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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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법대로 가는 '악연' 지면기사
법원 송사에 휘말려 본 사람들은 살면서 절대 법원신세 지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송사에 돈과 시간은 물론 인생까지 잃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홧김에 제기한 이혼소송이 부부를 원수로 만들기 일쑤라 도입한게 이혼숙려제도다. 법대로 하기 전에 화를 가라앉히라는 배려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라는 선언과 같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실제로는 억울한 일을 무수히 참아낸 사람이기 십상이다. 법에 의지하는 일이 험하고 멀다보니 주먹으로 풀려다 법신세를 지는 사람도 허다하고.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배우 김부선씨,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도지사후보가 험난한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 이재명 캠프 가짜뉴스대책단이 26일 '김 전후보가 지난 지방선거 도중 이 당선인과 김씨의 '옥수동 밀회'를 주장한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는 요지의 해명과 함께 김 전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김 씨를 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이 김 씨와의 스캔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이 후보를 역시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으니, 법대로 가리고 밝히지 않고는 못배길 사안이 됐다.양측이 법을 통해 가리자는 진실의 주제는 다르다. 이 당선인측은 김 전후보가 주장한 밀회의 시기에 관련해 김 씨와 이 당선인의 동선과 기상상황을 제시하며, '옥수동 밀회'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김씨는 "날짜를 헷갈렸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핵심은 옥수동 밀회가 아니라 자신과 이 당선인 관계의 진실여부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심리가 어떻게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인연의 성격에 대해 서로 주장이 다르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오늘 같은 처지에 설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자에는 자로(measure for measure)'에서 "판사의 법복도 결코 자비의 절반만큼도 위대하지 않다"고 했다. 법으로 실현된 정의도 인간적 용서만 못한 법이다. 이 당선인과 김 씨는 서로에게 용서할 수 없는 악연이 됐다. 법정은 결론을 내리겠지만 판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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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JP 국민훈장 추서 논란 지면기사
훈장제도는 12세기 십자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예루살렘으로 몰려드는 수십만 명의 십자군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한 표장(標章)이 그 시작이었다. 기사단 특성에 따라 군장의 모양과 색깔을 달리했고 십자가를 독특하게 디자인한 표장을 옷에 달았다. 전쟁 후에도 표장은 국가 또는 왕에 충성을 바친 사람에게 수여하는 명예의 상징이 됐다. 그게 훈장으로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우리나라 최고의 훈장은 무궁화 대훈장으로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받는다. 그 다음이 건국훈장, 국민훈장, 무공훈장, 근정훈장, 보국훈장, 산업훈장, 문화훈장, 체육훈장, 과학기술훈장 순으로 훈장 종류만도 11개에 이른다. 무궁화 대훈장을 빼고 각 훈장마다 5등급이 있어 훈장 수는 모두 51개나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때 무궁화 대훈장을 받았다. 단 하루도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않고 훈장을 받는 것이 모순이라는 여론이 일자,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이 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셀프 수여라고 해서 잡음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퇴임 직전인 2013년 2월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이틀 뒤인 2013년 2월에 각각 셀프 수여해 비난에 직면했었다.훈장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개정된 상훈법에 따라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서훈을 모두 취소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공로로 받은 태극무공훈장은 물론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등 10여 개 훈장도 포함됐다."상과 벌이 모든 사람들이 공인하는 공과 죄에 따르지 않고 한 개인의 기쁨과 노여움에서 결정된다면, 상을 주어도 권장되지 못하고 벌을 준다 해도 징계하지 못할 것이다. 상과 벌은 공적인 데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정도전은 삼봉집 14권 조선경국전 정전(政典) 상벌(賞罰)에 상과 벌은 주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조선을 건국하며 상이 제 가치를 갖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정부가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은 DJP 연합으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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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월드컵과 희생양 지면기사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은 마라카낭의 비극에서 탄생했다. 1950년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은 7월16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결승리그 선두를 가리는 사실상의 결승전을 가졌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인데다, 앞선 결승리그 전적상 브라질의 압도적 경기가 예상됐다. 브라질의 우승을 단정한 FIFA도 우승 트로피인 쥘 리메 컵을 미리 브라질 월드컵 조직 위원회 측에 넘겨줬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2대1. 우루과이의 역전 우승으로 끝났다.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숨막히는 정적에 휩싸였고 20만에 이르는 관중들은 비탄에 잠겼다. 2명이 심장마비로, 2명이 권총자살로 관중 4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전국에서 폭동과 자살이 속출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상하의 하얀색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수거해 불태운 뒤 유니폼 색깔을 새로 정했으니, 현재의 디자인이다. 2골을 먹은 골키퍼 모아시르 바르보사는 공공의 적이 됐다. 그는 79세로 임종하면서 "그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50년을 죄인처럼 지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국가 혹은 민족대항전으로 비화하기 일쑤인 월드컵에서 패전의 희생양이 된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1994년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고향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하석주가 멕시코전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뒤 곧바로 백태클 반칙으로 퇴장당해 몇분 사이 영웅에서 역적으로 전락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차범근 감독을 찾아보지 못한다니 안쓰럽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축구 국가대표 장현수를 비난하는 청원이 쇄도하는 모양이다. 24일 멕시코 전에서 태클 실패로 페널티킥을 내준데 대한 화풀이성 청원인데 짐승만도 못한 언어폭력에 귀를 씻고 싶을 지경이다. 장 선수의 신체훼손에서 살해협박도 모자라 가족의 해외추방을 거론하니 일일이 찾아내 엄벌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선수를 쥐잡듯 해놓았으니 장 선수가 독일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축구팀의 패전 보다, 희생양을 찾아 짓밟아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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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잊혀진 전쟁' 6·25 지면기사
2013년 7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 현직으로는 최초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했다. "여기 미국에서는 어떤 전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의 안전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과 헌신은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동맹은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다." 미국에서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미국에선 6·25전쟁을 '역사의 고아'라고도 부른다. 3년1개월2일 동안 연인원 178만9천명의 미군이 참전해 3만6천여명이 전사했지만 2차대전과 베트남 전쟁보다 역사적인 평가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있다. 6·25전쟁이 승전도 아니고 패전도 아닌 '정전'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의 비문에는 '미국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 전혀 알지도 못했던 나라의 자유를 위해 달려갔던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글귀와 함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라고 적혀있다.오늘은 6·25가 발발한 지 68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 6·25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오히려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똑똑한 터프가이이자 위대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넋은 더욱더 존중되고 기억되어야 한다.모윤숙은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에서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산맥을 지키다가/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고 노래했다. 한국군 전사자 14만9천5명, 실종자 13만2천256명, 부상자 71만783명 등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킨 용사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구 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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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태양광 시대 지면기사
우리도 '황금광 시대'라는 게 있었다. 금을 찾는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그런 시대 말이다. 발단은 1930년 1월 일본의 금 수출 재개 선포였다. 준비 없이 화폐와 금의 가치를 연계시키는 금본위제도를 시작한 일본은 오히려 금이 해외로 급속하게 유출되자 당황했다. 끔찍한 대공황을 겪던 전세계 모든 국가가 "역시 금이 최고!"라며 금 확보에 혈안이 된 걸 몰랐다. 일본은 10개월 실시하다가 금 수출은 물론 수입마저 금지했다. 그리고 금 확보에 나섰다. 식민지시대 조선의 골드 러시, 황금광시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금을 수입할 수 없으니 온 산하를 까뒤집어서라도 금을 찾아야 했다. 금이 나온다는 소문만 들리면 지식인 농민 할 것 없이 몰려들어 산이건 농지건 하천이건 모두 파헤쳤다. 살인, 도박, 패가망신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오죽하면 일확천금을 노리며 금광으로 떠났던 김유정과 한때 금광 브로커 노릇을 했던 채만식이 각각 소설 '금 따는 뽕밭' '금의 정열'을 써서 식민지 시대의 금광 열풍을 비판했다. 지금 대한민국 온 산하가 태양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수지, 농지, 건물 옥상 등 가릴 것 없이 태양광 설비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한다며 온·오프라인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연 수익률 10~20%를 장담하는 전화가 투자자를 유혹한다. 땅 투기를 노린 '태양광 떴다방'도 성행하고 있다.이런 열풍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더 뜨거워졌다. 탈 원전을 선언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48.7GW 확충키로 했다. 이를 위해선 여의도 면적의 168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특히 공기업이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이 의무적으로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최대 20년간 사주기로 했다.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저수지 4천여 개를 관리하는 농어촌 공사, 전국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까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한때 소나무가 울창했던 곳에 수백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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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택항 붉은불개미 지면기사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1천여마리가 발견돼 소동을 일으켰던 붉은불개미가 지난 18일 평택항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현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부산항 붉은불개미 발견 직후 전국의 내륙컨테이너기지를 수색했지만 종적이 묘연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3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붉은불개미 군단의 상륙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2월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산 고무나무 묘목에서 1마리, 5월 부산항 수입 건조대나무 컨테이너에서 2마리 등 군단의 척후병들이 출몰하더니 급기야 평택에서 700여 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소동의 이유는 붉은불개미의 악명 때문이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엉덩이의 독침으로 솔레놉신이라는 독성물질을 주입한다. 독침에 쏘이면 솔레놉신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사망할 수도 있어 '살인개미'로 불린다. 북미에서만 한해 8만명 이상이 독침에 쏘여 100여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도시의 건축물에 집을 지어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붉은불개미로 인한 미국의 경제손실 추산액이 60억 달러에 이른다니 만만히 볼게 아니다.더 큰 문제는 무자비한 공격성으로 상륙지의 토종 개미를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는데 있다. 식용자원으로 도입했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이 토종 생물을 말살해 하천 생태계가 초토화된 실정을 상기하면 심각한 일이다. 붉은불개미는 불청객을 넘어 침략군에 가깝다.우리 문화에서 개미는 근면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대붕의 꿈을 꾸되 개미처럼 살라는 붕몽의생(鵬夢蟻生)은 큰 꿈을 이루려면 하루하루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경구다.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와 같이 미약한 업(業)의 누적이 이루어내는 커다란 업적을 개미의 노고에 빗댄 속담도 많다. 반면에 주식시장의 개미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보상을 누리지 못하는 미미한 존재로 치부되기도 하니, 이 땅의 개미는 이 땅의 보통사람을 닮았다.그런데 붉은불개미가 토종개미를 몰아내면, 서민을 위로할 개미의 우화는 사라지고 살인개미의 공포만 남을테니 인문자산의 상실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나마 붉은불개미는 다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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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스마트 패스 인천공항 지면기사
지난 5월 21일 중국 공안은 저장성 자싱시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학우 콘서트장에서 수배 중인 용의자를 CCTV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체포했다. 현장엔 팬 약 6만 명이 모여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중국 인공지능회사 '이투커지'의 안면인식기술은 이런 악조건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달 영국 윈저성에서 열린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세기의 결혼식에는 아마존의 안면 인식 기술 프로그램 '레코그니션'이 이용됐다. 이 기술로 하객으로 참석한 전 세계 유명 인사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SF영화가 그리는 미래사회는 신분증이 필요 없다.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1990)엔 우주정거장에서 화면에 얼굴을 대면 얼굴 형태나 홍채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그려낸 2054년 미래사회 역시 집과 사무실의 출입문 잠금장치, 지하철 요금 지불 등 모두 안면인식과 홍채인식이 대신한다. 상영 당시 '영화가 너무 오버한다'고 여겨졌던 이런 풍경이 이젠 어두운 콘서트장에서 범인을 잡고, 수천명이 모인 결혼식 하객들의 신원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평범한 일상사가 돼가고 있다. 중국과학원이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의 보안검사 보조 검증 시스템'은 13억 중국인 얼굴을 단 3초 만에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라는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반체제 인사 동향 감시나 소수민족 탄압 등에 쓰일 수 있지 않느냐는 '빅 브라더'의 우려가 괜한 게 아니다.이르면 내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권이나 여권 없이 출국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 서비스가 시범 도입된다고 한다. 사전 등록된 안면인식 정보 프로그램 덕분이다. 또 2020년부터는 지문, 얼굴 등 정부가 관리 중인 생체정보를 활용해 사전등록 없이도 전 국민이 스마트 패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세상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우리의 삶이 편해질수록 사생활은 누군가에 의해 노출되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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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당의 흥망성쇠 지면기사
일본에서는 2차세계대전 패배와 군부정권 몰락 이후 정계혼란이 지속됐는데 1955년 보수우파 자유당과 보수좌파 민주당이 합당한 자유민주당의 등장으로 1당 장기집권시대를 열었다. 이후 1993년 8월부터 1996년 1월(2년 5개월), 2009년 9월부터 2012년까지(3년 3개월)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총리를 만든 집권여당으로 군림 중이다. 자민당 천하의 일본은 눈부신 경제부흥을 이루었지만, 천박한 역사의식과 평화헌법개정 추진 등 1당독주의 폐해도 심각하다.한국 정당사에도 자민당의 사례가 떠오르는 전대미문의 정치사건이 있었다. 1990년 노태우 전대통령의 민주정의당,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JP) 전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을 선언한 1·22 3당합당이다. 이렇게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국민이 13대 총선에서 결정한 여소야대를 단숨에 뒤집어 218석의 초대형 1당으로 등장했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과 민주당 탈당파로 창당한 꼬마민주당으로 구성된 야당 진영은 초토화됐다. 합당의 동력은 내각제개헌을 통한 계파간 정권 돌려먹기였지만, 철들 무렵 부터 대통령이 꿈이던 YS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알려진대로 애초 노 전 대통령의 보수대연합 대상은 YS 보다 DJ였다. 하지만 호남의 적자인 DJ는 광주를 짓밟은 5공 정권의 후신들과의 연합을 상상할 수 없었고, 대신 YS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며 덥석 물었다. 이후 YS는 호굴(虎窟)을 접수했고, DJ는 내각제개헌을 배신당한 JP와 연합해 대권을 차지했다. 꼬마 민주당에 잔류했던 노무현은 간난신고 끝에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으니, 3당합당은 사건으로서도 충격적이었지만 영웅(?)들의 영고성쇠가 압축적으로 전개된 정치 대하드라마의 배경이기도 했다.민자당은 이후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존속되다가 지금의 자유한국당에 이르렀지만, 6·13지방선거로 궤멸적 타격을 입어 폐당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민자당 창당 26년만에 국민투표로 대구·경북에 강제고립됐으니,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호남을 고립시켰을 때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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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은 둥글다 지면기사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축구 세계 최강은 헝가리였다. 전쟁이 끝난 후 어렵게 경기에 출전한 대한민국은 예선에서 이런 헝가리에 0대9로 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서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선에서 헝가리에 3대8로 졌다. 서독은 결승에서 헝가리와 다시 만났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서독의 제프 헤어베어거 감독은 명언을 남긴다. "공은 둥글고, 축구는 90분 동안 계속된다." 서독은 헝가리를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에서 '이변'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공은 둥글다'는 이렇게 유래됐다.월드컵에서 '이변'은 자주 일어난다. 그중 1966년 영국 월드컵의 북한과 이탈리아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북한 팀이 영국에 도착했을 때 언론은 북한팀에 '알 수 없는 사내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런 팀이 16강에서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격파했다. 이 일로 이탈리아 선수들은 성난 축구 팬들이 던지는 썩은 토마토 세례를 받고 귀국해야 했다.월드컵 사상 최대'이변'으론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를 꼽는다. 잉글랜드는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대1로 패해 월드컵 경기사상 최대 '이변'의 희생물이 됐다. 1대0 패배 소식이 전신을 타고 전해지자 영국 신문 체육면 편집자들은 오타가 난 걸로 알았다고 한다. 10대0 승리인데 '0'자가 빠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럴만한 건 미국 선수들의 면면 때문이었다. 축구가 비인기 종목이었던 미국에선 프로팀이 하나도 없어 선수를 구성하는 게 어려웠다. 결국 볼 좀 찬다는 아르바이트 식당종업원, 견습 회계사, 우체부, 교사 등으로 팀을 꾸렸다. 이런 팀에게 패했으니 축구 종가 영국은 초상집이 됐다. 하지만 정작 미국 팀이 귀국했을 땐 이들에게 관심을 둔 언론과 미국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북미회담, 지방선거 이슈에 묻혀 우리가 무관심했던 사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됐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같은 조에 속한 우리는 전력 면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3전 전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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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극곰 '통키' 지면기사
2006년 12월 5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북극곰 두 마리가 태어났다. 다년간 교배와 연구 끝에 어렵게 결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스무 살의 어미 토스카는 새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한 마리를 돌덩이에 내팽개쳐 죽이기까지 했다. 겨우 목숨을 건진 동생 크누트는 사육사의 극진한 보호 아래 자랐다. 커가면서 예쁜 짓만 하던 크누트는 금세 동물원의 자랑이 되었다. 크누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동물원을 찾았다. 언론에 보도된 '고아 분투기'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크누트 :작은 북극곰 한 마리가 어떻게 세상을 사로잡았나'라는 책도 출간됐다.크누트가 4년 3개월이 되던 2011년 3월 어느 날 아침, 크누트는 좋아하는 크루아상을 던져 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 크누트는 제 자리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뒤쪽 연못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크누트의 죽음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동물은 자연에 있어야 한다' '동물원이 크누트를 스타로 만들려다 스트레스 받아 죽게했다' 등등. 수많은 질책과 책임 전가 끝에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때 왜 어미 토스카는 크누트를 버린 거지?" 그 누구도 토스카가 왜 크누트를 버렸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무관심했던 것이다. 심지어 토스카에 대한 기록도 없었다. 다만 토스카가 동물원에 오기 전 북극의 빙하 속에서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살았던 것이 아니라,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며 살았다는 것만 알려졌다.용인 에버랜드가 우리나라 유일한 북극곰 '통키'를 영국 요크셔 야생 동물공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1995년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난 통키는 올해 24살, 인간 나이로는 75살 고령이다. 에버랜드는 홀로 외롭게 살았던 통키를 위해 북극곰 추가 도입과 해외 이주를 고민하다 이런 결정을 내렸다. 동물들은 늘 환경단체의 표적이다. 우리에 두지말고 그들이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라는 것이다. 야생에 적응 못해 죽든 살든 그건 차후 문제라는 것이다. 어린이 대공원 돌고래 '제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