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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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정은의 주유천하 지면기사
공자는 자기 인생을 기준으로 30대를 이립(而立)이라 칭했다. 자립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기 한몸 겨우 일으킬 무렵인 30대에 역사를 바꾼 영웅들이 적지 않았다. 1769년 생인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때가 1804년이니 만35세에 이룬 영광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56년에 태어나 20세에 도시왕국 마케도니아를 물려받았다. 이를 밑천으로 동방정벌에 나서 나이 서른에 대제국을 이루고 페르시아의 샤한샤(왕중왕), 이집트의 파라오를 겸임했다. 그마저도 성에 안찼는지 스스로 아시아의 군주라 칭했다.조(趙)씨인지 여(呂)씨인지 불분명한 진시황이 나라를 물려받아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건 39세 때의 일이었다. 온라인 세상을 열어젖힌 IT기업가들의 출세가도는 한 술 더 뜬다. 1984년 생 유태인 마크 저커버그는 34세에 시가총액 5천억 달러의 페이스북 지배자가 됐다. 지난해 860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갑부 1위에 오른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했을 때 나이가 만 스무살이다.2018년 6월 12일 세계는 국제외교무대 중심에 당당하게 진입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목격했다. 그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오르며 3대세습을 개시한 때가 27세였던 2011년의 일이다. 북한의 청년 지도자는 섭정인 줄 알았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연이어 핵실험을 강행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철부지의 망동을 경계하는 미국의 군사위협과 경제제재로 한반도 긴장은 높아졌다.저커버그와 동갑인 김정은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세계로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전격 파견하더니 순식간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트럼프가 눈을 부릅뜨니 문재인 대통령을 불러 2차 정상회담을 열어 달래고, 시진핑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두번이나 중국을 찾아 달랬다. 문 대통령과 판문점 도보다리를, 시진핑과 해변을, 트럼프와 호텔을 산책할 때 마다 국제적 위상이 일취월장했다. 부친 뻘인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최고의 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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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성공한 회담과 실패한 회담 지면기사
20세기 초 '협상'은 겁쟁이들이 '선택'하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협상하자고 손을 내밀면 그것은 곧 '굴복'을 의미했다. 희생이 담보되는 전쟁을 치러 상대방 무릎을 꿇리는 것이 '갈등의 끝'이라고 믿었다. 협상하고 타협했다면 무고했을 많은 사람들이 권력자의 정치 놀음에 목숨을 잃었다. 21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갈등을 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상'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세계 외교사에 협상의 중요성을 알려준 건 '13일의 교훈'이었다. 1962년 10월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면서 미·소간은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 13일 동안 전 세계를 긴장시킨 이 세계사적 사건은 위기 극복에 있어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소련과의 협상을 슬기롭게 끝낸 존 F 케네디의 나이는 불과 47세였다. "무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만들고, 유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해결한다"는 말이 그때 나왔다. 1978년 9월 열린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의 '캠프 데이비드 중동평화 회담'은 겉만 화려할 뿐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는 협상이었다. 회담 중재자는 집권 내내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지미 카터 미 대통령. 그는 이 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무능하다는 오명을 벗고 싶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실제 회담 내내 두 사람은 상대를 인정하지도, 자국의 이익을 양보하지도 않았다. 카터는 회담을 빨리 끝내려고 서둘렀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는 평화조약에 서명했고 사다트와 베긴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지금까지 중동에는 평화가 오지 않았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요르단 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과 가자지구 문제를 해결했다면 중동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카터 대통령의 이름도 중동사에 길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로켓맨' '불망나니, 늙다리 미치광이' 라며 저열한 말 폭탄을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어제 각각 6개의 성조기와 인공기 앞에서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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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부선 사태' 지면기사
배우 김부선 씨가 지난 10일 공영방송 저녁 메인뉴스 인터뷰에 등장하는 등 6·13 지방선거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사적관계'가 사실이라고 밝혔고 이 후보는 이를 재차 부인했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들의 '정치공방'이 김 씨와 이 후보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려야하는 '진실규명' 수순으로 비화한 건 틀림없어 보인다.애초에 자유한국당이 이 후보를 겨냥해 소위 '형수욕설 파일'을 공개하고,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두차례 TV토론에서 김 씨와 이 후보의 '사적관계 의혹'을 제기할 때 만 해도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이 후보가 출마한 성남시장 선거와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과정에서 검증된 스캔들이어서, 열세인 야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치부됐다. 표만 되면 악마하고도 손을 잡는다는 선거 격언을 떠올린 것이다.문제가 복잡해진 건 한 언론인이 김 씨에게 이 후보와의 관계를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로 정리해 SNS에 게재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작가 공지영이 언론의 금도를 거론하며 김 씨를 옹호하고 나서면서다. 파문이 진실게임 사태로 번졌다. 또 영화감독 정윤철은 공 작가를 향해 "김부선 스캔들을 미투 프레임에 엮으려는 건 번지수가 한참 어긋나는 과욕"이라고 비판해 장외공방의 외연을 확산시켰다.딱해진 건 경기도다. 만만치 않은 선거후유증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를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선거불복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후보 또한 수차례 선거 후 일괄 법적대응을 공언했으니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졌다.더 딱한 건 김부선 씨와 그의 딸 이미소 씨다. 김 씨는 "딸 혼삿길까지 막을 수 없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딸 이 씨는 공개서한에서 "(스캔들을 알고) 엄마에게 손편지를 써 함구해달라 부탁했다"며 "더 이상 선거잔치에 저희를 초대하지 않기 바란다"고 논란의 종결을 희망했다. 이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여론의 한 복판에 노출되는 모녀의 잔인한 세월을 짐작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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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세기의 담판 지면기사
TV 리얼리티 쇼의 원조로 전문가들은 1999년 네덜란드방송에서 선보인 '빅 브라더'를 꼽는다. 9명이 출연해 100일 동안 한집에 사는 모습을 24대의 카메라와 60여개의 마이크를 통해 제작 방영됐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사람이 구경거리가 될 수 있는가', '관음증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에도 리얼리티 쇼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미국에선 2000년 2월 폭스 TV의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가', 8월 무인도에서 16명의 사람이 생존 투쟁을 벌여 최종 승자가 100만 달러를 차지하는 CBS TV의 '서바이어'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무한경쟁과 승자 독식 형태의 생존 리얼리티 쇼가 예능프로의 주류를 이루면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미국인들에게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는 미국 NBC 리얼리티 비즈니스 쇼 '수습사원(Apprentice)'이었다. 2004년 시작된 이 프로는 참가자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은 한 명이 연봉 25만 달러를 받고 트럼프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는 내용이다. 이 프로에서 트럼프는 한 명씩 떨어뜨릴 때마다 "넌 해고야! (You are fired)"를 마구 내뱉었고 이 말은 유행어가 됐다. 이 리얼리티 쇼가 트럼프의 대중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가 대통령에 출마한 뒤였다. 내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형 리얼리티 쇼가 될 전망이다. 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시작된 이 리얼리티 쇼는 내일 두 사람이 만나 회담을 가짐으로써 사실상 시즌 1이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리얼리티 쇼의 '극적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즌 2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전 세계 미디어가 이 회담을 주목하고 있으니 흥행은 일단 '대박'인 듯 보인다. 다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에게 집중돼, 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잡으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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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다시 보는 영화 '강철비' 지면기사
뤼미에르 형제의 세계 최초 영화 '기차의 도착'은 1895년 12월 28일 개봉됐다. 입장료는 1프랑, 관객은 33명.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2분짜리 동영상에 관객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불가사의한 일을 목격할 때 이제 사람들은 '영화같다'고 말한다.CG 작업 하나 없이 놀라운 이미지들을 영화 속에 가득 채워놓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딛기 1년 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되기 13년 전인 1968년 개봉됐다. 영화 속 우주선 이름이 '디스커버리'였다는 것 외에도 NASA의 천재들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었는지는 이미 증명됐다.토니 스콧 감독의 1998년 작 '에네미 오브 스테이트'는 평론가들에게 '상상력의 과잉'으로 '만화같다'는 조롱 섞인 지적을 받았다. 토니 스콧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도·감청, 도촬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문제를 고발하고 싶어 했다. 지금 미국은 전 세계 CCTV, 위성 시스템 등이 결합한 감시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방국 정상들의 은밀한 대화까지 도·감청하며 세계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지도자가 개성공단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비우자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핵을 갖고도 사용하지 않는 지도자에 불만을 품은 정찰 총국장이 주도했다. 다연장 로켓포탄에 치명상을 입은 지도자는 남한으로 극적으로 탈출하고, 쿠데타 세력은 남한에 선전포고를 한다. 남한 정부는 지도자를 치료해 북한으로 돌려보낸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 줄거리다. 남·북한 긴장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말 개봉 당시 '상상력의 지나친 과잉'이란 소릴 들었던 이 영화가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앞둔 지금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폭스TV 뉴스는 5일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으나 군부와 당 지도부 고위층들의 내부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는 또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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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폭염의 계절 지면기사
진시황은 마지막 '순행'길에 객사한다. 순행은 황제의 권력을 제국 전체에 시위하는 통치행위였다.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려 통일천하 곳곳을 누빈 카퍼레이드이자 로드쇼였던 셈이니 순행의 규모와 화려함은 엄청났다. 암살에 대비해 밀폐된 금속 마차를 탔고, 진시황 본인은 황제의 장엄한 복식으로 치장했다. 하지만 이게 독이 됐다. 마지막 순행은 한여름이었고, 황제의 복식을 갖춘 진시황은 찜통 같은 방탄마차 안에서 열사병에 걸려 급사한 것이다.대표적인 폭염질환이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은 체내의 염분과 수분이 더위로 소진돼서 발생한다. 피부가 차가워지고 축축해지며 체온은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서늘한 곳에서 쉬고 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호전되고, 심하면 병원에서 수액으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된다. 무서운 건 열사병이다. 외부의 열 스트레스로 체온조절 중추가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이다. 땀 배출 기능이 망가져 체온이 40도 이상 높아진다. 체내의 장기들이 기능을 상실하고 의식은 혼미해진다. 당장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그런데 폭염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생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 6대도시의 폭염과 정신질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정신질환 응급환자 7명중 1명, 특히 불안증상 입원환자 3명 중 1명은 폭염 때문이란다. 불안증상의 31.6%, 치매의 20.5%, 조현병의 19.2%, 우울증의 11.6%는 폭염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고온에 노출된 신체가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살인의 동기로 '태양'을 지목한 것은 카뮈의 문학적 레토릭이지만, 이제 과학적 근거가 나온 만큼 '이방인' 해석은 한층 다양해질 듯 하다.폭염의 계절이 왔다. 기상청은 이달부터 장마 전까지 건조한 불볕더위가, 장마 이후에는 습기 가득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했다. 구태여 과학적 연구와 전문가의 설명이 없어도 더위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더욱이 체감경기 악화로 울화(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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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 패션 지면기사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생전에 쿠바산 시거를 피우며 군복을 즐겨 입었다. 양복은 서구 자본주의 냄새가 난다고 멀리했다. 그러던 그가 2006년부터는 세 줄이 선명한 아디다스 운동복만 입었다. 외국 국가 원수는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때도 늘 그 '추리닝'이었다. 아디다스가 쿠바 올림픽 대표팀을 후원하기 때문에 입는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카스트로는 "군복보다 편하고 사진도 잘 나와서 입는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2009년 타임지는 그런 카스트로를 '옷 못 입는 지도자' 7위에 올렸다.그런 타임지가 2011년 3월엔 '카다피의 패션: 황제에게는 일부 미친 의상(Crazy Clothes)이 있다'는 특집기사를 통해 이젠 고인이 된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패션을 분석했다. 카다피는 공식 석상에 늘 루이뷔통 선글라스를 쓰고 전통의상을 입었다. 갈색 계통을 선호했지만 황금색이나 보라색 의상도 자주 입었다. 그는 드러내고 싶은 메시지를 옷으로 표현하는데 매우 능했다. 2009년 이탈리아를 방문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는 전통의상 대신 제복을 입었는데 그 가슴엔 오마르 무크타르 리비아 독립운동가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20년간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점령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1974년 11월 야세르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은 체크무늬 터번에 군복, 그리고 권총집을 허리에 차고 "한 손에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다른 한 손에는 자유를 위한 싸움에 나선 전사의 총을 들고 나는 오늘 이곳에 왔다. 내 손에서 올리브 가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연설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의 군복 패션은 국제테러조직의 우두머리였던 아라파트가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민족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변신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한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파격적인 패션이 화제다. 검은 가죽 재킷 차림으로 공항 패션을 한껏 뽐내더니 '필리핀 동포와의 만남' 행사에선 위 단추를 풀어헤친 짙은 남색 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마다 그의 파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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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환경의 날 지면기사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13개국 1천200명의 정부 대표가 모여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엔환경회의를 개최해 인간환경선언(스톡홀름 선언)을 채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를 기념해 6월 5일을 세계환경의 날로 정해, 해마다 주제를 정해 대륙별로 돌아가며 기념행사를 갖는다. 올해 인도에서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부터의 탈출'이다.하지만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의 '플라스틱 사회'를 읽다 보면 플라스틱으로 부터 인류가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책은 빗, 의자, 신용카드 등 8가지 친숙한 플라스틱 제품을 통해 인류가 플라스틱빌(Piasticville·플라스틱 도시) 거주자임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느 하루 접촉한 플라스틱을 모두 기록해보니 196개나 됐다.통칭해서 플라스틱이지만 종류는 다양하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 폴리우레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페놀수지,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등등. 젖병, 기저귀, 의류, 신용카드, 자동차, 콘돔, 인공수정체, 아스피린병 등등 용도는 무궁무진해 전능의 경지다. 인류는 플라스틱 중독자이자 플라스틱 도구의 노예로 사는 셈이니 플라스틱빌 탈출은 언감생심이다.문제는 플라스틱에 섞인 화학물질들이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이 물질들은 유사 호르몬으로 위장해 생명체를 공격한다. 비스페놀A는 비만,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간기능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 프탈레이트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반작용으로 남자 아이의 생식기관 발달을 방해하고, 노닐페놀은 에스트로겐으로 위장해 생식기관의 기형을 초래한다. 플라스틱에서 용출된 환경호르몬은 모든 생물에게 재앙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재앙의 피라미드 꼭짓점에 위태롭게 서있고….스톡홀름 선언 20년 뒤인 1992년 브라질에서 지구인 행동강령인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 서명했다. 리우 선언의 1원칙이 "인간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 논의되어야 한다.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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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동연 패싱 지면기사
5월 29일 청와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들이 참석했다. 회의 후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라는 문구가 논란을 불렀다. 청와대는 뒤늦게 "장하성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라고 문구를 수정했지만, 누가 봐도 장 실장이 경제정책 추진의 전면에 나서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패싱'당한 것으로 '읽혔다'. 5월 30일 기획재정부 간부회의. 김 부총리는 "저소득층의 소득향상과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소득이전지출 등 대책도 중요하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북돋울 수 있는 혁신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전날 문 대통령의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청와대 의견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됐다'.5월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이 말에 모두 놀랐다. 경제학자, 영세자영업자 등 여론은 임시직과 일용직이 급격하게 줄어든 원인으로 '최저임금'을 지목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 실세들을 옹호하고 기재부와 김 부총리를 질책하는 소리로 '들렸다'. 6월 1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경제 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 부총리라고 한 것이다. 김 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라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 타워 논란이 점점 커지자 청와대가 김 부총리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동안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핵심 현안에서 김 부총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김동연 패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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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넥센 히어로즈 뒷돈 파문 지면기사
그동안 야구계에서는 넥센 히어로즈가 "선수들을 너무 팔아 치운다"는 소문이 꾸준하게 나돌았다. 그때마다 "설마"했다. 그런와중에 지난해 7월 넥센은 시즌 중 간판타자 윤석민을 KT로 트레이드했다. 팬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타율 325, 홈런 7개, 타점 47개로 생애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밝혀졌다. 뒷돈 5억원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가 2009년 말부터 최근까지 트레이드 과정에서 131억5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넥센은 메인 스폰서가 없던 히어로즈 시절부터 23건의 트레이드를 체결했다. 2009년 12월 장원삼을 삼성에 주면서 발표된 내용은 투수 김상수, 박성훈과 함께 현금 20억원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금 35억원이 건네졌다. 2010년 7월 황재균을 롯데에 보내며 김수화 김민성을 데려올 때 20억원의 현금을 받고서도 KBO에 신고하지 않았다. 2010년 12월 고원준을 롯데에 내줄 때에는 이정훈 박정준과 맞바꾼다고 해놓고 뒤로 19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2011년 7월 송신영 김성현을 LG에 보내고 심수창 박병호를 영입할 땐 15억원의 뒷돈을 받았다. MLB 출신 김병현을 2014년 4월 KIA에 트레이드할 때의 뒷돈은 5억원이었다. 프로 스포츠는 막말로 '선수 장사'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선수를 트레이드할 때 현금으로 얼마를 주고받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몸값이 높을수록 오히려 선수에겐 영광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거래는 공개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넥센은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야구계에서 이번 일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터질 게 터졌다'고 하는 걸 보면 뒷돈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사태로 프로야구의 품격은 크게 훼손됐다. 뒷돈 받은 넥센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뒷돈을 준 구단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정범(正犯)과 공범(共犯)의 차이일 뿐이다.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KBO 사무국은 종범(從犯)이라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KBO 홈페이지 게시판엔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