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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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글날 유감(有感) 지면기사
2년 전 '심심(甚深)한 사과' 파문으로 MZ세대의 문해력이 개탄의 대상이 됐다. '심심'의 한자 뜻을 몰라 무미건조하거나 싱겁다는 순우리말 '심심하다'로 새겨, 최상급 사죄인 '심심한 사과'를 조롱으로 오해한 해프닝이었다. 동음이의 한자어의 의미를 구별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상의 촌극들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그칠 일이 없을 것이다.그런데 선생님들에겐 심각한 문제인 모양이다. 족보는 족발보쌈세트, 이부자리는 별자리, 두발 자유화의 '두발'은 '두 다리'. 지난 7일 발표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인식 조사에 참여한 초·중·고 교사 5천800여명 중 5천명 이상이 서술한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 사례들이다. 금일(오늘)을 금요일로, '사건의 시발점'을 욕으로, 중식(점심)을 중국음식으로 착각하고 오해한 학생들도 있었단다.부실한 한자교육 때문에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향 자체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개별적 체험을 전체 학생의 문제로 단정하기엔 일반화의 오류가 걱정된다. 족보를 모르는 학생도 두발과 풍력은 알 수 있다. 심심(甚深)은 MZ세대뿐 아니라 저학력 고령층에게도 어렵다. 한자교육을 받은 50, 60세대에게도 연패(連패)와 연패(連敗), 구축(構築)과 구축(驅逐)의 구분은 어렵고 헷갈린다. 읽고, 쓰고, 말하는 학교 수업 자체가 문해력을 높이는 과정이다.정작 문제는 문해력이 완벽한 지도층, 특히 정치권의 언어구사 행태다. 대화와 타협이 생명인 정치에서 문해력은 정치인이 지녀야 할 필수적인 소양이다. 그런 사람들이 악에 받친 언어를 쏟아낸다. 대통령을 '왕초 밀정', 영부인을 '살인자'라 한 야당 사람들이 있다. 이를 받아치는 여당 사람들은 야당 대표를 향해 '연쇄살인자'와 '살모사'를 언급한다.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인을 달리하는 권력의 주구들이고, 언론은 기레기 집단으로 추락했다. 말로 인해 우리 사회에 성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증오에 가득 찬 정치인들의 언어는 문해력을 발휘해 이해할 가치가 없다. 초·중·고생들이 그들의 언어를 따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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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스라엘 전쟁의 이면 지면기사
이스라엘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이 보여주고 있는 횡포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서방국가들의 지원과 묵인 하에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이집트의 땅 일부를 점령하면서 나라를 세웠다. 이스라엘-아랍국가들 간의 갈등은 모두 여기서 시작됐다. 그간 4차례의 전쟁이 있었고, 지금 다섯 번째 전쟁 중이다.이번 5차 전쟁은 지난 2014년 7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충돌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되찾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면서 동시에 부패한 정치세력과 유대교 보수 종파의 기득권 사수를 위해 계획된 전쟁이라는 점에서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 장본인은 바로 네타냐후 현 이스라엘 총리와 집권당 리쿠드와 유대교 종파 '하레디'다. 하레디는 매우 폐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띤 종파다. 그동안 이들에 대해 부여됐던 각종 혜택과 병역면제 조치가 2014년 철회되자 하레디가 반발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된 네타냐후는 2020년 5월 25일 뇌물수수·배임·사기 등의 부정부패로 법정에 선 바 있다. 정치적 위기를 맞은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당에 하레디가 손을 내밀었다. 전 국민의 12%에 해당하는 하레디의 지지가 없으면 리쿠드당은 집권당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며 네타냐후는 실각하고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하레디의 지지만으로 부족한 이들은 눈을 외부로 돌린다. 전쟁이란 국가적 대사를 명분으로 자국 내의 모든 정치적 갈등을 억누르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가 치명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전쟁을 멈추는 순간, 네타냐후와 하레디는 다시 정치적 궁지에 몰릴 수 있기에 이들은 어떻게든 전쟁을 더 연장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삐삐 테러를 기획하고,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는 등 아랍 국가들과 이란에게 자꾸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중동과 세계평화가 소수 정치세력과 특정 종파의 기득권 지키기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인류사의 거의 모든 전쟁은 소수 기득권 세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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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흑백요리사'의 공정성 논란 지면기사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의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저명한 스타 요리사 20명과 익명의 재야 요리사 80명이 맞짱을 뜨는 프로그램은 공개하자마자 글로벌 시청률 1위를 질주 중이다. 이름이 공개된 '백수저' 요리사들의 저명성과 스타성은 독보적이다. 이에 맞선 80명의 '흑수저' 요리사들 중에도 유튜브 등 SNS 스타들이 적지 않지만 백수저들의 명성을 인정하며 익명을 감수했다.주류와 비주류 요리 고수들을 맛으로 충돌시킨 프로그램의 초반 시리즈는 공정한 평가로 박진감이 넘쳤다. 흑수저 80명은 백수저 20명과 맞짱 뜰 자격을 얻으려 예선전을 벌였다. 백수저들의 업적과 평판을 '공정한 현실'로 인정한 것이다. 흑백 요리사 20 대 20명의 대결에 등장한 '안대 심사'는 공정의 절정이었다. 미슐랭 셰프들을 비롯해 명성이 자자한 백수저 요리사 9명이 줄줄이 탈락했다.개인전에서 빛을 발했던 공정성이 흑백 혼합 팀전부터 흔들리더니 레스토랑 미션에서 거센 논란으로 확산됐다. 흑백 구분 없이 공정하게 뽑아 놓은 요리 고수들의 개인 역량을 억지로 팀에 가둔 것 자체가 공정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5명씩 3팀의 대결로 구성됐던 레스토랑 미션은, 각 팀에서 방출된 인원 3명이 따로 팀을 꾸리도록 한 막장급 규칙 변경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흑백요리사'를 대한민국 계층 갈등 현장에 대입해 보면 냉온탕을 오가는 시청자 반응에 공감하기 쉽다. 금수저 20명에 도전할 흙수저 80명의 경쟁이 가능한 계층간 이동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 예체능 입시와 선관위 채용 비리에서 보듯이 허울뿐인 '블라인드 공정'이 허다한 세상이다. 반면에 법은 국민과 권력 사이에서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서민에겐 신속하고 엄정한데 권력 앞에선 지체되고 관용적이다.'흑백요리사'의 공정한 흑백간 실력 대결과 안대심사는 비현실적인 판타지다. 레스토랑 미션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꾼 '흑백요리사' 제작진의 전능한 권력이야말로 매일 체감하는 현실이다. 판타지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이 현실에 분노하며 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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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부 잘하는 약'은 없다 지면기사
한때 총명탕(聰明湯)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수험생 자녀에게 꼭 챙겨먹여야 할 필수템으로 각광받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능가하는 교육열과 동양 최고의 의서 '동의보감' 프리미엄이 붙어 학습 증진약으로 과대포장된 탓이 크다. 하지만 허준은 동의보감에 백복신(白茯神)·석창포(石菖蒲)·원지(遠志)로 지은 총명탕을 다망(多忘) 즉 건망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기록했을 뿐이다.요즘은 총명탕도 모자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인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가 이미 지난해 전체 처방 환자 수를 육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을 보면 상반기에만 25만6천848명이 처방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28만663명의 91.5%에 달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10대 이하 환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이하 남성이 8만5천106명, 10대 이하 여성이 3만2천780명이다. 10대 이하 남성은 전 연령 남성중에서 최다, 10대 이하 여성은 20대 여성 다음으로 많았다.지난 9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는 온라인에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버젓이 유통됐다. 8월 '수험생 관련 식의약품 부당광고 및 불법유통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마약류 불법 유통사례는 총 669건이나 된다. 지난해 수능 직전 점검했을 당시 적발된 200건보다 3.4배나 많다.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고3은 3고(苦)에 긴장한다. 역대급 폭염으로 학습 능률은 떨어졌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상위권 N수생의 대거 도전장, 졸업생 지원자가 16만명을 넘었다니 말이다. 학부모와 수험생을 현혹하는 '불안 마케팅'이 기승을 부릴 환경이다.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메틸페니데이트'를 오남용하면 두통·불면증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심각한 경우는 환각과 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약물에 기대 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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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탈북민 지면기사
사선을 넘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은 올 3월 기준 3만4천121명에 달한다. 지난 8월 강화군 교동도로 부자(父子)가 귀순했는데, 의족을 찬 '영예군인' 아버지는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말았다. 특별대우를 받는 '영예군인'조차 탈북할 만큼 북한의 경제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2016∼2020년 탈북한 북한 주민 10명 중 7명(72.2%)은 탈북 전 1년간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고질적 경제난 속에 북한의 배급 체제가 붕괴된 지 오래다.탈북민은 정보 당국의 조사를 거쳐 안성·화천에 위치한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12주 과정의 사회 적응 기초교육을 마치면 초기 정착지원금 1천만원을 받게 된다. 2022년까지 8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900만원, 올해 1천만원으로 인상됐다. 내년에는 1천5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 지급된다. 설상가상 하나원을 나오자마자 탈북 브로커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착금을 내어주면 빈손이다. 주거 알선 등 도움을 받지만 무한 경쟁사회는 가혹하고 냉정하기만 하다.30대 탈북민 A씨가 1일 버스로 통일대교를 건너려다 실패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쯤 파주 문산읍의 한 차고지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 남단까지 내달렸다. 통일대교 남단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초병의 제지도 무시한 채 버스를 몰다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섰다. 결국 A씨는 절도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0여년 전 탈북해 서울 신림동에서 살던 A씨는 "남한살이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단다.국가인권위원회 '2023 북한이탈주민 위기가구 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차별 등 무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는 답은 31%에 그쳤다. 또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에서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 소수자 중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66.2%나 됐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각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2012~2022년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탈북민은 31명이다. "탈북민은 한국인, 조선족에 이은 3등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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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조계종 2만5천명 집단 명상 지면기사
한 전문업체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한달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인 유튜브 총 시청 시간이 1천174억분(19억5천666만시간)이란다. 전 국민(5천100만 명)이 각자 하루 중 73분을 유튜브 시청에 썼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네이버, 넷플릭스, 쿠팡 이용 시간도 만만치 않다. TV처럼 대중의 감각을 소비하는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도 여전하다.현대인의 감각기관은 쉴 틈이 없다. 각종 온라인 매체 등장 이후 시각과 청각이 혹사당한다. 시청각뿐 아니다. 경제적 여유층의 후각·미각·촉각은 먹방, 맛집순례, 여행 등 각종 체험영상을 따라하느라 후각·미각·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로 오감을 상상하는 감각의 시대다.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스님과 불교신자 2만5천명이 명상에 빠졌다. 5분의 명상 시간 동안 광화문은 고요의 바다였단다. 집단 명상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한 '2024 국제선명상대회' 개막식 이벤트였다. 대회 취지를 일별하니, 명상을 통해 일체 만물의 기원이 마음(일체유심조)이라는 화엄경의 진리를 깨달아 평화로운 세계를 실현하자는 제안인 듯하다.명상(冥想/瞑想)의 사전적 의미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이다. 불교의 참선, 기독교의 묵상은 종교적 구도의 과정이나 수단이니 가장 심오한 수준의 명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명상은 현대인의 심리 치유와 정신건강 유지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서구 의학계는 명상의 심리 치유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많은 서양인들이 한국의 템플 스테이에 참여해 참선과 명상의 매력에 빠진다.수년 전부터 기원이 불분명한 멍 때리기 대회가 전국에서 열린다. 초연결시대의 반작용일 테다. 미디어기술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시대를 살려면 오감을 활짝 열어 외부의 자극에 반응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치솟는다. 온라인으로 묶이면서 사람 사이의 반목과 혐오가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로 사회는 불안하다.예전 같으면 멍청해 보였을 '멍 때리기'가 감정을 치유하고 오성(悟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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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포의 경인아라뱃길 지면기사
한강과 서해를 뱃길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운송하던 조운(漕運) 항로인 염하는 폭이 좁은 데다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은 '배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험했다. 안전한 조운항로가 필요했을 법하다. 고려 고종 때 인천 가좌동 부근 해안~원통현~굴포천~한강을 연결하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운하를 시도했다. 하지만 원통현 암석층을 뚫지 못해 좌절됐다. 이후 1966년 서울 가양동~인천 원창동 율도 구간, 1995년 경인운하사업도 경제성 논란으로 멈췄다.숱한 곡절 끝에 경인아라뱃길(이하 아라뱃길)은 2012년 5월 개통됐다. 행주대교 인근 아라 한강갑문에서 시작해 김포·인천 계양구를 거쳐 인천 서구를 통해 바다에 닿는다. 상전벽해를 이룬 국내 최초의 내륙 운하, 요트가 떠있고 문화축제가 풍성한 온 가족의 힐링공간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아라뱃길의 수난은 개통 당시부터 계속됐다. 2조원 넘게 쏟아부었는데 항만물류 실적은 겨우 8%에 그쳤고, 관광객도 없고 쓰레기 수송로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 개통 1년 만에 운하에 설치된 교량들은 '자살다리'라는 오명이 붙었다. 2016년 6월 목상교 인근에서 머리 없는 시신이 떠올랐는데, 국과수는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 발견된 30~4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미궁에 빠졌다. 최근에는 지난 21일 수로에서 1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17일에는 굴포천 1교 물가에서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고, 훼손 시신 일부는 나흘 뒤 다남교 인근에서 추가로 떠올랐다.아라뱃길은 인적이 드물어 자살이나 범죄에 취약하다. 다리 15곳 중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안전난간이 설치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사건을 감시하는 CCTV는 겨우 27대, 1.5㎞에 한 대꼴이다. 발견된 시신은 2021~2023년 3년간 15구, 올해만 벌써 10구에 이른다. 심각한 상황에 비해 너무나 안이하고 허술한 대책이다.아라뱃길의 '아라'는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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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몽규 회장과 수원시립미술관 지면기사
"먼저 일면식도 없는 회장님께 고언을 드리는 심경, 착잡합니다." 필자가 문화부장 때 정몽규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회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의 첫 문장이다.(데스크칼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회장 앞' 2015년 8월 6일자 13면) 경인일보는 2014년 11월부터 현산이 수원시에 기부채납할 미술관의 가칭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아이파크'를 빼야한다는 취재 및 기획보도를 연재했다.현산의 시립미술관 기부채납은 8천세대 가까운 초대형 아파트단지 개발사업의 대가였다. 시립미술관 부지는 시민혈세 500억원이 투입된 시유지였다. 기부채납된 미술관의 운영에도 혈세가 투입된다. 미술관 명칭에 아이파크가 들어가고, 1층에 '포니정홀'이 상주할 이유가 없었다.현산은 집요했고 수원시는 현산을 두둔했다. 둘 다 기부채납을 기부라고 강변했다. 공개서한 칼럼에서 "회장님의 위치가 너무 높아 이 문제가 실무진 수준에서 허술하게 다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나쁜 기부의 대표 사례로 기억되고 회자될 수 있는 사안"이니 가벼이 여기지 말라 경고했다.답장은 없었고, 결국 2015년 10월 8일 현산과 수원시의 뜻대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개관했다. 햇수로 7년 만인 2022년, 수원시의회가 조례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수원시립미술관'으로 개칭했다. 그해 1월 시공 중인 광주 화정아이파크가 무너졌다. 붕괴된 부실 아파트 브랜드를 시립미술관 명칭에 남겨둘 명분이 없었다. 정 회장이 고집한 '아이파크'를 정 회장 스스로 지운 셈이다. '아이파크' 명칭은 사라졌지만, 미술관 1층 포니정홀은 그대로다. 정 회장의 부친 고 정세영 회장의 포니신화를 기린다. 포니신화는 현대자동차의 유산이고, 현대차와 미술관은 인연이 없다. 순전히 정 회장의 부친 '포니정'을 위한 사적 공간에 가깝다. 포니정의 얼굴 동판이 수원의 상징인 정조의 영정과 나란히 걸려있는 '포니정홀'엔 문화적 맥락이 없다.정몽규 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 불려나가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해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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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애기봉에 선 불가리아 기자들 지면기사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 보이는 산천은 의구하기만 한데 지척의 고향은 세상 어디보다 멀기만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기슭에서 자맥질을 하면 금방이라도 유도(留島)를 지나 내 고향에 닿을 듯하고 마근포, 조강포에서 배를 띄우고 뱃소리 한가락 마칠쯤이면 마중해서 뛰어나오는 혈육들을 볼 수 있을 듯한데…'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한마음 비문> 중에서김포시 월곶면 조강(祖江)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한데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 하류의 끝 물줄기다. 조선시대 조강 지역은 진상품과 물목을 실은 세곡선이 김포 주변 19개의 포구와 나루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100가구 넘게 북적이던 제법 큰 마을이었지만 1953년 정전협정에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으로 지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고향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애기봉 전망대는 하성면 가금리와 조강리의 경계인 154고지에 1978년에 세워졌다. 병자호란 때 평안감사와 기생 애기의 사랑과 이별 설화로 유명한 애기봉은 한국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지금도 서부전선의 최일선으로 해병부대가 경계 근무 중이다. 적막해서 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건축물이 어우러져 2021년 10월 평화의 가치를 담은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지난 23일 조강전망대에서 외국 기자들이 북녘땅을 바라봤다. 한국기자협회 초청으로 방한한 불가리아기자협회 대표단이다. 조강 너머 북한 개풍군 산과 논이 손에 닿을 듯하다. 불과 1.4㎞다. 일간지 '잼야'의 게오르기 게오기에브 편집부국장은 "불가리아도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7년간 분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을 꼭 취재하고 싶었다"면서 "코앞의 땅을 갈 수 없는 대치 상황과 실향의 아픔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스토얀 일코프 '24시' 국제부 기자는 "외신으로만 접했던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정치·외교·사회 갈등으로 평화통일의 소망이 좌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기봉 평화의 종은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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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서유기'와 문화전쟁 지면기사
중국발 온라인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이 화제다. '오공'은 중국 게임개발업체인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한 3인칭 액션 게임으로 중국 4대기서의 하나인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서유기는 부처·신선·요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소설, 이른바 신마소설(神魔小說)이다. 당나라 고승 현장(602~664)이 장안에서 인도로 구법 여행을 떠나 불경을 가져오는 과정을 기록한 여행기 '대당서역기'가 작품의 모티프요, 기반이다. '대당서역기'는 현장의 제자인 변기(辯機)가 기록한 책으로 이것이 오랜 세월을 거쳐 변용되고 발전을 거듭하다 명나라 때 오승은(1500~1583, 추정)이 통속 100회본 장회소설로 집대성했는데, 바로 우리가 아는 '서유기'다.코난 도일은 에든버러 의과대 스승인 조셉 벨 교수를 모델로 삼아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를 창조했고, 나관중이 '삼국지'의 핵심인물 제갈공명을 명나라 재상 유백온을 소재로 형상화했듯 '서유기'도 실제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현장법사는 물론이고,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이 손오공의 모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서유기'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 전래되어 읽혔는데, 이에 대한 가장 빠른 공식 기록은 조선 중기 허균(1569~1618)의 문집 '성소부부고'다. '서유기'는 초국적 텍스트로 동아시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왔다. '서유기'를 소재로 한 각종 영화들과 일본의 대작만화 '드래곤 볼', 그리고 한국의 TV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와 학습만화 '마법 천자문' 등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지금 한중은 문화전쟁 중이다. 중국이 한복·윷놀이·돌솥비빔밥 등을 자국문화로 등재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비빔밥이 우리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19세기 요리서 '시의전서'이지만, 중국에서는 '자학집요'와 명나라 시대 문헌인 '골동십삼설'에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에 대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문화는 소통과 공유의 대상이지만, 국가 단위나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