기적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개인적 부담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공공의료비 지출을 키운다.따라서 장애인과 가족의 건강한 삶을 위해 더 나아가 공공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스스로 자발적인 건강관리 노력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병원보다는 인근 공원이나 체육시설을 찾아 운동을 통해 재활 의지를 다지고 자신감을 찾도록 해야 한다.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집 근처 둘러봐도 접근이 가능한 체육시설을 찾기 힘들다. 설사 체육관이 있다 해도 근래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면 편의시설이 없거나 조잡하게 설치되어 이용이 어렵다. 장애인 교통편이 없어 멀리 공공체육시설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2015년 장애인생활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2%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으나 전문지도자의 지도를 받은 경험은 응답자의 20.2%에 머물고 있어 현장지도자 배치 확대에 목말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체육지도자 증원요청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예산배정 우선순위에 밀려 지도자 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2016년 530명(국정과제 목표인원) 배치계획이었지만 324명(경기도 48명)에 그쳤다. 일반 생활체육지도자의 8분의 1 수준
-
[깨소금] 민주주의의 꽃, 선거 감상법 지면기사
동장군의 억센 손길을 뿌리치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매화와 산수유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등 꽃들의 행진이 절정에 이를 4월 13일 우리는 또 다른 꽃봉오리를 만나게 된다. 민주주의의 소중한 꽃, 국회의원 선거가 전국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권자의 3분의1 이상이 '민주주의의 꽃' 감상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나 하나쯤 빠진다고 결과가 달라지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권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기에 이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별, 인종, 종교, 지역, 학식, 재산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진다. 이를 보통선거라고 하는데 1950년 5월 10일 제헌 국회의원 선거 이후 계속 보통선거가 치러져 왔기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1832년 전까지는 1년에 40실링 이상을 세금으로 낸 토지 소유 남성들만 선거권이 있었고 그 수는 전체 성인 인구의 약 3%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토지를 임차했거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남성', '1년 이상 도시에 거주하면서 지방세를 냈거나 연 10파운드 이상 집세를 낸 남성', '어디에서건 1년 이상 거주하면서 지방세를 낸 남성' 등으로 유권자 범위가 확대됐다. 19세기 들어 '20세 이상의 남성과 30세 이상의 여성'을 거쳐 1918년에 비로소 20세 이상 모든 성인의 선거권을 인정했다. 보통선거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 기나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국도 영국과 비슷하게 제한선거가 이뤄졌는데 특히 흑인과 인디언의 선거권이 아예 부정됐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인종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 이탈리아에서는 한때 문맹자의 투표권이 부정되기도 했다.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또 다른 큰 이유는 정치 무관심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정치인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심지어는
-
[월요논단] 주역으로 풀어본 국회의원 선출 지면기사
치국평천하前 수신제가 이루고소속정당·주변에 갚을 신세 적고언제든 정계 떠나 자립할 수 있는이순신장군 선공후사·유비무환·솔선수범·책임완수 정신조금이라도 갖춘 후보 선택해야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임박했다. 만개한 봄꽃마냥 저마다의 색과 공약을 앞세운 정당과 후보들은 조만간 잔인한 사월이라는 시구처럼 당락의 희비쌍곡선을 그리게 되리라. 수년전 한 기업인이 우리나라 정치를 4류라고 폄하하였듯이 19대 국회는 계파 위주의 붕당정치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총선도 여야 간 정책의 차별성이나 쟁점 및 인물 성향을 구분하기 힘든 역대 최악의 선거로 평가된다. 그래도 자유민주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빨강, 파랑, 녹색, 노랑색을 표방한 여야 4개 정당 및 무소속 후보 중에서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을 하여야 한다.총선을 앞두고 국운이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역 괘를 뽑아 본다. 동양철학의 밑뿌리인 주역(周易)은 하늘 땅 사람(天地人)의 무궁한 조화와 음양 상생상극의 원리를 바탕으로 미래의 변화 방향과 기미(機微)를 살피는 미래학이다. 서구의 이진법과 상대성원리의 기초가 되기도 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명을 융합할 근본과학이기도 하다. 주역은 음양의 두 가지 기호(陰爻와 陽爻)를 3개씩 조합하여 자연 형상을 본 뜬 8개의 소상괘(小象卦)를 짓고, 소상괘를 두 개씩 짝지어 대상괘(大象卦)를 설정한다. 6효로 이루어진 64개의 대상괘에 함축된 상징과 수리 및 이치(象數理)로 우주만물과 인간 세상의 변화와 길흉화복(吉凶禍福)의 흐름을 진단하고 예측한다. 전통적 방식으로 50개 시초(蓍草)를 정성스레 펼쳐 6효를 뽑으니 64괘중 3번째인 수뢰둔(水雷屯) 괘가 나온다. 5번째 양효(九五)가 동효(動爻)로 나와 음효(五爻)로 변하니 64괘중 24번째인 지뢰복(地雷復) 괘로 나아간다. 둔지복(屯之復)의 괘상이다. 수뢰둔 괘는 물 또는 구름 밑에 우레가 있는 상으로, "하늘땅이 처음으로 사귀어 만물이 어렵게 태어나는 형상으로 험한 물속 또는 구름아래 우레가 가득 움직여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되며 하늘이 처음 어두움 속에서 어린 생
-
[시인의 연인] 죽음을 멀리함 (세월호―1225) 지면기사
딸아, 아들아더 이상은 죽음을 꿈꾸지 말자더 이상은 어둠 산에 이끌리지 말자너희는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먼저 떠난 친구들이 너희를 믿으니아들아, 딸아저주를 이기고 살아남은 아이들아더 이상은 어둠 신을 기쁘게 하지 말자살아남은 이들끼리 끌어안고 살자 방민호(1965~)여행에서 돌아온 '딸과 아들'의 눈빛에서 죽음을 목격한다. 그 눈에 '친구들'의 주검을 건너온 슬픔이 있다. 죽음의 순간까지 서로 마주하며 살수 있다는, 지나간 희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소망을 뒤로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희구다. 이제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은 죽음을 꿈꾸지 말고, 어둠 산에 이끌리지 말자"라는, 청유적 다짐은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한 눈물겨운 약속이니. 유의미하게 살아감은, 절망이라는 "저주를 이기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희망에게 묻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망각의 자리'에서 "살아남은 이들끼리 끌어안고" 다시 망자를 호명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봄의 여왕 벚나무 지면기사
남녘에서부터 전해진 꽃소식이 이제는 수원 화성과 팔달산까지 올라와 벚나무가 꽃송이를 터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이상고온현상으로 개나리, 진달래와 벚꽃이 한꺼번에 만개해 보는 상춘객들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해주고 있다.봄이면 꽃으로 온 천지를 화사하게 장식해주는 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전국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산벚나무, 왕벚나무, 올벚나무 등 16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개량해서 세계적으로는 4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종류가 다양한 벚나무는 모양새가 너무 비슷하고 변이가 심해 전문가들도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꽃피는 시기, 암술대와 꽃자루의 털의 유무, 꽃잎의 길이나 형태 등으로 구별하는데 그나마 꽃이 피었을 때가 가장 쉽게 구별이 된다. 울릉도 특산이라 할 수 있는 섬벚나무는 가장 먼저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연한 꽃을 피우고 올벚나무나 왕벚나무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며, 산벚나무는 꽃이 피는 동시에 잎이 나오고 수양벚나무는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늘어진다.왕벚나무는 화려한 꽃으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일본의 국화라는 인식 때문에 일제의 잔재로 여겨져 외면을 받을 때도 있었다. 광복 이후 상당수가 잘려 나갔고, 1980년에는 창경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궁궐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제 강점기 때 심은 벚나무 2천여 그루를 베어버리기도 했다.왕벚나무는 원산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간에 논쟁이 치열했으며 최근에는 중국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일본에서는 왕벚나무꽃을 동경도의 도화로 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일본문화의 전령사로 세계 각처에 보급하는데 열을 올려 왔다. 미국 워싱턴의 포토맥 강변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는 20세기 초 일본이 3천여 그루의 왕벚나무를 기증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 한라산이며 산벚나무와 올벚나무 사이의 자연교잡종이라는 것도 증명되었다. 원산지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생지인데 자생 벚나무가 제주도에서 확인된 것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