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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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김정은의 發惡 지면기사
북한이 또 미사일을 쐈고 유엔안보리가 또 비난성명을 냈다. 유엔이고 뭐고 없다는 듯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이어 18일 800㎞ 중거리 미사일을 연거푸 쏴 올리자 유엔안보리는 이튿날 "중대한 문제다. 상황을 주시, 필요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지난 2일 채택한 추가 제재조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중국 CCTV도 같은 날 '안보리가 강렬하게 견책했다(安理會强烈譴責)'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일까. 아니라고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북한 분석 사이트인 '38 North'는 19일 '북한 북동부 풍계리(風溪里) 핵 실험장에서 새로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의 4차 핵실험에 이어 5차, 6차 실험도 할 수 있다는 거다. 상용(商用)위성이 지난 6일과 14일 촬영한 사진을 '38 노스'가 분석한 결과 지하 핵실험장의 미사용 갱도에서 추가 핵실험을 할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도 핵실험도 끝도 없이 할 거라는 소리다.19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사설은 추가 핵실험 시기를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과 5월 조선노동당대회 전후가 될 걸로 내다봤고 핵미사일 개발 자금과 물자를 차단하는 포위망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북한이 초조할까? 유엔 회원국의 각종 제재 동참에다가 엊그제 끝난 한·미연합군의 독수리,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이 그 '열쇠'라는 게 뭘 뜻하는 건지 알고 있을까. 바로 북한 핵시설의 족집게 폭격, 다시 말해 외과의사가 암 부위만을 도려내는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를 안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1981년 이라크의 핵 개발 시도 때는 이스라엘이 오시라크(Osiraq) 원자로를 기습 폭격, 핵무장을 저지했다. 더구나 유엔에선 지금 '서둘러 김정은을 교체(driver change)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하지만 한·미연합군의 공격성 훈련에 맞서 북한도 그런 훈련을 하고 있다. 도대체 김정은의 발악이 어디까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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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천정국(公薦政局) 지면기사
이상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데 '총선정국'보다 '공천정국(公薦政局)'이라는 말이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다. '공약'은 사라지고 온통 '공천'얘기 뿐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똑같다. 그래서인지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공약'보다 '보복공천' '살인공천'으로 채워진다.공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의 합의에 의하여 사람을 천거(薦擧)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러사람'이라는 것은 10여명이 모여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된다'라는 전근대적인 방식이 아니다. 다중의 사람들, 즉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지구당 당원들이 경선에 의해, 후보자를 뽑는 것이 원래 '공천'의 의미다. 그런데 그 '공천'이 언젠가 '낙점(落點)'으로 바뀌었다. 낙점의 어원은 또 이렇다. '조선시대 이조(吏曹)에서 3인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를 비삼망(備三望)이라고 하는데, 왕이 이들 후보자 중에서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이름에 친히 점을 찍어 임명을 결정하는 것'. 지금이 딱 그 꼴이다. 각 당의 '공천심사위'에서 '낙점'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밀실정치'일 뿐 진정한 '공천'으로 보기 어렵다.조선왕조실록에 문종 즉위년(1450년) 10월10일 기사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집현전(集賢殿) 직제학(直提學) 박팽년(朴彭年)이 상서(上書)하였다…. 수령(守令)이 되는 자는 한두 사람이 공천(公薦)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혹은 세도가(勢道家)의 자제이거나, 혹은 재집(宰執)의 친한 벗이거나, 혹은 자급(資級)이 음직(蔭職)에서 오르거나, 혹은 서리(胥吏)에서 나오거나 하여, 청탁(請託)으로 인하여 부탁한 뒤에 이를 얻은 자들입니다. 그 뜻이 이미 고루(固陋)하여 본래 원대한 포부가 없으니, 재화(財貨)를 탐내어 백성들을 괴롭히는 일을 어찌하지 않겠습니까…'. 인용이 좀 길었지만 무려 566년 전, 박팽년의 상소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낙천의 변(辯)도 구구하다. 그래서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실추된 명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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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4차 산업혁명 지면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반상(盤上)대결이 인류에게 큰 과제를 안겼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시대로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20세기 최고 역사가이자 12권짜리 '역사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아널드 토인비(Toynbee)가 처음 사용했고 4차 산업혁명(Industry 4.0 또는 the 4th Industry revolution)이라는 개념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건 근년이었다. 1차 산업혁명이 기계화 혁명, 2차가 전력을 이용한 대량생산, 3차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구글 딥마인드(Deepmind) CEO 허사비스(Hassabis)도 예거했지만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만능 가사 도우미와 위험한 일 해결사는 물론, 체질별 맞춤 의료시술과 지구 온난화문제 등까지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거다.그런데 지난 8일 CNN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방부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사람의 뇌에 장전할 수 있는 장치, 이른바 웨어러블(wearable) 기기(機器)와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을 목표, 프로젝트를 성립시켰다는 거다. 그게 바로 인간과 기계가 조합(믹스)된 사이보그(cyborg) 창조다. 1㎤ 크기의 기계장치를 뇌 속에 삽입, 뇌의 구성요소인 뉴런(neuron)을 전기 신호로 변환시킴으로써 뇌와 디지털 기기 사이의 데이터를 전송(轉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그리되면 청각과 시각장애 등 획기적 치료를 비롯해 뇌졸중 치료, 병사의 전투력까지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인체의 약점을 보강, 장수시대를 열기 위한 프로젝트로 영화 속 괴물 사이보그가 아니다.하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에 휘둘릴 수도 있다. 자가당착 자승자박, 제 꾀에 넘어가는 격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으로 인해 2020년까지 선진국 중심으로 최소 500만명이 실직할 수 있다'고 했다. 실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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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계모 계부 지면기사
독일 철학자 니체는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그에게 의붓아버지―계부가 있었다면 '신은 죽었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고 하기도 전에 45년 삶을 더욱 단축시켰을지도 모른다. 계부의 구박과 닦달, 학대와 구타를 몰랐던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방인' '시지프(Sisyphe) 신화' 등의 프랑스 작가 카뮈와 중국의 문학자 사상가 철학자인 후스(胡適)도 계모 밑에서 성장했다. 그런데 의붓어미 아비가 모두 악질은 아니다. 링컨 미국 대통령만 해도 8살 때 엄마를 잃고 계모 손에 자랐다. 하지만 계모 세라 부인은 링컨을 친자식처럼 극진히 보살피며 교육에 힘썼고 링컨이 56세에 암살당하자 가장 슬퍼한 사람이 81세 계모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계부와 살았다. 중장비 운전기사 부친의 유복자로 출생, 알코올 중독자 계부를 만났던 거다. 그는 개천에서 난 용을 잘도 알아봤던 것인가.계모 계부를 가리켜 '옳을 의'자 '의모(義母), 의부(義父)'라고 하듯이 옳은 계모 계부 또한 많다. 하지만 속담을 봐도 나쁜 계모 계부가 다수인 듯싶고 계부 속담만 해도 '의붓아비 떡 치는 데는 아니 간다(해롭게 될까 봐)' '의붓아비 소 팔러 보낸 것 같다(심부름 가서 돌아오지 않음을 비유)' '의붓아비 묘 벌초(건성건성)' 등. 지난달 백골 상태로 발견된 부천 여중생의 범인도 계모(아빠는 목사)였고 평택 야산에 암매장, 엊그제 발견된 7살 원영 군도 계모한테 당했다. 더욱 가증스러운 건 안 그랬다는 듯 꾸민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화성의 20대 계부가 6살 남아를 밀치는 바람에 창틀과 장롱에 머리를 박아 죽었고 그 후부(後父) 아부(亞父)→계부 역시 태연히 거짓말을 해댔다. 그냥 사고였다고….선진국에선 계모 계부의 살인죄 벌칙이 추상같다. 7살짜리를 의자에 묶어 때리고 욕조에 머리를 처박은 채 구타, 숨지게 한 계부에게 2006년 뉴욕법원은 가차 없이 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선고했고 2013년 3살배기를 치사케 한 계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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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난가지락(爛柯之樂) 지면기사
고수(高手) 묘수(妙手) 악수(惡手) 패착(敗着) 패(覇)싸움, 수(手)읽기 등 바둑 용어는 일상용어가 돼버렸다. 그만큼 바둑 서예 그림 거문고는 선비가 즐기던 4예(四藝)로 꼽혔고 바둑을 둘 줄 알아야 선비 축에 들었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두는 '보리바둑'이든 서투르기 짝이 없는 '줄바둑'이든 바둑 두는 흉내라도 내야 사대부(士大夫)-양반 소리를 들었다는 거다. 바둑 단수(段數)의 별명도 흥미롭다. 이제 겨우 싸움질을 할 줄 아는 '투력(鬪力)'을 3단이라 했고 조금 재주를 부릴 줄 아는 '소교(小巧)'는 4단, 지혜를 운용할 줄 안다는 단계의 '용지(用智)'는 5단, 그윽한 '유현(幽玄)'의 경지에 든 수준이 6단이다. 그럼 9단은? 그야 신과 인간의 경계, 신의 경지에 한 발짝 들이민 거 아닐까. 그런데 중국의 바둑 '위기(圍棋:웨이치)'를 글자 뜻 그대로 Surrounding Checkers라고 하지만 바둑은 한 마디로 '난가지락'이고 '좌은(坐隱)'의 경지다.'좌은'은 앉은 채 은퇴한다는 바둑의 이칭(異稱)이고 난가지락은 한 마디로 신선놀음이다. '난가(爛柯)'란 중국 '술이기(述異記)'라는 책에 나오는 말로, 왕질(王質)이라는 나무꾼이 어느 날 난가라는 산에 깊이 들었다가 두 동자(아이)가 나무 그늘에서 바둑 두는 모습에 반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는 얘기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은 거기서 왔지만 바둑의 역사는 아득한 요순(堯舜)시대부터였고 중국사(史)의 바둑광(狂)은 숱하다. 맹자는 며칠씩 식음을 전폐하기 일쑤였고 당 현종(玄宗)은 양귀비에게만 빠진 게 아니라 바둑에도 목까지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그 당나라 바둑이 신라에도 전파, 박구(朴球) 등 바둑 고수들이 즐비했고 특히 조선 숙종 때의 산수화가 최북(崔北)은 국수(國手)급 바둑광으로 만년에 바둑 수를 온전히 못 읽는 걸 한탄, 스스로 눈 하나를 빼버릴 정도였다.바둑판을 '목야호(木野狐)'라 부른다. 나무로 깎은 여우라는 뜻이다. 뚫고 들어가 포위해 잡는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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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이세돌 9단 지면기사
이세돌의 '세돌'부터 궁금하다. 바둑 알 3개의 세 돌인지, 3주기 3돌인지, 아니면 세상 돌진의 '世突'인지, 삼돌이 돌쇠 등의 그 '세乭'인지…. 일본 언론은 '李世도루'라고 했고 중국에선 '李世石'으로 개명을 해버렸다. 乭자는 한국제(製)로 중국엔 없는 글자다. 12일 밤 CCTV는 알파고(阿爾法圍棋)와 李世石 9단의 대결을 '사람과 기계의 대전(人機大戰)'이라고 했지만 얼마나 웃기나. '알파高가 어디 학교인지 우리 애 입학시키고 싶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돈다지만 알파고는 바둑 몇 단일까. 무단(無段)이다. 상대가 9단이면 9.5단, 10단이면 10.7단 정도로만 실력을 발휘하니까. 그 이름만 봐도 이기게 돼 있다. Alpha는 그리스어 알파벳 첫 자(A,a)로 최고, Go는 영어로 바둑이니까 '최고 바둑'을 뜻하기 때문이다. 바둑의 한자도 일본에선 '圍碁(이고)'고 중국에선 '圍棋(웨이치)'다. 흑백분쟁을 연상케 하는 바둑돌도 요즘 중국선 청(靑) 적(赤)돌이 유행이다. 아무튼 이세돌 9단을 존경하는 일본 바둑의 1인자 이야마 유타(井山裕太)는 이세돌의 연패에 "쇼크다! AI(인공지능)바둑을 향해 모자를 벗는다"고 했고 중국 인민일보는 '과학기술이 나날이 다르다(科技 日新月異)'라고 썼다. 두렵다. 인공지능 영화만 해도 1984년의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2000년의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 근년의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와 엑스 마키나(Ex Machina), 채피(Chappie) 등 얼마나 많았나. BBC 엔터테인먼트가 거의 매일 방영하는 게 인공지능 과학 영화다. 에디슨 이후 최고 발명가, 정확한 미래예측으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Kurzweil)은 애정과 인격을 갖춘 로봇 출현을 2029년으로 내다봤다. 그럼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고보다도 진화를 거듭한 인공지능에 인간이 완전히 굴복하는 시기는? 1999년 개봉 영화 매트릭스(Matrix)는 그걸 멀리 2199년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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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후쿠시마 5년 지면기사
폭발이 있었다. 31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사고의 심각성을 몰랐다. 방제복도 입지 않은 소방관들이 출동해 태연히 물을 뿌렸다. 그러나 그건 재앙의 시작일 뿐이었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24분.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원자력 발전소 4호 원자로 폭발 사고. 우리는 그때, 그날, 그 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체르노빌 원전사고'라고 부른다. 사고 36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주민 대피명령이 떨어졌다. 후유증은 끔찍했다. 5년 동안 7천명이 더 사망했고, 70여만명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제 '체르노빌'은 재앙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올해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다.25년 후,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에 멈춰버린 시계가 있다. 잿빛 잔해로 남은 마을, 아무도 없는 교정에 덩그러니 서 있는 천사상, 오염된 땅, 버려진 어선…. 동일본대지진이 남긴 상흔이다. 2011년 3월 11일, 리히터 규모 9의 지진이 일본 태평양 연안을 강타했다.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곳곳에서 땅이 갈라졌다. 도로가 부서지고 전봇대가 쓰러졌다. 차라리 시간이 멈추었다면 좋았을 그때, 10미터 높이까지 치솟은 쓰나미가 덮쳤다. 뒤이어 원전이 폭발했다." 일본의 저명한 종교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이소마에 준이치 '죽은 자들의 웅성임'에서 그려진 5년 전 후쿠시마(福島)의 암울한 풍경이다. 그날 후쿠시마에서 울려 온 굉음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어쩌면 그 굉음은 인류의 귓전에서 영원히 메아리 칠지도 모른다. 너무나 무섭고 처참한 '재앙의 굉음'이고 '죽음의 굉음'이기 때문이다. 실시간 위성으로 중계된 사고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우리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재앙은 계속되고 있다. 비가 올때마다 고농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오염수는 그대로 바다로 흘러나간다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다. 오히려 한술 더 떠 후쿠시마 원전을 관광지로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다크 투어리즘'. 전쟁이나 사고가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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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독서바람 열차' 지면기사
책의 도시 파주시가 지난 1월 말부터 파주 문산역~양평 용문역의 경의중앙선에 '독서바람 열차'를 운행 중이다. 독서 '바람(風)'인지 '바람(望)'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 얼마나 멋진 열차인가. 스마트 폰만 생이 땅 구멍 들여다보듯 하는 게 아니라 책도 읽는 열차라니! 하지만 책도 책 나름이다. 어떤 책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한자가 나오는 책, 한자 관련 책을 보는 게 좋다. 그게 지혜의 샘, 슬기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만 해도 한자 표기가 없는 건 smart phone이 아니라 fool(바보) phone, lunkhead(돌대가리) phone일 뿐이다. 매주 월요일 KBS TV 프로 중 하나가 '우리말 달인'이지만 한자 쓰기는 없다. 달인에 등극(?)한 사람들에게 달인이 무슨 뜻인지, 달인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를 물었어도 과연 달인이 됐을까.국어사전은 '달인'을 '학술과 기예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중국의 '達人(다런)'이라는 말은 '널리 사물의 도리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도를 닦아 초인의 경지에 이른 철인(哲人:저런)을 가리킨다.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서도 達人(타쓰진), 達者(타쓰샤)는 '명인(名人)'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지하철 칸엔 노랗고 빨간 색의 좌석이 군데군데 별도로 표시돼 있다. 이른바 '임산부' 자리라는 거다. 하지만 '姙産婦'는 글자 그대로 아이를 밴 임신부와 아이를 출산한 출산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임산부 자리가 아니라 그곳에 표시된 '만삭' 그림처럼 임신부 자리다. 한자를 모르는 문맹의 소치다. 지난 1월 17일 고교생 TV 프로 '골든 벨을 울려라'에서는 인천 고교생들이 '仁川'이라는 한자를 못 썼고 3월 6일 여수 모 고교에선 '正直'이라는 교훈을 못 쓰는 학생이 다수였다. 그러니 교훈이 됐겠는가.오늘의 한자는 중국의 파격적인 간자(簡字) 사용으로 인해 글자 모양도 다르고 단어 뜻도 다르고 발음도 전혀 다르다. 한·중·일 한자와 한자어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상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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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낸시 레이건 지면기사
퍼스트레이디를 중국에서 '第一夫人'이라고 하는 건 장칭(江靑) 양카이후이(楊開彗) 허쯔전(賀子珍) 루어푸런(羅夫人) 등 5명의 마오쩌둥(毛澤東) 부인 중 본처만을 가리키는 듯싶다. 하지만 5명 모두 주(周)나라 文왕 자손이라는 마오의 족보에 올라 있다. 그런데 한 부인만을 뜻하는 퍼스트레이디 호칭이 난제다. '퍼스트레이디A, B…' 등으로 부를 수도 없고. 미국서 First Lady 호칭이 사용된 건 1930년대부터였다. 그 전엔 대통령의 여성 형 명사인 Presidentress 또는 Mrs President 아니면 그냥 'OOO부인'으로 불렀다. 어쨌든 별의별 퍼스트레이디가 다 있다. 케냐의 키바키 대통령 부인 루시 키바키는 깡패였다. 2005년 5월 자신의 기사가 내키지 않는다며 새벽에 신문사를 습격, 기자의 뺨을 갈기는가 하면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패대기치기도 했다. 사생아 출신 3류 배우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은 2002년 7월 33세로 요절했고….퍼스트레이디가 없어도 탈이다. 2006년 1월 취임한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46)은 독신으로 정육점 아줌마 출신인 누나 에스테르가 퍼스트레이디 역을 맡았고 쇼걸 출신으로 2009년 5월 이탈리아 장관이 된 마라 카르파냐(33)는 이혼한 베를루스코니(Berlusconi) 총리(72)의 퍼스트레이디 역을 대신했다. 가장 행복한 퍼스트레이디는 누구였을까.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 시각) 타계한 낸시 레이건(Nancy Reagan)여사를 the Happiest First lady로 꼽았다. 화려한 은막 출신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를 받았고 장수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94년 삶에 명암은 교차했다. 7살 때 부모가 이혼, 이모 손에 자랐고 유방암에다가 남편의 치매증을 10여 년간 간병하는 등.그런데 그녀가 더욱 불행했던 건 성씨를 뺏긴 채 '낸시 레이건'으로 불린 그 점 아닐까. 한국의 초대 퍼스트레이디 프란체스카 여사도 불행한 일생이었다지만 성씨 'Donner'를 뺀 '프란체스카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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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황사주의보 지면기사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노래의 풍진(風塵)은 '바람에 날리는 티끌'이고 대표적인 티끌이 먼지 황사다. 티끌을 진개(塵芥), 진애(塵埃)라고도 하지만 세상이 곧 티끌이다. 중국에선 세상을 '천천(塵塵)'이라고 일컫지만 진세(塵世), 진계(塵界), 진경(塵境), 진해(塵海) 등도 세상을 뜻하는 단어고 진외(塵外)는 속세 밖, 세외(世外)를 가리킨다. 그럼 '이 몸이 죽어가서 백골이 진토 되어…'의 진토(塵土)는 뭘까. 흙 티끌이자 흙먼지다. 진개 역시 모래 티끌을 뜻한다. 티끌 塵자는 땅 위의 사슴을 형상화한 글자로 고상한 동물인 사슴들이 알면 화가 날 거지만 세상은 풍진이고 티끌이고 황사다. 그런데 설경(雪景)을 '백설경'이라 하지는 않는다. 모래 역시 파란 모래, 까만 모래가 없는 한 '황사'가 아닌 그냥 모래고 모래바람 현상, 비사(飛砂) 현상이다. sandy dust phenomena(모래 먼지 현상)다. 하물며 '홍진(紅塵)'이라니! 붉은 티끌, 붉은 모래란 말인가. 듣기만 해도 확 토할 것 같은 느낌 아닌가.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은 중국의 황하(黃河)가 글자 그대로 늘 흐려 있어 맑을 새가 없다는, 바꿔 말해 구제불능 상태를 뜻하지만 황하문명이 곧 황토 황진 황사문명이고 홍진 홍사문명이다. 황사 홍사가 서해로 흘러들어 황해(黃海)가 되고 '황해도' 지명도 그래서 생기지 않았던가. 그 중국 스모그 미세먼지와 황사야말로 문제다. 중국에선 '황사'보다 '풍사(風砂:펑사)'라는 말을 많이 쓰고 봄철 황사도 '春天的風砂'라고 하지만 아무튼 산둥(山東)반도→서해 5도와 인천은 중국 황사의 최단(最短) 직격 코스다. 인체 수난도 수난이지만 매년 봄철 황사 피해는 10조원을 넘는다는 게 환경연구기관 평가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를 덮친 중국 황사가 시속 100㎞로 날아 1주일이면 미국 북서부까지 날아든다는 거다. 그래서 생긴 말이 '스모겟돈'이고 '샌다겟돈(Sand+Armageddon)'이다.황사주의보가 '다'가 아니다. 한·중 대책을 넘어 세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