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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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지옥의 통학 길 지면기사
'567명 지옥의 통학 길'. 경인일보가 지난 2월 8일 23면에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기사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월 3일 올해 평준화 지역 일반고교 신입생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배정 인원은 전체 6만4천422명으로, 수원·성남·안양·부천·고양·광명·안산·의정부·용인 등 9개 학군의 199개 일반고교에 이들을 추첨 방식으로 배정했다. 이 중 567명 학생은 원치 않는 마지막 지망으로 배정, 원거리 통학을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 455명보다 무려 112명이나 증가한 수치."몇 명 안되네" 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일부 학생들은 더 큰 문제에 직면했다. 실제 A 학생은 등교 시간 만 2시간가량 소요되는 학교에 배정됐다. 어쩔 수 없이 가족 모두가 인근 도시로 이사를 선택했다. '입학 전 전학'이라는 제도가 있기에 집 가까운 학교로 입학 전 전학을 했다. 원거리 배정원칙이 깨지면서 생긴 폐해였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입생들 대부분은 초·중학교를 함께 다닌 터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쉬웠지만 A 학생에겐 낯설었다. 결국 A 학생은 1학년 2학기 때 '전학'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다시 '이사'를 선택했다.하지만 이상한 배정원칙이 또 발목을 잡았다. 입학 전 전학한 터라, 전학 후 1년 미만인 학생은 최초 배정학교로 가야 했다. 학군이 다른 곳으로 이사했는데도 규정은 이상하게도 그랬다. 그마저도 감수(?)했지만 최초 배정학교 측과 협의 과정에서 입학은 불발됐다. 2시간가량 소요되는 통학이 문제였다. 2학년 1학기 때 전학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최초 배정학교로 전학을 신청한 터라 2학년 1학기가 아닌, 2학기 때나 전학 신청이 가능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학군이 다른 곳으로 이사해도 최초 배정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웃지 못할 공교육의 '민낯'이다. 설령, 2학년 2학기 때 전학을 신청해도 일명 '뺑뺑이'로 학교를 배정받더라도 원거리 학교로 배정된다면 단순히 'A학생의 운'이라 말할 수 있을까. 공교육의 폐해를 없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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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이대목동병원 미숙아 사망 정확한 사인 밝혀야 지면기사
이대목동병원의 미숙아 사망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가장 첨단화 된 진료를 자랑하는 대학병원에서 그것도 4명의 신생아가 잇따라 사망한 데 따른 허망함이다.부모들은 하루하루를 가슴을 졸였지만 그래도 병원을 신뢰하고 인큐베이터에 아기를 맡겼다.하지만 결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에 부검까지 받아야 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이를 어떤 부모가 용납할 수 있을까.이대목동병원을 다니고 있는 일부 임산부들이 큰 맘먹고 병원을 옮겼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병원은 지난해 결핵 간호사로 인해 2명의 신생아가 잠복결핵에 걸리고, 9월엔 생후 5개월 영아가 맞던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병원이 환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셈이다.출산 및 육아경험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우리병원은 괜찮을까' 걱정을 하며 수십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네 병원도 아닌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산모와 임신부의 불안감도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엔 '신생아실 포비아'까지 나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후 "신생아의 소장과 대장에서 가스팽창이 일어난 흔적을 육안 관찰로 확인했지만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1차 소견을 발표했다. 조직 현미경 검사 등 각종 검사 결과를 종합해야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조그만 의혹도 없게,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는 일벌백계해야 한다.신생아 중환자실의 안전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시스템 등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부실한 의료체계로 신생아들이 숨지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숨진 신생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책임을 질 수 있다. /이경진 사회부 차장 lkj@kyeongin.com이경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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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재정난 극복… 시민 삶의 질 개선위해 노력해야 지면기사
인천지역 고등학생들의 점심이 내년부터 무상으로 제공된다. 고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730억원 규모의 재원을 어떻게 나눠낼지를 두고 대립하던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인천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밥값을 책임지는 도시가 됐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이라고 한다.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정난 극복'을 무상급식 확대 시행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인천시는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정부의 재정 '위기단체' 지정 수준인 39.9%까지 높아지는 등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40%를 넘을 경우 재정자주권이 제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시안게임 개최 준비와 인천 도시철도 2호선 등 대규모 재정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얻은 많은 빚이 시 재정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이로인한 인천시의 '긴축' 재정은 많은 시민을 힘들게 했다. 내가 낸 세금으로 당연히 이행됐어야 할 각종 행정서비스는 지연되거나 축소되기 일쑤였다.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 등 알토란 같은 시민재산도 팔아야 했다. 정부 보통교부세·국비 지원금 확충과 누락 세원 발굴 등 노력도 필요했다. 마침내 올 7월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정상 수준인 25% 아래로 떨어졌고, 연말 20%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천시의 재정난이 극복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의회의 예산 심사 분위기도 몇 년 전까지 "어떻게 하면 사업비를 더 줄일까"를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됐는데, 올해는 "웬만하면 해 주자"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공무원도 있다.고교 무상급식 확대 시행은 재정 건전화의 성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인천시는 그동안의 재정난으로 소홀했던 분야가 무엇인지 더욱 적극적으로 살펴 시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더욱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정난 극복에 함께한 시민을 생각하는 자세일 테다./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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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그냥' 지면기사
누군가의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하는 것은 보통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성의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오랜만에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갑작스런 전화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라는 걱정스런 마음에 되물었을 때 자연스럽게 되돌아온 대답의 '그냥'의 뒷 말에는 '보고싶어서', '생각나서', '잘 지내나 궁금해서' 뭐 이런 말들이 숨겨져 있으리라. 똑같은 답이라고 할지라도 관계와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가을이 온 지도 모르게 벌써 겨울이다. 겨울의 시작이라기에는 신고식이 너무 가혹할 정도다.보통 연말이면 가장 많이 진행되는 행사는 결산 행사다. 산업 각 분야 또는 영화, 음악 등 문화계 등 한 해를 결산하고 잘한 사람들을 찾아 표창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고생한 노력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그러나 사실 가장 많이 진행되는 행사는 각종 기관 및 기업체들의 나눔 행사다. 추위에 난방은 물론 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이 조금은 덜 춥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된다. 김장나눔 행사가 대표적이며, 이 밖에도 연탄 전달 및 각종 성금 및 위문품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지원 대상은 보통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은 시설 및 지자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차상위 계층 등이다.보통 기관들은 이러한 행사 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나눔 활동에 대한 성과를 자랑한다. 이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해마다 반복된다. 때문에 꼭 해야하는 연례행사처럼 애초 취지와 달리 딱딱하고 성의가 없어 보이거나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종종 있다.필자가 수년 전 미담을 취재했던 한 당사자의 인터뷰 일화가 생각난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냥'이었다. 수차례 이유를 되물었지만 대답은 '그냥'이었다.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눠보니 '그냥'이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생활이 봉사였고, 그냥 몸에 배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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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제3연륙교 건설 확정의 불편한 진실 지면기사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청라국제도시와 영종지구(인천공항)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이 최근 확정됐다. 인천시는 '11년 제자리, 영종~청라 제3연륙교 마침내 건설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2개의 민자 대교 손실보전금 부담 문제로 11년 동안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제3연륙교 건설공사가 본격화한다"고 했다. 그렇다. 제3연륙교 건설이 확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제3연륙교는 청라와 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고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다. 인천시 계획대로 추진하면 2020년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초 개통한다.제3연륙교 건설비 5천억 원은 지난 2006년 청라와 영종 택지개발 조성원가에 반영돼 이미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기존 민자도로인 인천대교와 공항고속도로 실시협약에 있는 이른바 '경쟁 방지 조항' 때문에 사업 추진이 매우 오랜 기간 지연됐다. 제3연륙교 신설로 인천대교·공항고속도로의 통행량이 감소하면, 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인천시의 '조기 개통이 필요하다'와 국토교통부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다가 손실보전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인천시와 국토부가 갈등을 빚었다. 인천시는 중앙부처에서 일정액을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국토부는 인천시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렇게 보낸 시간이 11년이다. 그 사이 '조기 개통 필요'는 '마침내 건설'이 됐다. 늦게나마 제3연륙교 건설이 확정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국토부는 11년이라는 시간을 벌었고, 인천시는 손실보전금을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조기 개통'과 '손실보전금 공동 분담' 둘 중 하나도 챙기지 못한 셈이다. 경제자유구역·인천공항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이지만, 정부의 건설비 지원도 없다.이제는 정부도 제3연륙교가 필요할 때가 됐다. 인천공항 확장, 복합리조트 조성 등으로 교통 수요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국가공기업이자 교통 수요 증가의 원인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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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청년들이 꿈을 키우는 안양' 지면기사
안양시의 관공서 중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건물이 있다. 바로 청년들이 소통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청년들만의 공간으로 조성된 청년 창업 지원 센터(청년공간 A-cube)이다. 청년 창업 지원센터는 안양시가 청년 창업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도시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이 곳에서는 대학생 및 청년층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이란 부푼 꿈을 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 역시 이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공간 제공 뿐만 아니라 창업 및 인문학 교육, 다양한 법률 교육 등을 수시로 열고 있다.창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극복 방법을 사전 교육 시킴으로써 창업 실패와 피해를 최소화 해 성공적인 창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시의 지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갈 곳 잃은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청년들을 위해 시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작은방 지원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꿈과 열정이 있지만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청년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겠다는 것이다.안양지역 교회와 최장 10년간 무상임대 계약을 맺어 추진되는 '작은방 지원 사업'은 12월 부터 교회의 빈 공간을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기숙사 형태의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해 운영한다. 시는 또 청년들의 창업 지원 및 안정적인 주거환경 제공과 함께 취업 기회 제공 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그동안 취업박람회가 내실보다 외형을 중시하고 정해진 기간에만 열렸다면 시는 구인업체의 참여 수가 적더라도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시로 작은 취업 박람회를 열고 있다. 또한 박람회에 참석하는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 무료 면접 정장 대여서비스를 벌이고 있다.청년들의 취업에는 정해진 날짜가 없고 청년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 오직 현실의 벽이 청년들의 능력에 제동을 걸고 있을 뿐이다. 안양시 처럼 청년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다면 지역 사회가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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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베테랑 경관의 잇단 죽음, 엄중하게 인식해야 지면기사
인천 경찰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부터 27일까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기에 경위급 3명이 가족과 동료들을 뒤로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3명이 '공항 장애', '우울증',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누구보다 일 욕심이 많고 의욕적이던 경찰관도, 경사(慶事)를 앞둔 가장도 '죽음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승진 스트레스를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모두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정확한 사인(死因)을 알 길이 없다. 경찰 내부는 어수선하다. 이들의 죽음을 취재하며 동료들과 유가족을 만난 기자들의 마음도 무거웠다."경찰관은 직무 스트레스가 있어도 어디서 해소할 곳이 없다." 경인일보가 취재 과정에서 들은 얘기다. 매일 발생하는 사건 처리에 숨돌릴 틈조차 얻기 어렵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절차에 따라 잘잘못을 가려주는 게 경찰관이 맡는 일이다. 반복되는 교대 근무로 '개인적 여가'를 여유롭게 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한 달 새 숨진 경찰관 3명은 모두 경위였다. 경위는 간부도, 비간부도 아닌 '낀 계급'이다. 근속승진이 도입된 이후 경위 계급이 급증해 비간부인 순경, 경장, 경사보다 그 수가 많다. 간부로 분류돼 있으면서도 실무자 역할도 담당한다. 간부로서 책임감과 실무자로서 신속하고 꼼꼼한 일처리 능력이 필요한 위치다. 간부와 비간부의 중계자, 조율자로서 역할도 부여된다. 직무 스트레스가 있어도 털어놓을 상대가 마땅치 않다. '간부', '비간부' 용어를 폐지해 조직 내부 위화감을 없애겠다는 경찰청의 계획이 수개월 전 발표됐지만, 현장 경찰관의 처지는 '용어 정리'로만 해결되기 힘들다.인천경찰청은 이들의 죽음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모두 20~3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우울증 등이 극단적 선택을 유발한 유일한 요인이 아닐 것이다. 대책 마련을 위해 수립되는 TF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베르테르 효과'를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김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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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사드(THAAD) 터널 지면기사
한중 관계가 어둡고 긴 터널에서 언제쯤이면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불거진 한중 갈등이 최근 양국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듯하다.올해로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한중 관계의 원상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인천의 중소 수출기업들도 중국 현지의 변화된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인천시 등이 지난 15~16일 중국 산둥성 성도인 지난(濟南)에서 개최한 인천지역 중소기업 우수 상품 교역 상담회에 바이어는 물론이고 중국 언론까지 큰 관심을 나타냈다. 산둥 유력 방송사가 행사장을 촬영하는 등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좀처럼 못 보던 광경이 펼쳐졌다고 한다.인천은 대중(對中) 교역 의존도가 높은 도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이후 '통관 지연 및 검사 강화', '주문량 감소', '한국제품 홍보 어려움'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뒤따랐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인천 약 130개 제조업체 대상) 결과를 보면, 전체의 47.5%가 중국 수출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그동안 국내에서는 사드 출구가 보이지 않자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찾기 움직임이 일었다. 인천 경제계에서도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도의 문화와 소비 동향 등을 배우는 경제단체의 세미나와 설명회가 잇따라 운영되고, 인도 바이어를 대거 인천으로 초청해 중소기업 제품 박람회를 여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감지됐다. 소위 '베트남 바람'도 불고 있다.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인천의 경제기관과 단체, 기업 등이 앞다퉈 시찰단을 꾸려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에서 신(新) 남방정책(아세안 협력 등)을 내놓았다. 대중 교역 의존도가 높은 인천에서 특히나 주목해야 하겠다./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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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시민의 뜻이 민심이다 지면기사
제대로 된 종합운동장 하나 없는 시흥시. 이 같은 문제가 이웃 동네 부천시의 도움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시흥시가 부천시와 정책협의를 통해 '시흥·부천시 체육시설 공동개발사업(이하 체육시설 공동사업)'을 이끌어 낸 것. 내용은 시흥시와 부천시가 시 경계(境界) 주변 부지를 활용한 공동이익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양 시는 지난 2015년 12월 시흥시·부천시 공동발전 정책실무협의회 첫 회의 후 지난해 10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체육부서 간 협의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29일 '시흥시·부천시 체육시설(야구장)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양 시는 협약 체결을 통해 계수동 394 일원(시흥IC 인근) 2만1천847㎡ 부지에 총 사업비 88억1천900만원(토지매입비 51억원, 조성비 37억1천900만원)을 투입, 생활야구장 1면(인조잔디, 조명, 펜스) 및 부대시설 등을 설치하고 2단계로 체육공원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방식은 시흥시와 부천시가 50대 50으로 예산 분담을 전제로 올 2~7월까지 공동개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구상 용역을 마치고 하반기 지방재정 투융자심사 및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반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양 시는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늦어도 내년 하반기 공사에 착공할 예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흥시의회가 반대의견을 내고 나섰다. 난항이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반씩 부담해 짓는 체육시설이 완공 후 부천시민 이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나선 것이다. 사업비를 공동 부담이 아닌, 시흥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흥시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반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원부담도 덜고, 이웃 동네와의 교류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부천시민 이용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보다는 완공 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주문이 우선 아닌가.시흥시 집행부도 시민의 생각이 무엇인지, 할 수 있다면 주민투표라도 해서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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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인천 고택(古宅)- 세월의 문을 열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의 2016년 연중기획 '(인천)고택 기행'이 책 '인천 고택(古宅)-세월의 문을 열다'(다인아트 刊)로 엮였다.최근 출판 기념회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 책은 "옛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 그들이 거닐었던 거리와 살았던 집들은 지금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100년 전 건축물은 몇 채 남아있지 않다. 그 이전의 문화재들은 다양한 노력과 방법으로 보존되고 있지만, 근대의 유산들은 기억 저편으로 묻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인천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더해졌다. 한반도에서 인천만큼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도시는 드물다. 근대 이후만 놓고 본다면, 1883년 제물포 개항과 함께 한적하던 어촌에 외국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항만이 건설되고 군사기지가 조성됐다. 철도가 놓였다. 21세기 들어선 국제공항이 건설되고, 경제자유구역에는 UN 기구들이 둥지를 틀었다. 100여년 전 외세에 의해 강제적 국제도시화를 겪은 인천이 자발적으로 국제화에 나서고 있으며, 그에 발맞춰 신도시를 중심으로 거대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건축가 승효상은 건축과 우리 삶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 말로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 thereafter they shape us)"를 꼽는다. 윈스턴 처칠이 1943년 10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 의회의사당을 다시 지을 것을 약속하면서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2015년 말 기자와 함께 5명의 취재팀이 꾸려졌다. 취재팀은 이듬해 벽두부터 인천지역의 근대 건축물과 고택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 공간과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옛집에 들어선 기자들은 해당 건축물에 스민 인간의 삶의 흔적을 좇았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가장 급격했던 인천의 모습을 지켜봤을 건축물과 그곳을 거친 시민의 삶을 들여다본 것이다.기획을 마치고 책을 펴내면서 이 글 서두에서 밝힌 물음에 대한 해답은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