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시대착오적인 군대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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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시대착오적인 군대 밥상 지면기사

    1812년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군대는 모스크바를 점령할 때까지는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식량 보급선은 끊어지고 모스크바엔 먹을 것이 없었다. 식량 대신 약탈품을 가득 채운 군대는 퇴각하면서 자멸했다. 거란군은 호기롭게 고려 국경을 넘었지만 식량 한 톨, 물 한 모금 남기지 않은 고려의 청야전술에 배를 곯다가 퇴각하던 중 귀주에서 강감찬에게 몰살당했다. 최강의 군대도 병사가 굶주리면 순식간에 당나라 군대가 된다.6·25 전쟁 때 정부가 급조한 국민방위군은 식량 없는 군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북한 인민군의 전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방위군을 설치한다. 60만여명의 수도권 장정들이 국민방위군에 편입돼 부산 등 후방 집결지로 행군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군 고위층이 국민방위군 예산을 횡령했다. 구걸로 연명하는 국민방위군의 행군은 죽음의 행렬이었다. 엄동설한에 굶어 죽고 얼어 죽은 장병이 수만명으로 추정될 뿐 70년 가까이 비극의 진상과 보상은 전설로 희미해졌다.최근 부실한 군대 급식을 고발하는 병사들의 제보 사진과 글들에 정부를 성토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휴가 후 귀대해 자가격리 중인 병사들에게 제공된 도시락 사진들은 기막히다. 밥반찬으로 나물 한 줌과 깍두기 두 조각, 통조림 햄 한 조각에 김 몇 장이다. 노숙자 무료급식도 이보다 낫다 싶어 부아가 치민다. 1천원짜리 생일상 사진도 가관이다. 생일 병사에게 제공해야 할 1만5천원짜리 케이크 대신 생일 초를 꽂아넣은 1천원짜리 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경인일보가 보도한 군부대 생일병사 떡케이크 납품 문제(3월23·24일자 1면 보도)는 괜한 지적이 아니었다.카투사를 선망했던 시절이 있었다. 미군과 같이 먹는 급식이 한국군의 '짬밥'과는 천지 차이였던 이유도 컸다. 하지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고, 군대 밥 좋아졌다고 믿은 지도 꽤 됐다. 그만큼 부실한 병영급식 사진들은 충격적이다. 장병 1인의 한 끼 단가가 2천930원으로 중·고교 급식단가의 절반이라니 한참 잘못됐다. 눈 깜짝할 사이

  • [참성단]배우 윤여정의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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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배우 윤여정의 조연 지면기사

    두 살 터울인 조영남과 윤여정은 70년대 초, 음악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영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윤여정은 '한국에도 저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천부적 재능에 감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74년 결혼해 두 아이를 두었으나 1987년 이혼했다. 윤여정은 육아를 위해 연예활동을 접고 미국행을 택할 정도로 가정에 충실했으나 조영남이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면서 파경을 맞았다.얼마 전, 조영남이 방송에 나와 "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한 것이다. 그때(일이) 이해가 안 된다. 왜 애들을 두고 바람을 피웠는지 이해가 안 된다. 머리가 나쁜 거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지난날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이다. 그와 친하다는 방송인 유인경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혼 뒤에도 워낙 미련을 못 끊고 있으니 가수 이장희의 권유로 꽃을 보냈는데, '한 번 더 갖고 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는 거다.윤여정이 1980년대 한인(韓人) 가정의 미국 이민사를 그린 영화 '미나리'로 2021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다른 후보들과 어찌 경쟁이 되겠는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두 아들이 일하러 나가라고 해 열심히 일했는데 고맙게도 상을 받게 됐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 아시아 배우다.방탄소년단을 앞세운 K-팝에 이어 K-무비가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 영화 '기생충'은 감독상과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올해는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국내 작품이 최상 순위에 자주 오른다.윤여정은 데뷔 첫해인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군인이던 조영남은 짧은 머리를 하고 시상식에 나와 축하해줬다. 옛 연인이 세계적인 연기자 반열에 오르는 장면을 TV로 지켜봤을

  • [참성단]가상화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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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가상화폐의 미래 지면기사

    "내가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국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을 경고할 때마다 인용된 아이작 뉴턴의 한탄이다.뉴턴은 18세기 초 설립된 남해회사 주식을 샀다. 영국 정부의 채권을 인수하는 대신 남미와의 무역독점권을 보장받은 주식회사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노예무역이 무산되자 남해회사는 대정부 로비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공개한다. 회사는 금광 발견 등 가짜뉴스까지 퍼트려 주가 상승에 올인했다. 국민 사이에 주식 매수 광풍이 불었다. 뉴턴도 차익을 실현한 재미에 추격매수에 나섰던 모양이다. 하지만 거품은 꺼졌고 뉴턴도 2만 파운드, 지금 돈으로 20억원을 날렸단다. 이 모든 일이 1720년 한 해에 있었던 일이다.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적대적 발언으로 가상화폐 시장은 벌집을 쑤신 형국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계획도 없으며 상당수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에 과세한다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시장의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린다. 은 위원장의 경고를 가상화폐 시장의 버블을 경계하는 확실한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 때문에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가상화폐의 가치를 지지하는 투자자들의 저항으로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 주식에서 가상화폐로 갈아탄 20대들은 "조폭도 자릿세를 받은 상인은 보호해준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언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가상화폐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지금은 카지노 칩처럼 투자자에게만 의미있는 화폐다. 칩이 카지노 밖에선 플라스틱 쪼가리에 불과하듯, 비트코인도 실물 시장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투자가 계속 유지되려면 가상화폐 가치가 무한하게 상승해야 하는데, 세상에 그런 재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카지노 조명이 꺼지고 화투판 담요를 걷어 버리면 칩도 바둑알도 무의미해진다. 화폐 발행권을 쥔 정부가 "이제 끝"을 외치면 정말 끝

  • [참성단]'유럽축구 슈퍼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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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유럽축구 슈퍼리그' 지면기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중 최강 리그는? 독일·영국 리그는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거친 몸싸움이 특징이다. 스페인은 화려한 개인기에 고난도 기술축구가 돋보이고,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에 이은 반격이 매섭다. 장·단점이 분명하고 개성이 강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유럽 축구리그 수준을 간접 평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다. 각국 리그 최상위 32개 팀이 참가해 예선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유럽 명문 구단의 각축장이자 천문학적 매출이 뒤따르는 꿈의 무대다. 유럽 축구팬들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대회보다 챔피언스리그에 더 열광한다.지구촌 축구팬을 놀라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축구 슈퍼리그(ESL)의 출범 소식이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등 프리미어 리그 6개 구단과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 12개 구단이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자본인 JP 모건이 46억 파운드(약 7조2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속보가 전해졌다.리그 운영방식은 챔피언스리그와 유사하다. 15개 팀이 주말 경기를 벌인 뒤 상위 팀끼리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오는 8월에 시작해 내년 4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등 슈퍼스타들이 뛰게 된다. 주말마다 챔피언스리그 수준의 게임을 볼 수 있다.하지만 영국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참가 구단은 기존 리그에서 퇴출하고, 소속 선수는 각종 대회 참가를 막기로 했다. 프리미어리그 6개 구단은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탈퇴를 선언했다. 슈퍼리그 출범 자체가 어렵게 됐다.'꿈의 리그'를 향한 당찬 도전은 멈춰 섰다. 빅(Big)클럽 위주의 폐쇄적인 리그 운영에 비판 여론이 거세고, 양대 축구 연맹이 가로막는다. 하지만 허를 찔린 담대함에 놀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주는 구단·선수가

  • [참성단]양주시 노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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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양주시 노인의 기적 지면기사

    총격으로 머리 관통상을 당하고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상인 미국에선 드물지만 이런 기적이 일어난다. 2012년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 패트라 앤더슨은 4발의 총알을 맞았고, 1발은 코를 관통하고 뇌를 관통해 두개골 뒤편에 박혔다. 하지만 총알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신의 보호"라 했다.200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은 더욱 극적이다. 범인은 연방 하원의원 개비 기포드를 표적으로 삼았다. 6명이 희생됐고 기포드 의원도 총알이 뇌를 관통하는 중상을 당했다. 하원의원을 노린 총기 난사에 미국인은 충격에 빠졌고 그녀의 쾌유를 기원했다. 신의 가호인지 수술은 성공했다. 하지만 언어장애와 실명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의원직은 사퇴했다. 이후 총기규제 전도사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최근 양주시의 박모씨에게도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5일 70대인 박씨는 유해조수구제단원이 발사한 산탄에 총상을 입었다. 1발의 산탄엔 다수의 총알이 들어있어 목표물 공격 반경을 넓혀준다. 피해자는 신체 여러 곳에 총상을 당했는데 총알 1개는 우뇌를 관통했다. 양주소방서 구급차는 피해자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 신속하게 이송했다. 외상센터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현재 피해자는 일반 병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한다.박씨의 구사일생은 양주소방서의 신속한 호송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즉각적인 대응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오인 사격 사고를 냈지만 유해조수구제단원의 지체없는 신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뇌를 관통당하고서도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현재 경찰은 유해조수구제단원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란다. 사고 당일 양주시의 요청으로 유해조수 포획에 나섰다가, 나물을 뜯던 박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으니 처지가 딱하다. 하지만 박씨에겐 치명적인 사고였으니 법적 처벌을 피하긴 힘들테다. 그래도 관청의 요청으로 농가피해를 막기 위한 유해조수 포획 중 벌어

  • [참성단]'군 가산점제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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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군 가산점제도' 부활(?) 지면기사

    1979년 제대군인 우선 채용을 명시한 매사추세츠주 법률이 헌법의 평등조항을 위반한다는 위헌 심판에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이랬다. "군필자 우선 고용권은 군복무의 희생에 대한 보상, 제대 후 사회 복귀를 위한 편의, 애국적 임무수행의 조장 및 충성스럽고 규율 있는 인력들을 주정부 공무원으로 유도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으로써 전통적으로 정당화되어 왔으므로 합헌이다."1998년 7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이화여대생들과 연세대 남성 장애학생이 군복무 가산점제도 때문에 떨어졌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999년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심판으로 군 가산점제도를 폐지시켰다. 남성들의 군복무 불이익을 여성과 장애인의 불이익으로 해소할 수 없으니 군 가산점 이외의 방법으로 보상하라는 취지였다.군 가산점제도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과 우리 헌재의 판결이 다른 건 국방환경이나 사회·문화적 수용성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회는 군 가산점제도를 정당화한 전통을 계속 감당할 수 있었던 반면, 우리 사회는 법적으로 국방의 의무에서 배제된 여성과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세월이 흘러 상황이 일변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은 거의 사라지고 진출 분야도 거의 제한이 없다. 오히려 교단에서는 남자 교사를 보기 힘든지 꽤 됐다. 남성들은 국방의무 자체를 역차별로 주장한다. 20대 남성(이대남)은 또래 여성과의 경쟁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민감해진 공정과 정의의 감수성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심판했다.혼비백산한 민주당에서 이대남을 향한 구애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군 가산점제도 부활을 주장한다. 여성들도 군 가산점제도 부활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개헌도 불사한단다. 박용진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여성도 징병하자는 국민청원엔 6만명이 넘게 동의했다.여당 의원들의 주장과 제안이나, 일도양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군 가산점 부활은 사회·문화적으

  • [참성단]공시지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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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공시지가 인상 지면기사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 실명제로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재산공개를 의무화해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았다. 30대 기업과 임원의 토지소유 현황을 조사하는 등 재벌의 부동산 투기도 강하게 눌렀다. 대통령 아들이 구속되고 IMF 사태를 맞았으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됐다.외환위기를 조기에 끝장내려는 김대중 정부는 규제완화정책을 추진했다. 분양가를 자율화했고, 임대사업자에 세제지원을 늘렸다. 국민임대 100만호 건설을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풀었다. 강남지역 아파트가 본격 상승하기 시작했다.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노무현 정부는 다시 규제를 강화했다. 역설적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다. 강남 은마아파트는 1999년 2억원에서 2002년 4억원, 2007년 14억원이 됐다. 역대 정부 중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다. 정부는 2007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12.4% 인상했다.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진화됐다.정부가 토지·주택 공시지가를 대폭 인상했다. 2021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10.37% 인상됐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9.08% 올라 역시 최대폭이다. 공시지가는 국·지방세 과세와 각종 부담금 징수의 근거가 된다. 전국지자체는 표준지가를 토대로 5월 중 개별공시지가를 확정한다.종합부동산세 대상 공동주택은 전국에서 70%나 급증했다. 이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민원이 폭증하고 조세저항이 거셀 것이란 우려다. 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시가 책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반기를 들었다.정부는 공시가가 올라도 서민들은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중·저가 아파트는 각종 공제 혜택으로 외려 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다. 여론이 나빠질 것을 예상한 단기 처방이란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보편복지를 확대하는 정부에서 증세를 피할 방법은 뭘까.야당을 떠난 노(老)정객이 여당의 4·7 보선 패인 중 하나로 '세금의 정치'를 꼽았다. '세금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줄 모르고 세금

  • [참성단]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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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가스라이팅 지면기사

    최근 한 여배우의 스캔들이 화제다. 학교폭력, 스태프에 대한 갑질, 학력위조 등 제기된 의혹이 종합선물세트다. 그 중에 연인이었던 남자배우에 대한 가스라이팅 의혹도 있다. 드라마에 출연 중이던 연인에게 극중 스킨십을 금지시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실제로 남자배우는 애정 신(scene)을 거부하다 중도하차했다고 한다.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통제하고 지배하는 정신적 학대행위를 말한다. 연극 '가스라이트'에서 유래했다는데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애착,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둘 다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단다. 결과는 참담하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피해를 인식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켜놓은 가스등 불빛 안에 갇히는 것이다.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등 각종 반인륜적인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낯익은 용어가 됐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의 가스라이팅으로 자기도 모르게 부모에게 병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반복된 폭력을 인내하는 주된 이유도 가스라이팅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총선 전엔 여당이 영입한 청년 인재가 전 여자친구의 가스라이팅 의혹 제기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논리적으로 가스라이팅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최근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신간에서 "한국은 미국에 가스라이팅 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한미동맹 의식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찬반 논란은 있겠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비판이다. 국민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독재정권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은 집요하다.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자 참패한 여당은 반성을, 승리한 야당은 겸손을 강조하며 민심을 받들겠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스스로 뱉은 말을 삼켜버리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조국과 내로남불을 반성했다가 혼쭐이 났다. 한 의원은 반성을 반성하는 반성문을 올렸다. 강성 당원들의 문자 조리돌림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야당은 대권

  • [참성단]일본산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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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일본산 수산물 지면기사

    한겨울 동해산 명태는 국민 생선이었다. 보관 상태에 따라 생태가 동태가 되고, 코다리·북어로 말려져 식탁에 올랐다. 강원도 최북단인 거진항에는 생태찌개 전문 식당이 유난히 많았다. 갓 잡아올린 생태에 소금만으로 간을 한 이 지역 생태탕은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저녁엔 든든한 술안주였고, 아침엔 시원한 속풀이였다.거진항 거리를 채웠던 생태 집은 사라지고, 동태찌개 식당 몇이 명맥을 잇는다. 2000년대 초 기후 변화로 동해안 명태가 자취를 감추면서 생태찌개 식당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동해안의 생태 포획을 금지하고 처벌 규정까지 만들었다. 국내산은 씨가 말라 러시아·일본산으로 대체됐다.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침수되면서 오염수 유출이 우려됐다.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국민 불안이 커지자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일부 수산물은 금지 대상에서 해제됐다.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원산지 검사와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주요 수입 수산물 17개 품목에 대해 유통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일본산 수산물은 가리비, 참돔, 멍게, 방어, 명태, 갈치, 홍어, 먹장어로 8개 품목이다. 연간 수입 물량은 3만t 규모다.소비자 심리를 꿰뚫는 대형유통업체들은 일제히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산 유입에 민감하다는 점을 의식해 일찌감치 손절한 거다. 전통시장과 음식점들도 판매 금지 대열에 가세했다. 그나마 근근하게 버텨온 생태찌개 집들마저 죄다 문을 닫을 판이다.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는 안전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막연한 추측과 불안감으로 소비가 위축되어선 안 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정부 입장은 어정쩡하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원전 오염수와 수산물 안전성과의 인과 관계를

  • [참성단]'불가리스 품절'과 '백신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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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불가리스 품절'과 '백신 품귀' 지면기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매대에서 사라졌다. 제조업체인 남양유업의 연구소장이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쓸어담았다.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의 77.78%가 감소했고, 개 신장세포에 배양한 감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9.999%, 사실상 100% 감소했단다.연구결과는 놀랍다. 실험 결과가 인체에 똑같이 작용한다면 인류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바로 코로나에서 해방된다. 독감은 불가리스 한 통이면 만사형통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남양유업의 연구를 인체에 적용하려면 감염 세포를 모두 추출해 불가리스에 적셔야 한다. 치료를 위해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한다 해도 인체에 실현할 방법이 없으니 허무맹랑한 소리다. 어제 오전 치솟던 남양유업 주가는 곧 잠잠해졌다.불가리스 소동은 코로나에 지칠대로 지친 예민한 민심을 보여준다. 상술에 가까운 연구결과에도 앞뒤 없이 반응할 정도로 코로나에서 벗어나고픈 국민 염원은 간절하다. 하지만 유일한 게임체인저인 백신의 접종·수급계획이 자고 일어나면 꼬여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와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자신하자마자 미국이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혈전 부작용이 심각해서다. 우리는 600만명분을 도입할 예정이었다.상반기 접종 백신의 대부분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더불어 얀센 백신마저 안정성 시비에 올랐는데 문제는 그마저도 턱없이 모자라거나 아직 도착도 안 했다. 반면 같은 시간에 런던 시민들은 야외 펍에서 맥주를 즐긴다. 이스라엘은 곧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단다. 6억명분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가진 미국이 일상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백신 격차의 결과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백신 접종 후진국의 코로나 블루는 더욱 또렷해질 것이다.정치인들은 불가리스 소동에서 불안과 공포에 갇힌 민심을 읽어야 한다. 여든 야든, 아니면 여야를 초월하든 당장 백신사절단을 꾸려 백신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