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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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수포자 지면기사
3.14159265358979… 원주율(π)만 떠올려도 머리가 빙빙 도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사실 수포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도 교실마다 "수학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수포자 코스'는 오래전부터 대물림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분수라는 허들을 넘으니, 중학교 때 루트(√)가 가로막고, 고등학교 때 함수와 미적분을 만나면 결국 좌절한다는 슬픈 이야기다. 수포자=대포자(대입 포기자)라는 입시경쟁 등식은 무시무시하다.지난해 고2 학생 6명 중 1명은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2 수학 기초학력 미달률 16.6%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본집단 평가로 전환된 2017년(9.9%) 이후 가장 우려스러운 수치다. 중3 학생의 13%도 수학 기초 미달이었다. 코로나19 여파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라는 교육당국의 분석은 안이하게 들린다. 전문가들은 미달 비율이 10%를 넘는 자체가 경고신호라고 말한다.수학은 고대 문명과 함께 태동했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도·중국 등에서 초기 수학적 개념이 등장했다. 0과 20진법을 사용한 마야인은 엘 카스티오 피라미드의 계단 그림자를 쿠쿨칸(깃털 달린 뱀) 형상으로 만들어냈다. 신라시대 세워진 국보 31호 첨성대는 27단의 동심원과 정(井)자 형 돌 한 층으로 28수 별자리를 상징한다. 놀라운 수학 원리와 과학적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다.과학은 수학을 발판으로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 등 다양하게 분화, 발전하고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미적분과 기하학이 바탕이다. 만약 수학이 없다면 세상을 지탱하는 전 분야의 시스템은 마비되고 통제불능이 될 것이다. 당장 손안의 휴대폰은 물론 컴퓨터, TV도 사라진다. 병원·은행·경기장 등 일상에서 누렸던 많은 것들이 존재하기 힘들다.영국은 수학문맹자들이 정보와 기술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수학 의무교육을 확대했다. 일본도 이공계 대학생의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학이 곧 과학·기술이자 많은 분야의 기초가 되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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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기후와 예술 지면기사
기후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뿐 아니라 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6~18세기 무렵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1.5℃나 낮아져 이 시기를 소빙하기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때는 기후 조건이 나빠 식물의 생장은 물론 농작물 수확량이 매우 적어 사람들의 영양 상태가 매우 부실하여 페스트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수많은 유럽인들이 목숨을 잃는 이유가 됐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첫 장면에도 드러나는 바, 성루를 지키는 초병들이 춥다는 최상급의 표현을 거듭해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반면 망외의 성과도 있었는데, 세계적인 악기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 같은 추위가 만들어낸 명품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크로아티아 지역의 단풍나무로 만들었는데, 혹한의 시기에 생장한 나무인지라 나이테의 밀도가 이례적으로 촘촘하여 다른 바이올린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음색을 낼 수 있었다.화산 같은 재해가 문명과 예술에 미친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3천500년 전 모세의 출애급 당시 산토리니에서 발생한 화산폭발로 크레타문명이 종언을 맞는가 하면,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찬란했던 폼페이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그로테스크란 말은 벽화·도자기·건축물 등에 새긴 그림 그로트(grotto)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로트는 동식물 등 다양한 그림을 복잡하게 구성한 이미지들을 가리킨다.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다양한 항아리 유물의 그로트들이 대표적이다.1815년에 분화하여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준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은 유럽엔 길고 지루한 장마와 북미 지역엔 난데없는 6월 폭설을 몰고 왔다. 이 같은 불안한 상황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최초의 SF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리고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섬의 화산폭발은 세기말 상황과 겹치면서 여러모로 영향을 주었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한참 전시 중인 뭉크의 그림이 그러한데, '절규'는 개인사적 불행과 불안의식에 세기말의 상황을 잘 대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요즘 6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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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강화도 산불과 '오물 풍선' 지면기사
지난 9~10일 인천 강화군 세 곳에서 연이어 산불이 발생했다. 9일엔 삼산면(석모도) 야산에서, 10일엔 강화본섬의 하점면 봉천산과 양사면이다. 발생지 사이의 거리를 감안하면 방화로 보기 힘들고, 실화나 자연발화로 보기엔 이틀 동안의 우연의 일치가 통계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경인일보 기자가 세 군데 산불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취재해 보도했다.(6월 14일자 1판 1면) 북한의 오물풍선이다. 삼산면과 양사면 산불은 발화 원점 반경 5m(특정발화구역)내에 오물 풍선 잔해가 불에 탄 채 발견됐고, 하점면 봉천산 산불 현장 곳곳엔 오물 풍선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지난 5월 28일 밤 개시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는 모두 네차례 실시됐다. 우리측 민간단체들이 북측에 날려 보낸 대북전단을 사상적 오물이라 비난했던 북한은 진짜 오물로 보복전을 감행한 셈인데, 문제는 풍선에 매달린 타이머와 기폭장치이다. 오물 투하 시점을 맞추기 위한 자폭 장치인데, 북한이 2016년 살포한 대남 삐라 풍선에서 처음 발견됐다.군 당국은 강화 산불 현장에서 기폭장치나 인화물질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산림청도 오물 풍선과 산불의 인과관계 판단에 신중하다. 다만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다른 산불 발화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화 원인에서 오물 풍선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일 오물 풍선 중 하나가 부천시 대장동에 주차된 트럭 근처에서 폭발해 차량 운전석과 타이어가 불에 타기도 했다.2018년 스리랑카 노동자가 불을 붙여 날린 풍등이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의 유류탱크를 폭발시켰다. 버려진 풍등을 심심풀이로 날린 결과로 초대형 휘발유 탱크가 터져 수도권이 아수라장이 됐다. 하물며 자폭장치를 매단 수천개의 북한 풍선이 남한 전역의 상공에서 낙하했다. 위험시설이 가득찬 도심지역은 물론, 영동의 울창한 산림지역에서 상상을 초월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부천 차량 화재를 일으킨 폭발 정도면 충분하다.관계당국은 강화 산불과 대남 풍선의 인과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부천 차량 화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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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스마트 경로당 지면기사
동네마다 자리잡고 있는 경로당은 몇 곳이나 될까. 전국의 경로당은 지난 2022년말 기준 총 6만8천180개로 5년새 2천576곳 늘었다. 무시로 드나드는 편의점(2023년 말 기준 5만5천800개), 동네슈퍼(2023년 3월 기준 2만7천247개)보다도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인공동체가 촘촘하고 일상에 가까이 들어와 있다는 얘기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부천형 스마트 경로당 성공사례를 전국 지자체 노인정책 담당자들과 공유했다. 부천형 스마트 경로당은 화상플랫폼을 이용한 실버로빅, 밸런스 워킹, 치매 예방 맨손체조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여러 경로당을 동시에 원격으로 연결하니 강사비 절감 효과도 크다. 경로당에서 혈압·혈당·체성분·체온을 측정하면 데이터가 관내 보건소로 전달돼 건강수첩에 기록된다. 건강 이상이 감지되면 보건소에서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경로당 앞 자투리땅 텃밭농사도 스마트로 혁신했다. 적정온도와 조명이 원격 관리되는 스마트팜에서 상추와 고추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확한 농작물로 점심식사도 함께 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니 경로당 가는 길이 즐겁다. 스마트 경로당은 일자리도 창출한다. 어르신들의 디지털 소외감을 해결해 줄 스마트 경로당 관리사가 등장했다. 스마트 경로당 관리사는 내년에 부천시에서만 37명이 일하게 된다.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던 어르신들도 이제 음식 주문·은행 업무·택시 호출도 문제없다.한국사회는 3대 인구구조변화(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가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2023년말 기준 총인구는 5천132만5천329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18.96%(973만명)다.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런 추세면 내년에 만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7%)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가 된 지 불과 7년 만에 초고령화사회가 되는 셈이다.고령인구가 늘어나니 행복한 노후를 위한 관심과 노력은 자연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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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북전단 살포와 접경지역 불안 지면기사
연천군 중면행정복지센터 앞에는 '북한군 발포 '고사기관총탄' 낙탄지'가 있다. 2014년 10월 10일 북한군은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기관총을 발포했다. 그 중 한 발이 복지센터 앞 마당 아스팔트에 꽂혔다. 기관총탄은 구형 탱크 장갑도 관통한다. 총격 도발의 빌미는 대북전단 풍선이었다. 이날 탈북민들이 주도하는 단체들이 접경지역 일대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날렸다. 파주시 임진각 인근의 대북전단 풍선은 공개리에, 연천군 대북전단 풍선은 은밀하게 떠올랐다. 접경지역 전역에서 비상대기 중이던 북한군은 연천에서 떠오른 풍선에 주저 없이 발포했고 우리 군도 즉각 응사했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뻔했다.우리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중단했다. 대신 탈북민들이 설립한 북한인권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자임했다.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 북한의 반인권체제를 규탄하는 심리전에 앞장선다는 명분은 선명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공개적인 대북전단 퍼포먼스로 명성을 얻었다. 연천 낙탄사건 이후 사정이 변했다. 파주시, 강화군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려는 박씨를 막아섰다. 충돌은 격렬했다. 대북전단의 위력은 북한의 대응으로 확인된다. 연천 총격도발 이후 대북전단 살포 단체와 우리 정부를 향해 말폭탄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대북전단을 핑계로 폭파했다. 그때마다 대북전단을 놓고 내부 갈등은 정치권으로 번져 심화됐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만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헌재가 위헌판결로 무효화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북한의 오물풍선에 대북전단 단체들이 맞대응하면서 잠재됐던 갈등이 다시 솟구치고 있다. 그 배경엔 접경지역 국민들의 불안이 있다. 연천 낙탄지는 불안을 증명하는 실체다. 경기도는 접경지역 민심 안정을 위해 특사경을 출동시켰다. 하지만 헌재가 허용한 대북전단을 막을 방법은 없다. 대북전단을 둘러싼 남남갈등은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실현하려는 심리전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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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학생 전용 통학버스 지면기사
통학차량은 오랜 시간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논란을 이어왔다. 학생들은 운행시간이 불규칙하거나 한없이 돌아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등교와 동시에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시간 낭비와 체력 소모 등 불만이 쌓이자 1980년대 들어서 통학 승합차가 등판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기아차 봉고 코치(1981)·베스타(1986), 현대차 그레이스(1986), 아시아자동차 토픽(1987) 등이 학생들을 실어 날랐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도심 학교로 유학 온 학생들의 필수적인 등하교 수단이 됐다. 하지만 통학 승합차는 수십 년 동안 묵인해온 불법이었다. 불시에 단속이 뜨면 학교 정문에서 100~200m 떨어진 골목길에서 학생들을 내려줬다. 만에 하나 적발됐을 경우에는 "기사님은 학원 운영하는 친척이고, 무료로 탄다"라는 거짓 각본을 짜놓기도 했다.통합형 학생통학버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한두해 나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무상 교통수단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고, 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과 이익 충돌로 제도 시행 전 시동이 꺼졌었다. 학교별 통학차량 운영도 한계에 부딪혔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경기도교육청의 학생통학 순환버스가 더 환영받는 이유다.파주시를 누비는 학생 전용 통학버스는 '파프리카'다. 작명이 재기발랄하고 친근하다. 어디든지 자유롭게,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버스라는 의미가 담겨 파(Far)-프리(Free)-카(Car) 란다. 파프리카는 지난 3월 1학기 개학에 맞춰 한정면허로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운정신도시 중·고교 18곳을 순환하는데 배차 간격도 5~15분으로 짧아 지각 걱정도 덜어준다. 기존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요금도 마을버스 수준이다. 지하철 등과 환승도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파주 '파프리카'에 이어 올 2학기 의정부·구리·광주·오산 통학버스가 어떤 기발한 이름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3 아동(18세 미만) 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니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14점이다. 수면시간은 줄고 앉아있는 시간은 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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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역설의 시대 지면기사
역설(paradox)은 어떤 주의나 주장과 반대되는 진술 또는 표면적으로는 모순되고 불합리한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인 내용은 진리인 경우를 가리킨다. 논리학에서 역설의 사례로 활용되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이 있다.크레타 사람 에피메니데스가 말했다.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 이 문장을 가만히 살펴보자. 만일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참말이라면,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여서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다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이 말을 한 에피메니데스 역시 크레타 사람이기에 그가 한 말이 참말이면 그 말은 바로 거짓말이 된다. 반대로 이 말이 거짓말이라면 크레타 사람들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참말이 되며, 에피메니데스의 말 또한 거짓말이 아닌 참말이 된다. 그런데 이 말이 참말이 되는 순간 이 말은 다시 거짓말이 된다. 이처럼 참말과 거짓말이 서로 무한히 교차하며 반복되는 상황이나 사례를 패러독스 곧 역설이라고 한다.요즘은 역설의 시대다. 역설이 돈이 되고 경제를 주도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가령, 가상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은 실제 화폐가 아닌 화폐이며, 실제로 현금이 한 푼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큰 은행이기도 하다. 우버 택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회사지만 정작 이 회사 소유의 택시는 한 대도 없다. 이뿐 아니라 페이스북은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지만 스스로 생산해 내는 콘텐츠는 단 하나도 없다. 알리바바 역시 영향력이 큰 판매업체지만 상품의 재고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자기 소유의 호텔이나 숙소가 없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이들 업체는 역설을 잘 활용하여 돈을 벌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역설은 논리학의 차원에서 벗어나 경제의 영역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지나친 양적 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가 고물가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값싼 러시아산 가스를 쓰지 못하고, 이보다 6배 이상 비싼 미국산 가스를 사용하는 바람에 살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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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굿바이 팬텀" 지면기사
'F-4팬텀'은 대한민국공군 역사의 분수령이다. 팬텀 도입 전까지 한반도 상공의 주도권은 소련제 미그기로 무장한 북한에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공군의 주력 전투기는 F-5였다. 프리덤파이터라는 별칭은 근사했지만 전투력은 떨어져 미공군은 훈련기로 활용했던 기종이었다. 그때까지도 우리 공군은 훈련기 몇대로 6·25 전쟁에 임했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월남전 참전 대가로 1969년 팬텀을 보유하면서 상황은 단숨에 역전됐다. 3세대 최신예 전투기의 안보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에 이어 4번째, 동아시아 최초 팬텀 보유국이 된 이후 대한민국공군은 북한 공군을 압도했고, 북한 공군의 영공 도발을 원천봉쇄했다. 국민들이 방위성금으로 직접 구매에 나설 정도로 팬텀은 자주국방의 핵심 전력이었다.80년대 전투기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팬텀의 퇴역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와 IMF로 지연되다가 2002년 F-15K 도입이 확정되면서 팬텀의 순차적 퇴역이 시작됐고, 2022년 국산 전투기 KF-21기 시험비행이 성공하면서 이번에 마지막 팬텀들이 퇴역한 것이다. 신흥 경제대국 대한민국이라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전투기 교체는 지난한 과업이다. 미국에서 80년대에 퇴역한 팬텀이 한국에선 노구를 이끌고 55년 임무를 수행한 배경이다.지난 7일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F-4팬텀 퇴역식이 거행됐다. 퇴역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영공을 순례한 팬텀이 이날 마지막 기지 비행을 마치고 영공 수호의 임무를 내려놓았다. 행사장의 호국영웅석엔 임무 수행중 순직한 팬텀 보라매 34명의 이름과, 추락한 팬텀 19기의 기체 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착석했다. 55년 동안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다 산화한 팬텀과 조종사들이다. '55년 팬텀'을 향한 공군의 애정이 절절하다."하늘의 도깨비. 굿바이 팬텀. 팬텀이여 안녕." 퇴역식에서 이재우 예비역 공군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팬텀에게 작별을 고했다. 55년 전 미국에서 팬텀을 몰고 온 청년 보라매는 자신 보다 한참 늦게 퇴역하는 팬텀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테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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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사적 복수 지면기사
2004년 밀양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을 1년 동안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쇠 파이프로 때리거나 돈을 뺏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고 협박까지 했다. 직접 가해자만 44명, 망을 보거나 범행을 촬영하는 등 동조한 인물을 포함하면 연관자가 총 115명에 달하는 조직적이고 악랄한 범죄였다.가해자 44명 중 10명은 기소됐고 20명은 보호처분만 받는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결국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초범이고 청소년인 점 등을 이유로 전과 한 줄 남기지 못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당시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피해자에게 "밀양 이미지 다 흐려놨다"고 폭언하고, 가해자 부모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집요하게 협박했다. 법의 심판과 사회의 시선은 피해자에게만 가혹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등 14살 소녀의 삶은 완전히 부서졌다.최근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 폭로로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2022년 방문해 맛집으로 소개한 청도의 한 국밥집 영상에서 촉발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이 근무했고 식당 사장의 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불법건축물인 식당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철거됐고 사과문이 붙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개명까지 한 뒤 수입 자동차 딜러로 근무하고 있다"며 또다른 남성을 가해자로 연이어 지목했다. 업체 측은 폭로 다음날 "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지해 해당자를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유튜버 '전투토끼'는 세 번째 가해자라며 사진과 함께 이름·나이·직장을 공개했다. 이 남성은 다니던 대기업에서 임시 발령 조치를 받았다.20년의 세월이 흘러 만 35~38세가 된 가해자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동의 없는 신상 폭로는 오히려 피해자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가해자 신상 공개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별개의 사안이다.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폭로는 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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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영일만 유전? 지면기사
'산유국의 꿈'에 다시 불이 붙으며 포항 영일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일만은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한 신생대 3기층으로 학계에서 자원 매장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영일만 바로 아래 위치한 한국 최초 해상 동해가스전은 2004~2021년 약 4천500만배럴을 생산하기도 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에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배럴보다 더 많은 탐사자원량"이라며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한 개당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부연했다.브리핑대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잭팟이다.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확인되면 한국이 세계 15위의 석유 매장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는 아시아에서 중국(262억배럴·세계 13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자원빈국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다."기술이 발전했으니 기대해 볼만", "내년 시추 결과를 기다려보자" vs "사업성 확인도 전에 대통령이 발표할 일인가", "지지율 추락 만회용, 뜬금없고 성급하다" 여론의 온도는 극명하다.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직접 발표했다. 국민들은 석유 원년이라며 만세까지 불렀다. 하지만 뽑아낸 건 원유가 아닌 경유, 시추할 때 넣은 윤활유였다. 1년여 만에 막 내린 황당하고 부끄러운 해프닝으로 기록됐다.이번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20% 정도라고 한다. 석유 찾기는 흔히 사막에서 바늘 찾기로 비유되지만, 실패율이 80%라는 얘기다. 미국 기술평가기업에 분석을 의뢰해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든 것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진기만 대본 모양새다. 이제 탐사시추를 통해 실제로 경제성 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