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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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있을땐 다름을 걱정하고, 떠나선 같음을 경계하라! 지면기사
지금 우리는 누굴 기억하나? 전통예술의 명인 중에서, 생전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은 기억하니? 꼭 그렇지 않다. 제자가 많은 인물이, 사후에 존경 받는다. 스승을 추앙함으로써, 제자가 더불어 존중받는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탓할 순 없다. 전통예술과 관련해서, 제자가 없거나 적은 인물은 어떤가? 그 분들 중에 전통예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꽤 많다. 우선 떠오르는 인물이 이충선(1901~1989)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올림픽까지, 이 분은 현장에서 피리를 불었다. 그의 피리시나위가 있었기에, 1980년대 피리산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요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자가 없는 스승'이 그러하다면, '스승 없는 제자'는 어떤가? 스승의 총애를 받지 않거나, 문하에서 나온 제자는 어떤가? 비슷한 처지다. 스승의 문하를 떠난 제자들은 문제가 있는가? 스승의 문하에 남아있는 동년배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거나, 인격이 부족한가? 아니다. 그 반대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성악연구회'가 있었다. 판소리와 산조, 민요와 병창의 명인들의 집합소였다. 여기서 이들에 의해 전통예술의 공연과 교육이 이뤄졌다. 그 때는 어땠나? 한 젊은이가 동시에 여러 스승에게 두루 학습했다. 그 시대의 불명예는 '사진소리'였다. 스승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거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치고, 제자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키길 원했다. 이런 명인들의 이런 명언이 있다. "스승의 문하에서 배울 땐 스승과 다름을 걱정하고, 문하를 떠났을 땐 스승과 같음을 경계하라!" 전통예술도 예술이다. 예술가의 주관성과 창의성을 중시한다. 그럼에도 다른 장르에 비해서 이런 의식이 실제적으로 부족하다. 국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과거 전통예술이 소멸할 위기에 처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명인명창들의 기록이 남아있고, 스승과 같아지길 바라는 제자도 많다. 적어도 20대와 30대는 다른 길을 택해야만, 국악이 더욱 풍성해진다. 현실은 어떤가? 그들을 지도한 대학교수가 연주회에 와서, 자신과 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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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위험한 동거 지면기사
머리를 풀어헤친 칡넝쿨이 발목을 휘감는다 질긴 손아귀 같은덩굴 밑에 켜켜이 쌓인 음지가 있다무성한 푸른빛 속에 살기를 숨기며 큰 소나무를 포박중이다 바람결에 날아와 어느새 터를 잡고야금야금 파고들며 휘어잡더니제 뿌리를 땅 속 깊이 묻고 끝없이 뻗어가는저 치명적인 호의,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보행법이다 우경주(1956~)현실은 화합과 배반이 공존하는 모순으로 도착해 있다. 여기에는 거짓과 진실이 혼재하며, 거짓의 얼굴을 한 진실과, 진실의 얼굴을 한 거짓이 착종된, 이 세계는 갈등의 넝쿨이 서로를 감싸며 운신한다. 양립할 수 없는, 이러한 갈등(葛藤)의 어원은 '칡과 등나무'에서 비롯되었다. 칡 나무는 왼쪽으로 휘감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휘감으며 자라는데, 서로의 사정에 따라 하나 되지 못하고 얽혀있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맞설수록 둘 중에 하나, 혹은 둘 다 죽을 수밖에 없는 '갈등의 운명'이다. 요컨대 "머리를 풀어헤친 칡넝쿨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상을 하고 "덩굴 밑에 켜켜이 쌓인 음지가" 있을 뿐이며, "무성한 푸른빛 속에 살기를 숨기며" 가면을 쓰고 있다. 혼란과 불화를 표상하는, 이 광경은 "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보행법"이 아닐까? '욕망의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보행법은 "땅속 깊이 묻고 끝없이 뻗어 가는" 뿌리같이, 오늘도 '야금야금' 우리의 목을 조이며 온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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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급전 필요 서민에 불법사금융은 '썩은 동아줄' 지면기사
성남시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불법사금융 피해로 무려 533%의 살인적인 이자를 물다가 경찰서와 시 불법사금융신고센터(성남시청 1층)로 부터 구제를 받았다.성남 중원경찰서는 작년부터 시와 협력체계를 구축, 직접 수사와 시 불법사금융신고센터로 부터 접수한 사건을 통해 최근 6개월간 30여명을 검거했다.'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직업으로 대부업을 하는 자가 받는 이자율은 연 34.9%까지이고 사례금, 수수료, 공제금 등의 명칭은 원칙적으로 모두 이자로 보며, 선이자를 떼는 경우 채무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을 원본으로해 이자율을 산정한다. 즉 연간 이자로 받은 돈에 100을 곱하고, 이를 원금(선이자 공제 후 실수령액)으로 나누었을 때 34.9%를 넘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개인간 거래 시 법정이자는 이자제한법상 연 25%까지이다.대부업자가 이를 초과해 받은 이자는 법적 무효이고 이는 원금을 갚은 것으로 보며, 갚은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게 된다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 채권추심행위를 규제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1)채무자에 대한 폭행, 협박, (2)반복적으로나 야간에 채무자 방문 또는 전화나 문자발송으로 불안감 유발, (3)"돈을 빌려와라, 보증을 세워라" 등을 강요, (4)채무자의 직장 등에서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내용을 공연히 알리는 행위, (5)채무자의 신용정보,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 등은 처벌대상이니 즉시 경찰서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면 금융감독원(3332) 또는 시 불법사금융신고센터나 관할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문의하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고, 합법적인 대출을 위해 대출신청 전 정부에서 마련한 햇살론이나 미소금융을 먼저 신청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절박한 서민 입장에서 덥석 움켜잡은 불법사금융업자의 손길은 위기탈출이 아니라 살인적인 이자율의 늪에 빠지는 썩은 동아줄이 될 수 있으니, 신속한 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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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우리는 그렇지만 또다시 지면기사
개성공단 폐쇄에 무기력하고아주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선거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북한과의 갈등으로 또 '절망'이 적대와 악몽의 블랙홀에서빠져나올 순간을 바라지 않는가영화 '사랑의 블랙홀'(1993)에는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는 비운의 남자, 필이 등장한다. 반복의 운명은 필에게 금고털이, 뭇 여성들과의 데이트 같은 일탈의 자유를 선사하지만 오늘 무슨 일을 겪었든 내일이 되면 다시 되돌아가고 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필은 절망에 빠져 자살을 시도한다. 그 숨 막히는 반복의 하루, 똑같은 뉴스, 똑같은 표정과 행동의 사람들, 똑같은 날씨, 똑같은 대화 속에서 필은 죽음으로라도 이 상황에 변형을 가하고 싶은 절박함을 느끼는 것이다. 달라지지 않는 삶이란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가.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반복이란 항상성의 유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반복의 주기를 따라야 하는 것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의 지속 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반복되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알고 있다. 삶이란 그러니 이 반복의 리듬을 어떻게 제대로 운용하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요즘 나는 이 반복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평생 살다시피 한 인천에서의 삶이 문득 답답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반복되는 가족들 간의 갈등이 괴롭다고도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지만 그것을 쓰기 위해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들이 언제인가부터는 창작의 고통쯤으로 미화되지 않는 만성화된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것도 같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나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분노와는 차원이 다른 무기력하고 아주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 이러한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는 일종의 절망감 때문이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한과의 갈등이 일어나고 그 문제가 증폭되어 전쟁의 기억이 있는 한국의 특정 세대를 자극해 휘어잡는 방식. 열 살 때쯤인가, 나는 학교 복도에 걸려 있던 커다란 패널 하나를 기억한다. 거기에는 북한이 금강산댐을 터뜨리면 우리나라의 주요 건물들, 63빌딩이나 국회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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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직관을 표현하는 언어 지면기사
과학자 1천여명 시공간 휘게하는 것 탐지해 내19세기 전자기파 존재 확인되자 무선통신 발명휴대폰으로 이어진 전례 또 기대할 수 있으려나아인슈타인은 시공간(space-time)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중력(gravitation)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안했다. 이 둘은 많이 다른데 최근 중력파와 함께 언론에 자주 등장한 상대성이론은 후자다.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있는 30분은 싫은 사람과의 5분보다 짧게 느껴진다는 어느 영화 장면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쓰인다. 달리는 기차에서 따라오는 자동차가 느리게 보이는 상대성이야 예전에 몰랐을 리 없다. 이런 고전적인 상대성에다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빨리 움직일 때는 상대성의 정도가 적어진다는 이상한 생각을 추가한 게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에서 역시 빛의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보면, 고전적인 상대성으로는 빛의 속도의 두 배로 보여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그게 아니고 여전히 빛의 속도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의 몇 배로 나는 우주선 운운하는 소설은 이제 잊자. 그런 건 없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물인 E=mc2에서 c가 빛의 속도다. 이건 길거리 포스터나 티셔츠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질량 m이 에너지 E로 바뀔 수 있다는 이 유명한 방정식에서 원자폭탄이 나왔고 인류 문명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질량 50의 가벼운 두 원자핵을 엄청난 고온에 두면 합쳐져서 질량 98의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데, 이때 사라진 질량 2가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바뀌어 나온다는 게 핵융합이다. 이걸 사용한 수소폭탄은 나왔지만,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며 담아둘 용기가 없어서 아직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수학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어서 고등학교를 마치면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론 대학교 1학년 때 일반물리 담당 교수님이 교과서에 없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용감하게 강의하시는 바람에 엉겁결에 배웠다. 여기에서 나오는 로렌츠 변환이라는 수식을 보니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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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인천의 시인 한하운(韓何雲)의 40주기를 맞아 지면기사
2월 28일은 한센병(나병) 시인 한하운(韓何雲)의 40주기다. 그는 1975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산 39번지에서 눈을 감았다.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유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은(高銀) 시인이 한하운의 글을 읽고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1919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나병(癩病) 환자이며 나병 퇴치 운동가인 한하운은 1950년 한센병(문둥병) 환자 수백 명과 함께 부평공동묘지 인근으로 이주, 성계원이란 나환자요양소를 만들며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성계원 자치회장, 대한한센총연맹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나병 퇴치 및 구제 운동에 앞장섰다. 성계원은 이후 국립부평(나)병원으로 바뀌었고, 소록도에 국립나병원이 신설되면서 폐지됐다.성계원의 흔적은 청천농장, 경인농장 등의 명칭으로 부평에 남아 있다. 현재도 중앙에선 한하운 시인을 기념하기 위한 '한하운 기념사업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한하운 문학상'이 수여되고 있다.그런데 이상하게 부평엔 한하운의 시비(詩碑)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아 민선 부평구청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대표 시비는 전라도 소록도에 있다. 그가 경기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인연으로 잠시 머무른 수원시 세류3동 수원천 변에도 지난 2011년에 시비가 만들어졌다. 이 시비를 만든 '세류3동 좋은마을만들기협의회'는 "수원천 변에서 머물다간 시인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하여 '보리피리' 시비를 세운다"고 적어 놓았다.한하운이 인천에서 산 25년에 비하면 수원 거주 1년은 말 그대로 머물다간 정도다. 그럼에도 부평엔 그의 흔적이 크게 남아 있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한하운의 글에 그 답 하나가 담겨 있다."우선 부평은 이 지방민의 반대가 없을 것이라 믿고 불모의 산협이지만 우리가 무슨 선택의 자유가 있을까… 우리들의 마지막 안식처로서 택하기로 하였다." (한하운 자작시 해설집 '황토길' 중)문둥병 환자를 이끌고 갑자기 인천을 찾아왔으니 달갑지 않았을 것이고, 나병은 무조건 전염된다는 인식이 있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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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중심 더 큰 水原' 성과와 미래비전 청사진 지면기사
세월은 흐르는 유수와 같다더니 절기는 벌써 봄소식이 꿈틀대고 있다. 이제 따스한 봄볕을 쬐고 기지개를 힘차게 펼치며 올해 계획된 일들에 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염태영 시장의 민선 5기는 변화와 희망을 제시한 '수원의 충실한 오늘과 내일을 위해 수원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 현장에서 뛰는 겸손한 약속'을 현명한 수원시민의 선택으로 탄생됐다. 시민의 뜻이 무엇인지, 공익의 가치 실현이 현실에 맞는지 행정 좌표를 분명히 설정하는 지혜로 공직자와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취임 후 시장님 결재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낮에는 시내 곳곳 현장을 돌아보며 시민의 소리를 듣는데 하루해가 저물었고, 밤늦게부터 집무실에서 결재가 시작됐다. 밀린 결재를 다음날 출근해 확인해보면 이른 새벽에 전자결재가 돼 있어 당시 공직풍토에 경각심을 일으켰다.부서별 본격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시작됐다. 시민약속 사업 중 수원시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약속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로 결실을 보았다. 노사민정 협의회에서 고용노동부의 지역 간 맞춤형 일자리 창출사업에 공모해 전국 경쟁을 벌인 결과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수원시가 채택돼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CCTV 설치·관리 전문가 20명을 배출해 모두가 창업 또는 취업을 해 100%의 성과를 달성했으며, 연말에는 중앙정부 주관 평가에서 수원시가 민선 5기 최초로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는 쾌거를 일궈냈다.사람중심의 시정, 고객중심의 경영 그리고 시민의 작은 소리를 크게 듣는 열린 시정의 성과는 계속된다.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안전한 수원, 건강한 수원, 따뜻한 수원으로 거듭나고자 열심히 노력해 수원군공항 이전 승인, 수원 고등법원·수원 고등검찰청 유치 협약 체결, 프로야구 10구단 개막, 2017 FIFA U-20 월드컵 중심 개최 도시 선정으로 미래 도시 발전을 이끌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굵직한 일들을 해냈다.열악한 조건과 스타 플레이어 한 명 없는 수원 FC가 기적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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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화재 발생전, 현장 살피는 '숨은 손' 지면기사
소방관이라는 직업상 화재 현장에 익숙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방관에게도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화재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 앞에 주저앉아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며 울음을 터뜨리는 화재 피해자들을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가족끼리 운영하던 식당이 화마 피해를 입어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어버린 어느 가장이 오열하는 처자식을 다독이는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고대 중국 최고 명의는 '화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화타'는 늘, '스승님에 비하면 나는 하찮은 의원일 뿐이다'라며 스승을 기렸다고 전해진다. 자신은 실력이 부족해 큰 수술을 하고 희귀한 약을 처방하여 일견 대단해 보이지만 진정한 실력자인 스승은 큰 병이 생기기 전에 간단한 처치와 흔한 약으로 병을 다스리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속한 화재진압도 중요하지만 화재로 고통받는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예방활동은 더욱 중요하다.영화에서 다루는 소방영웅이나 미래 소방관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상상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불길 속에 뛰어들어 용감히 인명을 구조하고 많은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대형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화재 예방업무는 중요성에 비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주춧돌 없이 집을 지을 수 없듯 화재예방의 기틀이 없는 화재진압은 빛을 발하기 힘들다.건축물에는 설비 기준에 따라 각종 소방 설비가 갖춰져 있다. 가장 기본적인 소화기부터 지하에서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무선통신 보조설비, 옥내 소화전 및 스프링클러 설비, 연결송수관 설비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이러한 소방 설비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지·관리 하는 것도 예방업무의 하나다. '고층건물 화재로 40층까지 뛰어 올라가 옥내소화전을 열었는데 수관(소방호스)과 관창(수관에 연결해 화재지점에 방수하게 해주는 기구)이 없더라'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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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경기도에 청년창업공간 '에이토랑'을 설치하자 지면기사
일정기간 한정적으로 운영하는실습형 식당 '팝업레스토랑'대학생들이 직접 메뉴 만들고홀서빙하며 수익금도 가져가예비창업자들 철저한 준비통해시행착오 없애면 성공 거둘 것식품·조리를 전공한 학생이나 은퇴하여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주로 선호하는 업종이 외식 창업이다. 그러나 결코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외식업은 창업시 실패할 확률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창업 대비 폐업률이 94%에 달하며, 신규 외식업체의 1년 이내 폐업률도 무려 45%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숫자는 2006년 614만여명에서 2014년 565만여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음식점 및 주점업 등 외식 분야 개인사업체 숫자는 2006년 57만여개에서 2014년 63만여개로 증가했다. 전체 창업분야 중 외식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해 21%가 넘는다. 외식창업의 실패요인을 줄이고 성공스토리를 가꾸어나가는 것이 국가적 과제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외식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다. 무료컨설팅을 제공하고, 청년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식당창업 지침서를 배포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aT는 외식창업은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직접 식당을 개설하였다. 최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문을 연 '에이토랑(aTorang)'이라는 팝업레스토랑이다. 인터넷 팝업창처럼 일정 기간 한정적으로 운영하는 실습형 식당이다. 운영은 대학생이 주축이 된 청년들이 직접 한다. 스스로 메뉴를 만들고 요리를 하고 홀서빙을 하며, 수익금도 자기들이 가져간다. 공모를 통해 외식·조리학과 대학생 및 외식창업 희망팀을 선발, 각 팀당 3주간 레스토랑을 운영할 기회를 부여한다. 임대료와 주방기기 등 기물 사용료도 전액 지원하나 식재료비, 수도·전기세 등은 참가자들이 부담한다. 레시피 개발부터 조리, 식자재 관리, 서비스, 경영, 고객응대, 원가관리, 정산, 인테리어, 홍보 등 창업 전과정을 몸소 체험한다. 1월 시범운영을 거쳐 최근 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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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은 것은 소중하다 지면기사
EBS '녹색동물(총3부작)'은 꽤 잘 만들어진 자연다큐이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일반상식과 달리 번식을 위해 모감주는 보트 모양의 씨방으로 중국에서 무려 3천㎞ 이상 바다를 항해한 후 우리나라에 닿아 꽃을 피운다고 한다. 어떤 식물은 화재가 나도 600℃ 이상의 고온을 견디어 새싹을 틔우고, 또 어떤 식물은 교묘한 방법으로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를 퍼뜨리고 번식한다고 한다. 생태계 최말단의 식물이지만 생존본능만큼은 어느 고등동물에 뒤지지 않는다. 반면, 공룡이나 맘모스 같은 일부 거대동물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멸종하였다. 크다고 생존력이 더 높은 건 아니다. 과연 호모 사피엔스는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까? 이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기업들의 운명은?최근 대외경제 여건은 공룡을 멸망케 했던 환경변화 못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 신흥국 경제불안, 중국 성장률 둔화 등으로 우리 수출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이런 추이가 장기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우리의 공룡(대기업)들이 버티어 낼 수 있을까? 기형적으로 공룡에 의존하는 우리경제가 위태롭기만 하다. 한때 팬택은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에서 LG전자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었다. 최소한 삼성과 LG와 함께 3강 구도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팬택은 대기업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주도 업종에서 살아남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시선을 중국으로 돌려보자. 설립한지 얼마 안되는 신생기업 샤오미는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하며 단숨에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상위권 다툼을 하고 있다. 샤오미(小米)는 좁쌀 죽을 먹으면서도 미래를 꿈꾸며 지어낸 이름이라고 한다. 이제 샤오미의 사업은 휴대폰, TV, 보조배터리, 스쿠터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알리바바도 마윈 회장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어찌하여 한국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 자생하지 못하고 또 대기업으로 커가지 못하는 것일까? 국내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인 A사는 뛰어난 기술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