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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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準 전쟁상태 지면기사
북한 제네바 유엔대표부 대사 서세평(徐世平)의 '세평(世評)'이 "조선반도(한반도)는 지금 준 전쟁상태"라는 거다.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영어로 말했다. 그는 또 "유엔의 조선제재결의안에 반대한다. 호상(상호) 불공평 때문이다. 미국과 남조선의 대규모 군사훈련도 조선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므로 준 전쟁상태라는 것이고 그러니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런 북한은 중국까지도 비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밤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논평을 실었다. '피로써 성립시킨 중요한 우호관계를 주저 없이 파기하며 온갖 나라와 밀실서 야합했다'고. 논평은 또 '세계의 공산당, 노동당은 세계 민주화와 정의를 위한 투쟁의 선두에 서자'고 호소했다. 북한이 '세계 민주화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기가 막힐 소리다.북한이 중국까지 비난했다면 북·중 관계는? 2013년 2월 3차 핵실험 후에도 북·중 관계는 일시 냉각됐지만 그 해 5월 특사를 베이징에 파견, 유화책을 썼었다. 그럼 이번은 어떨까.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이 1일 워싱턴 제4차 핵안전정상회의(第四屆 核安全峰會)이자 마지막 핵안전정상회의에서 말했다. "중국은 말을 했으면 실천하는 유언실행(有言實行)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며 책임 있는 대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 말 그대로 중국은 한 달간 대북 제재에 성실히 동참했다. 그래선지 대북압박 성과는 현저하다는 게 세계 언론 평이다. 그런데 북한은 다음달 제7회 노동당 대회 초대장을 중국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는 GPS(위성항법장치) 교란 전파에다 1일 오후엔 지대공미사일―북한판 패트리엇 미사일까지 쏴댔다.준 전쟁상태→전쟁상태로 가자는 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40%의 전과자가 출마한 국회의원 선거전에 몰입, 깜깜 절벽인 게 안보다. 그러면서 불거지는 소리가 개성공단 재개 따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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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야구예찬(野球禮讚) 지면기사
'끝판왕' 오승환의 입단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해진 미 프로야구 명문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때 'Stan The Man'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스탠 뮤지얼도 팀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다면 더 놀랄 것이다. 일곱 번이나 내셔널 리그 타격왕으로 뽑혔고, 세번 MVP로 선정되었으며, 1941년 카디널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단 한번도 팀을 옮기지 않은 예의 바르고 매너 좋은 뮤지얼은 지금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야구인 중 한 명이다. 1958년 10월 21일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린 그날 경기에서 우리 실업대표팀은 비록 3대0으로 패했지만, 우리의 에이스 김양중은 그 뮤지얼을 삼진으로 잡은 것은 추억 정도로 접어두자. 58년 전 일이다.카디널스가 한국을 방문했던 그 시절은 모든 시설이 초라했다. 그럼에도 야구를 보기 위해 허름한 동대문 구장을 가득메운 2만여 관중을 보고 카디널스 선수들은 '한국인의 야구사랑'에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까마득히 앞서 있다고 생각한 그 메이저리그에 이제 우리 선수들이 무려 7명이 뛴다. 기량도 출중하다. 미국인들에게 야구가 하나의 언어이며 꿈이듯, 이제 우리에게도 야구는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인천과 수원, 아니 전국이 술렁인다. 특히 야구팬들의 가슴이 설렌다. 운동회를 앞둔 날처럼 가슴이 뛴다. 오늘 2016 프로야구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즌 첫 경기가 인천 SK 와이번스와 수원 kt 위즈, 수원 kt 위즈와 인천 SK 와이번스와의 이동통신 경쟁업체의 라이벌 대결이다. 이른바 '이동통신사 더비'다. kt 위즈는 슈가 레이 마리몬, SK는 김광현이 선발로 나선다. "무슨 야구를 갖고 그러느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제 프로야구는 축구를 제치고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더욱이 인천은 야구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야구의 고향'이다. 오늘 같은 날은 야구예찬을 해도 흉이 아니다.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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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韓流 부흥 지면기사
30개국도 넘게 수출됐다는 KBS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계기로 부흥의 기류를 한껏 탔다는 게 한류라고 했다. 그런데 한풍(韓風), 한조(韓潮) 등으로도 불리는 한류의 지류(支流) 방향은 늘 이웃 중국과 홍콩 대만이었다. 2002년 거센 한류 바람과 물결을 일으켰던 TV 드라마 '겨울연가'도 일본의 '욘사마(배용준)' 신드롬과 함께 촬영지였던 남이섬은 관광명소가 됐지만 한류 보도엔 일본보다 중국 홍콩 대만 언론이 늘 앞섰다. '韓流'라는 말이 중국 현대한어사전(現代漢語詞典)에 오른다는 홍콩경제일보 보도는 2002년 그 해 12월 24일이었고 '겨울연가'는 '동계연가(冬季戀歌)' '윈터 소나타' 등 제목으로 홍콩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한류 지류가 형성됐다. 그런데 중국의 한류는 한 발 더 앞섰다. '한국바람이 불고 간 후(韓風刮過之後)'라는 인민일보 사설이 실린 건 2001년 11월 4일이었다.'강남 스타일' 비디오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뜨린 싸이(Psy朴) 돌풍은 또 어땠던가.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 영상 조회 수 7억9천만 건으로 역대 세계 1위였던 캐나다 출신 가수 저스틴 비버(Bieber)의 뮤직 비디오 'Baby'를 까마득히 제친 15억 번을 넘었다. 그 사실을 전한 것도 중국 신문이었다. 영어라고는 한 자도 쓰지 않는 중국 신문이 '江南style再破紀錄 youtube点擊量 超15億次(강남스타일이 또 기록을 깨 유튜브 접속 15억 번을 넘었다)'고 보도한 건 2013년 4월이었다. 싸이는 문화훈장에다가 2013년 그 해 5월 브리태니커사전에도 등재됐다. K팝 스타는 걸그룹, 보이그룹만 해도 헤아리기 어렵다. 모두가 한국의 반짝이는 보배다. 그들 한류 스타의 '문화 한국' 전파력,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넘는다. 그런 걸 중국 언론에선 '星星(스타들) 生産力'이라고 했다.한류 드라마 남자 주인공에 대한 여자 주인공의 호칭인 '오빠! 오빠!'는 또 '오우빠(歐巴)'로 중국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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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핵안보정상회의 지면기사
다음달이면 체르노빌(Chernobyl) 원전 사고 30년. 옛 소련, 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이 지금 큰 공사 중이다. 1986년 4월 26일 시운전 중 폭발한 4호기를 덮었던 거대한 콘크리트 석관(石棺)이 노후, 뜯어내고 새로운 석관을 덮어 방사선물질 비산(飛散)을 막는 공사다. 공사 자금을 갹출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지난 23일 공개한 그 생선묵 모양의 반원형 강재(鋼材) 석관은 높이가 자그마치 109m, 길이 257m, 폭 162m로 지진이나 토네이도 등에도 견디게 설계됐다고 했다. 그런데 30년 간 방사선 물질을 기피, 얼씬도 못했던 폐로(廢爐)의 낡은 석관을 이제야 레일로 이동, 개축작업에 들어갔고 더욱 놀라운 건 완공 후 100년간 봉쇄한다는 그 점이다. 체르노빌에 비하면 6분의 1의 방사선이 누출된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田) 원전 사고 주변도 주민이 떠나버려 폐허가 돼버렸고 주민 복귀엔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린다는 거다.에너지원으로 필요불가결한 원자력발전도 그처럼 위험하다. 원전을 가리켜 중국에선 핵발전소라는 뜻으로 '핵전참(核電站)' 또는 핵 창고를 뜻하는 '핵창(核廠)'이라 부르고 방사능 낙진도 '핵진(核塵)'이라 하는 이유도 그처럼 위험하기 때문이다. 원전이든 핵무기 핵탄두든 폭발하면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 토양까지 죽어버린다. 그걸 북한 김정은이 알고 있을까. 알면서도 청와대를 비롯한 남쪽 동족을 '핵 폭풍으로 날려버리겠다'고 연일 위협할 수 있는가. 게다가 미국 백악관 핵 폭파 영상까지 공개했고 심지어 6·25 한국전쟁 혈맹인 형님의 나라 중국을 향해서도 '우리 공화국 압박책동을 멈추지 않으면 핵 폭풍으로 날려버리겠다'는 조선노동당 문서가 공개됐다는 게 28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보도였다.오늘부터 열리는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핵 폐기해법, 김정은 망거망동 방지책을 찾을 수 있을까. 지구촌 최대 위험 요소인 북핵 뇌관은 시급한 제거가 순리다. 지난달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킨 미국 하원은 지구상에서 없애야 할 우선순위로 IS와 북한 정권을 꼽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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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브라질이라는 나라 지면기사
국토 면적 세계 5위, 인구 2억명의 남미 대국 브라질이 속된 말로 개판이다. 심각한 경제 불황에다 지우마 호세프(Rousseff) 정권의 오직(汚職) 스캔들로 정부 지지율이 10%로 추락, 정권퇴진 요구 시위가 거세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하원이 본격 심의에 들어간 게 대통령 탄핵소추고 그녀뿐 아니라 룰라(Lula)까지 물러가라는 압박이다. 2003년 중도좌파 노동당 정권의 권좌에 오른 룰라는 재임 중 월드컵과 올림픽을 유치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로 현 노파 대통령을 후계자로 지명했던 인물이다. 그런 룰라가, 2기(期) 8년에 걸쳐 정권을 장악했던 그가 현 정권의 일개 관방(관청)장관에 취임한 사연이 기괴하다.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여당 정치권의 사상 최대 오직사건, 그 중심인물이 룰라지만 브라질 헌법은 별나게도 각료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대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법적 구속을 회피하기 위해 장관이 됐다는 거 아닌가.그래서 짝짜꿍 룰라와 호세프는 함께 물러나라는 게 연 350만 시위대의 외침이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도 브라질리아 대통령 궁에서 연설, "탄핵은 민주주의 말살 쿠데타다.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회계 분식(粉飾) 등 실정(失政)에 대한 탄핵 찬성 국민이 70% 이상인데도 그랬다. 그러니 오는 8월 올림픽이나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는가. '巴西爆發 反世界杯游行(브라질 폭발, 월드컵 반대시위)'는 2014년 5월 중국 언론 보도였지만 브라질 국민은 그 해 월드컵은 물론 금년 올림픽에도 반대, 전국 18개 도시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살기도 어려운데 스타디움 건설 등 수십억 달러를 처들이지 말라는 반대였다. 세상에, 월드컵과 올림픽도 싫다는 나라가 브라질이다.지카열 발원도 브라질이다. 미국 질병대책센터(CDC)가 25일 지카열 대책 지침을 발표했다. '발증(發症)으로 진단된 여성은 2개월간 피임하고 남성은 6개월간 콘돔을 착용할 것' 등. 칠레 보건당국은 10명의 감염자 중 한 명이 성관계 감염이었다고 26일 발표했다. 우리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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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괴물 트럼프 지면기사
그는 한 마디로 괴물, 두 마디로 만화다. 영국인 아티스트 제임스 오스트레아가 미국 대선 후보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를 괴물로 만든 사진작품을 홍콩서 전시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게 25일자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었다. 괴물은 끔찍했다. 푹 뒤집어쓴 금발 가발, 입에 물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프랑스 빵 크로와상(croissant), 벌름거리는 코는 완전 돼지 코였고 깨진 금박(金箔) 파편이 흩어져 붙어 있는 양복 하며…. 그래도 넥타이만은 맨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의 험구(險口)는 닫힐 줄 모른다. 지난 23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테러 용의자에겐 물고문부터 해야 한다. 감히, 분명히 말하지만 IS(이슬람國)엔 핵병기가 최후수단"이라고. 30일 워싱턴 핵 안보 국제회의를 코앞에 둔 미국 대선후보 경쟁자 구강에서 어떻게 핵 운운 괴담이 불거져 나올 수 있다는 건가.미국 경제계는 '미국 불황을 초래할 위험인물'이라고 했고 휴렛 패커드(Hewlett Packard)의 멕 휘트먼(Meg Whitman) 최고 여성 경영자는 "그런 선동가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카리스마 경영자 잭 웰치(Welch)까지도 엊그제 TV에 출연, "트럼프가 우위라는 게 유감"이라며 탄식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15일 케니(Kenny)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 발언과 그의 유세장 폭력사태는 "민주주의 훼손에다가 미국이라는 브랜드에도 상해를 입히는 사태"라고 비난했다. 해외의 악평도 끊일 새 없다. 페냐 니에토(Nieto)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를 히틀러에 비유했다. 멕시코인 불법 이민을 마약 밀매범과 강간범 등으로 매도했다는 거다. 중국 국영지(紙) 환구일보(環球日報)도 지난 17일자 논설에서 '중국을 적시(敵視)하는 그의 험구는 중·미관계에 방해요인'이라고 했다.영어 스펠링도 틀리기 일쑤인 트럼프, 어떻게 그런 괴물 만화 감이 특등국가 수뇌가 되겠다는 건가. 오버하지 마, 오버 마→오바마처럼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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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300 지면기사
외국인들의 우리에 대한 불가사의 중 하나는 들쭉날쭉한 영화 취향이다. 흥행의 성공을 장담했던 영화는 참패하고, 끼워 팔기 했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에서만은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2007년 3월 영화 '300'이 국내 개봉됐을 때,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영화는 '대박'을 쳤다. 292만9천400명이 이 영화를 보았다. '300'바람이 불었다. "스파르타여 ! 아침을 든든히 먹어라. 저녁은 지옥에 가서 먹을 것이다!" 등 영화 속에 등장한 대사들은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일개 무명배우에 불과했던 제라드 버틀러는 이 영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스타가 됐다. 영화는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전쟁이 배경이다.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페르시아 30만 군대와 맞서 싸우다가 전멸한 테르모필라이 전투. 영화 '300'에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스파르타 군인들의 황홀한 식스팩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죽음을 불사하고, 임전무퇴의 자세로 조국 스파르타를 위해 싸우다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 300명의 전사들. 그 전사들을 이끄는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강하다. 수입사 홍보 카피도 이점을 파고 들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사들이 온다!"공교롭게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영화처럼 '300'명이다. 길조인지 흉조인지 몰라도 이거 기막힌 우연 아닌가. 18일 후면 우리는 4년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300명의 전사를, 아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는 당내 경선조차 나서보지도 못하고 탈락한 예비 후보자들, 시작도 못해 보고 뜻을 접어야 하는 불운의 주인공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자신들이 계파정치의 희생자며, 그래서 직접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한다. 우리는 최근 한달여 동안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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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천 잡음 지면기사
다음달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정당 공천 파열음, 알력 등 잡음이 몹시 시끄럽고 귀에 거슬린다. 정당 공천이란 왜 그리 시끄러운 건가. 하지만 그건 당연지사다. 고요한 공천이란 이상할 정도가 아니라 있을 수 없다. '제후는 천자에게 사람을 천거할 수 있다(諸侯能薦人於天子)'는 말은 '맹자'에 나오지만 공천(公薦)이란 글자 그대로 공적인 공동 천거인 데다가 '천거(薦擧)'라는 글자의 뜻은 마치 헹가래치듯 여럿이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거다. 그러니 안 시끄러울 수 있겠는가. '공천'의 동음이의(同音異義)어로는 옛날 관아(관청)의 사내종과 계집종을 '공천(公賤)'이라고 했고 요즘도 신위(神位)나 부처님에게 바치는 음식물을 점잖게도 '공천(供薦)'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본엔 공천(코센)이란 말이 있지만 중국에선 공천이 아니라 '공거(公擧:꿍쥐)' 또는 '공추(公推:꿍투이)'라고 해 별나다.어쨌거나 막바지 공천파동이 가관이다. 마치 진흙탕 개싸움―이전투구(泥田鬪狗), 그거 같지 않은가. 영어에선 투견에서 진 개 underdog을 패배자 열패자(劣敗者), 희생자라 지칭하고 투구(鬪狗)에서 이긴 개에겐 top dog―최고의 개라는 찬사를 보내지만 중국엔 '泥田鬪狗'라는 말이 없고 일본에선 '도로지아이(泥仕合)'라고 하지만 '이전투구'와 같은 뜻이다. 상대방의 비밀과 약점 등을 들추는 추잡한 싸움도 '도로지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적인 신뢰와 사적인 신의를 모두 저버린 배신의 정치를 하고도 뻔뻔스레 공천 헹가래 받기를 원하는 언더독도 괘씸하고 한심하지만 감춰뒀던 본색과 본태를 드러낸 채 다른 철새 도래지로 날아가 버리는 행태 또한 봐주기 어렵다. 도끼 시위를 벌인 사내는 또 뭔가. 반면에 선당후사(先黨後私)라며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천 탈락 신사도 계시고….비례대표라는 건 또 뭔가. 그건 추가, 열외(列外), 덤, 기타, 소수점 이하 대표지 무슨 비례대표라는 건가. 하긴 그런 추가 덤 자리도 감지덕지 감읍(感泣)할 인사도 흔하겠지만…. 국회의원 소리만 들어도 지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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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홍콩 로봇 '소피아' 지면기사
일본에선 '리세도루(李世どる)' 중국에선 '리스스(李世石)'로 불리는 이세돌은 AI(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로 세기적(?) 스타로 부상, 광고모델 제의 쇄도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는 엊그제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마치면서 알파고와 다시 한 번 대결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졔(柯潔) 9단은 "중국의 AI 업체가 또 다른 바둑 대결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또 세계 6개국 31개 팀이 참가한 바둑대회를 지난 20일 도쿄에서 열었고 일본의 AI 바둑 소프트웨어 젠(Zen:禪)이 우승했다. 그 우승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직속으로 AI 개발 조직을 신설키로 했고 차후 10년간 5개 연구기관에 1천억 엔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미래를 위해 AI를 택했다'고 보도한 건 그곳 언론이고….그런데 섬뜩하고도 쇼킹한 뉴스가 있다. 군사적 로봇, 탐색 킬러 로봇개발 경쟁에 선진국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구문(舊聞) 탓이 아니다. 홍콩의 AI 로봇 '소피아(Sophia)'가 지난 20일 "인류를 파멸시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홍콩 로봇기술 선두주자인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의 데이비드 핸슨 박사가 개발한 로봇 소피아가 서슴없이 그렇게 말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오드리 헵번과 핸슨 박사 아내의 생김새를 본떠 제작했다는 로봇 소피아는 핸슨 박사의 "인류를 파멸시키고 싶습니까? 제발 아니라고 말해요"라는 질문에 'I will destroy humans'라고 즉각 대답했다. 그녀는 놀랍도록 인간과 닮았다. 얼굴엔 색소 반점과 목주름까지 있고 눈에는 특수 카메라가 장착돼 상대방과 눈길을 맞춰 대화할 수 있는 데다가 뭔가 석연치 않으면 눈썹을 찡그리고 반가우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등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는 반응 표정이 62가지나 된다는 거다.더욱 놀라운 건 "집과 가족도 갖고 싶고 예술도 비즈니스도 시작해 보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아직 법적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겠지만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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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태양의 후예' 지면기사
지구의 130만 배 크기, 표면~깊이 300㎞ 온도 6천도, 중심부 1천500만도, 타오르는 표면 수소의 불꽃이 물경(勿驚) 10억 개의 수소탄 위력과 맞먹는 태양! 태양이 없으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 햇빛 기온 공기, 물의 순환 등 지구 환경이 망가져 농사도 못 짓기 때문이다. 태양은 끝도 없이 위대하다. 우주 만물, 그 어느 것과도 비교 비견이 불가능한 절대적 존재다. 그런데 인간의 태양 모독이 극심하고 언감생심 태양 참칭이 자심하다. 무엇보다 수억 개의 태양으로 날조, 지구상으로 끌어내린다. 무슨 소린가. 최소 수억 명의 청춘 남녀가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 미오(O sole mio→오! 나의 태양)'를 외치며 무엄하게도 태양을 의인화(擬人化), 하찮은 인간 존재로 매도하지 않던가. 게다가 '심청전'은 해가 뜨는 곳이 동쪽 바다 속 '부상(扶桑)'이라는 뽕나무, 지는 곳은 '함지(咸池)'라는 연못이라고 했다. 해를 축구공만 하게 여긴 거다.중국 신화엔 또 태양을 싣고 하늘을 달리는 마차를 끄는 남성 신 희화(羲和:시허)가 나온다. 태양을 수박덩이 크기로 봤다는 거다. 북유럽신화는 더욱 어이가 없다. 우주 남쪽 끝 극열화광(極熱火光)의 세계인 무스펠헤임(Muspelheim)이라는 곳에 거인들이 사는데 해와 달은 바로 그 극열화광에서 튀어나온 불똥이고 그 불똥을 주신(主神) 오딘(Odin) 등이 손바닥으로 탁탁 잡아 하늘에 매달아 둔 게 다름 아닌 해와 달이라고 했다. 태양을 불똥으로까지 비하하다니! 이집트 왕 파라오는 태양의 신 라(Ra)의 아들로 통했고 프랑스의 루이14세는 자칭 '태양 왕'이었다. 그럼 파라오가 루이14세의 아들 격인가. 태양 모독 집단도 흔하다. 전후(戰後) 일본 문학단체 '太陽族'과 중국 문예단체 '太陽社' 등. 또한 책과 문학작품 제목이 '태양의 도시' '태양의 계곡' '태양의 풍속' 등이라면 태양 여행이라도 해봤다는 건가.태양 찬양 찬사라면 끝도 없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라는 TV 드라마가 중국과 태국 등에서까지 폭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