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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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편의점 소녀와 치킨집 사장님 지면기사
세상이 각박할수록 작은 성냥불 같은 선행이 온 세상을 따뜻하게 데운다. 20년 넘게 연말이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거액의 이웃돕기 성금을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이제 전설이 됐다. 몇 해 전 양심 없는 도둑 2명이 전주 키다리 아저씨의 성금을 훔쳐간 사건이 발생했지만, 선행의 훈기만은 훔칠 수 없었다.최근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선행이 화제다. 선행은 작았지만 감동은 묵직하다. 하남시의 한 소녀는 편의점에서 만난 소년이 잔액이 부족해 물건값을 치르지 못하자, 대신 결제해 준 것은 물론 매주 토요일 만나 먹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소년의 어머니가 너무 고마워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렸다. 남편과 사별한 뒤 외벌이로 소년을 어렵게 키우던 어머니는 소녀의 성의를 갚겠노라 사연을 알렸다.소녀가 용기를 내어 답했다. "혹시 어머님이나 아가나 제가 하는 행동이 동정심으로 느껴져서 상처가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낯선 이의 호의를 받은 상대의 감정까지 배려하는 성숙한 인격이 더욱 감동적이다. "하남에서는 어머님과 아들분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는 말에는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스며있다. 나이도 학년도 모르는 어린 소녀에게 제대로 한 수 배운 기분이다.1년 전 선행이 알려져 홍역을 치른 홍대 치킨집 사장의 사연도 훈훈하다. 돈이 부족한 형제들에게 공짜 치킨을 대접한 사연을 고등학생 형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편지로 알려 세상에 드러났다. 형제들과 대화도 나누고 어린 동생이 찾아올 때마다 치킨을 대접하고 머리도 깎아주었단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쇄도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임시 휴업을 단행했다고 한다. 형제들 대신 보통 사람들이 치킨집 사장을 돈으로 혼쭐을 내주었다니, 그래도 살만한 세상 아닌가.하남 편의점 소녀나 홍대 치킨집 사장이나 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선행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민망했을 법하고, 자신들을 시끄럽게 칭찬하는 사회가 이상할 수도 있겠다. 세상에 작은 선행을 선물하는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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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3·1절 태극기 지면기사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은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중략)…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유일한 슬픔이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유관순 열사는 탑골공원과 남대문에서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다니던 이화학당에 임시휴교령이 내리자 고향인 천안으로 가 아우내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일제의 무자비한 고문으로 18세 나이에 순국, 국민 누나로 추앙된다.3·1운동은 일제의 강압 통치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쟁취하려 분연히 일어선 한민족의 의거(義擧)다. 전국 1천500여단체, 참가 인원 200여만명, 사망자 7천500여명, 부상자 1만6천여명, 체포자 4만7천여명이었다. 방방곡곡 거리는 온통 태극기 물결로 뒤덮였다.국기(國旗) 제정은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시작점이다. 어떤 형태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같은 해 수신사로 일본에 가던 박영효가 배 위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다음 해인 1883년 5월 고종은 국기로 제정·공표했다. 이후 국민들과 멀어졌으나 3·1 만세운동을 통해 민족 정신의 상징이 됐다.태극기가 다시 거리로 나선 건 2002 한일월드컵대회를 통해서다. 광화문 거리에 내걸린 대형 걸개는 승리를 향한 국민 염원이었다.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의상과 모자가 유행했고, 벼락스타가 탄생했다. 기쁨과 환호, 좌절과 탄식의 순간에도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태극기를 보는 시각이 갈리게 됐다.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을 덮으면서다. 태극기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도구가 됐다. '극우'의 전유물로 각인되면서 다른 쪽 사람들에게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했다.3·1절 102주년 기념일에 종일 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보기 힘든 태극기 몇 개, 거리에 걸렸을 뿐이다. 괜한 오해를 살지 몰라 국기 게양이 꺼려진다는 가정도 있다. 거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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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삼일절과 표현의 자유 지면기사
오늘은 삼일절 102주년이다. 1919년 한민족이 하나 돼 '조선 독립'을 외치며 일제의 식민통치를 거부했다.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은 태화관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학생들은 탑골공원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다. 3·1 독립운동은 들불처럼 번져 수개월간 지속됐다. 유관순은 4월1일 천안 아우내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됐다. 화성 발안 장터 만세운동으로 제암리 학살사건이 발생한 건 4월15일이다. 경성 탑골공원에서 시작한 독립운동은 전국으로, 해외 한인거주지로 퍼져나갔다.3·1 독립운동의 역사적 파장은 컸다. 4월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독립된 국호로 대한민국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항일 거사인 5·4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반일 국제전선을 형성한 것도 3·1운동의 공헌이다. 영국 식민통치에 저항한 인도의 독립 영웅인 간디와 네루는 3·1운동에 감명했고, 타고르는 식민지 대한민국을 '동방의 등불'로 읊었다.희생은 컸지만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운동의 범위가 워낙 넓고 희생의 기록을 일제가 장악한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전 삼일절 100주년 경축사에서 한반도 전체 인구의 10%인 202만여명이 만세시위에 참여했고, 7천500여명이 살해됐고, 1만6천여명이 부상당했으며, 체포·구금된 숫자는 4만6천여명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 박은식이 1920년에 발표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남긴 기록이다. 일본 외무성은 주일 한국대사관에 "다툼이 있는 숫자"라며 항의했다. 자신들이 축소하고 은폐한 만행의 역사를 논란에 가두려는 가소로운 역사 소인배의 행각이었다.우리 내부에서도 지난한 독립운동 과정에서 변절한 민족진영 인사가 적지 않았고, '태화관 낮술' 주장으로 민족대표 33인을 고주망태로 만든 스타강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민족이 일제에 맞서 광장에서 결사 독립의지를 표현한 3·1운동은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운동이자 인권 시민운동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마침 삼일절에 보수단체가 신청한 광화문 집회에 대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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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송도 세브란스병원 지면기사
지난해 3월 용인 동백 세브란스병원이 개원했다. 7만4천484㎡ 부지에 지하 4, 지상 13층, 연면적 11만1천633㎡ 규모다. 800병상 계획을 줄여 462병상으로 문을 연 뒤 점차 늘리기로 했다. 의료진과 인력을 2천100명까지 확충해 33개 진료과를 39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학병원이 운영되면서 지역에 활기가 돈다고 한다. 의료서비스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이다. 인구 100만명을 넘는 특례 용인시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나온다.하지만 개원까지 여정은 험난했다. 연세대 의료원과 용인시가 의료사업 협약을 맺은 시점이 2005년이니, 15년이 지나서야 종착역에 닿은 셈이다. 2012년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했다, 갑자기 중단돼 3년을 허송했다. 의료원 측은 처인구 소재 용인 세브란스병원 부지 개발과 첨단산업단지 개발 등을 시에 요구했다. 시가 이런 요구를 다 들어주고 행정 편의까지 봐주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사학 명문대가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돌았다.인천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공사가 지난 23일 첫 삽을 떴다. 지하 3층~지상 14층, 800병상 규모로 2026년 말 개원이 목표라고 한다. 연세대는 2006년 인천시와 '2010년 3월까지 1천 병상 병원과 교육 연구시설을 짓는'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병원은 짓지 않고 국제캠퍼스만 조성했다.협약 15년이 지나서야 기공식을 했다. 동백보다도 4~5년 늦은 진도다. 실제 공사는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도 끝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지체된 탓에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해 삽질부터 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도 있다.동백과 송도 세브란스는 지자체와 대학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갑을 관계가 됐다. 싼값에 부지를 제공받은 대학은 급할 게 없고, 초조한 건 지자체들이다. 특혜 의혹과 먹튀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거진다. 종국에는 지자체가 '병상은 줄여도 좋으니 병원만은 지어야 한다'고 통사정을 한다. 2010년 문을 열겠다던 송도 세브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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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추신수, 신세계 구단, 그리고 인천 지면기사
아무래도 올해 프로야구판에서 화제의 중심은 인천이 될 모양이다. 지난달 26일 전격적인 SK 와이번스 인수 발표로 야구계를 충격에 빠트린 신세계그룹이, 이번엔 메이저리거 추신수 영입으로 야구 팬들을 놀래켰다. 추신수 영입을 발표한 23일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 주식 100%를 인수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에 회원 가입을 신청했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 역사의 첫페이지를 '추신수 뉴스'로 장식한 셈이다. 유통 대기업다운 화려한 미디어 플레이다.추신수는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타자로는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다. 투수로서 박찬호가 누린 명성을 타자로서 만끽한 유일한 선수다. 2001년 부산고 재학 시절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은 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천만 달러라는 초대박 연봉계약을 터트렸다.통산 1천652경기에 출전해 아시아 출신 타자 최다 홈런(218개), 최타 타점(782점), 최초 사이클링 히트, 현역 최다 52경기 연속 출루 등 화려한 기록을 제조했다. 추신수는 자신이 야구를 시작한 조국에서 야구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로 만 39세. 야구선수로는 절정을 지나 야구인생을 정리할 나이다. 연봉 27억원은 KBO리그 역대 최고라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뿌리에서 화룡점정을 찍어 야구인생의 서사를 완결하려는 의지가 컸을 터이다. 연봉 중 10억원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계약 내용에서 그의 진정성이 보인다.추신수가 고향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대신 신세계그룹 구단에 입단한 건 순전히 SK 와이번스의 지명권 때문이다. 짓궂게도 자이언츠는 신생 신세계그룹 구단의 처녀 경기 상대라고 하니 팬들의 관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추신수를 바라보는 부산과 인천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프로야구는 구단, 선수, 연고지 3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이중 하나가 빠지면 반신불수가 된다. 인천 야구 팬들은 연고 구단의 잦은 교체로 마음의 상처가 깊다. 신세계그룹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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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최재형 선생' 고손자 '초이 일리야' 지면기사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다. 상해임시정부를 후원한 것은 물론이고, 1908년 독립운동단체인 동의회를 설립하고 산하에 연추 의병을 창설해 일본군과 무장투쟁을 벌였다. 연추 의병의 참모중장이 바로 안중근. 최 선생은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직접 지원했다. 대동공보를 인수해 항일 언론 투쟁을 벌였고, 연해주 한인마을엔 학교를 세웠다. 상해임시정부 재무총장과 블라디보스토크 대한국민의회 외교부장이기도 했다. 1920년 일제는 연해주 토벌 작전을 벌여 최 선생을 즉결 처형했다.최 선생 순국 이후 유족들의 행적은 처참했다. 최 선생은 4남 7녀를 두었는데 소련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일대에 뿔뿔이 흩어졌고, 피의 숙청이 난무했던 스탈린 시대에 희생당한 자식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는지 장손의 혈통만은 끊기지 않았다. 최 선생의 장남 초이 표트르(최운학)는 최 선생보다 먼저 사망했지만 초이 인노겐티를 남겼고, 그의 아들 초이 세르게이는 또 초이 일리야 세르게예비치(19)를 남겼다.초이 일리야는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유학 중이다. 인천대가 순국선열의 후손에게 조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자는 뜻을 밝혀 성사된 유학이다. (사)최재형기념사업회가 일리야의 국내 후원을 대리했다. 그런데 일리야가 지난 설 연휴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신장 기능이 약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데 의료보험이 안돼 수술비 걱정이 컸던 모양이다. 이런 걱정이 경인일보 보도(2월17일자 6면 '의료보험 혜택 못받는 독립운동가 후손')로 알려지자 바로 해결됐다. 수술비 전액을 인천시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분담하기로 했다. 덩달아 일리야와 기념사업회에 대한 후원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니 흐뭇하다.광복회는 지난해 12월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에 이어 지난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기념사업회가 버젓이 운영 중인 최재형상을 광복회가 가로채 여권 인사에게 수시로 남발한다는 비판이었다. 일리야를 포함한 전 세계 최 선생의 유족들은 기념사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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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의사협회 총파업 지면기사
정부는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열악한 지방 의료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여론 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봤다. 의사들은 오히려 의료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며 개악(改惡)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의사들이 2차례 집단휴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와중에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자 비난 여론이 번졌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한다'는 거다. 반면 '코로나 시국에 의사들을 자극하는 민감한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왔다. 파업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는 팬데믹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겠다며 의협과 협약을 맺었다. 의사들의 집단 강경투쟁에 굴복한 셈이다.의협이 다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법 개정에 반발하면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의사가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의협은 형사법으로 처벌받은 범죄행위로 면허까지 빼앗기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비판한다. 개정안을 '면허강탈 법안'이라 규정하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정부·여당은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도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며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집단 휴진하면 법에 따라 강력 대처하겠다고 했다.정부와 의협은 사사건건 맞선다. 2018년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서막이다.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로 재점화된 갈등 양상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의협은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 총파업하겠다고 공언했고, 정부는 엄벌하겠다고 경고한다.코로나로 민생이 허덕이는데 선전포고를 한 정부와 의협을 두고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반응들이다. 상위 1%라는 기득권층이 왜 파업을 하는지, 정부·여당은 이 시점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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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툰베리의 화성 탐사 비판 지면기사
식민 행성이나 위성으로 이주하는 인류는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인류가 더 이상 살기 힘든 황폐해진 지구가 서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SF적 발상으로도 인류 전체를 지구에서 탈출시킬 방법을 찾긴 힘든 모양이다. 2016년 개봉한 '패신저스'에서 우주선 아발론은 식민행성 홈스테드2로 향한다. 냉동수면 상태로 120년을 여행 중인 탑승객은 단 5천명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인 '승리호'엔 우주개발기업 UTS가 위성궤도에 건설한 인공도시가 등장한다. 여기에 거주할 수 있는 지구인은 5% 정도다.최근 인류의 화성 탐사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미국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인내)가 지난 19일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와 중국도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과 '톈원(天問)-1호'를 연달아 화성궤도에 안착시켰다. 탐사의 목적은 인간의 화성 거주 가능성이다. 인류가 인내와 희망으로 우주(하늘)에 그 가능성을 물어보는 화성탐사 경쟁을 벌이는 스토리는 SF가 아니라 현실이다.하지만 실제로 지구가 거주 불가능한 죽은 별이 되고 화성 이주가 현실이 된다면, 인류는 전대미문의 불평등에 직면할 것이다. 77억명 중 지구를 탈출할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일테니 말이다. 누가 남고 누가 우주선에 오를지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90분 우주체험에 수억원, 3일 우주정거장 체류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민간 우주여행 상품 예약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보내겠다고 호언한다. 회의적이지만 실제가 된다 해도 인류의 0.00013%에 불과하다.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을 겨냥해 '1%'라는 제목의 화성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화성이 인류의 미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반전이 있다. 그래봐야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인류는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는 실제의 숫자가 아니라 '극소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전체 인류를 위해 기후위기를 막는데 돈을 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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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박 조코비치 지면기사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바르셀로나 FC가 맞붙었다. 지난 17일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에서다. 신성(新星) 킬리안 음바페(23)와 '인간계를 떠난'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4)가 양 팀 간판이다.생제르망 음바페가 해트트릭 맹활약으로 메시를 압도했다. 절묘한 감아 차기로 상대 키퍼의 얼을 뺀 세번째 골이 환상이었다. 자신이 왜 메시와 호날두(36·유벤투스)로 상징되는 유럽 축구 골잡이 계보를 이을 황태자인지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다. 메시는 PK로 선제골을 넣었으나 내내 무기력했고, 음바페의 해트트릭과 팀의 1-4 완패를 지켜봐야 했다.지난 8일 개막한 '2021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4강이 가려졌다.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 아슬란 카라체프(27·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그리스), 다닐 메드베데프(24·러시아) 선수다. 세계랭킹 114위 카라체프는 21년 만에 이 대회 예선을 거쳐 4강에 오른 선수가 됐다. 조코비치 선수를 제외하면 열성 팬조차 낯선 신예들이다. 프로테니스 4대 천왕 로저 페더러(40)와 라파엘 나달(34), 앤디 머레이(33)는 보이지 않는다. 왼손의 달인 나달은 카라체프에 충격의 역전패를 당해 짐을 쌌다. 2-0으로 앞서다 체력 저하로 무너졌다.여자 단식은 일본이 자랑하는 오사카 나오미(23)가 백전노장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를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윌리엄스는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 최다 우승 기록(24회)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뤘다.체력과 기량을 겸비해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 세대교체는 순리(順理)이고, 숙명이다. 노쇠한 스타가 떠난 자리를 패기 넘치는 후배가 이어받는다. 팬들은 늘 새로운 별에 목말라 한다. 그렇더라도 올 들어 프로스포츠계의 얼굴 바뀜이 예사롭지 않다. UFC 간판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는 지난 달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에 TKO 패했다. 7년 전에는 맥그리거가 일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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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한의 백신 해킹 지면기사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 수역에서 사살된 후 소각됐다는 군 발표로 대한민국 여론이 들끓자 북한은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사살'은 인정했지만 시신이 사라졌다며 '시신 소각'은 부인했다. 소각한 것은 사망 공무원이 표류 내내 의지했던 부유물인데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는 것이다.북한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무단 월경자에 대해 사살을 경고했다. 태양(김일성)과 광명성(김정일)의 정기를 이어받은 김정은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이다. 국경 봉쇄의 대가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전언에 따르면 밀가루·식용유·설탕 같은 기본 식료품은 물론 약품·의류 등 생필품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공화국 1등 시민들이 사는 평양이 이 정도라면 지방 사정은 더 끔찍할 것이 확실하다.그래도 봉쇄 덕분인가.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선전한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마스크 없이 진행된 주요 당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해왔다. 지난달 8차 당대회를 기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벌인 열병식이 압권이다. 대규모 밀집대형으로 열병한 북한 군인들은 노 마스크였다. 바이러스도 어쩌지 못하는 견고한 세습체제의 실상을 보여준 장면이었다.하지만 북한의 코로나 확진자 '0' 주장을 증명할 통계는 없다. 반대로 북한의 코로나 감염 실태가 심각하다는 소식통들의 '진짜 뉴스'는 넘쳐난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기술 탈취를 위해 국내외 제약회사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국회도 최근 국정원 보고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의 코로나 감염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반증이다.북한 사이버부대의 글로벌 해킹은 악명 높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전 세계 방산기업을 상대로 군사정보 획득을 위한 해킹을 시도하고, 암호화폐 업체를 해킹해 최근 2년간 3억 달러 넘는 돈을 빼냈다고 한다. 이도 모자라 이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제약업체들도 해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