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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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분당 맹꽁이'의 반격 지면기사
도롱뇽 서식지를 보호해달라며 소송을 낸 적이 있었다. 천성산 도롱뇽 사건이다. 정부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2001년 울산광역시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공사 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구니 지율 스님에게 딱 걸렸다. 내원사의 천성산 지킴이였던 지율은 산을 누구 보다 잘 알았다. 실제로 천성산엔 꼬리치레도롱뇽 등 환경부 지정 법적 보호종이 30종 넘게 서식하고 있었다.지율은 단식농성과 3천배 시위 등으로 터널공사를 가로막고 나섰다. 정부가 2003년 공사를 강행하자 곧바로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지율은 소송 당사자에 도롱뇽도 포함시켰다. 대법원은 2006년 도롱뇽은 자연물이라며 사건 당사자가 될 수 없고, 터널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천성산 터널은 2008년 완공 목표를 넘겨 2010년 개통됐고, 현재 공식 명칭은 '원효터널'이다. 사건 이후 환경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지만, 지율은 여전히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대형 토목사업을 반대하는 소신을 지키고 있다.그런데 최근 '분당 맹꽁이'가 제대로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 536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 소송 판결에서 주민 편에 섰다. 이번에도 환경영향평가가 문제가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문제의 땅에서 '맹꽁맹꽁' 울면서 살고 있는 맹꽁이가 없다고 했고,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지구지정을 허가했다. 하지만 있는 것이 없을 리 없다. 주민들이 직접 400여마리의 맹꽁이를 찾아냈다.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다.이번 판결로 국책·공공사업을 명분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남발해 온 정부와 공공기관 행태에 급제동이 걸렸다. 비슷한 환경문제로 정부 주도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에겐 청신호다. 과천시민들은 정부청사 유휴지 개발을 반대하고, 성남시 신흥동 주민들도 복정2지구 공공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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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쿠팡의 '아메리칸 드림' 지면기사
방송인 신동엽이 따귀를 맞는다. 뭔 수작을 했는지 모르나 화가 잔뜩 난 여성의 강스매싱이 사정없이 강타한다. 입속 분비물이 튈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신동엽은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오히려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더 때려달라고 뺨을 내민다. 영상에는 '싸다구'란 자막이 반복 노출된다. 수년 전,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기업 쿠팡은 신동엽이 신이 난 표정으로 처맞는 파격 광고를 선보였다.업계는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비관했다. 싸다는 것만으로 통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는 유통망 확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등 비즈니스 전략에 경쟁력이 없다고 봤다. 예상대로 악전고투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고, 국내 1위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했다.설 연휴에 쿠팡이 한국 기업 최초로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기업 가치가 55조원으로 평가됐다. 사업 무대는 한국이지만 미국 법인 쿠팡INC가 한국 쿠팡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쿠팡이 미국 기업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한국 대신 미 증시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관련 업계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이 서울을 패싱하고 뉴욕을 택한 속사정은 다르다고 본다. 우선 국내 증시의 까다로운 상장 조건이다. 쿠팡 같은 만년 적자기업은 상장이 사실상 막혀있다. 누적 적자 4조원을 넘는다. 미국 증시는 적자 기업이라도 발전 가능성을 본다.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에는 '차등의결권'이 없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의장의 보유 주식에 보통주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지분 2%로 56%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네이버 라인은 2016년 국내가 아닌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사업 영역은 일본과 동남아였다. 게임회사 넥슨은 2011년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본사는 일본이지만 매출은 한국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회사 측은 '더 많은 기회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쿠팡도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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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는 세상 지면기사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에게 자베르는 숙명의 동반자다. 자베르는 장발장을 범죄자이자 탈옥수였던 과거에 가두어 놓고 그의 평생을 그림자처럼 뒤쫓는다. 미리엘 신부 덕분에 개과천선한 장발장이 선행을 쌓아 한 도시의 시장이 됐어도 자베르의 추적을 피하진 못한다. 자베르는 장발장에게 지울 수 없는 과거인 셈이다.설 연휴 직전에 터진 이재영-이다영 자매 배구 스타의 '학교 폭력' 가해 논란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학창 시절 피해자의 폭로에 나란히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연휴 끝 무렵에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가 이어졌다. 배구계에게 퇴출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참하는 여론도 늘고 있다. 이들 자매와 슈퍼스타 김연경까지 보유한 흥국생명은 드림팀은커녕 악몽에서 허우적대고 있다.TV조선 인기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2'에 출연했던 진달래도 무명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던 찰라 학폭 논란에 눈물을 뿌리며 도중 하차했다. "저의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 그녀의 참회는 진심일테지만 너무 늦은게 문제였다.이재영-이다영 자매와 진달래뿐 아니다. 학교 폭력 가해란 과거로 현재가 무너지는 예체능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회적 논란도 대립적이다. 한 사람의 현재를 과거에 연좌시켜 판단하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과 치유되지 않은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반박이 부딪힌다. 이재영-이다영의 사과를 받은 피해자는 "허무하다"고 했다. 가해자는 몇 줄 사과문으로 사과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의 피해엔 회복할 수 없는 누적된 세월이 박혀 있다는 뜻일테다.장발장은 시민군에 붙잡혀 죽을 지경에 놓인 자베르를 구해준다. 자베르는 그제서야 장발장의 선한 현재를 인정하고, 강물에 투신한다. 자베르의 목숨을 구해주고서야 장발장은 과거에서 벗어난 것이다.SNS 자체가 자베르인 시대다. 과거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세상이고, 과거의 조국이 현재의 조국을 저격하는 시간의 연좌제가 일상적이다.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개과천선이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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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 설날'의 단상 지면기사
경기도가 도민 1천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85%가 이번 설에 고향을 찾지 않겠다고 답했단다. 연휴 기간 중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사람도 64%나 됐다. 온라인에는 명절 귀향을 고집하는 시댁을 고발해달라는 며느리들의 분통이 터지고, 쪼개기 귀성 등 각종 묘안이 백출한다지만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집콕 명절'이 대세가 된 모양이다.설 대목을 고대했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귀성 행렬이 없으니 차례상과 명절 밥상이 간소해졌고, 장을 보는 주부들이 사라졌다. 명절 선물도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택배 서비스가 독점하니, 대목을 노리고 선물용 재고를 쌓아놓은 전통시장 상인들만 폭탄을 맞았다. 명절 선물로 들어온 고기와 음식으로 식비를 아꼈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올해는 직접 고기를 사드셔야 할 듯 싶다.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 제주도와 강원도 해안도시 숙박업소들은 빈 곳이 없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마침 자영업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 늘어났으니, 여행객 지갑에 생계를 매달고 있는 관광지 자영업자들은 반짝 호황이 반가울테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호황은 아슬아슬하다. 9시 규제에 계속 묶여 눈물의 '점등 시위'에 나선 수도권 자영업자들에 견주면 황송한 설 특수이겠다.가족 모임이 흩어지다 보니 명절 단골뉴스였던 가정폭력과 명절이혼도 확 줄어들겠다. 명절 밥상에서 케케묵은 가족사가 몸싸움으로 번져 파국에 이르는 가족, 명절 갈등으로 파경에 이르는 부부가 적지 않았다. 아예 안 모이니 갈등도 없을 터, 이러다가 비대면 명절이 문화로 굳어질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 세대 간 명절문화 전쟁이 불가피할 듯하여 심란하다.그래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같은 이가 있어 스산했던 설 풍경이 따뜻해졌다. 재산의 절반인 5조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자선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구조를 해결해 전체의 공익을 실현하는데 쓰겠다고 한다. 빌게이츠 재단에 착안한 듯싶다. 통 큰 명절 선물이다."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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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아웅 산 수치의 추락 지면기사
아웅 산 수치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인물이다.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은 2012년 그의 역정을 주제로 영화 '더 레이디(The Lady)'를 제작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영국에서 평범하게 살다 고국에 돌아와 민주 역정에 뛰어든 이력을 담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양자경의 외모가 수치와 닮았다고 해 화제가 됐다.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미얀마 군부 독재가 종식됐다. 배우자가 외국인이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조항 때문에 대리인을 내세우고 외무장관을 지냈으나 이후 군부와 적당히 타협하는 태도를 보여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군부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하는데도 적극 제지하지 않아 국내외 비난을 샀다. 노벨상을 취소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돌았으나 노벨재단은 유감을 전하는 선에 그쳤다. 2017년에는 아일랜드의 록 밴드 U2의 리더가 그를 향해 '역겨움이 느껴진다'며 국가자문역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U2는 2000년 'Walk On'이라는 곡을 만들어 수치에 헌정한 바 있다.수치 여사가 11년 만에 다시 가택 연금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에 의해서다. 2020년 미얀마 총선에서 NLD가 압승한 이후 군부의 쿠데타 설이 돌았다. 군부는 대법원에 대통령, 선관위원장 자격을 무효화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군 최고사령관은 '선거 부정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군 대변인은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쿠데타를 예고하는 대담한 발언이다.미얀마 정국은 안갯속이다. 시민 저항운동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최대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는 NLD 상징인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쿠데타 친위대는 '군부 독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시위대에 총부리를 겨누지는 않았으나 유혈 충돌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수치는 조국의 민주화를 쟁취했으나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다.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로 이미지가 바랬다. 눈치를 보며 소수 민족 탄압을 방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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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지면기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의향서에서 텍사스주에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천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요구했다. 천문학적 세금감면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투자규모와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파급 효과 때문이다.투자의향서에 밝힌 삼성전자의 총 투자액은 170억 달러(약 19조원). 이중 50억6천900만 달러는 6천500만㎡ 규모의 공장과 부동산에, 99억3천100만 달러는 파운드리 설비와 장비 구매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이다. 공장 건설로만 직접비용 40억5천500만 달러(약 4조5천억원)가 건설사와 설계사 등 텍사스주 제조업 매출에 유입되고, 유통·물류·소비 등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총 89억 달러(약 10조원)의 경제활동이 발생한다고 한다. 2만개 가까운 공장 건설 일자리는 덤이다.이뿐 아니다. 공장이 가동할 경우 향후 20년간 86억 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3천개 가량의 정규직이 73억 달러의 봉급을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오스틴시는 20년간 세금과 소비로 챙길 수 있는 순수익만 1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높은 세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삼성전자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은 설계자의 요구대로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주는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규모가 900억 달러나 된다.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대만의 TSMC가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삼성전자는 2위라곤 하지만 1위와의 격차가 크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제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평택에 10조원대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인텔 등 대형고객을 의식해 미국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하지만 삼성의 미국 투자가 확정된 건 아닌 모양이다. 텍사스 오스틴시뿐 아니라 애리조나와 뉴욕, 한국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유치경쟁을 벌일 법 하건만 조용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유치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말이다.글로벌 세계경제에서 투자 유치는 모든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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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법원장의 사과 지면기사
"현실을 보면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 인연 등이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를 유혹하며, 우리를 바른길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내 힘이 모자라서 이와 같은 유혹을 당하게 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 법관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가인은 대한민국의 사법 독립을 위한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이승만 대통령과 정권에 맞서 사법부에 대한 압력과 간섭을 물리쳤다. 신념과 사명감으로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독립성을 지켜냈다. 이 대통령이 사표를 종용하자 목발에 의지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등원할 정도로 강직했다.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과 관련, 김명수 대법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5월 임 판사가 사표를 내자 국회 탄핵을 이유로 반려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입장이 궁색해졌다.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국회에서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했다.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는 말도 한다.법원 내부는 물론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다. 대법원장이 법치주의가 아닌 정치 논리로 판단한 행위라며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배를 탄핵으로 떠미는 모습까지 보인 대법원장은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으냐'는 질책도 있다. 야당 유력 정치인은 "후배의 목을 뇌물로 바쳤다"고 개탄했다.김 대법원장은 취임하면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다. 언행 불일치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다. 독립과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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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홍 부총리의 '지지지지(知止止止)' 지면기사
삼국지연의에 비운의 곳간지기 왕후가 등장한다. 연합군을 이끌고 원술 정벌에 나선 조조에게 곳간지기 왕후가 군량미가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조조는 군량미 배급을 줄일 것을 명한다. 당연히 군사들이 반발했다. 조조는 즉시 왕후를 불러 참수한 뒤 그에게 군량미 횡령죄를 덮어씌웠다. 왕후의 목 하나로 자신의 책임을 면한 건 물론이고 군율의 엄정함을 보여줌으로써 군사들을 독려해 전쟁에서 이겼다. 나관중은 정사에 없는 가공인물 왕후의 에피소드로 간웅 조조의 면모를 보여준다.대한민국 곳간지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SNS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올려 화제다.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라고 하니, 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귀거래사로 보여서다. 홍 부총리는 지난 연말엔 실제로 사표를 던졌다가 대통령이 반려하자 곧바로 직무에 복귀한 적도 있다.지난해 코로나19 국난 이후 홍 부총리는 여권 대선주자들과 끊임없이 설전을 벌여왔다. 국가부채 걱정 말고 돈을 풀자는 대선주자들의 요구에, 홍 부총리는 적자재정의 한계를 들어 번번이 반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국가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선도했다. 홍 부총리는 선별지원을 강조하며 맞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법제화를 추진하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수준 낮은 자린고비(이재명)",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정세균)"라는 비판의 칼날이 시퍼랬다.급기야 이낙연 민주당 대표마저 선별과 보편 지원을 모두 포함한 4차 재난지원금 추경 편성 의지를 밝히자, 홍 부총리는 보편지원과 선별지원 동시 실시는 힘들다며 '지지지지의 심정'을 밝힌 것이다.홍 부총리는 여권 실세들과 설전을 벌였지만 결과는 늘 실세들의 요구가 관철됐다. 이 때문에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마저 얻었다.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권력 앞에, 예산편성권으로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호령하던 기재부가 한없이 작아지고 있다. 아무리 유능해도 권력의 크기가 알량하면 욕먹고 내쳐지기 십상인 것이 곳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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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안타까운 'KBS 논란' 지면기사
영국 국영방송 BBC는 전 세계 공영방송의 롤모델이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BBC 직원들의 파업 시위현장을 뉴스 속보로 보도하고, 극우정당 당수의 BBC 토론 출연 반대시위도 보도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 덕분이다. 포클랜드 전쟁 때는 '우리 군' 대신 '영국군'으로 객관화시킬 정도였다. 이런 BBC도 정파적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15년 집권한 보수당은 BBC가 노동당에 우호적이라고 공격했다. 2017년 BBC의 자율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정부기구로 넘어간 배경이다.공영방송 KBS가 수신료 인상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KBS 직원 60% 이상이 연봉 1억원이고, 연봉 1억원 직원 중 2천여명이 무보직이라는 야당 의원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KBS는 즉각 과장이라며 공식 현황을 공개했는데, 무보직 1억원 연봉자의 규모가 놀랍기는 도긴개긴이다.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말고 능력되고 기회되면 우리 사우님 돼라."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온라인에 게시한 조롱이 기름을 부었다. KBS 수신료 인상 명분에 '평양 지국 개설'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KBS의 한 아나운서가 20여건의 보도를 임의적으로 첨삭해 방송한 것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생산한 보도를 권한 없이 자기 기준으로 첨삭했다면 명백한 왜곡이라서다. 노동조합의 내부 지적이라 더욱 뼈 아프다.문재인 대통령 생일날 방영된 열린음악회에서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를 선곡했다는 시비엔 심사가 어지럽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Moon) 대통령을 '달님'으로 부르며 따른다. 야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추석 현수막을 걸었다가 달님 지지자들과 여당의 공격을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한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푸른하늘 은하수에 하나여야 할 '달님'의 정서는 당파로 조각났으니 서글프고,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로 정파성을 의심받는 공영방송의 현실은 애달프다.이 모든 KBS 논란이 수신료 인상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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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차례는 생략, 세배는 온라인' 지면기사
지난해 추석은 명절답지 못했다. 귀성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공원묘지는 진입로부터 차단했다. 조상묘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겼고, 차례·성묘는 생략하거나 간소화했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이란 말이 소셜네트워크에 돌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하라고 권했다. 시골 마을에 '불효자는 옵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코로나19가 바꾼 명절 풍속도다.올해 설은 더 민망하게 됐다. 정부가 이동 권고보다 더 강력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적용하기로 한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에 '설 연휴,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입니다'란 대형 걸개가 내걸렸다. '직접 방문은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라는 부제가 달렸다.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설날에 다섯 이상 모였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차례·성묘는 생략, 세배는 비대면'이 대세일 듯하다.본가를 찾은 아들, 손주, 며느리가 어르신 모시고 옹기종기 만두를 빚는 건 명을 거역하는 행위다. 둘러앉아 떡국을 함께 나눌 친척과 이웃도 부를 수 없다. 아이들의 세뱃돈 주머니도 아쉽게 됐다. 축의·조의금과 마찬가지로 세뱃돈도 온라인 송금이 유행할 조짐이다. 자식도 손주도 오지 않는 고향 어르신들의 낭패감은 어찌해야 하는가.더 큰 걱정은 이 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집합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 금지 연장에 한숨이 커진다. 2개월째 이어지는 방역 강화에 이미 초주검들이다. 명절 대목이 악몽이 될 판이라고 하소연이다.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집단면역을 위해 지속 가능한 방역을 강조한다.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으면서 K-방역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숨 막히는 출·퇴근 지하철은 괜찮은데 식당에서는 거리를 둬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태권도 발차기는 되는데 복싱 어퍼컷은 왜 안 되는가. 바이러스 창궐을 차단한다는 방역 대책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인가. 의문부호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명절 연휴 관광지 숙박시설은 예약이 힘들다고 한다. 인파가 몰려도 9시 이후 상가 문을 닫으면 바이러스는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