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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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엘리자베스 2세 지면기사

    영국 여왕 빅토리아는 1837년 백부(伯父)인 윌리엄 4세의 뒤를 이어 즉위했다. 1901년 1월 사망 때까지 64년을 재임해 역대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19세기를 관통한 그의 시대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양당제 의회 진영을 적절히 조율하며 정치 경제 등 여러 방면에 두루 치적을 남겼다.1897년 버킹엄 궁에서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가 열렸다. 영국 식민지의 총리와 총독이 런던에 총출동했다. 조선도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6개국 겸임공사인 민영환을 파견했다. 사절단 일행 5명은 3월 말 서울을 출발, 6월 초 런던에 도착했다. 6월 22일 기념식에 참석하고 7월 17일 귀국길에 올랐는데, 민영환은 3개월 노정을 '사구속초(使歐續草)'란 여행기로 남겼다.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9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1952년 25세에 왕위에 올라 70년을 재위했다.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을 넘어선 기간이다. '현대사 산증인과 작별하는 날, 하늘엔 무지개가 열렸고, 영국 국민들은 버킹엄 궁에 모여 추모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서거 이틀 전 여왕을 알현한 트러스 신임 총리는 "여왕은 영국의 정신이었다"고 했다.여왕은 남편 필립공과 금실이 좋았다. 3남 1녀를 뒀다. 지난해 심장의 반쪽이 세상을 떠난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평생 반려자를 잃은 충격에 노구(老軀)를 추스르지 못했다. 한 여성으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맏아들(찰스 국왕)의 이혼과 재혼을 아픈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1999년 4월에 한국을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초청으로 3박4일을 머물렀다. 안동에 여장을 풀고 봉정사, 하회마을 등 명소를 둘러봤다. 하회마을 한옥을 방문했을 때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간 일화가 남는다. 서양에선 공개된 장소에서 발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데, 한국 문화를 존중한 배려였다고 한다. 방한 중 생일이 겹쳐 한식 정통 생일상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선하다.영국의 정신적 지주가 영면했다. '플래티넘 주빌리' 축복의

  • [참성단] '성균관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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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성균관 차례상' 지면기사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의 기본 음식인 송편, 나물, 적(炙·구이), 김치, 과일, 술만으로 차려진 차례상은 매우 간소했다. 성균관은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 나오는 대례필간(大禮必簡)을 간소한 차례상의 근거로 들었다.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의 대유학자 김장생의 '사계전서'를 인용해 전(煎)과 같이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을 올리는 것도 예가 아니라고 했다.성균관의 차례 간소화 방안을 따르면 차례상만 조촐해지는 것이 아니다. 차례상에 음식을 놓는 법식인 진설(陳設)을 놓고도 다툴 일이 없어진다.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문헌에 없는 예법이니 편하게 올리면 된단다. 사진으로 지방(紙榜)을 대신해도 상관 없단다.제사를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형법 158조)에 처할 정도로 제사는 우리 정신문화의 정수이다. 또 가장 격렬하게 변화 중인 문화이기도 하다. 고조부터 모시는 4대 봉사(奉祀)는 3대나 2대로 줄었다. 한·두 자녀 가정이 대세가 되면서 제사 문화의 중심인 장남·장손들이 없는 집도 많고, 상속 지분이 같아지면서 장남의 봉제사 의무감도 희박해졌다. 차례상 배달업체가 등장한 지 오래이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차례 음식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MZ세대에겐 엄마가 앓았다던 명절 증후군이 요령부득일 테다.성균관의 파격적인 차례 간소화 방안은 제사 문화를 보전하려 유교 예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성균관 차례상'을 차렸다간 추석 아침 이집저집에서 분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어와 돔배기(상어고기)가 올라가야 하는 경상도 제사상처럼 문중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차례상 문화를 고집하는 어르신들 또한 적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래도 주머니 사정만큼 차례상이 초라해질까 걱정이던 서민들에겐 '성균관 차례상'이 위로가 될 수 있겠다.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이 인증(?)한 상차림이니 더욱

  • [참성단] AI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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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AI예술 지면기사

    예술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은 때로 무용한 물음이 될 수도 있다. 수많은 학자·미학이론가·평론가 등의 도전적 시도에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예술은 번번이 그런 도전적 시도의 손아귀를 벗어난다. 예술의 속성이 원래 그러한데다 종래의 개념과 범주를 위반하고 넘어서는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상상력까지 가세하여 예술의 정의와 범주는 틀에 박힌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예술을 지칭하는 '아트(art)'란 말의 다른 뜻이 기술인 것처럼 예술은 기술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색채와 빛을 중시한 인상파 화가의 그림도 화학공업의 발달에 따라 유화용 물감이 개발됐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음향기술이 없었다면 비틀즈나 BTS도 MP3도 없었을 것이고, 만일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오페라 가수의 아리아나 판소리 명창의 노래를 라이브로나 듣고 살아야 했을지 모른다. TV 등 영상기술이 개발됐기에 백남준이나 줄리안 오피 같은 미디어아트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 이야기' 같은 하이퍼텍스트문학이나, 테크노픽션 등의 디지털 문학도 IT와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시도였다. 예술의 개념과 범주를 무너뜨리고 또 다시 세운 마르셀 뒤상의 '샘'이나 '자전거 바퀴'는 엉뚱함과 기발함 또는 상식과 편견의 틀을 깨뜨려버리는 예술의 본질과 도전적 속성을 잘 보여준다.우려했던 태풍 힌남노가 빠르게 한반도를 지나간 지금 AI가 그린 그림 하나가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의 태풍을 불러왔다. 지난 달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생성한(아직 이를 창작이라 하지는 않는다) 그림 '공간 오페라 극장'이 인간이 만든 작품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자 예술의 개념과 범주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예술이 아니라 클릭으로 만든 디지털 기술에 불과하며, 스포츠 경기에 로봇을 투입한 격이라는 등 반론도 적지 않다.그러나 예술이나 문학도 그 자신의 역사가 스스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가변적이고 인공적인 것이면서 또 늘 변화하고 확장되고 발전해왔다. 예술은 인간에

  • [참성단] 이장(里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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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장(里長) 지면기사

    1980년대 장수드라마 전원일기를 보면 마을 이장(里長) 역할이 도드라진다. 회의를 소집해 마을의 대소사를 정하거나 주민 간 다툼을 조정하는 등 어른의 면모를 보여준다. 1970년대까지 설 명절에 주민들이 이장님께 세배를 드리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이장에 대한 전관예우는 시한도 없다. 죽을 때까지 '이장님'이고, '이장님 댁'으로 불린다. 세태는 변했어도 이장은 여전히 지방자치법에 의해 면장이 임명하는 마을(행정리)의 총책임자다.월 30만원 수당을 받는 말단 신분이나, 이장 직함은 때로 조합장과 시의원 등 선출직으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스물아홉에 고향인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 이장에 선출됐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최연소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장관에 오른 큰 인물이 됐다. 장관 시절, 이장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썼다는 후문이다. 경기 광주 출신인 전(前) 경기도의회 부의장도 10년 넘게 마을 이장을 지낸 경력을 지녔다.이천시 모가면 한 마을이 이장 문제로 시끄럽다. 주민들이 선출한 새 이장을 면장이 임명하지 않으면서 민관(民官)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임기(2년) 만료 5개월을 앞둔 현 이장을 불신임하고 새 이장을 선출했는데, 면장(面長)이 임명을 계속 미루는 것이다. 주민들은 '절차상 하자가 없는데 이유도 없이 임명되지 않는다' 하고, 면에선 '해임 사유가 안 된다'고 맞선다.주민들은 면장이 임명을 미루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소각장 설치에 찬성하는 주민들에 대한 보복성 행정이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주민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즉각적인 임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천시청도 주민들의 자치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민들이 대동회를 열어 다수 의결로 결정한 사항은 (면사무소가) 질의할 사안도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자치법엔 '이장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 중에서 해당 지자체 규칙에 따라 면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주민들이 불신하는

  • [참성단] 추석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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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추석 태풍 지면기사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다. 7월부터 9월까지 20개 이상이 발생해 많은 피해를 남기고 소멸한다.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한반도는 단군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조선왕조실록엔 대풍(大風) 피해 기록만 700여건에 달할 정도이다. 일본 정벌에 나선 여몽연합함대를 휩쓸어버린 태풍을 일본은 신풍(神風·가미카제)으로 믿었다.우리 시대에 경험한 가장 강력한 태풍들은 공교롭게 추석 연휴를 강타했다. 1959년 추석(9월 17일)에 한반도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사라'는 전설적 피해를 남겼다. 전후 복구에 안간힘을 쓰던 나라와 국민을 매몰차게 할퀴었다. 일기예보도 없던 시절 조촐한 차례상을 차렸던 국민 849명이 사망했고, 37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 부산은 고립됐고 재산 피해는 정부 예산의 15%에 달했다. 사라가 지금껏 태풍 트라우마의 대명사로 남은 까닭이다.2003년 추석 연휴를 강타한 '매미'는 최대순간풍속 60m/s를 기록한 살인적인 강풍으로 남해안 도시와 제주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부산항 타워크레인들이 줄줄이 넘어갔고, 제주도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간판을 비롯한 인공구조들이 도시의 하늘을 날았다. 사망·실종자 130여명에 4조2천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매미는 바로 전 해에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며 역대 최악의 재산피해(5조1천500억원)을 남긴 '루사'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았다. 루사와 매미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우리의 제안으로 두 이름은 태풍 명단에서 제명됐을 정도였다.추석 연휴를 앞두고 '힌남노'가 한반도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6일 오전 부산 앞바다 상륙을 예고했지만 제주에선 폭우로, 전국에선 날 선 바람으로 이미 징조는 강력하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관측 이후 역대 최고인 슈퍼 태풍이라니 걱정이 크다. 과수 농가는 설익은 과일을 서둘러 따고, 남해안 포구마다 어선들을 뭍으로 인양하느라 분주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어야겠다.바다 수

  • [참성단] BTS 병역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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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BTS 병역 여론조사 지면기사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1조2천559억원으로, 2020년 7천963억원보다 58%(4천596억원)나 급증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면서 주가(株價)에도 훈풍이 불었다. BTS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2020년 11월엔 주당 42만1천500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비싼 몸' 하이브는 BTS 멤버들 병역 해소 방안이 불투명해지면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정부는 대중문화예술분야 우수자들에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1992년 12월생으로, 최고령인 진(본명·김석진)은 오는 12월 입대해야 한다. 주가는 지난 6월 13만8천원까지 밀렸다가 반등했으나 여전히 10만원 후반대 횡보 중이다.BTS 병역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부가 여론을 묻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에서 "데드라인(시한)을 정해놓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고, 여론조사를 빨리하자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BTS 병역문제에 관한 빠른 결정을 촉구한데 따른 답변에서다.당장 연예인의 병역문제를 '인기투표'와 다름없는 여론조사로 결론지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와 정치권이 중대사안 결정을 미루다 시한이 임박하자 국민에 떠넘기려 한다'며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는 비난들을 한다. 유사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조사에 의지할 것이냐는 게다.여론조사 소식이 전해진 날 하이브 주가는 반등했으나 다음날 다시 하락했다. 주식만큼 여론에 민감한 경제시장이 없다. 국민 반응이 싸늘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국방부가 "장관 발언은 여론조사가 필요한지를 검토하라는 지시였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다.가수 유승준(45·스티브유)은 미(美) 국적을 얻어 병역을 피한 죄로 2002년 이후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2003년 지인 부친상 때 잠시 귀국한 게 전부다. 비자발급이 번번이 불허되자 소송을 내 2020년 승소했으나 우리 영사관은 이후

  • [참성단] 굿바이 고르바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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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굿바이 고르바초프 지면기사

    역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역사적 주사위를 던진 특별한 인물을 만나 진로를 바꾼다. 우리 시대에서 그 정도 인물을 꼽자면 단연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우선이다. 그가 주도했던 세계사의 전환을 직접 목격했던 역사적 체감은 여전히 생생하다. 1985년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최고 권력인 공산당 서기장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할 때 표방한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글라스노스트'(개방)로 냉전을 종식하고 소련을 해체했다.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은 애초에 한계에 직면한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체제를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였다. 시장경제의 부분적 허용과 사유재산 제도를 도입했고 언론자유를 허용했다. 안정적인 개혁, 개방을 위해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핵 군축 조약을 체결하고,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단행했다. 1989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2차 대전 이후 지속된 냉전을 공식적으로 종결시켰다.소련 위성국가들에 대한 정치,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한 브레즈네프 독트린 폐기는 세계지도를 바꾸었다.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민주국가로 전환됐고, 독일이 통일됐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소비에트 연방의 공화국들이 속속 독립을 선언했다. 소련 최초의 대통령이 됐지만 개혁, 개방의 반동으로 소련은 급격히 해체된다. 결국 공산당 잔존 세력의 쿠데타를 평화적으로 진압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이 1991년 소련을 해체하자,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한다.자유진영 국민들은 그를 '고르비'라는 애칭으로 부를 만큼 사랑했다. 우리에게 끼친 영향도 각별하다. 1990년 한·소 수교로 북방외교의 활로가 열렸고, 소련이라는 현관을 통해 중국은 물론 구 공산권 국가들로 외교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강력했던 소련 연방 해체의 원흉으로 지목돼 푸대접을 받아 말년이 외로웠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가 초래한 세계질서의 변화는 고르바초프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라는 평가와 분석이 우세하다. 역사가 사람을 부리는 방식일테다.역사는 반동에 의해 반복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 [참성단] '2만 한전'과 원전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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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2만 한전'과 원전 수출 지면기사

    한국전력공사 주가는 2016년 5월 6만2천7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향했다. 2020년 3월엔 2만원 선이 깨지면서 1만9천250원까지 추락했다. 무려 67.27%나 하락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산업이 초토화되면서 4년 사이 3분의1 토막이 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연간 적자는 5조2천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이었다.올해 초 2만250원이던 한전 주가는 새 정부 출범 즈음 2만5천원을 넘어섰으나 다시 고꾸라져 지난 24일 2만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보다 달랑 600원 오른 제자리 걸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뒤 기대감은 높아졌으나 당분간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연간 매출 60조원을 넘는 공기업의 시가총액이 13조2천억원에 머물면서 동학 개미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주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만의 원전 수출이다. 엘다바 원전의 총사업비는 300억 달러(약 40조원)로, 한국이 참여하는 사업은 3조원 규모다. 한수원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엘다바 원전 4기에 터빈 건물과 구조물 80여 개를 건설하고 기자재를 공급한다.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시각이 한수원의 쾌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강력한 원전 육성 및 수출 정책이 연계된 가시적 성과라는 것이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정부의 세일즈 외교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생지옥을 경험한 원전 건설업체와 기자재 공급업체들도 표정이 밝아졌다.산업기반이 망가진 원전 현장은 참담한 지경이다. 관련 기업들이 줄도산했고, 생계가 막막해진 근로자들 상당수가 타 직종으로 빠져나갔다. 주요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가 폐지 또는 축소되면서 인력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국내 원자력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 '미래 먹거리'를 단단

  • [참성단] '마음 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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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마음 챙김' 지면기사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가야 할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루카치(1885~1971)의 '소설이론'(1916) 첫 대목이다. 100년 전의 문학이론서가 예언서처럼 읽히는 시대가 왔다. '신이 떠나버린 시대'라는 표현처럼 현대사회는 이정표 없는 혼돈의 시대다. 에너지·주식·환율·기후 등 모두 예측이 불가능한 시계 제로의 안갯속 상황이다.8월 백두산에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중국 남방 지역은 40일째 폭염이다. 유럽의 긴 가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값 폭등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에그플레이션까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환율이 계속 오르고 주식의 변동성이 커졌으며, 강남역 주변에도 노숙자가 생긴 지 오래다.정치권의 이변도 예사롭지 않다. 집권 여당이 신주류와 대표가 당원권 정지와 비대위 효력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더니 법원 판단 한 번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허겁지겁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정비하고 또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지만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전에 정무수석실과 시민사회수석실 등 비서관급 참모진 10여명을 개편하여 윤핵관의 색깔을 빼기로 했다고 한다. 집권 초기 여당의 와해라니, 초유의 일이라 낯설고 생경하다.한국가스공사는 가스를 비싸게 수입해 와서 저렴하게 팔아 생긴 손실이 5조원을 넘자 결국 오는 10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산업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인상 폭과 수위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정치·경제·기후·에너지·식량문제 등 경험해보지 못했던 총체적 난국에 국민들은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요즘 전래의 명상 수행법들을 실용화한 '마음 챙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밧진(Kabat-Zinn), 말렛(Marlatt), 크리스텔러(Kristeller) 등 마음 챙김(mindfulness) 이론가들은 현재 있는 순간을 그대로 수용하고 자각하며,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는 거리 두기만 잘해도 스트레스와 불안 및 그릇된 생각에서

  • [참성단] 공혈견과 헌혈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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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공혈견과 헌혈견 지면기사

    사람 몸의 혈액량은 몸무게의 7~8%인데, 체중이 60~80㎏인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5ℓ정도의 양이다. 혈액이 공급하는 영양과 산소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어, 과다출혈로 혈액의 3분의 1 이상을 잃으면 죽는다. 사고현장에서 지혈이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이고, 혈액 수혈 없는 수술실은 상상할 수 없다.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봉사이다.반려동물도 수술과 질병 치료 과정에서 수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헌혈과 수혈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과 반려묘들이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치는 경우가 드물거니와, 그런 상황이 닥쳐도 수혈까지 용인할 반려문화는 아니었다.시대와 문화가 확 달라졌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가 600만가구를 넘고, 반려견이 600만마리에 육박하고 반려묘도 200만마리를 넘겼다는 통계다.(KB금융그룹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폭증하는 반려인구를 겨냥해 정당들이 동물권을 주장하고 개식용 반대를 강조하는 시대이다. 무엇보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의 교감과 유대가 '가족' 수준으로 높아졌다.'공혈견 (供血犬)'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다. 공혈견은 문자 그대로 피를 공급하는 개, 특수목적견이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잡자, 수술은 물론 혈소판 부족, 백혈병 등 수혈이 필수인 반려견 질병에 대한 치료 수요도 폭증했다. 공혈견은 반려견 치료용 혈액의 주요 공급원이었다.그런데 공혈견의 견생(犬生)이 식용견만큼이나 기구하다. 다른 개를 살리려 평생 뜬장에 갇혀 혈액을 채취당하니, 식용견 못지 않은 일방적 희생이다. 대안으로 헌혈견 캠페인이 한창이다. 반려견의 헌혈을 일상화하자는 얘기다. 문제는 국내 반려견 80% 안팎이 헌혈 조건에서 벗어난 소형견인 점이다. 공혈견이든 헌혈견이든 2~8살 사이에 체중은 25㎏ 이상이고 혈액에 문제가 없어야 채혈이 가능하다.각종 개물림 사고가 빈발한 탓인지 반려인 사이에서도 대형견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감이 높았다. 우리 집 막내 몰티즈, 푸들,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