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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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치인의 인격 지면기사
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론'에서 "한나라의 국력과 산업 그리고 문명은 개인의 인격에 달려있다"며 "법률과 제도는 다만 인격의 자연적인 결과"라고 인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스마일스 당대의 영국은 산업혁명을 주도해 해가 지지않던 시절을 구가했다. 짐작컨대 급격한 경제 발전은 도덕적 타락을 수반했을테고, 스마일스는 국력에 걸맞은 국격이 국민 개개인의 인격을 통해 구현될 것으로 확신했을 것이다.스마일스는 인격을 갖춘 신사(紳士) 감별법으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꼽았다. "자기 보다 약한 사람에 대한 신중함과 관용, 친절이 신사로서의 인격을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라며 프랑스 시인 라 모테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어느날 시인이 거리에서 한 젊은이의 발등을 밟았는데, 그는 무턱대고 시인의 뺨을 때렸단다. 라 모테 왈 "당신은 내가 소경이라는 것을 알면 반드시 이런 행위를 후회하게 될거요." 무안함에 새빨개진 그 청년의 얼굴이 저절로 그려진다.우리 사회 도처에서 미숙한 인격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수없이 목격하는 시절이다. 대한항공 세모녀는 소위 갑질로, 사회적 비난과 대중의 공분을 샀다. 수 많은 문화권력자와 정치권력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희롱한 사실이 밝혀져, 자기 분야에서 평생 쌓아온 업적과 평판을 스스로 매장시켰다. 이들의 자멸적 인격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회의와 의심으로 확산된 건 더 큰 손실이다. 일부 인사의 미숙한 인격이 초래한 재앙이 이처럼 무섭다.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계속되는 여야 정치인들의 말폭탄도 바닥 수준 인격의 증거이니, 한국 정치는 인격의 수준 만큼 국민의 불신을 받는다. 이 와중에 최근 경기도지사 선거전이 '인격검증' 공방으로 과열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욕설 음성파일'을 이유로 이 후보의 인격을 문제삼았다. 이 후보는 '개인의 불행한 가족사'를 이용하는 남 후보의 인격이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음성파일이 공개될 지 모르겠으나, 공개되면 파장은 클 것이다. 형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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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플라스틱 바다 지면기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 고뿌(컵) 없으면 못 마십니다." 1960년대 코미디언 서영춘이 불러 히트시킨 음료 광고 '사이다 송'이다. 이 노래에 인천이 등장하는 것은 이곳이 사이다의 발원지였기 때문이다. 1905년 일본인 히라야마 마쓰다로는 인천 신흥동에 '인천 탄산제조소'라는 사이다 공장을 세웠다. 인기가 좋아 1929년엔 하루에 4천500상자를 생산했다고 한다. 60년대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 중엔 인천 바다가 아예 사이다 물이라고 믿은 사람도 많았다. 그랬던 인천 앞바다에는 이제 사이다 대신 페트병이 둥둥 떠다닌다.지난 3월 영국 멘체스터 대학 연구진은 경기·인천 해안이 전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가장 오염된 지역 2위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위는 낙동강 하구였다. 전 세계적으로 ㎡당 평균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1만~10만 개인 곳은 우리나라 두 곳과 영국 머지 강과 어웰 강, 미국 세인트로렌스 강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굴과 바지락 등 조개류 4종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미세 플라스틱은 페트병의 마모로 생기는 지름 5㎜ 이하의 작은 입자들이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는 이런 자연 분해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 51조 개가 떠다닌다고 한다. 이를 플랑크톤이, 또 그것을 물고기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섭취하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다. 전문가들은 매년 평균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참치의 연간 어획량과 맞먹는다.2050년이면 바다 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더 많아 '플라스틱 바다'가 된다고 한다. 60여 년 전 값싸고 내구성이 좋아 가히 '혁명'이라 했던 플라스틱이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인천시는 인천 앞바다 폐기물 수거에 매년 80억원을 쏟아붓는다. 바다를 살리지 않으면 우리에겐 미래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1위 국가다. 오는 31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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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사제(師弟)가 직무관계? 지면기사
공자의 제자 중에 학문과 덕행이 유별났던 10명의 제자가 있으니 십철(十哲)이다.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재아, 자공, 염유, 자로, 자유, 자하 등이다. 십철 중에서도 공자는 자신의 학문과 덕행을 후세에 온전히 전달할 제자로 안연을 꼽으며 가장 아꼈다. 그 안연이 요절하자 "하늘이 나를 버린다"며 통곡했다. 시정잡배였던 자로는 공자의 교육과 추천을 통해 뛰어난 정치가로 환골탈태했다.유교적 이상국가를 실현하려던 유세정치에는 실패한 공자였지만 제자복 만큼은 차고 넘쳤고, 십철을 비롯한 제자들 덕분에 유교는 동양사상의 대표 사상이 됐다. 석가모니에게도 석가십성(釋迦十聖)이라는 열명의 훌륭한 제자들이 있어 불법이 세상에 퍼질 수 있었다. 예수의 열두제자가 전파한 기독교가 서구역사에 끼친 영향은 일설로 형언이 불가능하고.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입시사관학교 웰튼에 갓 부임한 영어교사 존 키팅은 책상위에 올라서 제자들을 굽어보며 말한다. "내가 왜 이 위에 섰는지 알고 있나? 사물을 또 다른 각도로 보려고 해서다. 무언가를 안다고 했을 때 그것을 다른 눈으로 봐야한다. 틀리고 바보같지만 시도를 해봐야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일깨워주는 스승의 역할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진학보다 인생을 가르친 죄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그를 향해, 제자들은 '마이 캡틴'이라 부르며 책상을 밟고 올라선다. 키팅은 교단을 잃고 제자를 얻었지만,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다 잃은 셈이다.오늘은 '스승의 날'이지만, 최근 며칠 사이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논란으로 빛이 바랜 느낌이다.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한송이 달아줄 수 없다는 법적 금제의 타당성을 따지다 보니, 자존심이 구차해진 선생님 1만여명은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렸을 정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단호하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과 교사는 성적, 수행평가 등 '직무연관성'이 있어 한송이 꽃 선물도 불가하단다.권익위의 김영란법 해석은 인성교육 대신 진학지도라는 직무만 남은 학교 현실을 국가 스스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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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여·야 당 대표들의 막말 지면기사
요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재밌게 보고 있다. 경계 없는 인간적 연대(連帶)가 만들어 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때론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드라마는 보여준다. 최근 방영분에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돌연 귀의(歸依)한 겸덕이 옛 여자가 찾아오자 반조(返照)를 위해 면벽 묵언(默言) 수행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반조는 몸(身)으로 입(口)으로 생각(意)으로 짓는 업(業)을 돌이켜 보는 불교 수행의 첫걸음이다. 이를 위해 면벽 묵언 수행만큼 좋은 게 없다. 달마대사가 묵언 정진의 면벽 좌선을 9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데서 '면벽구년(面壁九年)'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 때문이라고 불교는 가르친다. 가벼운 입 놀림으로 인한 낭패의 사례로 늘 등장하는 게 콘드라티 릴레예프다. 그는 1825년 12월 14일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즉위 날 벌였던 '데카브리스트의 반란의 밤' 주동자였다. 사형 언도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사형대에 목이 매였으나 운이 좋았던지 줄이 끊어져 혼자만 살았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교수형 집행 과정에서 살아난 사람은 '하늘의 뜻'이라며 살려주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밧줄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고 조롱했다가 진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입을 다물었다면 살아남아 후에 더 큰 일을 도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막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제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질세라 막말에 가세했다.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한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해 "깜도 안 되는 특검을 들어줬더니 도로 누웠다"며 "한국당은 빨간 옷을 입은 청개구리당"이라고 조롱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뚫어진 입이라고 막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설화(舌禍)로 그토록 고생 하고도 고쳐지지 않는 게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잊혀지는 것보다 막말이라도 해 존재를 과시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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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통령 지지율 지면기사
정치인들에게 지지율은 계륵(鷄肋)같은 존재다. 조사 방법에 의구심을 표하면서도 결과에 일희일비한다. 입으로는 "지지율은 바람불면 '훅' 날아가는 새털같은 것"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이란 늘 그렇다. 1981년 존 힝클리가 쏜 총에 맞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예전처럼 영화배우였다면 잘 피할 수 있었을 텐데…"라던 레이건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던진 이 유머로 지지율이 83%까지 치솟았다. 이듬해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하자 걱정하는 참모들에게 "다시 한번 총 맞으면 된다"며 유머로 넘겼지만 속은 매우 쓰렸을 것이다. 그는 배우가 아닌 정치인이기 때문이다.대통령에게 지지율은 민심의 거울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동력 상실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취임하던 해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지지율 직격탄을 맞았던 이명박 정부가 그런 경우다. 지지율 추락으로 국정은 만신창이가 됐다.과거나 지금이나 여론조사에서 적절한 표본 선정은 큰 난제다. 조사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표본 선정의 오류는 여론 조사의 왜곡을 부른다. 정치의 무관심으로 인한 낮은 응답률도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특정 지역과 계층, 세대 그리고 질문 내용과 시기, 방식까지 꼼꼼히 따져보면, 과연 여론조사로 민심을 완벽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많다.지난 4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83%로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 최고를 나타냈다. 8·9일 이틀간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76.1%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남북관계 복원'으로 큰 점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1년 내내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다. 적폐청산 등 주요 정책들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지지율에 힘입은 바 크다.문재인 정부는 연인원 1천600만명이 참가한 '촛불'이 탄생시킨 정부다. 그러니 여론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지율에 너무 집착하면 '여론조사 정치'라는 함정에 빠진다. 반드시 챙겨야 할 중요한 과제를 잊어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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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지방선거 유감 지면기사
6·13지방선거 운동장의 기울기가 심각하다. 수평회복의 조짐은 안보인다. 현장기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여당인 기호1번 후보들은 넘치는데 기호2번 이하 야당은 출마후보 찾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여당 쪽에 기운 판세가 워낙 뚜렷해서다. 그 탓인가. 여당은 공천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고 야당은 인물난에 기진맥진이다. 차기 지방자치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여당 일각의 무리한 공천과 야당의 후보난으로 검증그물이 뚫리면서 부적격 인사들이 대거 지방정가로 유입될까봐 그렇다.여당이 압도하는 6·13지방선거 분위기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과 더불어민주당의 프리미엄 덕이 크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80%안팎이고,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보수야당의 두배 이상을 유지한지 오래다. 생활자치 이슈는 중앙의 정치지형과 거대담론에 가려졌다. 드루킹 고행중인 김경수 경남지사후보, 혜경궁김씨 논란의 이재명 경기도지사후보가 자유한국당 김태호, 남경필 후보를 전례없는 고공지지율로 압도하는 이유다.3선에 도전하는 전경숙 의왕시의원 예비후보가 경선을 통해 획득한 '1(정당기호)-가(후보기호)'번을 초선 도전에 나선 후배 여성후보에게 양보한 미담이 화제다. 한선거구에서 2~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기초의원선거는 모든 정당 후보들이 '가'번호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당기호에 집착하는 유권자 성향상 '가'번은 정당의 대표 후보라는 각인효과로 득표에 훨씬 유리하다. 각 정당의 '가'후보의 당선율이 '나'후보에 비해 월등한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전 의원 미담의 이면엔 생활자치의 모세혈관인 기초의회마저 정당기호(공천)에 종속돼 중앙정치의 세포구조가 된 현실이 숨어있다.전북 장수군수 김창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9일 "중앙정치 선거 결과인 국회의석 수에 따라 지방선거 후보의 기호를 정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지방자치제도에 반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도 곱씹어볼 만한 의제다. 총인구 2만4천여명의 장수군과 같은 초미니 기초단체장 선거를 굳이 정당구조에 종속시킬 필요가 있나 의문이라서다. 최소한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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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신발 디저트 지면기사
문화인류학의 거두 레비 스트로스는 어릴적부터 고전 음악을 곁에 두고 살만큼 음악애호가였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겼다. '슬픈 열대'와 함께 기념비적 저작으로 꼽히는 '신화학(전 4권)' 시리즈 제1권 '날 것과 익힌 것'에서 그는 음식 문화를 음악과 비교했다.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곡(overture)은 풀코스 요리의 수프·채소와 같은 전채요리에 해당하고 교향곡은 스테이크와 같은 메인 요리, 앙코르 곡은 커피나 과일 같은 디저트에 비유했다. 그는 음악이나 음식이나 사람이 재료를 다루는 능력, 비법 그리고 문화에 따라 그 맛과 멋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남아메리카 밀림 속에 사는 부족들이 살아있는 엄지 크기의 애벌레를 맛있게 먹으며 자신에게 권했을 때, 그들의 문화라고 생각하니 먹을 만했다고 술회했다. 국가 정상들 간의 만남에서 만찬장 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술이 언론에 필요 이상으로 세세하게 소개되곤 한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이번 판문점 만찬에 나온 냉면을 두고 "평화의 상징은 이제 비둘기가 아니라 평양냉면"이라고 전 세계에 타전했듯이 만찬장에서 정상들이 나누는 말과 행동 못지않게 그들이 어떤 음식, 어떤 술을 먹고 마시는가는 세인들의 관심사다. 국제회의나 정상들의 만찬장에 오르는 음식들은 대체로 주최 국가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든 조리사가 누군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건배용 술의 종류와 상표, 생산연도를 식단에 자세하게 표기하는 것은 이제 국제적 관례다. 보통 정상들 만찬의 경우 6~7코스가 기본이다. 아페리티프 와인에서 시작해 입맛을 돋우는 오르되브르-수프-생선요리-육류요리-샐러드-치즈와 디저트로 이어진다. 일본 아베 총리 부부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의 만찬에서 검은 신발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나왔다고 해서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동양권에서 신발을 밥상에 올리는 것은 큰 결례다. 용기로 사용한 신사화는 세계적인 예술가 톰 딕슨의 작품이고, 요리사는 그 유명한 세게브 모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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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018 어버이날 유감 지면기사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유독 간행이 잦았던 불경이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인데 간략하게 부모은중경으로 일컫는다. 부모의 은혜를 강조한 경전 내용이 효를 근본으로 하는 유교와 상충하지 않았던 덕이다. 경에 따르면 어머니는 3말8되의 응혈(凝血)을 흘려 자식을 낳아, 8섬4말의 혈유(血乳)를 먹여 기른다 했다. 그러니 자식이 아버지는 왼쪽 어깨에, 어머니는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 다 갚기는 어렵다. 효경(孝經)은 공자와 제자 증삼의 문답 중 효도에 관한 것을 간추린 효 실천서로, 효에 기반한 충을 통치사상으로 떠받든 조선의 경국교과서였다.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한 전제정치의 사상적 도구로서 효경의 효의 용도는 시대착오적이다. 자녀인 인민이 어머니인 당과 아버지인 수령에 효성과 충성으로 받드는 거대한 가정이라는 북한의 사회주의 대가정론이 대표적이다. 통치규범으로서 효는 너무 낡아 수용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반면 부모은중경이 강조한 효의 의미는 인간적 규범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낳아주고 길러 준 부모를 향한 본능적 도리로서 '효'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가치이다.그런데 인간적 규범으로서의 효마저 흔들리는 패륜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니 큰일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사법기관은 1만2천9건의 노인학대 신고를 받아 이중 4천280건을 학대로 판정했다. 전년 보다 12.1% 늘어난 수치란다. 가해자 10명 중 4명이 아들이고, 직계가족을 비롯한 친척과 친족이 전체 가해자의 75.5%에 달한다. 경찰청이 홍철호 국회의원에 보낸 자료는 더 심각하다. 살인을 제외하고 부모를 해치는 패륜범죄가 2012년 956건에서 5년만인 2017년엔 1천962건으로 배가 늘었다니 말이다. 최근 4년간 해마다 47~60명의 부모가 자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패륜범죄의 상당수가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간의 경제적 갈등 탓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옳다면, 전례없는 취업난 속에 패륜범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에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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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힘내라! 동네서점 지면기사
'동네서점에서만 파는 책'이란 게 있다. 제법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도 온라인 서점만 이용했다면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이 책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구매하고 싶다면 동네서점을 찾아가야 한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최근 '2010~2017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을 출간했는데 제법 인기가 높다. 책도 책이지만, 숨 막히기 일보 직전인 동네서점을 살려야 한다는 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신선하다.발상도 기발하다. 문학동네가 매년 출간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중에서 동네서점 주인들이 추천한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7편을 한데 묶었다. 마케팅도 눈에 띈다. 궁금증 유발을 위해 비닐 포장을 뜯지 않으면 내용을 알 수 없게 제작했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민음사가 지난해 선보인 '쏜살문고 × 동네서점 에디션'도 오직 동네 서점을 위한 기획 상품이다. 이 책은 동네서점 '51페이지'라는 곳에서 출간을 제의했다. 입으로는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한다면서도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중심으로 마케팅에 전념하던 대형 출판사의 뼈아픈 자성(自省)도 한 몫 했다. 막상 출간되자 출판사도 놀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 출간되자 초판 2천부가 순식간에 동나 한 달 새 3쇄 4천부를 찍었다. 디자인도 첫 눈에 반할 만큼 깔끔하고 예쁘다.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데 반해, 새로 문을 여는 작은 동네 서점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형서점과의 철저한 차별성이다. 일부 서점은 고유한 취향을 자랑하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최신 유행에 밝은)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는 북 콘서트, 독서토론, 시낭송회를 여는데 열기도 뜨겁고 수준도 꽤 높다. 경기도가 최근 '힘내라! 경기 동네서점'이란 주제를 내걸고 공모한 '2018년 경기도 지역 서점' 169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서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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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벨평화상과 트럼프 지면기사
매해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한 12월10일 열리는 노벨상 수상식엔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6개 부문의 수상자는 각 분야에서 이룬 탁월한 업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명예를 인정받는다. 다만 다른 부문 수상자들의 업적이 객관적 성과와 합리적 평가가 가능한 반면, 평화상은 객관적 지표로 계량하기 힘든 '평화'의 가치 때문에 자주 구설에 올랐다.냉전시대 미국의 모든 전쟁에 관여한 헨리 키신저가 베트남평화협정으로 수상하자 논란이 일었다. 동반수상자였던 베트남의 레득토는 수상을 거부했다. 최근엔 3인의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1991년 수상자인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지를 향해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000년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때는 '로비설'로 시끄러웠는데, 노벨위원회는 "로비는 있었다. 기이한 건 정치적 반대자 등으로부터 상을 주면 안된다는 로비가 있었다"고 일축했다. 평화에 대한 인식의 충돌과 정치적 고려와 입장 차이가 빚은 불협화음이다.요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놓고 뉴스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발단은 2000년 수상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받으시라"고 보낸 축전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린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는 의미심장한 수사로 트럼프를 추켜세웠다. 미국 폭스뉴스가 이를 보도하자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그렇게 발언한 데 대해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하고, 딸 이방카는 해당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단다.트럼프의 노벨평화상 가능성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곧 성사될 북미회담의 낙관적 결과의 징조라는 해석과 평화상에 집착한 트럼프가 북핵폐기 의제를 미봉할 수 있다는 우려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한핵폐기의 수준과 속도다. 트럼프는 북핵폐기 담판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셈이다. 성공보수는 결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