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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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청라 돔구장' 지면기사
'국보급 투수' 선동열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기아(해태) 타이거즈를 거쳐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 선수로 활약했다. 1990년대 후반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며 드래곤스의 수호신 역할을 한 선동열은 162경기에 나서 10승 4패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이란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1998년 일본 땅을 밟은 이종범도 첫해 공·수·주를 갖춘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했으나 잇따른 부상으로 2001년 시즌 국내로 복귀했다. 두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프로그램이 고정 편성됐는데, 좀체 취소되는 일이 없었다. 나고야 돔구장 덕이다. 주니치의 홈구장으로, 추위와 악천후에도 경기가 열리는 전천후 구장이다. 국내 야구팬은 날씨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경기하고 관중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일본은 선진국'이라며 부러워했다. 팬들은 이종범이 나고야 돔 외야관중석을 훌쩍 넘기는 홈런볼의 궤적을 잊지 못한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했다. 지난 24일 인천시청을 방문, 유정복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인천이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돔구장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인접한 스타필드 청라 쇼핑몰과 연계해 복합 스포츠·문화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정 부회장은 찐 야구팬이다. 지난해엔 인천 연고로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경기장에 자주 나타나는데, 선수들도 힘이 된다고 반긴다. 돔구장 건설의 필요성을 자주 역설했는데,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 경기장을 돌며 건립구상을 가다듬었다고 한다.종합 건축예술인 돔구장은 나라마다 외형과 쓰임새가 다르다. 일본은 축구와 야구장, 미국은 야구와 미식축구장이 많다. 축구 대륙 유럽은 축구장에 집중된다.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목동 고척 돔구장뿐이고, 축구장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고척은 아마야구경기를 할 요량으로 설계돼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빈약하다. 청라 돔은 넉넉한 부지에,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와 접한다. K-팝 공연과 e스포츠 경기가 가능한 2만명 수용규모의 복합 돔구장이 개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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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심심한 사과' 파문 지면기사
'심심한 사과'가 일으킨 일파가 만파로 번지고 있다. 알려진 대로 한 카페 사장이 웹툰작가 사인회 예약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는 사과 공지문을 올렸다. 이에 누리꾼들이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나",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며 '심심한 사과'에 분통을 터트렸던 모양이다.온라인에서 먼저 시비가 일었다.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의 순우리말 '심심한'으로 오독했다는 조롱이었다.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언론이 이를 냉큼 받아 '문해력'을 공론장에 올렸다. '가제(假題)'를 '랍스터'로,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유선상(有線上)'을 '사람 이름'으로 오인한 사례 등을 줄줄이 추가하며 저조한 문해력을 문제 삼았다.한글은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위대한 문자이지만, 표기하는 단어와 어휘의 태반이 한자어라 동음이의어가 넘쳐난다. 수많은 한자어를 모조리 외우지 않는 한 지식인, 전문가들도 자기 전공분야 밖에서는 전체 문장의 맥락으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심심한 사과'만 해도 그렇다. '심심'뿐 아니라 '사과' 역시 하나의 동음(同音)에 이의(異意)가 여럿이다. '사과(謝過)'는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이고, '사과(赦過)'는 잘못을 용서한다는 의미이며, '사과(沙果)'는 과일이다.카페 주인이 공개적으로 '심심(甚深)한 사과(謝過)'를 할 정도면 고객의 불편과 피해가 심각했을 것이다. 분이 안 풀려 "안 심심(甚深)하다" 받아칠 수 있고, "심심한(맛이 싱겁다) 사과(沙果)"에 빗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런 의미였다면 오히려 대단한 문해력이다.읽을 수는 있지만 뜻을 모르면 사실상 문맹이다. 어려운 용어로 계층을 가르는 권위와 권력은 반민주적이다. 언어의 불통으로 사회적 소통을 제한한다. '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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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데스크] 로봇기수 태운 '낙타 레이스' 지면기사
과거 수천 년 동안 척박한 사막에서 인간들의 교통수단이자 재화, 식량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낙타의 몸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분을 절약하는 구조로 발달하여 매일 30~40㎞를 7일간 계속 이동이 가능해 과거 실크로드 형성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낙타를 '사막의 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지시각 23일 이집트 엘알라메인에 모인 수십 마리의 낙타들이 원격조종이 가능한 로봇 기수를 태우고 뛰고 있습니다. 짧게는 2㎞에서 길게는 5㎞까지 달리는 낙타 레이스는 중동지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글/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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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처서(處暑) 지면기사
우리에게는 달력이 세 개다. 전 세계가 함께 공유하는 그레고리력, 달을 기준으로 한 태음력, 그리고 절기력(節氣曆)이다. 절기력이란 황도(黃道) 즉 지구의 관점에서 본 태양의 궤도를 기준으로 절기를 나눈 일종의 태양력이다. 24절기는 춘분을 기준으로 15°간격으로 만든 24개의 절기를 말하는데, 절기는 15일 간격으로 72후의 후(候)는 5일 간격으로 생겨나는 미세한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참고로 사주명리학과 육임학에서는 이 절기력을 쓴다.23일 어제는 처서였다. 처서는 24절기의 입춘을 기준으로 보면 14번째 절기로 '더위가 물러나 수그러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처서와 관련된 속담도 많은데,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라든지 '처서에 비오면 흉년 든다'는 말 등등이 그것이다. 말복 더위를 지나 겨우 한숨 돌리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처서인 것이다.그런데 요즘은 이 절기력이 꼭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세계 도처에서 온난화 등 온갖 기상이변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강이 말라버릴 정도로 찾아든 유럽 지역의 유례없는 가뭄, 양쯔강(중국인들은 양쯔강이란 말을 싫어해 장강이라고 부른다)의 가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닥친 폭염 등이 그러하다.이 같은 기후변화는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제주 앞바다에서 열대어가 발견되고 한국에서 바나나 재배가 가능해졌으며, 사과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도로 옮겨왔거나 확장됐다. 또 장마가 재차 찾아와 중부지방에 폭우 피해가 속출한 반면, 남부지방에서는 한동안 강수량이 부족하여 주요 댐 저수율이 20~30%를 밑돌았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며,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현대문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되게 하는 구조다. 더 늦기 전에 전 인류가 합심하여 기후변화, 환경재앙을 막아야 한다. 절기력의 본질은 사전 예고에 있다. 봄과 가을이 시작되기 전에 봄과 가을을 미리 준비하고, 여름과 겨울이 오기 전에 여름과 겨울을 준비하라는 신호인 것이다. 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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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중수교 30년 지면기사
아주(亞洲)의 맹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역대로, 세상의 중심을 자처하는 중화민족(中華民族)은 백의민족에 굴종을 구했다. 한족(漢族)이 세운 마지막 왕조 명(明)은 조선을 아우라 칭하며 사대(事大)를 강요하고 조공을 챙겼다. 성리학(性理學)의 나라 조선은 야만이라 멸시한 만주족에도 굴복해 군신의 치욕을 맛봤다. 인조가 머리를 조아린 1637년 삼전도의 굴욕이다.24일은 한·중수교 날이다. 꼭 30년 전인 1992년 이날 양국 외무장관은 '외교관계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교환했다. 상호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한반도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등에 합의했다. 한·중이 교류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키 높이를 맞춰 공식적인 동반자 관계를 정립한 것이다. 다만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승인함으로써 대만과 단교하게 된다.수교 이후 양국교류와 경제협력이 급발전했다. 교역규모는 50배 이상 늘었고, 사회·문화적으로도 '한류 열풍'이 확산할 정도로 긴밀해졌다. 양국 관계 정상화는 특히 우리 외교무대를 사회·공산국가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됐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구 유럽국가들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수교 30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대체로 양국 관계가 비약적 성장을 했으나 내용 면에선 부정적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민 80%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올 상반기에 19개국 국민 2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다.국내 여론조사에선 MZ 세대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물론 일본과 북한보다도 낮았다고 한다.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일방적 왜곡, 사드 보복,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이 젊은 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도를 넘어선 양상이다. 대만에 대한 공세를 주변 국가들로 확전하려 한다. 과도한 힘자랑은 이웃을 불편하게 한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가 전혀 다른 얼굴인 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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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기후변화와 인간의 욕망 지면기사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에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댄 지 오래됐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 충돌로 대책이 지지부진한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는 확대되는 실정이다. 우리는 스콜성 기습 폭우가 지속되면서 많은 피해를 남겼지만, 지구촌 곳곳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스페인 서부 카세레스주의 발데카나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7천년 전 거석 유물인 '과달페랄의 고인돌', 일명 '스페인 스톤헨지'가 웅장하게 솟아났다. 중국에선 양쯔강이 마르자 600년 전 석불 3개가 발견돼 화제다. 폭염과 가뭄으로 수몰됐던 유적들을 마주하는 아이러니에 표정 관리가 애매해진다. 스페인 스톤헨지를 박물관이나 고지대로 이전하자는 여론이 있다지만, 이런 가뭄이 지속된다면 옮길 이유가 없다. 양자강의 물이 마르면 적벽대전의 박진감도 반감되고, 중국 문명이 위험해진다.폭염은 인류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추악한 만행도 남김 없이 백일하에 드러냈다. 수위가 낮아진 다뉴브강엔 독일 군함 수십 척이 떠올랐다. 2차 세계대전 때 강을 따라 후퇴하던 중 난파한 군함들이라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마주한 나치와 히틀러의 광기는 마치 수장 불가능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상징하는 듯싶어 가슴이 서늘하다. 미국에선 후버 댐으로 생긴 미드 호수 바닥에서 네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미 수사 당국은 라스베이거스 갱단들의 살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나섰다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생명을 증발시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성선설'이 무색하다.예측 불가능한 기후 대격변이 자연생태계와 인류문명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북극 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탄저균이 풀려났다. 공룡시대의 바이러스와 세균들의 출현은 시간문제다. 그 와중에도 인간의 욕망은 녹아 생긴 북극항로와 에너지를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뜨겁다.인간의 문명을 유지하는 식량, 에너지, 천연자원 등이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국가 단위의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 틀림없다. 이상 기후로 드러난 유적과 사건·사고의 흔적들은 인류를 향한 경고일지 모른다.기후변화로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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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마트치킨의 역습 지면기사
대형마트 조리식품 판매대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치킨, 훈제삼겹살, 초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가격 대비 푸짐한 양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아서다. 하지만 고민이 깊어진다. 뛰어난 가성비 만큼이나 맛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 한번에 먹기에 터무니 없이 많은 양도 걸림돌이다. 먹다 남은 음식이 냉장고에서 실종되면 가성비도 의미가 없어진다. 가격과 양에 홀려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아내의 지청구에 등 돌리는 남편들이 적지 않다.가성비가 너무 높아 홀대받던 마트치킨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마리당 6천990원짜리 '당당치킨'을 매대에 올려놓자, 대형마트들의 초저가 치킨대전이 발발했다. 롯데마트가 한 마리 반 분량의 '한통치킨'을 8천800원에 내놓더니, 이마트는 5천980원짜리 치킨으로 가세했다. 당당치킨은 약 40만마리가 불티나게 팔렸고, 대형마트 치킨매장엔 고객들로 장사진이다.프랜차이즈 치킨이 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의 원가가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의 비밀이 공개된 탓이다.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킨 가격을 인상했던 터라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폭리를 의심했다. 업체들은 재룟값, 임차료, 인건비, 배달수수료가 빠진 마트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가격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들은 원료육과 튀김유의 가맹점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했다고 한다. 별다른 인상 요인이 없는데 고물가 추세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치킨 한 마리에는 가맹본사, 육계농가, 가맹점주, 배달라이더, 소비자의 이해가 얽혀있다. 가맹본사의 이익이 크면 클수록 남은 사람들의 이익과 편의는 적어지거나 손실이 발생한다.치킨 프랜차이즈의 수익은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이익과 편의를 보호해야 한다. 현실에선 반대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악명 높다. 가맹본사의 쥐어짜기 경영으로 창업보다 폐업하는 가맹점이 많을 정도다. 소비자에겐 오만하다. 비합리적인 가격 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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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외과, 산부인과 의사 실종 사태 지면기사
1994년 방송된 '종합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드라마다. 종합병원답게 다양한 전문의들이 등장하지만, 시청률 견인차는 외과 수술 장면이었다. 시청자들은 유혈이 낭자한 수술방에서 환자를 살리려 분투하는 외과의들의 수술 집도 장면에 몰입한다. 의학드라마 주인공 대부분이 외과의사인 이유이다.거대병원의 권력 암투와 이윤추구에 환멸을 느껴 한적한 시골의 돌담병원에 은거한 '낭만닥터 김사부'도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트리플보드 의사이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나는 거다." 시청자들은 환자 살리는 일이 의사의 낭만이라 여기는 김사부에게 열광했다.천재 자폐 의사가 주인공인 '굿닥터'는 소아외과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볼펜 크기의 미숙아 수술과 그보다 작은 태아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가 불합리한 의료보험체계와 이익만 추구하는 병원때문에 홀대받는 현실을 고발한 덕분이다.'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외과의사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앞선 드라마들의 클리셰를 전복했다. 의대 동기인 흉부외과, 소아외과, 간담체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밴드활동도 하고 사랑도 나누며 폭주하는 업무를 슬기롭게 감당한다는 스토리다. 마치 외과의사들을 위로하는 듯한 역발상이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그러나 현실에선 외과의사들이 없다. 최근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 불행한 아이러니로 외과의사 고갈 실태가 사회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외과뿐 아니다. 지방 병원엔 오래전에 산부인과 의사 씨가 말랐다.외과는 환자의 생사에 직접 관여하는 필수 의료분야이다. 적정 인력의 외과 의료진 유지는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이다. 출산을 애국으로 떠받들기 시작한 나라에서 산모가 진통을 견디며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고, 미숙아와 태아를 돌볼 소아외과 의사가 없다니 어쩌자는 말인가.이국종 교수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분야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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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우영우' 신드롬 지면기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연일 화제다.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앞으로 또 하나의 대표 한류콘텐츠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면 '우영우'의 신드롬급(級)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가.'우영우'는 공정과 극작술이 거둔 성과다. 이 예상치 못한 공정은 한류문화가 갖는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한바, 대중문화는 대중들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문화상품이기에 애초부터 정치권력의 비호나 기득권의 영향력이 작동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믿을 것은 오직 작품성과 완성도뿐이고 또 대중적 호응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대중문화는 공정이 가장 잘 작동되는 분야다. 당연히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작품들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에 애초부터 '아빠 찬스'나 기득권의 입김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이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이 한류 드라마들의 기초체력을 키워왔고, 그것이 '우영우' 같은 웰 메이드 드라마 탄생의 모체다.두 번째는 극작술인데 주인공에게 치명적이고 흥미로운 약점(자폐 스펙트럼)과 놀라운 기억력이라는 비범한 능력을 동시에 부여하는 독특한 설정에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주연배우 박은빈의 진짜 자폐인을 방불케 하는 연기력, 예컨대 진짜보다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시뮬라시옹 효과가 바로 대중적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적 자폐인을 다룬 작품으로 이미 영화 '레인맨'(1988) 등이 있고, 이처럼 극복과 화해를 다룬 감동적 휴먼 드라마들의 전례들이 많아 소재가 신선하면서도 낯설지 않다는 것이 '우영우'에게는 행운의 날개가 됐다.여기에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씨'의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의 교육현실을 꼬집거나 고 박원순 시장이라든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리얼리티 또한 드라마 '우영우'의 공감주술력을 더욱 높여주는 이유가 됐다.평론가나 학자들의 나쁜 직업병은 작품을 즐기지 못하고 늘 해석의 강박에 시달린다는 것인데, 사과가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 낙엽교목 식물이라는 식물학 지식보다는 사과를 직접 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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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공당(公黨), 붕당(朋黨), 사당(私黨) 지면기사
한국 정당 정치는 해방 직후 미군정 아래에서 발아했다. 신탁통치 반대를 주도한 독립운동가들이 정당 결사를 주도했다. 해외파인 이승만, 김구는 자유당의 전신인 대한독립촉성국민회를 조직했고, 국내파인 김병로, 조병옥 등은 한국민주당을 창당했다. 제헌국회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자 정당들의 역할도 확립됐다. 이승만이 창당한 자유당을 제1야당인 한민당이 견제하고 나서면서 여야 개념이 자리잡은 것이다.정당들의 이념적 정체성은 박정희 군부정권 시대에 분명해졌다. 박정희 독재의 주춧돌인 민주공화당은 보수, 김대중·김영삼이 반독재 투쟁을 주도한 민주당은 진보의 가치를 대변했다. 공화당은 박정희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보좌한 산업화 시대의 전위였다. 민주당은 박정희 군부독재가 유예한 민주와 인권의 회복에 헌신해 민주화의 주역이 됐다. 자유당-공화당을 이은 민정당과 한민당-민주당을 계승한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이 87년 개헌안을 통과시켰을 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완성한 기적의 나라가 됐다.지금은 상대 진영과 중도층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대한민국 정당 역사의 맥락을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이 분분해도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낸 보수, 진보 정당의 역사를 계승한 공당(公黨)의 위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한국 보수와 진보 정당의 적자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핵관은 미약한 명분으로 대표를 탄핵하고, 이준석 대표는 당에 소송을 걸었다. 정파간 권력 투쟁이 도를 넘어 당을 집어삼키니 본말이 전도됐다. 사색당파 보다 더한 붕당(朋黨)으로 전락했다.더불어민주당도 심각하다. 대선 패배 후 총선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은 셀프 공천 의혹을 받는다. 총선처럼 대표 경선 출마 또한 사법 리스크 회피용이라는데도 나홀로 독주를 이어간다. 방탄용 당헌 개정도 확실해 보인다. 당에 이재명과 개딸들만 보인다. 정파의 과잉 만큼이나 정파의 소멸도 공당을 위협한다. '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