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인구전략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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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인구전략기획부 지면기사

    6명(1960년)→3.77명(1974년)→2.99명(1977년)→1.74명(1984년)→0.98명(2018년)→0.72명(2023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높아도 낮아도 국가적 위기다. 2021~2022년에는 전국 시군구의 80%가 인구 데드크로스에 직면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이다. 2022년 1천61만명이던 청년 인구는 2052년에는 절반 수준인 484만명으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왔다.국가 인구정책의 기조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6·25전쟁통에 한국군 사망자만 13만7천명에 달하는 등 인구 부족 해결은 중대 과제였다. 당시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라는 표어는 58년 개띠 베이비부머의 탄생을 불러왔다. 10년도 채 안된 1960년대초에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돌직구식 표어가 등장했다. 1970년대 "둘만 낳아 식량 조절"에 이어 1980년대에는 "일등 국민 하나 낳기"를 외쳤었다. 하지만 1996년부터 인구 억제정책을 폐기했고, 지금은 다자녀 부모는 애국자요, 다산의 여왕이 추앙받는 시대다.정부는 지난 1일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카드를 꺼냈다. 인구 관련 전략·기획과 조정 기능에 집중하고, 각 부처·지자체의 인구정책을 평가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여기에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사전심의 권한까지 준다니 역대급 막강 부처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민첩한 정책 실행이 가능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재정기획부가 예산편성권을 순순히 넘겨줄지 장담하기 힘들다. 부처 간 공감대와 소통이 부족하면 또 다른 갈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 1961년 박정희정권 시절의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한다는 대목도 의아하다. 레트로가 유행이니 정책마저 63년 전 과거소환인가 쓴웃음을 짓게 된다.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할 현실을 생각하면 전담기구 신설은 수긍이 간다. 인구정책은 이념·성별·세대를 떠나 국민적 동의가 크다. 정부 부처 신

  • [참성단] 동요 '반달'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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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동요 '반달' 100주년 지면기사

    '반달'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요다. '반달' 말고도 '설날', '고향의 봄', '오빠 생각', '과수원길', '섬집 아기' 등 유명한 동요들이 많지만, '반달'은 한국 동요의 맏형격이요, 마중물이다. '반달'은 한국 동요의 개척자이자 대표 작가인 윤극영(1903~1988)의 작품이다. 윤극영은 '반달' 이외에도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로 시작되는 동요 '설날'과 윤석중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곡을 쓴 '기차길 옆 오막살이' 등 모두 142편의 동요와 동시를 쓰고 작곡했다.윤극영은 이종 형이었던 작가 심훈과 함께 3·1운동에 참여했을 만큼 민족의식이 투철했던 작가였다.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기 전까지 윤극영은 평범한 조선의 지식 청년이었다. 경성고등보통학교를 나와 경성법전에 다니다가 홀연히 일본으로 음악 공부하러 유학길에 올랐다. 도쿄 소재 동양음악학교에서 성악(테너)과 바이올린을 공부하던 중 소파 방정환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소파의 권유로 이때부터 윤극영은 아동문학가이자 동요 작곡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색동회' 창립을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소파와 함께 '어린이날' 제정에 앞장섰다.그래도 윤극영하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반달'이다. '반달'은 그가 처음으로 쓴 동시 '설날'과 함께 1924년에 쓰고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올 2024년은 '설날'과 '반달'이 나온 지 100주년이 되는 셈이다.한국아동문학의 개척자인 소파 방정환과 윤극영의 아동문학 운동의 모델이 된 사람이 있다. 일본 아동문학의 선구자인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 1870~1933)다. 방정환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여 이와야 사자나미의 이름 일부를 따서 '소파(小波)'를 자신의 호로 삼았다.지금은 사회적으로 옛날 동요가 잘 애송되지 않는다. 새로운 현대 동요와 외국 동요가 많이 나온 데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나 OST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참성단] 난폭해진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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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난폭해진 장마 지면기사

    장마는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에서 발생하는 집중 강우 현상이다. 한반도에 정체전선이 걸치면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상륙했다고 예보하고, 장마전선은 오르락 내리락하며 전국에 비를 뿌린다. 전선이 고착된 지역은 물폭탄을 감수해야 한다.우리 민족에게 장마는 고마운 하늘의 보시다. 한반도 강수량의 30%가량이 장마철에 집중된다. 적당한 장맛비는 벼농사의 필수 조건이다. 논에 가둔 장맛비는 어린 모를 키우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쌀로 연명하는 민족에겐 장마철이 생명줄이었다. 그래서 돌도 키우는 장맛비이고, 가뭄의 장맛비는 다디달다.하늘의 조화이니 인간의 뜻대로 부릴 수 없는 게 문제다. 칠년대한(七年大旱)에 비 안 오는 날 없고, 구년지수(九年之水)에 볕 안 드는 날이 없다 했다. 맞춤한 때에 적당한 기상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장맛비도 과하거나 부족하길 수시로 반복한다. 하늘의 장마 전선(前線)이 땅의 전선(戰線)으로 변하면 사람의 삶은 전쟁터가 된다.사람 탓에 하늘이 변했다. 기후 격변의 시대에 장마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철 홍수와 가뭄의 반복은 반만년의 일상이지만, 최근 부쩍 장마의 변덕이 심해지고 심술은 흉포해졌다. 기억에는 인명을 앗아간 폭우 피해가 선명해도, 실제로는 마른 장마가 잦아졌다. 게릴라성 폭우가 관측 범위 밖에서 도깨비처럼 출몰해 간담을 서늘케 한다. 특히 장마전선이 철수한 뒤에도 국지성 기습 호우가 빈발하면서 학계에서는 '장마' 대신 '우기'(雨期)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나올 지경이다.지난 주말에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쏟아졌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이번 주 내내 장마전선이 비를 뿌릴 것이란 예보다. 2020년엔 긴 장마에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고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남겼다. 2022년엔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지난해엔 청주 궁평지하차도 침수로 안타까운 많은 인명들이 희생됐다.장마의 양상이 변해 대응이 난감해졌다. 1년 강수량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국

  • [참성단] DMZ평화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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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DMZ평화열차 지면기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 임진강 하구 경기도 파주시 정동리에서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총 248㎞다. 이름은 비무장이나 중무장 병력이 밀집된 냉전의 상징이자 적대의 공간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염원이 가장 간절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땅은 정전 7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민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적 자산으로도 가치가 높다.경기도 DMZ평화열차가 내일 운행을 재개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DMZ평화열차는 광명역을 출발해 용산역~일산역~임진강역~도라산역을 들렀다가 다시 광명역으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다. 열차 안에서는 문화해설사가 탑승객들에게 30~40분간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통일 다큐멘터리 감독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3천원이면 탑승할 수 있는 4량 규모 전동열차는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오는 11월 16일까지 첫째·셋째 주 토요일, 모두 11회 운행될 예정이다.도라산역은 남쪽에서 보면 마지막 역이지만 통일이 되면 북으로 갈 수 있는 첫 번째 역이다. 열차에서 내리면 민통선 북쪽 지역을 둘러보는 민북관광을 체험할 수 있다. 버스로 통일대교를 건너 1978년 발견된 북의 군사 남침용 제3땅굴에 도착한다. 땅굴의 총 길이는 1천635m, 높이 2m·폭 2m의 아치형 구조다. 우리 군이 3개의 콘크리트 차단벽을 설치해 현재 265m만 도보 견학할 수 있다. 이어 도라산 전망대에 오르면 북녘땅 송악산·개성시·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이 손끝에 잡힌다. 임진강역에서 하차하면 자유관광을 즐기게 된다. 6·25전쟁 납북자기념관과 DMZ생태관, 임진각 평화곤돌라, 캠프그리브스를 둘러보며 분단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을 연속 살포한데 이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는 등 연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오물 풍선이 인천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하늘까지 날아들었다. 우리 군도 서북도서에서 해병대 스파이크 미사일의 화염을 내뿜으며

  • [참성단]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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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외국인 노동자 지면기사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스리랑카 노동자로 보이는 젊은 연인이 스타벅스 커피를 놓고 밀어를 나누고 있다. 지나가던 불량 소년들이 대놓고 조롱하며 욕한다. 가난한 나라 출신 외국인 노동자 커플의 스타벅스 데이트를 멸시한 것인데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다. 이때 다리를 저는 노인 덕수가 학생들을 막아서며 호통을 친다. "와 남의 나라에 일하러 오마 커피도 몬 사묵나."덕수가 분기탱천해 학생들과 몸싸움까지 불사한 이유는 동병상련이다. 덕수도 가난한 집의 가장으로 독일 탄광과 베트남 전장에서 달러를 벌었던 외국인 노동자였다. 60·70년대 한국의 수많은 '덕수'와 '영자'(덕수 아내)들이 외국의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품을 팔아 가난한 부모형제에게 달러를 송금했다. 소년들이 조롱한 외국인 노동자 커플은 청년 덕수였다.외국인 노동자를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한국의 1, 2차 산업은 붕괴한다. 제조,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작업반장들도 많아졌단다. 하지만 귀한 인력을 법으로도 귀하게 보호하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가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한다. 최대 4년10개월 체류가 가능한데, 5년 이상 체류 조건인 영주권 신청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체류기한을 넘긴 외국인 노동자는 곧장 불법 노동시장에 갇힌다. 노동과 임금 착취에 속수무책이다.비자 만큼이나 불법적인 노동 관행도 외국인 노동자를 사지에 몰아넣는다. 지난 24일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성공장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불법 파견 노동 의혹이 불거졌다. 아리셀 공장은 파견 근로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썼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영화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소년들에게 항변한다. "부산에 살면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 사람이다." 문화적인 견해는 갈리겠지만 법으로는 맞는 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합법적인 체류 기간에는 한국인과 동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비자로 밀어내고 불법 노동현장을 방

  • [참성단] 러브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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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러브버그 지면기사

    팅커벨이 떠나니 러브버그다. 지난 5월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6월엔 러브버그(lovebug·붉은등우단털파리)가 떼로 출몰했다. 러브버그는 암컷과 수컷이 꼬리를 붙인 채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수컷이 죽을 때까지 꼭 달라붙어 다니니 외도할 틈이 없다. 인간계로 치면 철저한 일부일처제다. 커플로 무리지어 다니면서 검은 머리와 가슴·붉은 배를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니 갑작스러운 대면에 사람들은 소스라친다.주로 산속에 서식하던 러브버그가 어떻게 도시로 진출했을까. 전문가들은 주요 먹이인 토양의 부식질과 낙엽이 썩을 때 나는 냄새가 배기가스와 유사해 본능적으로 자동차에 끌린 것이라 분석한다. 이제 도심 속 매장의 쇼윈도에 붙어있는 것도 모자라 내부까지 휘젓고 날아다니니 가뜩이나 불경기에 심기 불편한 상인들은 뿔이 난다. 차량 불빛에도 겁 없이 달려들어 사체가 유리창과 전조등을 뒤덮기도 한다. 오래 방치하면 부식의 원인이 되니 세차하기도 번거롭다.사람을 귀찮게 하는 러브버그는 벼나 보리를 갉아먹는 멸강나방, 토마토·감자 줄기에서 즙을 빨아먹는 꽈리허리노린재 등과는 달리 익충(益蟲)이라는 게 반전이다. 독성도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꽃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돕는 쓸모 있는 벌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자연 유입보다는 무역 라인에 편승해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4년 만인 2022년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에는 수도권 전역으로 퍼졌다. 작년 첫 러브버그는 6월 15일 서울에서 발견됐는데 올해는 이른 폭염으로 13일이나 빨라졌다. 지구온난화 심화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한 탓이다. 서울은 러브버그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가 됐다. 이제 매년 초여름 불청객들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게 됐다.온라인에서 러브버그 퇴치 꿀팁들이 공유되고 있다. ▲밝은색 보다 어두운색의 옷을 입어라 ▲살충제 대신 물이나 빗자루 등으로 제거해라 ▲야간 조명의 밝기를

  • [참성단] 학파와 독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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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학파와 독서경영 지면기사

    20세기는 프랑스 인문학의 전성기였다. 레비스트로스·미셸 푸코·들뢰즈·라캉·데리다·바르트·알튀세르·보드리야르·부르디외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프랑스에서 쏟아져 나왔다. 천재 인문학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그랑제콜이라는 프랑스 특유의 엘리트 교육이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이지만, 학파(school)나 세미나 같은 응집된 연구와 연구 풍토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알렉상드르 코제브(1902~1968)는 러시아 출신 철학자로 프랑스에 헤겔연구가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934~38년 그의 헤겔 강의와 세미나는 인문학의 전설로 통한다. 코제브가 진행한 '헤겔 세미나'에 수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들었다. 언어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의식과 주체를 탐구한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도 코제브가 진행하는 헤겔 세미나에 참여했다. 이 세미나가 라캉이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코제브의 헤겔 세미나는 다시 라캉 세미나로 이어졌다. 라캉의 후계자이자 사위였던 자크 알랭 밀레가 개설한 '라캉 세미나' 또한 '헤겔 세미나' 못지않은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마르크스와 라캉을 활용한 비판이론가로 유명한 슬라보예 지젝(1949~)이 바로 '라캉 세미나'의 수혜자이면서 자크 알랭 밀레의 제자다.지난 6~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이 극우 RN에 참패하면서 프랑스의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고물가와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난에 이민문제까지 겹치면서 대중들의 '우클릭'이 현실화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정치인들의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와 대중들의 욕망의 정치가 결합하면서 돈을 푸는 양적 완화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문학의 쇠퇴가 정신과 도덕성의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우리는 학교는 있어도 '학파'가 없다. 학파가 없거나 약하기에 인문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성과가 나오기 어렵고 사회적인 영향력도 약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 [참성단] 한-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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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러 갈등 지면기사

    세계 전쟁사를 일별하면 평화의지는 전쟁의지 앞에 무력하다. 1938년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국민에게 독일에서 체결한 뮌헨협정을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선언하고 "집에 돌아가 편안하게 주무시라"고 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일부를 떼어주는 대신 독일 나치 정권의 영토 팽창주의를 종식시켰다는 평화외교의 업적을 자랑한 것이다. 하지만 1년 뒤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해 2차세계대전의 막을 올렸다.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전세계가 전쟁의 기압골에 갇혔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나토회원국에 맞서 러시아는 중국·북한과의 협력 강화로 맞섰다. 러시아의 전쟁외교는 다극화 전략으로 미국의 주도권을 제한하는데 집중했다. 약화된 미국 일극체제의 허점을 파고든 셈이다. 그 중심에 핵보유국 북한이 있었고, 이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내외 경고가 잇따랐다.경고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김정은에게 북한의 무기고 개방을 요청했다. 김정은은 그 대가로 정찰위성, 핵탄두 소형화, 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이전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돼 지난 19일 열린 평양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맺었다.조약 4조가 위협적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무력침공을 받으면 양국은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가 1996년 대한민국의 경제원조에 대한 대가로 폐기했던 조·소동맹의 사실상 부활로 봐도 무방하다. 한·미동맹과 조·중동맹이 맞서는 한반도 정전상태에 북한과 동맹급 관계로 러시아가 등장한 것이다. 남북을 맺은 동맹급 당사국 중 합법적인 핵무장국인 미·중·러와 불법적 핵무장국인 북한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유일한 비핵국가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북한 핵무장이 고도화될수록 작동이 불확실해진다. 핵무력 역학상 한반도 냉전외교에서 대한민국의 '말발'은 점점 약해질 일만 남았다. 우리 정부가 우크

  • [참성단] 별별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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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별별 야시장 지면기사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시장만큼 좋은 여행코스는 없다. 중국 베이징 왕푸징은 이색 먹거리 천국이다. 전갈·지네부터 불가사리·굼벵이·해마까지 꼬치의 행렬이 도전DNA를 자극한다. 태국 방콕에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이 유명하다. 기차 통과 안내방송이 나오면 순식간에 차광막을 걷고 매대를 치우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은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로 인기다. 스페인식 만두 엠빠나다·하몽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프랑스 파리의 생투앙 벼룩시장의 다양한 앤티크 제품 쇼핑을 하다보면 특별한 빈티지 감성에 빠져든다.올해 1~4월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486만5천670명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87%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은 시원하게 열리지 않았다.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천63달러로, 지난해 1천858달러에 못 미친다.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도 1분기 6.5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일 감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참여한 활동 중 식도락 관광이 80.3%를 차지할 정도로 K푸드 사랑은 여전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전통시장의 먹거리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바가지요금 홍역을 치른 전통시장을 살릴 '별별 야시장' 소식이 반갑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까지 경기·인천지역 20여 곳을 포함해 전국의 전통시장 100곳 이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용인중앙시장·군포역전시장·광주 경안시장·인천 간석자유시장은 맥주축제 콘셉트다. 북수원시장은 캠프파이어야시장으로 변신하고, 평택 송탄시장은 구이축제와 연계한다. 하남수산물전통시장의 수산물 체험부스, 동두천큰시장의 통큰 바자회 장터도 눈길을 끈다. 전통시장의 매력을 뽐내고 지역경제를 살릴 절호의 찬스다.서울 광장시장의 모둠전 바가지,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의 꽃게 바꿔치기는 선량한 상인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상처를 남겼다. 이미지 타격을 입은 전통시장은 분골쇄신을 선언했다. 바가지요금 신고센터, 실

  • [참성단] 박세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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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박세리 기자회견 지면기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 박세리의 기자회견이 화제다. 지난 11일 재단이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에 여론은 경악했다. 박세리가 누군가. 1998년 극적인 US오픈 우승으로 IMF사태로 주눅든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골프여제다. 운동권 가요 '상록수'가 그녀의 맨발투혼 영상에 흐르자 제2의 애국가가 됐다.골프 영웅 박세리는 자신의 영웅으로 늘 아버지 박준철을 지목했다. 육상선수였던 딸의 골프 재능을 발견해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였다고 했다. 박세리는 LPGA 투어 첫 우승 직후 아버지에게 전화해 "아빠 좋지"라고 자랑했고, 박준철은 은퇴 경기를 마친 딸을 꼭 안아주었다. 박세리가 한국 골프 역사를 창조한 영웅이라면, 박준철은 미국 언론도 대서특필한 한국 골프대디의 효시였다.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통찰은 언제나 무섭다. 침묵하던 박세리가 1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고소를 주도했다고 인정했다. 아버지의 빚을 수차례 변제하며 남 몰래 속을 끓였던 심정도 밝혔다. 아버지의 개인 빚이라면 계속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버지가 선을 넘었다. 공익재단의 인감을 위조해 국가 공공기관의 사업을 기만했다. 딸이 아니라 공익재단의 대표로서 아버지의 범죄 행위에 대응해야 했다.박세리는 기자회견에서 LPGA 무대를 지배했던 멘탈을 보여줬다.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과 심경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밝혔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할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아버지로 인한 또 다른 사건과 피해 방지를 위해 부녀간의 경제적인 분리를 선언했다. 그런 박세리가 "이런 일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박 프로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기자의 질문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질문이 아니라 박세리의 기막힌 처지에 대한 위로에 가까웠다. 그녀를 위로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쏟아졌다.이날 박세리 기자회견은 성공적인 공인의 기자회견 사례로 남을 듯하다. 이제 언론과 대중의 차례다. 공적인 지위 때문에 아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