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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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삼성을 겨냥한 특검 지면기사
2012년 이스라엘의 여름은 뜨거웠다. 날씨 탓도 있지만, 집세와 생필품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던 서민들이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과 공원 등지에 텐트를 치고 대규모 시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른바 '텐트 시위'다. 1주일만에 시위규모는 3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고작 800만명. 우리로 따지면 200만명 정도가 시위에 참가한 셈이다.이들은 심각한 소득불평등과 경제위기로 인한 물가부담, 소득정체에 이어 재벌들의 독과점 횡포와 정부의 취약한 공적 지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재벌이 이스라엘 경제를 멋대로 주무른 탓에 물가가 폭등했다며 독과점 타파와 생활비 안정을 위한 재벌개혁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이스라엘 재벌은 우리처럼 문어발식 경영으로 유명하다. 재벌 서열 1위인 IDB의 경우 이동통신사·건설·슈퍼마켓·시멘트·종이·화학·소매업·보험·의료 등 백화점식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스라엘 10대 재벌의 매출액은 이스라엘 GDP의 25%를 차지한다. 또 상위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41%로 OECD 국가중 1위이며 2위는 40%인 우리나라다. 이스라엘 재벌은 1990년대 헐값에 국영기업들을 불하받는 등 민영화 정책의 수혜자들이다.2013년 4월 22일 이스라엘 의회는 만장일치로 재벌개혁법안인 '경제력집중법' 을 통과시켰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4단계까지 이어져 있던 재벌의 피라미드식 지배구조를 1, 2단계까지만 허용키로 한 것이다. 재벌들은 계열사들의 정리에 들어갔다. 효과가 나타났다. 3개였던 이동 통신사가 6개로 늘어나면서 1년 새 통신비가 90%나 하락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재벌개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순실의 말 한마디에 재벌들이 앞다퉈 수십억 원의 돈을 갖다 바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재벌개혁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재벌이 존재하는 한 정경유착의 '은밀한 거래'가 끊이질 않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이 정식 수사에 돌입한 첫 날, 첫 칼날이 1위 기업 삼성을 향한 것은 그래서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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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원 까마귀 떼 지면기사
최근 수원 곳곳에 수백만 마리의 까마귀 떼가 출몰해 불길한 조짐이 아닐까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하긴 까마귀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재수 없다, 불길하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오합지졸' 등. 존재하지 않는 무(無), 아무것도 남김없이 없어지는 것도 '오유(烏有)'라고 한다. 까마귀 차지라는 거다. 고려 충신 정몽주 모친의 시조 '까마귀 싸우는 골에…'의 까마귀는 싸움질하는 관료들이고…. 중국에서도 '오룡(烏龍)'은 멍청하다는 뜻이고 오구자(烏龜子)는 불량배, 오잡(烏雜)은 어지러운 무질서라는 뜻이다. 일본어 역시 서로 닮아 분간하기 어려운 건 '까마귀 자웅'이고 대충 물만 끼얹는 목욕은 '까마귀 교즈이(行水)', 중년여성의 눈가 주름은 '까마귀 족적(足跡)'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 맹추, 시끄러운 잔소리도 카라스(까마귀)같다고 말하고 이튿날 바로 갚는 고리채는 '오금(烏金)'이고….하지만 까마귀가 나쁜 이미지만은 아니다. 영리하고 영악한 새, 자조(慈鳥) 효조(孝鳥)가 까마귀고 까마귀 새끼가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효도가 '반포지효(反哺之孝)'다. 무엇보다 '오 솔레 미오(O sole mio―오 나의 태양)'의 태양이 바로 '금 까마귀(金烏)'다. 중국신화의 '삼족오(三足烏)'는 또 해 속에 살면서 매일 해를 지고 하늘을 난다는 세 발 까마귀다. 일본 천황 능 벽화에서도 three legged crow(삼족오)는 발견됐다. 중국 한대(漢代)~남북조(南北朝) 초기 천산산맥 북쪽에 살던 유목민도 '오손(烏孫)'이었고 아메리카 원주민에도 '까마귀(Crow)족'이 있다. 까마귀 많은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하도 까마귀가 많아 흉조 길조 개념도 없지만 까마귀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까마귀와의 전쟁'을 다 선포했고 그게 2000년 6월이었다.수원시청 환경정책과에선 '수원시에 나타난 까마귀 떼는 일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년 이맘때면 무려 10만여 마리의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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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절름발이 미국' 지면기사
CRIPPLED AMERICA(절름발이 미국). 누구 입에서 이 쇼킹한 말이 튀어나왔을까.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고 대통령 당선과 함께 출간된 그의 자서전 제목이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 수세미처럼 구겨져버렸고 한물 간 국가로 전락해버렸다는 거다. 그래서 미국을 최고로 되돌리기 위해 고뇌했고 오랫동안 대선에 나설 지의 여부를 고심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자서전이라면 흔히 지난날의 성패로 인한 영욕(榮辱)과 훼예(毁譽)로 점철되게 마련이지만 '절름발이 미국'은 달랐다. 시종일관 자신감이 터질 듯 팽배해 있다는 거다. '나는 아무도 하지 못한 큰일을 해냈고 할 수 있는 내 능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1974년 28살부터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작해 트럼프라는 이름이 붙은 빌딩이 뉴욕 전역은 물론 뉴욕~하와이, 플로리다~워싱턴 주 등 9개 주와 우루과이, 인도 등 10개국에 뒤덮여 있다'고 했다.그리고 단언했다. '미국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비록 절름거리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팍스 아메리카나'는 못되지만 해낸다는 소리다. 그런 트럼프를 왕년의 미국 외교의 귀재 키신저가 18일 CBS에서 칭찬했다. '훌륭한 대통령이 되리라'고. 하지만 그의 실용적 외교는 위험하다. 미국의 실리 우선이지만 중국과의 마찰부터 잦다. 지난 2일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의 축하전화로 1979년 미·중 수교 후 37년간 미국도 인정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어긋나자 중국이 맹비난했고 '그럼 축하전화도 거절하라는 거냐'며 트럼프도 완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엔 또 남중국해에서 활동 중이던 미국의 무인기―드론(UUV)을 중국이 탈취하자 19일 트럼프가 화를 냈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저해하는 미국을 겨냥, 엉뚱한 타이완 상공으로 전략폭격기를 날렸다. 미국의 글로벌호크 정찰기와 일본의 F15 전투기도 날아들었고….2013년 10월 클린턴 힐러리가 말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영해까지도 중국 바다라는 건 그 바다 갈매기조차 웃을 일이다. 그럼 태평양은 미국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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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문재인의 '혁명'설 지면기사
일본 신문의 한국 정치권 보도를 보면 배꼽 잡는다. 탄핵(단가이)의 박근혜를 '파쿠쿠네'로 표기하고 친박은 '신파쿠', 비박은 '히파쿠'로 읽는다. 새누리당 새누리는 또 '세누리(セヌリ)'다. 일본어로는 'ㅐ' 발음과 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문재인(文在寅) 역시 '재' 표기와 발음이 안돼 '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ムンジェイン(문제인)'이다. 마치 '問題人' 같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도 '토부로' 또는 '토모니(共に)'라 적는다. '함께'라는 뜻이다. 그래서 '토모니민슈토(함께민주당)'라고 부른다. 반기문(潘基文) 역시 '판기문'이고 성남시장 이재명(李在明)은 '이제명(李除名)'도 아닌 '이제묜(イジェミョン)'이다. '이제묜이 한국의 토란푸(트럼프)로 불린다'는 거다. 배꼽 잡을 코미디가 아니고 뭔가. 하지만 한국 신문을 보면 웃음기는 싹 가신다. '헌재(憲裁)가 박근혜 탄핵안을 기각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연일 혁명을 부르짖는 게 문재인이지만 그가 진짜 '問題人'이 될까 오싹하다. 혁명이라니? 설마 쿠데타 군사혁명은 아닐 터이고. 혹시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Guevara)와 지난달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를 평소 사숙(私淑)하고 존숭했던 건 아닐까. 스페인의 식민지 쿠바를 독립시켜준 미국의 은혜를 배반, 1959년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켰던 게 그들이다. 대통령 병 말기(?)인 문재인은 개헌도 자신이 대통령이 된 후로 미루자는 것이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 매년 5억 달러의 김정은 수입원이던 개성공단도 즉각 재개하고 사드는 반대, 한·일 군사정보협정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북측이 얼씨구 하는 것만 골라잡는 격이다. 그는 '국가대청소가 필요하고 가짜보수를 촛불로 태우자'고도 했다. 도대체 정체가 뭔가.'이재명은 사이다, 문재인은 고구마, 박원순은 김치, 안희정은 밥' 따위 속설도 밥맛 가시는 정도가 아니라 토역감을 억제하기 어렵다. 인기가 솟구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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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블라디미르 푸틴 지면기사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영향력 있는 인물 1위(4년 연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꼽았다. 그런 대단한 지도자를 맹비난한 여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옛 소련) 출생의 벨라루스 작가로 작년도 노벨문학상을 탄 알렉시에비치(Alexievich·68)가 엊그제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그랬다. 그녀는 푸틴의 러시아를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후의 일본에 비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내전에 참전, 광분하듯이 매우 호전적이고 냉전시대 군국주의로 회귀한 위험인물'이라는 것이고 '러시아 TV에 연일 비치는 건 군용기와 군함뿐'이라고 했다. 그런 푸틴의 러시아가 지난달 미국 대선에 개입, 트럼프를 돕기 위해 대대적인 해킹을 했다는 것이고 오바마는 16일 '사이버 공격이 일상 업무인 러시아에 보복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사상 최대 러시아 스포츠 선수 도핑 스캔들도 러시아 정부가 주도했다. 세계반(反)도핑기구(WADA)는 지난 8일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에 30여 종목 1천여 명의 선수가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리우 올림픽을 넘어 평창 동계올림픽, 러시아 월드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도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세계선수권대회를 다른 도시에서 개최하겠다고 했다. 그런 러시아 푸틴이 15일 오후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공항에 내렸지만 그의 약속시간 지각은 상습이듯이 일본 도착도 2시간이나 늦었다. 그래도 아베 총리는 대환영했고 정상회담에도 늘 개를 옵서버로 거느리는 그를 위해 일본 명견 아키타(秋田)까지 기증, 그의 입이 한껏 벌어졌다.그런데 15~16일 일·러 수뇌회담을 러시아는 '외교의 승리'라고 했지만 중국 신화사(新華社)통신은 '일본이 러시아를 끌어들이려는 기도는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했고 인민일보는 '러·일 해빙은 어렵다(日俄寒빙難融)'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강공책으로 미·중 관계도 어렵고…. 그런데 아베는 푸틴을 러브 콜 했다. 주변 4대 강국의 합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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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치심 없는 사회 지면기사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미 독립선언문을 공동 작성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1776년 12월 프랑스 대사로 부임했다. 혁명의 기운이 발아(發芽)하던 파리에 독립선언문 작성 당사자가 왔으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던 84세의 프랑스 최고의 지성 볼테르가 그를 맞이 하기위해 몸소 한림원까지 나갔을 정도였다.프랭클린은 혁명가 모임이나 문인들의 살롱에 나가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나타나면 주변에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몰려 들었다. 그때마다 70대의 노 정치가는 독립선언문 근간이 되는 절대 왕정반대, 자유, 평등과 주권의 확립을 이루려는 열망에 대해 열변을 토해 프랑스인들의 가슴을 달궜다.어느날 저녁을 먹기 위해 생제르맹 구역을 방문한 프랭클린은 약관 스무살의 분기탱천한 변호사 조르주 당통을 만났다. 그는 프랭클린에게 말했다. "세상은 온통 불의와 비참함으로 가득차 있다. 징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당신이 작성한 선언문에는, 그같은 선언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법적·군사적 제재를 위한 권한이 전혀 없다." 선언문이 너무 추상적인 말로 채워져 있어 과연 제대로 지켜지겠냐는 일종의 '야유(揶揄)'였다. 이에 대해 프랭클린은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선언문 뒤에는 막강하고 영원한 권력이 버티고 있다. 그것이 바로 '수치심의 권력(the power of shame)'"이라고 응답했다. 인간의 수치심이야 말로 그 어떤 제재보다 옳은 길로 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수치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공자는 "수치심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知恥近乎勇)"고 말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몰염치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염치를 모르니 수치심이 있을리 없다. 수치심이 사라지면 사회는 시끄럽고, 어지러워진다. 특히 그것이 정치판일 경우 사태는 심각하다. 조기 대선조짐을 보이자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허무맹랑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지 벌써 오금이 저린다. 합종연횡(合從連衡)을 밥 먹듯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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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王師 최순실 지면기사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였다는 차은택은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은 박대통령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이었다'고 말했고 최순실의 최측근(전 블루K이사) 고영태는 '김종 문광부차관은 최순실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했다. 권력서열 1위(박근혜는 3위)였다는 그 대단하고도 엄청난 아줌마는 도대체 박근혜에게 어떤 존재였나? 박근혜 말대로 단순 서포터나 자문위원 아니면 요즘 말로 멘토였나. 멘토(Mentor)란 그리스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그의 아들 교육을 맡겼던 선도자(善導者)였고 그 말이 일반명사가 된 게 mentor다. 그런데 대통령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이었다는 최 줌마는 결코 멘토 정도는 아니었나 싶다. 감히 대통령 연설문을 때려 고치고 장차관 인사까지도 좌지우지하는가 하면 대통령 약 처방까지 대신 받았다는 그녀는 박근혜 고문급도 아닌 왕사(王師) 또는 국사(國師)가 아니었을까.왕사란 신라 이후 조선왕조 초기까지의 왕들 스승이었고 하나같이 학식과 덕망 높은 승려들로 그 최고 위계(位階)가 '國師'였다. 예컨대 고려 3대 정종(定宗)과 4대 광종(光宗)의 왕사이자 왕의 고문이었던 승려는 혜거국사(惠居國師)였고 8대 현종(顯宗)의 왕사로 사후에 국사로 추증된 사람은 지종(智宗)국사였다. 23대 고종의 국사는 진각대사(眞覺大師), 26대 충선(忠宣)왕의 스승은 진정(眞靜)국사, 31대 공민왕의 국사는 태고대사(太古大師)였고…. 그런데 '國師' 호칭을 '國尊(국존)'으로 바꾼 건 25대 충렬(忠烈)왕 때부터였고 혜영(惠永)국사가 첫 국존이었다. 신라 때도 46대 문성(文聖)왕의 스승은 진감(眞鑑)국사였고 가장 대단한 국사는 신라 말~고려 초의 진경(眞鏡)대사로 제자만도 500명이라고 했다. 왕은 아니었지만 왕 이상의 권세를 누린 고려 중기의 권신 최충헌(崔忠獻)도 지겸(志謙) 대선사(大禪師)를 국사처럼 모셨다. 중국에서도 국왕의 스승(國王的導師)을 '왕저스(王者師)' 또는 '궈스(國師)'라고 했고 일본에도 '오시(王師)'와 '코쿠시(國師)'가 존재했지만 최순실은 국사까지는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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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캄캄한 12월 지면기사
2016년 12월, 이 겨울이 너무나 캄캄하다. 마치 길고 긴 터널 속에 처절한 음률의 레퀴엠(위령곡 진혼곡 장송곡)이 울려 퍼지듯 암울하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마지막 미완성 레퀴엠에다가 베토벤의 제3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이 한꺼번에 울리는 듯싶다. 침체된 경제 위기와 절망적 시국으로 연말 모임들까지 취소한다는 뉴스고 빚만 떠안은 채 문 닫는 숱한 자영업, 기업 구조조정으로 한창 나이에 퇴직 위기에 몰린 직장인들에다가 청년 취업률은 6년 만에 최저라고 했다. 침체된 경기는 1997년 IMF 구제금융 구걸 때보다도 더하지만 차마 문을 닫지 못하는 자영업자들하며…. 살기도 어려운데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덮친 농촌, 거제도 등 문 닫는 조선소 인근의 폐가들, 무려 800여개 점포가 불탄 대구 서문시장 등 온통 절망적 뉴스다. 그러니 연말 사랑의 온도 탑도 올라갈 리 없다.게다가 출산율은 1925년 통계 시작 후 최저라고 했다. 이른바 인구절벽 끝에 5천만명이 서 있는 거다. 이 캄캄한 12월, 활력이라고는 촛불 시위 함성뿐이다. 11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ABC 뉴스의 데이비드 무어(Muir) 앵커가 한국의 7차 촛불 시위를 보도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토록 외치던 대통령 탄핵이 성취됐는데도 여전한 촛불 시위를 납득할 수 없다는 거다. 그는 덧붙였다.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란다'고. 또 하나 신기한 건 그 많은 촛불 인구의 신명이다. 저들은 이 암울한 12월 절망과는 전혀 무관한 별천지 인종이란 말인가. 생계 걱정과는 전혀 무관하게 활력 뻗치는 무리는 또 있다. '그래그래 잘한다! 옳지!'해가며 촛불에만 고무돼 있는 야 3당이다. 대관절 이 캄캄한 12월, 재벌 총수들은 왜 또 청문회에 불러내고 방송사 사장들까지 증인석에 앉히겠다는 건가.제 허물이 뭔지도 모른 채 '피눈물 타령'이나 하고 앉아 있는 박근혜도 한심하지만 박+최 정권 가신(家臣) 폐족(廢族)들로 낯 뜨겁다는 게 어떻게 뜨거운지도 모르고 콧잔등 터지도록 갈라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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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깨지는 새누리당 지면기사
새누리당이 두 동강도 아니고 세 토막으로 쪼개질 판이다. 남경필 등 탈당파들이 창당을 선언했고 친박과 비박도 갈라서기 직전이다. 새누리당은 당명부터 글러먹었으니 바꿔야 한다고 필자가 국회 '憲政'지 2013년 2월호에 상세히 설명한 바 있지만 새누리의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고어(古語)다. '누리'라는 말의 용례는 훈몽자회(訓蒙字會), 악학궤범(樂學軌範) 등 고문헌에 나온다. '누리'의 준말은 '뉘'다. '새누리당' '새뉘당'은 '새 옛날 세상 당'이라는 뜻이다. '새 옛 세상 당'이라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망발인가. 그런데도 2012년 8월 창당 때 당명이 아직도 그대로다. 문제는 또 있다. 중국과 일본 언론은 새누리당 보도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했다. '새누리'의 한자 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선 '새누리당'을 執政黨(집정당) 아니면 '新世界黨' 또는 '新國家黨'으로 불렀고 일본에서도 '새누리'를 '세누리(セヌリ'로 표기하고 있다.새누리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일본과 중국에선 표기 불가다. 그래서 일본에선 '韓ナラ黨', 중국에선 '大國家黨'이라고 했다가 '大'자가 내키지 않았던지 '一國家黨'으로 표기했었다. 더불어당도 일본에선 '도부로民主黨' 또는 '共に(토모니)民主黨'으로 표기하고 중국에선 '共同民主黨'이라 부른다. 한·중·일 아시아시대다.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이왕이면 이웃나라에도 통하는 당명이 어떨지, 그런 당명을 지은 천재적 두뇌들에게 묻고 싶다. 어쨌거나 새누리당이 둘로, 셋으로 쪼개져도 친박계는 '새 옛날 세상 당'을 끝까지 끌어안고 놓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순실 사태만 해도 특히 친박계는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러날 줄 모르는 당 대표의 경박한 말투도 문제다. '탄핵이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다가 벌 떼 같은 네티즌의 조롱거리가 되다니!그런데 참 별나다. 더불어당은 야당이 아닌 '여당(與黨)'이라는 뜻이다. 그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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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有故 대통령 지면기사
한국 대통령은 거의가 유고였다. 초대 이승만은 4·19로 하야했고 박정희는 측근의 총에 피살됐다. 전두환 노태우는 감옥에 갔고 DJ와 YS도 감옥과 단식투쟁 등 불행했는가 하면 노무현은 탄핵~감옥 문턱에서 자살했고 박근혜도 탄핵을 당했다. 윤보선과 최규하는 대통령 시늉만 했고…. 대통령 유고가 잦은 이유가 뭘까. 풍수지리 명리(命理)학자들은 청와대 터가 흉지(凶地)라서 그렇다는 거다. 하긴 풍수지리 국세에 문외한인 눈으로 언뜻 쳐다봐도 청와대 뒷산은 꼭 봉분(封墳) 같고 본관 지붕은 상석(床石)을 닮았다. 그런데 청와대뿐이 아니다. 미국의 백악관과 일본 총리 공관(舊館)도 예전엔 유령이 출몰한다고 했고 집 주인인 대통령과 총리도 유고가 잦았다.윌리엄 해리슨(Harrison) 9대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폐렴으로 사망(1841년)했고 재커리 테일러(Taylor) 12대 대통령은 급성 콜레라로 급사(1850년)했지만 독살설이 분분했다. 링컨 대통령 암살은 1865년이었고 제임스 가필드(Garfield) 대통령(20대)의 피격 사망은 1881년이었다. 윌리엄 매킨리(Mckinley) 대통령(25대)은 1901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35대)은 1963년에 암살됐고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별장에서 뇌출혈로 숨졌다. 일본도 2005년 새 총리공관 신축 이전의 구관은 '유령의 집'으로 불렸고 새 공관의 첫 주인공인 타나카 기이치(田中義一) 총리도 퇴임 2개월 만인 1929년 협심증으로 급사했고 하마구치 오사치(濱口雄幸) 총리는 그 이듬해 도쿄역에서 피격, 치료 중 사망했다.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 총리와 사이토 마코토(齋藤眞) 총리도 각각 1932년과 36년 총격으로 숨졌고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총리가 흉기 습격을 받은 건 1978년이었다.그런데 한국 대통령의 비극은 최근에도 그침이 없다. 10일자 일본 요미우리와 도쿄신문은 '박근혜 탄핵' 사설까지 썼다. 혼란 최소화를 바랐지만 일본과 껄끄러워질 차기 정권을 더 우려했다. 중국도 빠른 회복 안정(盡快回復穩定)을 바란다고 했지만 사드 거부는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