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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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준법선거의 실현수단이 될 수 있는 정책선거 지면기사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거를 치르고 각종 선거 범죄로 인해 후유증을 앓곤 하였는데 2015년 대검찰청의 선거사범 내부 행정 통계 현황을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의한 점은 지방선거의 경우 2006년 선거사범의 수가 1만3천866명, 2010년은 9천332명, 2014년은 8천974명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08년 선거사범의 수가 3천980명에서 2012년은 5천144명으로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사범의 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선거를 치르는 동안 매수 및 기부행위, 허위사실 공표·비방·특정 지역 비하 등 흑색 선전 행위,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행위,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 등 불법 행위, 불법 선거 여론조사와 같은 중대 선거 범죄를 포함한 각종 선거범죄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선거 범죄는 법을 위반해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의식에서 초래됐다고 볼 수 있다. 불법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돼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중대한 장애가 된다. 따라서 준법 선거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준법 선거를 위해서는 크게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준법 의식, 선거 운동 관리 및 선거 운영 등을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범죄신고 포상 제도와 같은 제도적 장치 등이 필요한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의식이라고 할 것이다. 아무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정치 주체인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식이 결여된다면 제도 그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지방선거사범 수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이유를 주목해보면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거관리위원회, 언론, 시민단체, 유권자들 중심으로 후보자들이 제안하는 공약 및 그 실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공약을 인증 및 평가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 선거가 도입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의 활성화로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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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에세이] 연강(漣江) 나룻길 지면기사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삼곶리유려한 강따라 물 좋고 비옥한 땅주거지와 곡식 키우기 천혜조건구석기인들 더없이 좋은 삶의 터'한반도 모든 길의 시작점'이란특별한 가치 지닌 '자연보고'세상에 길은 많습니다. 길의 시작은 먼 옛날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가장 먼저 인류역사를 만든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다니던 곳이 바로 길의 시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중생대에 공룡이 살고 구석기 사람들이 지냈던 한반도의 서부 연천이 길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지요. 지형과 환경의 변화로 구석기인들이 사라지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들어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됩니다. 한반도의 모든 길이 연천에서 시작됐다는 방증이지요. 연천에서 시작된 길이 실핏줄처럼 한반도 전역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길의 시작이자 출발점의 자취는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지요. 바로 연천 땅 군남면 선곡리에서 삼곶리에 이르는 연강(漣江) 나룻길입니다. 연(漣) 자는 '물결이 일다'라는 뜻이지요.연강은 예부터 연천군을 흐르는 임진강을 일컫던 말이고 군남 댐 두루미 공원에서 삼곶리 돌무덤을 지나 태풍전망대에 이르는 길이 연강 나룻길입니다. 16km에 이르는 이 길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지요. 요즘 보기 어려운 두루미, 산양과 멧돼지, 고라니 등은 물론 어느 곳에나 희귀한 꽃나무와 들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낮게 엎드린 산자락과 울창한 숲이 유유히 흐르는 연강과 한 폭의 산수화처럼 어우러져 있지요. 이러한 절경은 조선시대 풍류의 대가인 겸재 정선(鄭敾) 선생이 그림을 그려 넣은 연강임술첩(漣江壬戌帖)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가객(佳客) 정선의 눈에도 연강 주변 산자락과 너른 들판, 시나브로 피어나는 꽃과 새싹들이 신비로웠을 것입니다.물길은 흐름에 따라 시내나 폭포, 샛강이나 큰 강, 여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요. 강은 하구로 내려올수록 강폭이 넓어져 물 흐름이 느려지게 마련입니다. 연천을 흐르는 강은 폭이 좁아 물 흐름이 빠른데 한탄강을 만나면서 물이 많아지고 물흐름도 여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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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환경을 생각하는 설 명절 지면기사
명절상 간소하게 차리고 남은 음식 재활용하기선물 과대포장·일회용품 사용 자제 쓰레기 줄여야'작은 것부터 지혜롭게 실천' 환경보호 앞장서야다가오는 음력 1월 1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에는 설빔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세배와 덕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윷놀이, 제기차기, 연날리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또한 설 떡국과 정성을 다해 준비한 차례 음식은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이렇듯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풍성한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설날은 '연시(年始)', '연두(年頭)'라는 말로 불려 새로움, 시작을 알리는 날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설날은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의 '신(愼)'자가 들어간 '신일(愼日)'이라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기운으로 들뜬 날이기도 하지만 낯선 미래로 한걸음 내딛는 날인만큼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조심해야 하는 것은 비단 우리 몸가짐뿐만이 아니다. 설 명절의 들뜬 분위기와 부주의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폐기물 발생량은 늘어나는 등 환경문제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할 시기이다.이에 한강유역환경청은 수도권 시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설 연휴 전후(1월 25일~2월 12일) 환경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하수·폐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비롯한 환경오염 취약지역 및 사업장에 대한 특별 단속을 하고, 특히 설 연휴 기간에는 환경오염사고 대비 상황실을 상시 운영하여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예정이다.그렇다면 가족들이 모이는 우리의 가정은 어떠한가? 명절에 음식을 풍족하게 차려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미덕(美德)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460만t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도 약 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음식이 낭비되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상승하고, 수거·처리 과정에서의 악취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 환경 피해도 발생한다.또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주고받는 설 선물의 과대포장으로 인해 생활폐기물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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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자의 소리] 건전한 졸업식문화 정착시켜야 지면기사
2월, 졸업식 시즌이 다가왔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부푼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졸업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졸업준비로 바빠지는 것은 비단 졸업예정자들 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축하받는 졸업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경찰관도 함께 분주해진다.과거 일부 학교에서는 속칭 '졸업빵'이라 불리는 밀가루·달걀세례, 졸업과 동시에 교복을 찢어버리는 등의 행동으로 문제가 된 적 있었다. 이러한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경찰의 예방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기관의 학사운영 자율화 정책에 따른 예년보다 이른 졸업식 일정에 그 시기(졸업식 뒤풀이 예방활동기간) 역시 빨라졌다.이 기간에는 학교전담경찰관을 중심으로 경찰관이 학교에 배치되어 예방순찰 및 청소년 선도 활동이 전개된다. 경찰의 참여로 강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속에 졸업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 포순이 인형탈을 쓰고 프리허그를 하여 학생들의 새 출발을 격려해 주기도 하고, 학교전담경찰관과 학교가 함께 난타공연과 댄스와 같은 졸업식 축하공연을 하여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하는 소통과 화합의 졸업식 축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이러한 경찰의 예방활동과 각 학교와 학생들의 인식 개선 등으로 강압적 뒤풀이 악습은 대부분 사라졌지만(12~15년 全無), 꾸준한 경각심을 가져 지속적 안정화 추세를 유지시키고 더 나아가 올바르고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강남희 (관악경찰서 난우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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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경제활력 견인차 '카지노복합리조트' 지면기사
한국적 특성의 콘텐츠 결합글로벌 경쟁력 갖춘'한국형 복합리조트'로 개발외국관광객 2천만명 시대 맞고새로운 레저휴양문화 확산시켜亞 관광중심지로 자리매김해야작년 11월에 마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자 공모' (RFP· Request for Proposals)를 제출한 곳은 인천 4곳과 전남 여수 1곳, 경남 진해 1곳 등 총 6곳이었다. 특히 관심 있게 볼 것은 인천지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4곳 모두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를 대상사업지로 제출하였다는 점이다.영종도에는 이미 인천국제공항 IBC1지역에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컨소시엄, 미단시티에 리포앤시저스 컨소시엄 2곳이 자리를 잡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나 일각에선 이번 정부 공모의 유력한 후보자 2곳이 모두 영종도라고 하니 영종도에 최소 4개 이상의 카지노복합리조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왜 이 사업을 진행하는지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 해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며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정부는 왜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일까? 정부의 작년 2월 공모지침서 내용을 보면 그 답은 나와 있다. ① 국제적 지명도를 지닌 관광 매력물과 콘텐츠 확보 ②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시대 대비 및 국민 관광수요 촉진 ③ 복합리조트 1곳 당 1조원 이상의 관광투자를 이끌어내고 관련 고용 창출 ④ 한국적인 특색과 차별화 전략에 기초한 경쟁력 있는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려 하는 것이다. 의미를 함축해보면 '경쟁력 있는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조성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새로운 레저휴양 문화의 확산'이라고 볼 수 있다.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카지노는 호텔 내 소규모 객장을 임대하여 운영하는 수준이었고, 더욱이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있어 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현재 추진 중인 카지노복합리조트의 공모 기준도 외국인전용카지노 라는 점을 감안해 투자비가 1조원으로 책정되어 있고, 이는 주요 관광상품 1~2개와 1천실 규모의 호텔, 쇼핑몰,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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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해 경기도 아파트시장 경기 미분양률이 결정 지면기사
2016년 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증가는 경기도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통상 주택시장은 지역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올해 경기도 부동산시장 흐름을 예측할 때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요인은 아파트 투자수요의 감소에 따른 미분양 물량의 변화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아파트의 미분양률과 부동산가격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소비자들의 경기도 소형 아파트 임대수요는 향후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더욱 증가한다. 2015년 12월까지 경기도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했으며 2016년에도 아파트의 전세가격의 상승 추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2016년의 주택시장이 2015년과 차이점은 입지가 좋지 않은 아파트의 경우에는 2016년 5월 초순부터 주택임대료의 구성항목에서 총임대료 대비 순수보증금의 비중이 높아지고 아파트 전세가격의 변동성은 낮아진다. 그 이유는 경기도는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서울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나 일반경기의 침체로 인하여 아파트 순수월세의 가격은 하락하고 경기도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오는 4월 말부터 서울시 및 경기도의 누적된 대량의 미분양 아파트가 전세아파트로 전환되어 아파트 전세주택의 공급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둘째, 정부가 단계적으로 시행할 부동산금융대출의 강화 및 소비심리의 감소로 인하여 2016년 경기도의 평균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는 5월 초순부터 급격 하락해 2014년 초순의 가격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부동산금융규제에 따른 충격을 장기적으로 받는다. 특히, 특정지역의 아파트가 서울시의 명동으로부터 60분 이상 소요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최근거리의 지하철과의 이격거리가 클수록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셋째, 2016년에는 경기도의 땅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관측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의 토지가격은 2008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이를 유지하였으나 올해부터는 토지가격의 추이가 하락으로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가격은 평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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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학수고대하며 지면기사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일이다. 벌써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돌입했고 하루가 멀다 않고 들려오는 정치인들 소식에 이제 본격적인 선거 시즌이 온 것 같아 흥분이 돌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제19대 총선을 치르고 4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과연 우리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만약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지금 대한민국에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단어만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단어도 없을 듯하다. 무엇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국을 이처럼 저속한 단어에 빗대게 만들었는가?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에도 적시했듯이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원칙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한민국은 주인인 국민에 의해 좌우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대한민국은 국민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가? 그런데도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생길 수 있는 것인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봐서 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아니, 적어도 우리가 주인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어떻게 우리가 주인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일꾼을 뽑으면 되는 것이다.대한민국의 정치 형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회주의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즉 선거를 통해 일꾼을 뽑아 그를 통해 우리가 주인임을 확인받고 주인된 권리를 행사하는 체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도 않으면서 남 탓만 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생각해 볼 때다. 참된 일꾼을 뽑아 제대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매 선거 때마다 이 씁쓸한 느낌이 안 들도록, 다시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생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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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문화지구의 패러독스와 신포동 대책 지면기사
문화예술이 추방된 곳은 특색없는 상업지구일뿐인천시·중구, 건물 직접 매입하는 정책전환 시급앵커시설 조성 소상공인·문화예술인들에게 임대해야아카시 나무야말로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개항기에 들어온 외래종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우리의 산을 망치게 할 목적으로 심었다는 누명을 쓰고 있지만 실은 황폐한 지력을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효자다. 아카시 나무는 박토를 아랑곳하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콩과식물이라 공중 질소를 스스로 고정시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비옥함 때문에 웃자란 아카시 나무는 쓰러지기 시작한다. 아카시 나무가 일군 땅에는 다른 식물종들이 자리 잡아 번성한다. 아카시 숲의 천이(遷移)과정은 문화예술이 애써 일구어 놓은 도시공간이 상업자본으로 대체되는 도시 재생의 과정과 흡사하다. 문화예술로 특정 지역이 활성화가 이뤄지면,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올라가고, 결국 문화예술 활동이 어렵게 되거나 예술가 그룹이 추방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난다. 대학로와 홍대 입구를 문화공간으로 활성화시킨 주역도 이곳에서 입주하여 활동한 문화공간과 예술가들이었다. 홍대 입구와 대학로에 유흥상권이 늘어나면서 창작실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자 새 영토를 물색하던 예술인이 찾은 곳이 문래동의 철공소 거리였다. 그런데 문래동도 지역상권이 살아나 상업공간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어 개척자들은 조만간 또 다른 박토(薄土)를 찾아 떠나가야 할 운명이다.인천 신포동과 개항장 문화지구에 그 같은 역설이 반복될 조짐이 역력하다. 구도심의 낙후한 풍경과 다소 쓸쓸하지만 덜 번잡스러운 거리, '착한 가격'에 손님을 반겨주는 정겨움, 예술인들이 작업하기에 적당한 공간들이 있었다. 예술인 레지던시 공간과 문화기관이 자리 잡고 특색있는 갤러리와 북카페와 공방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일대의 상가가 되살아나고 어두웠던 골목길이 한층 밝아졌다. 또 인천 내항 개방과 인천시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지역 명소로 바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이다.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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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도청도설: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한다 지면기사
고전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다보면 자신에 대해 후회가 들 때가 있다. 특히 그 많은 구절이 나의 삶과 괴리됨을 느낄 때는 더하다. 그러면 이건 자신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즉 고전의 글이 나와 합치되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그럴 때 계속 무시하고 떠들어대기만 하면 속병이 드는 수가 있다. 특히 기계문명에 의한 초스피드 정보교환의 시대라는 지금 그럴 가능성이 백배는 커져있다. 논어에서는 배움을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구분해놓았다. 배움의 궁극적 목적은 남에게 인정받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게 이루는 데 있다는 뜻이다. 공자 당시에도 "옛날의 배우는 자는 자기를 위한 공부를 했는데 지금의 배우는 자는 타인을 위한 공부를 하는구나!"(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라고 한 것을 보면 세태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배움은 순자가 말한 이구지학(耳口之學)으로 연결된다. 귀로 들어오자마자 입으로 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입과 귀 사이는 4치밖에 안되니, 이러면 어떻게 7척이나 되는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익숙하게 할 때 그것이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실현되는 것이 온당한데, 귀로 들어오자마자 입으로 내보내면 필터링도 할 시간 없이 그대로 빠져나가 버린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學而不思則罔)는 말처럼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말하면 덕(德)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길을 가다 얻어지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잘 챙겨서 자기 것으로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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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대학입시에도 금수저 논란 지면기사
부모 소득따라 학생들 능력 좌우저소득층은 점차 소외되는 현실스펙 중시 수시전형 과감히 지양다양한 과목 변별력있게 출제해수험생들 특정과목 편식하는현행 입시제도 보완 필요하다이번 주부터 전국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시작되었는데 매년 그렇듯이 입시 결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의 희비가 교차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경기도교육연구원의 '통계로 보는 교육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에 따라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3개 영역의 합산 점수(표준 점수)가 최대 43점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수능성적이 좌우되고, 결국 사회적 신분과 부가 대물림된다는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이 대학입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언제부터인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말이 되어 버렸다. 많은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고 능력이 되는 한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학생들의 능력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고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점차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으로 인해 세대 간 계층 이동 가능성은 막혀 버려 '수저 계급'의 고착화 방지를 위해서라도 진학과 취업 등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세직·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현 입시제도 하에서는 서울대 입학도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동등한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80∼90%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경우 구(區)별로 서울대 합격 확률은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학생의 능력을 기준으로 추산한 '가상의 합격확률'은 구별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우수한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능 성적, 스펙, 출신 고교 생활기록부 등의 간접지표가 부모의 경제력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다양한 수시입학 전형을 운용하고 있는데, 줄잡아 3천∼4천여 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