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참담한 '사케 논쟁' 지면기사
임진왜란 중에도 조선 조정은 당쟁을 멈추지 않았다. 선조는 도성인 한양을 버리고 파천을 결정했다. 비참한 정경이다. 그런데 개성 쯤 까지 도망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자 마자 파천이 정쟁거리가 됐다. 당시 조정을 장악한 동인들은 남인과 북인으로 가지를 친 상태. 남인들이 파천에 앞장섰다며 북인 이산해를 탄핵했다. 선조는 이산해와 함께 남인 영수인 유성룡을 파직한 뒤, 서인 정철을 불러들인다. 왜란을 예고한 황윤길이 속한 서인의 영수를 복권함으로써, 왜란은 없다고 단언한 김성일이 속한 동인들을 문책한 것이다.하지만 송강 정철은 병사하자 마자 모든 관직을 빼앗기고, 전쟁을 지휘하던 유성룡 등 동인들이 다시 중용된다. 그런 유성룡도 명나라 사신직을 거부하다가 북인들에 의해 영의정에서 쫓겨난다. 왜적 대신 내부를 향한 문신들의 무의미한 설전(舌戰)이 한창일 때, 야전에선 이순신이 백의종군에 시달리고 원균은 조선함대를 잃었다. 이순신 배 12척의 배경은 참담하다. 전쟁후 동인계열 북인이 정권을 장악하지만 이들도 곧 대북과 소북으로 갈라졌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일식집 사케 논란이 시끄럽다. 이 대표의 사케 반주에 대한 보수 야당들의 비난은 지나치다. 음악과 한식으로 무장한 한류의 세계적 확산에서 보듯이 글로벌 식문화에 국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일식도 우리 식문화의 일부다. 여당도 책임이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한일 경제전쟁 과정에서 적극적인 반일 의지를 강조해왔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언급하며 '이적과 애국', '친일파'의 기준을 제시했다. 야당의 사케 공세에 조 전 수석은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하기 바라느냐'고 일갈했지만, 일식집에서 사케, 아니 국산 청주 한잔 하기 힘든 분위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왜군에 쫓겨 나라가 절단난 마당에 왕의 피란 책임을 따지는 시비나, 여당 대표의 일식집 오찬 반주가 사케인지 국산 청주인지 가리는 시비가 모두 졸렬하고 처참하다. 정쟁이 전쟁을 압도하는 비현실적인 16세기의 구태가 21세기에 재연되니 처연하다. 일본 경제침략에
-
[참성단]'나는 고발한다!' 지면기사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가 대립하던 1894년 10월의 프랑스. 파리 주재 독일대사관 우편함에서 군사 기밀이 담긴 편지가 발견됐다. 프랑스 육군 정보부는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간첩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드레퓌스가 "나는 결백하다"고 항변했지만, 비공개 군법회의는 그에게 종신형을 내린다. 단지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진보와 보수를 둘로 가르며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한 '드레퓌스'사건이다.1898년 1월 13일 소설가 에밀 졸라는 클레망소가 편집장으로 있던 '로로르'지에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해 드레퓌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군부의 비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졸라는 "드레퓌스는 정의롭지 못한 힘에 자유를 빼앗긴 평범한 시민이다. 전 프랑스 앞에서, 전 세계 앞에서 나는 그가 무죄라고 맹세한다. 내가 40년간 쓴 글로 얻은 권위와 명성을 걸겠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앙가주망(Engagement) 즉 '지식인의 사회참여'의 전형으로 프랑스 지성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글로 많은 지식인이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드레퓌스는 무죄로 풀려났다.훗날 앙가주망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건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였다. 그는 1945년 잡지 '현대' 창간사에서 "지식인을 대표하는 작가는 어떤 수단을 써도 시대에서 도피할 수 없다"며 인간해방의 기치 아래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1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알제리 전쟁 때, 프랑스군이 알제리인 포로들을 모질게 고문하자 프랑스 지식인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직하면서 '폴리페서(정치교수)'라는 비판이 일자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에 여론은 싸늘하다. '내가 하면 앙가주망, 남이 하면 폴리페서'라는 조롱 섞인 말도 나온다. 곧 있을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조금 전까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조 전 수석의
-
[참성단]새우깡 지면기사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국민 스낵 농심 새우깡의 CM송이다. 1971년 출시한 이래 새우깡만큼 전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스낵도 드물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 장수할 식품으로 새우깡을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짭짤하고 고소한 맛, 씹을 때 '바삭'거리는 그 독특한 소리로 새우깡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현재 7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처음엔 서해새우, 새우뻥, 새우튀밥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오너의 막내딸이 아리랑 노래를 부르면서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한 데서 힌트를 얻어 새우깡이 됐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생산 첫해엔 20만 박스가 판매됐다. 이듬해부터 주문이 몰려 20배가 넘는 425만 박스가 팔렸다. 기름이 아닌 뜨거운 소금의 열로 튀기고, 무엇보다 국내산 생새우를 쓴 게 '대박'의 원인이었다.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cm 크기의 새우가 3~5마리 들어간다. 군산 등 서해안에서 잡은 꽃새우가 주로 사용된다. 농심은 이를 위해 연간 400t가량의 꽃새우를 구매해 왔다. 이는 군산 꽃새우 생산량의 70% 규모다. 하지만 농심은 3년 전부터 국내산과 미국산을 반반씩 사용하고 있다. 국산새우에 문제가 발견돼서다. 농심은 내년부터 새우깡의 원료를 미국산으로 전량 바꾸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등이 섞인 새우로는 더는 식품 제조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군산 어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농심이 값싼 외국산으로 주원료를 대체하려고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커졌다. 반면 국민들 사이에선 "군산 새우를 다시 쓴다 한들 불안해서 어떻게 새우깡을 먹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서해 꽃새우의 안전성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새우깡 논란이 서해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바다가 플라스틱 조각으로 몸살을 앓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평균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
[참성단]축구 자본주의와 No-Show 지면기사
'축구 자본주의'의 저자 '스테판 지만스키'는 "축구의 성장은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사례"라고 했다.이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 본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수입이 증가하고, 여가 시간이 늘고, 세계화가 진행되고, 방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여기에는 스포츠 스타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 스타플레이어도 수많은 추문을 일으키지만 은행가나 CEO, 정치인과 달리 스포츠 선수의 성적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스포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증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축구다. 축구에 버금갈 만큼 세계적 주목을 받는 스포츠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을 때 축구는 그 돈을 잘 받기만 하면 됐다. 이 모든 일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규제 없이 일어났다."이렇게 갈무리를 하고 보니 한 장면이 떠오른다. '호날두 노쇼(No-Show)' 사건이 벌어진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풍경이다. 호날두는 객관적 실력으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포츠 스타다. 여성편력으로 인해 크고 작은 스캔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화려한 개인기로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를 보기 위해 국내의 수많은 축구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관객들이 무려 60억원을 냈는데, 주최측은 그 돈을 지만스키의 표현대로 '잘 받기만' 했다.이러한 정황을 빗대 상암에서 지만스키의 이론이 입증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든 지만스키가 문장 마지막에 지적했듯이 '이 모든 일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규제 없이' 일어나다 보니 결국 사달이 났다. 당시 경기를 관람한 관중들이 경기 주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인천지법에 제출한 것이다. 인천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이번 사태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해본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른다. 수요(호날두가 뛰는 것을 보는 것)와 공급(호날두가 실제로 뛰는 것)이 불일치하는데도 일방적으
-
[참성단]대통령 휴가 지면기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매년 한 달간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도 워싱턴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별장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푸틴과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매년 겨울 휴가를 고향인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며 보냈다. 일주일간 휴가비용은 대략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5억 원에 이른다. 8년 재임 중 휴가비로만 1억 달러를 지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휴가 중 숙박비는 본인 부담이지만 전용기 에어포스원 경비와 경호원 숙소 비용은 백악관 예산에서 지출됐다.외국 정상들은 휴가 중 큰일이 생겨도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1995년 보스니아 특사가 지뢰폭발 사고로 순직했을 때, 콜로라도에서 3주 휴가를 보내던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장례식에 잠시 참석한 후 다시 휴가지로 돌아갔다. 2013년 5월 런던에서 2명의 모슬렘에게 영국군이 참수당하는 테러가 발생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사건 3일 후 스페인 휴양지로 휴가를 떠났다. 대통령이 집무실을 비워도 무탈하게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이다.우리나라 대통령은 휴가를 쓰면서도 여론의 눈치를 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 아들의 검찰 조사와 수해 등으로 2년간 휴가를 가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수해가 발생하자 휴가를 중단하고 복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때문에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휴가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달랐다. 취임한 지 보름도 안 돼 연차 휴가를 떠났다. 공교롭게 휴가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을 듣고도 휴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연차 휴가 사용 의무화'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혔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도 출발을 하루 늦췄을 뿐, 휴가를 다녀왔다.그러던 문 대통령이 국내·외 현안으로 올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그런데 휴가 취소를 발표한 날 제주도에서 주말 휴식을 즐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와대는 "주말에 다녀온 개인일정"이
-
[참성단]'호날두 노쇼' 파문 지면기사
축구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한국인의 자존심을 제대로 저격했다. 지난 26일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는 벤치만 지켰다. 한국 축구팬들은 팀 유벤투스보다 호날두의 경기장면을 보기 위해 6만5천여명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45분을 뛰기로 계약했다던 호날두는 전광판에만 등장했다. 그의 땀방울까지 놓치지 않겠다며 거액을 지불한 특별석 관중들은 호날두의 뒤통수만 감상했을 뿐이다. 이번 친선 경기는 호날두의 광팬뿐 아니라 축구에 관심있는 한국인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또 극심한 경기침체에 일본과의 무역전쟁, 중·러 군용기의 영공침범,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로 스트레스를 받던 한국 사람들이 모처럼 집중해 즐길 만한 스포츠 이벤트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배신감도 진했다. 과거 메시의 방한 경기에 실망한 이후 호날두를 '우리 형'으로 호칭했던 한국 팬이다. 이제 호날두를 '날강두'로 비하하며 적개심을 보인다. 호날두는 또한 몇 시간 만에 한국 광팬을 공중분해 시켰으니, 지금쯤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유벤투스나 호날두가 간과한 점이 있다. 지금 한국은 매우 고단한 처지이고, 한국인은 매우 예민하다. 국제적인 팬클럽을 관리하는 명문 프로팀이라면 이 정도 사정은 감안할 수 있어야 했다. 호날두 또한 다르지 않다. 열악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한국팬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축구 팬은 물론 한국인들을 감동시켰을테고, 그들의 한국 시장은 넓어지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지금이야 입장료 환불 요구에 그치지만,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한 제품들로 불똥이 튈지 모를 일이다. 호날두는 공 대신 한국에서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다.'호날두 노쇼' 후유증은 호날두가 자초한 일이다. 다만 이번 일로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임계점에 달한 건 아닌가 해서 걱정이다. 분노가 꽉 찬 사회는 출구와 대상을 찾는다. 분노는 맹목적이다. 출구가 열리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치고 대상이 되면 변명할 새 없이 매장된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
[참성단]뜨거운 지구 지면기사
지구가 뜨겁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등 주요 도시에서 10일 이상 3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가 하면 영하권 안팎이어야 할 캐나다 북극지방도 기온이 영상 21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린란드 역시 이상기온으로 인한 해빙현상으로 하루에 20억t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중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반사량이 많이 줄어들어 바다표범 등 야생동물이 열사병으로 죽음을 맞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유럽도 뜨겁긴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프랑스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42.6도로 18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인근 스페인, 벨기에, 독일은 물론 폴란드, 체코 등도 이미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유럽 대륙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해수면 수온이 크게 올라간 게 원인이다. 나무 나이테와 호수 침전물, 산호, 빙하 등 약 700개의 척도를 활용해 지난 2000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한 스위스 베른대학 지리학연구소는 이같이 지구 기온이 지구 전체에 걸쳐 급격히 상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최근 국내에 출간된 과학전문 저널리스트 피터 브래넌의 '대멸종연대기'(흐름 출판)에 따르면 지구는 5억년 사이에 5번의 대멸종을 맞았는데, 2억5천만년 전인 고생대 말 '페름기'에 지구온난화로 가장 많은 96%가 멸종했다. 동물의 대멸종은 운석충돌 같은 외계의 충격보다는 지구 내부의 원인, 즉 지질활동에 따른 기후와 해양의 변화로 빚어진 지구의 온난화 때문으로 특히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대량살상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류의 환경 파괴로 지금처럼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면 100년 안에 동물 70%가 멸종할지 모른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문제는 뜨거운 지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된다는 점이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과 소 같은 가축이 끊임없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못하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질 것이다. 전 지구적 차원의 공동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낮은 수준으로 유
-
[참성단]피의사실 공표 지면기사
2009년 10월 대검찰청에서는 '빨대논란'이 일었다. 빨대는 취재원을 가리키는 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 선물로 1억원이 넘는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었다. 당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노발대발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망신주기 위한 목적으로 흘린 나쁜 검찰"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내에서조차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정보를 흘린 것"이란 말이 돌았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을 투신 사망케 한 이 사건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피의사실 공표가 검찰이 수시로 써먹는 고약한 '수사 기법'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피의자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 언론에 내용을 슬쩍 흘려 보도케 함으로써 피의자를 압박한다. 망신을 당한 피의자는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정치적 사건인 경우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피의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건 우리 형법 제126조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검찰의 의도적 흘리기와 언론의 취재가 부합한 결과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대범죄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피의사실이 공표되면 재판도 받기 전에 유죄가 되고, 재판은 이를 추인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2년 가까이 수사하고도 피의사실이 언론에 일절 공개되지 않은 뮬러 특검이 이를 말해준다. 언론의 집요한 취재에도 불구하고 뮬러 특검은 단 한 건의 수사자료도 흘리지 않았다.피의사실공표를 두고 검경이 정면으로 충돌할 태세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울산 경찰관의 피의사실 공표사건을 계속 수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다음 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녀 부정채용 청탁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경찰을, 경찰은 검찰을 서로 수사하는 웃지 못
-
[참성단]친일파 명문장 지면기사
"소요 당시 본인의 두 차례에 걸친 경고에는 단지 조선독립이라는 말이 허망한 것이니 망동하여 생명을 사상(死傷)하는 화에 빠지지 말고 급히 구하라는 뜻으로만 말하였거니와, 이번에 여러분이 지난 잘못을 후회하는 때가 오니 본인이 다시 한마디를 더하는 것은, 독립이라는 주장이 허망함을 여러분이 확실히 깨닫는 것이 우리 조선 민족의 장래 행복을 설계하는 것임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완용은 3·1운동이 확산되자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3회에 걸쳐 '경고문'을 실었다. 앞의 글은 3차 경고문의 일부분으로 문장 첫머리의 '소요'는 3·1운동을 말한다. 매일신보에 친일파들이 기고한 글을 엮은 '친일파 명문장 67선'에는 이완용의 글 외에도 일제를 찬양하거나 황국신민이 될 것을 독려하는, 더 나아가 일제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칠 것을 종용하는 글이 다수 등장한다. 지금 읽어보면 역겹기 그지 없지만 당시 힘없는 민초들로서는 이들 지식인의 수려한 문구에 일부 혹했을 터이다.그런데 요즘 이완용의 '경고문'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경고문에서 몇 단어만 바꿔보았다. '소요'를 '불매운동'으로, '독립'을 '원자재 국산화'로 대치하는 식이다. 불매운동 반대론에도 합리적 이유가 없지 않은 만큼 과도한 비약일 수 있겠으나 다양한 사고에서 본질을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감히 다시 써본다. "'불매운동'이 일어날 당시 본인의 두 차례에 걸친 경고에는 단지 '원자재 국산화'가 허망한 것이니 망동하여 국가 경제를 망치는 화에 빠지지 말고 급히 구하라는 뜻으로만 말하였거니와, 이번에 여러분이 지난 잘못을 후회하는 때가 오니 본인이 다시 한마디를 더하는 것은, '원자재 국산화'가 허망함을 여러분이 확실히 깨닫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장래 행복을 설계하는 것임을 말하려는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우연이겠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성과 똑같다)는 조선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것(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
[참성단]SNS 여론전 지면기사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보수 블로거 200여 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소셜미디어 총회'를 가졌다. 명색이 소셜미디어 총회인데도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 소셜미디어 관련 기업은 초청받지 못했다. 대신 총회는 이들 기업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몇몇 회사는 문 닫을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들 기업의 창업자와 대표이사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트위터 중독자' 트럼프가 이들 기업을 혐오하면서도 선뜻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 같은 '아웃사이더'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SNS를 통한 '여론전'이 큰 몫을 했음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금 미국은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정치의 극단화 배경에 SNS가 있다. 진즉 이를 간파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인터뷰에서 "그릇된 정보와 음모론이 여과 없이 확산하는 SNS 때문에 유권자가 양극화됐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SNS로 공유되는 당파적 발언이나 가짜 뉴스의 위력을 발판으로 트럼프는 마침내 대통령이 됐다.최근 11일간 43건의 글을 SNS에 올려 '폭풍 페북'논란을 일으켰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SNS의 대일 '여론전'을 당분간 접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곧이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 수석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묵언안거(默言安居)'에 들어간다"고 한 적이 있다. 2년 전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수락사'라는 글을 올리면서 "강단으로 복귀할 때까지 SNS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7월 SNS를 재개한 후 10월엔 '양승태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해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공개 비판해 사법부 독립 침해논란을 불렀다.조 수석의 SNS에 대한 관심은 트럼프와 비교될 만큼 각별하다. 그렇다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위로 하는 SNS로 국론이 분열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