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한민족의 표상 소나무 지면기사
늘 푸른 기상을 상징하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우리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통 소나무라고 알고 있는 나무는 줄기가 붉은 색을 띠어서 적송, 내륙지방에 자란다고 하여 육송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수종이다. 소나무는 지역적으로도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강송, 강송, 춘양목 등이다. 금강송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강원도와 경북에 자라는 줄기가 곧고 수관이 좁은 소나무를 말하며 금강송을 줄여 강송이라고도 한다. 춘양목은 경북 봉화의 춘양면 일대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말하는데 1980년대 초까지 춘양역을 통해 운송하던 소나무가 품질이 우수해 출발역인 춘양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한민족의 표상으로 우리 민족과 함께 수천 년의 삶을 이어왔다. 소나무를 역사적으로 보면 이인로의 '파한집'에 신라시대부터 화랑도들이 수양의 일환으로 소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부귀영화를 기원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소나무가 건축과 조선에 중요한 자재로 사용되면서 금송(禁松)지역을 선정해 소나무림을 보호하고 조림을 하기도 했다. 안면도 소나무는 병선 건조를 위해, 울진 소광리의 소나무는 왕실의 관곽재 생산을 위해 특별 관리하기도 했다.소나무는 곧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해 한시부터 현대시까지 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했으며 그림의 소재로 사랑을 받아왔다. 애국가의 남산의 소나무는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의 상징으로 묘사돼 있으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비롯해 수많은 그림의 소재가 바로 소나무였다.소나무의 한자인 송(松)은 나무 목(木)에 벼슬을 뜻하는 공(公)을 붙여 벼슬을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나무라는 의미도 있는데 그래서 벼슬을 받기도 하고 상속을 받기도 했다. 속리산 정이품송은 세조가 법주사를 갈 때 가지를 들어 올려 왕의 가마가 지나가게 했다 하여 정이품 품계를 받았다고 한다. 예천의 600년 된 소나무 석송령은 자기 명의의 땅이 있어 지금까지 50년 넘게 세금을
-
[춘추칼럼]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요 지면기사
"자유학기제 선행학습 기회" 선전해대는 학원사회 계급화·대학 서열화 현상 이젠 바로 잡아야아이들 삶 성적에 빼앗겨 소중한 것 너무 많이 잃어"모든 학교의 등록금이 무료예요. 대학도 마찬가지죠. 대학에 다니는 동안 정부에서 생활비를 대주니까 아르바이트 부담도 없고요. 독립해서 사는 대학생의 경우 매달 6천크로네(약 120만 원)씩 나오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이 금액의 절반 정도 나오고요."이런 나라가 있느냐고? 있다. 바로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이다. 여기 드는 비용은 모두 기성세대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월급의 절반이 넘는 세금을 내기 때문에 대학생 복지 등 여러 복지가 가능하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떼여도 불만이 없는지 성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나도 대학 다닐 때 그런 혜택을 누렸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답변을 한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길을 찾다' 라는 부제가 달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졸업 후 직장을 찾을 때까지 2년간은 정부에서 실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고민해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덴마크 학생들은 이처럼 대학 졸업 후는 물론, 학교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갖는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우리나라의 중학교까지 포함한 9학년까지인데, 고등학교는 10학년이 아니라 11학년부터 시작한다. 10학년은 에프터스콜레(영어로 하면 에프터스쿨)인데 1년간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훈련받을 수 있다. 진로 모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기숙학교인 '성인용 자유학교'에서 또다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갖는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40% 정도이며 40% 정도는 2년제 전문교육기관을 선택한다. 덴마크의 대학은 서열화가 없으며,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덴마크의 교육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때문이기도 하
-
[깨소금] 대중은 개·돼지가 아니다 지면기사
얼마 전 영화 '내부자들'에서 등장 인물인 언론인이 "대중은 개·돼지에 불과하다"라고 한 대사를 들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며 "정치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대사를 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오만과 독선에 찬 재벌과 언론인 등이 부패한 정치인, 공공 권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들의 무관심을 악용해 선거에서 승리하려 한다. 위의 대사는 민주(民主), 즉 '국민이 주인' 이라는 사실을 잊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일련의 행태를 보여준다.영화 '내부자들'이 현실의 반영이든 과장이든 과연 우리에게 아무 책임이 없는가? 정치나 선거는 내 일이 아니고 자신의 일상생활과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했던 측면도 있지 않은가? 또한 도덕적으로 타락한 재벌의 행태, 이와 결합한 언론인, 그리고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단지 비난만 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는가? 투표는 유권자 개인의 권리와 임무를 정당이나 특정 인물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이는 투표에 대한 국민의 권리가 무한하며 권리를 넘어 의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따라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선거 실패에 대해 항의할 권리와 자격이 없고 자신의 의무인 투표를 했을 때 그들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백범 김구 선생은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했고, 루즈벨트 대통령은 "민주주의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다"라고 했다. 후손들에게 이정표가 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한다. 우리는 모든 상황에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투표는 그 중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그 선택에 의해 우리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선택이다.두 달여 후면 20대 총선이 실시된다. 'OEC
-
[풍경이 있는 에세이] 한국과 인연 깊은 '야마가타현' 지면기사
일본인 배우자로 한국여성 많은도자와무라에 한국식 정자'고려관' 찾아 현지인 향수 달래고지난해 日골프계 상금왕 올라인기 절정인 골퍼 '이보미'처럼민간외교역 차세대 많기를 기대지난달 눈보라를 헤치고 '오싱(68개국 베스트셀러 일본의 국민 드라마)'의 지역인 야마가타 현 지사를 방문했다.필자가 총영사로 부임해 정식으로 야마가타현 지사를 방문한 것은 꽤 늦은 감이 있다. 관할하는 일본 동북 6개 현 중에 유일하게 여성 지사가 있는 현이다. 한국에서는 1983년에 NHK 드라마 '오싱'의 출신지로 유명한 곳이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7살때부터 남의 집 더부살이를 했던 소녀 이야기 '오싱'의 배경이 된 긴잔온천은 아직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야마가타 현은 지형상 눈이 많고 마을마다 온천이 있으며 스키장과 눈꽃(주효)나무가 멋지기로 유명하다. 또 일본 제일의 사쿠람보(일본 버찌) 산지로도 알려져있다. 요시무라 미에코 지사를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함박눈이 쏟아져 일부 고속도로가 통제돼 방문을 연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몇 달 전부터의 약속이고 미야기 현과는 달리 이 정도의 눈은 야마가타 현에선 일상이라고 해서 조심조심 예정시간보다 일찍 출발했다. 멀리 보이는 야마가타 현 청사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보통은 태극기 게양을 안 하지만 한국 총영사 방문을 맞이하는 차원에서 게양 한 것이다. 눈보라 속에 나부끼는 태극기는 더욱 반가웠다. 야마가타 현청으로서도 외국 총영사 방문에 대한 예의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현청 현관에 차가 도착하자 담당직원이 지사실로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지사실에는 NHK, 아사히신문, 야마가타 신문 등 현지 언론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지사는 정문 앞까지 나와 따뜻하게 한국 총영사를 맞아 주었다. 야마가타현 지사는 지역 홍보를 위해 브랜드 쌀 '쯔야히메'와 현의 꽃을 매년 영사관으로 보내준다. 또한 2015년은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으로 양국 정상회담이 3년여만에 성사됐고 최대 현안이던 위안부 문제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와 같은 합의 분위기를 토대로 양
-
[기고] '인천 송도' 아시아 국제기구 중심지 꿈꾼다 지면기사
올해로 인천에 국내 최초의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아·태정보통신교육원(UN APCICT)이 들어선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인천시는 싱가포르나 벨기에의 브뤼셀과 같은 역동적인 세계도시를 꿈꾸며 국제기구 유치에 꾸준한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국제기구 불모지였던 인천시는 불과 10년 만에 수도 서울을 뛰어넘는 9개의 UN 산하 기구를 포함한 13개의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국제기구 근무 인원만 해도 외국인 90명을 포함해 180여 명에 달한다. 특히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 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 등 중·대형 국제기구가 들어섰다. G타워를 중심으로 국제기구 타운이 형성되면서 인천 송도는 명실상부한 국제기구 중심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2012년 GCF를 유치한 직후 3일간 151가구의 송도 미분양 아파트가 팔렸던 단적인 예에서 보듯, 국제기구 유치는 다국적 기업 유치에 비견될 만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도시 브랜드·가치 상승 등 무형의 효과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국제회의와 관광 등 마이스(MICE)산업의 발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인천에 유치한 13개 국제기구가 지난 2015년 1년간 인천에서 총 40회의 국제회의·행사를 개최해 외국인 1천395명 등 총 3천454명이 참가했다. 한 번의 회의 개최에도 호텔, 음식점, 관광가이드 등 수많은 부수적인 수입과 고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국제적인 행사들이 인천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인천시는 국제기구에 제공되는 G타워의 쾌적한 업무 환경,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항만을 통한 편리한 접근성, 국제학교, 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한 외국인 친화적 교육 여건 등 국제기구가 활동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송도컨벤시아 및 다수의 특급호텔, 계획 중인 복합리조트를 결합하면 국제기구가 입지하고 마이스·관광산업이 번성할 수 있는 맞춤형 도시라고 할 수 있다.국제기구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더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해야 한다. 새로
-
[경제전망대] 불황일수록 차별화 된 수출전략 필요 지면기사
수출시장 활기 띠는 국가에관심 갖고 집중할 필요 있고지역별 소비자 특성과정책에 맞는 진출전략 세워야경기도는 올해 中企수출 지원지난해보다 2배로 늘릴 계획우리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클럽에서 5년 만에 탈락했다. 세계 경기(景氣) 침체와 저유가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수출액도 367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5%나 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마이너스 20.9% 이후 6년 5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고, 지난해 1월 이후로 13개월째 연속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이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에 빠져든 상황이다.대외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한국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수출 환경은 저유가와 신흥국의 경기 침체, 유럽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당장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렇다고 경기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다행히 세계 교역 부진 속에서도 새로운 수출의 길은 열리고 있다. 지역별 신흥시장이 출현하고 있으며, 기술 융복합·친환경 제품 등 성장성이 풍부한 새로운 수출품목도 등장하고 있다. 수출 동력이 약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는 중소기업을 보면 '수출시장 다변화' 등 글로벌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공한 기업들은 불황일수록 기존 거래 중심의 안정적 사업을 영위하는 것에서 벗어나 신산업, 신시장 등 신흥국의 틈새시장을 찾는 발상의 전환으로 수출대상국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수출대상국을 확대해 나가는 방법으로는 우선 상대적으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요 국가로는 소비심리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가 있다. 또 지난해 27%의 수출 증가율을
-
[깨소금] 정치문화 변해야 한다 지면기사
나라의 중추이자 핵심 일꾼을 뽑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모두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 주장하지만 그들의 정책을 낱낱이 살펴보면 지역구 국회의원 정책인지, 단체장 정책인지 헷갈린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정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은 국민보다는 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국민들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프로다운 국회의원을 요구한다. 또한 선거와 관련된 불법 행위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야만 한다. 한 선거구에서 재·보궐선거가 발생하게 되면 평균 수백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올바른 선거 문화가 조성돼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재·보궐사유가 발생하는 지역은 일종의 페널티 차원에서 다음 선거까지 공석으로 둬도 좋을 듯하다.곧 치러질 20대 총선은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가운데 치러지게 돼 시작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이는 당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느라 일어난 사태다. 선거구 획정 때문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말뚝에 매인 삽살개처럼 끙끙대며 한 발짝도 못 나가는 한국 정치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책무인 입법엔 인색하고 자신들의 후생 복지 관련 입법에는 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면이다. 정상적으로 입법하더라도 법안 1건을 발의해 심사 후에 가결하는 데까지 드는 비용은 평균 2억~3억원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19대 국회를 보면 무척이나 입법에 인색해 평점을 매기자면 C를 받기도 어려울 정도다.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 국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도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하드웨어적인 선거 행정은 국제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선거 행정을 배우려 세계인들이 지속해서 찾아오고 있다. 그들이 한국 선거방송토론의 진지함을 부러워하던 것을 기억한다. 비록 한국은
-
[기고] 우리집 난방비에 어떤 비밀이? 지면기사
난방비 문제가 또 불거졌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2012년부터 3년간 난방비를 한 푼도 안 낸 집들이 전체세대의 10% 가까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난방비는 관리주체로 구분되는 공동체 단위로 부과되기 때문에 한 세대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세대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유명 연예인이 사는 서울의 한 단지에서도 일부 세대에 난방비가 한 푼도 부과되지 않아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사법당국에서 계량기의 배터리를 빼는 등의 방법으로 난방비를 조작한 혐의가 있는 일부 세대를 조사했지만, 증거 부족과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된 바 있다. 과연 우리 난방비 부과과정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 걸까.우선 난방비는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방비 이외에도 우리는 전기, 수도, 가스 등 경우에 따라서는 온수요금을 낸다. 그럼에도 유독 난방비가 자주 문제가 되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양만을 단순히 측정하면 되는 전기나 수도 등의 다른 분야에 비해, 난방비는 여러 가지 항목을 동시에 측정해서 연산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계량기의 구조가 복잡하고 이 과정에서 고장이나 오류가 발생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실제로 작동원리를 조금만 알면 계량기의 본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나의 예로 연산을 위해 필수적인 배터리가 수명이 다해 방전되거나 고의로 제거하면 계량기는 기능을 못한다. 계량기를 제어기와 연동시키는 등의 기술적 보완을 통해 원천적으로 조작을 방지하는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한편, 중앙집중식 난방을 하는 단지에서 고의적인 조작은 아니지만 유량계를 사용할 때 난방요금에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본래 난방은 필요한 열을 기계실에서 사용처인 세대까지 운반하기 위해 물을 사용하는데, 유량계를 설치하면 물의 양만을 측정하게 된다. 2009년 신축건물에 물의 양은 물론 열량까지도 측정하는 열량계만을 설
-
[춘추칼럼] 사고의 전환이 문제해결 출발점 지면기사
북핵문제 근본적 해결이 '통일'이라는 인식 버려야개성공단·금강산관광, 北변화 이끈다는 생각 필요압박·제재 실효성 없다면 반드시 부작용 뒤따라북한은 체제와 존엄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주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은 체제와 존엄의 하위개념이다. 체제안전이 담보되어야 만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보유하는 것보다 체제안전을 담보한다고 확신할 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 4년동안 경제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호전되어 왔다. 6·28 방침에 의한 가족영농제 중심의 협동농장 개선이 식량증산을 이끌었다. 5·30 조치에 의한 기업의 경영자율권 강화가 연간 1% 내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전국적으로 장마당을 450여개 정도 허용함으로써 주민생활용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다. 장마당은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를 잠재우고 국가의 재정확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경제특구와 관광특구도 더디지만 성과를 내는 가운데 대외투자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군부가 군림해 왔던 이권사업 등이 당과 내각으로 이전되었다.김정은 시대 북한 내부의 변화는 경제문제에서 출발했다. 핵무력을 통한 최고의 억지력을 갖춘 후 국방비를 감축하고 유휴자본과 인력을 경제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가졌다. 북한의 시스템상 국방력을 경제부문에 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군수경제가 민간경제로 전환되는 사이의 안보공백을 핵개발로 메우겠다는 논리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제재 해소 등 대외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핵보유국의 지위는 대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다.일부에서는 중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제재를 촉구한다. 안보문제를 둘러싼 국가이익의 충돌은 흔한 일이다. 북핵문제가 한중의 국가이익을 침해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한중간의 이견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한미일 동맹을 앞세운 대중포위정책이라고 인식한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난민문제 등 모든 후과를 중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여긴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
[기고] 중소기업대표 인권도 보장해주자 지면기사
지난 1월말 중소기업인들만을 위한 신년회가 열렸는데 그때 한 여성단체장이 한 건배사의 일부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모든 열정과 인생을 바쳐 중소기업을 일구지만 요즘 현실은 대표자들이 근로자보다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경제인들이 존중받고 신바람 나게 일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 고용을 창출하고 근로자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잘 아는 대로 우리 사회의 인권보장 수준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단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와 인권보장 수준을 보라. 그런데 중소기업 대표자들이 근로자보다 존중받지 못하고 오히려 인권을 보장해달라니(?).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에 들어가 보면 중소기업 대표자라는 이유로 터무니없게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산재사고가 나면 관할 행정관서는 반드시 중소기업 대표자를 부른다. 산재처리를 실수로 해태하는 경우에도 예외없이 중소기업 대표자가 출석해야 하고 대표자 앞으로 최대 1천만원의 벌금이 떨어진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 예외가 없다.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에선 내부 조직에서 생긴 일도 중소기업 대표자가 반드시 출석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근로자가 임금이나 노동문제로 고소라도 하게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중소기업 대표는 불려 나가게 되고 사실 확인이 되기 전에도 죄인취급을 받기 일쑤다. 터무니없는 고소의 경우에도 근로자에 대항할 징계 등의 권한이 대표자에겐 없다. 대부분 입증이 어려운 사안이 많아 대표자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근로자의 입장에 서려는 것이 일반적이며, 다소 억울하다 해도 합의를 종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아니면 말고'식의 고소가 남발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대표들은 분란의 소지가 있는 근로자들도 끌어안고 함께 일하게 된다.예전에는 중소기업이 망해도 대표는 잘산다는 인식도 있고 사실 그런 중소기업 대표들 때문에 선량한 기업인들이 도매급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각종 보증과 연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