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칭기즈칸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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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칭기즈칸의 리더십 지면기사

    세기말 '워싱턴 포스트'는 설문조사 끝에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즈칸(成吉思汗, 1162~1227)을 꼽았다. 65년의 생애 기간 동안 46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그는 기마부대를 이끌고 40여개국, 700여 민족의 영토 777만㎢의 방대한 지역을 점령했다. 이는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더 많고 넓은 미증유의 정복전쟁이었다. 전성기 몽골제국은 3천만㎢로 현재 중국 영토의 3배, 북미와 중미를 다 합한 면적보다 큰 것이었다.칭기즈칸이 이 같은 엄청난 위업을 달성해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압도적 무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보다는 관용과 상식이 칭기즈칸의 무기였다. '논어' 안연 편에 보면 애공(哀公)과 유약(有若)의 대화에서 10분의 1 세금(稅金) 즉 철(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수입의 10% 정도가 백성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한 세금의 비율이라는 것이다.칭기즈칸이 정복전쟁에 나설 무렵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가혹한 세금을 뜯겼고, 대부분의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세금에 시달렸다. 일본의 경우 센고쿠(戰國) 시대에 백성들은 쇼군·다이묘·사무라이들에게 징발당한 세금이 67%에서 80%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농민과 백성들은 세금에 시달려야 했다. 칭기즈칸은 이런 들쭉날쭉한 세금을 과감하게 축소하여 3%만을 거두어들였으며, 몽골의 지배를 인정하기만 하면 정복 지역의 종족들이 믿던 종교를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종래의 풍습과 기득권을 허용해주었다. 심지어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도중에 몽골군을 만나면 오히려 안심하고 반가워했을 정도로 그들은 고마운 정복자들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던 것이다. 관용과 상식이 바로 칭기즈칸과 몽골군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이제 한 달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불과 0.75%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관용과 상식과 공정이다. 관용과 상식이라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 [참성단] 첫 흑인 여성 미 연방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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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첫 흑인 여성 미 연방대법관 지면기사

    "미국은 우리의 연방을 완성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왔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의 첫 공개 연설은 역사적 감회로 벅찼다. 미국 민주주의는 흑인과 여성을 제외한 백인 남성의 민주주의로 시작했다. 흑인은 1870년 수정헌법 15조를 통해 참정권을 보장받았지만 백인들은 일명 '짐 크로 법'으로 흑인의 민권을 사실상 박탈했다. 1964년 민권법으로 헌법상 권리를 행사하기까지 흑인이 당한 박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미국 여성들도 1919년 여성 보통선거에 관한 법이 통과되고 나서야 참정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그나마 연방선거에만 가능했다. 연방에 속한 각 주(州)의 주 선거 여성 참정권은 미시시피주가 마지막으로 인정할 때까지 미뤄졌다. 1984년의 일이다.미국 헌법의 수호기관인 연방대법원도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흑인과 여성에겐 오랜 세월 유리천장이었다. 1790년 헌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연방대법원 232년 역사에서 커탄지를 포함해 흑인 대법관은 3명, 여성 대법관은 6명이 고작이다. 중복 차별의 상징인 흑인 여성의 연방대법관 인준의 의미가 각별한 이유이다. 연방대법원의 마지막 차별 철폐로 모든 미국인이 평등한 미연방의 꿈이 완성되는 서사가 가능해졌다. 커탄지가 "나는 노예의 꿈이자 희망"이라 자찬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역사에서 진정한 변화의 순간"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역사적인 커탄지 대법관 탄생에는 미국 정치의 양심도 일조했다. 바이든은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 지명을 공약했고 지명했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했다. 2020년 트럼프가 지명한 강경한 여성 보수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민주당 상원의원 48명 전원이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공화당 상원의원 50명 중 3명이 커탄지 인준에 찬성해 53표 대 47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의 소신투표가 아니었으면 역사도 없었다.바이든은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밋 롬니,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 이름을 거명하며 "당파성을 제쳐놓고 판단을 내려준 데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고 감사를 표했

  • [참성단] '깡패 카르텔' 유엔(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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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깡패 카르텔' 유엔(UN) 지면기사

    "유엔 문을 닫으려 하나?"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격하게 분노했다. 지난 6일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화상 특별연설을 하면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300명 넘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러도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이 통용되는 시대는 끝났느냐"며 "행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연설 중간 방영된 90초 분량의 동영상은 참혹했다.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당했거나 살해 여성의 몸에 나치 문양을 새기는 반인륜 행위가 폭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절규하는데도 각국 외교관들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탄식을 내뱉었을 뿐이다.유엔은 지구촌의 분쟁과 갈등을 조정하거나 중재할 자격을 잃은 지 오래다. 한때 중동 등지 화약고에 뛰어들어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내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지난해 초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 사태는 유엔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민주 시민에 대한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살상이 자행됐으나 방관자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보리 결의는 중국 반대에 틀어막혔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유엔은 귀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유엔은 회원국 간 힘의 불균형을 노골적으로 인정하는 구조다. 핵심 의결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는 5개 상임이사국 전체가 동의해야 권한행사가 가능하다. 군사조치에 합의해도 특정 상임이사국이 반대하면 효력이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 구성된 '깡패 카르텔'이다. 10개 비상임이사국은 들러리일 뿐이고, 총회 의결은 구속력이 없다. 유엔이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려면 안보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한다. 안보리 의결 사항인데, 상임이사국들이 응할 리 없다. 무력한 유엔은 괜찮으나, 영향력을 잃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심보들이다.젤렌스키는 이날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veto)을 '살인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퇴출을 요구했다. 주유엔 러시아 대사

  • [참성단] 반달가슴곰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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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반달가슴곰은 무죄 지면기사

    용인시 처인구의 한 전원마을이 인적이 끊긴 채 적막강산이 됐단다. 주민들이 밤낮으로 외출을 삼가고, 동네 나갈 일이 있으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탓이다. 마을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곰 탈출지역 현재 포획중으로 입산금지'.지난해 11월 이 마을에 있는 곰 사육장에서 반달가슴곰 다섯마리가 탈출했다. 네 마리는 포획했지만 한 마리는 네 달 넘게 종적이 묘연했다. 다행히 최근 인근 마을 뒷산에서 발견돼 용인시가 포획에 나선 상태다. 오랜 시간 굶주린 곰과 조우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집 나간 곰이 사람들을 집에 가둔 셈이다.반달가슴곰은 지리산 서식 복원사업으로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엄연한 맹수다. 조건만 맞으면 손쉽게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반달가슴곰이 산나물을 캐던 노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도 있었다. 환경부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너무 낭만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린 배경이다.하지만 정작 반달가슴곰 사달은 사육농가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1980년대 농가에 반달가슴곰 사육을 장려하고 직접 보급했다. 그런 정부가 1993년 야생동물보호협정에 덜컥 가입했다. 하루 아침에 보호종인 반달가슴곰의 상업적 유통이 막힌 것이다. 이때부터 반달가슴곰은 사육농가와 정부의 지루한 책임 공방에 갇혔다. 사육농가는 수익을 위해 불법을 감행했고, 정부는 보상 없이 규제만 했다. 처인구 농가를 탈출한 반달가슴곰은 사실 2차 피해 곰이다. 농장주는 지난해 7월 구속돼 10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곰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 당국에는 두 마리로 허위 신고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죄였다. 곰을 불법 도축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한 거짓말이었다. 주인이 구치소와 감옥을 전전하는 동안 남은 곰들은 방치되는 2차 가해에 시달렸고 견디다 못한 곰 다섯 마리가 집단 탈주를 감행한 것이다.지난 겨울 내내 먹잇감 없는 용인시 야산을 헤맸을 반달가슴곰은 오히려 인간에게 포획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온다 해도 인간의 욕심과 제도가 만든 우리에 다시 갇힌다. 지리산 방사든 가축 사육이

  • [참성단] 식탁물가와 경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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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식탁물가와 경제상황 지면기사

    식탁물가가 비상이다. 이집트, 스리랑카 등은 이미 식량난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값싼 우크라이나 밀에 의존하던 나라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애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인다.여기에 탄소중립, 석탄과 천연가스 수급 문제로 비료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예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또 세계 4대 콩 수출국이었던 에콰도르가 자연재해로 콩을 수입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는 중국이 브라질에서 콩을 대량으로 수입하자 콩이 부족해진 브라질이 미국산 콩을 수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옥수수·밀·콩 등 곡물 수급은 물론 석유·천연가스·니켈·시멘트 같은 에너지와 원자재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우리 경제도 우려된다. 3월 수출이 634억8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입액도 27.9% 늘어난 636억2천만 달러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에너지 등 원자재 값의 상승이 원인이라 하지만, 배후에 인플레이션이 숨어 있다. 수출입에 모두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대신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전력생산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한전의 적자폭이 더 커졌다.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전기요금의 인상은 가계 부담의 문제를 넘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가계부채나 기업부채도 만만치 않아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배드 뱅크를 언급했다. 부실한 부채들을 떠안는 부실채권전담은행을 설립하여 부채를 정부가 떠안으려는 것이다. 설상가상 소상공인 피해지원을 위한 50조원의 추경을 언급하고 있다. 세입세출의 조정과 혁신적이고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수위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관련 예산 등을 과감하게 삭감하여 정부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나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여성계의 반발도 큰 변수다.새 정부 최대 화두는 무조건 경제다. 식량과 원자재 확보에 사력을 다해야 하고, 인플레이션과 애그플레이션에 물가도 잡아야 한다. 경제가 가장

  • [참성단] 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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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왼손잡이 지면기사

    왼손잡이는 숟가락을 잡을 무렵, 인생 쓴맛을 알게 된다. 왼손을 쓰는 아이를 보는 엄마 아빠 표정엔 근심이 그득하다.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놀라며 오른손으로 바꿔 쥐게 한다. 한없이 자상한 할머니도 무서운 얼굴이 된다. 서럽게 울면서도 처음 겪는 황당함에 어리둥절할 뿐이다.왼손잡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양손잡이가 된다. 글을 쓰거나 밥을 먹을 때만 오른손이고, 나머지 일상은 왼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 의한 강제교정 효과다. 왼손은 재수가 없다며 놀림을 받고, 때론 장애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오른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왼손은 불편하고 천한 소수자로 차별 받는다."…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 척 해줄 수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후략)" 가수 이적의 90년대 히트곡 '왼손잡이' 중 일부다. 수많은 이들과 다른 손을 드는 왼손잡이는 비주류의 상징일 터이다.생활 속 왼손잡이는 불편과 짜증의 연속이다. 식탁에 앉을 때도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왼쪽 가장자리를 택해야 한다. 1인용 책상은 정상적인 필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낚시용 릴, 가위, 낫은 왼손 용이 드물다. 손목시계는 늘 왼손에 차야 하고, 지퍼는 오른손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 지하철, 자판기, 버스도 왼손잡이에 우호적이지 않다.소수라서 좋을 때도 있다. 왼손이 유리한 스포츠 종목이 많다. 오른손은 왼손을 상대하는 빈도가 낮아 불리한 여건이다.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이 그러하다. 야구는 왼손 선수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오른손 타자는 대체로 좌투수에 약하고, 좌타자는 1루까지 가는데 한두 걸음 이득을 본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대표적인 왼손 군단이다.편견과 차별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거나 악수를 청할 때 왼손을 내민다면 무례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왼손은 불결하고 더럽다'는 인식은 비위생적인 화장실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나, 비데를 쓰는데도 희석되지 않는다. 다들 오른손이 옳다(Right)고 한다.어느 손을

  • [참성단] 정치인 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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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정치인 격투기 지면기사

    지금은 전세계에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종합격투기(MMA)가 제도권 스포츠로 자리잡은 역사는 짧다. 세계 최고의 MMA 단체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의 초창기 경기규칙은 체급도 글러브도 없이 물어뜯기와 눈찌르기만 제외하고 모든 공격이 가능했다. 케이블 방송들이 경기를 유료로 판매했지만, 피비린내 나는 유혈 난투극은 방송금지 처분을 받았다.파산 위기에 직면한 UFC는 2001년 데이나 화이트에게 인수된 뒤 기사회생한다. 체급을 나누고 경기규칙을 정비해 대중 스포츠로 변신한 뒤 케이블 방송과의 협업으로 MMA 시장을 장악했다. 화이트는 200만 달러에 매입한 UFC를 2016년 40억 달러에 매각한 뒤에도 경영을 계속 맡고 있다.하지만 아무리 경기규칙을 강화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지만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모든 공격이 가능한 경기는 선혈이 낭자하다.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일도 다반사다. 심판의 제지가 없으면 의식을 잃은 상대를 계속 가격하는 경기방식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피범벅이 된 얼굴은 흑백 처리로도 위화감을 감추기 힘들다. 그나마 선수들이 포옹하고 격려하며 무도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경기후 장면으로 스포츠의 명맥을 유지한다.국내 MMA 단체 로드FC 정문홍 회장이 최근 정치인 격투기를 추진하며 지원자를 모집하고 나서 화제가 됐다. 허언이 아니다. 민주당 소속 여수 시의원이 지원했는데 지목한 상대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다. 정 회장은 "한쪽은 파란색(민주당)이고 한쪽은 빨간색(국민의힘)인데 서로가 무조건 싫은 것 같다"며 "격투기 안에서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정치인 격투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싸우고 나면 친해진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난해 브라질에선 정책 갈등을 벌이던 자치단체 시장과 전직 시의원이 격투기를 벌인 적도 있다. 현직 시장의 판정승 후 두 사람은 포옹하고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경기보다는 쇼에 가까운 이벤트였을 것이다.이 대표가 반응하지 않으니 실제 경기 성사 가능성은 없다. 정 회장도 실제 경기 성사를 기대하진 않

  • [참성단]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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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지면기사

    금융실명제를 깜짝 도입한 김영삼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1993년 3월,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고위공직자들 재산을 전격 공개했다. 당시는 관련 법이 제정되지도 않아 근거도 없었으나, 여권 인사들은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대통령이 자진해서 앞장선 때문이다. 장관급 공직자 29명, 청와대 비서진 11명, 여당인 민자당 의원과 원외당무위원 161명, 장관급 인사 125명이 뒤를 이었다.사회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었다.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불법, 탈법적 부동산 투기와 증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산 형성 과정은 불투명했고, 위·탈법 소지가 다분했다. 일부 인사는 재산을 고의 누락 또는 축소한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샀다. 많은 국민이 공분했고, 공직사회는 초토화됐다. 도덕 불감증과 재물에 대한 집착 등 고위공직자들 민낯이 드러났고, 권위와 명성에 깊은 내상을 입었다. 여론조사 결과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이 많았으나 공개 자체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정부공직자윤리위가 31일 재산공개대상자 1천978명의 신고재산을 공개했다. 평균 16억2천145억원으로, 지난해 14억5천514억원보다 1억6천631만원 증가했다. 중앙부처 재직자 816명 중 118명(14.8%)은 다주택자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재산 증식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존비속은 고지를 거부한 경우가 많아 가족 전체의 재산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전체 289명인 국회의원 가운데 240명(83%)은 재산이 늘었고, 176명(60.9%)은 1억원 이상 증가했다. 25명은 5억원 넘게 불었다. 다주택을 보유해 매도각서를 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일부는 서울에 소재한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집을 팔고 강남 아파트를 지킨 수도권 지역구 의원도 여럿 있었다. 일부는 다주택자이면서도 처분을 하지 않고 눈치를 보며 버티기 중이다.공직자윤리위는 6월 말까지 재산변동 심사를 한다.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거짓 기재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 [참성단] 윌 스미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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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윌 스미스의 비극 지면기사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상 수상과 동시에 영화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시상자 폭행 사건의 파문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여서다. 스미스는 시상식 다음날 "어젯밤 시싱식에서의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아카데미측에 사과했다. 피해자인 크리스 록에게도 "내가 선을 넘었고 내가 틀렸다.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용서를 구했다.거의 백기선언에 가깝다. 하지만 할리우드 동료들의 반응은 차갑다. 원로 여배우 미아 패로는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고 치를 떨었고, 배우 짐 캐리는 "윌 스미스가 바로 경찰에 체포돼야 했다"고 분개했다. 스미스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취소와 아카데미 회원 자격 박탈마저 거론된다. 윌 스미스는 배우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스스로 지옥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영화 같은 반전이다.명성을 회복해가던 아카데미도 치명상을 입었다. 흑인 스타들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백인 위주의 '화이트 아카데미'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핑킷도 앞장섰고 많은 백인 배우들도 동참했다. 아카데미도 정신을 차렸다. 이후 흑인과 외국인 배우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봉준호의 '기생충' 신화와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의 바탕이 됐다.올해는 청각장애인 배우를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결정해 문호를 더욱 확대했다. 시상자로 무대에 선 윤여정의 품격과 배려는 감동적이었다. 폭행 사태만 아니었으면 아카데미의 명성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던 시상식으로 기억될 뻔했다. 이 모든 것을 크리스 록의 모욕성 농담과 윌 스미스의 야만적인 폭력이 날려 버렸다. 2016년 아카데미를 각성시킨 윌 스미스가 2022년 아카데미를 파탄냈으니 공교롭다.스미스가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과 아카데미에 진심으로 사죄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네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그 순간, 조심해. 그때가 바로 악마가 너에게 찾아오는 거야." 스미스가 수상 소감에서 밝힌 덴젤 워싱턴의 충고다. 대배우의 연륜이 빚어낸 보약 같

  • [참성단] 3대 곡물수급과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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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3대 곡물수급과 식량안보 지면기사

    인류는 언제부터 경작을 시작했을까. 고고학과 식물지리학에 따르면, 약 1만1천년 전부터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일대의 서남아시아 지역,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가 그곳이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은 학명 트리티쿰(Triticum) 속에 해당하는 밀과 보리 그리고 완두 등인데, 이들을 기초곡물(founder crops)이라 한다. 지금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주변에서 시작된 옥수수를 포함해서 밀과 콩을 3대 곡물이라고 한다. 밀은 풍부한 전분 외에 글루텐이라고 하는 단백질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빵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에 적합하다. 옥수수는 주요 식량이자 사료로, 콩 또한 기름과 깻묵 등 원료로 쓰이는 작물이다.그러면 우리는 언제부터 농작물을 재배했을까. 우리는 신석기 시대부터 농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달돌칼이 출토된 부여 송국리를 비롯해서 부산 동삼동과 창녕 비봉리 그리고 평양 남경 등 한반도 전역에서 조와 기장 등 다양한 곡물들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반도의 농경 시작 시기를 1만7천 년 전까지 올려 잡고 있기도 하다. 재배식물의 존재가 왜 중요한가 하면 인간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일대 사건일뿐더러 이후 국가와 문명의 형성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이기에 더 그렇다.올해 곡물 수급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요소수 사태에서 촉발된 비료값 폭등 같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주요 곡물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2020년 기준 92.8%이며, 식량 자급률은 45.8%로 매우 취약하다. 우리의 경우 밀의 자급률은 0.8% 정도로 전량을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는데, 주요 밀 수출국들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며 옥수수 또한 비료 문제로 생산량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식량문제