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삭발과 자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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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삭발과 자유의지 지면기사

    추석 전 금기어로 '조국'이 꼽힌 적이 있다. '조국 정국'을 둘러싼 의견차이로 화기애애했던 술자리가 파탄(?)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는데, 피를 나눈 가족들이라 해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는 '삭발'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양상이다. 다행히 서로 등 돌리고 헤어지는 '조국 논쟁'보다는 강도가 덜하다. 하지만 삭발 정치인들의 '결기'에 대한 평가는 희석되고 정치는 희화화되기 일쑤다. 삭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톱의 네일아트에 관심을 갖는 격 아닌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과연 삭발을 할 것인지 여부도 안줏거리다. 이 대목에서 자유의지와 결정론을 다룬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이 떠오른다. 소설에서는 버튼과 LED등이 달려있는 예측기라는 기계가 등장한다. 이 예측기는 버튼을 누르기 1초 전에 불빛이 반짝인다. '네거티브 타임 딜레이'란 회로가 장착돼 1초 전의 과거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예측기를 속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장난감 같은 기계가 불러오는 파장이 엄청나다.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다시 말해 결정론을 신봉하게 되면서 선택행위 자체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무동무언증에 빠져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다.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지만 소설 속 설정이기에 망정이지 내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위안이라면 결정론과 관련해 모든 것이 결정돼 있으니 미래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철학자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 대표는 제대로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철학적 사유가 아닌 정치역학적으로 볼 때 '정치예측기'는 삭발이라는 결정론적 틀을 갖추기 위해 점점 충전되고 있는 것 같다. 당 내의 삭발 요구 등으로 볼 때 나 대표의 선택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 대표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다."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 [참성단]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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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시국선언 지면기사

    사회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지식인들이나 종교인들이 모여서 시국이나 사회 현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시국선언(時局宣言)'이라고 한다. 암울한 군부 독재 시절을 경험한 우리에게 '시국선언'은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1970년대의 박정희 정권의 유신 시대부터 10·26, 12·12 그리고 1980년 '서울의 봄'.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20여 년간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아픈 현대사에서 교수와 종교인의 시국선언은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3·15부정선거에서 촉발된 4·19 혁명이 절정을 보인 1960년 4월 25일, 서울과 지방의 대학 교수 258명이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발표한 시국 수습을 위한 14개 항의 전국대학교수단 시국선언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 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 70, 80년대 군사 독재가 민초를 끊임없이 짓밟아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각계의 시국선언은 들불처럼 피어올랐다. 교수단 시국선언은 학생들과 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당시 시국선언은 절대적 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행사라는 나름의 큰 의미가 있었다.하지만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시국선언은 시국에 편승해 본래의 뜻에서 크게 변질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스크린 쿼터 사수, 제주 해군기지 중단 시국선언 등은 시국선언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집단의 일방적 주장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도 했다. 특히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민주노동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시국선언을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선거운동이 시국선언으로 포장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가 시국선언을 불러냈다. 제자들의 '촛불시위'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던 전·현직 대학교수 2천여 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 법무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시국 선언서에 서명했다. 교수들은 시국 선언서에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 [참성단]포토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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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포토라인 지면기사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3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석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언론의 취재경쟁에 휩쓸려 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진 것이다. 언론단체는 이런 난장판 취재를 막기위해 1994년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만들었다. 이후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 피의자들은 검찰과 경찰에 출석할 때마다 포토라인에 멈춰선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통과의례를 거친다. 사회적 성취와 명예, 도덕적 권위가 큰 공인일수록 포토라인에서 무너진 명예를 감당하기 힘들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뒤 3주 뒤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맞짱 토론을 벌일 정도로 검찰개혁 의지를 불태웠다. 검찰청 포토라인 통과의례 자체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영장심사를 받기 전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 섰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포토라인의 법적 근거는 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하는 언론의 취재 편의를 검·경이 묵시적으로 양해한 관행이다. 하지만 포토라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그 자체가 사회적 형벌이라는 비판도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청 포토라인을 당당하게 무시하고 패싱한 것도 이 때문이다.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포토라인 폐지를 포함해 피의사실 공표를 전면 제한하는 훈령 제정을 추진할 모양이다. 사실 당정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손보기로 마음 먹은지는 오래됐다. '논두렁 시계' 논란으로 노 전 대통령을 잃었다는 오래된 분노가 배경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검찰은 일체의 피의사실을 공개해선 안된다. 피의자 검찰 출석 공개와 소환날짜 공개도 안된다.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할 권한을 준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깜깜이 수사에 따른 부작용과 국민 알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죄추정의 원칙 실현과 국민의 알 권리를 절충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종료 이후에 거

  • [참성단]드론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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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드론 테러 지면기사

    지난해 8월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때 드론 두 대가 연단 상공으로 날아왔다. 한 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던 연단 근처에서 경호부대에 의해 격추됐고, 다행히 다른 한 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해 폭발해 마두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드론에는 'C4'로 불리는 폭발물 1㎏이 실려 있었다. 드론이 전 세계 국가에 보편적인 무기 체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은 2004년부터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라크·시리아·소말리아·예멘 등에 드론을 실전 배치해 폭격작전까지 수행하고 있다. 미국산 자폭드론 '스위치 블레이드'는 무게 2.7㎏, 길이 61㎝에 불과하지만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뿐더러 적외선 추적센서를 장착하고 있어 한 치의 오차 없이 목표물을 타격한다. 공격 드론 MQ-9 '리퍼'는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15㎞ 상공을 시속 400㎞로 28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 러시아가 앞다퉈 공격형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드론은 테러 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작은 드론에 살상용 무기를 탑재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어서다. 실제 2016년 10월 이라크에서 IS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초소형 드론으로 이란인 2명을 살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 무기 밀매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산 드론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테러단체엔 호재다. 그래서 무기 전문가들 중 인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AI 로봇'으로 드론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14일 새벽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 시설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해 불바다로 만들었다. 공격에는 드론 10대가 동원됐다. 스텔스 기능도 없는 반군의 드론이 느린 속도로 1천㎞의 사우디 영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는 것, 그리고 연간 700억 달러 군사비를 지출하면서도 작은 드론에 국가 중요시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에

  • [참성단]2019 추석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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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2019 추석 민심 지면기사

    추석의 맛이 전 같지 않다. 밍밍하다.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R(경기침체)의 공포'니, 'D(디플레이션)의 공포'니 하는 암울한 경제 탓이다. 날씨도 무시할 수 없다. 너무 덥다. 추석인데 낮 기온이 26도 전후다. 지난 추석엔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했었다.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 추석. 낯설다. 기후 온난화가 우리의 추석 명절 한 부분을 망치고 있다. 그래도 추석인데, 선선한 가을바람 정도는 불어줘야 한다. 그 바람을 맞아 너울거리는 황금 들판에서 추수가 시작되고, 넉넉한 인심이 영그는 것이다. 그런데 날씨가 받쳐 주지 않는다.귀성객이 줄었다는데도 올 추석 3천만 명의 '민족대이동'이 예상된다. 모처럼 가족 친지들이 모였으니 집집마다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아무리 '혼족'이 대세여도 '혼심'보다 함께 모여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공동체 의식은 확인되고 민심은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도 '옛말'이다. '왔소. 갔소'에 무엇보다 서로 마음을 굳게 닫고 있다. 형제지간에도 웬만해선 속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화 단절, 소통 부재다. 슬프다.그러다 보니 민심을 헤아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오랜 기간 신문 밥을 먹었지만 요즘 같아서는 무엇이 민심인지 꼭 짚어 말할 수가 없다. 그나마 민심을 알 수 있는 게 여론조사인데, 이번 조국사태 동안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 여론 조사는 오히려 조사기관의 불신을 불러왔다. 하루 사이에 여론이 5%씩 널뛰기를 하는가 하면, 여론 조사기관에 따라 10~15% 차이가 나자 국민이 돌아섰다.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정치인들이 선거에 패한 후 꼭 하는 말이 있다. "민심을 너무 몰랐다." 선거 전엔 이해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것이 민심"이라고 우기던 그들이다. 평소엔 민심이란 것에 별 신경 안 쓰다가 큰코다치고 난 후 비로소 민심을 받드는 양 수선을 떤다. 그리고 금방 잊어버린다. 정치인들은 늘 그렇다.한 달여 간 진행된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우리 사회는 처참하게 망가졌다. 성한 곳이 없다. 모두 어디 하나쯤은 부러졌다

  • [참성단]검사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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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검사 '윤석열' 지면기사

    1992년 시작된 이탈리아의 부정부패 척결 작업인 마니 풀리테(mani pulite 깨끗한 손)는 '사정(査正) 혁명'의 기념비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이탈리아 정계와 재계의 검은 커넥션을 겨냥한 전대미문의 수사를 통해 6천여명의 정재계 권력자들이 수사를 받았고, 2천993명이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두 전직 총리는 타국으로 망명하거나 비리혐의가 드러나 법대에 섰고, 현직 총리마저 비리혐의로 사임했다. 정신병원엔 노이로제 증상을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마니 풀리테를 주도한 안토니오 피에트로 검사는 이탈리아 통일의 기초를 세운 주세페 가리발디 이후 최고의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사정 혁명의 결과는 놀라웠다. 비례대표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지고, ㎞당 800억리라였던 지하철 공사 비용은 마니 풀리테 이후 440억리라로 떨어졌다. 하지만 권력의 반격도 필사적이었다. 마니 풀리테 검사들을 향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고 여론전을 벌이고, 여자관계 등 사생활을 캐내 도덕성에 상처를 입혔다. 반격은 주효했다. 검사들은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살아있는 권력이 결국 마니 풀리테 검사들을 이긴 것이다. 그 결과 지금껏 이탈리아는 유럽 최악의 부패국가라는 수렁에 빠져있다.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국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정권의 핵심인물인 조국과 그 일가를 향한 전격적인 수사에 검찰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보기 드문 검사다.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으로 박근혜 정권에 치명타를 가하고, 당시 법무장관 황교안이 부당한 수사 지휘를 했다고 폭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는 수사팀장으로, 문재인 정권에서는 중앙지검장으로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마무리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에 반해 대통령은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그런 윤석열을 향해 여권 전체가 '정치 검찰' 낙인 찍기에 나섰다. 급기야 대통령은 9일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윤석열의 검찰은 직속 장관의

  • [참성단]다이지의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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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다이지의 돌고래 지면기사

    바다는 온통 핏빛이었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일렬로 늘어선 배들이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을 내면서 달려들자 만(灣) 끝까지 쫓겨 더는 도망치지 못한 돌고래들은 그물에 걸려 울부짖었다. 어부들은 우선 수족관용으로 판매할 새끼 돌고래를 골라낸 후, 쇠 작살로 내리찍고 갈고리를 휘둘렀다. 꼬리를 잡고 칼로 찌르는 어부도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관객은 숨을 멈췄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해서다. 2009년 제82회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 루이 시호요스 감독의 '더 코브 (The Cove) : 슬픈 돌고래의 진실'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일본의 와카야마 현 작은 어촌 다이지(太地)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돌고래 사냥을 다뤘다. 다이지에선 매년 9월부터 6개월간 돌고래 포획과 학살이 벌어진다. 카메라는 돌고래들을 해안가로 몰아넣고 무자비로 도살하는 이른바, '몰아잡기(drive hunt)' 방식의 사냥법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제작팀은 지역주민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600여 시간에 담아 그중 90분으로 정리해 공개했다. 영화가 부른 파장은 컸다. 매년 100여 개국에서 다이지의 돌고래 포획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부터 포경을 금지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아랑곳없이 고래를 잡는다. 국제사회와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1988년 상업 포경 중단을 선언했으나 연구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를 잡아왔다. 그러다 지난 6월 IWC에서 공식 탈퇴하고 본격적으로 상업적 포경을 재개했다.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는다며 국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말이다.여론을 비웃듯, 지난 1일부터 다이지에선 어김없이 돌고래 사냥이 시작됐다. 국제 여론 악화와 수요 감소 등으로 점차 포획 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올해도 최소 1천여 마리의 돌고래들이 포획되거나 죽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포획과 살육이 중단되지 않는 건 아직도 다이지 돌고래를 수입하려는 국가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 [참성단]백남준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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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백남준 재평가 지면기사

    천재였다. 우리만 몰랐다. 1984년 1월 1일 정오. 금시초문의 '위성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으며,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한국인이 있었다. 백남준. 그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파리의 퐁피두 센터, 뉴욕 공영방송 WNET 스튜디오를 연결해 전 세계로 생방송 돼 2천500만명이 시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가 TV를 지식과 권력을 집중화시키는 통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절반만 맞았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27년 후인 2011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 백남준과 중국 추상미술의 1세대 자오우지, 한국과 중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작품이 나란히 경매에 올랐다. 두 작가는 50년대 각자 독일과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세계 미술계에 한국과 중국을 알린 이 분야의 개척자다. 이날 자오우지의 유화 '2.11.59'는 57억 원에, 백남준의 설치작품 'TV는 키치다'는 5억8천만 원에 팔렸다. 자오우지는 생존작가, 백남준은 사후 작가였는데도 무려 10배 차이가 났다. 백남준은 미술사에 남긴 업적과 작품성보다 시장에서 현저하게 저평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른바 '백남준 디스카운트'. 이유는 많다. 우선 작품들이 80·90년대 주로 제작돼 자칫 고장이 날 경우 단종된 TV 모니터나 부품, 수리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에도 상당수 작품이 제작됐는데 어떤 작품이 누구에게 판매됐는지 작품관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보다 56년 전인 1963년 3월 독일 서부의 소도시 부퍼탈에서 누구보다 먼저 TV의 소통방식을 신랄히 비판하는 기념비적인 전시회를 했던 비디오아트 창시자에 대한 대우치고는 너무도 인색한 게 사실이다.백남준의 예술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계적인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10월 17일부터 작품 80여 점을 선보이는 런던 최초의 백남준 회고전이 열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 [참성단]사이다송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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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사이다송의 재해석 지면기사

    인천시가 인천 앞바다에 대형 사이다병을 띄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월미바다열차 개통을 앞두고 바다에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자원화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발상이다. 발상의 진원지는 코미디언 고(故) 서영춘씨의 '사이다송'이다. 한국 랩의 원조격인 곡으로, 노래의 가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어 발음) 없이는 못마십니다'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아마도 바다위에 떠있는 5m짜리 사이다병을 본다면 입에서 사이다송이 절로 나올 것 같다.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발동한다. 컵이 없다고 사이다를 마실 수 없다니…. 그냥 병을 입에 대고 마시면 그만이지 않은가. 지금이야 냉장고에서 병을 꺼내 입대고 마시다 들키면 식구들에게 한 소리 듣는다 쳐도, 사이다송이 유행하던 1960년대에 지금처럼 위생관념이 철저했을 리 없다. 소풍날 김밥에 사이다 한병이면 부러울 것 없던 50대 이상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친구들끼리 사이다병 돌려 마셔도 전혀 께름칙하지 않던 시절 아닌가. 오히려 컵 대신에 '병따개가 없으면 못 마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당시에는 손으로 돌려따는 스크루캡도 발명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친김에 가사를 재해석해본다. 원래 가사는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 해도'인데 '속사포랩'의 어감을 살리느라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사이다를 마시는데 왜 컵이 필수적인지 이해가 간다. 바닷물이 사이다라 공짜인데, 손으로 떠 마시면 손이 끈적거려 불쾌할 것이고 입으로 마시려고 머리를 들이대다가는 바다에 빠질 수도 있으니 컵으로 떠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조금 더 '오버'해보면 '아무리 기회가 많다 해도 준비(컵)가 돼 있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는 교훈적(?)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앞의 가사와도 연결이 된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강에 가야 고기 잡지'라는 가사 또한 '어떤 일을 이루려면, 그 일을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뜻 아

  • [참성단]세계 1위 고령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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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세계 1위 고령 국가 지면기사

    장수(長壽)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불로초에 목을 맨 진시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평균수명을 늘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70년대 유행했던 TV 프로그램 중 '장수만세'가 있다. 고령자가 많은 유럽 선진국의 부자 나라를 부러워하면서 만든 프로였고,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볼 정도로 인기도 좋았다. 그때만 해도 장수는 전 연령층이 공감하는 절대적 가치였다. 장수할아버지를 포함한 3대가 함께 TV에 출연해 보여주는 화목한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령자를 보는 눈이 반드시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한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간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는 인기 건배사 '구구팔팔이삼사'가 술자리에서 사라진 지도 오래다. 고령화 사회가 주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커서다. 물론 지금도 생명공학의 꿈은 여전히 '장수'에 맞춰져 있다. 그 결과 과학적으로는 120살, 아니 150살까지의 생명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람들의 꿈일 뿐, 상황은 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니 국가적으로도 노후 준비에 대한 뚜렷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에서 '장수는 곧 재앙'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가고 있어서다.통계청이 2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45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때 가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7.0%로 전 세계 201개국 중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세계 1위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춤을 추는 민족이 장수국가 세계 1위가 된다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가. 아마도 '급격한'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고령화가 서서히 다가오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라도 가질 수 있지만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오복 중에 으뜸이던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시대다. 이미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진입해 여러 걸음을 떼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