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볼음도 은행나무의 딱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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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볼음도 은행나무의 딱한 사연 지면기사

    가로수로 친근한 은행나무는 주변에 지천이라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지경이다. 하지만 계문강목과속종(界門綱目科屬種)식 생물분류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식물계·은행나무문·은행나무강·은행나무목·은행나무과·은행나무속·은행나무'다. 공룡이 멸종된 6천600만년 전 신생대 이후부터 한 조상과 한 후손만으로 현재의 자태를 이어왔으니 경이로운 존재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은행나무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린 것도 스스로 번식 자생하는 야생군락지를 찾기 힘들어서다.계통상 다른 식물들과 섞이지 않는 고고함 때문일까, 은행나무는 수령이 길다. 당연히 사람과의 영적교감이 담긴 설화도 많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수령은 1100~1500여년으로 추정되는데 멀게는 신라시대부터 한자리를 지킨 셈이니, 원래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였다는 전설이 그럴듯하다. 수령 700년의 안동 용계 은행나무는 한일합방 등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는 신목으로 유명한데, 다시 우는 일이 없어야겠다.신묘한 자태와 달리 살구를 닮은 은행열매는 똥냄새에 버금가는 악취로 악명이 높다. 성균관대 은행나무는 열매 악취로 성균관 유생들의 공부를 방해해 왕에게 혼쭐이 났을 정도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가을이면 악취민원을 일으키는 건, 숫나무만 심어야 하는데 암나무가 섞여든 탓이다. 요즘은 유전자 기술로 묘목단계에서 암수구별이 가능해졌다니 다행이다. 주의할 건 떨어진 열매를 줍는 건 괜찮지만, 나무를 털어 열매를 따면 범죄다. 은행털이는 안된다.자웅이주의 특성상 은행나무는 암수 부부나무가 있어야 종자를 맺는다. 그런데 천연기념물 304호 강화 볼음도 은행나무가 홍수로 아내 나무와 헤어진지 800년, 이제는 남북 이산나무라(경인일보 7월 10일자 1판1면)니 딱하다. 볼음도 남편 나무의 짝으로 알려진 북한 천연기념물 165호 연안 은행나무는 800년 불임의 세월을 어떻게 견뎠을까. 이제라도 인공 수분(受粉)을 통해 부부의 연을 이어주자는 발상은 남북교류의 상징적 행사로 안성맞춤이다. 명맥이 끊어진 부부나무 풍어제도 복원되면 금상첨화다.그런데 남북,

  • [참성단]鄭基烈의 歸去來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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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鄭基烈의 歸去來辭 지면기사

    도연명이 펑쩌현 현령 자리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귀거래사'로 남길 때, 그의 나이 41세였다. 고향으로 간다고 귀거래사를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내용은 결연하다. '전원(고향)이 장차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라는 첫 구절은 물론이고, '남녘의 거친 들판을 일구며/ 전원으로 돌아가 자연에 묻히리라'는 대목에선 변화무쌍한 자연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했던 도연명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귀거래사는 세속과의 결연한 결별선언서이기도 하다.'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도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는 '법화경'에 있는 가르침으로 세상의 무상함을 이른 말이다. 아무리 평탄한 삶을 산다 해도 인간은 평생을 통해 한두 번의 귀거래사를 읊조리게 마련이라는 뜻도 된다. 조순 전 부총리는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란 귀거래사를 남겼다. '일은 사람이 꾀하지만, 그 일이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고 읽히나 '최선을 다한 후에는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에 더 가깝다.물러날 때 소회가 없을 수 없다. 하물며 출세의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라면 퇴임의 느낌은 남다를 것이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인생,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고 생각했던 그 길을 접는 퇴임의 변이 사람에 따라, 살아온 인생에 따라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을 갖는 것은 그래서다.지난달 30일로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간 제9대 경기도의회 정기열 의장이 9일 주변인들에게 퇴임 인사 겸 새 출발을 알리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문자를 통해 "7월 2일부터 10년 전 다녔던 자동차회사 안양 동안지점 영업과장으로 복직해 카마스터로 일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정치인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직장인으로서 또다른 꿈을 향해 자동차를 팔면서 꿈을 이루어 가려고 한다"는 귀거래사를 남겼다. 정치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도의회 의장까지 지낸이가 아무리 옛 직업이라 해도 카 마스터로 돌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 [참성단]김세영의 대기록과 한국 여자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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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김세영의 대기록과 한국 여자골프 지면기사

    한국 여자 프로골프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5)이 9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날 김세영의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최종 우승기록은 31언더파 257타. 최다 언더파 기록은 안니카 소렌스탐과 자신의 공동기록이던 27언더파를 넘어선 것으로, 남자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어니 엘스의 기록과 동률이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30언더파를 넘겼으니 좀처럼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이제 LPGA는 한국 여성 프로골퍼가 지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출발은 초라했다. 1950년 출범한 LPGA투어에서 한국인 첫 우승은 1988년 스탠더드레지스터 대회의 구옥희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1998년 혜성처럼 박세리가 등장해 2개의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4승을 올리면서 한국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이후 박세리키즈들의 맹활약으로 2014년 이후에는 한해 30여개의 LPGA투어 대회중 절반 이상을 한국과 한국계가 우승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뿐만 아니라 박세리, 박인비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박인비는 커리어그랜드슬램을, 김세영은 LPGA 한국 선수 통산 203승 경기에서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웠으니 LPGA는 이제 한국 여성골퍼의 안방무대나 다름없고, 선수들이 상금으로 챙기는 외화도 만만치 않다.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맨발의 투혼은 당시 IMF 우울증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위기극복의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까만 종아리 밑으로 드러난 새하얀 맨발이 양희은의 상록수와 함께 방영될 때마다 그녀의 투혼이 국민들의 가슴으로 전이됐다. 박인비는 새하얀 그 맨발을 보고 골프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박세리키즈의 탄생이다. 박세리키즈의 막내격인 김세영의 대기록도 경기침체로 한껏 위축된 우리 사회를 위로하기에 충분하다.분명한 것은 박세리, 박인비, 김세영의 대기록도 착실한 한걸음이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골프는 무수한 반복을 통해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야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종목이다. 대선수일

  • [참성단]SF영화가 경고하는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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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SF영화가 경고하는 저출산 지면기사

    요즘 마거릿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화한 '시녀이야기'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30년 전 출간된 소설이 지난해 아마존이 집계한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 1위, 드라마는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69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수상한 관심작이다.내용은 이렇다. 배경은 미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길리어드'. 전쟁과 환경오염, 각종 성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자 여성들은 통제와 감시 속에서 가임여부에 따라 여러 계급으로 분류된다. 임신 가능한 여성들은 빨간색 드레스에 하얀 베일을 쓴 '시녀'가 돼 아이를 낳는 데만 집중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아이를 낳지 못하면 식민지로 추방된다.'시녀이야기'를 보면서 공포감이 엄습한 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현실로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신 능력을 상실하여 모든 사람이 더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2027년을 배경으로 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을 보았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브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이 암울한 미래를 다룬 SF 영화에는 감독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조인간이 출현하는데 이는 출생률 감소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지고, 2022년 이전에 출산 아동이 20만명 대로 추락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출산 아동은 지난해(35만8천명)보다 적은 32만명대로, 이 예상이 맞는다면 한국은 지구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된다. 어쩌면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리 주변에서 '칠드런 오브 맨'처럼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현실과 마주칠지 모른다.통계에 놀라서인지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이 돌보미 지원 대상 확대, 임금 삭감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유급출산휴가 확대 등 예전 대책과 크게 다

  • [참성단]GE와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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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GE와 삼성전자 지면기사

    지난달 21일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다우지수 30대 구성 종목에서 제외됐다. GE는 다우지수 출범 때 포함된 종목 중 하나였다. 한때 잠시 다우지수를 떠난 적도 있으나 1907년 다시 편입돼 111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GE의 다우지수 제외는 미국 증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말이 제외지 사실상 쫓겨났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GE 주가는 다우지수가 32% 상승한 데 비해 46% 하락했다. 그 기간 시가 총액은 다우지수 퇴출 수준인 1천6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가정에 공급되고 전구와 라디오, TV, 냉장고 등 각종 전기제품은 인간의 삶을 상상 이상으로 바꿔놓았다. 제트엔진으로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에 들어갔고, 엑스레이로 인간의 생명은 연장됐다. 이는 모두 GE가 기술을 개발했거나 상용화 해 가능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GE는 한때 전 세계 산업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경영 교과서'라 할 정도로 미국 최우량 기업의 상징이자 황제였다. 하지만 GE는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GE의 찬란했던 역사가 끝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황제 기업'이 그저 그런 '보통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황제주 삼성전자가 굴욕의 시간을 맞고 있다. 지난 4월 25일 50대1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5월 4일 액면 분할 후 첫 거래를 5만3천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이제 4만5천원 붕괴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뿐이 아니다. 공매도와는 거리가 멀었던 주식은 액면분할 후 쏟아지는 공매도 물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매도의 표적이 되다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삼성전자 주가하락 원인을 실적악화, 미·중간 무역전쟁, 중국의 반도체 추격으로 꼽지만, 정부의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도 압박'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실제 지난달 30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 2천700만주를 매각하자 주가가 3.51% 급락해 처음으로 5만원선이 무너졌다.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은 '황제주에서

  • [참성단]일본관중의 청소매너와 욱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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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일본관중의 청소매너와 욱일기 지면기사

    일본인의 청소매너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화제다. 일본 응원단이 경기 후 관중석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장면에 세계가 감동한 것이다. 응원단 뿐 아니다. 일본 대표팀도 사용했던 경기장 벤치나 라커룸을 깨끗하게 치운 뒤 "감사합니다"는 메모까지 남겼단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부터 이어 온 청소매너라니 대단하다.덕분에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페어플레이 점수로 16강에 오르기 위해 폴란드에 지고 있는데도 산책축구로 일관했던 무개념 스포츠정신에 대한 비판도 쏙 들어갔다. 영국 BBC는 "일본이 16강에서 꼭 지길 바란다"고 대놓고 멸시했다. 하지만 벨기에전 직후 영국 일간지 더선은 "일본 관중이 경기장의 승리자"라며 찬사를 보냈다.월드컵 청소매너와 관련해 일본의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본래의 뜻과는 상관없이 '민폐'를 뜻하는데,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일본인의 의식을 일컫는다. 한번이라도 일본을 방문한 사람들은 깨끗한 거리에 놀라고 좀처럼 화내는 법이 없는 일본인의 미소에 감탄한다. 일본의 국격이 메이와쿠 문화에서 비롯된다는 기행문은 헤아리기 힘들다.하지만 메이와쿠 문화는 늘 의심받는다. 일본 주류사회가 주변국에 끼치는 역사적 민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점령지에서 저지른 만행을 부인하는 일본은, 일제 피해국 국민 입장에서는 역사적 철면피나 다름없다. 지진과 쓰나미 등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일본인이 보여주는 질서있는 대처는 메이와쿠 문화의 표본으로 칭송되지만, 그런 일본인이 일제 시절엔 관동대지진의 희생양으로 조선인을 학살했고 중국 난징시민들을 짐승처럼 사냥했었다. 메이와쿠는 일본인 끼리의 내국용 문화이다.그래서 서구 언론은 일본관중의 청소매너에 감동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일제 피해국들은 일본 관중이 휘두르는 욱일기에 경기를 일으킨다. 청소하는 일본인이 일본의 다테마에(建前·겉모습)라면, 욱일기를 흔드는 일본인은 일본의 혼네(本音·본심)로 보인다. 경기장을 일사불란하게 청소하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메이와쿠 문화 속에 잔재한 일제 전체주의의

  • [참성단]황해문화 통권 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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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황해문화 통권 100호 지면기사

    인천서 발간되는 '황해문화'가 오는 9월 (가을호) 통권 100호를 맞는다. 1년에 4번 발행하는 계간지고, 그동안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었으니 꽉 찬 25년, 사반세기를 달려온 셈이다. 아직 출간도 안 된 100호가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달 29·30일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에서 열린 '황해문화 통권 100호 발간 기념 국제 심포지엄'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를 다룬 심포지엄 주제가 늘 한발 앞서 우리 사회의 담론을 제시했던 잡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황해문화의 저력은 또 돋보였다.대일 굴욕 외교의 결과로 인천이 개항한 것은 1883년이었다. 그로부터 110년 후인 1993년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가슴 서늘한 슬로건을 내 건 황해문화가 인천에서 태어났다. '창작과 비평' 같은 담론의 장이 인천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시작이었다. 왜 그게 인천이었는지는 지금도 운명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지만, 어찌 됐건 지역 문화를 손에 쥐면서 전국을 아우르는 인문교양 계간지가 탄생해 마침내 100호 발간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경이로울 뿐이다.지금 인천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인천사랑'이다. 산에 나무를 심듯 마음 속에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살겠다는 의식을 심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해문화의 통권 100호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흔히들 말하곤 한다. 인천은 특수한 운명을 타고난 항도라고. 하긴 그렇다. 모든 게 인천으로부터 시작했다. 전기, 기차, 통신, 등대, 짜장면, 갑문, 천일염전 그리고 야구 등등. 숙명이라면 이제 인천은 황해의 중심 항구로서 모든 인종과 어깨를 겨루고 함께 살아야 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인천시는 이런 문화의 다양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교향곡과 같은 조화로운 하모니를 창조해야 한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이 최강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인천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고, 인천 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풀무의 바람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황해문화에 큰 기대를 거는 것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 [참성단]무미건조한 이·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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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무미건조한 이· 취임식 지면기사

    지난해 1월 20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으로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를 방문했다.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함께 동행하기 위해서다. 오바마는 백악관을 떠나기전 집무실 책상에 신임 대통령에게 편지를 남긴다. 이후 국회의사당에서 이임 대통령을 비롯한 생존한 전직 대통령 부부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이 성대하게 진행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전송을 받으며 국회의사당을 떠난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로 향해 오바마가 남긴 편지를 읽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한다.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정당과 이념을 초월해 영속하는 하나의 미국을 보여주는 성대한 의식이다. 트럼프 지지자는 취임식장에서 환호하고 그를 반대하는 진보시민들은 격렬한 시위로 저항하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전직 대통령들과 의회의 주요 정당인사들은 빠짐없이 참석해 취임연설을 경청한다. 트럼프를 향한 거리의 찬반 의견과는 별개로, 역대 대통령들의 직무수행으로 성취한 미국의 가치에 모든 정치인이 예의를 표하는 것이다.오바마는 트럼프에게 남긴 편지에서 "우리는 일시적인 대통령직을 수행할 뿐"이라면서 "법의 지배나 삼권분립, 법아래 평등, 자유의 권리 등 민주주의 제도의 수호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비판자들 때문에 낙담하거나 항로를 벗어나지 말라"며 "당신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며 난 당신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남겼다. 당파를 떠나 미국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복무하는 대통령의 직분을 공유하고 성공을 바라는 전임의 덕담은 신임 대통령이 미국 역사의 일원임을 각성시키기에 충분하다.지난 1일 우중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간소하게 취임식을 가졌다. 지난달 29일 남경필 전 도지사는 도청 실국을 돌며 인사하고 도의회 정례회 참석으로 퇴임식을 대신했다. 치열하게 격돌했던 지난 선거양상을 감안해도, 도정을 인수인계하는 의식과 의전의 부재는 아쉽다. 전임의 노고를 위로하는 신임의 배려와, 신임의 출정을 축하하는 전임의

  • [참성단]태풍 '쁘라삐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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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태풍 '쁘라삐룬' 지면기사

    태풍에 이름이 붙은 건 1953년부터였다. 그 전에는 번호를 사용했다. 더 그 이전 우리 조상들은 바람의 세기와 형태로 구분을 지었다. 삼국사기에는 바람을 '풍' '대풍' '폭풍'으로, 바람의 세기는 '나무가 부러졌다' '기왓장이 날았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고려사에는 바람을 12가지로 세분화해 기록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바람으로 인한 피해 기사 150여 건이 등장한다. 1999년까지 태풍 이름은 미국 태풍 합동경보센터가 정했다. 처음엔 온순하고 조용해지라는 희망으로 여성의 이름을 따서 썼는데 1978년 여성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남녀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2000년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 중국, 북한, 라오스 등 14개국이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태풍 이름 140개를 28개씩 5개 조로 나눠 순서대로 사용하고 있다.한반도를 지나간 태풍 가운데 우리 기억에 남는 건 1959년 9월 '사라'일 것이다.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사라의 위력에 온 국민이 혼비백산했다. 849명이 사망하고 37만3천45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2년 8월 31일 단 하루 만에 강릉지방에 870.5㎜의 비를 쏟아 부은 '루사'는 5조4천600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그 이듬해 9월 남해안에 상륙한 '매미'는 중심 기압 950헥토파스칼, 순간 최대 풍속 초속 60m로 '사라'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태풍은 초여름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가을에, 그것도 경상도 내륙으로 상륙해 피해가 더 컸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공전(工典) 천택(川澤) 편에서 "강하(江河)의 물가가 해마다 물에 부딪혀 파괴되어 백성들의 커다란 근심거리가 되는 것은, 제방을 만들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안정하게 하여 주어야 한다"며 태풍과 홍수 피해 예방을 강조했다. 매년 겪는 물난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미리 제방을 쌓아 대비해 백성의 근심을 덜어 주는 것이야말로 지방관들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태국어로 '비의 신'을 의미하는 7호 태풍 '쁘라삐룬'이 접근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바람

  • [참성단]축구와 도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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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축구와 도박사 지면기사

    도박사의 눈은 매처럼 예리하다. 감정에 휘둘리는 법이란 없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축구 도박사들은 더욱 그렇다. 특히 축구 승패와 관련한 그들의 예측은 논리와 경험이 바탕이 돼 신중하고, 그래서 적중률도 높다. 잘못된 예측은 파산을 의미한다. 유럽 최대 스포츠 베팅 사이트 bwin은 이번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의 승리에 1.2배를 책정했다. 반면 한국이 승리할 경우 배당은 12.5배였다. 1만원을 베팅하면 독일이 승리할 경우 2천원, 한국이 이길 경우는 11만5천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영국 최대 스포츠 베팅사이트 베트 365와 레드 브룩스는 한술 더 떴다. 한국의 2대0 승리엔 80대1, 독일의 7대0으로 이기는 경우 66대1로 배당을 책정했다. 모두 불가능한 점수라는 뜻이지만, 한국이 2대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길 확률을 더 높게 본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는 징크스라는 게 있다. 월드컵 축구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우승팀은 그다음 월드컵의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다'는 게 그것이다. 이른바 '우승팀 징크스'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2무 1패로, 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예리한 도박사들이 이런 징크스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세계 축구에는 두 종류가 있다. 독일 축구와 그 외 나라의 축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지역 예선 10전 전승을 기록했던 독일 만큼은 징크스를 피해갈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스웨덴, 멕시코와의 두 경기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던 한국축구가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진출한 것을 뛰어넘는 대이변이다. '역시 공은 둥글다'는 게 다시 입증됐다. 경인일보 인터넷판에는 '손흥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